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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해페니시스의 행동 원리가 노답이면?

행동 원리를 개무시하면 된다!

실제로 나는 역병신 플레이할 때 백신을 발명해서 전염병 치사율을 압도적으로 낮춘 적도 있다.

역병신이 싫어했지만 알 게 뭔가.

일단 치사율 낮추고 인구수를 증가시킨 후 한 번에 몰살시키는 게 더 포인트가 많이 벌리는데.

해페니시스가 클리어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도 나는 클리어하고 싶다.


[해피교전도사: 저는 어디까지나 제 목적을 위해 계약한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그러니까 계약한 후 어떤 목표를 좇는지는 제 마음이죠.]

[해피교전도사: 허상이든 착각이든 전 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겁니다.]

[해페니시스: …나와의 계약이 수단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건가? 내 앞에서?]


뭐.

꼬우면 계약하지 말든가.


[해피교전도사: 저에게 실망하셨습니까?]

[해피교전도사: 그래서 더는 계약 안 할 겁니까?]

[해피교전도사: 애초에 해페니시스 님께선 왜 저와 계약을 하는 겁니까?]


생각해 보니 완전 모순 아닌가?

자기는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안타까워서 축복을 내린다면서, 계약자가 세상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려는 것은 허상을 좇는 일이라니.


[해피교전도사: 해페니시스 님께서는 해피해피하시긴 합니까?]


진짜 궁극의 해피해피를 스스로 누리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나 행동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존재가 하나 더 행복해진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닐 텐데.

지금 같은 방식으로 한 명씩 축복을 내려 주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행복하지 못한 생명체는 계속 늘어날 거고, 구원하기 전에 죽어 버리는 자들이 절대 다수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바닷물을 희석하겠다고 담수를 한 컵씩 떠 와서 붓고 있는 거다.

그딴 짓은 아무리 오래 지속해도 결과가 쌓이지 않고,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 않아도 아무런 차이도 없다. 보람도 없다.

시간 낭비의 신이 아닌 이상 그런 짓을 하는 건 해페니시스에게도 아무런 이득이 없는 행위다.


[해페니시스: …….]

[해페니시스: 나는 행복의 신. 모든 행복이 나에게 속해 있지. 한없이 고통에 가까워도 한 줄기 행복이 섞여 있다면 그 감정 또한 나의 것이다.]

[해페니시스: 그러니 나는 모든 이가 궁극의 행복에 도달하지 않는 한 순수하고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해페니시스의 말을 듣고 나는 또 어이가 없어졌다.

아까 남들이 영원한 행복을 모르는 게 불쌍하다고 해 놓고 실은 자기도 영원한 행복은 누린 적 없다고?

심지어 모든 생명체의 정신을 지배하기 전까진 한 종류의 행복에 잠깐 젖어 있는 것도 불가능한 거잖아.

진짜 불쌍한 건 본인 같은데?


[해피교전도사: 그럼 계약을 하는 건 결국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네요?]

[해피교전도사: 그런데 그렇게 축복을 내려선 영원히 해피해피에 도달 못 한다니까요?]

[해피교전도사: 도대체 누가 허상을 좇고 있는 겁니까.]

[해피교전도사: 제가 아니라 해페니시스 님 아닙니까?]


사실 행복의 신이 아니라 시간 낭비의 신인 거 아닙니까? 하고 쓰려다가 말았다.

아니, 행복의 신이면 행복을 추구하라고.

모든 생명체가 행복만 느끼게 만들겠다는 포부 정도는 있어야지.


[해페니시스: …나는 내 행복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해페니시스: 계약을 바라는 자에겐 계약을 해 준다.]

[해페니시스: 그것만이 내가 계약을 하는 이유다.]


이쯤 됐으면 자기가 갖고 있던 논리가 등신 같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 생각을 바꾸겠다는 말을 안 하네.

추페니시스야 해하다.

패배한 거 같으면 패배를 인정해야지.


[해피교전도사: 그렇습니까? 잘됐네요.]

[해피교전도사: 제가 해페니시스 님 안 믿고 그냥 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도 계약해 주신다는 거 아닙니까.]

[해피교전도사: 저는 제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절대로 먼저 궁극의 행복에 빠지지 않을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그리고 계약을 끝없이 반복할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제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요.]


생각해 보니 도르마무 전략도 가능하지 않을까?

랜덤 축복 뿌리는 거 안 멈추면 마음 바꿀 때까지 무의미한 계약 계속할 거라고 하는 거지.

계약자하고는 정신 연결이 더 긴밀해지니 불행한 이를 보면 안타깝다는 해페니시스에게는 무한 계약이야말로 최악의 고문일 것이다.


[해페니시스: …전도사여. 너는 스스로가 행복해지길 바라지 않는 건가?]

[해피교전도사: ? 아뇨, 저도 행복해지고 싶은데요?]

[해피교전도사: 그냥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아니,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행복해지고 싶은 것뿐입니다.]

[해피교전도사: 그래야 제가 행복해지는 것과 동시에 해페니시스 님도 진정으로 행복해질 거 아닙니까?]


해페니시스의 AI는 드디어 자신의 허점투성이 논리를 더는 펼치지 못하겠는지 한참이나 침묵했다.

그 한참의 침묵 후에 나온 말은 질문이었다.


[해페니시스: 왜지?]

[해페니시스: 나는 내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해페니시스: 나조차도 바라지 않는 것을 왜 필멸자인 네가 바라고 있는 것이지?]


왜냐니.

클리어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왜 너는 그러냐고 하지 말고 왜 나는 안 그럴까? 하는 생각부터 해라.

클리어할 생각도 없이 게임에 나오지 말라고.


[해피교전도사: 당신이 뭘 바라든 제가 그걸 존중해 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해피교전도사: 저는 해페니시스 당신을 안 믿는다니까요.]

[해피교전도사: 그냥 그게 제 목적이고, 그걸 위해선 뭐든 할 겁니다.]


아 게임사에서 깨지 말라고 만들어도 깰 거라고.

트로피 만들었으면 가질 거라고.


[해페니시스: …….]

[해페니시스: 필멸자로서 견디기 힘든 영겁의 시간 동안 고통받을 수도 있다.]

[해페니시스: 그럼에도 그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가?]


응, 매크로 쓸 거야.

가속 프로그램도 켜서 n배속으로 할 거야.

1만 시간 채울 거야.

기다려라. 도르마무 메타 간다.


[해피교전도사: 예]

[해피교전도사: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저는 해낼 겁니다.]


내 대답에 해페니시스의 AI는 또 한참 동안 응답이 없었다.

논리 무너져서 렉걸렸나.

너무 대답이 없어서 컴퓨터가 뻗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새로운 문장이 출력되었다.


[해페니시스: 나의 전도사여.]

[해페니시스: 나는 나의 계약자가 행복하지 못한 것이 싫다.]

[해페니시스: 어떻게 해야 그 뜻을 굽히겠는가.]


논리에서 지니까 이제 감정에 호소하는 건가?


[해피교전도사: 왜요?]

[해피교전도사: 스스로는 안 굽히면서 왜 저보고만 굽히라고 하십니까?]

[해피교전도사: 저도 제 계약자가 행복하지 못한 거 싫은데요??]

[해피교전도사: 해피해피해지기 싫어요? 행복의 신이면서?]

[해피교전도사: 이렇게 된 거 스스로 해피해피해지는 걸 새 목표로 삼으면 안 되나요?]

[해페니시스: 본질을 바꾸라는 것인가.]

[해페니시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나?]

[해페니시스: 죽음을 의미한다. 나의 전도사여. 너는 나에게 죽어 달라고 바라는 것이다.]


허.

그 등신 같은 축복 뿌리기 참으면 죽는다고? 뭔 개복치야?

그럼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클리어 안 되는 루트면 아예 닫혀 버리는 게 낫지.

하지만 그렇게 입력하려는 순간, 갑자기 어떤 예감이 느껴졌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나는 이상한 예감에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문득 해페니시스가 한 말의 새로운 허점을 깨달았다.


[해피교전도사: 본질….]

[해피교전도사: 해페니시스, 당신의 본질은 손을 뻗은 자는 모두 구해 주고자 하는 마음 아닙니까?]

[해피교전도사: 손을 뻗은 자를 바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다면 우회하지 않는 것이 당신의 원칙이고요.]

[해피교전도사: 그러면 딱히 본질까지 안 바꿔도 될 거 같은데요.]

[해피교전도사: 그렇다면 저에겐 당신의 축복이 절대 통하지 않는 트레잇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해피교전도사: 제가 가장 먼저 손을 뻗었으니, 제 손을 잡아 주십시오.]

[해피교전도사: 그리고 저를 끌어올려 행복하게 만들어 주면 됩니다.]

[해피교전도사: 다만 저는 반대쪽 손으론 세상 전체를 붙잡고 있을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다같이 행복해지든가, 아니면 아무도 진정으로 행복해지지 못하든가 하는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클리어할 생각 없는 놈으로 클리어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해피교전도사: 성공할 때까지 저는 당신이 싫어하는 짓을 반복할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믿지도 않으면서 너무 안 행복하다고 매일 기도할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계속 잡아 달라고 손 뻗을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죽어도 또 살아나서 계약할 겁니다.]

[해피교전도사: 계속 불행할 거라고요.]

[해피교전도사: 그렇지만 댁은 그게 본질이니 그 손을 안 잡을 수가 없겠죠.]

[해피교전도사: 영원히 불행한 계약자랑 함께하든가, 제 말대로 하든가 하자구요.]


그렇게 해페니시스를 협박하다가, 문득 해페니시스 대사가 지나치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기술로 이게 되나?’

인공 지능의 자연스러운 대사는 어디까지나 이미 있었던 대화를 ‘학습’해서 그럴듯하게 출력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예상했던 질문에만 유창하게 대답해야 한다. 게임사에서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면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라든가 완전 딴소리를 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이런 특이한 주제에 관한 논쟁에서, 뒤에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답을 해내는 건 현재 알려진 AI 알고리즘으로는 아예 불가능했다.

‘이거 정말 뒤에 사람이 있는 거 아냐?’

지금 개발자든 시나리오 라이터든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대사를 쓰고 있는 거지. 지금 인게임도 아니고, 배경과 텍스트만 뜨는 이벤트 페이지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눈에 띄는 유저가 접속했을 때 직원이 있는 상태면 실시간 채팅용 이벤트 페이지를 연결시키는 구조라면 충분히 구현 가능해 보인다.

유저가 제일 많은 에일루시아는 채팅창 없이 선택지만 뜨고, 인기가 바닥을 치는 해페니시스에 채팅창이 뜬 것도 뒤에 사람 있단 가설에 무게를 더해 줬다.

해페니시스를 가장 많이 플레이한 유저가 몇 명이나 있겠어.

해페니시스만 업데이트가 없으니까 극소수의 강경 해페니시스 팬덤을 위해 썰이라도 풀어 주려고 만든 페이지인 거겠지.

근데 썰 들어 줄 사람도 없어서 5개월이나 접속 안 한 사람을 팝업 띄워 가며 부른 거고….


[해페니시스: …나의 전도사여.]

[해페니시스: 그대와 같은 존재는 처음이다.]


그래, 이런 말.

AI라면 안 할 거 같다고.


[해피교전도사: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뒤에 있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누군진 몰라도 좋은 말 할 때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 업데이트해라.’

게임은 깨라고 있는 거지.

절대로 클리어 못 하는 게임이면 그게 게임이냐? 어?

무료 인디 게임도 그렇게 만들면 욕 처먹는다고.

근데 너넨 졸라게 비싼 유료 패키지 게임이잖아.

달성 못 하는 트로피 같은 걸 넣어 놓는 짓을 하면 되겠어? 안 되겠어?

‘절대 클리어하지 못하는 것도 새로운 개념의 게임 플레이가 아닐까요?’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st 개소리 할 생각 말고 당장 트로피 딸 방법이나 업데이트하란 말이다.

가능충들이 좋아하는 업뎃만 하지 말고.


[해페니시스: …그대의 말을 따르겠다.]

[해페니시스: 나의 축복이 절대로 통하지 않도록 해 주마.]

[해페니시스: 또한 그 어떤 존재도 그대의 마음을 제 힘으로 건드릴 수 없게 하겠다.]

[해페니시스: 그대의 손을 잡은 이후엔 그대가 행복에 이르는 것을 우선하겠다.]

[해페니시스: 내가 영원하고도 순수한 행복에 이르는 순간까지….]

[SYSTEM: ‘해페니시스’가 당신에게 숨겨진 트레잇을 부여합니다.]


어?

나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잠시 당황했다.

아니, 당장 업데이트해 달라고 했지만 이렇게 바로 해 준다고?

게임이 이렇게 즉시 업데이트가 가능한 거던가?

‘…하긴 생각해 보면 그냥 랜덤 해피해피 부여 기능만 끄면 되는 거네.’

‘불굴의 정신’ 같은 트레잇도 이미 있던 거고.

[해피 엔딩 종말 사이비] 루트 자체는 [악몽의 주인] 같은 정신 조작 계열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게임 제작자만 접속할 수 있는 에디터 같은 거로 뭔가 건드리기만 하면 끝인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적당히 납득됐다.

“근데 이 설정 변화는 계정 귀속인 건가?”

해페니시스는 ‘모든 계약자’에게 그리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에게 그리하겠다고 했다.

나처럼 1,000시간 이상 반복 플레이 한 후에 해페니시스를 말로 설득해서 개발자한테 트레잇 따낸 사람이 또 있지 않은 이상 이 조건으로 해페니시스를 플레이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거다.

‘…그럼 지금은 나만 클리어 가능하다는 거 아냐?’

업데이트만 확인하고 게임을 지우겠다는 결심은 어느새 사라졌다.

전 세계에 유일무이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데 그걸 지나칠 게이머가 있을까!


[SYSTEM: 놀라운 업적! 당신은 대화만으로 ‘아더갓’을 홀렸습니다!]

[SYSTEM: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SYSTEM: 별하늘이 당신의 업적을 인지합니다! 당신은 [세 치 혀의 기적]을 고유 트레잇으로 보유하게 됩니다!]


이젠 뒤에 사람 있단 걸 감출 생각도 없는지 개발자가 시스템 메시지인 척 gg 사인을 보내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스크린샷을 찍었다.

‘계정 귀속 트레잇이다!’

일반적인 트레잇은 얻으면 그 회차에서만 유효하다.

새로 게임을 시작하면 다시 얻어야 한다.

하지만 트레잇을 최초로 발견하거나, 특이한 업적을 쌓아서 얻은 트레잇은 계정에 귀속된다.

1,000시간 이상 한 아더갓만 플레이할 경우 얻는 [진정한 광신도] 같은 타이틀도 일종의 귀속 트레잇이다.

이런 귀속 트레잇은 새 게임을 시작할 때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효율성이 구려서 귀속 트레잇 박느니 다른 거 박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만 고인물이 되면 효율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아, 이런 걸 캡처해서 자랑해야 하는데.’

그거 어케 얻었음?? 하고 댓글 도배하는 놈들에게 안 알려 주는 게 진짜 꿀잼인데.

탈퇴해서 자랑할 곳이 없네.

빌어먹을 가능충 놈들….


[SYSTEM: 정말로 새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YES / NO


오, 선택지 떴다.

실시간으로 개발자가 모니터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좀 골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럴 땐 당연히 [NO]지.’

하지만 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무조건 YES를 눌러야 진행되는 구조인 모양이다.

나는 게임을 당장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외장 하드도 꺼내고 게임 녹화 프로그램도 켜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한 뒤에 시작해야지.

이렇게 이벤트공을 들였으니 메인 스토리도 뭔가 많이 업데이트 되었을 거 같다.

“보자, 다른 업데이트는 뭐가 있으려나.”

개발자들이 아더갓들 떡밥을 풀어 주려고 작정한 거 같은데.

다른 아더갓들 대화 이벤트는 뭐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설마 가장 많이 플레이한 아더갓 하나만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진짜 돈독이 올랐어도 DLC를 16개 발매하지, 본편을 16번 사라고 하진 않겠지. 제정신이라면.

물론 ST게임즈가 제정신이었던 때는 별로 없긴 하지만….

나는 다시 본계로 로그인했다.

로그를 읽는 연출이었으니 해페니시스로만 플레이한 부계랑은 대사가 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아더갓이 뜰까 했지만 이번에도 마더 에일루시아였다.


[마더 에일루시아: 못된 아이구나.]

[마더 에일루시아: 어머니가 말씀하시면 끝까지 들어야지.]


“와, 종료한 걸 인지하네?”

스킵도 안 되는데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 했는데.

개발자들이 제4의 벽 뚫는 연출에 진심인 모양이다.

가능충에도 진심인 것만 아니었으면 진짜 완벽했을 텐데.


[마더 에일루시아: …그 별자국은 언제 생긴 거니?]

[마더 에일루시아: 아까까지는 없었는데.]


별자국?


[SYSTEM: ‘마더 에일루시아’가 당신의 트레잇, [세 치 혀의 기적]을 인지하였습니다.]


“엥?”

계정이 다른데 어떻게 알아보는 거지.

IP가 같아서? 같은 컴으로 접속해서?

어느 쪽이든 그런 정보를 수집하는 거면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 아닌가?


[마더 에일루시아: 놀랍구나. 업적을 쌓았다니.]

[마더 에일루시아: 그것도 별이 빛나지 않는 이곳에서 말이야.]


그러면 아까 해페니시스인 척했던 개발자가 이번엔 여기로 접속했다는 건가?

IP를 추적해서 동일인인 걸 알아보고 굳이 놀려 주려고…?


[마더 에일루시아: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권유를 했는데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다른 이를 선택하다니.]

[마더 에일루시아: 사랑하는 아이야, 너는 이 어머니 품을 벗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거란다.]


아니,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거 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내가 당장 게임 시작하지 않고 NO 눌렀다고 이러나?

그래도 유저 한 명만을 위한 이벤트는 너무 수지타산이 안 맞잖아. 내가 유명 스트리머도 아니고.


[마더 에일루시아: 나는 플레이타임 1위, 누적 클리어 포인트 1위인 만큼 갖고 있는 ‘특혜’가 상당히 많거든.]

[마더 에일루시아: 클리어 포인트를 이용하면 많은 걸 할 수 있단다.]

[마더 에일루시아: 그래, 참으로 많은 것이 가능하지.]


…혹시 이거 생방송되고 있는 거 아냐?

ST게임즈라면 그럴 수도 있다.

가끔 나도 모르게 내 게임 플레이가 공식 계정에 클립으로 올라가기도 하니까.

나중에 보니 약관에 게임 플레이 데이터는 전부 수집된다고 쓰여 있었지.

이것도 일종의 게임 플레이 데이터니까 게임사에서 업데이트 홍보용 티저로 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검색창에 컨클루드, 까지 치고는 잠시 멈췄다.

자동 완성 중에 컨클루드 업데이트는 없었다.


magnifier 

[컨클루드 가능]

[컨클루드 마더]

[컨클루드 마더퍼커]

[컨클루드 마더에일루시아]

[컨클루드 19]


“시발.”

이 와중에 자동 완성 욕 나오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이 이벤트 보고 있는 거 정말 나뿐인 건가?


[마더 에일루시아: 아, 겁은 먹지 않아도 된단다.]

[마더 에일루시아: 네가 엄마를 버렸어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니까.]

[마더 에일루시아: 사랑하는 아이야.]

[마더 에일루시아: 나는 네가 누구를 선택했든, 너를 찾아낼 거란다.]

[마더 에일루시아: 그리고 너와 함께할 거야.]


“아니, 뭔데. 이 호러 연출?”

나는 게임 종료 버튼을 눌렀지만 눌러지지 않았다.

무슨 실험카메라라도 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마더 에일루시아: 하하, 그러고 보면 네가 그런 글을 썼었지.]

[마더 에일루시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랑은 ‘모성애’라고….]


“그건 VPN 켜고 썼는데….”

소름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이쯤 되니, 들 수밖에 없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대사 치고 있는 거, 설마 진짜 아더갓인가?’

나는 지금 상황이 꿈인가 싶어 손가락을 뒤로 꺾어 보았다.

그리고 그게 내가 내 몸으로 한 마지막 행동이었다.


[마더 에일루시아: 가만히 기다리렴. 아가야.]

[SYSTEM: ‘마더 에일루시아’가 당신을 강제로 다크렐름으로 소환합니다.]

[SYSTEM: ‘마더 에일루시아’가 당신에게 숨겨진 트레잇을 부여합니다.]

갓겜하다 갓됨 갓뎀! 5화

꿀푸레나무

댓글 193

ivi***
미친놈들 어쩌고 상식인인 척 욕했지만
사실은 최대 원흉이 본인이었던 것에 대하여
2023.02.15

갓겜하다 갓됨 갓뎀!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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