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과 허상 偶像与幻象
w. 지학
유진과 재영은 3분 차이로 언니 동생이 갈렸다. 빛 좀 먼저 봤다고 평생 동생한테 양보하고 평생 언니한테 대들지 말아야 한다는 억울한 규칙이다. 어차피 똑같이 생겼는데, 이름표 떼면 누가 언니인지 모를 거면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안씨네 쌍둥이 중 안재영이 언니, 안유진이 동생이란 명칭을 부여받았다. 다른 쌍둥이들은 친구처럼 반말한다는데, 나는 왜 언니라 불러야 해? 7살 유진이 가졌던 궁금증이었다. 같은 개나리반 애들 다 재영이라 부르면서 유진만 언니라 해야 했다. 엄마는 싸우지 않기 위함이라 했다. 끓인 라면 한 가닥을 나누는 거로 싸울 때, 유진은 꼬박꼬박 언니라 불렀다. 언니가 먼저 잘못했잖아. 유진은 재영을 이긴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길 수 없다. 유진이 이기기 전에 재영이 양보했다. 재영은 언니고 유진은 동생이니까. 언니가 마지막으로 양보하는 거야. 18살, 유진이 한 번 더 물었다. 언니라 안 부르면 안 돼? 넌 언니가 필요한 인간이야. 반박 채 못하고 수긍했다. 언니가 먼저 한다, 언니 거다, 언니 방 불 꺼라. 언니로 둘러 싸여 막내로 살아온 유진에게도 동생이 생겼다.
刘真和在英相差 3 分钟,姐姐和妹妹的身份就此决定。因为早出生了一点点,就要一辈子让着妹妹,一辈子不能顶撞姐姐,这真是个不公平的规则。反正长得一模一样,摘掉名牌谁也不知道谁是姐姐。刚出生的安氏双胞胎中,安在英是姐姐,安刘真是妹妹。听说其他双胞胎像朋友一样说话,为什么我就得叫姐姐?这是 7 岁刘真的疑问。同班的小朋友都叫在英的名字,只有刘真得叫姐姐。妈妈说这是为了不吵架。煮一根拉面分着吃的时候,刘真总是叫姐姐。明明是姐姐先做错了。刘真从来没赢过在英,以后也赢不了。在刘真赢之前,在英就让步了。因为在英是姐姐,刘真是妹妹。姐姐最后一次让步。18 岁,刘真又问了一次,不叫姐姐不行吗?你是需要姐姐的人。没等反驳就同意了。姐姐先来,姐姐的,姐姐关灯。被姐姐包围着长大的刘真也有了妹妹。
"안유진 언니죠?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래요."
“你是安刘真姐姐吧?老师让你去教务室。”
내가 언니? 넌 나랑 키도 비슷하고 분위기도 고3 같은데. 유진이 여자애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봤다. 흰색 명찰 장원영. 제 할 말만 하고 뒤돌아 가버렸다. 긴 머리칼이 찰랑였다. 굴곡 없이 곧은 뒤통수였다. 똑똑한가. 처음 본 장원영에게 후한 평가를 내렸다. 안재영이랑 안유진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단번에 안유진을 알아본 안목. 살면서 안녕하세요 보다 더 많이 들은 말이 "누가 재영이고 유진이야?" 인 유진에게 원영은 참신했다. 날 한 번에 알아보네. 그때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 안재영한테 갔다가 허탕치고 안유진한테 온 거 일수도 있지. 그런데 안유진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이 받은 감동과 놀라움이 사실은 착각인 걸 영원히 깨닫고 싶지 않았다. 님도 아니고. 장원영이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나 보다.
我是姐姐?你跟我身高差不多,气质也像高三。刘真看了看女孩胸前的名牌,白色名牌上写着张元英。说完自己的话就转身走了,长发飘逸,后脑勺笔直。聪明吗?第一次见到张元英就给了她高评价。安在英和安刘真长得一模一样,但能一眼认出安刘真的眼光。比起“你好”,刘真听到更多的是“谁是在英,谁是刘真?”对刘真来说,元英很新鲜。一下子就认出我了。那时是初三。可能是先找了安在英没找到,才来找安刘真。但安刘真从没这么想过。她不想永远意识到自己受到的感动和惊讶其实是误会。不是“您”,当张元英叫出她的名字时,她仿佛成了一朵花。
안유진이 장원영을 다시 만난 건 다름 아닌 유진의 집 거실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학원을 다녀온 늦은 저녁, 신발장부터 고추장 냄새 폴폴 풍겨왔다. 언니. 나도 한 입만. 매끈한 마룻바닥 흰 양말로 누비다 미끄러졌다. 벌러덩. 바닥에 등이 딱 붙었다. 유진이 지나간 바닥엔 광택이 났다. 웃었지. 그럼 한 입만. 재영의 답을 기다렸다. 네가 해 먹으라고 단호하게 복식호흡 해야 하는데. 재영의 잔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유진이 곁눈질로 거실 책상을 봤다. 두 포크가 허공에 떠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安宥真再次见到张员瑛是在宥真的家客厅里。那时她们是高二学生。那天晚上宥真从补习班回来,鞋柜那边飘来一股辣椒酱的味道。姐姐,我也要吃一口。她穿着白袜子在光滑的地板上滑了一下,摔倒了。她的背紧贴在地板上,宥真经过的地方闪闪发光。她笑了。那就吃一口吧。她等着在英的回答。你应该自己做着吃,她坚定地说。宥真没有听到在英的唠叨。她斜眼看了看客厅的桌子。两把叉子悬在空中。时间仿佛静止了。
"어딜 내놔도 쪽팔린 내 동생이야. 인사해."
“这是我到哪儿都丢脸的弟弟。打个招呼吧。”
재영이 등을 돌렸다. 쯧쯧. 찬 바닥에 누워있으면 입 돌아간다. 혀를 끌끌 찼다. 고추장 냄새보다 혀소리가 더 강력했다. 원영만이 배를 까뒤집고 있는 유진을 보고 있다. 포크질이 재개될 기미가 안보였다. 유진이 일어섰다. 체육복 바지를 털었다. 맛있게 드세요. 먼지가 날렸다. 상의가 바지에 끼인 것도 모르고 뒤를 돌았다.
在英转过身。啧啧,躺在冷地板上会嘴歪的。她咂了咂舌头。辣椒酱的味道不如她的舌头声强烈。只有员瑛在看着翻着肚子的宥真。没有迹象表明叉子会重新动起来。宥真站了起来,拍了拍运动裤。请慢用。灰尘飞扬。她转过身,连上衣卡在裤子里都没注意到。
"먹고 들어가. 개맛있게 만들었는데." 吃吧。我做得很好吃。
"언니도 드세요." 姐姐也吃吧。
몸이 뻣뻣하게 돌았다. 기름칠이 시급했다. 그럼. 같이. 먹을까요. 목소리까지 떨렸다. 갓 태어난 소도 이렇게 안 걷는데. 용케 책상에 앉았다. 포크 하나를 건네받았다. 유진이랑 원영이랑 처음 보는 건가? 아니. 저번에 심부름 때문에 한 번 봤어. 쩝. 원영의 말에 막혀 입맛만 다셨다. 그럼 너네도 친구 해. 내 친구가 안유진 친구야. 그럴까요 유진언니? 유진은 한마디 하고 싶었다. 그걸 왜 (언)니 멋대로 정해. 또 원영이 빨랐다. 하는 수 없이 그러자고 했다. 유진의 첫 동생이 생겼다. 자의가 아니었다. 떡과 어묵을 포크로 찍었다. 떨지 않고 포크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身体僵硬地转动着。急需润滑。那就。一起。吃吧。声音都在颤抖。刚出生的小牛也不会这样走。好不容易坐在了桌子旁。接过了一把叉子。是第一次见到宥真和元英吗?不。上次因为跑腿见过一次。啧。被元英的话堵住了,只能咽了咽口水。那你们也做朋友吧。我的朋友就是安宥真的朋友。可以吗,宥真姐姐?宥真想说一句。那为什么要(姐)你擅自决定。元英又快了一步。无奈之下只好答应了。宥真有了第一个妹妹。不是自愿的。用叉子戳了戳年糕和鱼饼。成功地举起了叉子,没有颤抖。
"원영이가 챙겨줘야겠다. 쟤 봐. 다 묻히는 거."
元英应该照顾她。你看她,弄得一团糟。
"성격은 정반대인가 봐요?" 性格完全相反吗?
"생긴 것도 반대야." 长相也相反。
어디가 똑같이 생겼어. 안재영은 짧은 머리고 난 긴 머리잖아. 안재영은 앞머리가 없고 난 있고. 난 목에 점도 있어. 또 난 이마에 상처도 있고. 앞머리 한 번 까? 유진이 욱하려던 마음을 눌렀다.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긴장한 탓에 입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 이유식을 다 먹은 어린이 입가가 됐다. 어이구. 유진이는 재영이 없으면 어쩌지. 우쭈쭈. 재영이 티슈 두장을 뽑았다. 입술을 잔뜩 내밀었다. 유진이는 언니 없으면 어떡하냐. 치워라. 내가 할 수 있어. 재영에게서 티슈를 뺏었다. 재영이 픽 웃었다. 웃음을 참을 거면 끝까지 참던가 어깨춤이 난리부르스다. 안유진도 장원영 앞에선 언니였다. 어깨에 힘을 줬다. 원영이 여분의 티슈를 건넸다. 언니, 볼에도 묻었어요.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켰다. 안유진은 영 위치를 못 잡았다. 유진이 일어섰다. 약속 있는 걸 깜빡했네. 나 가야겠다. 둘이 맛있게 먹어. 약속은 무슨, 있어도 이 늦은 시간에. 아직 따끈한 신발을 신었다. 볼에는 여전히 소스가 묻어있다. 재영과 원영은 말리지 않았다. 볼에 소스는 아껴둔거지? 어디 가서 놀림받지 말고. 꼭 놀렸어야 속이 후련했냐. 유진이 재영의 신발 앞꿈치를 밟았다. 흰색 에어포스였다. 그날 유진은 종일 놀이터 그네에 앉아있었다. 발이 질질 끌려도 두 손에 줄을 꼭 쥐었다. 원영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
哪里长得一样。安宰英是短发,我是长发。安宰英没有刘海,我有。我脖子上还有颗痣。我额头上还有伤疤。要不要把刘海掀起来?宥真压下了想发火的心情。说话不重要。因为紧张找不到嘴的位置。像吃完辅食的小孩嘴边都是。哎呦。宥真没有宰英怎么办。哄哄。宰英抽了两张纸巾。撅起了嘴。宥真没有姐姐怎么办。收拾吧。我能行。从宰英手里抢过纸巾。宰英笑了。要是忍住笑就彻底忍住,肩膀抖得像跳舞。安宥真在张元英面前也是姐姐。肩膀用力。元英递过多余的纸巾。姐姐,脸颊上也有。用手指指了指自己的脸。安宥真还是找不到位置。宥真站起来。忘了有约了。我得走了。你们俩好好吃。什么约,这么晚了还约。还穿着暖和的鞋。脸颊上还是有酱。宰英和元英没有阻止。脸上的酱是留着的吗?别出去被人笑话。非得嘲笑才舒服吗。宥真踩了宰英的鞋尖。是白色的 Air Force。那天宥真一整天都坐在游乐场的秋千上。脚拖着地,但双手紧紧抓住绳子。等到元英走了。
[갔어?] [走了吗?]
[ㅇㅇ 들어와] [嗯嗯,进来吧]
[ㅇㅋ]
어우 뻐근해. 구겨진 종이뭉치를 펼치듯 기지개를 켰다. 배고파 죽을 거 같애. 떡볶이 한 입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으니 꼬르륵 거리는 배의 소리는 당연했다. 유진이 우당탕탕 현관문을 열었다.
哎呀,真僵硬。像展开皱巴巴的纸团一样伸了个懒腰。饿得快要死了。因为连一口炒年糕都没吃好就逃了出来,肚子咕咕叫是理所当然的。宥真哐当一声打开了玄关门。
"약속이 한 시간만에 끝나나 보다?"
“约会一个小时就结束了吗?”
"언니 저 갈게요" 姐姐,我走了
유진을 맞이한 건 흰색 에어포스를 신은 장원영이었다. 안재영 진짜. 앞코가 거무튀튀해진 원영의 신발에 눈길이 갔다. 나 어떡해. 몰래 신발 훔쳐다 닦아줘야 하나. 안재영 에어포스는 어디다 뒀냐고. 원영에게 손배웅을 했다. 잠금장치가 잠겼다. 문에 달린 종소리가 아직 울린다.
迎接刘珍的是穿着白色 Air Force 的张元英。真是的,安在英。她的目光落在元英前端已经变黑的鞋子上。我该怎么办?要偷偷把鞋子拿去擦干净吗?安在英的 Air Force 放哪了?她向元英挥手告别。锁已经锁上了。门上的铃声还在响。
언니. 미쳤어? 갔다며. 재영의 코 앞에 핸드폰 밝기 최대로 올린 카톡방을 들이밀었다. 재영의 코가 액정에 눌렸다. 잔뜩 찌그러졌다. 물러날 낌새가 없었다. 누를 테면 눌러봐라. 유진은 또 졌다. 핸드폰을 거뒀다. 집에 친구 데리고 올 거면 나한테 연락 좀 해. 연락했어. 네가 안 본 거지. 부재중 한 통이 그 연락이었다. 문자로 용건을 말해야지. 이미 집에 욌는 걸 어떡해. 재영이 다육이를 만졌다. 너는 말을 하거라, 난 다육이를 보련다. 지가 교장도 아니고. 유진이 신발장에서 사라졌다. 방 문이 닫혔다. 문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방문 왜 이래. 고작 한다는 변명이 방문 타령이었다. 왜, 바람이 닫았다고 하지. 재영이 문 앞에서 유진을 긁었다.
언니。你疯了吗?说你去了。把手机亮度调到最大,推到在在宰英的鼻子前。宰英的鼻子被屏幕压扁了。完全没有退让的意思。你要按就按吧。宰英又输了。收回了手机。如果要带朋友回家,至少通知我一下。通知了,是你没看。未接来电就是那个通知。应该用短信说清楚。已经到家了怎么办。宰英摸了摸多肉植物。你说你的,我看我的多肉。又不是校长。宰英从鞋柜前消失了。房门关上了。关门声在房子里回荡。为什么关门。唯一的借口就是关门。怎么,不说是风关的吗。宰英在门前挠了挠。
"또 보네요?" “又见面了?”
그러네. 또 보네. 왜 또 볼까. 분명 미리 얘기하라 했는데. 말을 좀 해보지. 유진이 재영을 빤히 쳐다본다. 유진과 재영의 사이에 원영이 껴있다. 눈빛을 곧장 거뒀다. 팔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좋았을 텐데. 등 뒤로 뒤통수 한 대 갈기게. 유진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어쩌다 셋이 함께 등교를 하게 됐다.
"원영이 맞은편 아파트에 산대." “元英住在对面的公寓里。”
"제가 재영 언니한테 같이 등교하자고 했어요."
“我让在英姐姐一起上学的。”
봤지? 쟤가 먼저 하자고 했어. 재영은 억울하다고 눈썹을 찌푸렸다. 눈썹이 자유분방해 여러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놀릴 땐 한쪽 눈썹만 올리고 원하는 게 있을 땐 눈 끝을 축 내린다. 지금은 억울해서 눈썹끼리 모였다. 둘이 가면 되지 내가 여기에 왜 있는데. 이것이 유진의 빡침 포인트였다. 초등학생 때만 같이 등교하고 중학생 때부터는 같이 등교한 적이 없다. 일란성쌍둥이는 주목을 불러온다. 이목을 끌고. 함께 길을 걸으면 원하지 않는 눈길을 받았다. 다행히 고등학생이 되면서 재영이 머리를 잘랐다. 짧은 단발머리가 어울렸다. 나도 어울리려나. 유진이 제 머리칼을 한 번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관뒀다. 또다시 같아질 필요가 없었다. 머리 스타일도, 옷 스타일도, 성격도 정 반대인 재영과는 부딪힐 일도 없었다. 다른 반이라 지나가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정도. 쉬는 시간에 유진은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할 때 재영은 복도를 뛰어다녔다. 무법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이웨이 안재영과 조용하고 수줍음 많을 거 같은 장원영과의 등교라니. 그 사이에 안유진이라니. 유진이 생각하기에 우리 세 명의 조합은 김치피자탕수육도 아니었다.
看到了吗?是她先提出来的。在英感到委屈,皱起了眉头。她的眉毛很自由,可以做出各种表情。开玩笑时只抬一边眉毛,有需求时眼角会垂下来。现在因为委屈,眉毛都聚在一起了。你们两个一起去就行了,我为什么要在这里。这是有珍生气的点。小学时还一起上学,但从初中开始就没有一起上学过。同卵双胞胎总是引人注目。走在一起会吸引不必要的目光。幸好上了高中,在英剪了头发。短发很适合她。我也适合吗?有珍看了一眼自己的头发,但很快放弃了。没有必要再变得一样了。发型、衣着风格、性格都完全相反的在英,几乎没有碰撞的机会。不同班级,偶尔在走廊上碰见。休息时间有珍和朋友们聚在一起聊天,而在英则在走廊上跑来跑去。说她是无政府主义者也不为过。和我行我素的安在英、看起来安静害羞的张元英一起上学。中间还有安有珍。有珍觉得我们三人的组合不像泡菜披萨糖醋肉。
재영에 비해 조금 더 부지런한 유진이 먼저 일어났었다. 씻고 옷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유진이 가방을 멜 때 재영이 방 밖으로 나왔다. 까치집이 자리 잡은 부산스러운 머리를 헤짚으며 3분 만에 세수를 하고, 3분 만에 옷을 갈아입고 유진의 옆에 섰다. 머리 안 감아? 머리 짧으면 자주 안 감아도 돼. 그럼 나한테 아는 척하지 마. 근 3년 만에 같이 등교하는 거였다. 화목한 등교를 바라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꼬질꼬질한 안재영을 바라지도 않았다. 나쁘진 않았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이어폰을 꺼낼 일이 사라졌다. 재영과의 시시콜콜한 장난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등교가 될 줄 알았다. 이런 깜짝 게스트는 바라지 않았다.
比在宰英更勤快一点的宥真先起床了。洗漱完毕,穿好衣服,准备出门。当宥真背上包时,宰英从房间里走了出来。他揉了揉乱糟糟的头发,三分钟内洗了脸,三分钟内换了衣服,站在宥真旁边。你不洗头吗?头发短的话不用经常洗。那就别跟我装熟。近三年来第一次一起上学。虽然没指望和睦地上学,但也没指望邋遢的安宰英。也不算坏。放在口袋里的耳机不用拿出来了。虽然没期待和宰英打打闹闹,但也以为会是不错的上学之旅。没想到会有这样的意外嘉宾。
보디가드네. 좌유진과 우재영은 등굣길을 압도했다. 치마 주머니에 손 쿡 찔러 넣고 성큼성큼 팔자걸음으로 걷는 안재영. 간도 크지 위아래 전부 체육복 입은 안유진. 그리고 그 사이 장원영. 다 들린다 이것들아. 생각보다 안 닮았다, 생각보다 닮았다 하나만 해. 둔하디 둔한 재영의 귀에도 들렸다. 교문을 통과하기 전, 재영이 멈춰 섰다. 원영과 유진의 걸음도 덩다라 멈췄다. 왜 멈췄지? 이유를 찾았다. 재영이 뒤를 돌아 성큼성큼 걸었다. 팔짱 낀 여학생 둘의 앞에 섰다. 쟤 또 사고 치지. 말려야 했다. 안재영의 과거. 류현진 따라 해본다고 인형 던졌다가 복도 창문 깨기. 칠판에 작품을 새기겠다고 가지고 놀다 떨어져서 칠판 깨기, 친구랑 팔씨름하다가 친구 손톱 깨기. 안재영은 저 여자애들의 머리를 깰지도 모른다. 참아. 참아 제발. 비탈길에 신발이 끌리든 말든 급히 내려갔다.
保镖呢。左有珍和右在英在上学的路上气势逼人。把手插在裙子口袋里,大步流星地走着的安在英。胆子也不小,上下全穿着运动服的安有珍。然后是夹在中间的张元英。都听到了,这些家伙。比想象中不像,比想象中像,选一个吧。连迟钝的在英也听到了。在通过校门之前,在英停下了脚步。元英和有珍的脚步也跟着停了下来。为什么停下来了?找到了原因。在英转身大步走了回去。站在两个抱着胳膊的女学生面前。那家伙又要惹事了。必须阻止。安在英的过去。模仿柳贤振扔玩偶,结果打破了走廊的窗户。说要在黑板上刻作品,结果玩着玩着掉下来打破了黑板,和朋友掰手腕,结果弄断了朋友的指甲。安在英可能会打破那两个女孩子的头。忍住。忍住,拜托了。鞋子在斜坡上拖着也无所谓,急忙跑了下去。
"얘랑 나랑. 닮았어?" “我和他。像吗?”
안유진이 잡은 건 분명 안재영의 어깨였다. 반대로 안재영이 잡은 건 안유진의 두 볼이다. 안유진 보다 조금 큰 손으로 턱을 감싸 볼을 꾹 눌렀다. 야, 놔. 뭐 하냐. 얼굴을 빼낼 수 없었다.
安宥真抓住的确实是安宰英的肩膀。相反,安宰英抓住的是安宥真的两颊。用比安宥真稍大的手捧住下巴,紧紧地按住了脸颊。喂,放开。你在干什么。脸无法抽出来。
"닮은 거 같아?" “看起来像吗?”
"살짝..." "稍微..."
"누가 더 예쁜 거 같아. 뭐? 나라고? 사람 보는 눈이 참 좋네. 이거 먹어."
"你觉得谁更漂亮?什么?你说是我?你真有眼光。吃这个。"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풍악도 울리지 그래. 재영이 제티 두 개를 건넸다. 우유 급식 안 하는 18살에게 제티가 뭐냐고. 드디어 풀려났다. 재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 멀리 제 친구에게 달려갔다. 매달리고 안기고 난리가 났다. 유진과 원영은 그렇게 버려졌다. 유진이 멋쩍은 듯 웃었다. 언니가 좀... 이상하죠. 그게 매력이죠. 50미터 채 안 남은 건물까지 무슨 얘기를 꺼낼까. 학업 얘기? 연애 얘기? 취미? 관심사? 다 필요 없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원영이 꾸벅 인사를 건넸다. 혼자 성큼성큼 정문을 통과해 버렸다. 유진은 또 버려졌다. 어색하지 않아도 되고. 좋네. 가방끈을 졸라맸다. 세명이 출발했는데 교문을 통과하는 건 한명이다.
他一个人敲锣打鼓。也不放点音乐。宰英递给了他两个杰蒂。18 岁不喝牛奶的人要杰蒂干嘛。终于解脱了。宰英轻快地跑向远处的朋友。抱在一起,闹成一团。宥真和元英就这样被抛下了。宥真尴尬地笑了笑。姐姐有点……奇怪吧。这就是她的魅力。离 50 米不到的建筑物还有什么话题可以聊呢。学业?恋爱?兴趣?爱好?都不需要。那么再见。元英鞠了一躬,打了个招呼。独自大步穿过正门。宥真又被抛下了。不尴尬也挺好。不错。紧了紧书包带。三个人出发,穿过校门的只有一个人。
재영은 선을 잘 지킨다. 유진을 놀리지만 그건 딱 두 번까지다. 괜히 아부와 아첨으로 우리 동네 마당발이 된 게 아니다. 재영에 비해 예민한 유진의 선을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 3명의 등교는 당일 깜짝 이벤트 이후로 끝이 났다. 유진은 꾸준히 혼자 등교한다. 체육복 안 걸리려고 오전 7시에. 8시 10분쯤 재영의 반으로 갔다. 교실과 복도 사이 경계에서 멈췄다. 화장을 하지 않는 유진의 가방에 있으면 안되는 게 있었다. 몇 안 되는 친구 한 명을 불렀다. 이 친구마저 안재영의 친구지만. 안재영 좀 불러주라. 친구가 아니었으면 평생 퍼질러 자고 있을 안재영을 일으켰다. 언니 화장품을 내 가방에 왜 넣어. 얼마나 무겁던지. 안에 든 브러시만 해도 우유 하나 무게였다. 땡큐. 이제 가도 돼. 손을 흔들었다. 아오. 언니라고 꼬박꼬박 부르는 안유진이 할 수 있는 반항은 아무것도 없었다.
在宰英很会把握分寸。他会捉弄宥真,但那也只限于两次。宰英之所以成为我们社区的交际花,并不是靠阿谀奉承。他清楚地知道比他敏感的宥真的底线。三人一起上学的日子在那次突如其来的事件后就结束了。宥真坚持一个人上学。为了不被发现穿着运动服,他早上七点就出门。大约八点十分,他去了宰英的班级。在教室和走廊的交界处停下。宥真的包里有不该有的东西,因为他不化妆。他叫了一个不多的朋友之一。虽然这个朋友也是安宰英的朋友。叫安宰英出来一下。如果不是朋友,安宰英可能一辈子都在睡懒觉。为什么把姐姐的化妆品放在我包里。多重啊。光是里面的刷子就有一盒牛奶那么重。谢谢。现在可以走了。挥了挥手。哎。被叫姐姐的安宥真能做的反抗什么都没有。
"안유진!!!!!!!!!!" "安宥真!!!!!!!!!!"
교실이 떠내려가나 했다. 앞 문이 덜컥 열렸다. 아직 선생님이 수업 중이신데. 어, 죄송합니다. 다시 문이 닫혔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빵 터졌다. 재영이 때문에 수업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유진이 찾나 본데.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나가자 다시 한번 재영이 유진을 불렀다. 왜. 책상에서 필통이 떨어져도 재영의 입을 막는 것이 중요했다. 유진이 교실 밖을 나왔다. 그 찰나에 식은땀을 흘렸다.
教室好像要漂走了。前门突然打开了。老师还在上课呢。哦,对不起。门又关上了。班里的孩子们和老师都笑了起来。因为在宰英的缘故,课只能上到这里了。好像是在找宰英。羞愧得抬不起头来。老师出去后,宰英又一次叫了宰英。为什么。即使是铅笔盒从桌子上掉下来,阻止宰英的嘴巴也是很重要的。宰英走出了教室。在那一瞬间,他冒出了冷汗。
"체육복 벗어봐." “脱掉运动服。”
"왜." “为什么。”
"빌리자." “借给她。”
"왜." “为什么。”
"원영이가 체육복 깜빡했다고 빌려달래." “元英忘记带运动服了,想借一下。”
"언니도 있잖아." “你也有姐姐啊。”
"없어. 깜빡함." “没有。忘了。”
"오늘 체육 있는 거 아니야?"
“今天不是有体育课吗?”
"그 때 아플 예정이라 괜찮음."
“那时候我会生病,所以没关系。”
나 이거 벗으면 교복 입어야 돼. 입으면 되지. 입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유진이 너무 어색하다 못해 견뎌하질 못한다. 유진이 제 옷을 꼭 쥐었다. 내 옷이 없으면 혼날 텐데. 그럼 나는. 미련이 뚝뚝 흘렀다. 반 강제로 만세를 했다. 재영이 유진의 윗옷을 벗겼다. 바지도 여기서 벗겨? 기다려봐. 사물함에 넣어둔 교복을 꺼냈다. 유진의 손에 들린 교복을 본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我如果脱掉这个就得穿校服。穿上就行了。穿上没问题,但宥真太不自在了,简直无法忍受。宥真紧紧抓住了我的衣服。如果没有我的衣服会被骂的。那我呢。留恋之情溢于言表。半强制地举起了双手。宰英脱掉了宥真的上衣。裤子也在这里脱吗?等一下。从储物柜里拿出了校服。看到宥真手里拿着校服的学生们开始窃窃私语。
재영에게 탈탈 털렸다. 체육복도 털리고 멘탈도 털리고. 치마를 입은 저가 어색해 탈의실 안에서 한동안 나오질 못했다. 곧 수업인데. 수업 종소리가 울려 억지로 끌려나왔다. 자세가 불편했다. 신발 신은 강아지처럼 행동했다.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마다 유진에게 말을 걸었다. 어쩐 일로 유진이가 교복을 입었어. 해가 서쪽에서 떴나. 분명 체육시간은 딱 1시간일 텐데 유진의 체육복은 3시간째 돌아오질 않았다.
在宰英面前被彻底打败了。运动服被抢走了,精神也被击垮了。穿着裙子的自己感到很别扭,在更衣室里待了好一会儿都没出来。马上就要上课了。上课铃响了,被迫拉了出来。姿势很不舒服,像穿了鞋子的狗一样行动。每一位进教室的老师都和宥真说话。宥真怎么穿上了校服?太阳从西边出来了吗?明明体育课只有 1 小时,但宥真的运动服已经 3 小时没回来了。
유진은 야자를 하지 않는다. 대신 요리 학원을 다닌다. 진작에 공부는 내 길이 아님을 알았다. 여기저기 손 담가보다 결국 적성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재미라도 있는 요리를 배워보기로 했다.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에 갈 생각이었다. 이 꼴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유진이 가방을 쌌다. 내일 보자는 친구들의 인사에 교복 입으라는 말이 끼여있었다. 사물함을 지나쳐 뒷문을 열었다. 안재영 어떻게 조지지. 이런 생각 따위를 했다.
尤金不参加晚自习。相反,他去上烹饪学校。他早就知道学习不是他的路。他尝试了各种事情,但最终没有找到自己的天赋。于是他决定学习至少有趣的烹饪。放学后,他打算直接去学校。以这种状态根本不可能。尤金收拾了书包。在朋友们说“明天见”的告别中,还夹杂着让他穿校服的话。他走过储物柜,打开了后门。想着怎么对付安在英。
"늦어서 죄송해요. 수업 때문에." "对不起,我迟到了。因为上课。"
이렇게까지 줄 필요는 없었는데. 종일 열 내던 마음이 땀 흘리고 있는 원영의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 누가 봐도 체육복 전해주려고 1층에서 3층을 뛰어왔다. 내 체육복을 받는 건데 어쩐지 고맙게 느껴졌다. 원영이 유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앞머리가 잔뜩 헝클러 져 있었다. 볼에 붙은 옆머리카락을 때주어야하나. 이건 유진의 방식이 아니었다. 재영의 방식이다.
这样做没有必要。整天发火的心在满头大汗的元英面前变得无比渺小。谁看都知道是为了送体育服从一楼跑到三楼。虽然是拿自己的体育服,但不知为何感到很感谢。元英向有真点了点头。刘海乱糟糟的。要不要把贴在脸颊上的头发弄开呢。这不是有真的方式。这是在英的方式。
"집 가?" “回家吗?”
"네. 이제 가려구요." 是的。现在要走了。
"같이 갈래?" 一起走吗?
"저 가방 두고 왔는데."
我把包忘在那儿了。
체육복 때문에 급하게 올라온 거니까. 유진이 머리를 긁었다. 예의상 한 말이었다. 어색하겠네. 받은 체육복을 가방 안에 넣었다. 지퍼가 덜 잠겼다. 원영의 걸음을 쫓았다. 1층 복도 끝이 원영의 반이었다. 생각보다 야자를 안 하는 애들이 많았다. 바쁜 걸음으로 하교하는 1학년들이 꽤 있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원영의 반으로 갔다. 잠시만요. 유진을 앞에 세워두었다. 유진의 눈에 신발장이 들어왔다. 텅 빈 신발장에 딱 한 켤레. 흰색 에어포스. 유진이 밟은 거. 잘됐다. 지퍼를 열었다. 손을 넣어 이리저리 휘저었다. 물티슈가 이쯤에 있었는데. 손에 걸렸다. 복도 창문으로 원영의 눈치를 쓱 한 번 보고 두 장 뽑았다.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신발도둑으로 오해받아 마땅했다. 아이씨. 왜 안 지워져. 검지로 박박 닦았다. 바람도 불어봤다. 아무리 문질러도 흰 물티슈에 묻어 나오는 건 없었다. 검은 때가 사라지지 않았다.
因为是因为运动服急着上来的。尤金挠了挠头。这是出于礼貌说的话。会很尴尬吧。把收到的运动服放进包里。拉链没完全拉上。追上了元英的脚步。元英的班级在一楼走廊的尽头。比想象中不参加晚自习的孩子多了很多。有不少一年级的学生匆忙放学。在他们之间挤过去,到了元英的班级。稍等一下。把尤金站在前面。尤金的眼睛看到了鞋柜。空荡荡的鞋柜里只有一双鞋。白色的 Air Force。尤金踩到的。太好了。拉开拉链。把手伸进去四处翻找。湿巾应该在这里。手碰到了。通过走廊的窗户偷偷看了一眼元英,抽出了两张。尽量蜷缩着身体。被误认为是偷鞋贼也是理所当然的。哎呀。怎么擦不掉。用食指使劲擦了擦。还吹了吹。不管怎么擦,白色湿巾上都没有沾上什么。黑色的污渍没有消失。
"거기서 뭐해요?" “你在那儿干什么?”
툭. 물티슈가 바닥에 떨어졌다. 범행현장이 들켰다. 범인이 얼빠졌다. 범행 시인이라도 해. 근데 걔는 그런 거 할 줄 몰랐다. 손가락으로 운동화만 가리키고 어버버거렸다. 아, 언니예요? 원영이 유진에게 다가왔다. 유진이 뒷걸음을 친다. 도둑이 제발 저려 뒷걸음을 친다.
啪嗒。湿巾掉在地上。犯罪现场被发现了。罪犯愣住了。就算是承认犯罪吧。但那家伙不会做那种事。只是用手指指着运动鞋,结结巴巴地说不出话来。啊,是姐姐吗?元英走向宥真。宥真往后退。贼心虚地往后退。
"언니가 밟았어요?" “是姐姐踩的吗?”
"저번에 집에서...." “上次在家里....”
"그게 언젠데." “那是什么时候。”
"미안... 새로 사줄게" “对不起……我会重新买一个给你。”
유진이 두 손을 모았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같이 하교해야 하는데. 최악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신발 낙인찍은 사람과 피해자의 하교. 재영이 있었다면 편의점에서 팝콘을 사 왔을 게 뻔했다. 괜찮아요. 원래 더러웠어요. 원래 안 더러웠는 걸 아는데. 원영이 사양을 해도 유진의 마음이 무거웠다. 갑자기 적막이 도는 복도가 원망스러웠다. 죄인의 발걸음은 소리도 컸다.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원영의 귀에 거슬릴까 봐.
尤真双手合十。即使有十张嘴也无话可说。明明应该一起放学的。最糟糕的气氛形成了。鞋子被踩的人和受害者一起放学。如果在宰英在的话,肯定会去便利店买爆米花。没关系。原本就脏。明明知道原本不脏。即使元英拒绝,尤真的心情也很沉重。突然变得寂静的走廊让人心生怨恨。罪人的脚步声也很大。踮着脚走。怕吵到元英的耳朵。
"언니 교복 입으니까 예쁘네요." “姐姐穿上校服真漂亮。”
"고마워..." “谢谢...”
"자주 입어요." “经常穿。”
네가 날 얼마나 자주 봤다고. 그리고 얼마나 자주 볼 거라고 교복을 입으래. 돌아간 치마를 고쳤다. 원영도 교복이라 느낌이 이상했다. 교복을 입은 것도 이상한데, 원영과 하교라니. 오죽하겠어. 재영이 있었어야 했다. 유진과 원영 주위를 맴돌며 침묵에 경멸을 표했을 것이다. 지금 이 둘에겐 재영이 없다. 침묵이 계속 이어졌다. 눈알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진만 이 상황이 어색했다. 언 듯 본 원영의 얼굴은 평온했다.
你见过我多少次。还说以后会见我多少次,叫我穿校服。她整理了一下转过来的裙子。元英也觉得穿校服很奇怪。穿校服已经很奇怪了,更别说和元英一起放学了。真是难以想象。应该有在英在才对。他会在悠真和元英周围徘徊,默默地表示轻蔑。现在这两个人身边没有在英。沉默持续着。可以听到眼珠转动的声音。只有悠真觉得这种情况很尴尬。偶然看到的元英的脸很平静。
"요리 학원 다닌다던데. 맞아요?" “听说你在上烹饪学校。是吗?”
"응. 근데 오늘은 안 가." “嗯。不过今天不去。”
"왜요?" “为什么?”
그야 너가 체육복을 늦게 줄 줄은 몰랐으니까.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因为我不知道你会迟到运动服。这是一个不能说的秘密。
"집 가서 밥이나 먹으려고." “回家吃饭吧。”
"저 놀러가도 돼요?" “我可以去玩吗?”
"왜...?" “为什么...?”
거기서 왜가 나왔다. 사회성 부족한 안유진. 안재영의 평생 놀림거리였을 텐데. 이 진귀한 광경을 보지 못한 것이 안재영의 가장 큰 한이었다. 유진은 제가 말해놓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这时传来了“为什么”。社交能力不足的安宥真。这本该是安在英一生的笑柄。没能看到这珍贵的场景是安在英最大的遗憾。宥真说完后用手捂住了自己的嘴。
"싫으면 말구요." “如果不喜欢的话就算了。”
"아냐, 와. 내가 밥 해줄게." 아냐, 와. 내가 밥 해줄게.
밥 해 줄게. 밥 해 줄게 하니까 이상했다. 안유진이 하니까. 집에 뭐가 있더라. 밥 있나. 반찬 있었나. 안유진 머리는 이미 재료들로 잠식당했다. 장원영이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들렸다. 대화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주고받는 것이 대화다. 안유진은 두 명의 대화를 혼자 다 하고 있다. 볶음밥 해줄까? 아 그건 별론가. 너 기름진 거 싫어하려나. 김치찌개? 너무 보통 음식인가? 장원영은 꾸준히 좋고 싫음을 표했는데 안유진이 다 씹어먹었다. 혼자만의 세상에 빠졌다. 원영이 신발 앞코를 툭툭 쳤다. 함께 하교하는데도 외로웠다.
밥 해 줄게. 밥 해 줄게 하니까 이상했다. 안유진이 하니까. 집에 뭐가 있더라. 밥 있나. 반찬 있었나. 안유진 머리는 이미 재료들로 잠식당했다. 장원영이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들렸다. 대화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주고받는 것이 대화다. 안유진은 두 명의 대화를 혼자 다 하고 있다. 볶음밥 해줄까? 아 그건 별론가. 너 기름진 거 싫어하려나. 김치찌개? 너무 보통 음식인가? 장원영은 꾸준히 좋고 싫음을 표했는데 안유진이 다 씹어먹었다. 혼자만의 세상에 빠졌다. 원영이 신발 앞코를 툭툭 쳤다. 함께 하교하는데도 외로웠다.
들어와. 아, 이거 신어. 손님용 슬리퍼를 꺼냈다. 바닥 시려울 테니까. 소파에서 티비 보고 있으면 금방 저녁 만들게. 제가 도와줄 건 없어요? 없는데. 네.... 원영이 시무룩해한다. 작은 거라도 찾았어야 했나. 도저히 시킬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작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양파 썰다 손가락이 4개가 되면 어떡해. 부엌에 들이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원영은 티비를 틀었다. 재밌는 것들은 죄다 10시부터 시작한다. 라디오처럼 틀어놓았다. 집 구경이라도 할까. 거실에 발자국을 찍고 다녔다. 재영의 방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방문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에. 재영을 닮아 벽에는 잡다한 포스터들이 붙어있고 책상 위는 각 분야별 굿즈들이 제 쓰임새를 하고 있다. 옷도 딱 재영의 스타일이다. 캐주얼. 유진의 방이 궁금해졌다. 언니 방 구경해도 돼요? 응. 응? 뭐라고?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물이 엎질러졌다. 아씨. 방청소 하고 나왔었나.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 계란이 익다 말았다.
进来。啊,穿这个。拿出了客人用的拖鞋。因为地板会冷。在沙发上看电视,我很快就会做晚饭。需要我帮忙吗?不用。嗯....元英闷闷不乐。是不是应该找点小事给她做。实在想不出能让她做什么。用那双小小的像蕨类植物一样的手切洋葱,万一手指变成四根怎么办。觉得不让她进厨房是对的。元英打开了电视。有趣的节目都从十点开始。像收音机一样开着。要不要参观一下房子。她在客厅里留下了脚印。她对在宰英的房间很熟悉。因为房门大开着。墙上贴满了各种各样的海报,书桌上各个领域的周边物品各司其职。衣服也完全是宰英的风格。休闲风。她对宰英姐姐的房间产生了好奇。可以参观姐姐的房间吗?嗯。嗯?什么?不由自主地回答了。水洒了。哎呀。是不是刚打扫完房间。关掉了煤气灶。鸡蛋还没熟。
"언니 방 되게 깨끗하다. 언니랑 방이랑 똑같아요."
“姐姐的房间真干净。姐姐和房间一模一样。”
아, 어제 빨래 돌렸지. 안 돌렸다면 침대에 널부러져 있었겠지. 유진이 땀을 뻘뻘 흘렸다. 불 앞에 있으니까 좀 덥네. 손으로 부채질을 연신 해댔다. 생각해보니까 옷도 안 갈아입고 요리를 했다. 아직도 교복이었다. 정말 불편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알아채지 못했다. 장원영을 먹인다. 만족시킨다. 이 목표에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언니, 방이 너무 썰렁해요. 나중에 무드등이라도 선물해 줘야겠다. 한적한가. 재영에 비하면 그런 편이다. 아! 계란프라이. 유진이 방 밖을 뛰쳐나갔다. 잔열에 거의 다 익었다. 삼겹살김치볶음밥 위에 올리고 김가루 뿌리면 끝. 원영도 유진을 따라 거실로 나왔다. 흰 쟁반에 두 개의 그릇이 책상 위에 올려졌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언니. 냄새 대박. 유진을 향해 엄지를 척 추켜올렸다. 5점 드릴게요. 맛도 안 봤으면서. 유진이 방에서 폴라로이드를 들고 나왔다. 그릇 들고 사진이라도 찍어야 하나...? 두 손으로 그릇을 만지자 아주 뜨거운 열기가 악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괜찮아? 이거 들고 있어. 찬 물컵을 건넸다. 개구리도 아니고 손가락만 죄다 데었다. 물에 한 번 씻지.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원영이 틀렸다. 그릇을 모아 음식 사진을 찍었다. 징- 검은 폴라로이드 필름이 나왔다.
啊,昨天洗衣服了。如果没洗的话,估计现在还躺在床上呢。宥真满头大汗。站在火炉前有点热,不停地用手扇风。想起来了,连衣服都没换就开始做饭了。还穿着校服呢。竟然没觉得有多不舒服。要喂饱张员瑛。要让她满意。这个目标让她全神贯注。姐姐,房间太冷清了。以后送个氛围灯吧。是不是很闲?比起在宰荣家是这样。啊!煎蛋。宥真冲出了房间。余热几乎把蛋煎熟了。放在三层肉泡菜炒饭上,撒上海苔粉就完成了。员瑛也跟着宥真走出了房间。白色托盘上的两个碗被放在桌子上。香喷喷的芝麻油味道刺激着唾液腺。姐姐,味道太棒了。员瑛对着宥真竖起了大拇指。给你打 5 分。还没尝呢。宥真从房间里拿出了拍立得。要不要拍个端着碗的照片呢?用双手碰到碗时,滚烫的热度让她发出了惨叫。没事吧?拿着这个。递给她一杯冷水。不是青蛙,只有手指被烫到了。用水冲一下吧。没那么严重。员瑛错了。她把碗摆好,拍了张食物照片。咔嚓——黑色的拍立得胶片出来了。
"너무 맛있었어요. 고깃집 볶음밥보다 더." "太好吃了。比烤肉店的炒饭还好吃。"
"과찬 아니야?" “不是太夸张了吗?”
"정말인데." “真的。”
눕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잘 먹어놓고 바로 누워버리면 안 되지. 유진과 그럴 사이도 아직 아닌 거 같고. 유진이 그릇을 치웠다. 쉬고 있어.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아냐, 손님 손에 물 묻히면 안돼. 재영언니는 늘 묻히던데. 그럼 앞치마 제가 매 드릴게요. 어어 고마워. 허리띠를 두 번이나 돌려야 했다. 허리통이 얇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방을 열었다. 눕지도 못할 거 생산적인 일이나 해볼까. 노트를 펼쳤다. 참 많이도 썼다. 종이 끝은 자주 넘긴 손지문들이 잔뜩 주름을 만들어서 붕 떴다. 일기장도 아니고 기록장도 아닌 것이 참 애매했다.
我忍住了想躺下的冲动。吃完饭马上躺下可不好。而且我和宥真还没到那种关系。宥真收拾了碗筷。你休息吧,洗碗我来。别,不能让客人沾水。可是宰英姐姐总是沾水啊。那我帮你系围裙吧。哦哦,谢谢。腰带要绕两圈。腰真细啊。水声开始响起。我打开了包。既然不能躺下,那就做点有生产力的事吧。我摊开了笔记本。真是写了很多。纸的边缘因为经常翻动而留下了许多指纹,变得皱巴巴的。既不是日记本也不是记录本,真是模棱两可。
"뭐 하고 있어?" “你在做什么?”
"그냥 생각나는 말들 끄적이고 있어요."
“只是随便写写想到的话。”
"좀 있어 보인다." “看起来挺不错的。”
"작사가가 꿈이라서." “因为我的梦想是成为作词家。”
"그럼 노래 들을 때 가사 분석하면서 들어?"
那你听歌的时候会分析歌词吗?
"음... 아뇨. 저도 노래 들을 때 멜로디를 더 흥얼거려요."
嗯……不。我听歌的时候也更喜欢哼旋律。
"그래도 멋있다." “不过还是很帅。”
"언니는 지금 뭐하는데요?" “姐姐现在在做什么?”
"나? 난 좀 부끄러운데." “我?我有点害羞。”
요리노트다. 하루동안 만들었던 음식을 폴라로이드로 찍고 일기 형식으로 써왔다. 재료. 과정. 맛. 비주얼. 4가지로. 작사가 앞에서 쓰는 음식일기는 조금 창피한 걸. 왼손으로 노트를 가렸다. 손이 커서 내용이 안보였다.
这是一本烹饪笔记。用拍立得拍下了一天中做的食物,并以日记的形式写了下来。材料。过程。味道。视觉效果。四个方面。在作词家面前写食物日记有点尴尬。我用左手遮住了笔记。手很大,内容看不见。
"그래도 오늘은 좀 특별한 음식."
不过今天有点特别的食物。
"왜요?" “为什么?”
"다른 폴라로이드는 전부 그릇이 하나인데 오늘은 두 개야."
“其他的拍立得照片里全都是一个碗,但今天是两个。”
유진이 노트를 차라락 빠르게 넘겼다. 얼핏 봐도 빼곡했다. 빨간 줄과 별표도 몇 개 그려져 있고. 유진 언니는 요리를 좋아하는구나.
유진快速翻动着笔记本。即使一眼看去也很密集。还有几条红线和星号。原来姐姐喜欢做饭啊。
앞을 보지 않아도 원영의 손움직임이 다 보였다. 막힘 없이 술술 써 내려갔다. 원영 앞에 앉아 요리 일기를 쓰긴 했는데, 벌써 다 써버렸다. 원영의 구색에 맞추어야 할 것 같아 밑에 코멘트 몇 개를 더 달았다. 그릇이 두 개인 이유. 요리를 제공받은 시식자는 매운 걸 잘 못 먹는다는 특징. 물을 세컵이나 마셨다는 특이점.
即使不看前方,也能看到元英的手在动。她流畅地写了下来。我坐在元英面前写烹饪日记,但已经写完了。为了配合元英的风格,我在下面又加了几条评论。为什么有两个碗。品尝菜肴的人不太能吃辣。喝了三杯水的特点。
"술술 잘 쓴다." “写得很好。”
"그러게요. 영감이 막 오네." “是啊。灵感突然来了。”
"영감을 어디서 받는데?" “你从哪里获得灵感?”
"순간순간 끌리는 것 들에서 받아요."
“从每一个瞬间吸引我的事物中得到灵感。”
"어렵다..." “好难啊……”
"전 요리가 더 어려운데."
“我觉得做饭更难。”
유진은 결국 누워 버렸다. 거실을 긴 다리와 팔로 점유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원영이랑 집에서 만났던 날 생각난다. 다리와 팔만 모으면 아주 똑같다. 먹고 누우면 소 된다는데, 원영이가 예쁜 건 유혹을 이겨낸 인간이라 서겠지. 난 소다 소. 소가 되련다. 눈을 감았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끊어서 리듬타는 걸 보니 재영이었다.
尤金最终躺下了。他用长腿和手臂占据了客厅。这样一来,他想起了那天在家里和元英见面的情景。只要把腿和手臂合在一起,就完全一样。有人说吃完就躺下会变成牛,但元英这么漂亮,大概是因为她能抵挡住诱惑吧。而我就是牛,牛就牛吧。他闭上了眼睛。时间无情地流逝。听到了有人在按门锁密码的声音。听那断断续续的节奏,应该是宰英。
"너네 뭐하고 있었냐?" “你们在干什么?”
"밥 먹고 쉬는 중."
“吃完饭休息中。”
"둘이?" “两个?”
"응." “嗯。”
"와. 내가 이어주긴 했지만 그림이 어색하네."
“哇。虽然我把它们连起来了,但画面还是很别扭。”
"언니. 꼬라지가 왜 그래." “姐姐。你怎么这个样子。”
"동생아. 언니한테 꼬라지가 뭐니."
“弟弟。你对姐姐的态度是什么。”
오다가 리트리버 봤는데 걔가 날 덮쳤어. 참 사회성도 좋다. 모르는 리트리버 애정도 받고. 재영이 비웃었다. 부러우면 말을 하지. 결국 놀림받는 건 유진이었다.
我在路上看到一只金毛猎犬,它扑向了我。真是社交能力强啊。还收到了陌生金毛猎犬的爱。宰英嘲笑道。羡慕就直说嘛。最终被嘲笑的是宥真。
옷을 갈아입고 온 재영과 유진이 바통 터치를 했다. 유진의 자리에 재영이 앉았다. 유진이 본 재영과 원영은 잘 어울리는 한쌍 같았다. 비슷한 애들끼리 노네. 평생 혼자서 잘 해낼 거 같은 인간 둘이 만나 시너지가 나는 형태의 관계. 반면 다른 결의 사람이긴 했다. 유진과 원영은. 재영이 왔기에 유진은 방에 들어갔다. 유진의 본분은 여기서 끝났다. 원영의 배를 채웠고, 두 시간이나 영양가 없는 시간을 보냈다.
换好衣服回来的在英和有珍交接了。有珍的位置上坐了在英。有珍眼中的在英和元英看起来是一对很般配的情侣。相似的人在一起玩耍。两个看起来一辈子都能独自应对一切的人相遇,产生了协同效应的关系。相反,有珍和元英是不同类型的人。因为在英来了,有珍进了房间。有珍的职责到此为止。她填饱了元英的肚子,花了两个小时在无意义的时间上。
안재영을 기다렸구나. 원영이 재영을 향해 활짝 웃었다. 기분이 묘했다. 유진과 함께한 두 시간의 시간을 다 합쳐도 저 정도 크기의 웃음은 한 번도 없었다. 언니가 나타난 지 오 분도 안 됐는데. 방문을 닫으려니 아쉬움이 몰려왔다. 어떤 형태의 아쉬움인지 알지 못했다.
你在等安在英啊。元英对在英灿烂地笑了。心情很微妙。即使把和有珍在一起的两个小时加起来,也从未有过那样大的笑容。姐姐出现还不到五分钟。关上门时,感到一阵失落。不知道那是什么样的失落。
안재영이 부러웠다. 누군가를 웃기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언니가 멋있으니까. 넌 언니가 필요한 애야. 유진은 예전에 했던 재영의 말을 곱씹었다. 아무래도 언니의 말이 맞았다. 꿈꾸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 언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문틈으로 웃음소리가 유진의 방을 침투했다. 호탕 스럽게 웃는 재영의 목소리와 웃는 것마저 생긴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웃는 원영의 목소리는 유진을 살살 긁었다. 이번에도 셋이 같은 집에 있는데, 홀로 집에 남겨진 기분이었다.
安在英让人羡慕。因为她是那种能让别人开心和幸福的姐姐。你是需要姐姐的孩子。宥真反复咀嚼着在英以前说过的话。无论如何,姐姐的话是对的。她觉得幸运的是,自己梦想和效仿的人是姐姐。笑声从门缝渗入宥真的房间。在英豪爽的笑声和宛如天生可爱的元英的笑声轻轻地挠着宥真。这次也是三个人在同一个家里,但感觉自己被独自留在了家里。
"유진아. 원영이 간대. 나와." “悠真啊,元英要走了。出来吧。”
벌써? 언니 온지 15분도 안 지났는데. 원영이 신발을 신었다. 잊고 있었던 얼룩이 떠올랐다. 볼 때마다 양심인 콕콕 찔리는데 저걸 어떡하나.
已经?姐姐来还不到 15 分钟呢。元英穿上了鞋子。她想起了忘记的污渍。每次看到它,良心都会刺痛,该怎么办呢。
"너 도서관에서 공부할 거지." “你会在图书馆学习吧。”
"아마. 언니도 오게?" “也许。姐姐也会来吗?”
"유진아. 너도 갈 거지?" “유진아. 你也会去吧?”
공부랑 담 쌓고 산지 족히 5년이다.
我已经有足足五年没碰过学习了。
"가야지. 우리 이제 고3이잖아." “该走了。我们现在是高三了。”
웃기지도 않는다. 一点也不好笑。
"언니들 그럼 토요일에 봐요."
“姐姐们,那我们星期六见。”
너무 어렵다. 사람 한 명 집에서 빠졌다고 턱턱 막히던 숨이 몰아쉬어졌다. 나도 볶음밥 해줘. 재영이 유진을 보챘다. 집에 음식 냄새가 다 안 빠진 모양이다. 너가 해 먹어. 앞치마를 건조대에 걸었다. 유진은 여전히 교복이다.
太难了。因为少了一个人,呼吸变得急促起来。我也要吃炒饭。宰英对宥真撒娇。看来家里的食物味道还没散去。你自己做着吃吧。她把围裙挂在晾衣架上。宥真还穿着校服。
"하이." “嗨。”
"하이 같은 소리하네." “하이 같은 소리하네.”
안재영 뭘 하다 온 건데. 토요일 2시 도서관 정문 앞. 현 시각 2시 20분 안유진 장원영 도착 완료. 1명 또 없음. 안재영 또 없음. 이 언니가 약속시간 늦고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일이 있나. 원영에게 해명하느라 기운을 다 써버렸다. 공부하다 졸지도 모른다. 원영도 잘 알고 있어 지각에 대한 큰 반응은 없었다. 조금 더 기다리자. 그렇게 20분 뒤 재영이 터벅터벅 걸어온다. 여전하다. 저 걸음은. 쏘리. 진짜 큰 일이라 늦었어. 들어가기나 하자. 자리 없겠다.
검은 정수리들이 도서관을 빼곡히 채웠다. 바둑판에 빈 집이 없었다. 열람실만 3번을 삥 둘렀다. 야, 걍 계단에서 할까. 계단식 쉼터에 짐백도 있고 책상도 있는데 중요한 건 집중력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갈 곳 없는 세 명에겐 선택지가 없다. 뭐부터 공부해야 할지 몰랐다. 유진의 가방엔 국어 수학 윤리, 체육은 왜 가지고 온 거야. 체육도 지필 친다는데. 원영이 보기 전에 재영이 얼른 치워버렸다. 재영과 원영은 교과서 말고 문제집을 꺼냈다. 아. 문제집으로 공부하지. 한없이 작아지는 안유진이었다.
黑色的头顶挤满了图书馆。棋盘上没有空位。阅览室绕了三圈。哎,要不就在楼梯上吧。阶梯式休息区有书包和桌子,但重要的是无法集中精力。然而,对于无处可去的三个人来说,没有选择。根本不知道该从什么开始学习。宥真的包里有国语、数学、伦理,体育为什么也带来了。体育也要笔试啊。在元英看到之前,宰英赶紧收拾了。宰英和元英拿出了练习册而不是教科书。啊,用练习册学习吧。安宥真变得无比渺小。
"원영아. 모르는 거 체크해왔어?" “元英啊,你把不懂的地方标记出来了吗?”
"어제 다시 풀어봤는데 이건 진짜 모르겠어."
“昨天又试了一遍,真的搞不懂。”
유진이 알 수 없는 말들을 했다. 수학이 어쩌구. 미분이 어쩌구. 어쩌구 저쩌구. 분명 한 책상에 책이 세 개인데 동 떨어져 있는 기분. 애꿎은 샤프 뒤만 꾹꾹 눌렀다. 때마침 수명이 다 한 짧은 샤프심이 툭 떨어졌다. 하아.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게 맞나. 도서관을 오기 위해 오전 요리 수업을 마치고 달려왔다. 피곤해질대로 피곤해진 몸뚱아리 정신력. 난 뭘 위해서 따라왔더라. 유진은 후회했다.
有珍说了一些我听不懂的话。数学什么的。微分什么的。什么什么的。明明桌上有三本书,却感觉很疏远。无辜的自动铅笔被我按了又按。正好,寿命已尽的短铅芯掉了下来。唉。我真的应该在这里吗?为了来图书馆,我结束了上午的烹饪课后就赶来了。疲惫不堪的身体和精神。我到底是为了什么跟来的。有珍后悔了。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발소리 말소리 하물며 알림 소리까지 울렸다. 재영과 원영은 그 어떠한 소리에도 꼼짝을 안 했다. 바삐 손목이 움직였다. 재영은 왼손잡이라 원영의 손등과 자꾸 부딪히는게 보였다. 유진은 그게 신경 쓰였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부딪히든 말든 할 일을 해 나갔다. 자리 바꿔줄 수 있는데. 손끼리 가까워 재영의 손이 원영의 노트로 넘어가도 하고. 답지를 보기도 하고. 인강을 듣기도 하고. 작은 소음 하나하나에 유진만 움찔거렸다. 집중력의 차이였다. 둘에겐 있지만 유진에겐 없는 것. 성적의 간절함이었다. 유진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언니 재영이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뜨거운 학구열이 유진에게 닿지 않았다. 언니의 희생이었다. 재영의 말은 또 맞았다. 유진은 언니가 필요했다. 유진은 지겨운 적막을 견딜 인내심도, 잘하는 것에 대한 열정도 없기 때문에. 하물며 막내의 애교는 어떠하고. 가족의 분위기를 책임지고 애교부리는 것도 전부 재영의 몫이다. 유진은 그 어디서도 중압감을 느낄 수 없었다. 한껏 풀어져 있었으니 긴장감을 해소하는 방법 따윌 알 리가. 긴장감을 알아챌 리가.
人们走来走去的脚步声、说话声,甚至通知声都响了起来。再英和元英对任何声音都无动于衷。手腕忙碌地动着。再英是左撇子,所以总是碰到元英的手背。宥真对此很在意,但当事人们却不管碰不碰,继续做自己的事。其实可以换个位置的。手靠得很近,再英的手有时会越过元英的笔记本。看答案纸,听网课。每一个小噪音都让宥真一惊一乍。这是专注力的差异。两人有的东西,宥真没有。那是对成绩的渴望。宥真反而觉得庆幸。因为姐姐再英学习好,父母的热切期望没有落到宥真身上。这是姐姐的牺牲。再英的话也对。宥真需要姐姐。因为宥真没有忍受沉闷寂静的耐心,也没有对擅长事情的热情。更不用说小妹的撒娇了。负责家庭气氛和撒娇的全是再英的份。宥真在任何地方都感受不到压力。她完全放松了,所以不知道如何缓解紧张感。也无法察觉紧张感。
재영이 벌떡 일어섰다. 처음으로 원영이 움찔거렸다. 재영을 쳐다보려고 고개를 추켜올렸다. 목이 뻐근했다.
在英猛地站了起来。元英第一次颤抖了一下。她抬起头想要看在英。脖子僵硬了。
"야. 비상." “喂,紧急情况。”
"왜?" “为什么?”
"배아파." “肚子疼。”
"왜 이래." “为什么这样。”
"아침부터 진짜." "从早上开始就这样。"
말은 끝까지 하고 가. 재영을 잡기엔 늦었다. 재영이 도망쳤다. 화장실로 쫓아간 모양이다. 배 아파도 참고 공부하는 집념이란. 이러니 공부를 잘하고 못 베긴다.
话说完再走。抓住在英已经太晚了。在英逃跑了。好像是跑到厕所去了。即使肚子痛也忍着学习的执念。难怪他学习好,真是让人佩服。
"저 언니 늦은 이유를 알겠네."
“我知道她为什么迟到了。”
"내가 사과할게..." “我来道歉……”
"언니가 왜요. 둘이 왜 따로 오나 했는데."
“姐姐为什么要道歉。我还在想你们俩为什么分开来的。”
"난 오전에 수업 있어서." “我上午有课。”
"요리?" 烹饪?
"응." “嗯。”
"식당 차릴 거예요?" 你要开餐馆吗?
원영의 손은 멈추질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공책에 머물러 있는데 입술이 움직였다. 멀티가 잘 되는구나. 유진은 다시 태어나도 못하는 것 중 하나였다.
元英的手没有停下来。视线依然停留在笔记本上,但嘴唇在动。真是个多任务能手。宥真即使重生也做不到这一点。
"그건 모르겠어..." “我不知道……”
"그렇구나..." “原来如此...”
다시 적막이 흘렀다. 옆에서 깔짝거리던 재영이 떠나니 어떤 위압감이 느껴졌다. 어색함이구나. 유진은 어쩔 줄 몰라했다. 아까처럼 공책에 낙서라도 하면 되는데. 왼손으로 글을 써도 이거보단 잘했겠다. 집중력이 고갈됐다. 엉덩이가 간지러웠다. 여기서 일어나 버리면 안씨네는 다 튀어버리고 원영만 홀로 남아 복수를 꿈꿀지 모른다. 망할 안씨 집구석이라고. 원영이 책을 덮었다. 다음 과목은 뭘까. 책을 꺼내기만을 기다렸다. 책상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유진은 영문을 몰랐다.
再次陷入了寂静。旁边一直在捣鼓的在英离开后,一种压迫感袭来。真是尴尬啊。宥真不知所措。要是像刚才那样在笔记本上涂鸦就好了。即使用左手写字也比现在强。注意力已经耗尽。屁股有点痒。如果在这里站起来,安氏家族可能会全都跑掉,只剩下元英一个人梦想着复仇。该死的安氏家族。元英合上了书。下一节课是什么呢?只等着拿出书来。桌上什么也没有。宥真不明所以。
"공부 다 했어?" “作业都做完了吗?”
"네." “是的。”
그렇구나... 그럼 나도 가방을 챙겨야 하나. 잘됐네 하려던 참이었다. 원영이 노트를 꺼냈다. 칭칭 감아둔 줄 이어폰도 꺼냈다. 꼬인 줄을 푸느라 애를 먹었다. 내가 풀어 줄게. 마침 유진이 잘 하는 거였다. 1분도 안 걸렸다. 감사합니다. mp3를 꺼냈다. 우리 세대에선 볼 수 없는 기계였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작사 그거 하려는 구나. 유진도 노트를 꺼냈다. 오늘 배운 요리 정리해야지. 할 거리가 생겼다. 원영의 앞에서 뭐라도 하는 척을 할 수 있게 됐다. 적막이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늘은 매운 갈비찜을 만들었다. 도서관 오기 전 냄새라도 배겼을까 페브리즈만 수십 번 뿌렸다.
原来如此……那我也要收拾包吗?正好,我正打算这么做。元英拿出了笔记本。她还拿出了缠绕的耳机线。解开缠绕的线花了不少功夫。我来帮你解开吧。正好这是有珍擅长的事情。不到一分钟就搞定了。谢谢。她拿出了 mp3。这是我们这一代人见不到的机器。她把耳机塞进耳朵,按下了播放按钮。你是要写歌词吧。有珍也拿出了笔记本。今天学的菜谱要整理一下。终于有事情可以做了。现在可以在元英面前假装忙碌了。寂静不再那么令人不安。今天做了辣排骨炖菜。来图书馆之前喷了几十次空气清新剂,怕是沾上了味道。
안 하던 짓을 하니까 몸의 스위치가 꺼졌다. 잠이 솔솔 왔다. 유진은 턱을 괴었다. 너 안면 비대칭 온다. 재영의 잔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어쩔 거야. 똥 싸러 간 주제에. 꾸벅. 꾸벅. 머리와 책상은 눈치싸움을 했다. 쿵. 머리가 졌다. 고통도 물리치는 졸음이었다. 다시 눈을 감으면 영원히 잠들 수 있었다. 장원영이 없었다면 말이다.
不做的事情做了,身体的开关就关掉了。困意渐渐袭来。尤金托着下巴。你会得面部不对称的。宰英的唠叨在脑海中回响。怎么办呢。去上厕所的借口。点头。点头。头和桌子在较劲。砰。头输了。连痛苦都无法抵挡的困意。如果没有张元英的话,闭上眼睛就能永远睡着了。
"많이 피곤한가봐요?" “你看起来很累吗?”
"미안..." “对不起...”
"재영언니 아직도 안 왔어요."
“在英姐姐还没来。”
안재영 뭘 하고 있니. 변기를 만들어서 쓰니. 정신 못 차리던 유진은 얼굴을 바짝 쳤다. 입 주변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침을 흘리지 않았다. 카카오톡 창을 열었다. 재영언니. 가장 상단에 있었다.
安在英,你在做什么呢?你在做马桶吗?精神恍惚的宥真猛地拍了拍脸。她擦了擦嘴角。幸好没有流口水。她打开了 KakaoTalk 的聊天窗口。再英姐姐。她的名字在最上面。
[왜 안 와] [为什么不来]
[어디야] [你在哪]
[집] [家]
[아니 집은 왜 갔어]
[你为什么回家了]
[지림 ㅋㅋ] [笑死 ㅋㅋ]
[어이가없네] [真是无语]
[구라임ㅋ]
[나랑 원영이는 어떡하라고] [我和元英怎么办]
[너가 내 짐 좀 챙겨]
[你帮我收拾一下行李]
[둘이 오붓한 시간 보냈냐?] [你们俩过得愉快吗?]
[보냈겠어?] [会发吗?]
[어색해 죽을 거 같아]
[尴尬得要死]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여자가 되어야지 동생아.]
[要成为一个懂得抓住机会的女人,妹妹。]
얄미운 이모티콘 하나. 토끼 한 마리가 깝친다. 급똥쇼 벌여놓고 뭘 하라고. 뭔 기회를 잡으라고. 재영언니가 뭐래요? 재영언니 맞죠. 원영이 보챘다. 눈치는 백 단이다. 언니 집 이래... 그럼 우리도 갈까요. 원영의 말대로 지금 집을 가. 그럼 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는 거다. 준비된 이야깃거리 없는데. 재영의 짐을 최대한 느리게 챙겼다.
一个讨厌的表情符号。一只兔子在跳来跳去。搞得一团糟,还让人做什么。让人抓住什么机会。再英姐姐说什么了?是再英姐姐吧。元英催促道。她很会看眼色。姐姐家这样……那我们也走吧。按照元英的话,现在回家。那样又是两个人的亲密时光。没有准备好的话题。尽量慢慢地收拾再英的行李。
집까지 20분 거리. 그마저도 길게 느껴졌다. 원영과 단 둘만 남겨지는 건 유진을 힘들게 했다. 원영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유진이 하고 있는 합리화다.
到家还有 20 分钟的路程。即便如此,也觉得很长。只剩下元英和她两个人,这让有真感到很难受。元英也会有同样的感觉吧。这是有真在自我安慰。
"재영언니는 괜찮대요?" “在英姐姐没事吧?”
유진에게 재영의 이야기를 물었다. 존댓말로 물었다. 이것이 그 증거다. 유진과 있어봤자 둘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재영의 이야기뿐이라는 점. 그 마저도 재영한테는 반말이면서 유진에게는 존댓말이라는 점.
问了宰英的故事给宥真。用敬语问的。这就是证据。和宥真在一起时,唯一能谈的就是宰英的故事。即使如此,对宰英是用半语,对宥真却是用敬语。
"오늘 어땠어요?" “今天怎么样?”
"응?" “嗯?”
"열심히 뭐 하고 있던데."
“他好像在努力做什么。”
아, 노가리? 啊,吹牛?
"그냥... 이것저것 했어." “就是……做了些有的没的。”
"그렇구나..." “原来如此...”
다시 이어지는 침묵. 시끄러워야 할 놀이터를 지나치는데 소음 하나 없었다.
再次陷入沉默。经过本该喧闹的游乐场,却没有一丝噪音。
"전 집중이 잘 됐어요" “我很专注”
"너 열심히 하더라." “你很努力啊。”
"글도 잘 써졌어요." “文章写得很好。”
"보통 무슨 주제로 써?" “通常写什么主题?”
"국한된 건 없는데. 오늘 창작욕이 샘솟더라구요."
“没有什么特别的限制。今天创作欲望喷涌而出。”
원영이 푸스스 웃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들떴구나.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元英扑哧一笑。因为谈论自己喜欢的事情而兴奋不已。简直像个孩子。
"너 글 궁금하다." “我对你的文章很好奇。”
"완성되면 가장 먼저 보여 줄게요."
"完成后我会第一个给你看。"
"정말?" “真的吗?”
"정말로." “真的。”
그냥 한 말인 줄 알았다. 원영은 새끼손가락까지 걸었다. 나중에 꼭 보여달라 말해요. 잊어버리지 말고. 응. 유진도 손가락을 건 이상 기억해야 했다. 어느새 원영의 집 앞에 도착했다. 20분이 5분 남짓으로 느껴졌다. 우리 자주 만나서 공부해요. 집중이 잘 되는 거 같아. 원영이 손을 흔들었다. 저 들어 갈게요. 잘 가 원영아. 배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유진 언니 나 체육복." “姐姐,我的运动服。”
"올라올 필요 없는데. 연락하지." 你不需要上来。联系我就行。
"이게 빠르잖아요." 这样更快嘛。
원영은 더 이상 재영에게서 체육복을 빌리지 않았다. 유진은 고3이 되었다. 재영이 고3, 원영이 고2. 체육복이 필요 없어졌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사물함에 넣어둔 체육복을 주기적으로 빨았다. 유진은 이제 사복차림이다.
元英不再向在英借体育服了。宥真已经高三了。在英高三,元英高二。体育服不再需要了。尽管如此,还是定期清洗并放在储物柜里。宥真现在穿便服。
재영이 바빠졌다. 고3이면 자율학습을 늘려야 하는 거 아닌가. 1개 다니던 학원을 2개로 늘렸다. 그 덕에 재영의 등교시간은 더 늦어졌다. 유진이 나가는 길에 재영을 깨우느라 시간을 허비해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오면 원영을 마주쳤다. 재영언니 또 늦잠인가 보네요. 머쓱해지는 건 유진이었다. 누굴 위한 이른 등교인가. 고3 안유진은 더 이상 복장의 구애를 받지 않았고 장원영은 정석 교복 차림인데.
在高三的재영变得忙碌起来。高三不是应该增加自习时间吗?他把原本上的一个补习班增加到了两个。由于这个原因,재영上学的时间变得更晚了。유진在出门的路上叫醒재영,浪费了时间,比平时稍微晚一点出门时就会遇到원영。재영姐姐又睡过头了吧。感到尴尬的是유진。为了谁而早起上学呢?高三的안유진不再拘泥于穿着,而장원영则是穿着标准的校服。
"안유진 너 발걸음 느려진 거 같다."
“安宥真,你的脚步好像变慢了。”
"그니까. 얘 원래 우리보다 두 발자국 앞이었잖아."
“所以啊,他本来就比我们领先两步。”
그랬나? 유진이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발끼리도 벌어진 것 같다. 자세가 불량했다. 원영이가 발걸음이 느려서 거기에 맞춰졌나. 유진이 생각한 원인은 이랬다. 복도가 조용했다. 고2와는 차원이 달랐다. 쉬는 시간엔 다들 잠을 잤다. 유진도 졸았다. 유진은 요리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섭렵했다. 학원을 다닐 이유도 없으면서 학원 학생들 요리를 가르쳐주기나 했다. 잠 좀 깨야지.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잔머리카락이 피부에 덕지덕지 붙었다. 앞머리 그냥 기를까. 물기가 남은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민 이마가 훤히 보였다. 눈썹 흉터가 옅어질 대로 옅어졌다.
是这样吗?悠真把手插进了口袋。脚也好像分开了。姿势很不端正。是因为元英走得慢才配合的吗?悠真是这么想的。走廊很安静。和高二时完全不同。休息时间大家都在睡觉。悠真也打瞌睡了。悠真学遍了烹饪学院能学到的所有料理。明明没有理由去上学,却还教学院的学生做菜。得清醒一下。在洗手间用冷水洗了把脸。精神一下子清醒了。碎发粘在皮肤上。前刘海就这么留着吧。用还带着水的手把前刘海往上捋了捋。光洁的额头露了出来。眉毛上的疤痕已经淡得几乎看不见了。
"유진아. 너 그러니까 재영이랑 똑같다."
“유진아。你跟在宰英一模一样。”
옆 세면대에서 손 씻는 유진의 친구. 역시 그렇지. 일란성인데 안 닮으면 그게 이상한 거잖아.
在旁边洗手池洗手的宥珍的朋友。果然如此。是同卵双胞胎,不像才奇怪呢。
"아냐. 너네 느낌부터 달라. 얼굴은 똑같아도 느낌이 너무 달라서 얼굴도 뭔가 달라 보인다고 해야 하나. 이란성 같아."
不。你们的感觉完全不同。虽然脸长得一样,但感觉太不一样了,所以脸看起来也有点不同。就像异卵双胞胎一样。
근데 앞머리 올리니까 일란성이네. 돌직구를 던지고 유유히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닮았다니. 질색을 해도 내가 먼저 해야지. 유진이 앞머리를 털었다. 축축 젖었다. 언니랑 닮는 게 그렇게 싫었어 동생아? 재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不过把刘海撩起来的话,真是一模一样啊。他直言不讳地说完,悠然地走出了洗手间。说像吗?即使讨厌也得我先说。宥珍甩了甩刘海。湿漉漉的。像姐姐这么讨厌吗,弟弟?在宰英的笑声传来。
"음침하게 엿듣고 있었어?" “你在偷偷偷听吗?”
"내가 먼저 똥 싸러 들어왔는데."
“我先进去上厕所了。”
"더러워." “脏。”
"앞머리 기르게?" “要留刘海吗?”
"언니랑 닮았다잖아." “听说你和姐姐长得很像。”
"그게 뭐." “那是什么。”
"좀 별로잖아." “有点糟糕。”
"너 아직도 흉터 신경 쓰는 건 아니지?"
“你还在在意那个伤疤吗?”
"티 나?" “看得出来吗?”
"아주 쪼금." "一点点。"
재영 답지 않게 유진 눈치를 봤다. 웃기는 언니야. 앞머리는 금방 말랐다. 잘라야 할 시기가 훌쩍 넘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눈을 자꾸 찔렀다.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넘겼다. 수시 때때로. 자연스레 가르마가 생겼다.
出乎意料的是,宰英看了看宥珍的脸色。真是搞笑的姐姐啊。刘海很快就干了,早就该剪了。不低头也总是刺眼睛。不得不把头发拨到一边。时不时地。自然地形成了分界线。
[집에 같이 가요.] [一起回家吧。]
[나 오늘 야자 안해.]
[我今天不参加晚自习。]
큰일 났다. 나 벌써 정문 나왔는데. 카카오톡 미친새끼. 불이 나게 달렸다. 원영이 아직도 반 앞에서 기다릴까봐. 차라리 먼저 가버렸으면 다행이었다. 근데 장원영이 그럴 일은 절대 없다. 3층 높이를 두 칸씩 뛰어오느라 숨이 찼다. 허리가 저절로 구부려졌다.
糟糕了。我已经出了正门。KakaoTalk 疯子。拼命地跑了起来。担心元英还在班级前面等着。要是她先走了反而是好事。但是张元英绝对不会那样做。三层楼的高度两步并作一步地跑上来,喘不过气来。腰不由自主地弯了下去。
"왜 뛰어왔어요. 걸어오지." “为什么跑过来。走过来不就好了。”
"너가 기다리니까..." “因为你在等……”
헉. 허억. 숨소리가 너무 거칠어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잠시만. 진짜 잠깐만 원영아. 원영은 기꺼이 유진을 기다렸다. 숨을 간신히 돌렸다. 원영이 유진의 등을 쓸어줬다. 나 어디 안 가는 거 알면서. 아는데도 뛰어온 제 자신이 한심했다. 조바심을 낼 필요 없었다.
呼。呼。呼吸太急促了,话都说不出来。等一下。真的等一下,元英。元英乐意等着宥真。她勉强喘了口气。元英轻轻拍了拍宥真的背。你知道我不会走的。明知道却还是跑了过来,真是可笑。其实根本没必要着急。
"오늘은 왜 안 해?" “今天为什么不做?”
"김치볶음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요." “我非常想吃泡菜炒饭。”
"집 가서 밥 먹으려고?" “回家吃饭吗?”
"네." “是的。”
잘 가 원영아. 나도 온 김에 옷이나 갈아입고 학원 가야겠다. 유진이 손을 흔들었다. 원영의 아파트 앞.
再见,元英。我也趁这个机会换衣服去上学。宥真挥了挥手。在元英的公寓前。
"언니 집인데?" “这是姐姐的家吗?”
"...응?" “……嗯?”
"안돼요?" “不行吗?”
"우리 집?" “我们家?”
"언니 김치볶음밥 맛있는데."
“姐姐,泡菜炒饭很好吃。”
안될 거 없지. 근데 잠시만. 유진이 손을 벌벌 떨었다. 예정에 없던 일이잖아.
没什么不行的。不过等一下。尤金的手在颤抖。这不是计划中的事。
[쌤ㅈ저오늘학원ㅁㅈ빠질게요] [老师,我今天要请假不上补习班了]
[죄송합니아]
어. 들어와 들어와. 집에 아무도 없어. 발에 채이는 신발들을 한쪽으로 밀었다. 안재영 신발만 몇개야. 원영을 소파에 앉혔다. 저녁 금방 해줄게. 유진이 로봇처럼 움직였다. 앞치마부터 맸다. 저번보다 더 맛있게 하겠다고 냉장고를 파헤쳤다. 당연히 뭐가 없다. 집에 오면 엄마가 해둔 반찬이나 먹지 유진이 부엌에 설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아주 가끔 있는 일마저 재영이 섰다. 재영조차도 유진의 요리 실력을 모르니 말 다했다.
哦,进来进来。家里没人。把脚边的鞋子踢到一边。安在英的鞋子就有好几双。把元英安置在沙发上。晚饭很快就做好了。宥真像机器人一样行动。先系上围裙。比上次做得更好吃地翻找冰箱。果然什么都没有。回到家就吃妈妈做的菜,宥真几乎没有站在厨房里的机会。就连偶尔做饭的事也是在英做的。在英甚至不知道宥真的厨艺如何,这就说明了一切。
아오 따가워. 무슨 정신으로 뜨겁게 달궈진 팬 확인한다고 손가락을 가져다 댔나 몰라. 급하게 찬물로 열기를 흘려 보냈지만 따가운 건 여전했다.
啊,好疼。也不知道是怎么想的,竟然用手指去碰那个烧得滚烫的平底锅。虽然赶紧用冷水冲了冲,但还是很疼。
"저번보다 더 맛있는 거 같아?"
“比上次更好吃吗?”
"둘 다 최고. 언니는 진짜 요리사 해도 되겠어요."
"两个都很棒。姐姐真的可以当厨师了。"
"그래?" “是吗?”
원영의 볼이 빵빵했다. 오물오물. 저 작은 입을 가졌으면서 한 숟가락 위에 밥이 흘러 넘칠 만큼 들어올렸다. 원영이 잘 먹으니 절로 뿌듯해 진다. 이 맛에 요리를 하지. 이런 생각이나 했다.
元英的脸颊鼓鼓的。咀嚼着。虽然她有一张小嘴,但一勺饭却装得满满的。看到元英吃得这么香,我不由得感到自豪。正是因为这种感觉才让我做饭。我就是这么想的。
"손가락은 왜 그래요?" “你的手指怎么了?”
"아, 이거. 살짝 데였어." “啊,这个。稍微烫了一下。”
"마지막이 허술하네." “最后有点草率啊。”
손가락 줘요. 맛있었으니까 특별히 준다. 원영이 작은 손으로 꼼지락거렸다. 헬로키티 밴드. 유진의 검지에 돌돌 감았다. 그러네. 내가 허술했다. 감긴 밴드를 꾹꾹 눌렀다. 밴드도 꼭 자기 닮은 걸 가지고 다니네. 유행 지난 당근샤프를 아직까지 쓰는 원영은 본인을 빼닮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았다. 언니, 이거 몇 개 더 챙겨요. 이것도 특별히예요. 세 장의 헬로키티 반창고. 주머니에 넣지 않고 고이 방 서랍에 넣어두었다. 어디 하나가 찢어져 피가 나도 절대 못 쓰겠네. 특별히 예쁜 밴드니까.
把手指给我。因为很好吃,所以特别给你。元英用小手指动了动。Hello Kitty 创可贴。缠在有珍的食指上。是啊,我太粗心了。按紧缠好的创可贴。创可贴也带着她自己的风格。还在用过时的胡萝卜铅笔的元英有很多像她一样可爱又精致的小东西。姐姐,这个再多拿几个。这也是特别的。三张 Hello Kitty 创可贴。没有放进口袋,而是小心地放在房间的抽屉里。哪怕有一个地方破了流血也绝对舍不得用。因为是特别漂亮的创可贴。
원영이 그릇을 싹 비웠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혀 맑은 소리를 냈다. 밥풀 하나 없다. 배를 붙잡고 엄지를 추켜올렸다. 최고예요. 다행이다. 다음에 원영이가 오면 뭘 해줘야 맛있을까. 원영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면 좋을 텐데. 유진은 아직 원영을 잘 모른다.
元英把碗里的东西吃得干干净净。勺子碰到碗发出清脆的声音。连一粒饭都不剩。她捂着肚子竖起大拇指。太好吃了。真是太好了。下次元英来的时候做什么给她吃才好呢。如果知道元英喜欢吃什么就好了。宥真还不太了解元英。
"오늘은 노트 안 써요?" "今天不写笔记吗?"
"써야지." 得写了。
"몇 권 정도 썼어요?" 你写了几本书?
"세 권 됐나. 생각보다 빨리 쓰더라."
大概三本吧。比我想象中写得快。
"저 구경할래요. 그래도 돼요?" “我想去看看。可以吗?”
안될 건 없지. 방에서 노트 세 개를 꺼내왔다. 두꺼운 폴라로이드 종이 탓에 세 권 전부 입이 벌어져있었다. 와. 탕수육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 대박. 만들어보면 별 거 아닌 음식들에도 큰 리액션을 했다. 언니 진짜 짱이다. 학원 다니면 다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원영이 이렇게까지 신기해하는 이유를 잘 몰랐다.
没什么不行的。我从房间里拿出了三本笔记本。由于厚厚的拍立得纸,三本笔记本都张开了嘴。哇。糖醋肉这种东西你也会做吗?太棒了。即使是做一些不算特别的食物,她也会有很大的反应。姐姐真厉害。这些都是上学就能学会的东西。我不太明白元英为什么会这么惊讶。
"너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你喜欢的食物是什么?”
"저 다 잘 먹는데. 가리는 거 없어요."
我什么都吃。没有挑食。
그렇구나. 선택의 폭이 급격하게 늘었다. 오늘 저녁에 고민 좀 하겠지 싶다. 이 스티커로 맛있을 거 같은 거 붙어도 돼요? 폴라로이드 고정하려고 쓰는 하얀 하트 스티커. 원영이 신중히 한 페이지씩 읽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됐다. 잘못 쓴 건 없겠지. 글씨는 예쁘게 썼었나. 저건 사진이 좀 별론데. 앞으로 쓸 땐 조금 더 공들여야 할 필요를 느꼈다. 원영이 집중했다. 스티커를 한 10개 정도 붙였다. 꼼꼼히 세 권 전부 읽었다.
是吗。选择的范围一下子扩大了。今天晚上可能会有点纠结。可以用这个贴纸贴在看起来好吃的东西上吗?用来固定拍立得的白色心形贴纸。元英认真地一页一页读着。这有什么好紧张的。应该没有写错吧。字写得漂亮吗。那张照片有点差劲。以后写的时候需要更用心一点。元英集中注意力。贴了大概 10 个贴纸。仔细读了三本书。
"다 먹고 싶은데. 어떡하죠." “我都想吃。怎么办呢。”
"원하면 다 해주고." “如果你想要,我会为你做一切。”
"대박. 언니 권력이 느껴진다." "大爆炸。姐姐的权力感受到了。"
또 그렇게까지. 배도 부르고, 학원도 안 갔고. 날씨는 좋고. 더할 나위 없는 하루다.
又是这样。肚子也饱了,补习班也没去。天气很好。真是无可挑剔的一天。
"언니 앞머리 넘겼네요. 되게 예쁘다."
“姐姐把刘海撩起来了。真漂亮。”
아 맞다. 앞머리. 무의식적으로 넘기고 있었다. 거슬리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전부 귀 뒤로 넘어갔다.
啊,对了。刘海。不自觉地拨弄着。每一根烦人的头发都被拨到了耳后。
"언니는 이마가 예쁜 거 같아요."
“姐姐的额头好像很漂亮。”
"너가 더 예뻐." “你更漂亮。”
"그래요? 저도 앞머리 넘기는 게 나을 거 같아요?"
“是吗?我也觉得把刘海撩起来会更好?”
아차. 원영은 지금 앞머리가 있다. 아니, 둘 다 예뻐. 네가 예쁘니까 내리든 올리든 다 예쁘지. 유진의 말꼬리가 길어졌다. 언니두요. 원영이 간단명료하게 끝을 맺었다. 나 이제 가야겠다. 언니. 오늘 진짜 맛있었어요. 앞까지 데려다줄까. 원영이 손사래를 쳤다. 그럼 내가 너무 양심이 없어요. 조심히 가. 원영이 허용한 유진의 배웅은 현관까지. 문이 닫히자 집 안이 고요해졌다. 유진에겐 한 바가지의 설거지가 남았다.
啊,对了。元英现在有刘海。不是,两种都好看。因为你漂亮,所以不管是放下来还是梳上去都好看。宥真的话尾拉长了。姐姐也是。元英简洁地结束了对话。我现在得走了,姐姐。今天真的很好吃。要送你到前面吗?元英摆了摆手。那样的话我就太没良心了。路上小心。元英允许宥真送她到玄关。门一关上,屋子里就安静了下来。宥真还剩下一大堆碗要洗。
수능. 일생의 가장 큰 거사. 유진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내 도시락은 네가 기선제압 해야 돼. 재영의 부탁에 못 이겨 새벽부터 고기를 볶았다. 마라탕 같은 소리. 택도 없는 것들을 바란 재영은 아직 쿨쿨 자고 있다. 긴장돼서 잠 못 자면 어떡하냐는 어제의 재영은 오늘 없었다. 안재영 깔아준다고 수능 치러 가주는 동생이 어딨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수험표 할인이나 잔뜩 받을 예정이다. 유진에게 수능성적은 종이쪼가리. 이뿐이었다.
高考。人生中最重要的大事。对刘真来说并不适用。我的便当必须由你来先发制人。无法拒绝在宰英的请求下,从凌晨开始炒肉。像麻辣烫一样的声音。抱有不切实际期望的宰英还在呼呼大睡。昨天担心紧张得睡不着的宰英今天已经不见了。哪有为了给哥哥铺路而去参加高考的弟弟。既然这样,打算利用准考证多享受一些折扣。对刘真来说,高考成绩不过是一张纸。这就是全部。
장원영 [언니들 수능 파이팅] 张员瑛 [姐姐们高考加油]
장원영 [다음은 나네...] 张元英 [下一个是我...]
재영과 유진이 단톡방에 초대됐다. 늦었지만 첫 단톡방. 울고 있는 캐릭터 하나가 뒤따라 왔다. 원영이도 파이팅. 수능은 유진이 치면서 파이팅은 원영이 받았다. 핸드폰을 끄고 제출했다. 국어부터 대차게 졸았다. 새벽에 힘을 다 쓴 탓이다. 잊지 않고 마킹을 꼬박꼬박 다 했다. 쉬는 시간엔 훌쩍 거리는 친구들을 모르는 척하느라 애썼다. 수학, 영어, 한국사, 사탐. 2시간쯤 자니 눈이 감기지 않았다. 그림이나 그렸다. 유진의 사방에는 문제 하나하나가 간절한 수험생뿐인데 기만인 거 같아 조금 가슴이 찔렸다.
在英和宥真被邀请进了群聊。虽然有点晚,但这是他们的第一个群聊。一个哭泣的角色紧随其后。元英,加油。高考时宥真在考试,而元英在加油。她关掉手机并提交了。她从语文开始就昏昏欲睡,因为她在凌晨耗尽了所有的力气。她没有忘记认真地做标记。休息时间,她努力假装不认识那些在抽泣的朋友。数学、英语、韩国历史、社会科学。睡了大约两个小时后,她的眼睛再也闭不上了。她开始画画。宥真的四周都是渴望每一道题的考生,这让她感到有些内疚。
"잘 쳤어?" “打得好吗?”
"내가 누구냐." “我是谁。”
"치킨은." “鸡肉。”
"엄마가 시켰대." “妈妈点的。”
퇴실 늦어져 화날 뻔. 재영의 성공적인 수능 소식에 누그러뜨려졌다. 아마 이변이 없다면, 재영은 최상위 대학에 갈 것이다. 재영은 대학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진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재영과 떨어지게 되고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우린 얼마나 변할까. 궁금하지만 달갑지 않았다.
退房晚了差点生气。听到在英成功通过高考的消息,心情平复了下来。如果没有意外的话,在英会去顶尖大学。在英已经决定了大学的方向。宥真还没有找到答案。如果和在英分开,过上不同的生活,我们会变成什么样呢?虽然好奇,但并不期待。
재영언니랑 같은 대학 가면 좋겠다. 수시합격증을 직접 프린트까지 하셔서 이마에 붙인 재영이 꼴사나웠다. 원영은 이 꼴에도 멋있다고 칭찬을 했다. 재영언니랑 같은 학교 가면 유진언니랑도 자주 만날 수 있겠다. 유진은 대학교를 다니지도 않는데 어떻게 만난다는 걸까. 그러게. 일단 동의를 했다.
要是能和在英姐姐上同一所大学就好了。再英把提前录取通知书打印出来贴在额头上,样子真是难看。元英却夸她这样也很帅。要是能和在英姐姐上同一所学校,就能经常见到有真姐姐了。有真根本就不上大学,怎么能见到呢?也是。先同意了再说。
원영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들려오는 소식으론 전교에서 손에 꼽힌다고 했지. 분명 재영과 같은 대학교에 갈 것이다. 유진은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했다. 원영이 가끔 단톡에 연락을 하는 날이면 응원의 메시지를 몇 개 보냈다. 원영이 파이팅. 조금만 더 하면 돼. 오징어를 손질하다 타자를 쳐 핸드폰에 물기가 잔뜩 묻었다. 유진은 여전히 학원을 다녔다. 다만 학생이 아니라 직원.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 알바지만 경력만 2년이다. 주로 취미반을 맡았다.
元英真的很努力学习。听说他在全校名列前茅。肯定会和在英上同一所大学。宥真毫不怀疑地确信。元英偶尔在群聊里联系的日子里,她会发几条鼓励的消息。元英加油。再坚持一下就好了。处理鱿鱼时打字,手机上沾满了水。宥真仍然在上补习班。不过不是学生,而是员工。她现在是教学生的老师。虽然只是兼职,但已经有两年经验了。主要负责兴趣班。
장원영 [오늘은 야자 째고 놀이터에서 노는 중.]
张员瑛 [今天逃课在游乐场玩。]
놀이터? 집 앞 놀이터? 어, 그럼 간식이라도 만들어서 갈까. 원영이 스티커로 붙여둔 닭강정을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 금방 하니까. 그럴 일 없는데 혹시나 식을까 봐. 양념 쏟는 줄 모르고 또 달렸다. 3층을 뛰어서 오르던 고등학교 3학년이 여기에 있다.
游乐场?家门前的游乐场?嗯,那要不要做点零食带过去。元英用贴纸贴着的炸鸡块我还记得。很快就能做好。虽然不太可能,但还是怕它会凉。没注意到酱料洒了,又跑了起来。那个跑上三楼的高三学生就在这里。
"언니?" 姐姐?
"너 뭐냐." “你是什么人。”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원영이 그네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엔 재영이 있었다. 둘 다 몸 구겨서 발을 굴렀다.
那是我该说的话。元英坐在秋千上。旁边是宰英。两个人都蜷缩着身体,用脚蹬地。
"언니 오늘 수업 없어?" “姐姐今天没有课吗?”
"오늘 공강인데." 今天没课。
"뭐야. 그럼 집에 온다고 말을 하지."
什么啊,那你应该说你要回家。
"했지. 너가 안 봤지." 我说了,是你没看见。
내가 언제 안 봤지. 알림창을 내리자 뻔뻔하게 올라온 부재중 전화 1통. 문자로 남기라니까 그건 죽어도 안 한다.
我什么时候没看过。拉下通知栏,厚颜无耻地显示着一个未接来电。我让他发短信,他死活不肯。
"둘이 같이 있었네?" “你们俩在一起吗?”
"원영이랑 추팔했지. 근데 넌 학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선생이 근무태만이면 어떡하냐."
“我和元英一起去秋游了。不过你不是应该在补习班吗?如果老师工作懈怠怎么办。”
"오늘 일찍 끝나서 집 가는 거거든."
“今天早早结束了,所以回家了。”
"언니도 같이 얘기해요. 우리 오랜만인데." “姐姐也一起聊吧。我们好久没见了。”
"아냐. 나 남은 일 있어서. 먼저 갈게."
“不行。我还有事要做。你先走吧。”
추팔 할 게 있긴 하나. 유진이 모르는 재영과 원영의 에피소드는 너무 많아 함부로 추측할 수도 없었다. 놀이터를 지나쳐 집에 들어왔다. 세 달 만에 본 재영의 얼굴은 꽤 변했다. 집에 한 번을 안 오더니 머리도 많이 길렀고 앞머리도 잘랐다. 옷 스타일도 청순하던 재영이 힙찔이가 되어선. 원영은 또 어떻고. 원영은 앞머리를 넘겼다. 머리는 조금 더 길어졌다. 예쁜 건 여전히 예쁘네. 가방에서 닭강정을 꺼냈다. 손에 양념이 묻어나왔다. 열기가 가득 차 눅눅한 닭강정. 맛은 또 더럽게 좋았다.
确实有些事情需要回忆。尤金不知道在宰英和元英之间发生了太多的事情,无法随便猜测。经过游乐场回到了家。三个月没见的宰英脸上变化很大。一次都没回家,头发也长了很多,还剪了刘海。衣服风格也从清纯变成了嘻哈风。元英又是怎样呢。元英把刘海撩了上去。头发稍微长了一些。依然很漂亮。从包里拿出了糖醋鸡块。手上沾满了调料。热气腾腾的糖醋鸡块。味道还是那么好。
장원영 [내일 수능인데 기 좀 나눠주세요]
张员瑛 [明天高考了,请给我点运气吧]
재영언니 [내 후배 될 거니까 걱정 ㄴㄴ]
장원영 [언니. 말이 말이 쉽지 삐끗하면 끝이야]
벌써 수능이야? 또 수능. 시간이 빨랐다. 하루 이틀밤을 넘기다 보면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고 곧 겨울이 왔다. 원영도 수능 치면 성인. 대학생. 유진과 원영은 코 앞에 떨어진 아파트에 살면서 원영의 고3 내 마주친 적이 없었다. 유진은 늘 똑같은 등교시간, 하교시간을 지켜 출근했는데. 치킨 기프티콘이라도 보낼까. 100일 선물은 벌써 재영이 선수를 쳤었다. 유진이랑 재영이 주는 선물이라고 초콜릿만 한 박스를 보냈다고 했다. 수능 끝나면 뭘 하려나. 올리브영 기프트카드가 좋겠지. 원영도 대학생이 되면 재영처럼 잔뜩 꾸밀 거 같았다. 둘이 만약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그럼 좀 배알 꼴리겠는걸.
장원영 [유진언니] 张员瑛 [有珍姐姐]
장원영 [엄마가 싸 준 도시락 좀 별론 거 같아요]
张元英 [妈妈做的便当好像不太好吃]
장원영 [언니 김치볶음밥이 그리워] 张元英 [姐姐的泡菜炒饭好想念]
재영언니 [안유진 김치볶음밥?] 在英姐姐 [安宥真的泡菜炒饭?]
재영언니 [너 그건 언제 해줌?] 在英姐姐 [你什么时候帮我做那个?]
재영언니 [왜 나는 안 해줌?] 재영언니 [为什么不给我做?]
재영언니 [안유진 해명해] 在英姐姐 [安宥真 解释一下]
[언니가 집을 와]
[姐姐回家了]
원영은 반드시, 수능을 잘 칠 것이다. 아침부터 어머니의 뒷담을 하는 기개가 예사롭지 않다. 원영에게 요리를 해 준 지가 꽤 됐다. 수능이 끝나면 원영이 술 마시자고 할까. 친구들이랑 마시겠지. 괜한 기대는 품지도 않았다. 원영아 떨지 말고 파이팅. 주절주절 꿀팁을 보내는 재영의 톡에 단톡방을 꺼버렸다.
元英一定会好好考高考的。从早上开始就对母亲的背后议论不一般。已经很久没有给元英做饭了。高考结束后,元英会不会说要喝酒呢?应该会和朋友们一起喝吧。我也没有抱什么不必要的期待。元英啊,不要紧张,加油。看着在群聊里絮絮叨叨发小贴士的在英,我关掉了聊天窗口。
지금쯤 밥 먹고 있겠네. 평상시보다 밖의 소음이 덜했다. 잔잔했다. 오전반 수업도 마침 끝나갔다. 요리를 배우러 오시는 주부님들이 많았다. 주부들은 요리를 다 잘하는 줄 알았지만 그들에게도 배우는 과정이 있다는 걸 알았다. 계란 두 개를 꺼냈다. 한 손으로 깨기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유진은 전문가 포스가 났다. 자본만 뒷받침된다면, 못 할 장사는 없었다. 그러나 장사는 또 다른 거니까. 유진에게 장사머리가 있는지는 망하기 전까지 모른다. 가지 볶음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켰다.
现在应该在吃饭了吧。外面的噪音比平时少了。很安静。上午的课也刚好结束了。来学做菜的家庭主妇很多。我以为家庭主妇们都会做菜,但后来才知道她们也有学习的过程。我拿出了两个鸡蛋。用一只手打鸡蛋比喝水还容易。宥真看起来像个专业人士。如果有资金支持,没有什么生意是做不成的。但是做生意是另一回事。在宥真失败之前,没人知道她有没有做生意的头脑。为了拍茄子炒的照片,我打开了相机。
[언니] [姐姐]
뭐야. 너 뭐야. 알림바에 떠서는 안 될 이름이 떴다.
什么啊。你什么啊。通知栏上出现了不该出现的名字。
장원영
너 수능 치고 있어야지. 나한테 카톡을 보내면 안 되지. 온 메세지도 덜렁 언니. 한 글자였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누구 언니 부르는 거야. 무슨 일이 생겼나. 수능 망했나. 혹시 시험장 나왔나. 머리 속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었다.
你应该在考高考啊。你不应该给我发信息。收到的消息只有“姐姐”两个字。心跳加速。谁在叫姐姐?发生什么事了吗?高考考砸了吗?难道是从考场出来了吗?脑海中已经越过了不可挽回的河流。
[이거 예약메세지] [这是预定消息]
[놀랐죠? 별 거 아니구 나 수능 끝나면 같이 밥 먹을래요? 엄마 아빠 둘 다 늦는다는데 나 불쌍하죠]
[吓到了吧?没什么大不了的,我高考结束后一起吃饭吧?妈妈爸爸都说会晚回来,我很可怜吧]
당연하지 놀라지. 단체톡도 아니고 은밀하게 유진에게만 개인톡으로 보낼 일이 뭐가 있겠어. 유진이 손에 묻은 물기를 앞치마에 닦았다. 혹여나 글자를 잘못 입력하는 불상사가 생길까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같이 밥 먹어요. 핵심은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톡 채팅창 첫 페이지. 고2 하교 이후 연락이 멈췄었다. 유진의 심장이 차분해질 기미가 안 보였다. 안절부절 가스레인지 주변을 맴돌았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수강생 한 명이 걱정을 했다. 아뇨, 아니에요. 아닌 게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유진의 안색이 초라했다. 파란빛이 돌았다. 히터는 빵빵하고 건조하다 못해 더웠다. 원영이가 나한테 왜. 왜? 단톡도 있잖아. 안재영도 있잖아. 재영은 종강까지 한참 멀었기 때문에 나를 찾았겠지. 그런 거겠지. 장원영의 핸드폰은 꺼져있다. 안유진이 아무리 빨리 보낸다 한들 장원영은 5시간 뒤 확인할 수 있다. 원영의 예약메시지 시간으로부터 조금의 텀도 주고 싶지 않았다. 빠르게 괜찮은 답을 골랐다. 늦게 대답한다고 뭐가 바뀌는 것도 없는데.
当然会惊讶。不是群聊,而是偷偷地只给宥真发私聊,有什么事呢。宥真把手上的水擦在围裙上。为了防止万一输入错误的情况发生。手指在颤抖。一起吃饭吧。重点不明显。KakaoTalk 聊天窗口的第一页。高二放学后联系就中断了。宥真的心脏没有平静下来的迹象。焦虑地在煤气灶周围徘徊。老师,有什么事吗?一名学生担心地问。没有,没事。完全不像没事的样子。宥真的脸色很差,泛着青光。暖气开得很足,干燥得甚至有些热。元英为什么要找我。为什么?不是有群聊吗。还有安在英。在英因为离期末还有很久,所以才会找我吧。应该是这样吧。张元英的手机关机了。即使安宥真发得再快,张元英也要 5 小时后才能看到。不想给元英的预约消息时间留一点空隙。迅速选了一个合适的回复。晚点回答也不会有什么改变。
[내가 학교 앞으로 갈게] [我会去学校前面]
[나오면 전화해] [出来了打电话]
와... 꿈인가. 엄지로 채팅방을 스와이프했다. 나갔다가 들어가지네. 예약메세지라는 것도 놀랍고 장원영이 카톡을 한 것도 놀랍다. 그럼 빨리 씻고 좀 꾸며야지. 이럴 때가 아니네. 유진이 핸드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계란들은 다 타버렸다. 팬에 눌러붙어 설거지가 귀찮아졌다. 그것도 좋았다.
哇……是梦吗。用拇指滑动了聊天窗口。退出后又进来了。预约消息也很惊讶,张元英发了 KakaoTalk 消息也很惊讶。那么赶快洗漱一下,稍微打扮一下吧。不是在这种时候。宥真把手机放进裤子后兜里。鸡蛋全糊了。粘在锅上,洗碗变得麻烦了。那也不错。
향수도 좀 뿌리고. 옷도... 좀 괜찮은 거 없나. 유진의 옷장엔 죄다 스포츠계열 옷뿐이었다. 외식하러 가기엔 알맞지 않다 생각했다. 언니 옷 좀 빌릴게. 재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본가에 두고 간 여분의 옷이니 빌려 입어도 재영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진이 재영과 옷장을 공유하는 사이도 아니고, 재영은 조금 놀라겠으나 달가워할 게 분명했다. 선택 사항은 단 두 개였다. 그중 유진이 생각하는 가장 밝은 계열의 니트를 골랐다. 흰색 니트에 검정바지. 코트를 입을까 말까. 아무래도 코트겠지. 유진은 영 패션 센스가 없었다.
喷点香水吧。衣服……有没有好一点的。宥珍的衣柜里全是运动服。她觉得不适合去外面吃饭。借一下姐姐的衣服吧。她给在英发了短信。没有收到回复。因为是留在老家的备用衣服,借来穿对在英来说也没什么问题。宥珍和在英并不是共用衣柜的关系,在英可能会有点惊讶,但肯定会高兴。选择只有两个。宥珍选了她认为最亮的那件毛衣。白色毛衣配黑色裤子。要不要穿外套呢。还是穿外套吧。宥珍的时尚感实在不怎么样。
오늘 진짜 춥네. 수능날엔 기적처럼 손마디가 아려올 정도로 추웠다. 찬바람이 쌩 불었다. 교문 앞은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몇몇 부모는 주차전쟁에서 졌다. 도로가를 따라 차들이 꼬리를 물었다. 하나둘씩 학생들이 나왔다. 나 수능 때는 어땠더라. 유진과 재영은 걸어갔던 것 같다. 안재영의 수능장 빌런 썰을 들으며. 복잡한 거 딱 질색이라는 부모님의 걸어오라는 지령이 있었다. 개 짖는 소리도 나고 우는 소리도 났다. 한 장소에 일희일비가 존재하는 광경은 두 번째다. 어느 분위기에 맞추어야 할지 몰라 주머니에 손을 꼽고 최대한 움츠렸다. 있는 듯 없는 듯 있었다. 아직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지 않았다. 늦게 나오나 보다. 원영이 나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르고 골랐다. 수고했다, 이건 진부한데. 잘 쳤어? 이건 절대 안 되고. 그럼 비언어적 표현으로 말없이 토닥여주거나 안아주기엔... 우리가 그럴 사이인가. 기다리던 전화가 울렸다. 전화는 처음이었다. 옷소매를 손톱 끝까지 빼입었다. 그러지 않고선 전화를 받기 위해 찬공기에 손을 던져버릴 수 없었다. 정말 잘릴지도 몰라.
今天真冷啊。高考那天奇迹般地冷得手指关节都发麻。冷风呼呼地吹着。校门前挤满了家长。有些家长在停车大战中败下阵来。沿着马路,车子排成了一条长龙。学生们一个接一个地出来了。我高考那天是怎样的呢。好像是和宥真、在英一起走去的。听着安在英讲述他的高考考场恶搞故事。父母讨厌复杂的事情,命令我们走路去。狗叫声和哭声交织在一起。这是第二次看到一个地方充满了喜怒哀乐。不知道该融入哪种氛围,只好把手插进口袋,尽量缩成一团,尽量不引人注意。手机还没有震动。看来要晚点出来了。元英出来后该说些什么呢,想了又想。说“辛苦了”,这太老套了。说“考得怎么样”,这绝对不行。那么用非语言的方式拍拍肩膀或拥抱……我们是那种关系吗。等待的电话响了。这是第一次接到电话。我把衣袖拉到指甲盖。否则无法把手伸进冷空气中接电话。真的可能会冻掉。
"나왔어?" “出来了吗?”
"네. 언니 어디 있어요?" “是的。姐姐,你在哪里?”
"나 정문 앞에 석상 쪽."
“我在正门前的雕像那边。”
유진 언니. 사람들이 소리도 지르는 마당에 네 목소리는 귀에 박혀 선명하구나. 원영이 유진에게 걸어온다. 넌 어쩜 너 같이 귀여운 떡볶이 코트를 입고 수능 칠 생각을 해. 유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작은 손에 빼앗아 갈 온기가 뭐 있다고. 코 끝이 루돌프 같았다. 얼굴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네가 가장 잘 쳤을 거야. 네 얼굴을 보니 알겠어. 날 보며 환히 웃잖아. 내가 수능을 잘 친 것도 아닌데 내 기분이 들뜰 만큼. 그래서 당장 달려가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람들 어깨가 유진을 쳤다. 유진은 그것들을 전부 이겨냈다. 죄송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정전기소리가 유진을 위협해도, 긴 머리카락이 뻗쳐도 걸음은 올곧게 뻗어나갔다.
姐姐,尽管人们在大声喊叫,你的声音还是那么清晰地传入我的耳中。元英向姐姐走去。你怎么会穿着这么可爱的辣炒年糕大衣去参加高考呢。她向姐姐挥了挥手,手掌被冻得通红。那小手里有什么温暖可夺的呢。鼻尖像鲁道夫一样红。看着她的脸就知道了。在这所学校里,你一定是考得最好的。看你的脸就知道了。你看着我笑得那么灿烂。虽然我高考考得并不好,但我的心情却如此激动。以至于我想立刻跑过去抱住你。人们的肩膀撞到了姐姐,但她全都克服了。她没有说对不起。她挤进了人群。即使静电声威胁着她,即使长发飞扬,她的步伐依然坚定地向前迈进。
"수고했어." “辛苦了。”
유진도 모르게 원영의 두 볼에 손을 올렸다. 원영이 보쌈. 볼이 잔뜩 찌부됐다. 원영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유진의 따뜻한 손 온기를 받아냈다. 저릿했던 볼 근육이 풀려갔다. 손을 바꿨다. 손가락을 굽혀 손 마디마디 뼈로 볼을 지긋히 뭉갰다. 볼은 더더 찌부됐다. 적잖이 당황한 원영의 기색을 유진이 알아챌 리가 없었다.
尤金不知不觉地把手放在元英的两颊上。元英的脸颊被捏住了。脸颊被压得扁扁的。元英的眼睛睁得大大的。她感受到了尤金温暖的手的温度。麻木的脸颊肌肉逐渐放松。尤金换了只手,用手指关节轻轻地揉捏她的脸颊。脸颊被压得更扁了。尤金根本没有察觉到元英有些惊慌的神色。
"으그 므애여" “으그 므애여”
"너 볼이 너무 차가워 보이길래...."
“你的脸颊看起来好冷……”
손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크흠. 이 상황이 어울리지도 않는 헛기침을 했다.
他把手放在地上。咳咳。这种情况根本不适合干咳。
"언니. 추우니까 붙어요." “姐姐,很冷,靠近点。”
이 정도면 되나. 둘 사이에 바람이 지나다니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 이런 걸 예상했다. 원영은 그 예상을 깼다. 유진의 오른팔에 팔짱을 꼈다. 언니 친구들이랑 팔짱 안 끼죠. 유진의 오른쪽 어깨가 비정상적으로 치켜 올라갔다. 자세가 어정쩡했다. 두 어깨를 꼭 붙였다. 바람이 대차게 불어왔다. 이러고 있으니 덜 추운 거 같기도 하고.
这样就可以了吗。两人之间的距离感,风都吹不过去。原本是这么预想的。元英打破了这个预想。她挽住了有珍的右臂。姐姐和朋友们不挽胳膊吧。有珍的右肩异常地耸了起来,姿势很别扭。两肩紧紧靠在一起。风猛烈地吹来。这样挨着好像没那么冷了。
"사복 입고 시험 봤네?" “穿便服考试了?”
"아닌데. 저 언니 체육복 입고 쳤어요."
“不是的。她穿着运动服打的。”
"내꺼 아직도 있어?" “我的还在吗?”
"당연히 있죠. 고3 내내 입었는데." “当然有啊。高三一直穿着呢。”
"그래? 다행이다. 너한테 도움 준 게 있긴 하네."
“是吗?那就好。我确实帮到你了。”
"몇 번을 빨았는데 언니 냄새 계속 나는 거 있죠."
“洗了好几次,但还是有姐姐的味道。”
"내가 체향이 좀 쎈가봐. 근데 너 지금은 사복인데?"
“我好像有点体香。可是你现在穿的是便服?”
"갈아입고 나왔어요." “我换好衣服出来了。”
"왜?" “为什么?”
"언니랑 밥 먹어야 되니까?" “因为要和姐姐一起吃饭吗?”
"괜찮은데. 그럼 옷도 챙겨 간 거 아니야."
“没关系。那他也带了衣服吧。”
나 때문에 짐만 많아지고. 원영의 가방을 건네 받았다. 원영도 거절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왼쪽 어깨에 가방을 걸쳤다. 무겁지 않아 다행이었다.
因为我,行李变多了。我接过了元英的包。元英也没有拒绝。谢谢你。我把包挂在左肩上。还好不重。
"언니. 스타일이 좀 달라졌네요?" “姐姐。风格有点变了?”
"어때?" “怎么样?”
"재영언니랑 비슷해요. 그것도 예뻐요." “跟在宰英姐姐身边很像。那也很漂亮。”
깔끔한 게 최고라고 했지. 재영이 닳도록 말했던 잔소리가 감사했다. 카톡 알림음이 중첩됐다. 유진과 원영의 핸드폰을 울리는 알림. 안 봐도 재영이었다.
干净是最好的。再英说过无数次的唠叨现在让我感激不尽。KakaoTalk 的通知音重叠了。是响在宥真和元英手机上的通知。不用看也知道是再英发的。
재영언니 [원영아 수고했다] 재영언니 [원영아 수고했다]
재영언니 [만나면 술 마셔야지]
재영언니 [만나면 술 마셔야지]
우웅. 알림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핸드폰엔 더 이상의 알림이 뜨지 않았다. 원영의 것이었다. 검정 화면 네 글자의 이름. 재영이 원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진에게서 팔을 뺐다. 왼손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원영의 발걸음에 맞춰 나란히 걸었다. 원영이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嗡嗡。通知声又响了一次。手机上没有更多的通知了。是元英的。黑色屏幕上的四个字的名字。宰英给元英打了电话。从有珍那里抽出了手臂。用左手按下了通话按钮。跟着元英的步伐并肩走着。以免元英落后。
언니. 시간 되면 만나요. 당연히 술도 마셔야죠. 알겠어요. 재영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대화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었다. 유진은 문득 궁금해졌다. 재영의 전화가 끊기면 원영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어졌다. 당연한 네 글자의 이름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관뒀다. 쓸데없는 짓. 재영언니가 바꿔달래요. 유진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할 말 있으면 나한테 전화를 걸지. 원영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게 못 마땅했다.
姐姐。如果有时间的话见面吧。当然也要喝酒。知道了。虽然听不到在荣的声音,但可以预测到对话的内容。宥真突然好奇起来。她想在在荣的电话挂断后给元英打电话。她想确认一下那个理所当然的四个字的名字。但是她很快就放弃了。无聊的举动。在荣姐姐让你接电话。她把手机递给了宥真。如果有话要说,为什么不直接给我打电话呢?通过元英的嘴来说话让她很不满意。
옷 입고 갔냐. 맛있는 거 먹어라. 다음 주에 내려가겠다. 유진에게 제 안부를 전했다. 언니는 알아서 잘하니까. 보나 마나 오늘도 새로 사귄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갈 게 뻔했다. 전화를 끊었다. 원영의 핸드폰을 돌려줬다. 원영은 다시 팔짱을 껴왔다. 유진은 원영의 손짓 하나하나에 몸을 벌벌 떨었다. 너무 추웠다.
穿好衣服了吗?吃点好吃的。下周我会去找你。向宥珍转达我的问候。姐姐会照顾好自己的。毫无疑问,今天她又会和新交的朋友们去喝酒。我挂了电话,把手机还给了元英。元英又挽住了我的胳膊。宥珍对元英的每一个手势都颤抖不已。太冷了。
"수능 끝나니까 더 할 게 없어요."
“高考结束后就没什么事可做了。”
"그래?" “是吗?”
그런 거 같았다. 얼마나 놀 게 없었으면 유진의 집에 놀러 왔다. 수능날 먹은 파스타를 끝으로 재영과 함께 셋이서 만나는 그림을 예상했다. 틀렸다. 원영은 일주일도 안 지난 3일 뒤 연락을 했다. 이번에도 개인톡이었다. 대화가 톡 한 페이지를 넘었다. 저녁 먹으러 가도 돼요? 안 될 건 없었다. 원영은 약속이 따로 없다면 늘 유진의 집에 놀러 왔다. 가끔 유진의 학원에도 왔다. 오늘은 유진의 퇴근시간이 빨라 학교 정문으로 마중을 갔다. 졸업한 지 1년밖에 안 지났는데 감회가 남달랐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 사이에서 원영을 단 번에 찾았다. 언니! 작은 손을 쫙 펼쳐 흔들었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好像是那样的。要是没有什么好玩的,元英就会来尤金家玩。高考那天吃了意大利面后,预计会和在荣三个人一起见面。错了。元英在不到一周后的三天后联系了我。这次也是个人聊天。对话超过了一页。可以去吃晚饭吗?没有什么不可以的。只要没有其他约会,元英总是来尤金家玩。有时也会来尤金的补习班。今天尤金下班早,所以去学校正门接她。毕业才一年,感触却很深。孩子们一下子涌了出来。在那群人中一眼就找到了元英。姐姐!她张开小手挥了挥。无论什么时候看到她的笑容,心情都会很好。
"뭐 해줄까." “我能为你做什么。”
"예전에 언니 노트에다 내가 스티커 붙였지 않았나? 그거 중에 하나 먹어요."
“以前我不是在姐姐的笔记本上贴了贴纸吗?从那些里面挑一个吃吧。”
"재료가 있어야 먹는데." “要有材料才能吃。”
"아 맞다. 나 바보네." “啊,对了。我真是个笨蛋。”
명문대 합격한 사람이 바보라니. 원영은 당당히 재영의 학교에 합격했다. 재영이 옆에 없는 지금 가장 먼저 이 소식을 들은 사람은 유진이었다. 내 요리를 먹을 게 아니라 외식을 해야지. 살면서 축하 받을 일이 얼마나 더 있을 줄 알고 자꾸 외식을 해요. 원영은 유진의 요리를 고수했다. 원영이 수능을 치고 난 후 유진의 냉장고는 늘 포화상태다. 없는 재료 빼고 다 있었다. 재료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됐다. 원영에게 친 농담이 실패했다.
考上名牌大学的人怎么会是傻瓜呢。元英堂堂正正地考上了在载英的学校。现在载英不在身边,第一个听到这个消息的人是宥真。不是应该吃我的料理,而是应该出去吃饭。生活中有多少值得庆祝的事情,你怎么总是出去吃饭呢。元英坚持吃宥真的料理。元英参加高考后,宥真的冰箱总是满满的。除了没有的材料,什么都有。说没有材料是不可能的。对元英开的玩笑失败了。
"나 곧 졸업식인데." “我快要毕业典礼了。”
"벌써?" “已经?”
"며칠 뒤면 성인이에요." “再过几天我就成年了。”
"시간 너무 빠르다." “时间过得太快了。”
"그래요? 난 느린 거 같은데."
“是吗?我觉得我很慢。”
언니 내 졸업식 와줄 거예요? 유진의 졸업식 땐 가족 제외 다른 학년 출입 금지였다. 뭔 이딴 규정이 있냐며 원영에게 담이라도 타 넘고 오라는 재영을 유진이 간신히 말렸다. 원영은 기어코 담 근처에서 서성이긴 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거기까지 왔으면 이야기를 하지. 원영이 담장과 눈치를 보는 동안 유진과 재영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카메라 앞에서 한없이 어색해지는 유진이었다. 재영이 유진의 옆구리를 찔러가며 풀어보려 해도 잘 안 됐다. 어깨동무 전신사진 한 장. 부모님과 네 명이서 한 장. 유진의 친구들과 한 장. 많고 많은 사진 중에 원영은 없었다. 언니 못 가서 너무 아쉬워요. 토끼 이모티콘이 울었다. 그런데 이번 원영의 졸업식 때는 가도 된다는 거지. 아마 재영을 포함한 3학년 졸업생 몇몇이 민원을 넣었을 게 분명했다. 부조리함은 무조건 짚고 넘어갈 재영이다. 원영이 졸업식 가야지. 뭘 입고 가야 멀끔하게 괜찮아 보일까. 졸업 선물이 고민되기 시작했다.
姐姐,你会来参加我的毕业典礼吗?在有珍的毕业典礼上,除了家人,其他年级的学生都被禁止入场。什么破规定啊,宰英甚至让元英翻墙进来,有珍好不容易才劝住了她。后来听说,元英还是在墙边徘徊了一会儿。都到那里了,怎么不进来呢?当元英在墙边犹豫不决时,有珍和宰英勉强挤出笑容。在镜头前,有珍显得无比尴尬。即使宰英戳了戳有珍的腰,试图让她放松下来,但效果不大。拍了一张肩并肩的全身照,一张和父母四人的合影,一张和有珍的朋友们的合影。在众多照片中,唯独没有元英。姐姐,不能来真是太遗憾了。兔子表情哭了。不过这次元英的毕业典礼可以去了。肯定是包括宰英在内的几个三年级毕业生提出了投诉。宰英是绝不会放过任何不公正的事情的。必须去参加元英的毕业典礼。穿什么才能显得得体呢?开始为毕业礼物发愁了。
"뭐야?" “什么?”
"내가 할 말인데."
“这是我要说的话。”
언니 바쁘다며. 꽃도 두 개 사고 밥도 사주고 기죽지 않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열심히 준비하면 뭐해. 재영이 원영의 졸업식에 왔다. 못 간다곤 안 했는데? 원영의 반응을 보아하니 유진만 몰랐다. 너네 애들은 너보다 멍청한가 봐. 너 말곤 현수막에 안 걸렸더라. 언니, 그걸 또 봐. 재영이 애교를 부렸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말들. 조언이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게 잘하는 점을 더 부각하는 말들. 흔히 말하는 면접 프리패스 2대 1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사회생활에 특화된 인간. 그런 사람이 안재영이었다. 좀 더 단정한 건 유진보다 재영인지라, 상견례까지 프리패스 가능할 것이다. 이모는 좋겠다. 예쁘고 똑똑한 딸 이모 쏙 빼닮아서. 대학 가면 원영이 내가 못 챙기는 거 아니야? 인기 진짜 많을 거 같은데. 재영이 아첨을 떨었다. 언제 봤다고 이모래. 재영의 옆에 멀찍이 떨어졌다. 유진은 원영의 어머니를 오늘 처음 뵙는다. 그에 반해 재영은 안면식이 있었다.
姐姐不是说很忙吗。还买了两束花,请我吃饭,还再三叮嘱不要让我气馁。努力准备又有什么用呢。宰英来参加元英的毕业典礼了。也没说不能来啊?看元英的反应,只有宥真不知道。你们这些孩子是不是比你还笨啊。除了你,其他人都没上横幅呢。姐姐,你又看到了。宰英撒娇了。看似轻松却不轻松的话。虽然是建议,但不让人感到不快,还能更突出优点的话。通常说的面试通行证,不想在 2 比 1 的面试中遇到的人。擅长社交的人。那样的人就是安宰英。比起宥真,宰英更端庄,连见家长都能顺利通过。姨妈真好,有个漂亮又聪明的女儿,和姨妈一模一样。上大学后,元英不会是我照顾不了的吧?感觉会很受欢迎呢。宰英拍马屁道。什么时候见过就叫姨妈了。离宰英远远地站着。宥真今天是第一次见元英的母亲。相比之下,宰英已经认识了。
"언니. 이리 와요." “姐姐,过来。”
"나?" 我?
"그럼 언니 말고 누구야. 엄마가 언니랑 인사하고 싶대요."
那除了姐姐还有谁呢。妈妈说她想和姐姐打个招呼。
쭈뼛쭈뼛. 손바닥에 땀이 났다. 불편한 자리는 아니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자신이 없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안유진이라고 합니다. 재영이 동생이구나? 둘이 쌍둥이라며. 다르게 생겼네~ 원영이 엄마의 팔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엄마, 사람 앞에 두고 그런 말 하지 마. 아니예요, 다르다는 말 전 좋은 걸요. 유진이 손사래를 쳤다. 원영이는 어머님을 쏙 빼닮았구나. 첫눈에 유진이 누군지, 그때 그 복도에서 유진의 이름을 불렀던 안목은 유전임을 확신했다.
쭈뼛쭈뼛。手掌出汗了。虽然不是不舒服的地方,但没有信心灵活应对突如其来的情况。既然如此,想要看起来像个不错的人。你好。我叫安宥真。你是宰英的妹妹吧?听说你们是双胞胎。长得不一样啊~元英用手指按了按妈妈的胳膊。妈妈,不要在人前说这种话。没关系,我觉得不一样挺好的。宥真摆了摆手。元英长得真像妈妈啊。第一眼就知道宥真是谁,那时候在走廊上叫宥真名字的眼光,确信是遗传的。
유진은 타고나길 말주변이 재영에 비해 좋지 않았다. 없는 건 아니나 늘 재영이 곁에 있었기에 달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재영처럼 아양을 떨지도, 원영의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지도 못하는 유진을 알아챘다. 언니, 우리 사진이나 찍어요. 어머니께 핸드폰을 건넸다. 어머니 제 폰으로도. 제 폰으로 더 예쁘게 찍어주세요. 재영의 흐름에 타지 못했다. 유진의 핸드폰은 여전히 주머니 안에 있었다. 결국 추억을 담는 건 원영과 재영의 핸드폰뿐이었다. 원영을 중간에 세웠다. 오른쪽에는 유진이, 왼쪽에는 재영이 섰다. 원영은 졸업장을 활짝 폈다. 유진은 포즈를 어찌할 바를 몰라 원영의 꽃을 건네받았다. 상체의 절반이나 가렸다. 언니는 어떻게 찍었지. 곁눈질로 보이는 건 원영뿐이었다. 아마 재영이 포즈를 세 번 바꾸는 동안 유진은 똑같았을 것이다.
尤金天生口才不如在宰英。并不是没有,但因为宰英总是在身边,所以显得逊色。尤金不像宰英那样会撒娇,也不敢轻易提起元英的故事。姐姐,我们拍张照片吧。她把手机递给了母亲。妈妈,用我的手机也拍一张。用我的手机拍得更漂亮。尤金没能跟上宰英的节奏。尤金的手机依然在口袋里。最终,记录回忆的只有元英和宰英的手机。元英站在中间。右边是尤金,左边是宰英。元英展开了毕业证书。尤金不知道该摆什么姿势,只好接过元英的花,遮住了半个上身。姐姐是怎么拍的呢。侧眼看到的只有元英。大概在宰英换了三次姿势的时间里,尤金还是保持着同一个姿势。
"유진언니 너무 굳었다." “尤金姐姐太棒了。”
"안유진 얼굴 봐. 돌인데?" “看安宥真的脸。像石头一样?”
재영이 가리킨 손가락 끝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 티가 한껏 나지만 눈이라도 반달로 휘어지며 웃는 유진이 있었다. 그 옆에는 다리를 일자로 모아 찍은 원영과 정반대로 어깨너비 간격의 폭 탓에 키가 원영보다 작아진 채로 팔을 하늘로 핀 재영이 있었다. 언니 졸업식도 아니고. 제일 왼쪽 귀여운 척 쩔어. 하필 둘 다 머리를 묶어 생긴 건 똑같은데 원영을 경계로 '쌍둥이지만 확연히 다른 성격'이 보였다. 어쭈, 안재영 은근슬쩍 팔짱도 끼고 볼도 찌르고. 셔터버튼 5번 누를 동안 할 거 다 했다. 나도 사진 보내줘. 싫은데. 재영에게 대차게 거절당했다. 안 보내줄 이유도 없으면서. 언니, 내가 단톡에 보낼게요. 와줘서 진짜 고마워요. 재영언니도. 단순히 꽃다발로 졸업 축하를 한다는 게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럼 부피라도 제일 크고 제일 예쁜 꽃이었으면 해서 이주 전에 예약을 했었다. 향기 나는 생화는 뜨개질로 꽃을 만들어온 재영의 정성에 비하면 한없이 평범하고 보통의 것이었다. 생각나서 떠봤어. 재영이 뜨개질을 할 줄 알았다는 건 유진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오늘 되게 예쁘다. 이 넓은 운동장 위에 징그러울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도 너만 보였어. 차마 재영이 있던 그 자리에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유진이 준 생화는 정말 보통의 것이었고, 마음도 결국 그만큼 뿐이라고 투영된 거 같아서. 꿀 발린 말이 될 것 같았다.
在在英指着的手指尖上,尽管勉强扬起的嘴角显得很明显,但眼睛却弯成了半月形,笑着的有珍就在那儿。她旁边是双腿并拢拍照的元英,而在她的对面,肩宽的距离使得她看起来比元英矮了,双臂向天空伸展的在英站在那里。不是姐姐的毕业典礼。最左边那个装可爱的。偏偏两人都扎着头发,看起来一模一样,但以元英为界线,“虽然是双胞胎但性格截然不同”显而易见。哎哟,安在英偷偷地挽着胳膊,还捏了捏脸颊。在按下快门按钮五次的时间里,她做了所有的事情。也给我发张照片吧。不想。在英被断然拒绝了。明明没有不发的理由。姐姐,我会发到群里的。真的很感谢你能来。在英姐姐也是。仅仅用花束来祝贺毕业让她心里不太舒服。所以她提前两周预订了体积最大、最漂亮的花。带香味的鲜花相比在英用编织做的花显得无比平凡和普通。想起来就试着做了。在英会编织这件事连有珍也不知道。今天真的很漂亮。在这个宽阔的操场上,尽管人多得让人觉得可怕,但我只看到了你。实在无法在在英所在的那个地方说出口。因为有珍送的鲜花真的很普通,心意也仿佛仅此而已。感觉会变成甜言蜜语。
"언제 돌아가?" “什么时候回去?”
"곧. 기차 타러 가야 돼" "快了。我们得去赶火车。"
"안 오는 줄 알았는데."
“我以为你不会来了。”
"짬 내서 왔지. 원래 졸업식은 물량빨이야."
“抽空来的。毕业典礼本来就是人多势众。”
원영이가 인기가 없겠어. 우리 애 기죽으면 절대 안 되지 한 명보단 두 명이라면서 그 한 명이 못 미더웠던 티를 그렇게 냈다. 적어도 유진은 그렇게 느꼈다. 조심히 올라가. 이 언니 없는 동안 사고 치지 말고. 재영이 신신당부를 했다. 사고를 친다면 그건 백중 구십구 재영일 텐데. 빨리 가기나 해. 유진을 아직도 9살짜리 엉엉 울던 꼬마로 보는 언니병 재영의 등을 떠밀었다. 확실히 재영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졸업식 그 찰나에도 느낄 수 있었다. 재영이 있으면 조심스러워지고 없으면 대범해진다는 것. 언니가 일종의 허용치, 기준치 같은 거였다. 어떤 행동을 하기 전 재영을 보면, 이 행동이 옳은지 알 수 있었다.
元英怎么会不受欢迎呢。我们孩子绝对不能气馁,说是两个人比一个人好,但那一个人不可靠的意思表现得很明显。至少宥真是这么觉得的。小心上去。姐姐不在的时候不要惹事。再英再三叮嘱。如果惹事的话,那百分之九十九是再英的错。快走吧。宥真推了推还把她当成 9 岁哭泣小孩的姐姐病再英。确实有再英和没有再英的区别,即使在毕业典礼的那一瞬间也能感觉到。有再英在就会小心翼翼,没有再英就会变得大胆。姐姐就像是一种容许值、基准值一样。做某个行为之前看看再英,就能知道这个行为是否正确。
[어디예요?] [你在哪里?]
[나 집이야] [我在家]
[왜?] [为什么?]
[오늘은 학원 안 가요?] [今天不上学吗?]
[하루 빠지기로 했어]
[决定休息一天]
너랑 재영이 사이에 끼어있는 내가 고춧가루 같아 속상해서. 라고 솔직하게 말하지도 못하고. 찌질하게. 근데 어떻게 알았지. 학원 안 간 거.
夹在你和在荣之间的我就像辣椒粉一样难受。却又不能坦诚地说出来。真是窝囊。可是你怎么知道的?我没去补习班。
[어떻게 알았어?] [你怎么知道的?]
[나 놀이터인데] [我在游乐场]
[그네만 2시간째예요] [已经在秋千上坐了两个小时了]
[애들이 쳐다봐] [孩子们在看]
오늘 외식한다 한다며. 시계를 보니 8시였다. 패딩에 팔을 욱여넣었다. 안이 잠옷이든 말든 중요하지 않았다. 손 다 얼었겠네. 이 추운 날씨에 그네를 탔다니. 진짜 이상해. 진짜 진짜 이상하다고. 발가락이 얼어가도 훤히 공기와 맞닿는 슬리퍼를 끌고 뛰었다. 발바닥도 감각을 잃어갔다. 빙판 위를 맨발로 달리는 기분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뜨거운 감자를 밟는 것 같았다.
今天说要出去吃饭。看了看表,已经八点了。我把手臂塞进羽绒服里,里面穿着睡衣也无所谓。手都冻僵了吧。在这么冷的天气里还荡秋千,真是奇怪,真的真的很奇怪。即使脚趾冻僵了,我还是穿着露脚的拖鞋跑了出去。脚底也失去了知觉。没有感觉像是光着脚在冰面上跑,反而像是踩在热土豆上。
끼익 끼익. 쇠도 얼어 마찰음이 심하게 났다. 아파트 1층 사람들은 신경 좀 쓰셨겠는 걸. 원영이 그네에서 일어났다. 코가 빨갰다. 손 끝도 빨갛고 볼도 빨갛고. 온몸이 추워 보였다. 급하게 뜯어 흔들면서 온 핫팩을 건넸다. 유진의 손보다 미지근했다. 원영의 손 위에 올려 지그시 눌렀다. 조금이라도 빨리 열기가 전해지라고. 핫팩 위로 겹쳐진 유진의 손 온기가 원영이게 전해졌다.
吱吱。铁也冻住了,摩擦声很大。公寓一楼的人们可能会有些在意。元英从秋千上站了起来。鼻子红了。手指尖也红了,脸颊也红了。全身看起来都很冷。我急忙撕开热敷包递给她。比起有珍的手还要温热。我把热敷包放在元英的手上,轻轻按了按。希望热气能尽快传递过去。有珍的手覆盖在热敷包上,温暖传递给了元英。
"외식한다고 하지 않았어?" “你不是说要出去吃饭吗?”
"그냥, 언니가 만든 볶음밥 먹고 싶어 가지구. 엄마 아빠는 일 갔어요. 뭐가 터졌대. 뭔진 몰라요."
“就是,想吃姐姐做的炒饭。妈妈爸爸去上班了。听说出了什么事。我也不知道是什么。”
"많이 춥지. 집에 가자." “很冷吧。我们回家吧。”
"진짜 추웠어요. 한시간은 괜찮았는데 두 시간 되니까 사람이 못 버티겠더라고."
“真的很冷。一个小时还好,但两个小时后人就受不了了。”
"기다리지 말고 그냥 와. 연락 안 할 거 같으면."
“别等了,直接来。如果你不打算联系的话。”
"그래도 돼요?" “可以吗?”
"되지. 우리 집도 부모님 잘 안 계시잖아."
“可以啊。我们家也经常没有父母在。”
"맞아. 그래서 좋아요. 동병상련이네." "没错。所以我喜欢。我们是同病相怜啊。"
"그렇게 말하니까 슬프다." “这么说来真让人难过。”
"그럼 기가 막힌 타이밍?"
“那真是绝妙的时机?”
"그거로 하자." “就这么做吧。”
"꽃들 병에 담아뒀어요. 예쁘고 언니 냄새 나."
“我把花放在瓶子里了。很漂亮,还有姐姐的香味。”
"졸업식 때... 너 예쁘더라." “毕业典礼那天……你真漂亮。”
"끝난지 한참 됐는데 그걸 지금 말해요?"
“都过了这么久了,你现在才说吗?”
"그 땐 사람이 너무 많아서."
“那时候人太多了。”
"쑥스러움이 많네요." "你真害羞啊。"
"맞아." “对。”
쑥스럽고 뜬금없기까지 하지만 뜨는 해를 바라보며 속으로 끙끙 앓다 후회할바엔 늦더라도 하루가 가기 전에 말하고 싶어서. 축하한다는 이야기도 제대로 못 했는데. 언제부터 솔직한 사람이었다고, 유진은 묵혀둔 말들을 쏟아냈다. 원영은 재촉하지 않았다. 어땠냐고 묻지도 않았다. 유진은 과할 정도로 원영을 칭찬을 했다. 원영은 고개만 끄덕였다. 어느새 핫팩이 뜨거워졌다. 추위를 견딜 수 있을 열기가 올라왔지만 걸음걸이는 반대로 느려졌다.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나란히 걷는데서 나오는 유진의 작은 용기를 듣기 위해. 우리 본지 꽤 된 거 같아. 그쵸, 나 이제 어른이라니까. 쏟아내는 유진의 말을 담았다. 유진의 서투른 표현들로 뭉친 원영에 대한 애정들은 유진이 한아름 껴안고 건네줬던 생화다발보다 훨씬 크고 농축된 향기로움이었다. 물병에 꽃이 아니라 애정을 담아 오래오래 책상 위에 두고 싶을 정도로.
虽然有些害羞和突然,但与其在心里纠结后悔,不如在一天结束前说出来。连祝贺的话都没能好好说出口。自从什么时候开始变得这么坦率了呢,悠真把积压已久的话一股脑儿地说了出来。元英没有催促,也没有问他怎么样。悠真过分地称赞了元英。元英只是点了点头。不知不觉中,暖宝宝已经变得很热了。虽然有了足以抵御寒冷的热量,但步伐却变得缓慢了。为了听到悠真在并肩行走时不看着脸说出的那一点点勇气。我们好像有一阵子没见了。对吧,我现在可是大人了。悠真倾吐的话语。悠真用笨拙的表达方式传达出的对元英的爱,比他曾经满怀抱着送出的鲜花束还要浓烈芬芳。不是想把花放在水瓶里,而是想把这份爱放在桌子上,长久地保存。
아파트 단지를 빙빙 돌았다. 발 밑 벽돌 패턴이 익숙해져도,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 10명을 보내고도 누구 하나 말하는 이가 없었다. 똑 닮은 빨간 코 끝은 감각이 없어져도 끓어오르는 주머니 속 핫팩 하나로 추위를 견디기 충분했다. 더 늦으면 밥이 아니라 야식이 될 텐데 그런 것들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둑한 산책로, 하얗게 퍼지는 입김, 얼어붙어 바스락 거리는 외투. 이런 것들이 뭐라고 아쉬운 마음에 한없이 빙빙 돌았다. 원영이 팔짱을 껴오지 않았다. 핫팩이 따뜻했다. 언니, 언니도 서울에 올라오면 좋겠다. 안 그래도 올라가려고. 식당에서 제대로 일 배우고 창업이라도 해야지. 언니, 열정페이 그런 거 하기만 해. 그래도 잘됐다. 언니 자주 볼 수 있어서. 원영과 유진이 만났을 때 재미있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즐거운 추억을 쌓을만한 시도조차 없었다. 같이 묵묵히 밥 먹고, 각자 노트를 끄적이다 재영의 이야기를 조금 하고. 그러다 헤어지고. 너랑 나랑 자주 만나면 좋을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 너는 왜? 난 재영언니처럼 웃긴 사람도 아니고, 속 시원하게 명쾌한 답변으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나는 이유가 있지만 너는 왜 그런지 모르겠어. 유진이 입을 열었다. 입김이 쏟아져 나왔다. 하- 숨을 뱉으면 뽀얀 솜사탕이 만들어졌다. 다시 숨을 들이 마시면 폐를 시리도록 차가운 공기가 꽉 채웠다. 졸업식 때, 원영이 너만 보였어. 아니 사실은, 수능치고 나왔을 때도. 어쩌면 네가 나를 처음 봤던 복도에서부터 일지도 몰라. 네가 있는 모든 곳엔 따뜻한 온기가 머물러 있어서 떠나기 싫은 거 같아. 헤어지기도 싫고. 겨울에 이불 밖 벗어나기 싫다고 찡찡 때 쓰는 어린애처럼 말이야. 넌 참 따뜻해. 그래서 춥지가 않아.
我在公寓小区里转了好几圈。即使脚下的砖块图案已经变得熟悉,送走了十个回家的人,也没有一个人说话。即使鼻尖冻得失去了知觉,口袋里那包热乎乎的暖宝宝也足以抵御寒冷。再晚一点,饭就变成宵夜了,但这些都不重要。昏暗的散步道,白色的哈气,冻得嘎吱作响的外套。就是这些东西让我心里感到无尽的遗憾,不停地转圈。元英没有挽着我的胳膊。暖宝宝很暖和。姐姐,姐姐也来首尔吧。我本来就打算上去的。在餐馆里好好学学,甚至创业。姐姐,千万别做那种廉价劳动力的工作。这样也好,能经常见到姐姐。元英和有珍见面时并没有发生什么有趣的事。也没有尝试去积累什么愉快的回忆。只是一起默默地吃饭,各自写写笔记,聊聊在英的事。然后就分开了。我找不到我们经常见面的理由。你呢?我既不是像在英姐姐那样有趣的人,也不是能用爽快的回答解决烦恼的人。我有理由,但不知道你为什么。有珍开口了。哈气喷了出来。哈——吐出一口气,白色的棉花糖般的雾气形成了。再吸一口气,冰冷的空气充满了肺部,冷得刺骨。毕业典礼那天,我只看到了你。其实,说实话,高考结束出来的时候也是。也许从你第一次看到我的走廊开始就是这样。你所在的每个地方都有温暖的气息,让我不想离开。不想分开。就像冬天不想从被窝里出来的小孩子一样。你真的很温暖。所以我不觉得冷。
"원영아." 元英啊。
"네?" “啊?”
"우리 최근에 자주 만났잖아." "我们最近经常见面。"
"....." “.....”
"어땠어? 나랑 있었을 때." “和我在一起的时候感觉怎么样?”
"좋았어요. 그래서 자주 만났지." “很好。所以我们经常见面。”
"그럼... 우리 내일도 볼래?" “那么……我们明天也见面吗?”
"내일?" “明天?”
"응. 내일도 보고 모레도 볼까."
“嗯。明天见,后天也见吧。”
"....." “.....”
"내일도 보고 모레도 보고. 그다음 날도, 그 그다음 날도 볼까, 우리."
"明天见,后天见。再后天也见,我们。"
아, 얘 앞에서는 꾸며내는 것도 어렵구나. 잔뜩 굳은 얼굴 근육이 원영을 보았다고 눈치 없이 보조개가 푹 들어갔을 게 분명했다. 원영은 당황한 듯 보였다. 멋있게 사귀자. 나 너 좋아해.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조금은 원망스러웠으나 이 길을 너와 계속 걷고 싶다는 생각 하나는 변치 않았다. 변함없을 우직한 마음이 솔직함을 끌어냈다. 자기 전에는 오늘 보려나, 그러다 만났을 때는 내일도 보려나. 네가 기다려져. 자주 보고 싶고 매일 보고 싶어. 원영의 표정을 계속 보기 어려웠다. 잠깐 반짝인 용기는 한 없이 추위에 쪼그라들었다. 그러자 핫팩의 열로 뜨겁게 달아오른 손이 차가운 손을 사르르 녹였다. 뜨겁다고 느껴질 온도였다. 고백이네요. 그쵸? 유진의 몸이 뜨거운 건지, 원영의 손이 뜨거운지 알 수 없었다. 유진의 고개가 푹, 고꾸라졌다. 원영이 손 진짜 작구나. 이런 생각을 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작디작은 손을 내 손안에 소중히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유진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부끄러운 티란 티는 전부 내면서, 홍조 띤 얼굴에 목소리까지 떨면서 놓치면 영영 사라질 손 마냥 꼬옥 잡고 놔주기는커녕 손 마디마디를 옭아맸다. 원영아. 네가 좋아. 네가 좋아서 매일매일 보고 싶어. 이제 매일 보면 되죠. 가늘고 부드러운 엄지 손가락이 유진의 손등을 매만졌다. 원영이 배고프지, 들어갈까? 성공적인 고백 뒤에 따라오는 건 사심 채우느라 질질 끌어버린 애매한 밥시간과 이제야 눈에 들어온 원영의 끓어오르는 귀였다. 배 안 고파요. 그냥 이렇게 조금 더 걷자. 언니 손이 따뜻해지면, 우리의 손 온도가 똑같아지면 그 때 들어가요.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이 따뜻해지려면 한참 걸어야 했다.
啊,在他面前装模作样真是太难了。僵硬的脸部肌肉肯定因为看到了元英而不自觉地露出了酒窝。元英看起来有些慌张。我们帅气地交往吧。我喜欢你。虽然有点责怪自己没能说出口,但想和你一起走这条路的心意却没有改变。坚定不移的心意引出了坦诚。睡前想着今天能不能见到你,见到你时又想着明天能不能再见到你。我在等你。想经常见到你,每天都想见到你。元英的表情让人难以直视。短暂的勇气在寒冷中迅速消退。于是,热乎乎的暖手宝温暖了冰冷的手,感觉到了一种温暖的温度。这是告白吧,对吧?不知道是侑珍的身体发热,还是元英的手发热。侑珍的头低了下去。元英的手真小啊。想到这点的自己感到有些羞愧。能把这双小小的手珍惜地握在手心里让侑珍感到幸福。尽管脸上泛着红晕,声音也在颤抖,但侑珍紧紧握住那双仿佛一放手就会永远消失的手,甚至紧紧抓住每一个指节。元英啊,我喜欢你。因为喜欢你,所以每天都想见到你。现在每天都能见到你了吧。细腻柔软的拇指轻轻抚摸着侑珍的手背。元英,你饿了吧?进去吧。成功告白后,随之而来的是因为私心拖延的尴尬饭点和现在才注意到的元英红透的耳朵。我不饿。我们再走一会儿吧。等姐姐的手暖和了,我们的手温一样了再进去。冰冷的手要暖和起来还需要走一段时间。
"너도 내가 좋아?" “你也喜欢我吗?”
"나도 언니 좋아요." “我也喜欢姐姐。”
"진짜?" “真的吗?”
"그 의심 가득한 표정 뭐지."
“那是什么怀疑的表情。”
"아니...너랑 사귀는 게 안 믿겨서.
“不……我不敢相信我在和你交往。”
고백은 자기가 해놓고 기뻐하지 못할 망정 의문을 품었다. 이걸 왜 받아주지? 이 고백이 왜 성공하지. 은연중에 유진은 결과를 받아둔 고백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달콤하고 잔인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빈 왼손으로 뺨을 한 대 쳐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告白是自己做的,却没有感到高兴,反而充满了疑问。为什么会接受这个告白?为什么这个告白会成功?潜意识里,尤金认为自己会接受这个告白。难道是在做一个甜蜜而残酷的梦吗?他很想用空着的左手打自己一巴掌。
"내가 무를 거 같아요?" “你觉得我会退缩吗?”
"언니 되게 이상하고 귀엽다." “姐姐真是又奇怪又可爱。”
"내가 리드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귀여우니까 해준다."
“내가 리드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귀여우니까 해준다.”
쪽. ...뭐야? 뭐긴 뭐예요. 볼뽀뽀지. 나 몰랐어. 나 진짜 몰랐어. 한 번만 더 해줘. 이 언니 완전 여우네. 응? 한 번만 더. 팔자 눈썹으로 애원하면 해줄 수밖에 없잖아. 사귀는 첫날부터 필살기 쓰네. ...쪽. 유진의 볼에 붉은 자국이 두 군데나 남았다. 너 네 거라고 찜 해둔 거야. 해놓고 보니 입술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조금 창피한데. 옷 소매로 조금 문질러 볼까, 꾸깃꾸깃 소매를 잡아당겼다. 너 완전 귀엽다... 유진이 혼잣말을 했다. 너무 작아서 주변이 시끄러웠다면 들리지 않았을게 분명하다. 안유진 네가 더 귀여운데. 볼뽀뽀받은 볼 왼손으로 소중하게 감싸는 거 봐. 손깍지 절대 안 풀고 굳이 왼손 꺾어서 어렵게 오른 볼에 가져가는 거. 너가 더 귀여운데. 유진의 눈이 가늘게 길어졌다. 보조개는 이미 원영 전용 우물을 팠다.
啾。……什么呀?什么什么呀。脸颊吻啊。我不知道。我真的不知道。再给我一次。这姐姐真是狐狸精。嗯?再一次。用八字眉恳求的话,我只能答应了。从交往的第一天就用必杀技呢。……啾。悠珍的脸颊上留下了两个红印。你是标记这是你的了吧。做完之后发现嘴唇印得很明显。有点尴尬。用衣袖稍微擦擦看吧,抓起皱巴巴的袖子。你真可爱……悠珍自言自语道。声音太小了,如果周围很吵的话肯定听不见。安悠珍你更可爱。看你用左手珍惜地捂着被亲的脸颊。手指紧扣,特意用左手绕到右脸颊上。你更可爱。悠珍的眼睛细长起来。酒窝已经为元英挖了专属的井。
*
"순두부찌개 괜찮지. 후문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진짜 맛있는 뚝배기 순두부집 있거든? 그거 무조건 먹어야 돼."
"纯豆腐汤不错。从后门走大约 10 分钟有一家非常好吃的砂锅纯豆腐店?那个一定要吃。"
"맞아요. 그 집 진짜 맛있더라. 유진언니는 어때요?"
“对啊。那家店真的很好吃。尤真姐姐怎么样?”
응, 나도 좋지. 애매하게 끝난 2시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유진, 재영과 함께. 언니가 한 것보단 맛없더라. 이 말은 꼭 밥 먹고 나서 해줘야지. 유진의 팔짱을 꼈다. 최근에 웍질을 한다더니 팔이 더 두꺼워진 것 같았다. 영광의 전완근. 괜히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갈라진 근육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유진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재영의 말을 받아주느라 모든 주의가 재영에게 집중됐다.
嗯,我也觉得不错。我们在两点钟吃了顿晚午餐,时间有点尴尬。和尤金、在英一起。比起姐姐做的,味道差了一点。这句话一定要吃完饭后说。我挽住了尤金的胳膊。最近他在练习炒菜,感觉胳膊更粗了。荣耀的前臂肌肉。我用手指戳了戳,沿着分明的肌肉线条移动。尤金完全没有感觉到,他的注意力全在回应在英的话。
"넌 서울에 있을 거면서 방은 왜 구했어? 그냥 나랑 살면 되잖아."
“你明明要在首尔,为什么还要找房子?直接和我住不就好了。”
"언니랑 살면 힘들어." “和姐姐一起生活很辛苦。”
"내가 어때서. 그치 원영아." “我怎么了。对吧,元英。”
너네 언니 엄청 서운하게 말한다. 언니네 동생이잖아요. 유진의 소유를 두고 경쟁을 했다. 사이에 낀 원영은 오른쪽만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다. 그 시선도 유진은 느껴지지 않았다. 긴장을 했나. 그럴 이유가 없다. 그러나 긴장이 아니면 경직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왜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도록 온몸이 꼿꼿할 이유가 뭐지. 얼른 밥 먹고 재영을 보내야겠다 생각했다. 언니랑 손 잡고 좀 걷다 이야기하고 들어가야지. 시간이 금이었다.
你姐姐说话真让人伤心。你可是姐姐的妹妹啊。为了争夺有珍的所有权而竞争。夹在中间的元英只看着右边说话。那视线有珍也感觉不到。是紧张了吗?没有理由啊。但是如果不是紧张,就找不到僵硬的理由。为什么呢?全身僵硬到手臂都用力的理由是什么呢?想着赶紧吃完饭送走在英。和姐姐牵着手走一会儿聊聊天再进去。时间就是金钱。
"이제 밥 먹으러 가?" "现在去吃饭吗?"
"연강 때문에. 간다." "因为连江。走了。"
"어? 어어, 가라" “哦?哦哦,走吧。”
저 사람 좀 별로다. 유진언니 완전 빤히 쳐다봤어. 재영에게 은근히 핍박을 줬다. 이 언니는 발이 얼마나 넓으면 10분 거리에 아는 사람을 세 번이나 만나. 그 아는 사람들은 또 하필 세 번이나 유진을 뚫어져라, 지나치는 그 찰나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재영을 닮은 쌍둥이여서보다, 우리 언니가 예뻐서 눈길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전자인 걸 알지만 괜히 으스대고 싶은 예쁜 여친 둔 승자의 경각심이었다.
那个人有点不怎么样。一直盯着姐姐看。还隐隐地给在英施压。这个姐姐的交际圈有多广,十分钟的路程里能遇到三次认识的人。那些认识的人偏偏三次都盯着姐姐看,连擦肩而过的瞬间都不移开视线。不是因为她们是长得像在英的双胞胎,而是因为我姐姐漂亮才盯着看,心情很不好。虽然知道是前者,但还是想炫耀一下有个漂亮女友的胜者的警觉心。
"재영언니. 저 사람들은 언니 쌍둥이인 거 몰라?"
"在英姐姐。那些人不知道你是双胞胎吗?"
"모르지." "不知道。"
"세 명 다?" “三个人都?”
"다 안 물어보던데." “他都不问。”
어이가 없네. 당연하지. 형제 있냐 묻지, 그럼 너 쌍둥이 형제 있어? 라고 묻겠어. 유진의 눈치를 슬쩍 봤다. 기분이 안 좋은가. 유진의 마음을 도통 알아챌 수가 없었다. 유진은 뚝배기에 고개를 처박고 숟가락만 움직였다. 오늘 만나고 나서 시종일관 같은 표정이다.
荒唐至极。当然了。问你有没有兄弟姐妹,怎么会直接问你有双胞胎兄弟吗?偷偷看了看尤金的脸色。他心情不好吗?完全无法猜透尤金的心思。尤金只是埋头在碗里,用勺子机械地吃着。从今天见面开始,他的表情就一直没变过。
"언니. 원영이 잘 챙기고 있지?" “姐姐,元英你照顾得好吗?”
"원영아 너가 말해봐." “元英啊,你来说说看。”
"재영언니가 밥 사줬어요." "在英姐姐请我吃饭了。"
"됐냐?" “行了吗?”
원영이 성인 되고 나서는 안유진 네가 더 싸고도는 거 같애. 그거 원래 내 포지션이었는데. 재영이 카드를 내밀었다. 두 개의 카드 전부 거부했다. 야, 내가 언니인 거 잊었지 둘 다. 언니의 역할을 빼앗으려고 하지 마라 동생들아. 빨간 뚜껑 통에서 박하사탕 하나를 꺼냈다. 늘 그랬듯,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유진 언니가 사고 싶었나. 맛있는 걸 먹어도 썩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재영의 장난에 웃고는 있는데 뭐랄까, 여전히 잔뜩 긴장해서 경계태세 고양이 같달까. 야옹 하고 우는 강아지 같달까.
元英成年后,安宥真你更像是到处乱跑的那一个。那本来是我的位置。宰英递出了卡片。两张卡片都被拒绝了。喂,你们两个忘了我是姐姐了吗?不要试图抢走姐姐的角色,弟弟们。从红色盖子的罐子里拿出了一颗薄荷糖。像往常一样,用洪亮的声音打了招呼后离开了店铺。宥真姐姐是想买东西吗?即使吃了美味的东西,脸色也不太好。虽然在笑着回应宰英的玩笑,但怎么说呢,还是像一只紧张戒备的猫。或者说像一只喵喵叫的狗。
"오늘 컨디션 별로예요?" “今天状态不好吗?”
"응? 아니?" “嗯?不是吗?”
"그럼 다행이구." “那就好。”
언니 기분 안 좋은 거 같아서 걱정했는데. 맞잡은 손을 붕붕 흔들었다. 캠퍼스 안에서 우리가 손을 잡든 말든. 원영은 그런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조심하는 쪽은 유진이었다. 주변을 계속해서 살폈다. 누가 보면 어떡하냐 말로 꺼내지 않았지만 불안함이 드러났다. 그래서 그런가? 유진이라면 본인의 안위보단 원영이 혹여 소문이라도 날까 팔짱 꼈던 것에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姐姐好像心情不好,我很担心。握住的手晃来晃去。在校园里我们牵手也无所谓。元英完全不在意那些目光。所以反而是悠真在小心。她不断地观察周围。虽然没有说出口,但她的不安显露出来了。是因为这样吗?如果是悠真,她可能更担心元英会不会传出什么谣言,而不是自己的安危,所以才感到不舒服。
"언니, 우리 이백일에 뭐할까요?" “姐姐,我们两百天纪念日要做什么?”
"음. 뭐하고 싶어?" “嗯。你想做什么?”
"하고 싶은 거 있긴 한데. 궁금해요?"
“有想做的事。你很好奇吗?”
"원영이 뭐가 하고 싶을까아" “元英想做什么呢”
"궁금하면 언니부터." “如果好奇的话,先从姐姐开始。”
언니 입꼬리 완전 쳐졌어. 속상한 일 있어요? 언니가 속상하면 나도 속상한데. 원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약 이백일이 되도록 한 번을 싸운 적 없는 이유는 전부 장원영의 체리 같은 도톰한 밑입술 공이 컸다. 싸울 기미가 보이면 원영이 분위기를 너그러이 풀었다. 그래봤자 이유라고는 유진이 무리해서 데이트 하러 나왔을 때나 자꾸만 무언가를 주려고 했을 때. 복에 겨운 서운함이었다.
언니,嘴角完全垂下来了。有什么不开心的事吗?如果你不开心,我也会不开心的。元英撅起了嘴唇。大约两百天以来从未吵过一次架的原因,全都归功于张元英那樱桃般丰满的下唇。每当有吵架的迹象时,元英总是宽容地缓和气氛。说到底,理由无非是有时宥真勉强出来约会,或者总是想给她什么。这是一种幸福的委屈。
재영을 보내고 1시간 정도 캠퍼스를 걸었다. 유진은 대학생이 아니라 캠퍼스 연애 이런 것들을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학교에서도 언니를 보니 좋네, 여기까지다. 요리를 배우고 있는 유진이 멋있고 또 그렇기에 지금도 반짝이는 언니를 굳이 가정까지 해가며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안유진 그 자체가 좋았다. 손을 떨며 고백하는 유진이 마음에 들었고, 이 언니랑 연애하는 나 자신이 궁금해졌기에 시작한 사랑이다. 유진언니는 그 누구도 필요 없이 스스로 밝게 빛날 줄 아는 사람이라 좋았다. 언니가 만든 요리를 정리하는 노트를 보았을 때, 빼곡하게 정리해 둔 개미만한 한 글씨들에 담긴 노력과 정성에 놀랐고, 두 번째로 보았을 땐 노력을 꾸준히 습관화시킨 언니를 닮고 싶었다. 그 언니만 보면 글이 잘 써졌다. 도서관에서 꾸벅꾸벅 졸던 언니를 보며 써 내려갔던 검은 잉크들은 언니에게 번져가는 내 마음을 표현한 거인지도 모르겠다. 빛나고 뜨거운 것들을 보면 몸도 달아오르는 열정이 내 영감이고, 그 영감이 안유진 바로 너였다. 늦게까지 일하고 5시간 채 안 잤으면서 2시간 공강 잠깐 보겠다며 달려온 탓에 숨기려 해도 티가 났던 하품을 하는 유진이 좋았다. 미안한 마음보다도, 이런 언니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늘 생경했고, 여기서 더 좋아할 수 있다고? 싶을 정도로 언니는 깊게 빠져들어가는 늪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삶의 이유를 남에게서 찾다니, 참 한심하기 짝이 없지. 언니는 나를 바보로 만들어. 언니에 대해서는 만년필 세 자루를 써도 부족한 말들이 많은데, 언니를 사랑하는 나에 대해 쓰려고 하면 단 한 글자도 써지지 않아.
送走在英后,我在校园里走了大约一个小时。虽然宥真不是大学生,不能体验校园恋爱之类的事情,但她一点也不觉得遗憾。只是因为在学校里也能见到姐姐,感觉很好,仅此而已。宥真正在学习烹饪,她很帅气,也因此不想刻意去想象姐姐现在闪闪发光的样子。安宥真本身就很好。她喜欢那个颤抖着手告白的宥真,也因为好奇和这个姐姐谈恋爱的自己,于是开始了这段爱情。宥真姐姐是那种不需要任何人就能自己发光的人,这一点很好。当她看到姐姐整理的烹饪笔记时,那些密密麻麻的小字里包含的努力和用心让她感到惊讶;第二次看到时,她想要变得像那个把努力变成习惯的姐姐。只要看到那个姐姐,文章就能写得很好。看着在图书馆里打瞌睡的姐姐写下的黑色墨迹,或许是在表达她对姐姐的心意。看到那些闪亮而炽热的东西,身体也会变得炙热,那是她的灵感,而那个灵感正是安宥真。尽管工作到很晚,睡了不到五个小时,却因为想在两个小时的空闲时间里见她而跑来,尽管试图掩饰,但打哈欠的样子还是暴露了出来。比起感到抱歉,更多的是,这样的姐姐爱着她这一事实总是让她感到新奇,甚至觉得还能更喜欢她吗?当她意识到姐姐是一个让人深陷其中的沼泽时,她感受到了活着的感觉。把自己生活的理由寄托在别人身上,真是无可救药的愚蠢。姐姐把她变成了一个傻瓜。关于姐姐的话,用三支钢笔也写不完,但一旦想写自己爱着姐姐的事情,却一个字也写不出来。
"유진언니." “尤金姐姐。”
"응?" “嗯?”
"....." “.....”
"우리 원영이. 왜 부르지이." 我们元英。为什么叫我。
"전 언니가 정말 좋아요" 我真的很喜欢姐姐。
"나도 원영이 좋아. 원영이가 제일 좋아."
我也喜欢元英。元英是我最喜欢的。
"나를 좋아하고 있는 이 순간에 몰입하고 빠져봐요."
“沉浸在喜欢我的这一刻吧。”
"....." “.....”
"나한테 집중하란 소리야." “意思是要专注于我。”
응? 나한테 집중해요. 원영의 손길이 유진의 턱선을 따라 내려온다. 진짜 베이겠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 턱선이 예술이야. 위험하다 위험해. 경사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오다 검지로 유진의 고개를 틀었다. 사람들한테 눈 돌리지 말고 나한테 집중해야지. 유진의 눈빛이 그윽했다. 대낮에, 잔디밭 한복판에서. 원영이 꼬시고도 아차 싶었다. 이 언니한테 시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설마 여기서 키스라도 갈기면 어쩌지. 나 어떡하지. 전세역전이다. 장원영이 시선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마치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사람처럼 두 눈을 꼭 감았다. 침을 한 번 삼켰다. 에타에 올라가든가 말든가. 안유진의 눈빛에 사로잡혔다. 상체가 돌아갔다. 무언의 힘에 이끌려. 유진언니와 멀어졌다. 대체 왜?
嗯?专注于我。元英的手沿着有珍的下颚线滑下来。真的会被割伤。她这样想着。下颚线真是艺术。危险,危险。顺着斜坡滑下来,用食指扭转了有珍的头。不要看别人,要专注于我。有珍的眼神深邃。在大白天,草坪正中央。元英勾引了她,却也有些后悔。她告诉这个姐姐不要在意视线,但如果真的在这里亲吻怎么办。我该怎么办。局势逆转了。张元英开始在意视线了。她像是希望这种事情发生一样紧闭双眼,咽了一口唾沫。无论是否上传到论坛。被安有珍的眼神吸引了。上半身转了过去,被无形的力量牵引着。离有珍姐姐远了。到底为什么?
"그래도 지금은 안돼." “不过现在不行。”
"그럼 수업 끝날 때까지 참으면 키스 두 번."
“那就忍到下课,给你两个吻。”
"키스가 마이쮸도 아니고." “接吻又不是 MyChew。”
"싫어?" “不喜欢?”
"...아니? 완전 좋아. 원영이 집에서 기다려야겠다. 원영이가 좋아하는 음식도 좀 해놓고. 앞치마 입고 있으면 되려나?"
“……不是吗?太好了。我应该在元英家等她。还要做一些她喜欢的食物。穿上围裙就行了吗?”
"나 끝나자마자 택시 타고 갈게요. 두 말 하기 없기."
“我一结束就打车走。说话算话。”
으이구. 수업 잘 듣고 와. 원망의 눈빛도 조금 섞여있었지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유진의 다정한 손길에 비하면 아주 밋밋한 감정이었다. 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게 좋다. 뒤통수가 납작해질 때까지 쓰다듬어주면 좋겠다. 두 마디 정도 큰 손에 잔뜩 압축시켜 놓은 사랑을 흡수하는 기분이라 좋아.
哎呀。好好上课去吧。虽然有些许埋怨的眼神,但比起抚摸我头发的宥珍的温柔手势,这种情感显得很平淡。我喜欢姐姐抚摸我的头发。希望她能一直抚摸到我的后脑勺变平为止。感觉像是吸收了她那双大手中浓缩的爱意,所以很喜欢。
"진짜 빨리 왔죠." 真的来得很快。
"중간에 수업 뺀 건 아니지?"
中途没逃课吧?
"에이." 哎。
너 왜 아니라고 말 못 해. 내가요? 응. 너 지퍼 헛손질하는 거 다 보여. 이게 부츠가 잘 안 벗겨지네. 유진이 팔짱을 끼고 원영을 뚫어져라 봤다. 한 발로만 균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진이 손을 건넸다. 때론 신발장 선반보다 더 단단한 게 있는 법이다.
你为什么不能说不呢?我吗?嗯。你拉拉链拉得乱七八糟的,我都看见了。这靴子脱不下来。宥真双手抱胸,盯着元英看。她单脚站立,难以保持平衡。宥真伸出了手。有时候,比鞋柜架子更坚固的东西是存在的。
"완전 맛있다. 파는 맛 같아." “完全好吃。像卖的一样。”
"가게 내도 되겠어?" “可以开店吗?”
"가장 먼저 단골 예약할게요." “我会第一个成为常客的。”
"원영이는 내가 집에서 해주면 되지. 여자친구가 요리하는데."
"元英,我可以在家里做。女朋友在做饭呢。"
"부럽죠? 난 여자친구가 요리사야." “羡慕吧?我女朋友是厨师。”
"난 예쁜 대학생인데. 내가 이겼네?"
“我是个漂亮的大学生。我赢了?”
"뭐야, 그럼 내 여자친구는 잘생겼어요."
“什么呀,那我的女朋友很帅。”
우리 되게 염천커플 같다. 그쵸. 숟가락을 내려놓고 크게 웃었다. 어째 사귀면 사귈수록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지는 걸까. 원영아, 난 내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인 줄 처음 알았어. 질투도 많고. 언니 질투를 해요? 원영이 휘둥그레 놀랐다. 밥숟가락까지 떨어뜨리고.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원영아, 나도 질투해. 엄청 하는데. 네 뒤에서. 지금까지 그렇다 할만한 표현을 한 적이 없으니 믿길 리가. 그럼 그때 질투를 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창피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사귄 지 두 달쯤 되었나, 대학교 1학년 개강하기 이 주 전쯤. 붙어있을 시간이 줄어들 테니 조금이라도 같이 있으려고 유진의 학원에 몰래 찾아갔을 때. 2층인 학원 계단 통로 앞에 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언제 내려오지. 언니와 함께 갈 카페를 골랐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보고 싶었다고 입 밖으로 꺼내려던 찰나 핸드폰이 들이밀어졌다. 일찍 마치고 나온 수강생 중 한 명이었다. 저 여자친구 있어요. 아뇨, 변명이 아니고 진짜 여자친구요. 언니! 한쪽 끈만 걸친 가방을 멘 유진이 보였다. 언니 옆에 딱 달라붙어 보고 싶었다고, 오늘 왜 이렇게 예쁘냐고 목소리를 크게 냈었다.
我们真的像炎天情侣吧。对吧。放下勺子大笑起来。为什么交往越久,反而像小孩子一样幼稚呢。元英啊,我第一次知道我这么幼稚。还很爱吃醋。姐姐会吃醋吗?元英惊讶得瞪大了眼睛,连饭勺都掉了。这有那么惊讶吗?元英啊,我也会吃醋。非常吃醋。在你背后。因为到现在都没有表现出来,所以她不相信。那时候会吃醋吗?现在想起来,想起了一个尴尬的故事。交往大概两个月了吧,大一开学前两周左右。因为在一起的时间会减少,所以偷偷去找了在补习班的有珍。站在二楼补习班楼梯通道前玩手机。什么时候下来呢。选好了要和姐姐一起去的咖啡馆。感觉到有人靠近,刚想抬头看,手机被递了过来。是早早下课出来的一个学生。有女朋友吗?不是借口,是真的女朋友。姐姐!只背着一边肩带的包的有珍出现了。大声说想紧紧贴在姐姐身边,今天为什么这么漂亮。
"오래 기다렸지." “等很久了吧。”
"딱히. 나 번호 따였어요. 근데 언니인 줄 알고 웃었는데 왠 못생긴 사람이더라구. 난 예쁜 여자가 좋은데."
"没什么。我被要了电话号码。但是我以为是姐姐,笑了,结果是个丑人。我喜欢漂亮的女人。"
예쁜 여자. 이 언니는 가만 보면 자기가 예쁜 걸 모르는 거 같아.
漂亮的女人。这个姐姐仔细看的话,好像不知道自己有多漂亮。
"질투 안 나요?" “你不嫉妒吗?”
"이렇게 인기 많은 여자가 내 여자친구인 거잖아. 난 너무 좋은데?"
“这么受欢迎的女人是我女朋友。我太高兴了。”
이렇게 말해놓고, 사실은 속으로 질투 왕창 하는 귀여운 짓을 했다는 거지. 언니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원영이 유진의 품속을 더 파고들었다. 배도 부르고, 잠도 솔솔 오고. 언니 손은 따뜻하고. 손길은 부드럽고.
这样说着,其实心里却在大吃飞醋,真是可爱。姐姐真是让人捉摸不透。元英更深地钻进了有珍的怀里。肚子也饱了,睡意也渐渐袭来。姐姐的手很温暖,抚摸的动作也很温柔。
"언니. 내일 시간 돼요?" “姐姐。明天有时间吗?”
"내일? 아마 점심 때는 될 거 같아. 왜?"
“明天?大概中午的时候吧。为什么?”
"그..." “那个……”
"무슨 일 있어?" “发生什么事了?”
"엄마가 밥 먹자고..." “妈妈说吃饭了……”
"어머님이?" “母亲?”
"근데 싫으면 안 가도 돼요. 엄마도 그냥 한 말일 거야."
“但是如果你不想去的话,也可以不去。妈妈也只是随便说说而已。”
"어머님은 우리 사귀는 거 아셔?"
“你妈妈知道我们在交往吗?”
"알아요. 엄마 언니 엄청 좋아해요."
“我知道。妈妈非常喜欢姐姐。”
"재영언니보다 더?" “比在英姐姐还要多?”
"재영언니?" “在英姐姐?”
"아니, 재영언니 되게 좋아하셨.. 잖아." “不是,姐姐你不是很喜欢在英吗?”
"언니는 내 여자친구니까 당연히 더 좋아하죠. 엄마한테 언니 자랑 엄청 했어요. 언니 요리도 잘하구 다정하구 키도 크구 예쁘구 잘생겼구 또"
“姐姐是我的女朋友,当然更喜欢了。我跟妈妈夸了姐姐很多。姐姐不仅会做饭,还很温柔,个子高,又漂亮又帅气,还有……”
"그만... 나 너무 부끄러워..."
“停下……我太害羞了……”
언니, 언니 손으로 얼굴은 다 가려지겠지만 빨간 귀는 어떻게 숨길 거예요. 응? 언니-. 유진의 팔은 이미 원영의 머리 밑에 묶여 도망갈 수도 없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떨어질 1인용 매트리스 위에 유진과 원영은 꼭 껴안았다. 유진은 눈을 감았고, 원영은 유진을 응시했다. 참신하고 귀여운 칭찬들을 잔뜩 모아 예쁜 얼굴을 당황시켜야지. 왜냐하면 언니는 부끄러운 얼굴도 예쁘고, 질투하는 유진언니는 귀여우니까. 몇 가닥 내려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유진의 머리가 많이 길었다. 허리춤을 기웃거렸다.
姐姐,虽然你的手可以遮住脸,但红耳朵怎么藏呢?嗯?姐姐——。宥真的手臂已经被绑在元英的头下,无法逃脱。稍微一动,两人就会从单人床垫上掉下来,宥真和元英紧紧地抱在一起。宥真闭上了眼睛,元英则注视着她。我要收集一大堆新颖可爱的赞美词,让这张漂亮的脸感到困窘。因为姐姐害羞的样子也很漂亮,嫉妒的宥真姐姐也很可爱。她把几缕垂下来的头发拨到耳后。宥真的头发长了很多,腰间微微摇晃。
"언니 오늘 좀..." “姐姐,今天有点……”
"어때? 괜찮아?" “怎么样?还好吗?”
"예뻐요. 당장 키스해달라 하고 싶을 만큼."
“真漂亮。漂亮到我想立刻亲吻她。”
진짜 진짜 예쁜데... 너무 예쁜데. 유진에게서 처음 느끼는 낯선 이미지다. 말도 없이 똑단발로 자르고 왔네. 서프라이즈였다. 늘 긴 머리에 앞머리가 있던 유진은 거추장스럽다 여겼는지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앞머리도 넘겼다. 목덜미가 훤히 보였다. 본인도 적응 못하고 어색해 손으로 목을 쓸어내렸다. 너무 예쁜데... 고등학교 때 재영언니랑 진짜 비슷하다. 옷도 재영언니 스타일이었다. 캐주얼. 데이트할 때도 웬만하면 편한 옷 위주로 입었던 유진이 근래에 들어 청 재질을 자주 입는 걸 알았으나, 이렇게 작정하고 빼입으니 좋은 건 별개로 기시감이 들긴 했다. 흑청바지에 갈색계열 재켓. 거기다 화장까지 했다. 오늘 상견례야? 언니가 너무 예쁘면 내가 곤란한데. 엄마한텐 언니가 예쁘다고만 했지 너무 예쁘다고 안 했단 말이에요. 언니 진짜 섹시해요. 엄마 놔두고 확 집에 가버릴까. 우리끼리 놀까. 밤 새볼까. 응? 유진의 귓가에다 속삭였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유진은 역시나 원영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응, 응응. 대답만 할 뿐이다. 후회를 하려면 진작에 했어야 했다. 엄마 안에 있대요. 들어가요. 응. 유진이 들어가기 전 옷맵시를 다듬었다. 목소리도 다듬었고. 긴장한 여색이 가득했다. 괜히 불렀나, 후회가 됐다.
真的真的很漂亮……太漂亮了。从俞真身上第一次感受到的陌生形象。没说一声就剪了短发,真是个惊喜。一直留着长发和刘海的俞真,可能觉得麻烦就剪掉了头发。刘海也撩了起来,脖颈清晰可见。她自己也不适应,尴尬地用手抚摸着脖子。太漂亮了……和高中时的在英姐姐真的很像。衣服也是在英姐姐的风格,休闲。约会时也大多穿着舒适的衣服的俞真,最近开始经常穿牛仔材质的衣服,但这样精心打扮起来,虽然很好看,但还是有种既视感。黑色牛仔裤配棕色系夹克,还化了妆。今天是见家长吗?姐姐太漂亮了,我会很困扰的。我只跟妈妈说姐姐漂亮,但没说太漂亮。姐姐真的很性感。要不把妈妈丢下,我们回家吧。我们自己玩吧。熬个通宵,嗯?我在俞真的耳边低语,希望她能稍微放松一点。俞真果然一句也没听懂,只是嗯嗯地回答。要后悔的话早就该后悔了。妈妈在里面,我们进去吧。嗯。俞真在进去前整理了一下衣服,也清了清嗓子,满是紧张的神色。叫她来是不是多此一举了,有点后悔。
안녕하세요 어머님. 유진이 90도로 꾸벅 인사를 했다. 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유진이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 정도니, 말 다 했다. 극도의 예의를 갖춰 인사드리고 행동하는 유진의 태도는 벌써 어머니께 점수를 따고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원영의 물을 따라주는 것부터 음식이 나오면 원영이 좋아하는 반찬들을 몰아주는 것까지. 그러다 혼자 화들짝 놀라 죄송하다며 반찬 원위치 하는 것까지.
你好,阿姨。悠真 90 度鞠躬行礼。除了悠真,所有人都忍不住笑了出来。甚至能听到悠真咽口水的声音,真是太紧张了。悠真极其礼貌的态度已经让母亲对他印象深刻了。从坐下后给元英倒水,到菜上来时把元英喜欢的菜都推到她面前。然后又突然惊慌失措地道歉,把菜重新放回去。
"원영이 넌 유진이한테 존댓말 써?"
“元英,你对宥真用敬语吗?”
"응." “嗯。”
"재영이한텐 반말하잖아." “你对在英说话不敬。”
"유진언니는 언니니까." “因为是姐姐,所以是姐姐。”
"무슨 차이야" “有什么区别”
"존댓말 하는 사이가 더 설레지 않아?"
“用敬语的关系不是更让人心动吗?”
괜히 물었네. 어머니가 젓가락을 내렸다. 재영이 들었다면 똑같이 할 행동을 어머니가 하셨다. 유진은 멋쩍게 웃었다. 설레서 여태껏 존댓말 해왔다는 이유를 이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난 또. 아직 내가 어려운 줄 알았지. 유진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아주 조금.
真不该问的。母亲放下了筷子。如果在场的是在宰英,他也会做同样的动作。宥真尴尬地笑了笑。原来是因为激动才一直用敬语,这个理由今天才知道。我还以为你觉得我难相处呢。宥真的紧张稍微缓解了一些。仅仅是稍微。
"유진이 처음 봤을 때 긴머리였지. 단발도 예쁘네."
“尤金第一次见到的时候是长发。短发也很漂亮。”
"감사합니다..." “谢谢...”
"원영이가 엄마 닮아서 보는 눈은 높아. 유진이 네가 원영이 챙기려면 힘들겠다."
“元英像妈妈一样眼光很高。宥真,你要照顾元英的话会很辛苦。”
"엄마. 나 얼빤데 언니는 성격도 완벽해."
“妈妈,我是个傻瓜,但姐姐性格完美。”
"네가 입이 닳도록 말했잖니. 다 기억해."
“你已经说了无数遍了。我都记得。”
옆에 앉은 유진은 목이 타 물컵을 하루종일 들었다. 원영과 어머니의 대화 하나하나에 강아지풀 흩날리듯 휘둘렸다. 유진이 머리 보니까 재영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 재영이도 여전히 짧은 머리야? 유진이 뒷머리를 쓸었다. 귀를 타고 가슴쯤에서 끝나야 할 결이 귀 밑에서 끝나버리니 오갈 데 없는 손은 또다시 목덜미를 쓸었다. 재영언니는 긴 머리예요. 언니도 어머님 많이 보고 싶다고 전해달라 했었어요. 사실 뻥이다. 언니에게 말하지 않았다. 만약 알았다면 이 말 대신 "어머님 진짜 보고 싶은데 못 봐서 너무 아쉬워요 안 본 사이에 더 아름다워지시진 않으셨죠 길 가다 마주쳤을 때 배우가 말 하는 줄 알고 사진 찍자고 하면 어떡해요." 와 같은 번지르르한 애교들일 것이다. 언니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재영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원영과 사귀는 것도 그렇고, 언니가 묻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그때 가서 물으면 맞다고 하면 될 일이었다.
坐在旁边的宥真口渴得整天拿着水杯。她被元英和母亲的每一句对话弄得心神不宁。看着宥真的头发,不禁好奇在宰英过得怎么样。宰英还是留着短发吗?宥真摸了摸后脑勺。原本应该在耳朵下方结束的发丝却在耳朵旁边就结束了,没地方放的手又摸了摸脖子后面。宰英姐姐是长发。姐姐还让我转告母亲她很想念您。其实这是谎话。她没有告诉姐姐。如果姐姐知道了,她会说一些像“母亲,我真的很想见您,不能见到您太遗憾了。您在我们不见面的这段时间里变得更美了吧?如果在路上遇到您,会不会以为您是演员然后要求合影呢?”这样华丽的撒娇话。她没有告诉姐姐的原因是觉得宰英不需要知道。和元英交往的事也是如此,姐姐没有问过。以后如果姐姐问起,再说是就好了。
언니.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어요. 우리 엄마한테 잘하지 말고 나한테 잘해. 아냐, 원영이 어머니신데. 밥도 깨작깨작 먹고 어딘가 불편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는 편하게 대해주시는데 유진은 편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잠시 화장실을 위해 일어서겠다 말을 하곤 변기통을 붙잡았다. 급체를 한 모양이다. 입 안을 헹구는 유진의 얼굴은 파리하다 못해 창백했다. 아, 얼굴 이러면 안 되는데. 점수 따겠다는 마음만 앞서나간 패착이었다. 온몸이 짓눌렸다. 어머니, 오늘 감사했습니다. 어머니께선 먼저 집에 가보겠다 하셨다. 원영이 데려다주고 약국 들려야겠다. 기어를 바꾸는데 꽤나 힘이 들었다.
姐姐。没必要勉强自己努力。不要对我妈妈好,对我好就行。不是的,毕竟是元英的母亲。吃饭也吃得很少,总觉得哪里不舒服。母亲对我很随和,但我却无法接受这种随和。说了要去洗手间,便抓住了马桶。看来是急性胃炎。漱口的侑珍脸色苍白得吓人。啊,脸色这样可不行啊。只想着要得分,结果却弄巧成拙。全身都被压得喘不过气来。母亲,今天谢谢您。母亲说她要先回家了。我要送元英回去,还得去趟药店。换挡的时候费了好大劲。
"다음주 수요일에 바다 보러 갈까?"
"下周三去看海怎么样?"
"수요일 말고 토요일은 안돼요?" “星期三不行,星期六可以吗?”
"토요일도 돼. 그럼 그 때 가자."
“星期六也可以。那我们那时候去吧。”
"재영언니가 그 때 밖에 시간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다... 과제 끝내고 맘 편히 놀아야지."
"在英姐姐那时候说只能在外面待一会儿,没办法……做完作业后才能安心玩。"
"재영이랑 수업 같이 들어?"
“你和在英一起上课吗?”
"교양 듣는데 팀플 같이 하게 됐어요."
“我在上通识课时和你分到一个小组了。”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为什么不告诉我?”
"응? 재영언니가 말 안 했어요?" “嗯?在英姐姐没说吗?”
"안재영이 나한테 그런 걸 말하겠어."
“安在英会对我说那种话吗?”
"말 못해서 미안해요. 근데 서로 인사만 해요."
“对不起,我不能说话。不过我们只打个招呼吧。”
이상하게 상황이 원영의 해명으로 돌아갔다. 커뮤니케이션 미스인 건 분명한데 유진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언니,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꼭 말할게. 근데 언니가 질투하는 거 좀 좋다. 나중에 또 해줘요. 하필 유진이 요리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 덕에 원영은 뒤에서 유진의 허리를 껴안았다. 얼굴을 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이었다. 언니 허리 진짜 얇다. 나한테 맨날 맛있는 거 먹이면서, 언니는 말라가면 어떡해요. 유진의 어깨에 얼굴을 문질렀다. 어쨌거나 원영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유진의 마음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 반, 사심 반. 언니한테서 좋은 냄새나. 체육복에서 늘 나던 냄새. 섬유유연제도 이기지 못했던 깊은 냄새. 어깨에 코를 박았다. 숨을 한 번 들이마실 때마다 유진이 잔뜩 들어와 폐를 가득 채운다. 나를 헤집는 게 언니면, 그거면 된 거였다.
奇怪的是,情况竟然因元英的解释而转变了。显然是沟通失误,但似乎触动了有珍的心情。姐姐,对不起。下次我一定会说的。不过姐姐有点嫉妒我,我还挺喜欢的。以后再这样吧。偏偏在有珍做饭的时候发生了这种事。借此机会,元英从后面抱住了有珍的腰。这是不用看脸就能解决问题的最有效方法。姐姐的腰真细。总是让我吃好吃的东西,姐姐自己却瘦了怎么办。她把脸埋在有珍的肩膀上。不管怎样,即使不是元英的错,她也希望有珍的心情能好一点,半是出于关心,半是出于私心。姐姐身上有好闻的味道。是运动服上总有的味道。连柔顺剂都无法掩盖的深沉气味。她把鼻子埋在肩膀上。每次深吸一口气,有珍的气息就充满了她的肺。如果是姐姐在搅动我的心,那就足够了。
유진은 변함없이 늘 다정했다. 깜짝 이벤트 안유진의 귀여운 질투는 무료하고 잔잔할 수 있는 연애 전선에 스파크를 살짝 튀게 했었다. 퇴근하면 원영의 집에 와 함께 밥을 먹고, 유진이 내어주는 팔을 베고 잤다. 직접적으로 뭐가 서운하다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또 질투 안 하나. 귀여운 짓 안 하나. 이젠 신경이 안 쓰이나. 왜 똑같지. 왜 어제랑 오늘이랑 똑같지. 묘하게 아직까지도 재영을 신경 쓰는 것이 느껴졌다. 어투나 문장, 행동이 아닌 여자의 직감으로. 유진언니가 없는 학교에 재영과 단 둘이 팀플을 빌미로 만나 과제하고 밥까지 먹으면 서운할 수 있지. 가족이라 할지라도 내 생활 반경 밖의 알 수 없는 일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이다. 유진은 아무래도 유진이 익숙하지 않은 캠퍼스에서 생기는 재영과의 사건들이 궁금한 모양이다. 언니가 궁금해하고 신경 쓰는 거 같으니까 조심해야지. 안 그래도 인기 많은 재영에게 얽혀 주위에서 말들이 나왔다. 부딪힐 일이라곤 겨우 교양 그거 하나인데, 과에서 늘 말을 달고 다니는 둘의 한자리 모임은 잔잔하지만 요동치는 물살을 불러일으켰다. 둘이 함께 있는 한 장면, 사진. 이 작은 하나가 굉장히 강력했다.
刘真一如既往地温柔。安宥真的惊喜事件和可爱的嫉妒让原本平淡无奇的恋爱前线稍微有了些火花。下班后,她会来到元英的家一起吃饭,枕着刘真伸出的手臂入睡。她从未直接表达过什么不满。所以这让人更加在意。她不再嫉妒了吗?不再做可爱的举动了吗?现在不在意了吗?为什么一切都一样?为什么昨天和今天都一样?微妙地,她仍然能感觉到在意在意宰英。不是通过语气、句子或行为,而是通过女人的直觉。刘真姐姐不在的学校里,她和宰英以团队作业为借口单独见面,甚至一起吃饭,这可能会让人感到不满。即使是家人,关注自己生活圈外的未知事物也是一件非常耗费精力的事情。刘真似乎对在她不熟悉的校园里发生的与宰英有关的事情感到好奇。既然姐姐好奇并在意,那就得小心了。宰英本来就很受欢迎,周围的人也议论纷纷。两人唯一会碰面的地方就是那门教养课,但在系里总是一起说话的两人的聚会引起了平静但波动的水流。两人在一起的一个场景,一张照片。这个小小的瞬间非常强烈。
재영과 적어도 3번은 더 만나야 하는 팀플 특성상 거리를 둘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재영과 유진이 알고 지낸 기간이 더 오래되었고, 이 셋 사이에 유진만 빼면 밥 같이 먹고 카페 같이 가는 게 하나도 안 어색한 사이다. 유진을 빼지 않아도 이상할 것 없었다. 애인의 언니와 밥 먹기. 유사 상견례 아닌가. 아직까지 유진이 받아들이지 못한 상견례였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유진이 조금이라도 신경 쓰는 것들은 하고 싶지 않았다.
由于团队项目的特性,至少还要和在英见面三次以上,所以无法保持距离。严格来说,在英和宥真认识的时间更长,如果不算宥真,这三个人一起吃饭、一起去咖啡馆一点也不尴尬。即使不排除宥真也不会显得奇怪。和恋人的姐姐一起吃饭,不就是类似于见家长吗?因为宥真还没有接受这种见面,所以特别注意。不想做任何让宥真感到不舒服的事情。
”재영언니. 자료 정리 다 해가?“ “在英姐姐,资料整理好了吗?”
”커피부터 받아.“ “先拿咖啡。”
”웬 커피야.“ “什么咖啡。”
”뇌물이야. 조금 더 걸려.“ “这是贿赂。还需要一点时间。”
”그럼 앞으로 뇌물이라 써붙이고 건네.“ “那以后就写上贿赂然后递给我。”
”왜. 내가 사주는 거 싫냐?“ “为什么?你不喜欢我请客吗?”
”주위를 좀 둘러봐.“ “环顾一下四周。”
”너 남 시선 많이 신경 썼나? 아니었던 거 같은데.“
“你很在意别人的目光吗?好像不是这样。”
”귀찮아서 그래.“ “因为很麻烦。”
”흐음...“ “嗯……”
”나한테 너무 잘 해주지마. 밥도 그만 사. 애들이 오해하잖아.“
“对我不要太好。也别再请我吃饭了。孩子们会误会的。”
”무슨 오해. 애들이 뭐래?“ “什么误会。孩子们说什么了?”
”언니가 나한테 불필요하게 친절하대. 찐친 없어서 질투나나봐.“
“姐姐对我不必要地亲切。大概是因为她没有真正的朋友,所以嫉妒吧。”
”나 친구들한테 커피 주고 안 그러는데?“ “我不常给朋友们咖啡,不是吗?”
”뭐?“ “什么?”
”너라서 주는 거야.“ “因为是你,所以才给你的。”
”.....“ “.....”
”너 좋아해서.“ “我喜欢你。”
잘 마시구, 이틀만 시간 더 줘. 나 먼저 간다. 폭탄 던진 사람은 태연하게 강의실 밖을 빠져나갔다. 와중에 자기 손에 들린 커피를 쪽 빨아 마셨다. 작은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 장원영.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쉽게 말하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 같잖아. 좋아한다는 말이 인사말인 줄 알겠어. 사람이 일관되게 살아야지. 나한테도 츤츤하게 굴던가. 컨셉 유지를 하란 말야. 가뜩이나 원영도 털 세우고 조심하는데,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가 머리를 지끈 아프게 만들었다. 오래 본 동창 동생이라 특별해서 좋아하겠지. 근데 그걸 굳이 나눠서, 살짝 뜸 들여서 말하냐. 커피맛이 뚝 떨어졌다. 재영에겐 미안하지만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플라스틱 컵 뚜껑을 열었다. 종이빨대는 쓰레기통으로, 얼음들과 시커먼 물은 세면대에 졸졸 흘러갔다. 마셨다면 심장이 빨리 뛰어 잠을 못 잤을 것이다.
好好喝,给我两天时间。我先走了。扔下炸弹的人泰然自若地走出了教室。与此同时,他吸了一口手中的咖啡。被小石头打死的青蛙张元英。脸色丝毫不变,轻松地说着,真的像什么都不是一样。以为“喜欢你”是打招呼的话。人要活得一致才行。对我也要傲娇一点。要保持人设。元英已经小心翼翼地竖起了毛,一句轻描淡写的话让头疼得厉害。因为是认识很久的校友弟弟,所以特别喜欢吧。但为什么非要分开说,还要稍微停顿一下。咖啡的味道一下子变淡了。对不起在宰英,但我没能喝下咖啡。我打开了塑料杯盖。纸吸管扔进了垃圾桶,冰块和黑水流进了洗手池。如果喝了,心跳会加快,睡不着觉。
"유진 언니." “尤金姐姐。”
"응?" “嗯?”
잠이 쏟아지는 얼굴. 재영과의 약속을 파투내고 유진을 만나 유진의 자취방에 들렸다. 유진과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손을 꼭 붙잡고. 그러다보니 잘 시간이 되어 누웠다. 숨을 뱉으면 금방 빠져들 것 같은 피로감이 잔뜩 낀 안유진 얼굴. 잠결에 들으면 조금은 덜 부끄럽겠지.
困意袭来的脸。放了和在荣的约会,去见了宥真,去了宥真的租房。和宥真一起看了电影,也聊了天。紧紧握着手。这样一来就到了睡觉的时间,躺下了。安宥真的脸上满是疲惫,仿佛一呼气就会立刻陷入睡眠。如果在半梦半醒间听到,应该会少一点害羞吧。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要不要告诉你一个秘密?”
"고해성사야?" “忏悔吗?”
"음... 애교인데." “嗯……撒娇呢。”
"그럼 얼른 해줘." “那快点做吧。”
"사실 나도 언니가 끌렸었나 봐요."
"其实我也被姐姐吸引了。"
"언제? 고등학생 때?" “什么时候?高中生的时候?”
"응. 생각해 보면 체육복은 다른 반 친구한테 빌리면 되잖아요. 굳이 3층이나 올라갈 이유가 없었는데. 또 언니랑은 왠지 말 놓기가 싫더라고. 우리 연락 한 거 보면 다 존댓말일 걸요? 단톡에서 한 말들 전부 존댓말일걸. 언니가 의식돼서 그랬나봐. 도서관에서 언니랑 나랑 둘이 남겨졌을 때 일부러 언니 오른편에 앉은 거예요. 그것도 의식되더라. 난 오른쪽 얼굴이 예쁘잖아."
嗯。仔细想想,运动服可以向其他班的同学借嘛。根本没必要特意上三楼。而且我也不太想和姐姐随便说话。我们联系的时候全都是用敬语吧?群聊里说的话全都是敬语。可能是因为在意姐姐吧。在图书馆里只剩下我和姐姐的时候,我故意坐在姐姐的右边。那也是因为在意。我右边的脸比较漂亮嘛。
간지러운데 원영아. 넌 내가 부끄러워할 말들을 눈 한 번 안 깜빡이고 잘하는 거 같아. 손가락으로 유진의 콧대를 쓸어내렸다. 유진은 어쩔 줄 몰라했다. 고마워. 나 좋아해 줘서. 콧볼을 매만지는 원영의 손을 볼에 끌어 가져갔다. 코 말고 얼굴도 쓰다듬어줘. 원영의 손 위에 겹친 유진의 손은 원영의 살을 전부 가리기에 충분했다. 자기 전에 언니가 좋은 이유들 하나씩 말해줘야겠다. 칭찬감옥이야? 언니는 나를 너무 얕봐요. 내가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먼저 좋아한 건 언니지만, 더 좋아하는 건 나일 걸요. 유진이 작게 웃었다. 아닐거얼... 잠에 빠져드는 달콤한 목소리였다. 다른 거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어. 이 여자 사랑하기도 바쁜데. 딴생각하지 말자. 원영은 집중이 필요했다.
痒痒的,元英啊。你总是能毫不犹豫地说出让我害羞的话。用手指轻轻抚过宥真的鼻梁。宥真不知道该怎么办才好。谢谢你。喜欢我。把元英抚摸鼻翼的手拉到脸颊上。不要只摸鼻子,也摸摸脸吧。宥真的手覆盖在元英的手上,足以遮住元英的整个手掌。睡觉前我要一个一个告诉你姐姐好的理由。是称赞监狱吗?姐姐太小看我了。我有多爱姐姐啊。虽然是姐姐先喜欢我的,但更喜欢的应该是我吧。宥真轻轻笑了。不是吧...那是一个甜美的声音,逐渐陷入梦乡。哪有时间去在意别的事情。忙着爱这个女人都来不及。不要胡思乱想。元英需要集中注意力。
"언니. 오늘 끝장을 내자." “姐姐。今天我们来个了断吧。”
"그래. 끝장을 내자." “好吧。让我们结束这一切。”
주먹을 쥐었다. 상상 속 주먹질 싸움 아니고, 팀플 이야기다. 3번 만날 거 오늘 끝내고 죽자. 그게 우릴 위한 거 아니겠어. 재영을 가스라이팅했다. 언니도 좋은 거야. 이거 더 끌면 감 다 잃어서 발표 때 백퍼 질문받아. 언니가 책임지고 답할 거 아니잖아. 맞는 말이야. 아주 쉽게 재영의 동의를 얻어냈다. 핸드폰 한 번 들지 않고 6시간 팀플. 유진에게 미리 연락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유진도 폰 쳐다보지 못할 바쁜 시간이니까. [난 팀플하러 왔어요] [언니 오늘도 파이팅] 귀여운 강아지 이모티콘. 유진을 닮아 귀여운 걸로. 폰 화면을 엎었다. 허리가 아프면 화장실을 다녀오고, 목이 마르면 음료를 시켰다. 빈 잔만 3개다. 화장실만 세 번째고. 재영의 동기가 창업한 카페라 눈치 볼 이유도 없었다. 깔아진 판. 원영과 재영은 극한의 효율을 냈다. 사담 일절 차단. 저녁밥 때도 미련 없이 보냈다. 그렇게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하얗게 불태웠다. 재영의 목은 개빡친 자라목이 되었다. 언니, 목 집어넣어. 거북목 돼. 재영은 눈을 꿈뻑꿈뻑 감았다. 화면만 들여다보니 현실감각이 돌아오는데 시간을 꽤나 소요했다. 원영도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내려놨다. 고개 한 번, 손목 한 번 스트레칭으로 돌리자 뚜둑, 관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握紧了拳头。不是想象中的拳头打架,而是团队合作的故事。今天见第三次就结束吧,然后死掉。这不是为了我们好吗?对在宰英进行了精神控制。姐姐,这也是好的。如果再拖下去,感情全没了,发表时百分之百会被提问。姐姐也不会负责回答吧。说得对。很容易就得到了在宰英的同意。没有拿起手机,进行了 6 小时的团队合作。没有必要提前联系宰英。反正宰英也忙得看不了手机。[我来做团队合作了] [姐姐今天也加油] 可爱的狗狗表情。像宰英一样可爱。把手机屏幕翻了过来。腰疼就去洗手间,渴了就点饮料。只有三个空杯子。洗手间也去了三次。因为是宰英的同学创业的咖啡馆,所以没有理由顾忌。铺开的棋盘。宰英和宰英发挥了极限的效率。完全切断了闲聊。晚饭时间也毫不留恋地过去了。从下午 2 点到 8 点。燃烧殆尽。宰英的脖子变成了极度愤怒的乌龟脖子。姐姐,把脖子收回去。会变成乌龟脖子的。宰英眨了眨眼睛。只盯着屏幕看,恢复现实感花了不少时间。宰英也摘下了正在戴的眼镜。伸展了一下脖子和手腕,关节发出了响亮的声音。
"원영아. 나 배고파............" “元英啊。我饿了............”
"집 가서 밥 먹어." "回家吃饭。"
"매정해. 밥 먹자." 真无情。吃饭吧。
"지금? 지금 8시야." 现在?现在是 8 点。
"8시는 저녁 아니냐? 너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었어? 내가 떡볶이 해줬을 때, 그 땐 몇 시였냐. 9시였나?"
8 点不是晚饭时间吗?你就这么弱吗?我给你做辣炒年糕的时候,那时候几点?9 点吗?
"먹어. 먹으면 되잖아." 吃吧。吃了就行了。
"굿. 근데 밥집은 꽤 닫아서 술집 가서 먹어야 할 듯. 닭볶음탕 먹자."
好。不过饭店都关门了,得去酒馆吃。吃鸡炖汤吧。
"일단 일어나. 빨리 먹자." 先起来。快点吃。
다리도 후달리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뭘 먹지 않으면 집까지 기어갈 자신도 없었다. 술만 안 마시면 되지. 어우, 허리를 피고 앉아 있었는데도 뻐근했다. 재영은 이미 상 붙잡고 곡소리를 냈다. 허리를 툭툭 주먹으로 친다고 통증이 가겠어. 빨리 안 가면 그냥 간다. 재영보다 먼저 카페를 빠져나왔다. 투명 유리창으로 보이는 재영은 가방 챙기다 마우스 떨어뜨리고, 지인한테 인사한다고 원영을 꽤 기다리게 했다. 배고픈 거 거짓말 같은데.
腿也发软了,但没办法。不吃点东西的话,连爬回家的力气都没有。只要不喝酒就行了。哎呀,虽然挺直腰坐着,但还是酸痛。宰英已经抓着桌子哀嚎了。用拳头敲敲腰就能缓解疼痛吗?再不走就真的走不动了。我比宰英先离开了咖啡馆。透过透明的玻璃窗可以看到,宰英在收拾包的时候把鼠标掉了,跟熟人打招呼让元英等了很久。说不饿简直是骗人的。
유진에게서 톡이 왔다. 尤金发来了消息。
[난 팀플하러 왔어요] [我来做团队合作的]
[언니 오늘도 파이팅] [姐姐今天也加油]
[끝났어?] [结束了吗?]
[방금 끝 ㅠㅠ] [刚刚结束 ㅠㅠ]
[밥 먹고 들어가려구요] [吃完饭再进去]
언니도 두 시간 뒤에 일 끝나겠네. 버너 위에 올려진 빨간 국물의 닭볶음탕은 먹기도 전에 혀에서 비상경보를 울렸다. 딱 봐도 매울 거 같은데. 안 매우니까 계란찜이랑 먹으라고 원영 쪽에 모든 밑반찬을 밀었다. 2시간이면 다 먹고도 남지 했던 추측이 깨졌다. 생맥 두 잔 주세요. 술 안 마실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두 잔 다 내가 마실 건데? 고된 하루의 마무리. 20대가 술로 마무리하면 어떡하냐고. 재영은 정말 혼자서 맥주를 들이켰다. 숨도 쉬지 않고. 기적적으로 닭볶음탕은 맵지 않았다. 너 매운 거 못 먹잖아. 고딩 때 입맛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력 너무 좋아.
姐姐也会在两小时后下班。放在炉子上的红色汤汁的鸡炖汤还没吃就让舌头发出了警报。看起来就很辣。因为不辣,所以让元英把所有的小菜都推到她那边,和鸡蛋羹一起吃。两小时内吃完的猜测被打破了。请给我两杯生啤酒。说得好像不喝酒似的。两杯都是我喝的?辛苦一天的结束。二十多岁的人怎么能用酒来结束呢。再英真的一个人喝了啤酒。连气都不喘。奇迹般地,鸡炖汤并不辣。你不是不能吃辣的吗。还记得高中时的口味。记忆力真好。
"거의 다 먹었네?" “几乎都吃完了?”
"왔냐?" “来了?”
원영의 옆에 있던 의자가 뒤로 빠졌다. 아, 짐. 의자 위에 올려둔 가방을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재영에게 가방을 건넸다. 술 마셨어? 밥만 먹었어요... 술 마셨냐 물을 게 아니라 어떻게 왔는지 설명이 필요한데. 일하는 날인데 청바지에 셔츠 입고 갔네. 나도 생맥 하나 마셔야겠다. 그럼 나도 마실래요. 장원영 나랑 있을 땐 안 마셨으면서 안유진 오니까 마시냐. 재영의 말을 가뿐히 무시했다. 테이블 밑에서 뜨거운 손이 다가왔다. 뭐야, 짜릿한 거 좋아하나. 원영이 손을 잡았다. 재영이 보이지 않는 책상 아랫면에 딱 붙어서. 유진의 손을 간지럽혔다.
元英旁边的椅子向后退了。啊,行李。花了一些时间才注意到放在椅子上的包。把包递给了在英。喝酒了吗?只吃了饭……不是问你喝没喝酒,而是需要解释你怎么来的。工作日竟然穿着牛仔裤和衬衫来了。我也要喝一杯生啤。那我也要喝。张元英,和我在一起的时候不喝酒,安宥真一来就喝吗。轻轻忽略了在英的话。桌子底下有一只热乎乎的手伸了过来。什么啊,喜欢刺激的吗。元英抓住了那只手。紧贴在在英看不见的桌子底下。挠了挠宥真的手。
"어떻게 왔어요?" “你是怎么来的?”
"안유진이 뭐하냐고 연락왔길래 밥 먹으러 오라 했지."
安宥真问我在干嘛,所以我叫她来吃饭了。
"언니 밥 안 먹었어요?" 姐姐,你没吃饭吗?
"안 먹어서 왔겠지.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니?"
没吃才来的。我现在在跟谁说话呢?
입을 벙긋 연 건 재영이고 답은 유진을 향했다. 유진은 찬물부터 들이마셨다.
张开嘴的是在荣,回答则是对着宥真。宥真先喝了一口冷水。
"오늘 일찍 끝났어." “今天早早结束了。”
잇다라 나오는 생맥을 받았다. 야, 짠해. 재영의 등쌀에 못 이겨 잔을 부딪혔다. 제대로 모인 건 오랜만인데 간만에 진대 좀 할까. 어때. 재영의 자유분방하고 요란한 눈썹. 둘은 재빨리 사절했다. 재미없어. 재영이 손을 뻗은 콘치즈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유진이 그릇 통째로 원영의 앞에 대령했다. 그럼 오징어라도 먹어야지. 이것도 사라졌다. 남은 과자라도. 싹 다 사라졌다. 재영의 앞은 텅 비었고 원영의 앞은 시끌벅적했다. 젓가락질이 갈피를 잃었다.
接连不断地接过生啤酒。嘿,干杯。在再英的催促下,不得不碰了杯。好久没这么齐聚一堂了,要不要好好玩一场?怎么样?再英那自由奔放、夸张的眉毛。两人迅速拒绝了。没意思。再英伸手去拿的玉米芝士在眼前消失了。宥真把整盘菜放到了元英面前。那就吃鱿鱼吧。这也消失了。那就吃剩下的零食吧。全都消失了。再英面前空空如也,而元英面前热闹非凡。筷子都不知道该往哪儿放了。
"안유진 뭐하냐?" “安宥真,你在干嘛?”
"뭐가." “什么。”
"원영아. 안유진 쟤 나한테 서운한 거 있냐? 일부러 저러는 거지."
"元英啊,安宥真她对我有什么不满吗?她是故意那样的吧。"
"그걸 왜 원영이한테 물어."
“那你为什么要问元英?”
"니가 입 꾹 닫고 모르는 척하잖아. 치사하게 먹을 거로. 넌 예전부터 그랬어. 근데, 아직도 그러냐?"
“你总是闭口不谈,装作不知道。用吃的来贿赂,真是卑鄙。你从以前就这样。可是,你现在还这样吗?”
"유진언니가 왜요?" “尤金姐姐怎么了?”
초롱초롱해진 원영의 눈. 무언가 기대로 가득 찼다.
闪闪发亮的元英的眼睛。充满了某种期待。
"학교 끝나면 난 반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애들 싸운 얘기 선생님 싸운 얘기 다 했거든. 근데 쟨 맨날 듣기만 하고 튀어. 나만 얘기해 나만. 속 좁은 동생아, 우리 가족 맞냐."
"放学后我总是讲班里发生的事,孩子们打架的事,老师打架的事都讲了。可是他总是只听不说。只有我在讲,只有我。小气的弟弟啊,我们真的是一家人吗。"
"유진언니 집에선 과묵하구나." “在有珍姐姐家里你很沉默啊。”
"안유진 너한테도 과묵해?" “安宥真,对你也沉默寡言吗?”
"아니?" “什么?”
"그래, 나한테만 그런 거야. 언니한테 이래도 되냐? 입 다물면 내가 넘어갈 줄 알고."
“对,只对我这样。对姐姐也这样吗?你以为我闭嘴就会算了吗。”
"재영언니가 많이 서운한가 보네. 유진언니 나한테는 섬세하고 다정하고 자기 일 잘하는 멋진 여잔데."
“在英姐姐好像很失望啊。宥真姐姐对我来说是个细腻、温柔、工作出色的帅气女人。”
"왜 너한테만 그래. 나는 가족인데. 나한테 더 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为什么只对你这样。我是家人。不是应该对我更好吗?”
"유진언니, 재영언니 얼른 풀어줘야겠는데."
"유진姐姐,得赶紧把재영姐姐放出来。"
재영언니 성격에 비밀 있으면 서운할만하다. 자칫하면 진지해질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애썼다. 뜬금없는 고등학교 얘기. 화제 전환할 만한 공통분모가 이것뿐이었다. 남은 추억은 대부분 재영이 없거나, 유진이 없거나 둘 중 하나였다. 강당 말이에요. 곰팡이 냄새 잔뜩 났어서 힘들었잖아요. 그거 새로 짓는다 하더라. 고양이도 키운대요. 우리 졸업하니까 좋은 거 잔뜩 생겨서 좀 짜증 난다. 티끌이라도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하여 주절주절 떠들었다. 원영이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해도 듣는 사람은 없었다.
在宰英姐姐的性格里,如果有秘密的话,确实会让人感到失望。为了避免情况变得严肃,我努力转移话题。突然提起了高中时的事情。唯一能用来转移话题的共同点就是这个。剩下的回忆大多是没有宰英的,或者没有宥真的。说到礼堂,那里霉味很重,真是难受。听说他们要重新建造。还养了猫。我们毕业后,好东西越来越多,真让人有点生气。我絮絮叨叨地说着,尽可能地把所有能凑到的信息都说出来。即使元英说得口干舌燥,也没有人听。
“안유진 일은 잘 하고 있지? 걱정은 안 되네.”
“安宥真工作做得好吗?我不担心。”
“언니가 내 걱정을 왜 해.”
“姐姐为什么要担心我。”
“좋은 말을 해줘도 지랄이야.” “说好话也发疯。”
“유진언니 본업 진짜 잘해. 내 입맛 고급으로 바꿨어.”
“尤珍姐姐真的很擅长她的本职工作。她把我的口味变得很高级。”
“안유진 얘 똑똑해서 뭐든 쉽게 빨리 배우잖아. 부러워죽겠네. 난 휴학할까 고민중인데.”
“安宥真这孩子聪明,什么都学得又快又好。真是羡慕死了。我在考虑要不要休学。”
“나 공부 못 해서 요리로 도망친 건데.”
“我因为学习不好才逃到料理的。”
“잘 하면 된 거지.”
“做好就行了。”
“요식업이 애들 장단도 아니고…”
“餐饮业可不是闹着玩的……”
“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모자를 판에 니 인생에 초를 치는 이유가 뭐냐?”
“喂。就算积极思考也不够,你为什么要给自己的人生泼冷水?”
“난 원래 이랬어. 언니가 참견하는 거고.”
“我本来就是这样的。是姐姐在多管闲事。”
원영이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맥주를 들이켰다. 안주는 줄어들지 않았다. 나이 먹고 하는 자매싸움이라니. 말다툼이 길어졌다. 안자매 집안에 부는 잔잔한 바람은 원영이 휩쓸리기에 충분했다.
元英接连叹了口气,喝了一口啤酒。下酒菜没有减少。年纪大了还在吵架的姐妹。争吵持续了很久。安姐妹家的微风足以将元英卷入其中。
"내 집에서 자." “在我家睡。”
"싫어." “讨厌。”
"너 40분 거리 아니냐?" “你不是住在 40 分钟路程的地方吗?”
"맞아요. 유진 언니 재영언니 집에서 자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내일도 출근이잖아요.
“对啊。姐姐,我觉得你应该在在宰英姐姐家过夜。明天还要上班呢。”
"원영이 집에서 자고 갈게."
“我会在宰英家过夜。”
"원영이 집도 40분이잖아. 원영이가 너 끌고 집까지 못 가."
“元英家也要 40 分钟。元英不能带你回家。”
"안재영 니나 가." "安在英,你去吧。"
"니 요새 왜 그러냐? 연락도 안 받고 물어도 대답 안 하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랬지."
“你最近怎么了?电话也不接,问你也不回答。如果有什么想说的就说出来。”
"빨리 가기나 해." “快点走吧。”
안유진 진짜 못 말리겠다. 원영아 미안한데 너한테 부탁할게. 쟤 팔 붙잡으면 한 대 때릴 기세야. 재영이 부른 택시가 길가에 섰다. 도착하면 연락해. 검은 창문을 살짝 내려 손을 흔들었다. 재영은 미련 없이 떠났다. 캄캄한 하늘 아래 길가에는 유진과 재영만 남겨졌다. 여흥에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창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남의 집 동생도 아니고, 우리 집 동생을 남의 집 동생에게 맞기는 희한한 상황이다. 유진은 꼿꼿하게 서지 못했다. 겨우 생맥 세잔에 이성도 몸도 졌다. 애초에 이길 생각도, 이길 수도 없었던 싸움이었다. 길 위에 남은 건 술에 잔뜩 취한 안유진뿐이다.
安宥真真是让人无语。元英啊,对不起,但我得拜托你了。她要是抓住你的胳膊,估计会打你一拳。宰英叫的出租车停在路边。到达后联系我。黑色的车窗微微降下,他挥了挥手。宰英毫不留恋地离开了。在漆黑的天空下,路边只剩下宥真和宰英。沉醉于娱乐的人们的声音从窗外传来。这不是别人家的妹妹,而是我们家的妹妹被托付给别人家的妹妹,真是奇怪的情况。宥真站不稳了。仅仅三杯生啤酒,她的理智和身体都输了。这场战斗从一开始就没有打算赢,也不可能赢。路上只剩下醉醺醺的安宥真。
앞이 핑 돌았다. 유진의 속도에 휩쓸려 취한 모양이다. 취하는 게 제일 싫어. 감정적이게 되니까. 불확실한 꼬투리가 부풀어 단서가 진실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백 중 십만 아는 거면서 백을 아는 것처럼 굴게 되는 게 싫다. 그러나 더 싫은 건, 이렇게 되는 걸 자제할 이성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眼前一阵眩晕。好像被尤金的速度卷走了。我最讨厌醉酒了,因为会变得情绪化。不确定的线索会迅速膨胀成真相。就像看到一个就能知道十个一样行事。我讨厌明明只知道百分之十,却装作知道百分之百。然而更讨厌的是,理智已经无法控制这种情况。
"짜증나. 내가 자기 집에서 왜 자. 차라리 원영이랑 자는 게 훨씬 낫지. 그치 원영아."
“真烦人。我为什么要在他家睡。还不如跟元英睡呢。对吧,元英。”
원영을 품에 안으려고 걸음을 뗄 때마다 지면이 기울었다. 엇박 타는 발걸음 탓인지 취기 서린 눈 탓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우리끼리 더 놀자. 너랑 더 놀고 싶은데.
每当我迈步想要把元英抱在怀里时,地面就会倾斜。不知道是因为步伐不稳还是因为醉意朦胧的眼睛。我们再玩一会儿吧。我还想和你玩。
"우리도 얼른 가요. 내일 출근이잖아." "我们也赶紧走吧。明天还要上班呢。"
"가서 잘 거야?" “你要去睡觉吗?”
"자야죠. 일어나면 재영언니한테 연락해요. 재영언니가 언니 좋아해서 한 말이잖아. 서운하겠어."
“该睡觉了。醒来后联系在英姐姐。她说那些话是因为喜欢你。她会难过的。”
"너 아까부터 자꾸 재영이 편만 들어. 나 속상해."
“你从刚才开始就一直偏袒在英。我很难过。”
"내가 언제요." “我什么时候说过。”
"안재영 편 계속 들 거야?"
“你会一直偏袒安在英吗?”
"유진언니 언니니까 그렇지. 가족이잖아요."
“因为是姐姐嘛。我们是家人啊。”
"지금도 들잖아." “现在也能听到。”
"화 난 거예요?" “你生气了吗?”
"화났지. 안재영이 너 앞에서 내 욕 하는데 받아줬잖아."
“你生气了吧。安在英在你面前说我坏话,你还附和了。”
"재영언니가 언니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거예요."
“재영언니가 언니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거예요.”
"왜 그랬는데." “为什么那样做。”
"왜 그랬냐니." “你问我为什么这么做。”
"네가 바라는 내 모습이 그거야?”
“你希望我变成那样吗?”
아... 그냥 바닥에 눕고 싶다. 당장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문제는, 우리에겐 순간이동 따위의 능력이 없고, 술에 취했다는 아주 합당한 핑계를 이용하여 억지를 부릴 수 있다. 정말 많이 취한 건가. 일할 때 진상이 있었나. 유진에게서 이유를 찾고 싶지 않았다. 유진이 약해진 건 유진의 환경 때문이라 믿었다. 환경이 이렇게 만들었겠지. 그러니 유진언니가 내뱉은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될 말인 것을 알아도 했겠지. 원영은 그렇게 믿었다. 아닌 걸 알아도 그렇게 믿었다. 유진이 재영을 통해 난 이런 애야. 이런 나인데, 계속 나를 사랑할 수 있겠냐고 원영을 시험하는 걸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원영은 아직 유진을 잘 모른다. 이백일을 넘게 봐도. 늘 일관된 유진의 오늘 같은 태도는 원영을 충분히 당황시켰다. 의심이 기정사실화되고, 이 사실이 자리 잡기까지는 2일도 안 걸릴 게 분명하다. 유진이 낸 이 시험은, 100점을 절대 받을 수 없는, 원영에게 불리한 시험이니까. 원영이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넘겼던 손짓이 투박했다.
啊……真想直接躺在地上。现在躺在床上睡觉是解决这个情况的最佳办法。问题是,我们没有瞬间移动的能力,只能用喝醉了这个合理的借口来强行应付。真的喝醉了吗?工作时有麻烦吗?不想从有珍那里找理由。相信有珍变得脆弱是因为她的环境。环境让她变成这样。所以即使知道有珍姐姐说的话会伤害我,她还是说了。元英就是这么相信的。即使知道不是这样,也这么相信。有珍通过在英来试探我:我是这样的人,这样的我,你还能继续爱我吗?元英不想接受这个考验。元英还不太了解有珍。即使已经相处了两百多天。有珍今天一如既往的态度让元英很困惑。怀疑变成了既定事实,这个事实确立起来可能不到两天。有珍出的这个考验,是一个元英绝对拿不到满分,对她不利的考验。元英拨开了额前的刘海。这个动作显得很粗糙。
"언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언니 말처럼 나쁘고 자기 처신 똑바로 못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그래서 내 앞에서 재영언니랑 한 마디를 안 지고 싸우는 거야? 언니 깎아내리면서?”
“姐姐,你希望我喜欢的人像你说的那样坏,不能好好处理自己吗?所以你在我面前和在英姐姐吵架,一句话也不让步?还贬低她?”
"봐. 안재영 편이잖아." “看吧。你是安在英那边的。”
"내가 편 가르자고 말하는 거 같아요?"
“我是在说要分派吗?”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刚才也是,现在也是。”
"아니야." “不是。”
"맞아. 잘 생각해 봐." “对,好好想想。”
"언니 진짜 취했네." “姐姐真的醉了。”
"취한 건 너지. 너 나한테 반말하잖아. 존댓말 하는 게 설렌다며. 이제 안 설레? 그래서 반말하는 거야?"
“喝醉的是你吧。你对我说半语了。你不是说敬语让你心动吗?现在不心动了?所以才说半语吗?”
"내일 다시 얘기해요." "明天再说吧。"
"내일이 와도 넌 날 이해 못 할 거잖아."
“即使明天到来,你也不会理解我的。”
"언니 태도 이해해 보려고 애쓰고 있거든? 그러니까 비꼬지 마. 충분히 머리 아파."
“我在努力理解姐姐的态度,好吗?所以别讽刺我了,已经够头疼的了。”
"네가 날 어떻게 이해해." “你怎么会理解我。”
"난 아무런 대비가 안 되어있는데 언니가 갑자기 나한테 토해내듯이 감정을 표출하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해요? 완전 딴 사람 같아. 알아요? 내일 이야기해요. 이 자리에서 후회할 말들 하고 싶지 않아요."
“我一点准备都没有,姐姐突然对我倾吐情感,我该怎么做?完全像变了一个人。知道吗?明天再说吧。我不想在这里说些会后悔的话。”
따로 가요. 먼저 갈게요. 원영이 뒤를 돌았다. 가슴께에서 뜨거운 것들이 자꾸만 차올랐다. 단서가 진실이 되고 있다. 백을 아는 것처럼 굴게 될 것 같았다. 폐가 터질 것 같아. 숨을 뱉지 않고 계속 들이킨 느낌이다. 심장박동이 귓가에 울렸다. 내일이 오면, 그러면 해결할 수 있을까. 내일이 와도, 그다음 날이 와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발걸음은 유진에게서 멀어졌다. 멀어질수록 심장은 더 빨리 뛰었다. 더 불안해졌다. 밀어낸 건 원영인데, 초조한 것도 원영이다. 이 발걸음이 영원히 뒤를 돌아 걸으면 어떡해. 원영의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쳤다. 막차를 타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난 뭘 기대한 거야. 뭘 기대하고 있길래 버스가 와도 느긋한 거야.
我们分开走吧。我先走了。元英转过身去。胸口不断涌上热流。线索正在变成真相。感觉自己好像要表现得像知道一切一样。肺快要爆炸了。感觉一直在吸气而没有呼气。心跳声在耳边回荡。明天来了,就能解决吗。如果明天来了,后天来了,什么都解决不了怎么办。脚步渐渐远离了有真。越远离,心跳越快。越不安。是元英推开的,但焦虑的也是元英。如果这步伐永远回头走怎么办。人们从元英身边经过。为了赶上末班车而匆忙行动的人们。我到底在期待什么。到底在期待什么,连公交车来了都这么悠闲。
손목이 붙잡혔다. 머리가 차분해졌다. 아무래도, 유진이 자신을 쫓아오길 바랐던 것 같다. 언니가 날 놓아버릴까 봐, 그냥 보내버릴까 봐 무서웠다.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붙잡고 일을 내일로 미루었지만 얼른 오해를 풀고 끝내고 싶었다.
手腕被抓住了。头脑冷静了下来。不管怎么说,似乎是尤金希望自己追上来的。害怕姐姐会放开我,害怕她会就这样让我走了。抓住最后一丝理智,把事情拖到明天,但还是想尽快解开误会,结束这一切。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모습을 본다는 건 생각보다 더 최악이다. 내가 부족해서인지 자책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 전부 아니라고, 그냥 자매싸움이라고. 유진이 재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 생각이 우리의 연애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나쁜 거면, 어떡하지. 가족 일에 끼어들 수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기력함이 날 집어삼킨다. 원래 무서운 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무거운 것부터 버린다.
看到自己爱的人不爱自己,比想象中更糟糕。会因为自己不够好而自责。会觉得自己所有的想法都是错的,只是姐妹之间的争吵而已。我不知道宥真是怎么想在英的。如果她的想法对我们的恋爱有很大的负面影响,那该怎么办呢。不能插手家事。因为无能为力,感到无比无力。原本害怕很多事情的人,会先丢掉自己最重的东西。
"난... 재영언니 대용이지…" “我……只是宰英姐姐的替代品……”
원영은 유진의 부표가 아니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돛이 아니라, 닻이었다. 이 돛단배는 결국 침몰할 배였다. 원영이 버스 위에 올랐다. 창 밖을 보지 않았다. 고개 숙이고 있는 유진을 보면, 이 버스도 가라앉을 게 분명했다.
元英不是有珍的浮标。不是前进的帆,而是锚。这艘帆船最终会沉没。元英上了公交车。她没有看窗外。如果看到低头的有珍,这辆公交车也肯定会沉没。
해가 떴다. 엉덩이가 차가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신발더미 위에 주저앉아 한 시간을 꼬박 울고, 한 시간을 꼬박 후회했다. 언니 편 들어줄걸. 그게 뭐가 어려워서 자존심을 부렸을까. 그냥, 유진언니가 원한 거 그거 하나만 하면 됐잖아. 그럼 언니가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언니가 울지 않아도 됐잖아. 밀물 차듯 후회가 몰려왔다. 언니의 손을 풀고 버스를 타는 게 아니었다. 언니 손등에 떨어지는 눈물들을 모른척한다고 될 게 아니었다. 내가 신뢰를 주지 않았나? 사랑한다는 말이 부족했나. 매일 밤마다 속삭여줄걸. 언니를 많이 사랑한다고. 유진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했을 순 있겠다 가볍게 여겼지만 입 밖으로 나올 줄 몰랐다. 최선을 다 해 언니를 사랑하지 않았나 봐. 대용이 아니라고, 언니를 사랑하는 거라고 말하면 될걸... 언니가 재영언니를 싫어하는 미운 감정까지 사랑한다고 할걸. 원영을 갉아먹는 자책들은 시간까지 집어삼켰다. 내일이 문을 두드린다. 유진의 목소리가 이렇게 선명한데,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시간이 야속했다.
太阳升起了。屁股很冷。一进家门,腿就软了。坐在鞋堆上整整哭了一个小时,又整整后悔了一个小时。应该站在姐姐那边的。那有什么难的,为什么要逞强呢。只要做了姐姐想要的那件事就好了。那样姐姐就不用说那些话了,姐姐也不用哭了。后悔像潮水般涌来。不应该放开姐姐的手上车。不应该假装看不见落在姐姐手背上的泪水。是我没有给她信任吗?是我说爱她的话不够吗?每天晚上都应该对她说。我很爱你,姐姐。没想到尤真会说那样的话。虽然觉得她可能会有那样的想法,但没想到她会说出口。看来我没有尽全力去爱姐姐。应该说不是替代品,我爱的是姐姐……应该说连姐姐讨厌在英姐姐的那种憎恨的感情我也爱。自责吞噬了时间。明天在敲门。尤真的声音如此清晰,心跳得这么快。时间真是无情。
1 [우리 시간을 가져요] 1 [我们来点时间]
1 [그게 좋을 거 같아]
1 [那样会更好]
내가 급하다고 생각 정리 안 된 사람 부추겨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면,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지. 그려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유진이 연락을 읽었다. 새벽 6시였다.
如果我催促一个思绪混乱的人并得到我想要的答案,那我们会怎么样呢?无法想象,也看不见。尤金读了消息。那是凌晨六点。
유진을 이해하기 위해 재영을 먼저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매는 닮았고, 또 많이 다르니까.
为了理解尤金,决定先理解在英。姐妹俩很相似,但也有很多不同。
"드디어 끝났네." "终于结束了。"
"수고했다. 우리가 제일 잘한 거 같지 않아?"
“辛苦了。我们是不是做得最好?”
"글쎄." “嗯。”
"밥 먹을래?" “要吃饭吗?”
"아니. 집 가서 잘래." “不。我想回家睡觉。”
"그 날 잘 들어갔어? 유진이 만나서 내가 싹싹 빌었다. 나 진짜 취했었나봐."
那天你顺利回去了吗?我见到了宥真,向她道了歉。我那天真的喝醉了。
"언니 만났어? 언제?" “见到姐姐了吗?什么时候?”
"이틀 전에. 연락은 그 다음날 했는데 답장은 3일 전에 하더라."
两天前。联系是在第二天,但回复是在三天前。
"언니 괜찮대?" “姐姐没事吧?”
"평소랑 똑같은 안유진인 척하던데. 너네 싸웠는지 몰라도 빨리 해결해라. 시간 끌면 그 때 감정 싹 다 잊어버리고 리셋인 거 알지."
“她装作和平时一样的安宥真。不管你们是不是吵架了,赶紧解决吧。拖延时间的话,到时候感情全都忘光了,重置了,你知道的。”
재영이 자판기에서 이온음료 하나를 뽑았다. 슬쩍 유진의 소식을 캐내려 했는데, 재영은 눈치가 빨랐다. 사실은 안유진 장원영이 티를 많이 나는지도 모르지. 탕. 캔이 떨어졌다. 재영이 앉아 플라스틱 뚜껑을 열었다. 아이고 허리야. 허리를 많이 숙여야 했다.
在自动售货机上,宰英买了一瓶离子饮料。他试图偷偷打听宥真的消息,但宰英很快就察觉到了。其实,安宥真和张元英可能表现得很明显。啪,罐子掉了下来。宰英坐下,打开了塑料盖子。哎哟,腰好疼。他不得不弯下很多腰。
"너 마셔라." “你喝吧。”
"왜요?" “为什么?”
"먹고 정신 차리라고." 吃点东西,清醒一下。
"언니는 내가 왜 좋아요?" 姐姐,你为什么喜欢我?
"그 때 한 말 그대로야. 인간적으로 네가 마음에 들어. 그래서 챙겨주는 거야. 그리고 안유진 생각도 좀 나고."
那时候说的就是实话。作为一个人,我喜欢你。所以我照顾你。而且也有点想起安宥真。
자매가 쌍으로 똑같네. 유진보다 더 모르겠는 게 재영의 마음이었다. 유진과 원영은 닮은 구석이 없는데. 어디에서 유진이 연상되는지 가늠이 안 갔다. 확실하게 대답하면 좀 좋아. 장녀가 그렇지 뭐. 부담감 책임감을 감내하며 잘 큰 케이스가 안재영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장녀 특유의 답답함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재영이 그날 말했던, 자기는 이야기 다하는데 유진은 이야기 안 한다는 거. 그건 사실 유진의 마음을 듣기 위해 노력했던 재영의 흔적들 아닐까. 원영은 감히 추측을 했다. 캔 뚜껑을 땄다. 손이 시릴 만큼 차가웠다. 마시고 정신 차려야지. 시간을 날릴수록 감정도 날아간다. 교양 발표가 끝났다. 카카오톡 마지막 대화는 여전히 노란 네모칸이다. 일주일이 지났다.
姐妹俩长得一模一样。比起理解悠珍,更难理解的是在宰英的心思。悠珍和宰英没有任何相似之处。完全无法理解为什么会让人联想到悠珍。能明确回答就好了。长女就是这样。承受着负担和责任感长大的就是安宰英。所以长女特有的那种郁闷感是不可避免的。宰英那天说的,自己什么都说了,但悠珍什么都不说。那其实是宰英为了听到悠珍心声所做的努力的痕迹吧。宰英大胆地猜测。打开了罐头盖子。手冷得发抖。喝了点酒,清醒一下。时间流逝,感情也随之消散。教养演讲结束了。KakaoTalk 的最后一条对话仍然是黄色的方框。已经过去一周了。
유진의 하루는 똑같다. 가게 가서 일하고, 정리하고, 집 와서 자고. 오래간만에 푹 잤다. 원영을 만날 시간만큼 더 잘 수 있었다. 저녁도 안 먹고 침대에 누웠다. 내내 요리를 하다 오니 내 밥을 요리할 힘이 나지 않았다. 피곤하다. 피곤해 죽겠네. 핸드폰 빛이 눈에 내렸다. 습관처럼 엄지가 움직였다.
尤金的一天都是一样的。去店里工作,整理,然后回家睡觉。好久没有睡得这么香了。可以多睡一会儿,正好是见元英的时间。连晚饭都没吃就躺在床上了。一直在做饭,已经没有力气给自己做饭了。好累。累死了。手机的光照在眼睛上。大拇指像习惯一样动了起来。
일 끝내고 누웠| 工作结束后躺下
아, 우리 시간 갖기로 했지.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벌써 여섯 번째다. 대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을 갖자는데. 난 갖기 싫단 말이야... 핸드폰 사이드 오른쪽 버튼을 눌렀다. 눈이 편안해졌다. 오늘도 꿈속으로 도피를 했다.
啊,我们说好要冷静一下的。我按下了退格键。这已经是第六次了。即使我想回答,也无法做到。你说要冷静一下。我不想冷静啊……我按下了手机右侧的按钮。眼睛感觉舒服了一些。今天我又逃进了梦里。
알림 소리에 일어났다. 알림 켜둔 사람 몇 없는데. 그 사람들 중 원영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세수를 하고 나왔다. 집에서 잠이나 자야겠다. 몇 안 되는 유진의 오프였다.
被通知声吵醒了。开着通知的人没几个。我确信那几个人中没有元英。洗了脸出来。还是在家睡觉吧。这是少有的有珍的休息日。
[술 마시자] [喝酒吧]
[종강이다] [放假了]
[오늘?] [今天吗?]
[ㅇㅇ] [嗯嗯]
재영의 연락이었다. 귀찮은데. 며칠 전에 만나 사과도 했고, 그렇게 끝난 거 아니었나. 머리를 빗었다. 뒷머리가 잔뜩 뻗쳤다. 머리를 다시 자를까, 어느새 중단발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是宰英的联系。真麻烦。几天前见面道歉了,不是就这样结束了吗?梳了梳头发,后面的头发翘了起来。要不要再剪一次呢?不知不觉已经快到中长发了。
"마셔." “喝。”
"언니는 안 마셔?" 姐姐不喝吗?
"내일 약속 있어." 明天有约。
"나랑은 약속도 아니다?" 跟我约会不算吗?
"너 나 챙길 거야? 니가 나 쓰레기봉투 옆에 버리고 갈까 봐 안 마신다."
“你会照顾我吗?我不喝是怕你把我丢在垃圾袋旁边。”
"정확하네." “准确啊。”
내놔. 자작하지 말고. 유진에게서 소주병을 빼앗았다. 혼자 마시니까 더 빨리 취하는 거 같아. 니가 빨리 마셔서 그래. 손해 보는 기분이야. 뭐래, 내가 사는 거잖아. 맞네. 언니가 맨날 사니까. 돈은 유진이 훨씬 벌면서 늘 재영이 계산했다. 언니 역할 뺏지 말라고? 웃기지도 않아. 언제까지 언니일 건데.
拿来。别自己喝。把烧酒瓶从宥珍手里抢了过来。一个人喝好像更容易醉。是你喝得太快了。感觉亏了。说什么呢,不是我买的吗?对啊,姐姐总是买。虽然宥珍赚得更多,但总是宰英付钱。不要抢姐姐的角色?真是笑话。你打算当姐姐到什么时候。
"언니는 난데, 넌 자꾸 내 역할을 뺏으려고 들어. 동생답게 굴어."
“我是姐姐,你总是想抢我的角色。像个妹妹一样行事。”
"그래봤자 3분 차이야." “不过是 3 分钟的差距。”
"내가 너 언니인 건 알지?"
“我是你姐姐,你知道吗?”
"꼬박꼬박 언니라고 부르잖아." “你总是叫我姐姐。”
"호칭은 상관없어. 그냥, 니가 자꾸 까먹는 거 같아서 그런 거야. 의지 좀 해.”
称呼无所谓。只是,你好像总是忘记,所以才这样说。依靠我一点吧。
"뭐래." “说什么呢。”
"고개나 들고 말하지." “抬起头来说话。”
그러던지. 목에 힘이 빠진다. 머리가 자꾸만 고꾸라진다. 아... 또 취하네. 취하면 기분 좋아야 되는 거 아닌가. 유진의 기분은 바닥을 쳤다. 재영을 쳐다볼 힘도 없다. 내일도 쉬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재영의 집에서 자야지, 마음을 먹었다.
那就这样吧。脖子上的力气消失了。头不停地往下垂。啊……又醉了。醉了不是应该心情好吗?宥真的心情跌到了谷底。连看在宰英的力气都没有。幸好明天也休息。今天就在宰英家睡吧,她下定了决心。
"술 마시고 있었어요?" “你在喝酒吗?”
원영의 목소리다. 是元英的声音。
"시간 얼마나 더 가지려고 그래요."
“你打算拖延多久?”
"너가 가지자고 했잖아..." “你说要去的……”
"마음에도 없는 말 했어요." “我说了违心的话。”
"거짓말." “谎言。”
"언니, 난 안 취했어요. 거짓말 아니야."
“姐姐,我没醉。不是骗你的。”
"안 취했으니까 거짓말하는 거겠지." “没醉才会撒谎吧。”
"그 날 그냥 가서 미안해요."
“那天就那样走了,对不起。”
"....." “.....”
"유진언니, 재영언니 대용 아니에요." “유진언니,재영언니大用不是。”
"원영아" “元英啊”
"응" “嗯”
"...넌 나 좋아?" “……你喜欢我吗?”
"응." “嗯。”
"나 좋아?" “你喜欢我吗?”
"좋아요." “喜欢。”
언니 좋아. 유진언니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그런 얼굴로 묻지 마... 응? 나 진짜 속상한데. 유진이 점점 움츠러들었다. 사람이 반이 됐다. 내가 좋다는데, 언니는 왜 점점 작아져요.
姐姐,我喜欢你。我真的很喜欢你。所以……不要用那种表情问我……好吗?我真的很难过。宥真越来越缩小了。人变成了一半。我说我喜欢你,为什么你却越来越小了。
"진짜 나 좋아?" “你真的喜欢我吗?”
"재영언니보다 더 좋아?" “比在英姐姐更喜欢吗?”
당연히... 언니가 더 좋지. 그게 왜 궁금할까. 우리 유진언니는.
当然了……姐姐更好。这有什么好奇怪的。我们悠珍姐姐。
"그야..." “那是因为……”
"재영언니가 너 좋아하니까..." “在英姐姐喜欢你……”
"나 좋다고 해줘" “说你喜欢我”
"응?" “嗯?”
"계속 해줘." “继续。”
"백 번 해줘......"
“再来一百次……”
유진의 머리가 원영의 어깨에 떨어졌다. 원영은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珍的头靠在元英的肩膀上。元英坐在那里,轻轻地抚摸着她的头。
*
"유진이 오늘 일 있어?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 몸 두 개처럼 움직이던데."
“尤金今天有事吗?他好像想早点下班,忙得像有两个身体一样。”
"약속이 있어서요." “我有约会。”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맞다 핸드폰. 마음이 앞서나갔다. 다섯 번도 넘게 카톡 창을 열었다. 헛것을 본 건 아닌가, 꿈인가 확신이 필요했다. 꿈이 아니었다. 진짜다.
我先走了。啊,对了,手机。心急了。打开了五次以上的 KakaoTalk 聊天窗口。我是不是看错了,是不是在做梦,我需要确认。这不是梦。是真的。
[오늘 시간 있어요?] [今天有时间吗?]
[우리 집 올래요?] [要来我家吗?]
이틀 전, 재영이 원영을 부르고 자기 집에 가버렸던 일을 기억한다. 그리고 원영이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그 손길을 기억한다. 다행이다. 화 많이 안 났구나. 취해서 못 움직이는 척 그 손길을 계속 받고 싶었다. 오늘 만나면 미안하다고 해야지. 너한테 내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보여서 미안하다고, 혼자 해결할 일을 너에게까지 전가시켜 미안하다고. 눈치 보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미안한 일이 너무 많은데. 유진이 가방에 종이박스를 넣었다. 고등학교 때, 주지 못했던 닭강정. 칼퇴 전에 어떻게 짬을 내서 만들었다. 원영이 스티커를 붙여둔 요리 노트에 유일하게 후기를 써둔 포스트잇이 없는 음식. 이것도 맛있게 먹으면 좋겠다.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맞춰 붙여놔야지. 제 몸집보다 두 배나 커진 노트를 어디 꼽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잘 보이게 책상 위에 둘까. 책꽂이 말고. 유진이 서둘렀다. 닭강정은 식으면 맛없으니까.
两天前,宰英记得叫了元英然后回了自己家。还记得元英抚摸侑珍头发的那只手。幸好,没怎么生气。假装喝醉不能动,想继续感受那只手的抚摸。今天见面时要说对不起。对不起把我的自卑感和自尊心暴露给你,对不起把我一个人该解决的事情推给你。对不起让你看我的脸色。对不起的事情太多了。侑珍把纸盒放进包里。高中时没能送出的炸鸡块。下班前抽空做的。元英贴了贴纸的料理笔记本里唯一没有写下评论的食物。希望这个也能好好吃。要贴在右下角。比自己身体大两倍的笔记本不知道该放在哪里。要不要放在桌子上显眼的地方。不放在书架上。侑珍赶紧的。炸鸡块凉了就不好吃了。
들어와요. 문이 열렸다. 집 안이 건조했다. 가방을 거실에 두고 의자에 앉았다. 마주 보고 앉아 밥 먹었던 그 의자에. 원영은 글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책상엔 종잇장들이 흩어져있다. 펜들도 나뒹군다. 쓰레기봉투는 가득 차 종이를 토해낼 것처럼 굴었다.
进来吧。门开了。房子里很干燥。把包放在客厅,坐在椅子上。那张我们面对面吃饭的椅子。看起来元英在写东西。书桌上散落着纸张。笔也到处都是。垃圾袋满得像要吐出纸一样。
"일찍 끝났네요?" “这么早就结束了?”
"응. 일이 별로 없어서..." “嗯,没什么事……”
"그렇구나." “原来如此。”
정적이 흐른다. 원영은 말을 골라내는 것 같았다. 괜히 무릎을 만졌다. 긴장이 됐다.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寂静流淌着。元英似乎在挑选着话语。她无意中摸了摸膝盖。感到紧张。感觉很不好。
"글 쓰고 있었어?" “你在写作吗?”
"응. 근데 잘 안 돼요."
“嗯。但是不太顺利。”
"...." “....”
"보다시피 한 줄도 못 썼어."
“如你所见,我连一行都没写。”
"그렇네..." “是啊...”
"난 잘 못 지냈어요. 언니가 없으니까 글이 안 써져요. 작사 처음 하는 사람 같아. 언니는 안 믿었죠? 언니랑 있으면 글이 써진다는 거, 그거 진짜였는데. 언니가 없으니까 진짜 안 써지더라."
“我过得不好。没有姐姐,我写不出文章。感觉像是第一次写词的人。姐姐不相信吧?和姐姐在一起的时候,文章就能写出来,那是真的。没有姐姐,真的写不出来。”
"미안해..." “对不起...”
"언니가 왜 미안해요. 내가 부족한 건데."
“姐姐你为什么道歉。是我不够好。”
"내가 너한테 유치하고 모질 게 굴어서 미안해. 내가 언니인데 자꾸 불안해해서... 네가 불안해했던 걸 아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너한테 자꾸 확인받으려 했던 거 같아. 원영이가 나 사랑하는 거 아는데 어린애처럼 굴어서 미안해. 재영언니도... 내가 언니에게 자격지심이 있나 봐. 네가 중간에서 불편한 거 아는데 언니한테 지고 싶지 않아서 나쁘게 말했어. 앞으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재영언니만큼은 아니더라도..."
对不起,我对你幼稚和刻薄了。作为姐姐,我总是感到不安……我知道你也感到不安,但我不知道该怎么做……所以我总是想从你那里得到确认。知道元英爱我,但我像个孩子一样,对不起。还有在在英姐姐面前……我好像对姐姐有自卑感。我知道你在中间感到不舒服,但我不想输给姐姐,所以说了些不好听的话。以后我会努力成为一个更好的人。即使不能像在英姐姐那样……
너무 횡설수설했나. 진심이 제대로 전해졌을까 노심초사 원영을 힐끗 쳐다봤다. 눈 마주치면 말문이 막힐 거 같아서 시선을 피했다. 손톱 거스름이 올라왔다. 자꾸만 건드려서 피가 났다.
是不是说得太乱了。真心话能传达到吗?我焦虑地瞥了一眼元英。怕对上眼神会说不出话来,所以避开了视线。指甲旁边的倒刺冒出来了。一直弄它,结果出血了。
"언니. 언니 나는... 나는 안유진을 사랑하고 싶은데. 언니는 자꾸 재영언니가 되려고 해요. 내가 사랑하는 건 안유진인데..."
"姐姐。姐姐,我……我想爱安宥真。可是姐姐你总是想成为在英姐姐。我爱的是安宥真啊……"
원영아.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눈을 마주치려 애써도 원영이 피했다. 원영의 볼을 따라 흐르던 눈물은 턱끝에 맺혔다. 팔을 뻗으면 닦아줄 수 있는데. 내가 닦아줘도 되는 걸까. 위로를 고민해야 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元英啊。宥真抬起了头。即使努力想要对视,元英还是避开了。顺着元英的脸颊流下的泪水在下巴尖上凝结。只要伸出手就能擦掉。可以让我来擦吗。我们之间已经变成了需要考虑如何安慰的关系。
"언니가 언니를 찾으면, 그 때 다시 만나요. 나 말고, 언니를 먼저 사랑해봐요.“
“如果姐姐找到姐姐,那时我们再见面。不是我,先试着爱姐姐吧。”
"우리 헤어지는 거야?" “我们要分手吗?”
"아주 잠깐만 헤어져요... 아주 잠깐만." “只是暂时分开一下……很快就会再见的。”
"헤어지기 싫어..." “我不想分开……”
잠깐도 싫어. 헤어지기 싫어. 내가 더 좋은 사람 될게. 노력할게… 나 버리지 마... 응? 원영아 제발... 의자도 내팽개치고 원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원영의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안유진. 원영의 바지를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헤어지려니까 그제야 안유진답게 구는 안유진. 안재영 같은 사람이 좋았으면 안재영이랑 사귀었겠지. 언니는 애처럼 굴 때가 좋아. 우리 간절하게 사랑하지 말자. 유진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 둘 다 웃기다.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있어. 소매로 유진의 눈물을 닦았다. 얼마나 흘렸는지, 천이 흠뻑 젖었다.
暂时也不行。我不想分手。我会变成更好的人。我会努力的……不要抛弃我……嗯?元英,拜托了……安宥真把椅子一扔,跪在元英面前。她把脸埋在元英的膝盖上,像个孩子一样伤心地哭泣。她用尽全力抓住元英的裤子。要分手了,安宥真才像安宥真。要是喜欢安在英那样的人,早就和安在英交往了。姐姐喜欢你像个孩子一样的时候。我们不要那么迫切地相爱。元英把宥真扶起来。我们两个都很搞笑。眼泪鼻涕都流出来了。她用袖子擦了擦宥真的眼泪。流了多少,布都湿透了。
"내 영감 언니한테서 오는 거 알지."
“你知道这是从我灵感姐姐那里来的。”
“언니가 괜찮아지면… 그 때 다시 만나요.
“姐姐好起来的话……那时候再见吧。”
"이 빌어먹을 영감 언니 말고 다른 곳에서 찾고 있을 테니까."
“这该死的老头,我会在别的地方找,不会找姐姐。”
"내 밥벌이인 거 알죠? 오래 걸리면 나 굶어 죽어."
“你知道这是我的生计吧?如果花太长时间,我会饿死的。”
유진은 재영의 동생도, 원영의 여자친구도 아니다. 우상을 쫓았다 생각했는데, 허상이었다. 머리카락은 어느새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 옷장은 캐주얼로 가득 찼다. 팔자걸음을 고치지 못했다. 닭강정은 이번에도 식었다. 끈적한 양념이 종이에 달라붙었다.
尤金既不是在英的弟弟,也不是元英的女朋友。以为是在追逐偶像,结果却是幻影。头发不知不觉间垂到了肩上。衣柜里满是休闲装。八字步还是没改掉。这次炸鸡块又凉了。黏糊糊的调料粘在了纸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