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편에서 이어집니다.  接上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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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을 좋아해도, 그 아이와의 연애를 꿈꾼 적은 없었다. 
即使喜欢金道勋,也从未梦想过和他恋爱。


정환은 그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제 눈에만 사랑스러운 건 아니었던 지라, 모두가 그 아이를 사랑스럽게 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 애정의 눈빛이 사람마다 농도가 다른 것도 알았다.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연습생들이 그 아이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그걸 안다고 하더라도, 정환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남들이 저 아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자기가 먼저 나서서 채갈 수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저도 남자고 도훈도 남자여서 도훈에게 제가 가능할지조차 몰랐고, 제가 채간다고 해서 채여질 지도 당연히 몰랐다. 그렇게 굴 생각도 없었다.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구는 것 또한 정환의 성향과도 너무나 달랐다. 그저 사랑스러운 아이를 눈에 담고 마음에 담는 것, 그게 정환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正焕觉得那个孩子实在太可爱了。不仅是在他眼里可爱,他也知道所有人都觉得那个孩子很可爱。他还注意到每个人眼中的爱意程度都不同。无论男女,练习生们都把那个孩子放在心上。即便知道这一点,正焕也无能为力。他不能因为别人喜欢那个孩子就抢先去占有。很显然,他自己是男生,道勋也是男生,他甚至不知道自己是否有可能得到道勋,更不知道如果他去争取会不会被接受。他也没有那样做的打算。单方面行动而不顾及对方的意愿,这与正焕的性格完全不符。他能做的只有把这个可爱的孩子装在眼里、记在心里,仅此而已。

정환은 제가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몰랐다. 늘 정도만 걸었고 정상의 범주에서만 살아왔고 사소한 일탈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김도훈이란 아이를 마음에 담으면서 이미 정상의 범주를 이탈해버렸다. 그것이 얼마나 가속도를 내는지도 모르면서. 김도훈이 아른거리는 것이 심해졌을 때, 그 아이를 담은 마음이 커지고 커져서 튀어나가는 걸 도저히 못 참겠다 싶었을 때. 이러다가는 연습실 한복판에서 도훈을 제 품에 넣고 으스러질 때까지 안아버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 튀어나가는 마음을 다른 데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스무살이라 가능했던 만남 어플을 다운 받고 본인 인증까지 끝내고,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나오는 얼굴마다 다 마음에 안 들어서 한숨만 푹푹 쉬었을 때. 예전에 찍어둔 사진 중 대충 골라서 어깨만 나오게 잘라서 프사를 설정했는데, 얼굴도 나오지 않은 그 사진만으로 디엠창이 터져나가서, 그게 오히려 정환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더랜다. 
申正焕不知道自己竟然是个能做出疯狂之事的人。他一直走在正道上,生活在正常的范畴内,从未有过丝毫的越轨行为。然而,当他将金道勋这个孩子装进心里时,他就已经偏离了正常的轨道。他甚至不知道这种偏离会以多快的速度加剧。当金道勋的身影在脑海中愈发清晰,当他对那孩子的感情越来越强烈,以至于再也无法抑制时。他觉得再这样下去,他可能会在练习室中央将道勋拥入怀中,紧紧地抱住他直到把他揉碎。他想着必须将这份溢出的感情转移到别处。于是,他下载了一个只有二十岁才能使用的交友应用,完成了身份认证,但无论怎么滑动屏幕,每张出现的脸都让他不满意,只能不停地叹气。他从以前拍的照片中随便选了一张,只露出肩膀的部分作为头像,没想到仅凭这张连脸都没有的照片,私信就爆炸了,这反而让正焕更加沮丧。

그렇게 며칠 자기 전에 핸드폰 스크롤이나 내리고 현타 맞으면서 잠들다가, new라고 뜬 프로필이 하나. 나이는 21살, 탑. 그런데 그런 텍스트는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다. 핸드폰을 쥔 손, 손목 뼈, 이어지는 손목의 라인, 뒤에 나온 어깨 라인. 저처럼 얼굴의 어느 일부분도 나오지 않은 그런 사진이었는데 심장이 반응했다. 김도훈이랑 너무 비슷해서. 저 손목을 따라가면 잘라진 영역에 김도훈이랑 같은 얼굴이 있으리란 보장도 없었는데, 그 얼굴 크기와 그 비율이 있기야 하겠냐만은 - 그럼에도 그 손목과 어깨 선이 이렇게나 비슷한 사람이라니, 하며 스스로를 계속 설득시켰다. 무엇을 설득시켰는지도 본인도 몰랐다. 이미 심장이 반응한 후라서 스스로를 제어할 어떠한 기제도 남아있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먼저 디엠을 보내버린 거다. 안녕하세요, 스타일 좋으시네요. 전송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님 서울? 오늘 가능? 이딴 단문의 메시지로만 가득찬 디엠창 리스트에서 정환은 제 식대로 첫 인사를 보냈다. 보내고 나니 오히려 구닥다리 꼬시는 멘트 같아 보여서 뭐라도 덧붙여야겠다 싶어 다시 타이핑을 하는데 빠르게 답장이 왔다. 헐 감사해여ㅕ! 님도 프사 멋있으세여ㅎㅎ. 프사에 어깨밖에 없는데 무슨. 말투까지 김도훈 같아서 핸드폰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망했다. 이 디엠창에서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데가 필요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손목 뼈와 어깨라인, 그리고 말투만이라도) 김도훈을 닮은 이 사람이 대나무숲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就这样,每天睡前刷着手机,带着现实感入睡。突然,一个标着"new"的个人资料出现了。年龄 21 岁,攻。但这些文字信息完全没有引起注意。握着手机的手,手腕骨,延伸的手腕线条,背后露出的肩膀线条。虽然和我一样没有露出脸的任何部分,但这张照片却让我心跳加速。因为它太像金道勋了。顺着那手腕看去,被截断的区域里并不能保证会有和金道勋一样的脸,那张脸的大小和比例也不可能相同 - 尽管如此,我还是不断说服自己,怎么会有人的手腕和肩膀线条如此相似呢。我甚至不知道自己在说服什么。因为心已经有了反应,所以已经没有任何机制能控制自己了。不知不觉中,我先发了私信。"你好,你的风格很棒。"发送成功的提示出现了。在那些只有"你在首尔吗?""今天有空吗?"这样简短信息的私信列表中,申正焕用自己的方式发出了第一声问候。发完后反而觉得像是老套的搭讪语,觉得应该再补充点什么,正准备再次输入时,很快就收到了回复。"哇,谢谢!你的头像也很帅哦,嘿嘿。"头像明明只有肩膀,有什么帅的。连说话方式都像金道勋,我不禁用头撞击手机。完蛋了。我意识到自己绝对无法从这个私信对话中脱身了。只是需要一个地方来缓解这种憋闷的心情。想要像喊出"国王有驴耳朵"那样大声喊出来。也许这个(至少在手腕骨、肩膀线条和说话方式上)像金道勋的人可以成为我的竹林。

를 기대했더니 진짜 김도훈이 나온 건에 대하여.
本以为会是伞,结果真的出现了金道勋这件事。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손목만으로도 심장이 반응해서 이 미친 짓을 한 건데. 
不可能认不出来。光是看到手腕,心脏就有了反应,才做出这种疯狂的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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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t-Clock Boy  计时板男孩





주말 연습을 빠졌다. 도훈이 연습생 숙소에 입소하는 날이었다. 미친 짓이었다. 성실의 아이콘 신정환이 연습 스케줄을 빠진다니. 주말은 연습 스케줄이 꽉 차 있다. 어느 연습생도 주말에 연습을 안 하는 연습생이 없었다. 학교를 안 가도 되니 온전히 연습에만 시간을 쓸 수 있어서 모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게 주말 연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엔 김도훈이 짐을 끌고 숙소에 들어올 거다, 모두가 연습을 나가서 텅 비어 있는 그 큰 집에. 정환은 도훈에게 그걸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걔는 사람을 좋아해, 온기가 있어야 해. 미친 척하고 결석계를 냈다. 그동안 성실했던 게 아무래도 가산점이 있었는지 별 용무 없는 결석계도 처리가 됐다. 정작 숙소에서 캐리어를 끌고 멍하니 저를 바라보는 도훈을 봤을 땐 다정하게 뭘 더 해주지도 못 했지만.
周末翘了练习。那天是道勋入住练习生宿舍的日子。这是疯狂的举动。作为勤奋的代表,申正焕竟然缺席了练习日程。周末的练习日程通常排得满满当当。没有哪个练习生会在周末不练习。因为不用上学,所以大家都把周末练习看得很重要,可以全身心投入练习。但这个周末,金道勋会拖着行李进入宿舍,进入那个因为所有人都去练习而空荡荡的大房子。正焕不想让道勋感受到那种氛围。他喜欢人,需要温暖。正焕假装生病请了假。或许是因为一直以来的勤奋给自己加了分,即使是没什么特别原因的请假条也被批准了。然而当真正看到道勋拖着行李箱,茫然地看着自己时,正焕也没能做出更多亲切的举动。

정환은 정말이지 미친 짓을 많이 했다. 도훈에 관련된 것이면 저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남들이 알면 까무라칠 소식들이었다. 대학 때문에 서울에서 자취하는 누나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환아, 네가 진짜 미쳤구나. ...응, 나 사랑에 미친 것 같아, 누나들. 상상 속에선 늘 다정하게 고민 상담 해주던 누나들의 목소리가 어른거렸다. 그 누나들마저 다정한 목소리로 제게 미쳤다고 말할 것이 뻔했다. 얼굴을 쓸었다. 아는데도 이렇게 되는데 어떡해.
正焕真的做了很多疯狂的事。只要是和道勋有关的,他就无法控制自己。这些都是让人难以启齿的消息。他想起了因为上大学而在首尔独居的姐姐们的脸。正焕啊,你真的疯了。...嗯,姐姐们,我好像是恋爱疯了。在想象中,总是温柔地给他提供烦恼咨询的姐姐们的声音若隐若现。就连那些姐姐们也肯定会用温柔的声音告诉他,他疯了。他揉了揉脸。明明知道却还是这样,该怎么办呢。



잠실역 7번 출구에서 마주친 그 날 이후로 둘 사이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하면 좋았겠지만, 도훈이 저를 관찰한다는 건 너무 티가 났다. 말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는 연습생 형이 갑자기 게이 어플 깔고 제 앞에 나타났으니 놀랐을 법도 했지만, 얼굴에 생각하는 게 다 티가 나는 도훈은 제가 누구랑 얘기를 하면 온 신경을 제게 집중했다. 여자 연습생이랑 얘기할 땐 아무렇지 않아하면서 남자 연습생이랑 대화할 때만 그렇게 바짝 안테나를 세우는 게 너무 투명했다. 이렇게라도 저 아이가 나를 보는 거니까 이건 좋은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우스워서 가끔 피식 웃음이 새기도 했다. 
自从在蚕室站 7 号出口相遇的那天以后,两人之间并没有太大的变化——如果能这么说就好了,但金道勋在观察自己这一点实在是太明显了。那个平时沉默寡言却与大家相处融洽的练习生哥哥突然下载了 gay 交友软件并出现在自己面前,确实令人惊讶。但是金道勋脸上总是把所想的都表现出来,每当自己和别人说话时,他就会全神贯注地关注着自己。当自己和女练习生聊天时他毫不在意,但只要和男练习生交谈,他就会竖起耳朵,这种反应实在是太明显了。能以这种方式被那个人注视着,这算是件好事吗?想到这里,自己觉得有些好笑,偶尔会不自觉地露出微笑。

사랑스러운 아이는 사랑이 많았다. 어느 날은 밤 늦게 불 꺼진 연습실에서 도훈을 발견해냈을 때, 헐 정환이 형? 형이 나 살려줬어 대박 형 사랑해! 하는 말을 폭격처럼 듣기도 했다. 그 때 정환은 말없이 웃었다. 형들이 사람 다 나간 줄 알고 불을 다 껐는데, 사실 내가 안에 있었는데, 이미 문이 닫혀서 형들은 나 여기 있는 줄도 모르고, 나 핸드폰 저기 내가지구 연락도 못 하고 있었는데, 형이 딱 나타났어, 형 아니었으면 나 내일 아침에 발견됐을까, 형이 나타나서 나 살려준 거야아.. 조잘조잘 이어지는 말이 듣기 좋았다. 저를 보자마자 뱉은 대박 형 사랑해, 의 사랑해 세 글자가 자꾸 귀에서 맴돌았다. 
可爱的孩子总是充满爱意。有一天晚上,在灯光熄灭的练习室里发现金道勋时,他听到了如同炮弹般的话语:"哇,正焕哥?哥救了我,太棒了,我爱你哥!"那时,申正焕默默地笑了。"哥哥们以为所有人都走了就把灯都关了,其实我还在里面,门已经关上了,哥哥们都不知道我在这里,我的手机放在那边了,也联系不上 anyone,然后哥就出现了。如果不是哥,我可能要等到明天早上才被发现,是哥出现救了我..."喋喋不休的话语听起来很悦耳。一见到他就脱口而出的"太棒了,我爱你哥"中的"我爱你"三个字不断在耳边回响。

연습생 숙소에선 다같이 배달 음식 시켜먹는 날엔 가끔 쏘겠다며 정환이 결제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도훈은 이거 정환이 형이 산 거라고? 대박 형 사랑해 잘 먹을게, 그런 말을 여러 번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싶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사던 정환이 일주일에 한 번씩 산 적도 있었다. 정환이 요즘 용돈 올랐어? 하는 다른 연습생 형들의 말에 그냥 웃기만 했었다. 
在练习生宿舍里,有时候大家一起点外卖的时候,申正焕会说要请客并付款。每当这种时候,金道勋都会说:"这是正焕哥买的吗?太棒了,哥,我爱你,我会好好吃的。"他会反复说这样的话。为了听到这些话,原本一个月只买一次的申正焕有时候会一周买一次。当其他练习生哥哥们问"正焕最近零花钱涨了吗?"的时候,他只是笑笑不说话。

너는 어쩜 이렇게 사랑이 많을까. 다른 연습생 형들에게는 하루에 다섯 번도 더 하는 말인 걸 아는데도, 제게도 해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다가도 하도 날 관찰하고 다니길래 그래도 날 꽤 의식하나 했는데 아니었나 보네- 하는 생각으로 기분이 가라앉기도 했다. 스스로도 제가 우스웠다. 그 아이에겐 흔하디 흔한 사랑한단 말 한 마디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가, 그래도 만남 상대(...)로 만난 적 있는 제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이라서 금세 씁쓸해진다니. 
你怎么会有这么多的爱呢。虽然我知道你对其他练习生哥哥们一天说五次以上,但是对我说这句话的事实本身就让我很高兴。可是又因为你总是观察我,我以为你还是挺在意我的,但看来并不是这样——这样想着,心情又低落下来。我觉得自己很可笑。听到那孩子随口说的"我爱你"就高兴起来,可转念一想,这对他来说不过是对曾经的约会对象(...)随口说的话,心里又立刻变得苦涩起来。

저를 관찰하는 그 아이의 관심에 저와 같은 애정이 한 톨도 없다는 건 알았다. 늘 보고 있으니까 그 아이의 시선도 감정도 다 보인다. 사랑이 많은 아이에게 사랑한단 말을 들으면 좋은 거지. 남들에게 다섯 번 하는 말을 내게도 한 번을 해준다면 좋은 거야. 정환은 억지로 제 감정을 바닥으로 끌어내리지 않았다. 나도 저렇게 도훈이에게 사랑한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런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我知道那个孩子观察我的关注中没有一丝像我对他那样的爱意。因为一直在看着,所以那孩子的眼神和情感我都看得清清楚楚。对于一个充满爱的孩子来说,听到"我爱你"这句话是很好的。如果他能对我说一次别人对他说五次的话,那就很好了。正焕没有强迫自己压抑自己的感情。我也能像那样对道勋说"我爱你"吗?我甚至从未想象过这样的场景。

정환은 남들 모를 미친 짓은 할 지언정 남에게 제 감정을 강요하며 욕심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正焕虽然可能会做一些别人不知道的疯狂事情,但他并不是那种强迫别人接受自己感情或贪得无厌的类型。



데뷔조 숙소로 이사하던 날, 정환은 짐을 싸서 나서는 동그란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새 숙소로 들어가는 날엔 도훈이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내가 옆에서 같은 집을 같이 떠나고 같은 집에 같이 들어가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연습생 숙소로 처음 오던 날, 텅 빈 집이 널 맞이하게 하기 싫어서 결석계를 내가며 자리를 지켰던 나를 넌 모를 테지만. 들어오는 날도 나가는 날도 네가 혼자이지 않도록 하는 게 나라서 다행이야. 도훈은 절대 모를 마음이었다.
搬进出道组宿舍的那天,正焕注视着道勋收拾行李离开时圆圆的后脑勺。他心想,幸好道勋进入新宿舍的时候不是一个人,幸好我能在他身边,一起离开同一个家,一起进入同一个新家。道勋可能不知道,当他第一次来到这个练习生宿舍时,我不想让空荡荡的房子迎接他,所以请假守在这里。无论是搬进来的日子还是搬出去的日子,幸好都有我在你身边,让你不至于孤单。这些心情,道勋永远都不会知道。


같은 그룹으로 데뷔한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욕심 더 안 부려도 그 자체로 좋았다.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한 그룹으로 데뷔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일 텐데,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그룹? 그건 절대 지옥일 수 없었다. 정환은 이 사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하루하루 말라 가겠지만. 그래도 못 보는 것보단 낫다. 옆에서 그 아이의 온갖 애교폭탄을- 남에게도 100씩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그 애정과 사랑을 지켜보는 게 아무리 괴로워도, 그 일부를 저도 받을 수 있을 테니 분명히 그건 제게도 좋은 일이었다. 정환이 그리는 미래에는 그저 같은 그룹 안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일상을 함께 나누는 저와 도훈의 모습만 있었다. 같은 그룹 멤버라는 연대만으로도 더 이상 꿈꿀 것은 없었다.
能和喜欢的人一起出道是件好事。不需要再奢求什么,这本身就已经很好了。能和志同道合的人一起出道已经是种祝福了,更何况是和喜欢的人同组出道?这绝对不会是地狱。申正焕是个懂得感恩的人。虽然每天都会备受煎熬,但总比见不到要好。即使在一旁看着那个人对别人撒娇、平等地向每个人分发 100 分的爱意和关怀会让他痛苦不堪,但他也能得到其中一部分,这对他来说无疑是件好事。在申正焕描绘的未来里,只有他和金道勋作为同一组合的成员,朝着共同的目标一起度过每一天的画面。仅仅是作为同组成员这种联系,就已经让他别无所求了。

-고 생각했는데.  -以为。

그렇다고 그 아이가 눈 앞에서 연애하는 걸 봐도 괜찮다는 건 아니었지.
但这并不意味着他能够接受看到那个孩子在自己眼前谈恋爱。

이미 한 차례 소문이 났던 애였다, 근우라는 애는. 그게 누구의 잘못이든 잘못이 아니든 간에 남자랑 사귄다더라 하는 소문은 좋을 게 없었다. 다른 소속사에 누구랑 전에 사귀다가 헤어졌다던데, 그 형 이번에 A회사에서 데뷔한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근우 형이랑 사귄 거 거기서도 알았나봐. 정환의 귀에까지 들렸던 소문이니 모두가 알음알음 알았던 얘기인데, 사람 좋아하고 남 뒷담에 관심 없는 도훈이 알았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저렇게 보는 눈이 많은데도 아랑곳 않고 눈에 아쉬움을 그렁그렁 담아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거겠지. 정환은 제가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게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나. 그럴 리가 있나. 수십명의 연습생들 중에 도훈만 보면 눈을 빛내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정환은 너무나 잘 알았다. 여자 연습생 뿐만 아니라 남자 연습생들 중에도 있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괜찮았던 건 도훈이 너무나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도훈만 담고 있으니 그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밖에 없었는데. 근우가 회사를 나간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도훈의 눈도 그 애를 향해 있더라고. 안 되지. 이건. 정환은 제 마음 속 분노를 억지로 눌렀다. 소문이 나면 안 돼서 그래. 도훈이는 회사에서 누구보다 아끼는 연습생이다. 누구랑 사귄다더라 하는 소문, 심지어 그 소문이 여자가 아닌 남자인 순간 괜한 가십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네 애정이 나를 향하지 않더라도, 네 애정이 손가락질을 받아서는 안 되지. 개인적인 감정을 누르고 눌렀다. 정환은 그게 가능했다. 내 욕심은 없어. 네가 빛나야 하니까 그래.
那个叫根宇的孩子已经传出过一次绯闻了。不管是谁的错或者不是谁的错,和男生交往的传闻都不是什么好事。听说他之前和另一个公司的某个人交往后分手了,那个哥哥不是说要在 A 公司出道吗?看来那边也知道他和根宇哥交往的事了。这个传闻连正焕都听到了,所以大家都心照不宣地知道这件事,但是喜欢别人又不关心别人闲话的道勋肯定不知道。所以即使有那么多人在看,他们还是毫不在意地用充满遗憾的眼神互相注视着对方吧。正焕以为自己不会在意,但看到这一幕却真的无法忍受。怎么可能不在意呢。怎么可能呢。在几十个练习生中,只要看到道勋就会眼睛发光的人有多少,正焕太清楚了。不仅是女练习生,男练习生中也有。之所以还能接受,是因为道勋看起来对他们完全没有兴趣。整天只盯着道勋看,自然就知道他的目光往哪里看。一传出根宇要离开公司的消息,道勋的眼睛就盯着那个孩子看。不行啊。这样不行。正焕强行压下心中的愤怒。不能传出绯闻,就是因为这个。道勋是公司最珍惜的练习生。和谁交往的传闻,尤其是当传闻对象不是女生而是男生的时候,就会沦为无谓的八卦。绝对不能让这种事情发生。即使你的爱不是指向我,你的爱也不应该受到指责。他一再压抑个人情感。正焕做得到这一点。我没有私心。因为你必须闪耀啊。

'회사에서 티 그만 내고.'  "别在公司里表现得那么明显。"

'그런 거 아니야.'  "不是那样的。"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들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안도감. 어떤 종류의 안도감? 빛나야 할 도훈이 가십거리가 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 아니면.
当我听到那句话时,我感受到的是什么样的情感呢?安心。是什么样的安心?是因为金道勋不会成为八卦话题而感到安心吗?还是说...

'나 진짜 아니야.'  "我真的不是。"

네가 아직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애정을 준 적이 없다는 안도감? 
你从未真正给予某人适当的爱情,这种安心感?

'아니면 됐어.'  "算了。"

욕심이 없다, 나는.  我没有欲望。

'걔는 아니야.'  "不是他。"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也不会强求。




미친 습관이 새로 하나 생겼다. 도훈을 잠실역 7번 출구에서 만나게 한 그 어플을 자꾸만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는데, 새로운 미친 짓이란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미친 짓이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야겠단 생각으로 접속하는 게 아니었다. 자꾸만 마지막 디엠창의 대화상대가 접속중을 띄우고만 있을 것 같아서. 도훈이가 또 접속하면 어떡하지, 하는 이상한 불안감. 어디에도 그럴 근거는 없었는데, 저 아이가 누군가를 만나보고 싶다고 방방거리면서 뛰쳐 나갈 것만 같다는 생각에. 잠실역에서 맞닥뜨렸던 저의 나이와 같게, 스무살이 되어버린 도훈은 이제 그게 가능했으니까. 밤마다 어플을 들어가서 죽어있는 디엠창을 보고 안도하며 잠에 드는 새로운 미친 짓이 하루 루틴이 되어가던 어느 날, 결국 디엠창에 초록 불이 떴다. 남자는핑크. 아니 도훈아. 네가 이러면 안 되지.
我又有了一个疯狂的新习惯。那就是不断地打开那个让我在蚕室站 7 号出口遇见金道勋的应用程序。虽然知道这是一种新的疯狂行为,但我却无法停止。反正这只是我一个人的疯狂,没人知道。我登录不是为了遇见新的什么人。只是总觉得最后一个私信对话框的对方会显示在线。如果金道勋又上线了怎么办,这种奇怪的不安感。虽然没有任何依据,但我总觉得那孩子会兴高采烈地跑出去想要见谁。因为在蚕室站相遇时已经二十岁的金道勋,现在已经可以这样做了。每晚进入应用查看沉寂的私信对话框,然后安心入睡,这种新的疯狂行为逐渐成为日常 routine 的某一天,私信对话框终于亮起了绿灯。男人是粉色。不,金道勋啊。你不该这样的。

그리고 놀랍게도 그 날부터 연애가 시작됐다. 
然后令人惊讶的是,从那天开始他们就开始恋爱了。

욕심낸 적 없는데. 여전히 제 마음을 강요할 생각도 없는데. 이 아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만으로.
我从未贪心过。我仍然不想强迫自己的心意。只是单纯地想要满足这个孩子所有的愿望。


사랑스러웠던 김도훈은 가까이서 보니 더 사랑스러웠다. 제게만 보여주는 웃음, 제게만 붙어오는 몸, 분명히 같은 키인데도 저를 올려다보는 까만 눈, 모든 게 저한테만 특별했다. 너무 사랑스러운데,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연애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입술이 닿을 때마다 온 얼굴에 입술을 눌러주고 싶었다. 제 입술이 안 닿는 곳이 없을 정도로. 참고 또 참아서 입술에만 그친다는 건 너는 알까. 벅참과 자제가 함께 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도훈에게 집중했다. 김도훈이 연애에서 기대하는 모든 걸 주고 싶었다. 네가 상상하고 꿈꿨던 첫 연애, 어느 사소한 부분에서도 실망하지 않게끔. 환상을 다 채워줄 수 있게끔. 그 뿐이었다. 욕심을 더 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눌러담은 감정을 내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연애라는 이름으로 줄 수 있는 건 다 주어도, 전부터 쌓아올린 제 마음따위야 도훈이 알 필요가 없었다. 알지 않아야 한다. 
金道勋近距离看更加可爱。只对我展现的笑容,只依偎在我身边的身体,明明身高相同却仰望着我的黑眼睛,一切对我来说都是特别的。太可爱了,能以恋爱的名义与这个可爱的孩子在一起真是太好了。每次嘴唇相触,都想亲遍他的整张脸。想亲到没有我的嘴唇没碰过的地方。你知道我忍耐又忍耐才只停留在嘴唇上吗?在激动和克制并存的同时,我不断地专注于道勋。我想给金道勋他在恋爱中期待的一切。你想象和梦想中的初恋,不让你在任何细微之处感到失望。让我能够满足你所有的幻想。仅此而已。我以为我没有更贪心。因为我从未表露过压抑的感情。即使以恋爱的名义给予了一切,我从一开始就积累的心意,道勋也没必要知道。他不应该知道。

김도훈과 연애는 해도, 좋아한단 말은 안 할 생각이었다. 절대로. 
金道勋可以谈恋爱,但绝不会说喜欢。绝对不会。









그게 나도 된단 얘기는 아니잖아.
这并不意味着我也可以那样做。

그 말에 대답을 못 했던 도훈의 얘기로 돌아온다. 
话题回到了道勋当时无法回答的那句话。

며칠을 정신 놓은 사람처럼 멍하니 지냈다. 장난기가 넘쳐 흐르던 도훈이 얌전해지니 다들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물었다. 나 아픈 거 맞는 것 같아, 아닌가. 아냐 이게 무슨 아픈 거야. 아니야, 나 아픈 거 맞나봐. 횡설수설하는 저를 보고 김도훈씨 진짜 아프시답니다 하는 소리를 멍하니 들었다. 그런 소리 사이에서도 정환은 제게 별 말을 안 했다. 밤에 일찍 자, 도훈아. 그런 리더같은 말이나 하고 넘어갔다. 또 혼자 평온해 보이는 저 말간 얼굴을 미워할 새도 없었다. 
几天来我像个失魂落魄的人一样浑浑噩噩地度过。平时总是充满恶作剧精神的金道勋变得安静了,大家都问他是不是哪里不舒服。我好像真的生病了,还是没有?不,这算什么病啊。不对,我可能真的病了。看着我语无伦次的样子,有人说金道勋先生真的病了,我茫然地听着这些话。在这些声音中,申正焕对我却没说什么特别的。只是像个队长一样说了句"道勋啊,晚上要早点睡"就算过去了。我甚至没有机会去讨厌他那张看起来平静的清秀脸庞。

형은 왜 사랑한다고 안 해. 하고 정환 탓만 했는데 이제야 저를 돌아본다. 그러면 나는? 난 왜 형한테 안 했지. 사랑하는 정환이 형. 형 대박 사랑해. 연습생 때는 친한 형들 사이에 섞여서 말한 것도 같다. 신유 형 사랑해요. 이 말을 데뷔하고 말한 적이 있었나. 거의 데뷔와 동시에 연애 시작 땅 해버렸는데. 그러게. 나는 왜 이 말을 못 했지. 
我一直责怪正焕哥为什么不说爱我,现在才开始反省自己。那么我呢?我为什么没有对哥哥说过呢?亲爱的正焕哥,我超级爱你。练习生时期,我好像在亲近的哥哥们中间说过。申惟哥,我爱你。出道后我有说过这句话吗?几乎是出道的同时就开始恋爱了。是啊,我为什么没能说出这句话呢。

내로남불 행태를 했다는 걸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헐 사자성어가 아니었다니). 내가 사랑하는 정환이 형 안 하는 건 그럴 수도 있는 거고(안 했단 사실도 지금 알았다) 형이 나한테 사랑하는 도훈이 안 해주는 건 서운한 거고. 내가 연습삼아 연애하는 건 순수해서 그런 거지만 정환이 형이 연습하면 나쁜 남자인 거고. 헝. 생각하다보니 또 서러워진다. 어떻게 첫 연애인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첫 연애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정말로(계획을 한 적도 없지만).
我很难承认自己有双重标准的行为。我做就是浪漫,别人做就是不伦(天哪,原来这不是成语)。申正焕哥不做是可以理解的(现在才知道他没做过),但哥哥不对我做我爱的金道勋做的事就让我觉得失落。我为了练习谈恋爱是因为纯真,但申正焕哥练习就成了坏男人。呜。想着想着又觉得委屈了。怎么能对初次恋爱的我这样呢!第一次恋爱真的不会按计划进行(虽然我也没有计划过)。



"...어?"  "...咦?"


야밤에 늦게 씻고 나왔는데 거실에 정환이 있다. 보통 방에서 조용히 핸드폰하거나 책 읽다가 잠드는 걸 아는데, 텅 비어있을 줄 알았던 거실에 스탠드조명 하나 켜놓고 앉아있는 하얗고 기다란 형체. 아니 아까 내가 화장실 들어갈 땐 거실에 아무도 없었는데. 불도 다 꺼져 있었고. 제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나와 있었다는 거잖아. 정환과 멀찍이서 마주친 도훈은 애매하게 안녕, 이란 소리를 할 뻔 했다. 매일 보는 사이에 안녕은 무슨.
深夜洗完澡出来,发现申正焕在客厅里。我知道他通常会在房间里安静地玩手机或者看书直到睡着,但现在空荡荡的客厅里只开着一盏落地灯,坐着一个白皙修长的身影。不对,我刚才进浴室的时候客厅里明明没有人。所有的灯都是关着的。这意味着他是在我洗澡的时候出来的。金道勋与申正焕保持一定距离相遇,差点脱口而出一句尴尬的"你好"。每天见面的人之间哪需要说什么你好啊。


"일찍 자야지."  "要早点睡觉。"


정환은 아직 덜 마른 머리를 하고 멀뚱히 서있는 제게 그런 말이나 한다. 그러는 형도 잠 안 자고 나와 있는 거면서.
正焕对着头发还没完全干、呆呆站着的我说了这样的话。明明哥哥自己也没睡就出来了。


"내일 아침 비행기잖아."  "明天早上不是要坐飞机吗。"


나도 안다고.   我也知道。


"형은 안 자?"  "哥哥还没睡吗?"


짧은 한 문자을 내뱉고 나니, 이 별 거 아닌 말이 오랜만에 나누는 대화 같았다. 매일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 이게 이렇게 오랜만일 일이야.
发出一条简短的消息后,这句不起眼的话语却像是许久未曾有过的对话。明明每天都在消化着相同的日程,却感觉如此久违。


"잠이 안 오네."  "睡不着啊。"


단정한 말투로 저를 빤히 본다. 뻐근한지 목을 한 번 까딱이면서. 느릿하고 여유로운 행동. 말투. 폭탄같은 말을 던져놓고 제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저 태도. 아무리 제가 피해다니고 멍을 때려도 더 다가오지도 않는 신정환만의 태도. 화장실 앞에 선 저와 거실 소파에 앉은 정환의 이 애매한 거리가, 정말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감 같아서 도훈은 기분이 나빠졌다. 또 나만 머리가 터지려고 하지! 형은 아무렇지도 않고! 당장 달려가서 멱살(은 아니고 그 주변의 티셔츠 정도)잡고 짤짤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他用严肃的语气直视着我。轻轻活动了一下脖子,似乎有些僵硬。动作和语气都慢条斯理,从容不迫。说出那样爆炸性的话后却对我不再多言的态度。无论我如何躲避和发呆,申正焕也不会再靠近的独特作风。站在洗手间门口的我和坐在客厅沙发上的正焕之间这种微妙的距离,真的就像是我们两人之间的距离感,这让金道勋感到很不舒服。又只有我一个人快要崩溃了!哥哥却一点都不在意!他很想立刻冲过去抓住对方的衣领(虽然不至于抓住领子,但至少抓住 T 恤附近)使劲摇晃一番。


"...알았어. 형도 일..찍 자."  "...知道了。哥也早点睡吧。"


제 말에 큰 손을 들어 보인다. 잘 자라는 손인사다. 형도 잘 자.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맨날 자기 전에 내 방에 와서 굿나잇키스(아니고 뽀뽀!)해주던 형 어디 갔지. 등 돌려서 방문 열고 들어가는데도 발걸음이 무겁다. 솔직히 지금 우리 둘밖에 없는데. 형 맨날 나보고 잘 자라고 하고 뽀뽀해줬는데. 내가 이렇게 그냥 들어가는데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신정환은 절대 제게 와서 잡아 세우지 않을 걸 아는데도, 발걸음이 느려졌다. 
听了我的话,他举起大手示意。是说晚安的手势。哥哥也晚安。我本想这么说的。每天睡前都来我房间给我晚安吻(不是,是亲亲!)的哥哥去哪儿了呢。转身打开房门进去,脚步却变得沉重。老实说,现在只有我们两个人。哥哥以前每天都对我说晚安,还会亲亲我。现在我就这样进去了,他却一动不动。虽然知道申正焕绝对不会来拦住我,但我的脚步还是慢了下来。

침대에 누워 어둠에 익숙해지며 천장이나 봤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서 자기 전에 무드등도 켜고 밤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편인데 최근엔 그 좋아하는 무드등 한 번 켠 적이 없었다. 밤에는 빛을 다 차단해버리고 싶어서.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았다. 도훈은 밤마다 재생되는 같은 장면에 허덕이고 있었으니까.
躺在床上,慢慢适应黑暗,盯着天花板。虽然平时喜欢可爱的东西,睡前也会开着氛围灯享受夜晚的氛围,但最近连一次都没有打开过那个喜欢的氛围灯。因为想要在夜晚完全阻挡光线。怎么也睡不着。金道勋每晚都在同一个场景中挣扎。

형 나 좋아해?  哥,你喜欢我吗?

왜 그 때 좋아한다고 안 했어?
为什么那时候没说喜欢呢?

데뷔하면 고백할 생각이었어?  你是不是打算等到出道后再告白?

형은 나 남자 되는 건 알았잖아.
哥哥你知道我已经成为男人了。

제가 정환에게 던졌던 말들이 다시 재생된다. 되감기 버튼. 리와인드. 다시 재생. 형 나 좋아해? 그 말을 역으로 제게 물어본다. 정환이 형이 나한테 똑같이 물었다면. 
我对正焕说过的话又在脑海中重现。倒带按钮。回放。再次播放。哥哥你喜欢我吗?我反过来问自己这个问题。如果正焕哥哥也这样问我的话。

도훈아 나 좋아해?  道勋啊,你喜欢我吗?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如果我说我喜欢你呢?

고백하면 받아줄 거야?  如果我告白的话,你会接受吗?

도훈아 너도 내가 남자 되는 거 알았잖아.
道勋啊,你也知道我变成男人的事了吧。

삑. 거기서 영상재생을 멈춰버리고 싶다. 아예 재생한 적 없는 것처럼. 아니 정환이 형은 나한테 진짜 저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대체 왜 그 날 대화만 떠올리면 새로운 상황이 재생되냐고. 이건 본 적 없는 장면인데요. 영상 파일이 잘못 된 것 같아요! 다시 되감기. 리와인드. 재생. 원래 장면을 보여주세요. 도훈아 나 좋아해?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고백하면 받아줄 거야? 도훈아 너도 내가 남자 되는 거 알았잖아. 
哔。我想在那里停止播放视频。就像从未播放过一样。不,正焕哥其实从未对我说过那样的话,为什么每次回想起那天的对话时,总会出现新的场景呢?这是我从未见过的画面啊。视频文件好像出错了!请倒回去。倒带。重新播放。请显示原来的场景。道勋啊,你喜欢我吗?如果我说我喜欢你呢?如果我告白的话你会接受吗?道勋啊,你也知道我变成男人了吧。


"악!"  "啊!"


침대에서 이불킥하고 벌떡 일어났다. 옆 침대에서 이미 잠이 든 지훈은 도훈의 (작은)비명에도 잘만 잔다. 요 며칠 도훈이 하도 뒤척이며 잤더니 이젠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在床上踢开被子猛地坐了起来。在隔壁床上已经睡着的智勋即使听到道勋的(小小的)尖叫声也睡得很香。这几天道勋睡觉时总是翻来覆去,现在智勋似乎已经习惯了。

도저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도훈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저런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고(형이 안 물어 봤잖아), 물어봤다 해도(아니 안 물어봤다니까) 행복하게 연애하는 중에는 쉽게 대답했을 것만 같았다. 연애 좋아! 비밀연애 짱! 외치던 도훈은 연애 좋아와 신정환 좋아를 같은 의미로 둘 수 있었으니까.
金道勋完全无法回答。从一开始,他就从未考虑过这个问题。他从未被问过这样的问题(哥哥没有问过他),即使被问到(不,我说了没有人问过),在幸福恋爱的时候,他可能会很容易回答。曾经高喊"恋爱真好!秘密恋爱最棒!"的金道勋,可以把"喜欢恋爱"和"喜欢申正焕"等同起来。

...일 리가.   ...不可能。

다시 괴로워져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신정환 최고, 신정환 연애 천재, 라고 외치고 다녔어도 그걸 단 한 번도 신정환 좋아, 로 치환해본 적이 없다. 
我再次痛苦地抱住了头。即使我一直在大喊"申正焕最棒"、"申正焕是恋爱天才",但我从未将其转化为"我喜欢申正焕"这样的想法。


도훈을 괴롭게 만들었던 첫 질문인 '신정환은 왜 나랑 연애하는가'의 기출 변형이 도훈을 다시 괴롭혔다. '김도훈은 왜 신정환과 연애하는가'. 아 그거 형이랑 오늘부터 1일! 할 때 생각 다 끝낸 거잖아! 라고 우기고 싶지만 이번 질문의 의도는 그게 아님을 너무 잘 알았다. 출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라고. 같은 그룹이고, 소문날 일 없고, 거기에 남자 되고, 얼굴 괜찮고 등등-의 온갖 외부적인 요소들 말고. 그거 말고. 김도훈 너는 신정환이랑 연애할 수 있어? 다른 사람 말고 신정환만 되는 이유가 뭐야? 
金道勋被第一个困扰他的问题"申正焕为什么要和我恋爱"的变体再次困扰着。"金道勋为什么要和申正焕恋爱"。啊,那不是在说"哥,从今天开始我们交往吧!"的时候就已经想清楚了吗!虽然很想这样坚持,但他太清楚这次问题的意图并非如此。要正确理解出题意图。除了是同一个组合,不会传出绯闻,还是男生,长相不错等等——这些外部因素之外。除此之外。金道勋,你能和申正焕谈恋爱吗?为什么只能是申正焕而不是其他人呢?

나는 정환이 형이랑 연애할 수 있었어.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들어와도, 정환이 형은 됐어. 이유는? 몰라. 나 모른다고. 내가 이유를 모르는데 어떡하라고. 
我本可以和正焕哥谈恋爱的。即使在别人眼里不合适,但对我来说正焕哥就足够了。为什么?我不知道。我真的不知道。我连理由都不知道,你让我怎么办呢。

그리고 머리가 펑 터져버릴 것만 같은 김도훈은 결국 또 해답을 다른 데서 찾으려고 한다.
然后,感觉脑袋快要爆炸的金道勋最终又试图从别处寻找答案。


"형."  "哥。"


침대를 박차고 나갔다. 방문 열고 나간 거실엔 아까와 같은 모습 그대로 정환이 앉아 있었다. 표정도 없이 가만히. 그 인형 같은 모습에 대고 무작정 말을 던졌다.
我冲出了床铺。打开房门走进客厅,正焕还像之前一样坐在那里。一动不动,面无表情。我对着那个如同人偶般的身影脱口而出。


"형이 좀 알려줘 봐."  "哥,你能教教我吗?"


빤히 시선을 맞춰온다.  他直勾勾地盯着我。


"난 모르겠으니까."  "我不知道。"









새벽부터 준비해서 공항에 도착했다. 잠도 얼마 못 자서 퀭한 얼굴로. 아 오늘 사진 찍히는데. 아냐 나 얼굴 원래 괜찮으니까 이 정도 퀭한 건 괜찮겠지. 얼굴 점검 적당히 끝내고선 주인 따라다니는 강아지마냥 정환의 뒤만 졸졸 따랐다. 
从凌晨就开始准备,带着疲惫的面容到达了机场。因为没睡多久所以脸色看起来很憔悴。啊,今天要拍照呢。不过没关系,我的脸本来就不错,这种程度的憔悴应该没问题吧。简单检查了一下脸,然后就像主人身后的小狗一样,紧紧跟在申正焕的后面。

수속할 때도 비행기 티켓 전달 받을 때도 옆에 착 붙었다. 나 정환이 형이랑 같이 앉을래. 어 그래라.. 도훈이 눈을 빛내며 말하면 영재의 텅 빈 눈빛이 돌아왔다. 
办理手续时,领取机票时,他都紧紧地贴在旁边。"我想和正焕哥坐在一起。" "哦,好吧。"当道勋眼睛闪闪发光地说话时,迎来的是英才空洞的眼神。

티켓엔 제가 복도 자리였는데 정환이 자연스럽게 도훈을 창가 자리로 넣어준다. 원래 비행기 창문 밖 풍경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도훈은 냉큼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서 꼬물거리면서 정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손 잡을까. 좌석 사이의 팔걸이를 올려버리려는데 정환이 고개를 돌려서 저를 본다.
票上显示我的座位在过道,但正焕很自然地让道勋坐在了靠窗的位置。本来就喜欢欣赏飞机窗外风景的道勋立刻钻了进去。坐下后,他扭动着身子向正焕那边倾斜。想要牵手吗?正当他准备抬起座位之间的扶手时,正焕转过头看向了他。


"좀 자."  "睡一会儿。"

"어?"  "咦?"

"어제 늦게 잤잖아."  "昨天睡得很晚吧。"


정환의 어깨에 기대다시피한 자세 그대로 도훈은 멈췄다. 이 거리에서 올려다보는 정환의 눈이 정말 가깝다가도, 동시에 멀게 느껴졌다. 우리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 거 엄청 오랜만 아닌가. 도훈이 멀어지면 멀어지는대로 가까이 오면 가까이 오는 대로 그저 도훈이 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만 보면서 정환은 얘기한다. 어제 늦게 잔 도훈을 아니까. 창밖 구경 대신 정환 얼굴이나 보고 있는 제게 눈 좀 붙이라고.
金道勋几乎是靠在申正焕的肩膀上停了下来。从这个距离仰望申正焕的眼睛,感觉既近在咫尺又远在天涯。我们这样靠得这么近,已经很久没有过了吧。申正焕只是静静地看着金道勋,无论他是远离还是靠近,都只是默默地注视着他的一举一动。申正焕开口说道,因为知道金道勋昨晚睡得很晚。他对金道勋说,与其看窗外的风景,不如闭上眼睛休息一会儿。

킁. 꼬리 처진 강아지처럼 도훈은 정환에게서 멀어졌다. 좌석 깊이 몸을 기대면서 눈을 감았다. 짧은 비행시간에 형이랑 좀 붙어 있겠다는데. 잠이나 자라는 게 말이나 돼. 이건 배려인지 선을 긋는 건지 알 수도 없다. 
哼。道勋像一只耷拉着尾巴的小狗,离正焕远远的。他靠在座位深处,闭上了眼睛。本想在短暂的飞行时间里和哥哥亲近一下的。让我睡觉?这算什么话。这到底是体贴还是在划清界限,真是搞不懂。

우리 연애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 연애 끝이야. 쫑. 하고 선언한 적 없으니 끝난 건 아닌데(오늘부터 1일 외쳐야 시작인 도훈에겐 끝나는 것도 오늘부터 우린 끝이야 선언해야 끝나는 것이었다) 이 애매한 거리감이 너무 어색해 미칠 것만 같았다. 피하지는 않는데 저를 건드리지도 않는다. 뭐야 나 좋아한다며. 
我们的恋爱到底怎么了。现在恋爱结束了。虽然没有正式宣布"结束"(对金道勋来说,恋爱开始要喊"从今天起第一天",结束也要宣布"从今天起我们结束了"才算结束),但这种模糊的距离感让我觉得尴尬得快要发疯了。他不躲避我,但也不碰我。喂,你不是说喜欢我吗。

형이 좀 알려줘 봐. 어제 새벽의 정환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도훈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哥,你告诉我一下吧。昨天凌晨的申正焕什么都没说。金道勋还是不明白。




호텔 체크인 때도 도훈은 냅다 질렀다. 나, 나, 정환이 형이랑 방 같이 쓰고 싶은데! 여권 낼 때 얼른 정환의 여권에 제 여권을 던졌다. 오 나이스 슛. 정환의 여권 위에 착지하는 제 여권을 보며 웃었다. 역시 정확도 미쳤지. 
酒店登记入住时,道勋也毫不犹豫地喊道:"我,我想和正焕哥哥一起住!"递交护照时,他迅速把自己的护照扔到了正焕的护照上。"哦,漂亮的投掷。"看着自己的护照稳稳地落在正焕的护照上,他笑了。果然,准确度简直疯狂。


"둘이 같이 자면 둘 다 늦어서 안 돼."
"你们俩一起睡的话,都会睡过头的,不行。"


그런데 듬직한 영재의 말이 저를 가로막는다. 아침잠이 많은 저와 정환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然而,可靠的英才的话阻止了我。他是在说我和正焕这两个贪睡的人。


"아냐 아냐! 나 원래 잠자리 가려서 금방 일어나."
"不是不是!我本来就睡眠很浅,很快就醒了。"

"웃기시네 김도훈 씨."  "您真有意思,金道勋先生。"


오랜 시간 룸메를 해온 지훈이 웃기지도 않는단 표정을 한다. 아 제발. 그냥 모른 척 하고 나 정환이 형이랑 같은 방 넣어주면 안 되겠냐고.
长期以来一直是室友的道勋露出一副觉得一点也不好笑的表情。啊拜托。就不能装作不知道,把我和正焕哥安排在同一个房间吗?


"그래, 지훈이 믿고 푹 자."
"好的,相信智勋,安心睡吧。"


이어지는 이 목소리는 신정환. 방 배정 다 끝내고 호텔 키 받아서는 지훈에게 넘겨주며 도훈을 쳐다본다. 일찍 일어나는 지훈이 늦잠 자는 도훈을 챙겨서 나오라는 암묵적인 합의다. 이따 로비에 시간 맞춰 나와. 밥먹으러 간대. 하며 멀어지는 너른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헐. 형마저도... 
接下来传来的是申正焕的声音。房间分配完毕后,他拿到酒店钥匙,递给志训,同时看向道勋。这是一个心照不宣的约定,早起的志训要负责叫醒睡懒觉的道勋。"待会儿准时到大堂集合。说是要去吃饭。"他一边说着,一边走远,留下一个宽阔的背影。我呆呆地望着,心想:天哪,连哥哥也...



한지훈 씨 먼저 씻으세용! 하고 도훈은 얼른 캐리어를 열었다. 웬 일이래 나한테 먼저 양보하고- 하는 지훈의 말을 무시하고 챙겨온 파우치 꺼내서 거울 앞에서 다시 찹찹. 머리도 다시 제대로 만지기 시작했다. 뭐 바를 것까진 아니고. 그래도. 내일부터 본격적인 일이니까 일찍 자라는 말에 모두 넵 하고 방으로 들어온 뒤였다. 다같이 나가서 식당 가서 저녁도 먹고 적당히 거리 구경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낯선 곳을 같이 걷고 구경하는 동안 도훈은 정환의 옆에 붙어 있었다. 졸졸 쫓아오는 저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정환은 그런 저를 그냥 두기만 했다. 어깨가 닿아도 닿은 채로 가만히. 손등이 스쳐도 아무런 반응 없이 가만히. 전처럼 어깨를 감아오거나 손가락을 얽어오지 않았다. 킁. 그래도 밀어내진 않으니까. 자신감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널을 뛰어도 지금은 일단 자신감 풀충전 김도훈이 필요했다. 
韩智勋先生请先洗澡!金道勋说着赶紧打开了行李箱。智勋说道:"怎么回事,居然先让我——",但道勋无视了他的话,拿出自己带来的化妆包,站在镜子前又开始拍拍脸。他还重新整理了一下头发。虽然不需要涂抹什么。但是。因为明天开始就要正式工作了,所以大家听到早点睡的建议后都回答"好的",然后进了房间。之前他们一起出去吃了晚饭,适当地逛了逛街,还买了冰淇淋吃。在一起走过陌生的地方、四处观光的时候,道勋一直黏在正焕身边。正焕肯定知道自己亦步亦趋地跟着他,但他只是任由自己这样做。即使肩膀碰到了也保持不动。即使手背擦过也毫无反应地保持不动。他没有像以前那样搂住肩膀或是与自己十指相扣。哼。不过既然没有推开自己。虽然自信心起起落落,但现在首先需要的是自信满满的金道勋。

띵동.  叮咚。

누구세요.  你是谁?

도훈이.  道勋。

잘못 오셨어요.  你走错地方了。

아 나 도훈이! 도훈이! 열어줘!
啊 我 道勋!道勋!快开门!

벌컥. 열린 문 사이로 영재가 피곤하단 얼굴로 저를 맞이한다. 니 오늘 일찍 자라 했잖아. 어제도 잘 못 잤다며. 왜 방에 놀러왔냔 말을 무시하며 몸을 들이밀고 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나 어제 잘 못 잔 건 어케 알았지. 
咔嚓。门开了,英才疲惫的脸出现在门缝中迎接我。不是让你今天早点睡吗?昨天不是也没睡好吗?我无视了他问我为什么来房间玩的话,直接挤进了房间。不过,你怎么知道我昨天睡得不好的?

방 안으로 들어가니 정환은 책상 앞에 앉아 저를 빤히 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프린트물, 한 손에는 펜. 내일 있을 미팅 준비를 혼자서도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지. 역시 리더다, 멋있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 멋진 모습을 감상만 할 생각은 없었다. 
走进房间,正焕正坐在书桌前目不转睛地看着我。一只手拿着打印资料,另一只手拿着笔。他一定是在独自努力准备明天的会议吧。不愧是队长,真帅气。虽然这么想着,但我并不打算只是欣赏这个帅气的画面。


"영재야 내 하나뿐인 친구야아-"  "英宰啊,我唯一的朋友啊——"

"뭔데."  "怎么了。"

"정환이 형 좀 빌려갈게."  "我借用一下正焕哥哥。"


정환의 앞에 달려가서 손목을 턱 잡았다. 같이 놀러가자고 조르는 아이처럼, 양손으로 잡고 당기니 쉽게 일어난다. 저를 밀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이번에도 제가 이끄는 대로 해줄 거란 걸, 도훈은 학습에 의해 이미 알고 있었다. 
正焕面前跑去,一把抓住他的手腕。像个央求一起去玩的孩子,双手拉扯着他,他就轻易地站了起来。因为从未被他推开过,这次也一定会顺从自己的引导,道勋凭借经验已经了然于心。

뭔 나한테 허락을 다 받고 그러냐. 알아서 하세요. 이 방에 있는 것보다 김도훈 니는 나가는 게 도움되긴 해. 나 일찍 잘거야. 
干嘛都要征求我的同意啊。你们自己看着办吧。金道勋你比起待在这个房间,出去更有帮助。我要早点睡了。

응응 고마워, 영재야. 정작 도훈에게 끌려 나가는 사람은 정환인데 정환만 빼고 영재와 도훈의 대화가 이어진다. 문앞에 갔다가 도훈이 다시 쪼르르 들어가서 정환의 자켓을 챙겨온다. 아니 어디 멀리 가려는 건 아니구우. 혹시나. 우리 스케줄 있는데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정환을 데리고 나왔다.
嗯嗯谢谢你,荣宰。虽然被金道勋拉出去的人是申正焕,但对话却只在荣宰和金道勋之间继续。到了门口,金道勋又小跑着回去拿了申正焕的外套。不是要去很远的地方啦。以防万一。我们还有行程,可不能感冒了。一边给自己找借口,一边带着申正焕出去了。

탁.  啪。

문이 닫힌 호텔 복도가 고요하다. 어...어.. 일단 이거 입고. 제 손에 들린 자켓을 정환에게 얼른 둘러줬다. 아 신정환 어깨 개껴. 바로 입어지지가 않아서 결국 한 쪽 팔을 제가 들고 낑낑대며 끼워줬다. 엘레베이터 기다리는 동안 고요한 침묵이 어색해서 눈만 굴려 옆을 쳐다봤다. 읽을 수가 없다 표정을. 아무렇지 않게 제가 나오라면 나오고 옷 입으라면 입고. 띵. 엘레베이터 도착한 소리에 같이 안에 탄다. 다른 손님 없는 작은 엘레베이터 안에 둘만 있으니 침 넘기는 소리도 들릴 각이다. 꼴깍. 제 소리에 도훈은 정환의 툭 튀어나온 목젖을 쳐다봤다. 형은 아직도 말이 없다.
酒店走廊里门都关着,一片寂静。呃...呃...先穿上这个吧。我赶紧把手里的外套披在申正焕身上。啊,申正焕的肩膀太宽了。因为不能直接穿上,最后我只好扶着他的一只胳膊,费力地帮他穿好。等电梯的时候,尴尬的沉默让我只能转动眼球偷瞄他。我看不懂他的表情。我让他出来就出来,让他穿衣服就穿。叮。电梯到达的声音响起,我们一起走进去。小小的电梯里只有我们两个人,连吞口水的声音都能听得一清二楚。咕噜。听到我的声音,金道勋看向申正焕突出的喉结。哥哥还是一言不发。


"나 쫌 떨려."  "我有点紧张。"


본격적인 해외 스케줄은 이틀 뒤부터였다. 내일은 사전 미팅. 또 바짝 얼어서 하잇, 하잇, 하고 있을 제가 눈에 선했다. 안 떨기 위해서 형도 아까 방에서 자기소개 팀 소개 열심히 외우고 있던 거였겠지만. 정환을 끌고 호텔 뒤편으로 온 도훈이 의자처럼 놓인 돌덩이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正式的海外行程从两天后开始。明天是事前会议。我已经能想象到自己又会紧张得不停地说"嗨,嗨"。为了不紧张,哥哥刚才在房间里也一定在努力背诵自我介绍和团队介绍吧。金道勋拉着申正焕来到酒店后面,坐在了一块像椅子一样的石头上。


"......"


앉아서 빤히 올려다보니 제 얼굴을 같이 빤히 쳐다봐준다. 도훈은 다시 정환의 손목을 쥐었다. 어디 가냐고 묻지도 않고 여기까지 따라온 정환은 제 손길에 이번에도 따라와준다. 힘을 주면 주는대로, 당기면 당기는대로. 제 옆에 빈 공간을 두고 빤히 쳐다보니까 속뜻을 알고 옆에 앉는다. 미니 정원같이 꾸며놓은 호텔 뒤편의 작은 공간이었다. 한 걸음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인공연못을 보면서 나란히 앉아 있으니, 고요한 밤에 물소리와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킁. 도훈은 제 점퍼를 한 번 더 여몄다. 떨린 게 추워서 떨린 건지 내일 있을 미팅 때문에 떨린 건지 오랜만에 단 둘이 이렇게 있어서 떨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坐下来直直地抬头看着他,他也同样直直地盯着我的脸。金道勋再次握住了申正焕的手腕。申正焕没有问去哪里就跟到了这里,这次也顺从地跟随着他的手势。用力时就跟着用力,拉动时就跟着拉动。当金道勋盯着身边的空位时,申正焕明白了他的意思,坐到了旁边。这是酒店后面一个像迷你花园一样装饰的小空间。他们并排坐在只有一步之遥的小人工池塘旁,在寂静的夜晚,只能听到水声和风声。金道勋又紧了紧自己的夹克。他不知道自己颤抖是因为冷,还是因为明天的会议,还是因为久违的两人独处。


"응?"  "嗯?"


대답을 조르듯이 정환을 쳐다봤다. 몸도 좀 더 붙이고 정환의 한쪽 팔에 제 팔도 끼워넣고 고개도 빼꼼 더 들이밀고. 정환은 고개를 돌려 가만히 눈맞춰서 내려다볼 뿐이었다.
我像是在催促回答一样盯着正焕。身体也靠得更近了些,还把自己的手臂挽住正焕的一只胳膊,脑袋也凑得更近了。正焕只是转过头,静静地与我对视。


"나 잘 할 수 있겠지?"
"我能做好的,对吧?"


내일 스케줄을 말하며 다시 한 번 정환에게 눈을 맞췄다. 눈 동그랗게 뜨고. 나 잘 할 수 있다고 해줘, 빨리. 온 몸으로 온 시선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도훈을 정환은 가만히 쳐다봤다. 
在说明明天的日程时,再次与正焕对视。睁大眼睛。快告诉我我能做好,快点。正焕静静地看着用全身和全部视线这样说着的道勋。

쪽.  页。

말없는 정환의 얼굴에 도훈의 얼굴이 잽싸게 붙었다 떨어졌다. 오랜만이다, 뽀뽀하는 거. 먼저 입술 붙여놓고 귀가 불타는 도훈은 그래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정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无言的正焕脸上,道勋的脸迅速贴上又分开。好久没有亲吻了。先是嘴唇相贴,耳朵都烧红了的道勋却没有后退,而是直直地盯着正焕的脸。


"잘 할 거라고 해줘."  "告诉我我会做得很好。"


원하는 걸  다시 한 번 졸랐다. 
他再次恳求着想要的东西。

촉.  

이번엔 정환이었다.   这次是正焕。


"잘 할 거야."  "你会做得很好的。"


가볍게 도훈의 입술에 입술을 붙였다 떼고는, 다정한 말투로 말해준다. 와. 형 여전하네. 도훈은 입을 꾹 다물고 여전히 가까운 정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도훈의 시선에 알 수 없는 억울함이 차올랐다. 이럴 때도 다정하다. 제가 며칠을 피해도 가만 두고, 갑자기 나타나서 몸을 붙여도 가만 두고, 냅다 뽀뽀부터 갈기면 같이 해주고. 싫다. 좋은데 싫어. 다정한 건 좋은데 내가 뭘 해도 아무렇지 않게 다정한 형은 싫어. 
轻轻地在金道勋的嘴唇上亲了一下,然后用温柔的语气说道:"哇,哥还是老样子啊。"金道勋紧闭着嘴,依然直直地盯着近在咫尺的申正焕的脸。金道勋的眼神中充满了说不出的委屈。即使在这种时候也还是那么温柔。即使自己躲了几天也不在意,突然出现贴近身体也不在意,甚至直接亲上来也会回应。讨厌。明明很喜欢却又讨厌。喜欢温柔,但讨厌无论自己做什么都能毫不在意地保持温柔的哥哥。

울컥한 마음에 입술을 다시 갖다 댔다. 충동적이었다. 팔짱 낀 손 말고 남은 한 손으로는 형의 허벅지를 잡았다. 잡으려고 잡은 건 아니고, 옆에 앉은 형한테 입술 계속 붙이려니까 몸이 더 가까워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앞에 있는 아무데나 짚어버린 것이었다. 쪽. 쪽. 쪽. 언젠가 정환이 제게 퍼부었던 것처럼 도훈도 연속으로 입술을 계속 붙였다. 떨어지면 다시 붙이고. 떨어지면 다시 붙이고. 입술끼리 붙었다 떨어지는 촉 소리가 몇 번이나 들린지도 몰랐다. 이어지는 뽀뽀에 도훈의 상체가 거의 올라타듯이 정환에게 붙었을 때-
心中激动,他再次将嘴唇贴了上去。这是一种冲动。除了挽着的手臂外,他用另一只手抓住了哥哥的大腿。并不是有意要抓,只是因为坐在旁边的哥哥继续亲吻嘴唇,感觉身体需要更靠近。就这样随意地按在了面前的任何地方。啾。啾。啾。就像曾经申正焕对他做的那样,金道勋也连续不断地亲吻着。分开后再贴上。分开后再贴上。嘴唇相触又分开的声音不知道响起了多少次。当金道勋的上半身几乎要骑到申正焕身上时-

어..?  呃..?

정환의 큰 손이 제 뒤통수를 잡았다. 쪽쪽거리던 도훈의 고개가 더 뒤로 가지 못하도록. 정환의 커다란 손이 제 머리를 쥐는 순간 어디선가 쿵 소리가 났다. 어라, 이거 내 심장 소린가? 그리고 이번엔 정환이 입을 붙여왔다. 초옥. 초옥. 도훈이 했던 것만큼 돌려주겠다는 듯이. 셀 수도 없이 입술이 붙었는데, 붙었다 떨어지는 거리가 전보다 더 짧았다. 분명히 마른 입술이었는데 갈 수록 젖어갔다. 입술을 붙였다 뗄 때마다 젖은 소리가 난다.
正焕的大手抓住了他的后脑勺,阻止道勋的头再往后仰。正焕的大手抓住他的头的那一刻,不知从哪里传来了一声"咚"的响声。咦,这是我的心跳声吗?然后这次轮到正焕吻了上来。啾啾。啾啾。仿佛要回报道勋之前的吻一样。数不清的亲吻落下,但每次唇瓣相触又分开的间隔比之前更短了。明明是干燥的嘴唇,却越吻越湿润。每次唇瓣相触又分开时都会发出湿润的声音。

도훈은 입술도 입술인데 제 뒤통수를 잡아버린 큰 손에 신경이 쏠려서 정신이 없었다. 쿵. 미쳤다. 쿵. 뭐지. 심장이 고장났나.
道勋满脑子都是那只抓住他后脑勺的大手,根本无暇顾及嘴唇的事。砰。疯了。砰。怎么回事。心脏坏掉了吗。


제게 뽀뽀를 퍼붓는 정환을 정신없이 받아내다가 겨우 어깨 잡고 밀어냈다. 처음엔 제가 매달리다시피 한 뽀뽀였는데. 완전히 역전되었다. 그러고 보니 밀어낸 것도 처음이었다. 얼이 나간 채로 정환의 얼굴을 멍하니 보던 도훈은 정환의 시선을 피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뽀뽀만 했는데 이럴 수가 있나. 아직 제 뒷머리를 잡고 있는 커다란 손이 느껴졌다. 귀가 불타다 못 해 재가 되어 없어질 것만 같았다.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고, 다시 손을 잡아끌어서 호텔로 들어가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복도에서 각자 방으로 헤어질 때까지 도훈은 정신을 어디에 둔 지도 몰랐다. 어.. 형 내일 화이팅. 방문 앞에서 인사를 던지는데도 정환의 눈을 볼 수가 없었다. 제가 하도 입술을 붙여대서 반질거리는 정환의 통통한 입술밖에 안 보였다. 일찍 자. 그렇게 대답하는 정환의 시선도 도훈의 입술에 머물러 있는 걸 도훈은 몰랐다.
我拼命地接受着正焕倾注在我身上的亲吻,好不容易才抓住他的肩膀推开。起初是我几乎要挂在他身上亲吻,现在却完全颠倒过来了。这么一想,推开他也是第一次。金道勋茫然地看着申正焕的脸,然后避开了他的目光。他完全失去了理智。明明只是亲吻而已,怎么会这样呢?他还能感觉到那只抓着自己后脑勺的大手。耳朵烧得厉害,仿佛要化为灰烬消失。慌慌张张地站起来,再次被拉着手进入酒店,乘电梯,在走廊分别各自回房间,整个过程中金道勋都不知道自己的神智在哪里。"呃...哥,明天加油。"在房门前打招呼时,他还是无法直视申正焕的眼睛。因为自己一直亲吻,只能看到申正焕亮晶晶的丰满嘴唇。"早点睡。"金道勋不知道,回答时申正焕的目光也停留在他的嘴唇上。

일찍 자라고 했는데 오늘도 잠에 들긴 글렀다. 도훈은 호텔 침구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이불 속에서 제 심장 소리만 크게 울렸다. 일시정지 되어 있던 신정환과의 연애가 다시 시작된 느낌이었다. 우리 아직 연애 끝 외친 적 없으니까 맞지. 아직 연애 중인 거 맞지. 심장이 쿵쿵. 너무 크게 뛰었다. 제 심장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핸드폰에 디데이 계산기나 검색했다. 사귄 날로부터 며칠. 아예 카톡 배경에 깔아버릴까. 형이 모른 척 못 하게.
虽然说要早点睡,但今天也是睡不着了。金道勋把酒店的被子拉到头顶。被子里只能听到自己的心跳声。感觉和申正焕暂停的恋爱又重新开始了。我们还没有喊过恋爱结束,对吧。还在恋爱中,对吧。心脏砰砰直跳。跳得太厉害了。以自己的心跳声为背景音乐,在手机上搜索倒计时计算器。从开始交往到现在过了多少天。要不要直接设为聊天背景呢。让哥哥装作看不见也不行。






커다란 독에 물이 흘러넘치는 것만 같았다. 정환과 처음 연애 시작하고 구름 위를 둥둥~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감정이었다. 무엇이 흘러넘치는지는 몰랐다. 그냥 모든 게 제 몸에서 다 참지 못하고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형만 보면 기분이 이상해. 손끝이 이상해. 얼굴이 너무 보고 싶다가도 눈 마주치면 피하고 싶어져.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커다란 독을 채우고 채워서 흘러넘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게 있는데. 바닥이 아직 뻥 뚫렸는데. 도훈은 그걸 알면서도 알지 못 했다. 제 뒤통수를 잡아버린 큰 손, 그 날 이후로 심장이 너무 크게 뛰기만 해서. 
就像一个巨大的容器里的水即将溢出。这是一种与刚开始和正焕恋爱时飘飘然的感觉完全不同的新情感。不知道是什么在溢出,只觉得所有的一切都快要在自己身上忍不住爆发出来。一看到哥哥就感觉奇怪。指尖感觉奇怪。有时特别想看到他的脸,但对上眼神又想躲开。难以名状的情感填满了那个巨大的容器,几乎要溢出来。但是,还有什么没有被填满。底部还有一个大洞。道勋明明知道却又不知道。那天之后,那只抓住他后脑勺的大手,只让他的心跳变得更加剧烈。

형 나 좋아해? 그게 나도 된단 얘기는 아니잖아. 형이 좀 알려줘 봐. 난 모르겠으니까.
哥,你喜欢我吗?这并不意味着我也可以喜欢你。哥哥能不能告诉我一下?因为我不知道。

대답 없던 질문들만 어딘가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뻥 뚫려버린 독의 바닥을 채워줄 두꺼비를 아직 찾지 못했다. 
无人回答的问题仍在某处漂浮着。还没找到能填补被戳穿的瓶底的癞蛤蟆。



팬사인회 날이었다. 이제 몇 번 해봤다고 가상의 인물 같았던 팬들과 얼굴 맞대고 대화하는 것도 익숙해졌고 눈에 익은 팬들도 많아져서 떨지 않았다. 앉은 순서상 도훈은 제 차례가 먼저 끝나서, 제 앞을 떠나간 마지막 팬과 대화하는 옆자리의 정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환아 이기자 거꾸로 하면 뭔지 알아? 자기이..! ...얼씨구 이젠 애교머신이세요. 자판기처럼 대답이 튀어나오는 정환을 무표정으로 바라봤다. 불과 십오분 전에 다른 팬에게 똑같은 말을 어깨까지 떨어가며 한 도훈이었다. 그리고 두런두런 대화가 이어진다. 저를 찍는 카메라가 많은 걸 알고 있는데도, 정환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팬을 대하는 정환은 당연하지만 참 다정하다. 목소리도 더 좋고. 사랑해 정환아. 네, 저도 사랑해요. 이제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응 내가 많이 좋아해! 자리를 뜨면서도 마지막까지 애정을 전달하고 가는 팬의 떠난 자리를 봤다. 정환은 답례로 살짝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那天是粉丝签名会。现在已经举办过几次了,和曾经感觉像虚拟人物的粉丝面对面交谈也变得熟悉了,认识的粉丝也多了起来,所以不再紧张。按照座位顺序,金道勋先结束了自己的环节,他默默地看着坐在旁边的申正焕与最后一位离开自己面前的粉丝交谈。"正焕啊,你知道'이기자'倒过来念是什么吗?""자기이..!"..."哎呀,现在你变成撒娇机器了啊。"金道勋面无表情地看着像自动贩卖机一样蹦出回答的申正焕。就在十五分钟前,金道勋还对另一位粉丝说着同样的话,肩膀都在颤抖。然后他们继续闲聊着。虽然知道有很多相机在拍摄自己,但金道勋还是无法将视线从申正焕的脸上移开。对待粉丝的申正焕理所当然地非常温柔。声音也更好听。"我爱你,正焕啊。""嗯,我也爱你。"现在他们正在道别。"嗯,我很喜欢你!"金道勋看着那位粉丝离开座位时仍在传达爱意的背影。申正焕稍微起身,微微鞠躬以示感谢。

저도 사랑해요. 조금 전 대답한 정환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잘만 대답하네. 나한텐 사랑하는 도훈이 노래도 안 불러줬으면서(뒤끝 있다). 내가 많이 좋아해.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팬이 마지막으로 정환에게 남기고 간 그 말이. 사랑해 보다 더 파고드는 말이었다. 옆자리의 정환을 다시 바라봤다. 정면에 앉은 팬들을 보면서 카메라에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준다. 그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다. 작은 얼굴. 하얀 피부. 착한 눈(가끔은 아니었지만). 높은 코. 꼭 다문 채 웃고 있는 입술. 배경이 다 흐림처리되고 정환의 얼굴만 보인다. 그리고 도훈을 어느 날의 한강이 보이는 밤 공원으로 데려간다. 형 나 좋아해? 제 물음에 말없이 저를 빤히 보고만 있던 그 하얀 얼굴을. 도훈아 여기도! 여기 봐줘! 저를 부르는 외침에 겨우 현실로 돌아왔다. 
我也爱你。刚才正焕回答的声音在耳边回荡。回答得真好啊。对我却连爱的道勋的歌都不唱(有点小心眼)。我很喜欢你。但奇怪的是,那句话一直在耳边萦绕。粉丝最后留给正焕的那句话。比"我爱你"更深入人心的话。我再次看向身边的正焕。他面对坐在前面的粉丝们,对着相机摆出各种姿势。我仔细端详他的脸。小巧的脸庞。白皙的皮肤。善良的眼睛(虽然有时候不是)。高挺的鼻子。紧闭着嘴微笑的嘴唇。背景全都模糊了,只能看到正焕的脸。然后把道勋带到某天晚上能看到汉江的公园。哥,你喜欢我吗?面对我的问题,那张白皙的脸只是默默地盯着我。道勋啊,这里也要!看这里!听到呼唤我的声音,我才勉强回到现实。

그리고 깨닫는다.  然后他意识到。

헐. 형 나 좋아한다고 한 적 없네.
天啊。哥,我从来没说过我喜欢你。

정신 차리고 입꼬리 끌어올려서 웃었다. 수많은 렌즈에 눈을 맞췄다. 강아지 귀도 만들고 고양이 귀도 만들고. 정신없는 게 나았다. 지금 너무 엄청난 걸 깨달아버려서.
我清醒过来,扯起嘴角露出微笑。对上了无数镜头。做出小狗耳朵,又做出猫咪耳朵。忙乱一点反而更好。因为我刚刚意识到了一件太过惊人的事情。


그 날 도훈은 듣지 못한 게 있었다.
那天道勋有些话没听到。

형 나 좋아해? 확신은 했지만. 대답 없이 입을 다물고만 있던 정환의 침묵이 긍정임을 알았지만. 정환은 제 눈을 피하지 않고 빤히 보기만 했을 뿐. 좋아해, 라는 고백의 말은커녕 그래, 라는 대답조차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 작은 행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도훈은 정환에게 직접 들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명확한 기억 속 정환의 행동이 이제야 해석이 되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哥,你喜欢我吗?虽然我已经确信了。虽然我知道正焕沉默不语的反应就是肯定的答复。正焕只是直视着我的眼睛,没有回避。别说"喜欢"这样的告白了,连一句"是"都没有。甚至连点头这样微小的动作都没有。道勋从正焕那里什么都没有直接听到。现在,正焕在清晰记忆中的行为终于有了解释。而这个解释让他感到无比震惊。

형은 진짜 고백할 생각이 없었구나.
哥哥真的没有想过要告白啊。





파자마로 갈아입고 지훈의 앞에 섰다. 뭐야, 오늘은 웬 일로 일찍 잔대? 빨리 손이나 잡아. 자기 전 루틴이었다. 서로 손 잡고 수고했다 사랑한다 외치고 각자 침대로 들어가는 게.
换上睡衣站在金道勋面前。"怎么了,今天怎么这么早就睡觉?"快点牵手吧。这是睡前的惯例。互相牵手,喊着"辛苦了,我爱你",然后各自回到床上。


"지훈아 오늘도 수고했어!"  "道勋啊,今天也辛苦了!"

"어 도훈아(뭐 도훈아?) 수고했어!"  "哦,道勋啊(什么道勋啊?)辛苦了!"


하나둘셋.  一二三。


"사랑해~~~!!"  "我爱你~~~!!"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각자 침대로 직행. 불 끈다? 엉. 꺼라. 대답하면서 도훈은 머리맡의 무드등을 켰다. 오랜만에 켜는 무드등이었다. 커튼도 친다. 나 잘거야. 그 작은 빛 샘도 싫다며 지훈은 제 침대 앞의 커튼을 쳐버렸다. 그래라.. 도훈은 아늑한 공간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然后他们都不回头地直接走向各自的床。关灯吗?嗯,关吧。金道勋一边回答,一边打开了床头的氛围灯。这是很久没开过的氛围灯了。窗帘也拉上。我要睡觉了。地훈嫌弃那一丝微弱的光线,拉上了自己床前的窗帘。随你吧...金道勋在这个舒适的空间里呆呆地望着天花板。


"지훈아."  "道勋啊。"

"왜."  "为什么。"

"사랑은 뭘까."  "爱情到底是什么呢。"


도훈은 천장에 하나 둘 별을 그려보고 있었다. 야광별이나 사다 붙일걸. 잠 안 올 때 천장에서 우주나 보게. 한지훈이 눈부시다고 떼버렸을래나. 
道勋正在天花板上一颗一颗地画着星星。早知道应该买些夜光星星贴上去。这样失眠的时候就能在天花板上看到宇宙了。不过韩志训可能会嫌太亮把它们撕掉吧。


"갑자기?"   "突然?"


커튼 너머로 지훈의 황당한 목소리가 넘어온다.
窗帘那边传来了金道勋惊讶的声音。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어떡해."  "突然变得很好奇,该怎么办呢。"

"형이 나한테 맨날 주는 게 사랑이지~"
"哥哥每天给我的就是爱啊~"

"아니야, 지훈아."  "不是的,志训啊。"


멤버간 우애를 포장하려는 예쁜 대답을 도훈이 칼같이 쳐냈다. 
道勋干脆利落地否定了那些为了粉饰成员间友爱而说的漂亮话。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那不是爱。"

"이제 와서?"  "现在才来?"

"내가 너한테 주는 게 어떻게 사랑이야.."
"我给你的怎么能算是爱呢.."

"뭐래. 잠이나 주무세요."  "胡说什么呢。快去睡觉吧。"


그래 지훈아 네가 뭘 알겠니. 성인도 아닌 게...
是啊,道勋,你能懂什么呢。还不是个成年人呢...

도훈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道勋深深地吸了一口气。

좋아하면서. 좋아한다고 말도 안 하고. 말할 생각도 없었다는 게. 그건 어떤 사랑일까. 내가 안기면 안아주고 기대면 기대게 해주고 뽀뽀하면 같이 입도 맞춰주면서. 그런데 어떻게 나에게 단 한 번도 말 하지 않는 걸까.
喜欢着。却不说喜欢。甚至没有想过要说。那是怎样的爱呢。当我投怀送抱时他会拥抱我,当我依靠时他会让我靠着,当我亲吻时他也会回吻。可是,为什么他从未对我说过一次呢。

다른 방에서 자고 있을 정환이 떠올랐다. 저 형은 잠이 오나 지금? 난 누구 때문에 잠도 안 오는데. 
我想起了在另一个房间睡觉的正焕。那个哥现在能睡得着吗?而我却因为某人睡不着觉。








"나 일으켜 줘."  "扶我起来。"


연습실에서 벌러덩 누워있다가 손을 뻗었다.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정환이 저를 빤히 내려다본다. 이걸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형은. 
我躺在练习室的地板上,伸出了手。站得最近的申正焕低头盯着我。哥哥怎么可能会错过这个机会呢。


"아니 너 말구."  "不是你啦。"


멀리서 장난치고 있던 지훈이 재빠르게 달려와서 제 손을 잡아주려 하길래 거절했다. 그래 계속 누워 있으십쇼. 멀어지는 등을 한 번 봐주고는 다시 정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깨를 작게 으쓱하고는 제게 걸어와서 양 손을 잡아준다. 손도 커서 제 손목이 다 잡힌다. 으쌰. 가벼운 몸이 금방 일어난다. 도훈은 정환이 일으켜주는 힘을 반동 삼아 그대로 정환을 안았다. 온 몸에 힘을 빼고 그 기다란 몸에 아예 제 몸을 맡긴 상태로.
远处正在嬉戏的金道勋迅速跑过来想要拉住我的手,我拒绝了。好吧,你就继续躺着吧。看了一眼渐渐远去的背影,我又将视线固定在申正焕身上。他轻轻耸了耸肩,走到我身边握住我的双手。他的手很大,几乎能完全包住我的手腕。嘿咻。轻盈的身体很快就站了起来。金道勋借着申正焕拉起自己的力道,直接抱住了申正焕。整个身体完全放松,把自己全身的重量都交给了那具修长的身体。

저기 왜 나무늘보가 생겼지. 둘이 바뀐 거 아니야? 그러게. 우직한 나무에 나무늘보 하나 걸렸네.
那边怎么出现了一只树懒。他们俩不会是互换了吧?就是啊。坚强的树上挂着一只树懒呢。

저와 정환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멤버들 말소리를 무시했다. 형. 작게 불러보니 응, 하고 대답한다. 작게 대답해도 몸 울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我无视了成员们谈论我和正焕的声音。哥。我轻声呼唤,他回应道,嗯。即使是轻声回答,我也能感受到他身体的震动。


"형."  "哥。"

"응."  "嗯。"

"정환이 형."  "正焕哥。"

"응."  "嗯。"


그 울림이 좋아서 계속 불렀다. 여러 번 부르기만 해도 왜냐고 안 묻고 같은 대답을 계속 해준다. ...형. 응.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러봐도 짜증 한 번을 안 낸다. 이럴 땐 형 대답 잘 하면서... 도훈아 뭐라고? 아니야. 
那个回响很好听,所以我一直叫着。即使叫了很多次,他也不问为什么,只是一直给出同样的回答。...哥。嗯。最后再叫一次,他也不会生气。这种时候哥哥回答得很好...金道勋,你说什么?没什么。

거기 두 분 좀 떨어지실래요? 이제 연습 다시 시작할 건데.
那边两位能不能分开一点?我们要重新开始练习了。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환을 안았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 이러는 시간에도 하염없이 디데이 계산기에 숫자나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형은 알까. 나 맨날 그 숫자 확인하고 있는데.
听到有人叫我的声音,我慢慢松开了抱着正焕的手臂。我讨厌即使在这样的时刻,倒计时器上的数字也在无情地增加。哥知道吗?我每天都在查看那个数字。


"형."  "哥。"

"응."  "嗯。"


몇 번째일지 모르는 부름에도 똑같이 다정한 대답이다.
不知道是第几次呼唤了,回答依然同样温柔。


"나 이따가 할 말 있어."
"我待会儿有话要说。"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 작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대답을 하고 이내 몸을 돌려서 연습실 중앙으로 가버린다. 하얗고 긴 목에 있던 커다란 목젖이 움직이는 걸 봤다. 긴장한 얼굴이었나, 방금. 그럴 리가. 언제나 평온하고 그대로인 게 신정환인데.   
眼睛直视着对方说道。是的。轻声回答后,静静地看着点头的脸。回答完后立即转身走向练习室中央。看到他白皙修长的脖子上那个大喉结动了动。刚才是紧张的表情吗?不可能。申正焕一直都是那么平静如常的人。







단 둘이 조용하게 말할 곳은 결국 또 같은 장소다. 숙소 앞에 있는 작은 공원. 우리의 연애가 시작되었고, 형이 날 좋아했다는 것도 알게 된(근데 그 형은 절대 말을 안 한!) 그 곳. 자정이 훌쩍 넘은 탓에 지나가는 사람도 러닝하는 사람도 없는 한강을 바라 보며 나란히 우뚝 섰다. 왜인지 모르게 도훈도 긴장해서, 매번 앉았던 그 벤치에 선뜻 앉기가 어려웠다.
最后我们又来到了同一个地方,只有两个人能安静地交谈。宿舍前的小公园。我们的恋情在这里开始,我也在这里得知哥哥喜欢我(但那个哥哥绝对不会说出口!)。深夜已过,望着汉江,既没有路人也没有慢跑者,我们并肩而立。不知为何,金道勋也紧张起来,一时难以坐到我们每次都会坐的长椅上。


"그... 있잖아."  "那个...你知道吗。"


며칠을 도훈을 괴롭혔던 질문들이 있었다. 서로가 질문만 던지고 서로가 대답을 주진 않았던. 감정이 흘러넘치기만 해서 독 아래가 뻥 뚫려있는지도 몰랐던. 이제 두꺼비를 찾아 헤맬 게 아니라 도훈이 직접 독 밑을 메워버릴 차례였다. 
金道勋被一些问题困扰了好几天。彼此只是抛出问题,却没有给出答案。情感溢出得太多,以至于都没注意到毒药瓶底是否有洞。现在不是去寻找蟾蜍的时候了,而是金道勋亲自填补毒药瓶底的时候了。


"형이 안 알려주니까 내가 말하려고."
"因为哥哥不告诉你,所以我要说了。"


나는 생각하는대로 말해버려야 하는 타입인데. 최근 며칠동안 너무 힘들었다. 뭘 말해야할지 몰라서. 뭘 생각해야할지 몰라서. 해결되지 않은 게 너무 많은데, 그 질문에 내가 어떤 대답을 해야할 지 너무 모르겠어서.
我是那种想到什么就说什么的类型。最近几天太难熬了。不知道该说什么。不知道该想什么。有太多未解决的问题,我真的不知道该如何回答那些问题。

자기가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거, 그거 이기적인 거야. - 형은 그게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한 거야? 
告白自己喜欢对方,那是自私的行为。 - 哥哥,你认为那是自私的吗?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하고 고백만 하면 어떡해. - 그러면 형은 내 생각을 해서 고백을 안 한 거야? 
如果对方不考虑我的感受就直接表白怎么办?- 那么哥是因为考虑我的感受才没有表白的吗?

왜? 왜? 나를 생각해주면 왜 그런 결론이 나오는데? 다시금 질문의 화살이 저를 향한다. 기출 변형으로 이미 뚜들겨 맞았는데 그 때 대답 안 했던 벌로. 그리고 외면했던 사실들을 마주한다. 내가 거절할까봐? 
为什么?为什么?你为我着想却得出那样的结论?问题的箭头再次指向我自己。就像已经被考试题目变形打击过一样,这是当时没有回答的惩罚。然后我不得不面对那些曾经回避的事实。是因为害怕我会拒绝吗?

그게 나도 된단 얘기는 아니잖아. - 형은 됐는데. 
那并不意味着我也可以。 - 但哥哥可以。

그러니까 왜.  所以为什么。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对不起。是我考虑不周。"


냅다 사과부터 던졌다. 눈 질끈 감고 외치고서 눈치보며 정환의 얼굴을 보니 미묘하게 일그러진 미간이 보인다. 형 지금 화난 거 참고 있는 건가. 기대도 안 했단 표정인가. 기다란 입술 꼭 다물고 저를 쳐다보던 평소의 표정과 다르지만, 할 말 있다고 내뱉은 이상 도훈은 말을 해야했다. 더 이상 머릿속에선 더 꼬일 생각도 없었다.
他二话不说就先道歉了。紧闭双眼大声喊完后,小心翼翼地看向申正焕的脸,发现他的眉头微妙地皱了起来。哥现在是在忍着生气吗?还是一副完全没有期待的表情?虽然紧抿着长长的嘴唇盯着自己的样子和平时不太一样,但既然说了有话要说,金道勋就必须开口了。他也不想在脑子里再纠结下去了。


"들어봐봐, 형."  "听我说,哥。"

"......"

"나는,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아예 몰랐어. 몰랐다고 생각했어. 누구 만나본 적도 없고 좋아해본 적도 없고. 심장 떨려본 적도 없고. 근데 있잖아, 형. 난 형이 처음이잖아. 근데 형이 내 처음인 게 안 무서웠던 이유가 있던 것 같아. 형이랑 하면 다 괜찮아. 진짜로.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거든. 이상하게 듣지 말구. 내가 형이 아니라 따른 애들이랑 그랬다고 상상을 해봤는데. 아니, 형 눈썹 만지지 말고 들어봐. 좀 징그럽지? 그렇긴 해. 근데 내가 그.. 전에 친했던 형들을 다 떠올려봤는데. 어.. 토할 거 같지, 미안. 나도 토나올 뻔 했어."
"我以前完全不知道自己喜欢什么样的类型。我以为我不知道。我从没有约会过,也没有喜欢过谁。从没有心跳加速过。但是你知道吗,哥?你是我的第一次。而且我觉得有个原因,为什么你是我的第一次却不让我感到害怕。和你在一起,一切都很好。真的。所以我想了想。别误会我的意思。我试着想象如果不是和你,而是和其他人在一起会是什么样。不,别皱眉头,听我说完。有点恶心,对吧?确实是这样。但是我想到了以前关系很好的哥哥们。呃...我快吐了,对不起。我自己也差点吐出来。"


다다다 랩을 하고 숨을 잠시 쉬었다. 쪽팔린 얘기까지 다 꺼냈다. 
金道勋唱完说唱后稍微喘了口气。连尴尬的事都说出来了。


"근데..."  "但是..."


눈썹뼈 쓸던 정환의 손을 슬쩍 잡아 내렸다. 저를 보는 정환의 눈과 시선을 맞췄다가, 괜히 민망해져서 저멀리 나뭇가지에 걸린 나뭇잎을 한 번 봤다가. 심호흡하고 다시 눈을 맞췄다.
轻轻拉下正焕正在擦眉骨的手。与正焕看向自己的眼睛对视,突然感到尴尬,便看了一眼远处树枝上挂着的树叶。深呼吸后再次与他对视。


"난 형이랑 그런 거 다 좋았어. 형이랑 손잡는 것도, 형이 나 안아주는거, 나 챙겨주는 거. 스킨십도..다 좋아. 형이랑은 해도 될까? 이런 생각 해본 적이 없어. 그냥, 그냥 좋으니까."
"我喜欢和哥哥做的所有事。牵手、拥抱、照顾我。肢体接触也...都喜欢。和哥哥的话,可以做到那种程度吗?我从未这样想过。只是,只是因为喜欢。"

"......"

"형이랑은 할 수 있어. 나는 형이..., 나한테만 그랬으면 좋겠어."  
"我和哥哥可以的。我希望哥哥...只对我这样。"

"......"

"...솔직히 나 형 보면 심장 떨린단 말이야아..."
"...说实话,看到哥哥的时候我的心跳会加速..."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와, 말해버렸다. 
我再次紧闭双眼。哇,说出来了。


"어떡하지?! 나 지금 너무 부끄러워!"
"怎么办啊?!我现在太害羞了!"


주먹을 꼭 쥐었다. 마주보는 시선이 어떤 감정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지금 내가 말해놓고 내가 너무 떨려서 어떤 반응인지 눈치챌 겨를이 없다. 눈치빠른 김도훈 다 죽어버렸다고. 신정환 앞에서는 아예 죽고 없어진다고.
我紧紧握住拳头。无法读懂对方眼神中的情感。不,现在是我说完话后自己太紧张,根本没有余裕去察觉对方的反应。那个眼力见儿极佳的金道勋已经完全消失了。在申正焕面前,我简直是彻底消失了。

슬쩍 눈치를 보며(눈치 다 죽었는데!) 정환을 올려다 봤다. 도훈은 지금 원하는 게 있었다. 그리고 제가 올려다보는 시선에 정환이 부드러워진다는 것도 알았다. 
偷偷地观察着周围(其实早就被发现了!)抬头看向正焕。道勋此刻有一个愿望。他也知道,当自己抬头看向正焕时,正焕的眼神会变得柔和。


"형, 나 이렇게까지 고백한 거 처음인데."
"哥,我还是第一次这样表白呢。"


살면서 고백이란 걸 처음 해봤다.
这是我人生中第一次表白。


"형도 말해주면 안 돼?" 
"哥哥也不能告诉我吗?"

"도훈아."  "道勋啊。"


헙. 입을 다물었다. 무섭다. 떨린다. 긴장된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제 눈을 빤히 보는 눈만 열심히 봤다. 
嗯。闭上了嘴。好可怕。发抖。紧张。不知道该如何表达这种感觉。只是专注地看着那双仍然用难以捉摸的表情盯着我的眼睛。


"나 너 좋아해."  "我喜欢你。"


헐.  天哪。

입틀막.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제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진다. 대박. 좋아한단 말을 들으면 이런 기분이었어? 지금까지 받아온 고백은 다 가짜같다. 신정환이 지금 제 앞에서 처음으로 말해준 저 다섯 글자만이 진짜 같았다.
捂嘴。用双手捂住了嘴。感觉到自己的手在微微颤抖。天哪。原来听到喜欢这句话是这种感觉吗?到现在为止收到的告白都像是假的。只有申正焕刚刚在我面前说的那五个字才像是真的。

와락. 도훈은 앞에 선 정환을 안아버렸다. 너무 부끄럽고 너무 벅차고. 제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 뭔지 알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들려준 정환이 너무 멋있었다. 기다란 목을 끌어안으면서 고개를 묻었다. 커다란 손이 느껴졌다. 와락 안겨든 도훈을 마주안아준다. 너무 좋아. 너무 부끄러워. 근데 진짜 너무 좋아. 
扑通一下。金道勋紧紧抱住了站在面前的申正焕。太害羞了,太激动了。申正焕太帅了,他知道自己想听什么,毫不犹豫地就说了出来。金道勋搂住申正焕修长的脖子,把头埋了进去。他感受到了一双大手。申正焕也紧紧地回抱住扑进怀里的金道勋。太喜欢了。太害羞了。但是真的太喜欢了。


"형, 또 말해줘."  "哥,再说一遍吧。"

"좋아해."  "我喜欢你。"


좋아한단 말이 바로 나온다. 전엔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줬는데.
喜欢这句话立刻就说出来了。以前问的时候连回答都不给。


"더 말해줘."  "再多说一点。"

"좋아해."  "我喜欢你。"

"그거 말구. 아니 그것도 좋긴 한데. 형도 다 말해줘." 
"不是那个。不过那个也挺好的。哥也全都告诉我吧。"

"...너 좋아한단 말 말고 어떤 말을 더 해."
"...除了说喜欢你,我还能说什么呢。"


아 미친. 미친. 그 말이 너무 좋아서 힘을 줘서 더 끌어안았다. 미쳤나봐, 형.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나 심장 터질 것 같아.
啊疯了。疯了。那句话太让我喜欢了,我用力把他抱得更紧。我大概是疯了,哥。你怎么能说出那样的话。我感觉心脏要爆炸了。


"형 언제부터 나 좋아했어..?"  "哥哥,你从什么时候开始喜欢我的..?"

"......"


대답이 없다. 난 속에 있는 말 다 했는데. 이건 쫌 형도 부끄러운가? 
没有回答。我已经把心里的话都说出来了。哥哥是不是也觉得有点害羞?


"그럼.. 형 거기서 나 처음 봤을 때 무슨 생각 들었어?" 
"那么.. 哥哥第一次在那里看到我的时候,心里想的是什么?"


질문을 바꿨다. 물어보다보면 알게 되겠지. 정환은 저처럼 우다다 다 말해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면 스무고개 시작이었다. 궁금하면 일단 물어보면 되지. 첫 질문은 당돌하게도 목긴백구와 남자는핑크의 잠실역 7번 출구에서의 만남이었다.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 형 웃는 게 가슴으로도 느껴지네. 꼭 껴안고 있으니까 이런 것도 느낄 수 있구나. 그 감각이 좋아 정환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한 번 더 주었다.
我改变了问题。慢慢问就会知道的。正焕不是像我那样会一股脑儿全说出来的人。那么就开始二十个问题游戏吧。好奇的话就先问问看。第一个问题大胆地问的是目긴백구和男人是粉色在蚕室站 7 号出口的相遇。听到轻轻的笑声。啊,哥笑的时候连胸腔都能感觉到。因为紧紧抱着,所以能感受到这些啊。喜欢这种感觉,我又加重了搂着正焕的手臂的力道。


"얘가 여기 왜 있지 했지."
"我还在想这家伙怎么会在这儿呢。"

"형 그 때 나 혼냈잖아."
"哥,那时候你不是骂我了吗。"

"혼낸 거 아니야."  "我没有责骂你。"

"난 혼났는데."  "我惹麻烦了。"

"위험할까봐 그랬지."  "我是担心会有危险。"


틀린 말은 아니라 얌전히 있었다. 제가 생각해도 2년 전 자신은 너무 어리고 겁도 없었다.  
这话倒也没错,他安静地待着。就连他自己也觉得,两年前的自己太年轻,太无畏了。


"나 솔직히, 형이 연상 좋아하는데 내가 나와서 실망한 줄 알았어..."
"说实话,我以为哥哥喜欢年长的,看到我出现会失望呢..."

"내가?"  "我吗?"


바람 터지는 웃음 소리가 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아예 몰랐다는 반응으로. 그 땐 제 추리력에 자신이 있었다. 눈치빠른 김도훈에 늘 의기양양했었으니까. 
爆发出一阵大笑声。仿佛对我有这样的想法完全不知情。那时我对自己的推理能力很有信心。一直为敏锐的金道勋感到自豪。


"아니야."  "不是。"

"아니구나."  "原来不是啊。"

"응, 아니야."  "嗯,不是。"

"그래, 그런 것 같다."  "是啊,好像是这样。"


서로가 한 말을 메아리처럼 따라했다. 그래, 연상 좋아하는 건 아닌 거 맞는 거 같다. 도훈은 기댄 목에 얼굴을 한 번 더 묻었다. 여전히 도훈은 정환이 남자는핑크, 21, 탑에 말을 건 진짜 이유는 모르지만.
他们像回声一样重复着对方说的话。是啊,好像确实不喜欢年长的。金道勋又一次把脸埋进了靠着的脖子里。尽管如此,金道勋仍然不知道申正焕对"男人是粉色"、"21"和"Top"说话的真正原因。


"맞다, 형."  "没错,哥。"

"응."  "嗯。"

"나 얼굴 보는 건 어떻게 알았어?"
"你怎么知道我想看你的脸?"


제가 인정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 정환이 했던 말이었다. 너 얼굴 보잖아. 정환의 그 말에 아니라고 우겼을 때 어이없어 하던 정환의 표정도. 
虽然我从未承认过,但那是正焕曾经说过的话。"你看看你的脸。"我还记得当我否认正焕的这番话时,他那副难以置信的表情。


"너 다른 애들한텐 관심 없었잖아." 
"你对其他人不是都没兴趣吗。"

"헐 그건 어떻게 알았어."
"天哪,你是怎么知道的。"


다른 연습생들 외모를 다 후려치는 저 당당한 발언에 반박할 말이 없다. 그거야 도훈도 저보다 나은 외모가 없었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对于这种自信满满地贬低其他练习生外貌的言论,我无话可说。毕竟我一直认为金道勋的外貌也不比我好到哪里去。


"좋아하면 원래 다 보여. 네가 누구한테 관심 있는지."
"喜欢一个人的时候,一切都会显露无遗。你对谁感兴趣,都看得出来。"


헐. 잘도 이런 말을. 얼굴을 보고 있지 않는데도 귀가 빨개져서 어디 더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찌할 줄 몰라 끌어안은 팔에 힘을 한 번 더 줄 뿐이었다.
天哪。居然说出这种话。虽然没有看着对方的脸,但耳朵还是红了,只想找个地方躲起来。不知所措,只能再次收紧了环抱的手臂。


"근데 나 진짜 얼굴 안 보는데..."
"但是我真的不看脸的..."


작게 웃음소리가 들린다.  传来一阵轻笑声。


"근데 형 쫌 재수없다. 형도 형 잘생긴 거 알지."  
"不过哥你有点讨厌。你也知道自己长得帅吧。"

"도훈이도 잘생겼지."  "道勋也很帅。"

"아니 그거 말구!"  "不是那个啦!"


발을 작게 쿵 굴렀다. 
轻轻地跺了跺脚。


"형 자신 있었구나. 잘생겨서..."  "哥,你很有自信啊。因为长得帅..."


이런 말 제가 하려니 좀 웃기긴 한데.
我说这种话自己都觉得有点好笑。


"...아니."  "...不是。"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란다.  然而,回答却不是肯定的。


"아니라고?"  "不是吗?"

"아니야."  "不是。"

"거짓말. 솔직히 형 얼굴로 꼬신 거 아닌가."
"骗人。老实说,你是不是靠脸蛋把人家迷住了。"

"꼬신 적 없는데."  "我从没勾引过他。"

"헐."  "我去。"

"너 운명적인 거 좋아하잖아. 그런 거 안 통해."
"你不是喜欢命中注定的事吗?那种事对我不管用。"


어떻게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그 잘생긴 얼굴로 다정한 태도로 꼬신 적 없다고 하는 말하는 게 너무 모순적이지만. 단정적인 말에 도훈도 반박할 말은 없었다. 
怎么会比我更了解我自己。用那张帅气的脸和温柔的态度说从未诱惑过我,这话听起来太矛盾了。面对如此断言,金道勋也无话可说。


"형 어떻게 나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알지."
"哥哥怎么这么了解我啊。"

"다 알지."  "我都知道。"

"......"

"다 알아."  "我都知道。"

"......"


그게 연속된 고백처럼 들렸다. 다 알지. 다 알아. 좋아하면 원래 다 보여. 아까 해준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좋아한단 말이 없었는데도 심장이 뛴다. 이렇다니까. 형이랑 있으면 심장이 자꾸 크게 뛰어.
那听起来像是连续的告白。我都知道。我全都明白。喜欢的话本来就能看出来。刚才说的话一直在脑海里挥之不去。即使没有说喜欢,心脏也在跳动。就是这样。和哥在一起的时候,心跳总是加速。


"근데 나 형 처음 봤을 때부터 친해지고 싶었는데."
"但是从我第一次见到哥的时候就想和你成为朋友。"


이건 첫만남, 운명, 이런 거랑 쫌 다른가?
这和初次相遇、命运之类的有点不一样吧?


"친해지고 싶은 것 정도로는 안 돼."  
"仅仅想要变得亲近是不够的。"

"왜. 친해지기부터 해야 좋아하든지 말든지 하지."
"为什么。先变得亲近,然后再决定喜欢不喜欢不是更好吗。"

"네가 꿈꾸던 건 그런 거 아니잖아."
"你梦想的不是那样的吧。"


헐. 자꾸 맞는 말만 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근데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거야 좋아하는 사람(!) 생기기 전에 막연하게 가진 환상, 뭐 그런 거였던 건데.
天哪。他总是说对的话,让我无话可说。但是,这不是也可能会改变吗?那只不过是在喜欢上某个人(!)之前模糊地存在的幻想,或者类似的东西罢了。


"뽀뽀하고 싶은 걸로는 안 돼?" 
"亲亲不行吗?"


목에 고개를 박은 채로 웅얼댔다. 형 웃은 건가. 몸이 닿아있으니 정환의 움직임이 다 느껴진다. 갑자기 바뀐 화제에 어이없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환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하며 도훈은 묻었던 고개를 들었다.  
他把头埋在脖子里嘟囔着。哥哥是在笑吗?因为身体紧贴着,所以能感觉到申正焕的每一个动作。似乎也对突然改变的话题感到不可思议。金道勋无视了申正焕的反应,抬起了埋着的头。


"뽀뽀할래. 하고 싶어."  "想要亲亲。好想要。"


선언하고 바로 쪽. 셀 수 없이 닿았던 그 입술에 또 닿았다. 쪽. 쪽. 목을 끌어안은 채로 가볍게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제 입술을 받아내는 정환이 웃고 있는 게 느껴진다. 더 닿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까치발을 들려는데 허리를 안고 있던 정환의 손이 쑥 올라왔다. 
宣告后立即亲吻。无数次触碰过的那双唇再次相遇。啾。啾。搂着脖子轻轻地蜻蜓点水般亲吻着。能感觉到接受自己亲吻的申正焕在微笑。想要更加贴近。不知不觉中想要踮起脚尖,但申正焕原本搂着腰的手突然上移。

헙.  嗯。

큰 손이 제 목부터 감싸쥔다. 제 동그란 뒤통수를 단단히 받친 채로 정환이 입술을 길게 붙였다 뗐다. 미친. 나 이 자세에 약한데. 
一只大手从脖子开始包裹住我。申正焕的手稳稳托住我圆圆的后脑勺,他的嘴唇长久地贴上来又分开。疯了。我最受不了这个姿势。


"도훈아."  "道勋啊。"

"....어."  "....呃。"


그 새 멍해져서 대답했다. 형이 화답하듯 뽀뽀한 건 한 번인데, 그 한 번이 너무 크다. 저 큰 손이 제 머리를 잡기만 하면 정신이 없어졌다.
他恍惚地回答道。哥哥只是回应似的亲了一下,但那一下却意义重大。只要那双大手抓住他的头,他就会失去理智。


"우리 이번엔 진짜 사귈까."  "这次我们真的要交往吗?"


제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말한다. 그 시선을 피할 생각도 없었다. 같이 시선을 마주하며 도훈은 얼굴 감상이나 했다. 솔직히 이 얼굴로 사귀자고 하는데 누가 거절을 해(같은 생각을 정환도 하고 있었다는 건 당연히 몰랐다). 지난 번엔 연애라는 단어로 말했는데, 이젠 사귀자고 말하는 것도 좋았다. 그냥 좋다, 너무 좋다, 이런 감상만 가득차고 있으니 다시 정환이 입술을 가볍게 붙였다. 촉. 그리고 다시 촉. 대답을 요구하는 것처럼. 쪽쪽. 일부러 연달아 소리도 내면서. 
他凝视着我的眼睛说道。我并不打算避开那目光。金道勋与他对视,欣赏着他的脸庞。老实说,有这样的脸蛋来告白,谁会拒绝呢(当然,他不知道申正焕也在想同样的事)。上次用"恋爱"这个词,现在说"交往"也很好。就是喜欢,非常喜欢,满脑子都是这样的感想,申正焕又轻轻地吻了上来。啾。然后又是啾。像是在要求回应一样。啾啾。故意连续发出声音。


"근데 형."  "不过哥。"

쪽.  页。

"나 그 때부터 1일한 건 그대로 둘래."
"我想从那时起就保持原样,继续当我们的第一天。"

쪽.  页。

"왜?"  "为什么?"


말하는 중간 중간 계속 입술이 붙는다.
说话的间隙中,嘴唇不断地相触。

우리 사귀지도 않았는데(쪽) 계속 뽀뽀하고 그런(쪽) 거야? 아니 잠깐(쪽) 형 듣고(쪽) 있어? 쪽. 응, 도훈아. (쪽) 아니, 잠깐만. (쪽) 형, 우리 50일 넘은 건(쪽) 알아?
我们还没正式交往呢(啾)为什么一直亲来亲去的(啾)?等等(啾)哥你在听吗(啾)?啾。嗯,道勋啊。(啾)不,等一下。(啾)哥,你知道我们已经超过 50 天了吗(啾)?

그 말에 푸스스 웃는다. 
听到这话,他轻轻地笑了。


"세고 있었구나."  "原来你在数啊。"

"어."  "嗯。"


카톡 배경에 깔아버리려고 했다고.  他说想把它设为 KakaoTalk 的背景。


"알았어."  "知道了。"


그러면서 또 쪽. 그리고 입술을 떼지도 않은 채로 말한다.
然后又是一个吻。接着他们唇齿相依,低声说道。


"100일 챙겨줄게."  "我会为你庆祝 100 天纪念日。"


입술을 붙인 채로 또 촉촉촉. 가볍게 연달아 소리를 내길래 도훈이 말했다. 형 근데 뽀뽀귀신이야?(물론 나도 좋아하긴 하는데) 여전히 입술이 붙은 채였다. 어 맞아. 대답하면서도 입술을 또 붙인다. 너만 보면 뽀뽀하고 싶었어. 촉. 헐 미친. 뽀뽀 중만 아니었으면 두 손으로 입틀막해버릴 수준의 발언이었다. 도훈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입술붙인 채로 웃음을 흘리던 정환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嘴唇相贴着又发出啾啾啾的声音。轻轻地连续发出声音,所以金道勋说道:"哥,你是接吻鬼吗?"(当然我也很喜欢)嘴唇依然紧贴着。"嗯,没错。"一边回答一边又贴上嘴唇。"一看到你就想亲亲。"啾。天啊,疯了。如果不是正在接吻,这种发言足以让人用双手捂住嘴巴。不管金道勋是否惊慌,申正焕嘴唇相贴着笑了笑,慢慢地开口说道。


"도훈아."  "道勋啊。"


저를 부르는 말에 살짝 입술이 떨어진다.
听到有人叫我,我的嘴唇微微分开。


"네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  "我希望你能喜欢我。"


그리고 다시 입술이 느리게 붙었다. 욕심낸 적 없던 신정환의 첫 욕심이었다.
然后,他们的嘴唇再次缓缓相贴。这是申正焕从未有过的第一次贪婪。


"좋아한다니까."  "我说了我喜欢你。"


도훈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정환의 말에 '앞으로도'가 생략된 건 몰랐지만. 
道勋毫不犹豫地回答了。他没有注意到正焕的话中省略了"以后也"。

쪽 소리가 안 난다. 닿은 입술이 안 떨어졌으니까. 제 대답에 정환의 움직임이 멎었다. 입술을 붙인 채로 느리게 제 얼굴을 훑는 시선이 느껴진다. 큰 손이 다시 한 번 제 뒤통수부터 목까지 느리게 쓴다. 헐. 목부터 뒤통수를 다 감싸안은 손이 제 뒤통수를 지긋이 누른다. 엄마야. 도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까지도 정환이 제 얼굴을 진득하게 보고 있던 게 다 보였다. 입술의 푹신한 감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맞닿은 입술 사이에 틈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没有接吻的声音。因为嘴唇贴在一起没有分开。听到我的回答,正焕的动作停住了。我能感觉到他的目光缓慢地扫过我的脸,嘴唇仍然紧贴着。他的大手再次从我的后脑勺慢慢滑到脖子。天啊。从脖子到后脑勺完全被他的手包裹住,他的手轻轻地按压着我的后脑勺。妈呀。道勋紧闭双眼。直到那时,他还能看到正焕一直在专注地看着自己的脸。嘴唇柔软的触感持续不断。两人紧贴的嘴唇之间的缝隙正在逐渐消失。

닿은 입술의 각도가 변했다. 솜사탕을 베어물듯이 제 입술을 물어오는 입술에 도훈의 입술이 벌어졌다. 어느 새 입술 안쪽이 닿았다. 새로운 감각이었다. 저도 모르게 떨었다. 그런 저를 안심시키듯이 뒷목을 잡은 큰 손에 힘이 들어간다. 도훈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정환의 목을 더 끌어안았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이 정환이 다시 한 번 입술을 머금는다. 그렇게 베어물듯이 입술을 머금는 행위가 계속됐다. 몇 번이고 입술 안쪽끼리 맞닿고, 안 쪽의 젖은 살들이 입술까지 모두 촉촉하게 적셨을 때.
相触的嘴唇角度变了。金道勋的嘴唇微微张开,回应着那仿佛在咬棉花糖般轻咬他嘴唇的唇。不知不觉间,唇瓣内侧相触。这是一种全新的感觉。他不由自主地颤抖起来。似乎是为了安抚他,抓住他后颈的大手加重了力道。金道勋紧闭双眼,更加用力地搂住申正焕的脖子。仿佛这是某种信号,申正焕再次含住他的嘴唇。就这样,轻咬般含住嘴唇的动作不断重复。唇瓣内侧一次又一次地相触,湿润的内侧肉体将整个嘴唇都浸润得湿漉漉的。

히끅.  呜咽。

저도 모르게 벌어져있던 입술 사이로 들어온 낯선 혀에 어깨가 솟아올랐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쿵 떨어진 것만 같았는데. 저는 바짝 얼어있는데 웃음소리가 들린다. 너무나 가까운 탓에 웃음 새는 바람이 제 얼굴에 다 느껴졌다. 아직도 눈도 못 뜬 상태로 도훈은 정환의 목을 감은 손을 말아쥐기나 했다. 손끝과 발끝이 너무 간지러웠다. 도훈의 입술 사이로 살짝 들어온 혀가 다시 노크하듯이 살짝씩 건드린다. 낯선 감각이지만 피하고 싶진 않았다. 제 몸이 얼마나 떠는지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제 혀로 맞이했다. 동시에 큰 손이 다시금 뒷머리를 꾹 누른다. 맞닿은 입 안이 더 틈없이 붙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我的肩膀因为陌生的舌头突然进入微张的嘴唇间而猛地耸起。太过惊讶,心脏仿佛瞬间坠落。我僵在原地,却听到了笑声。因为距离太近,我能感受到笑声中呼出的气息拂过我的脸庞。金道勋还没睁开眼睛,只是紧紧握住了环绕在申正焕脖子上的手。指尖和脚尖都感到异常的瘙痒。轻轻探入金道勋唇间的舌头再次像敲门一样轻轻触碰。虽然是陌生的感觉,但他并不想躲开。不知道自己的身体在颤抖,本能地用自己的舌头迎接。同时,一只大手再次用力按住后脑勺。紧贴的口腔更加密不可分。心脏仿佛要爆炸一般。

숨을 어떻게 쉬는지도 모르고. 숨이 차는지도 모르고. 혀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르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도 자꾸만 안달이 났다. 더 닿고 싶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이쪽으로 저쪽으로 꺾게 된다. 우리 사이에 틈이 없었으면 좋겠어. 이미 서로의 입 안에서 혀가 얽혀서 누구의 입 안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고요한 밤공기에 젖은 마찰음만 들린다. 이 야한 소리가 제가 내는 소리라는 자각조차 없었다. 
不知道该如何呼吸。不知道是否喘不过气。不知道该如何移动舌头。虽然满是不知道的事,却越来越急切。想要更加贴近。不自觉地将头向这边那边倾斜。希望我们之间没有任何缝隙。已经到了舌头在彼此口中纠缠,分不清是谁的口腔的地步。寂静的夜空中只听得见湿润的摩擦声。甚至没有意识到这淫靡的声音是自己发出的。


"하아..."  "哈啊..."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을 때,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도훈은 겨우 얼굴을 떼고 숨을 뱉어냈다. 말도 안 돼. 여전히 가까운 정환의 얼굴이 저를 보고있다. 형 계속 나 보고 있었나? 두 눈 꼭 감고 있던 도훈은 절대 모를 일이었다. 얼 빠진 채로 정환의 얼굴을 멍하니 봤다. 언제나 하얗기만 하던 얼굴에 열이 올라 있다. 언제나 평온하던 눈이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깊어져있었다. 도훈이 채 읽지 못한 욕망이었다. 
不知过了多久,道勋在快要窒息的前一刻终于把脸移开,大口喘息。这不可能。正焕的脸依然离他很近,正看着他。哥一直在看着我吗?紧闭双眼的道勋根本不可能知道。他呆呆地望着正焕的脸,神情恍惚。那张总是白皙的脸此刻泛着红晕。那双一向平静的眼睛不知为何变得深邃。那是道勋还未能读懂的欲望。

아, 미쳤다. 형이랑 키스했다. 도훈은 그제야 정환을 끌어안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얼굴을 못 보겠다. 거의 매달리다시피 키스하던 조금 전의 제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런데 싫은 게 아니라 너무 좋았다. 꼭 끌어안고 목에 고개를 묻은 채로 도훈은 달달 떨었다. 지금 형 얼굴 보고 싶다. 근데 부끄러워. 아니, 이걸 부끄럽다고 말하는 게 맞나? 나 지금 뭐가 고장난 것 같은데. 목을 감싸고 있던 정환의 손이 천천히 내려와서 어깨를 토닥여준다. 그 손길이 떨리는 것도 같았다. 아니겠지, 맨날 평온했던 이 형이 떨 리가 있나. 내가 떨고 있어서 이렇게 느끼는 거겠지, 설마. 도훈은 제 심장이 너무 크게 뛰느라 맞닿은 가슴에서 정환의 심장도 같이 요동치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啊,疯了。和哥哥接吻了。金道勋这才抱住了申正焕。心脏好像要爆炸了。不敢看他的脸。刚才几乎是挂在他身上亲吻的自己太羞耻了。但并不是讨厌,而是太喜欢了。紧紧抱着,把头埋在他的脖子里,金道勋浑身颤抖。现在好想看哥哥的脸。但是太害羞了。不,说这个害羞对吗?我现在好像哪里坏掉了。申正焕环绕在脖子上的手慢慢下移,轻拍着肩膀。那手似乎也在颤抖。不会吧,平常总是那么平静的哥哥怎么会颤抖呢。一定是因为我在发抖才这么觉得的吧,不可能的。金道勋因为自己的心跳太剧烈,没有注意到紧贴的胸膛里申正焕的心脏也在同样剧烈地跳动。

얼마나 지났을까. 숨을 겨우 고르고 나서야 도훈은 정신을 차렸다. 이제야 머리에 산소가 공급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또 이상한 생각이 머리에 뿅 튀어오르는데.
不知过了多久。金道勋好不容易才平复了呼吸,这才恢复了意识。感觉脑子里终于有了氧气供应。然后又一个奇怪的想法突然蹦进了脑海。

형은 왜 이렇게 잘 해. 
哥哥为什么这么厉害啊。

묻었던 고개를 벌떡 들고 정환의 얼굴을 마주했다. 젖어서 반질거리는 입술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아니, 입술 말고 형 눈을 봐야지. 고개 도리도리하며 정환을 다시 쳐다봤다. 형은 왜 다 잘 하지. 얼마나 한 거야... 누구랑 몇 번이나 해봤냐고 물어보면 분위기 깨겠지. 입이 떡 벌어진 도훈의 얼굴은 너무나도 읽기 쉬웠다는 것도 모르고.
他猛地抬起埋着的头,对上了申正焕的脸。湿润发亮的嘴唇首先映入眼帘,但是...不行,不能看嘴唇,要看哥哥的眼睛。他摇了摇头,再次看向申正焕。哥哥为什么什么都做得这么好啊。到底练习了多少次...如果问他和谁做过,做过几次,肯定会破坏气氛吧。金道勋完全没意识到自己张大嘴巴的表情有多容易被看穿。


"도훈아."  "道勋啊。"


정환이 안은 제 어깨를 한 번 주무른다.
正焕轻轻揉了揉自己的肩膀。


"네가 생각하는 거 아니니까 이리 와."
"不是你想的那样,过来吧。"


그리고는 다시 제 품에 안는다. 이번엔 정환이 도훈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어...그렇구나. 아니구나. 멍하니 정환이 했던 말을 뒤늦게 머리에 넣었다. 형은 진짜 다 아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제 목덜미에 대고 크게 숨을 고르는 정환의 움직임이 그제야 느껴졌다.
然后他又把正焕搂入怀中。这次正焕把头埋在道勋的颈窝里。啊...原来如此。不对。道勋迟钝地将正焕刚才说的话在脑海中消化。哥真的什么都知道啊...连我在想什么都知道。这时他才感觉到正焕在他颈窝深深地呼吸。

정환의 품안에서 새근새근 숨을 고르며 도훈은 그제야 생각한다. 사진 찍힌 건 아니겠지. 아까 사람 아무도 없는 거 봤는데. 여기 원래 사람 없는 장소잖아. 그리고 찍힐만한.. 우리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우릴 알아볼 사람 없지 않을까. 디어쩌고패치가 우리 찍었다 그래도 회사가 막아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신정환이랑 연애는 그래서 좋은 거라고 했었잖아. (누가? 내가!)
在正焕的怀抱中平复着呼吸,道勋这才想到。应该没被拍到照片吧。刚才看到周围一个人都没有。这里本来就是没什么人的地方。而且还没到会被拍到的...我们还没到那种程度吧。应该没人能认出我们吧。就算什么 Dear 什么 Patch 拍到了我们,公司也能帮忙挡住的吧。和申正焕谈恋爱就是因为这点才好的,不是吗。(谁说的?我自己!)

머리 팽팽 굴리고 있는 걸 또 어떻게 알았는지 정환의 큰 손이 뒷머리를 살살 쓸어준다. 그냥 편안히 제 품에서 온기나 느끼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도훈은 그렇게 했다. 도훈은 이제 장점이고 단점이고 티부심이고 다 집어던졌다. 연애하면 뭐가 좋은지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신정환이어야 할 이유를 따질 필요도 없었다. 이건 머리로 계산하는 영역이 아니니까. 그냥 너무 좋은데. 형이랑 있으면 다 좋아. 더 닿고 싶고. 근데 심장도 쿵 떨어지고. 손끝이 저린 것 같기도 하고. 좋았다가 떨렸다가 눈을 맞추고 싶었다가 눈을 피하고 싶었다가.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심장이 시킨다는 게 이런 건가봐. 도훈은 맞닿은 가슴에서 저와 같은 심장 소리를 들으며 깨달았다.
不知怎么又察觉到他在绞尽脑汁地思考,申正焕的大手轻轻抚摸着他的后脑勺。似乎只是想让他在自己怀里舒服地感受温暖。所以金道勋就这么做了。金道勋现在把优点、缺点、自尊心全都抛到脑后。恋爱时不需要计算有什么好处。也不需要考虑为什么对象必须是申正焕。因为这不是用头脑计算的领域。就是太喜欢了。和哥在一起的时候,一切都很好。想要更亲近。但心脏又怦然心动。指尖似乎也有些发麻。时而感到愉悦,时而感到紧张,时而想对视,时而又想避开目光。自己都不曾察觉的一面不断冒出来。大概这就是所谓的心之所向吧。金道勋听着紧贴的胸膛传来与自己相同的心跳声,恍然大悟。


"도훈아."  "道勋啊。"


크게 숨을 고르던 정환이 나지막이 저를 부른다.
深深地调整呼吸的申正焕轻声呼唤着我。


"언제부터 너 좋아했냐고 했지."  "你问我从什么时候开始喜欢你的。"


그 말에 쿵. 다시 도훈의 심장이 떨어졌다. 나 지금 엄청난 얘길 들을 것 같은데. 잠깐, 나 마음의 준비 좀.
听到这句话,咚。道勋的心又沉了下去。我感觉自己要听到一个惊人的消息了。等等,让我做个心理准备。


"네가 알 필요는 없는데."  "你不需要知道。"


어라?  咦?


"근데 이건 말해줄게."  "不过我会告诉你这个。"


그러면서 제 어깨를 살짝 밀어내고 시선을 맞춰온다. 꼭 닿아있던 몸이 이제야 떨어졌는데 그 온기가 아쉽지 않았다. 
说着,他轻轻推开我的肩膀,与我对视。紧贴在一起的身体此刻终于分开,但我并不觉得遗憾失去那份温暖。


"모르겠어."  "我不知道。"


단정한 네 글자가 들려왔다. 도훈은 가만히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传来了四个简洁的字。金道勋静静地等待着接下来的话。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어. 근데, 그냥 그렇게 됐어."
"我不知道是从什么时候开始的。但是,就这样发生了。"


저와 곧게 눈을 맞추며 말하는 그 얼굴에, 도훈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렇구나. 그냥 그렇게 된 거구나. 그게 마치 저에게도 해답 같았다. 누군가 제게 언제부터 정환을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똑같은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어. 근데 그냥 그렇게 됐어. 지금까지 들었던 어느 고백보다도 심장이 울리는 말이었다. 도훈은 몇 번이고 그 말을 곱씹으며 정환의 얼굴을 바라봤다. 밤하늘이 형 얼굴처럼 맑았다. 천장에 야광별 안 붙여도 될 정도로. 도훈은 이 밤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他直视着我的眼睛说话,金道勋不由自主地笑了。原来如此。就这样发生了啊。这对他来说似乎也是一个答案。如果有人问他从什么时候开始喜欢申正焕的,他觉得自己也能给出同样的回答。不知道从什么时候开始的。但就是这样发生了。这句话比他至今听过的任何告白都更让他心动。金道勋反复咀嚼着这句话,注视着申正焕的脸。夜空像哥哥的脸一样清澈。清澈到不需要在天花板上贴夜光星星。金道勋觉得自己永远不会忘记这个夜晚。


스무살 김도훈,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하고의 진짜 첫 연애였다. 
二十岁的金道勋,第一次和喜欢的人谈真正的恋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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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후기+tmi가 이어집니다.  简短的后记+一些小细节接踵而至。



+ 성년의날 외전   + 成年日番外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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