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모두에게 공평한 박성화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게 제 속이 편했다. 남 탓은 홍중이 알고 있는 회피 방법 중에 가장 쉬운 것이었다. 어쩌라고 내가 이런걸. 비겁해도 어쩔 수 없다고 자위했다. 그래도 돼. 안될게 뭐 있어. 이젠 남이잖아.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여러 가지 감정들은 오롯이 두 사람만의 것이었다. 제삼자를 앞에 두고 그것들을 기승전결 순서대로 늘어놓는 것은 홍중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如果有人问分手的理由是什么,我会回答说是因为对所有人都公平的朴星化。这样说让我心里舒服一些。把责任推给别人是金弘中所知道的最简单的逃避方法。那又怎样呢?我就是这样的人。即使卑鄙也没办法,我安慰自己。这样也可以啊,有什么不可以的。现在已经是陌生人了。他们之间发生的事情和各种情感完全是两个人的事。把这些事情按顺序一一列出来给第三者听,不符合金弘中的性格。


청아한 소리와 함께 소주잔이 맞닿았다. 출렁대다 이내 넘친 소주가 홍중의 손을 타고 흘렀다. 잔에 담겨있는 것을 한입에 털어 넣고는 입고 있는 티셔츠에 대충 손을 닦아냈다. 한참을 벼르고 벼르다 얼마 전에 새로 산 꽤 비싼 옷이었음에도 취기가 올라 알딸딸해진 홍중은 개의치 않았다.
清脆的声音中,烧酒杯碰在了一起。晃动的烧酒溢出,顺着弘中的手流了下来。他一口喝干杯中的酒,然后随便在穿着的 T 恤上擦了擦手。虽然这是他不久前才买的新衣服,而且还挺贵的,但已经有些醉意的弘中并不在意。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너희가 헤어지냐고 묻는 친구들을 앞에 두고 홍중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괜히 쓰고 있는 모자를 벗었다 고쳐 썼다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가,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란 소주잔의 입구를 빙글빙글 따라 그리는 의미 없는 행동이나 했다. 사실 다 나 때문이라고 털어놓고 울어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자존심이 센 성격 탓에 그냥 제 헤어진 연인을 욕하기로 한다. 성화도 이런 홍중을 본다면, 네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홍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 뻔했다. 너무 오래 만났나. 재미없다, 성화야. 우리 진짜 재미없다. 그런 말도 해버렸다. 그 말을 들은 박성화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얼마 전까진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남이 됐다. 상상만 해봤던 이 상황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꼭 꿈같았다. 스스로 만든 악몽이었다. 박성화 그 새끼가 얼마나 나빴냐면... 너넨 모를걸? 진짜 나쁜 놈이다, 걔. 아주 나빠. 말도 마.
到底发生了什么事,你们为什么分手?面对朋友们的询问,弘中沉默了很久。他无聊地摘下帽子又戴上,拉开椅子坐下,用食指沿着圆形烧酒杯的边缘画着毫无意义的圈。其实他也想过要不要坦白一切都是自己的错,然后大哭一场,但因为自尊心太强,他决定还是责怪自己的前任。要是星化看到这样的弘中,他一定会说,如果这样能让你心里好受点,那就这么做吧。毕竟星化是最了解弘中的人,这一点毋庸置疑。是不是在一起太久了?真没意思,星化。我们真的很没意思。他甚至说出了这样的话。朴星化听到这话时的表情至今难以忘怀,仿佛就在眼前。直到不久前,他们还是世界上最亲密的人,现在却成了陌生人。这个曾经只在想象中出现的情景,如今变成了现实,显得如此不真实,像是一场梦,是他自己制造的噩梦。朴星化那家伙有多坏,你们根本不知道吧?他真的是个坏蛋,真的很坏。别提了。


그 새낀 어떻게 꺼지라 한다고 진짜 꺼지냐? 한 번도 그런 적 없으면서.
那家伙怎么说滚就真的滚了?从来没有过这样的事。


사실 관계를 망친 건 자신이란걸 누구보다 잘 아는 홍중이었다. 박성화가 보고 싶었다.
事实上,搞砸关系的是自己,这一点金弘中比任何人都清楚。他很想见朴星化。




*

박성화와 김홍중이 처음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홍중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중2병을 제대로 앓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줄 이어폰을 귀에 꽂아 넣은 채 내내 잠만 자는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다. 홍중을 아는 동창들은 모두 홍중을 '아, 그 잠자는 애'로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 다했다.
朴星化和金弘中第一次见面是在初中二年级的时候。当时弘中正患上比瘟疫还可怕的中二病。休息时间,他总是戴着有线耳机,一直在睡觉,是个毫无存在感的学生。认识弘中的同学们都记得他是“啊,那睡觉的孩子”,这就说明了一切。


딱히 시력이 나쁜 것도 아니었으나 뿔테 안경을 썼다. 아마 조금이라도 제 얼굴을 가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의 홍중은 제 또래들이 유치했다. 그런 애들이 듣는 유행가도 유치했다. 책상에 엎드려 현실과 세상을 비판하는 가사로 쓰여진 힙합만 내도록 들어댔으니 세상이 밉고 못생기고 더러운 게 당연했다. 즐거운 일도 없었다. 그래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것만큼은 제 또래 애들 같았다.
他视力并不差,但还是戴了黑框眼镜。大概是想稍微遮住自己的脸吧。我想。当时的金弘中觉得同龄人很幼稚。他们听的流行歌也很幼稚。他趴在桌子上,只听那些批判现实和世界的嘻哈歌曲,所以觉得世界讨厌、丑陋、肮脏是理所当然的。也没有什么开心的事。即便如此,他还是做着想要创作那种音乐的梦。这一点倒是和同龄人一样。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무리가 뒷문으로 들어오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를 냈다. 이어폰을 꽂아둔 채였어도 파고드는 소음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오늘부터 제비뽑기로 교실 뒷문 바로 앞자리에 앉게 된 홍중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모두가 기피하는 앞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남중의 시끄러운 소리들과 땀 냄새가 어떤 때는 역하기까지 했다. 까다롭고 예민한 성정 탓이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기에 홍중은 귀에 꽂아둔 이어폰을 신경질적으로 빼내며 책상에 엎드렸던 몸을 일으켰다. 미간이 한껏 찌푸려진 채였다.
午休结束的铃声一响,操场上踢足球的一群人从后门进来,吵吵嚷嚷地说笑着。即使戴着耳机,刺耳的噪音还是让人不由得皱起了眉头。从今天起,靠抽签决定坐在教室后门前面的弘中觉得自己运气真差。他宁愿坐在大家都避开的前排,但没有选择的余地。男生们的吵闹声和汗味有时甚至让人感到恶心。这是因为他性格挑剔又敏感。今天正是这样的一天,所以弘中烦躁地拔掉耳机,抬起趴在桌上的身体,眉头紧皱。


아씨... 啊,真是的...

어, 미안해. 시끄러워서 깼어? 근데 어차피 수업 시작해서 너 일어나야 돼.
哦,对不起。吵醒你了吗?不过反正课已经开始了,你该起床了。


뒷문으로 들어오던 무리 중 하나가 홍중의 대각선 앞자리에 앉더니 홍중을 향해 몸을 틀며 말했다. 잔뜩 인상 쓴 홍중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더니 다시 앞을 보았다. 그리고는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쳐뒀던 교복 상의를 가져다, 입고 있던 까만 반팔 티 위에 걸쳐 입었다. 단추는 다 풀어헤친 채로 그냥 두고 교과서로 펄럭펄럭 부채질을 해댔다. 홍중은 그 애의 짧게 자른 뒷머리에서부터 이어지는 길쭉한 목덜미와 그 곳을 타고 땀이 흐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넓고 반듯한 어깨가 단정한 선으로 떨어져 있는 모양이 보고 있기에 심심하지 않았다. 교실 창을 통과해 들어온 초여름의 햇살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그 애를 비추고 있는 듯 보였다. 어쩌면 제비뽑기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后门进来的一群人中,有一个人坐在弘中的斜对面,转身对着弘中说道。尽管弘中满脸不悦的表情,他还是咧嘴一笑,然后又看向前方。他随意地从椅子上拿起校服上衣,披在身上穿着的黑色短袖 T 恤上。纽扣全都敞开着,他用课本扇着风。弘中默默地注视着他那短短的后脑勺延伸出的长长的脖颈,汗水顺着脖子流下来。宽阔而笔直的肩膀线条看起来很有趣。初夏的阳光透过教室的窗户照进来,仿佛聚光灯一样照在他身上。弘中心想,也许抽签运气好也是一种福气。


헐렁한 반팔 교복 셔츠의 소매 아래로 이어지는 팔뚝이 햇볕에 그을려있어 까맣고 단단해 보였다. 홍중은 땀 때문에 끈적할 것이 분명한 그 팔을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허여멀건 제 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괜히 그것이 부끄러워 책상 밑으로 숨겼다. 이유 없이 손을 꼼지락 거리다가 손거스러미를 뜯었다. 이상하게 쟤한테서는 땀 냄새가 안 나네, 그런 생각을 했다. 목 바로 아래까지 채워진 자신의 교복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단추를 다 채우는 게 단정해서 좋았는데 처음으로 숨이 차고 답답했다. 이내 앞문으로 선생님이 들어와 반장 하고 부르자 그 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애의 목소리를 따라 반 전체가 인사했다. 맞다, 반장이었지. 그러니까 이름이...
松垮的短袖校服衬衫袖子下露出的手臂被阳光晒得黝黑,看起来结实有力。弘中想着因为汗水而黏糊糊的那只手臂,忍不住想要触摸一下,然后低头看了看自己苍白的手臂。因为觉得尴尬,他把手臂藏到了桌子底下。无所事事地摆弄着手指,撕起了指甲边缘的倒刺。奇怪的是,他身上竟然没有汗味,弘中这样想着。手指摸索着自己扣到脖子下面的校服纽扣。平时觉得扣好纽扣很整洁,但这次却第一次感到喘不过气来。很快,老师从前门走进来,叫了一声班长,那孩子便站了起来。全班跟着那孩子的声音一起问好。对了,他是班长。那他的名字是...




*

박 성 화. 홍중은 제 맞은 편에 앉은 그 애의 가슴팍에 붙어있는 명찰을 멍하니 보았다. 노란 실로 자수가 놓아진 이름을 몇 번 마음속으로 되뇌다가 천천히 시선을 얼굴로 옮겼다. 여느 때와 같이 단추가 다 풀어헤쳐진 교복 셔츠를 입은 박성화는 식판 위에 놓인 음식들을 입안이 가득 차도록 욱여넣고 있었다. 며칠은 굶은 사람 같았다. 음식이 가득 차 빵빵해진 볼로 저와 달리 숟가락질을 하지 않는 홍중을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항상 식판에 몇 가지 음식을 남기는 홍중은 성화의 먹는 모습이 신기했다. 혼자가 편해 점심시간에도 혼자이길 자처하던 홍중에게 처음으로 다가온 사람이었다. 같이 먹어도 되지? 그렇게 묻고는 홍중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에 앉더니 먹기에만 바쁜 것이다.
朴星化。弘中呆呆地看着坐在他对面的那个人胸前的名牌。心里默念了几遍用黄色丝线绣上的名字,然后慢慢地把视线移到他的脸上。和往常一样,穿着扣子全都解开的校服衬衫的朴星化正把餐盘上的食物塞得满嘴都是,看起来像是饿了好几天似的。朴星化鼓着满是食物的脸颊,疑惑地看着没有动勺子的弘中。总是会在餐盘里剩下几样食物的弘中,对星化的吃相感到很新奇。星化是第一个在午餐时间主动接近喜欢独处的弘中的人。“可以一起吃吗?”他这样问道,然后不等弘中回答就坐下,忙着吃起来。


너 왜 안 먹어? 맛이 없어?
你为什么不吃?不好吃吗?

아니... 근데 너 원래 같이 먹는 친구들 있지 않아?
不是……但是你不是有一起吃饭的朋友吗?

아, 애들이랑은 이따 축구하러 갈 거야. 너랑 먹고 싶은데 그러면 안 돼?
啊,我等会儿要和孩子们去踢足球。我想和你一起吃饭,这样可以吗?

안된다고 하면 갈래?  如果我说不行,你还会去吗?

아닝.  아닝. Translated Text: 不是。

그래, 그럼. 好,那就这样吧。


성화는 홍중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씨익 웃고는 숟가락질에 열중했다. 다시 빵빵하게 부푸는 볼을 보다가 홍중도 숟가락을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인 게 불편할 법도 했지만 밥을 먹는 게 힘들지 않았다. 이유는 몰라도 박성화는 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것저것 반찬을 깨작대는 홍중의 식판 위로 돈까스 반덩어리가 놓였다. 손도 안 댄 돈까스가 졸지에 한개하고도 반이 됐다.
성화는 홍중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씨익 웃고는 숟가락질에 열중했다. 다시 빵빵하게 부푸는 볼을 보다가 홍중도 숟가락을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인 게 불편할 법도 했지만 밥을 먹는 게 힘들지 않았다. 이유는 몰라도 박성화는 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것저것 반찬을 깨작대는 홍중의 식판 위로 돈까스 반덩어리가 놓였다. 손도 안 댄 돈까스가 졸지에 한개하고도 반이 됐다. 朴星化似乎对弘中的回答感到满意,咧嘴一笑,专心致志地用勺子吃饭。看着再次鼓起的脸颊,弘中也拿起了勺子。虽然和别人一起吃饭可能会感到不自在,但吃饭并不困难。不知道为什么,朴星化并不是让他感到不舒服的人。就在弘中挑拣着各种小菜的时候,一半的炸猪排放在了他的餐盘上。没动过的炸猪排一下子变成了一块半。


넌 살 좀 쪄야 될 것 같아.
你好像需要增点肥。


그거 아무한테나 주는 거 아니다? 먹는걸 보아하니 진짜 그래 보였다. 제 식판과 달리 성화의 식판은 어느새 많이 비워져 가고 있었다.
那可不是随便给谁的,看他吃的样子,确实是这样。和我的餐盘不同,星化的餐盘已经快空了。


나 돈까스 안 좋아해.  我不喜欢猪排。

엥? 진짜? 그럼 다시 나 줘.
嗯?真的?那再给我吧。


보통은 그래도 먹으라고 하지 않나. 줬던 돈까스를 다시 가져가는 성화 때문에 웃음이 날 것 같아서 꾹 참아냈다. 내 것도 너 먹어. 홍중은 제 몫의 돈까스를 성화의 식판에다 옮겼다. 홍중아, 너 진짜 착하다... 저를 보며 그렇게 얘기하는 눈빛이 진심으로 감동에 젖어있어 홍중은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야 너 웃으니까 되게 잘생겼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通常不是会让人吃吗?因为星化把给过的炸猪排又拿回去,我差点笑出来,但还是忍住了。你吃我的吧。弘中把自己的炸猪排移到了星化的餐盘里。弘中啊,你真好……看着我说出这样的话,眼神里充满了真诚的感动,弘中最终大笑了起来。哎,你笑起来真帅。我还是第一次见到这么自然地说出这种话的人。


너 그럼 돈까스 말고 무슨 반찬 좋아하는데?
那你除了炸猪排还喜欢什么小菜?

글쎄... 소시지 같은 거? 嗯... 像香肠之类的?

다음에 소시지 나오면 너 다 줄게.
下次有香肠的话我全给你。


식판을 깨끗하게 비워낸 성화는 축구하러 가자는 제 친구들의 말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홍중은 잠시 자리를 지키다가 음식을 반 정도는 남기고 혼자 교실로 향했다. 그날부터는 교실 앞 복도 창문에서 축구하는 성화를 구경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성화는 소시지를 좋아한다는 홍중의 말을 기억하고 정말로 그 후로 모든 소시지를 홍중의 식판에다 몰아줬다. 먹는 모습을 봐야겠다며 홍중이 다 먹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축구하는 무리에 제일 늦게 합류했다. 홍중은 그게 좋아서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소시지를 꾸역꾸역 먹고 볼살을 찌웠다. 한참이 지나 생각해보니 참 중학생다운 사랑이었다.
食盘清理干净的星化对朋友们说抱歉,拒绝了他们一起去踢足球的邀请,先离开了。弘中则在原地待了一会儿,吃了一半的饭后独自回到了教室。从那天起,他有了一个新的爱好,就是在教室前的走廊窗户旁观看星化踢足球。星化记得弘中说过他喜欢香肠,于是之后每次都把所有的香肠都放到弘中的食盘里。星化说要看着他吃完,于是一直坐在那儿,直到弘中吃完才最晚加入踢足球的队伍。弘中因为喜欢星化的举动,勉强吃下了自己并不特别喜欢的香肠,脸颊也因此变得圆润了。过了很久再回想起来,这真是一段很中学生的爱情。




*

박성화와 김홍중은 어느새 서로의 집까지 드나들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홍중은 성화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붙임성 좋은 성화의 성격 덕에 홍중의 어머니도 성화를 좋아했다. 홍중이 집에 친구를 데려온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생일 파티를 해주겠다며 친구들을 데려오라던 어머니의 말에 억지로 친구들을 초대 했던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날 먹고 체해서 다 토했던 케이크가 초코케이크였던가. 나쁜 기억은 참 오래도 남는다.
朴星化和金弘中不知不觉间已经亲密到可以随意出入对方的家。弘中认为这是因为星化的努力才成为可能的。由于星化性格开朗,弘中的母亲也很喜欢他。自从小学低年级时,母亲为了给他办生日派对而强迫他邀请朋友们来家里之后,弘中还是第一次带朋友回家。那天吃坏肚子全吐出来的蛋糕是巧克力蛋糕吗?坏记忆真是留存得特别久。


홍중은 침대 위에 엎드린 채, 성화는 바닥에 앉아 홍중의 침대에 등을 기댄 채 서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나 이제는 자연스러웠다. 형이랑 다툰 날에도 엄마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줬던 날에도 홍중은 혼자였던 적이 없는 사람처럼 성화에게 이야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성화는 커다란 투게더 아이스크림 통을 껴안고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으며 홍중의 이야기를 들었다. 낡은 선풍기가 달달 떨리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고 있었다. 바람이 성화를 향할 때마다 홍중에게 성화의 냄새가 훅 하고 끼쳤다.
弘中趴在床上,星化坐在地上,靠着弘中的床,互相聊着琐碎的事情。以前这是无法想象的事,但现在却很自然。即使是和哥哥吵架的那天,或者妈妈做了泡菜炒饭的那天,弘中也毫不犹豫地向星化倾诉,仿佛他从来不是一个人。星化抱着一个大大的 Together 冰淇淋桶,用勺子大口大口地吃着,听着弘中的故事。旧电风扇发出嗡嗡的震动声,缓慢地左右摇头。每当风吹向星化时,弘中就能闻到星化的气味。


나 고등학교 가면 꼭 음악 할 거야.
我上高中后一定要做音乐。

예고 갈 거야? 你要去预告吗?

아니. 엄마가 그건 안된대. 그냥 일반고 가야 돼. 공부하면서 음악도 배울 거야.
不行。妈妈说那不行。只能去普通高中。我要一边学习一边学音乐。

멋지다, 홍중이. 真帅啊,弘中。

너는? 你呢?

나는 음... 일단 너랑 같은 고등학교 가고 싶은데.
我...首先想和你上同一所高中。


그리고 여자친구 사귀는 거.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녹이느라 발음이 뭉개졌어도 똑똑히 들렸다. 사실 홍중은 성화가 연애하는걸 상상해 본 적이 꽤 많았다. 아무리 성화 외에는 친한 친구가 없었다고 해도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말들이 많았다. 옆학교 누가 성화를 좋아한다느니, 같은 학원 다니는 누가 성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느니. 그런 말들을 주워들을 때마다 연애하는 성화를 상상했다. 잘생긴 얼굴에 키도 크고 인기도 많았으니 딱 어울리는 예쁜 여자애를 사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와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는 모습이나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명치가 아팠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하나뿐인 친구와 멀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여자친구 사귀는 거.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녹이느라 발음이 뭉개졌어도 똑똑히 들렸다. 사실 홍중은 성화가 연애하는걸 상상해 본 적이 꽤 많았다. 아무리 성화 외에는 친한 친구가 없었다고 해도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말들이 많았다. 옆학교 누가 성화를 좋아한다느니, 같은 학원 다니는 누가 성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느니. 그런 말들을 주워들을 때마다 연애하는 성화를 상상했다. 잘생긴 얼굴에 키도 크고 인기도 많았으니 딱 어울리는 예쁜 여자애를 사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와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는 모습이나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명치가 아팠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하나뿐인 친구와 멀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和女朋友交往。即使因为嘴里含着冰淇淋发音含糊不清,也听得很清楚。其实,弘中曾经很多次想象过星化谈恋爱的样子。尽管除了星化之外没有其他亲密的朋友,但无意中听到的事情却很多。隔壁学校的谁喜欢星化,或者同一个补习班的谁想要星化的电话号码。每次听到这些话时,他都会想象星化谈恋爱的样子。因为星化长得帅,个子高,人气也很高,所以他觉得星化会和一个漂亮的女孩交往。每当他想象星化和女朋友挽着手并肩走路,或者面对面吃饭的样子时,他的心口就会隐隐作痛。每当这种时候,他总是认为自己是因为害怕唯一的朋友会离自己远去。


넌 잘생겨서 인기 많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금방 사귈 것 같아.
你长得帅,所以很受欢迎,只要你想,很快就能交到女朋友。

너도 마찬가지야. 아무한테도 관심 없어 보이긴 하지만.
你也是一样的。虽然看起来对任何人都不感兴趣。

아냐, 나도 관심 있어. 不,我也感兴趣。


그 관심이 박성화 한정이었으니 문제였다. 그랬어도 연애 대상으로써의 관심은 아니라고, 오히려 동경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저와 다른 성화가 사실은 부러웠지만 내색하진 않았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동경이었다. 근데 난 너만큼 성격이 좋지도 않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홍중이 얼버무리며 말을 흐리자 성화가 몸을 뒤로 돌려 엎드린 홍중을 마주 봤다. 일어나서 앉아봐. 성화의 말에 몸을 일으킨 홍중이 침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성화는 침대로 올라와 홍중의 옆에 나란히 걸터앉더니 자신이 먹던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뜨고는 그대로 홍중의 입에다 넣어주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성화의 말에 홍중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혀로 아이스크림을 녹였다. 그런 홍중을 보던 성화는 손을 뻗어 홍중이 쓰고 있던 뿔테 안경을 벗겨냈다. 홍중의 놀라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더니 이번엔 목까지 단단히 채워진 교복 셔츠 단추를 하나 풀어냈다. 성화의 손이 닿은 목이 새빨개졌다.
那份关注只限于朴星化,这才是问题所在。即便如此,他也不认为那是作为恋爱对象的关注,反而更像是仰慕。其实他很羡慕和自己不同的星化,但从未表现出来,所以无论怎么想都只是仰慕而已。可是我性格没有你好,也没有你长得帅……弘中含糊其辞地说着,星化转过身来面对趴着的弘中。起来坐好。听到星化的话,弘中起身盘腿坐在床上。星化爬上床,坐在弘中的旁边,用自己吃过的勺子舀了一勺冰淇淋,直接喂到弘中的嘴里。别说那种话。听到星化的话,弘中微微点头,用舌头融化了冰淇淋。看着这样的弘中,星化伸手摘下了弘中戴着的黑框眼镜。尽管弘中显得很惊讶,星化也毫不在意,这次解开了他紧扣到脖子的校服衬衫纽扣。星化的手碰到的脖子变得通红。


됐다. 예뻐졌네. 好了。变漂亮了。


원래도 예뻤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활짝 웃었던 게 화근이었나. 선풍기가 일으킨 바람을 타고 성화의 짧은 머리카락이 날렸다. 웃음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향이 났다. 홍중은 제 마음속에서 무언가 큰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原来就很漂亮。但是那样说着灿烂地笑了起来,是不是祸根呢。电风扇吹起的风中,星化的短发飞扬起来。笑容中带着香草冰淇淋的香气。弘中直觉到自己心里发生了什么大事。




*

반장은 점심 먹기 전에 선생님이랑 잠깐 얘기 좀 하자.
班长,午饭前和老师聊一会儿。


네에. 하고 대답을 늘어뜨린 성화가 홍중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다. 미안하다며 사과의 말도 덧붙였다. 찌푸려진 미간을 보다 고개를 끄덕인 홍중은 반 전체가 빠르게 급식실로 빠져나가는 것을 기다린 후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식실까지 향하는 걸음이 무거워 바닥에 실내화가 질질 끌렸다. 예전의 나는 혼자 밥 먹는 게 진짜 좋았었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급식실에 혼자 앉아있는 게 무서웠다. 야, 오늘 돈까스래. 제 옆을 지나치는 학생들 틈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교실로 향했다. 성화와 함께 갈 요량이었다. 박성화 없으면 누가 내 돈까스 먹어줘.
“네에.” 하고 대답을 늘어뜨린 朴星化가 金弘中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다. 미안하다며 사과의 말도 덧붙였다. 찌푸려진 미간을 보다 고개를 끄덕인 金弘中은 반 전체가 빠르게 급식실로 빠져나가는 것을 기다린 후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식실까지 향하는 걸음이 무거워 바닥에 실내화가 질질 끌렸다. 예전의 나는 혼자 밥 먹는 게 진짜 좋았었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급식실에 혼자 앉아있는 게 무서웠다. “야, 오늘 돈까스래.” 제 옆을 지나치는 학생들 틈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교실로 향했다. 朴星化와 함께 갈 요량이었다. 朴星化 없으면 누가 내 돈까스 먹어줘.


그래... 앞으로도 잘 좀 지내줘. 자꾸 부탁해서 선생님이 미안해.
好吧……以后也请好好相处。总是拜托你,老师很抱歉。

아니예요. 不是的。

항상 혼자인 홍중이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몰라. 성화 덕에 한시름 놨어.
因为弘中总是一个人,我不知道有多担心。多亏了星化,我才松了一口气。

저도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我也是因为喜欢才做的。

고마워. 성화가 반장이라 많이 든든하네.
谢谢。星化是班长,真是让人安心。


교실 문 앞에 우두커니 선 홍중은 선생님 앞에서 웃고 있는 성화의 옆얼굴을 오래 지켜보았다. 눈을 뗄 정신도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느껴보는 커다란 배신감에 온 몸이 잘게 떨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때의 제 표정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교실 문을 열고 바로 앞에 선 홍중을 마주한 성화의 표정은 꼭 세상이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으니 저 또한 그랬을 거라고 짐작만 했다.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고 하던 어떤 시를 이제서야 이해할 것 같았다. 저들의 다정이 자신을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딱 죽고 싶을 정도로 비참했으니 성공한 셈이었다.
教室门前呆呆站着的弘中,久久地注视着在老师面前微笑的星化的侧脸。似乎连移开视线的精神都没有。第一次感受到如此巨大的背叛感,全身不停地细微颤抖着。不知道当时自己的表情是怎样的,但当教室门打开,站在门前的弘中与星化对视时,星化的表情看起来就像世界崩塌了一样,所以他也只能猜测自己当时的表情也是如此。现在才明白那句“温柔会杀死我”的诗句。他们的温柔显然是要杀死自己。因为感到如此悲惨,简直想死,这也算是成功了。


홍중아, 내 말 좀 들어봐.
弘中啊,听我说。

꺼져. 滚开。


제 팔을 잡는 성화의 손을 뿌리치고는 그대로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뒤늦게 교실을 나온 담임 선생님까지 홍중을 불러댔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홍중은 그날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이틀을 내리 앓았다. 성화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홍중의 집을 찾았지만, 이불을 뒤집어쓴 채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어머니가 저 대신 성화에게 사과하는 소리가 들려도 내다보지 않았다.
我甩开抓住我胳膊的朴星化的手,径直离开学校,朝家走去。班主任老师也在教室里叫着金弘中的名字,但他没有回头。那天,金弘中得了连狗都不会得的夏季感冒,连续两天没能去学校。朴星化在下课后立刻去了金弘中的家,但金弘中躲在被子里,坚持不见他,朴星化只好失望地回去了。即使听到母亲替他向朴星化道歉的声音,金弘中也没有出来。


성화랑 싸웠니? 你和星化吵架了吗?

걔가 누군데. 他是谁。


저 고집을 누가 말려. 하며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아무 데나 던져둔 핸드폰이 내도록 울렸다. 성화에게서 쉴 새 없이 메시지나 전화가 오는 탓이었다. 개중에는 담임 선생님의 부재중 전화도 몇 통 섞여 있었다. 홍중아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오해한 거야. 내가 사과할게. 나 진심으로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나 안보겠다고 해도 나는 너가 좋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랑 계속 친구 해주면 안될까. 잘못했어. 진심이야. 온통 그런 말들이 적혀있는 메시지를 몇 개만 보다가 말았다. 진심이라는 말 조차 진심이 맞는지 알 길이 없었다.
那固执劲儿谁能劝得住。听到房门关上的声音后,我才把脸埋进枕头里哭了起来。随意扔在一旁的手机不停地响着。因为星化不停地给我发消息或打电话。其中还夹杂着几通班主任的未接来电。弘中啊,拜托听我说。你误会了。我会道歉的。我是真心想和你亲近才那样做的。即使你说不想见我,我还是喜欢你。我想继续和你做朋友。能不能继续和我做朋友?我错了。我是认真的。那些信息里全是这样的内容。我只看了几条就停下了。连“真心”这个词是否真心,我都无从得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