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졌나 보다. 산은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계절을 실감했다. 적당히 두꺼운 가디건을 반팔 위에 껴입고 따뜻한 라떼를 마시면 적당히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 산에게 가을이란 일 년 내내 기다려 찰나의 순간 즐길 수 있는 그런 나날들이었다. 산은 그 계절의 틈새가 좋았다.
秋天似乎更深了。伞喝着温暖的拿铁,感受到了季节的变化。穿着适中的厚毛衣,里面是短袖,喝着温暖的拿铁,这样的天气让人心情愉快。对伞来说,秋天是一年中等待的瞬间,可以享受的日子。伞喜欢这个季节的缝隙。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우영이 산을 불러낸 곳은 학교 근처에 있는 공원이었다. 산은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탈탈 끌고 걸어오는 우영을 보며 코를 훌쩍였다. 나 커피 마실 수 있는 나이인데. 띠롱띠롱, 종을 울리며 초등학생이 멀뚱히 서 있는 산의 옆을 지나갔다. 아이의 자전거 보조 바퀴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우영은 마냥 해맑았다. 저 손잡이 끝에 오색빛깔 술이 주렁주렁 달리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길 지경이었다.
然而今天有点不同。友荣叫伞出来的地方是学校附近的公园。伞看着友荣拖着带辅助轮的自行车走过来,抽了抽鼻子。我都能喝咖啡了。叮铃叮铃,一个小学生按着铃铛从伞旁边经过。孩子的自行车辅助轮发出咯噔咯噔的响声。友荣依然一脸灿烂。伞甚至感激那车把上没有挂满五颜六色的流苏。

 

“나 조금 부끄러워.” “我有点害羞。”

“넘어져서 다치는 것보단 훨씬 나아. 한 짝씩 떼어가면서 배우는 거야.”
“比起摔倒受伤,这要好得多。一步一步学着走。”

 

우영은 산을 조막만한 안장 위에 앉히고 뒤에서 감싸 안아 손잡이를 잡았다. 갓 태어난 기린 마냥 비틀거리는 손잡이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앞바퀴가 흔들릴 때마다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우영이 팔에 힘을 줘가며 버텼다. 산이 슬그머니 손잡이에서 힘을 빼자 우영이 가슴을 등에 붙여오며 바짝 붙었다.
友荣把伞放在小小的车座上,从后面抱住他,握住了车把。像刚出生的小鹿一样,伞的手把握不住车把,摇摇晃晃。每当前轮晃动时,友荣就用力稳住摇摆的自行车。当伞悄悄松开车把时,友荣紧紧贴在他的背上。

 

“힘 빼지 마.” “别费力气。”

“아, 근데, 잠깐만.” “啊,等一下。”

“빨리 잡아. 발을 굴러야지.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안 되고! 위험하다고!”
“快抓住。要踩脚踏板。不能把脚从踏板上移开!很危险的!”

“왜 나한테 화내?” “为什么对我发火?”

“아이, 화를 낸 게 아니라.”
“哎呀,我不是在生气。”

 

크게 기운 자전거를 바로 세운 우영이 산의 발목을 움켜쥐어 페달 위에 올리며 언성을 높였다. 산이 삐죽거리자 또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산은 발로 우영의 손을 가볍게 툭 쳐냈다. 우영이 오버스럽게 넘어지는 시늉을 하며 또 자지러지게 홀로 웃었다. 우영의 웃음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흘깃거렸다. 부모님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속에서 우영과 제 존재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우영과 자신이 이렇게 자전거를 알려주고 배울만한 사이이긴 했던가.
크게 기운 자전거를 바로 세운 우영이 산의 발목을 움켜쥐어 페달 위에 올리며 언성을 높였다. 산이 삐죽거리자 또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산은 발로 우영의 손을 가볍게 툭 쳐냈다. 우영이 오버스럽게 넘어지는 시늉을 하며 또 자지러지게 홀로 웃었다. 우영의 웃음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흘깃거렸다. 부모님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속에서 우영과 제 존재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우영과 자신이 이렇게 자전거를 알려주고 배울만한 사이이긴 했던가. 우영扶正了歪斜的自行车,抓住伞的脚踝,把它放在踏板上,提高了声音。伞撅起嘴,友荣又笑得眼睛弯弯的。伞用脚轻轻地拍了拍友荣的手。友荣夸张地假装摔倒,又独自笑得前仰后合。友荣的笑声引得路过的人们纷纷侧目。在和父母一起骑自行车的孩子们中间,友荣和自己的存在显得格格不入。仔细想想,友荣和自己真的有这样的关系,可以教和学骑自行车吗?

 

함께 밤새 술을 마시고, 밤을 보내고, 해장국을 먹고 헤어진 날 이후로 느낀 것은 우영은 생각보다 산의 근처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시끌벅적한 곳을 바라보면 사람들의 중심에 우영이 있었다. 친구라고 할 사람을 굳이 꼽자면 성화나 홍중 정도를 고르는 산이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친구인 우영에게 저라고 그들 중 하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렇게 수긍하면 어느 새 우영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一起通宵喝酒,度过夜晚,吃解酒汤后分开的那天之后,伞意识到友荣比他想象中更接近自己。只要稍微看向热闹的地方,友荣总是在人群的中心。如果要勉强说出朋友的话,伞会选择星化或弘中。每个路过的人都是友荣的朋友,没有什么规定说他不能成为其中之一。这样一想,友荣已经悄悄靠近了。

 

“산아!” “伞啊!”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면서. 지나가던 사람 중 하나가 아닌, 산에게 성화나 홍중쯤 되는 그런 특별한 사람처럼 굴면서. 우리 하루 만났는데.
亲切地叫着名字。不是像路过的陌生人,而是像对待伞那样特别的人一样。我们才见了一天。

 

“주말에 잊지 마. 나 이미 자전거 구했다.”
“周末别忘了。我已经搞到自行车了。”

“그걸 왜 네가 구해? 그냥 빌리면 되지.”
“那你为什么要买?直接借不就行了吗?”

“넌 초보자가 아무거나 몰 거야? 큰일 날 소리 하네, 얘가. 너 그러다 무르팍이랑 팔꿈치 다 까지고서야 잉잉 울래? 그냥 고마워, 하고 받아.”
“你是新手,什么都敢骑吗?真是胡说八道。你这样下去,膝盖和胳膊肘都会擦伤,到时候哭鼻子。就说声谢谢,然后接受吧。”

“……그래, 고마워.” “……是啊,谢谢。”

 

우영은 얌전히 대답하는 산의 볼을 툭 건드리며 웃고는 경쾌한 걸음걸이로 사라졌다. 선운 그 길로 외벽을 꺾어 홍중과 담배를 피우고 있을 성화를 찾아갔다. 의자에 앉아 보기 드물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홍중이 다가오는 산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누가 봐도 방해가 되니 꺼지라는 표정이다. 저런 눈에 몇 번 상처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산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화에게 바짝 다가갔다. 담배를 싫어하는 산을 아는 성화가 담배를 비벼 끄고 산을 부드럽게 내려다봤다. 반면 산의 눈은 세모꼴이었다.
友荣轻轻碰了碰伞的脸颊,笑着用轻快的步伐消失了。伞顺着那条路绕过外墙,去找正在和弘中抽烟的星化。坐在椅子上,难得露出笑容聊天的弘中看到走近的伞,脸色变得僵硬。那表情明显是在说“你打扰到我们了,快走开”。伞曾多次被这样的眼神伤害过,但他毫不在意,径直走向星化。知道伞讨厌烟的星化把烟掐灭,温柔地低头看着伞。相反,伞的眼睛却是三角形的。

 

“걔 원래 그래요?” “他本来就是那样吗?”

“뭔 소리야?” “什么声音?”

“정우영이요.” “郑友荣。”

“아.” “啊。”

 

까칠하게 받아쳤던 홍중이 우영의 이름을 듣자마자 대화에서 쏙 빠졌다. 성화도 대충 짐작이 간다는 듯 웃었다.
一听到友荣的名字,刚才还态度冷淡的弘中立刻从对话中退出了。星化也笑了笑,似乎猜到了什么。

 

“왜? 못되게 굴어?” “为什么?你在耍坏吗?”

“자전거를 알려주겠대요.” “他说要教我骑自行车。”

“너 자전거 못 타냐?” “你不会骑自行车吗?”

 

홍중이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눈을 보니 놀리고 싶어 죽겠는 눈이다.
弘中一脸忍不住想说话的表情,把香烟叼在嘴里。从他的眼神可以看出,他简直想要逗死你。

 

“둘은 화해했네요? 홍중이 형은 왜 잠수 탔었대요?”
“他们和好了吗?弘中哥为什么消失了?”

“저거 봐라.” “看那个。”

“응? 왜 또 잠수 탔었는데?”
“嗯?你又为什么消失了?”

“말이 짧다?” “说话不礼貌?”

 

홍중이 벤치 등받이에 턱을 괴며 웃었다. 일부러 건드릴 생각이긴 했는데 홍중의 반응이 영 싸했다. 이 소재가 영 불편한 눈치로 보여 산도 그저 흘겨보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홍중도 더 묻지 않고 담배를 비벼 끄며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대신 성화가 다시 담배갑을 만지작거렸다.
弘中靠在长椅的靠背上笑了笑。他本来是想故意挑衅一下,但弘中的反应却很冷淡。看起来这个话题让他很不舒服,伞也只是瞥了他一眼就结束了对话。弘中也没有再问什么,掐灭了香烟,安静地转移了视线。相反,星化又开始摆弄起香烟盒。

 

“자전거 알려준다고 하는 거면 좋은 거 아니야? 친해졌나 보네.”
“教他骑自行车不是好事吗?看来他们变亲近了。”

“걔가 저에 대해서 뭐라고 말 안 해요?”
“他没有说过关于我的什么吗?”

“글쎄. 너희 두고 갔다고 엄청 징징거리긴 했어.”

“끝이에요?” “结束了吗?”

“끝인데. 아무튼 안 그래도 그거 미안해서 밥이라도 사주려고 날짜 잡아보라고 하려 했는데. 자전거 언제 알려준대?”
“是结束了。反正我本来就因为那个感到抱歉,想请你吃饭,打算让你定个日期。自行车什么时候教我?”

“이번 주말이요.” “这个周末。”

 

혹시 우영이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밤 일에 대해서 성화에게 말한 건 없을까 하였는데, 딱히 그런 건 없는 듯했다. 기운이 빠진 산이 홍중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或许友荣没有对星化提起那天晚上他自己不记得的事情,但似乎并没有那样。精疲力尽的伞一屁股坐在了弘中的旁边。

 

“나 별로 자전거 안 배워도 되는데.”
“我其实不太需要学骑自行车。”

“그럼 싫다고 거절을 해.” “那就拒绝吧。”

 

산은 벤치에 기대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다 무르익은 낙엽 몇 개가 바람을 간신히 버티며 흔들리고 있었다. 산이 계속 낙엽을 쳐다보고 있자 홍중이 손을 뻗어 낙엽을 툭 건드렸다. 낙엽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흔들리며 산의 무릎으로 떨어졌다.
伞靠在长椅上仰望着天空。几片已经完全成熟的落叶在风中摇曳,勉强坚持着。伞一直盯着那些落叶看,弘中伸出手轻轻碰了一下落叶。落叶随风慢慢摇摆,最终落在了伞的膝盖上。

 

“이런 날에 자전거 타면 기분이 좋대서……. 그냥 이 기회에 배워볼까 봐요.”
“听说在这样的日子骑自行车会让心情变好……所以我想趁这个机会学一下。”

 

산이 가을의 한 조각을 들고 빙글빙글 돌리며 중얼거렸다.
伞拿着一片秋叶,边转边喃喃自语。

 

 

그리하여 오늘인 것이다. 정우영이 볼을 톡 건드린 게 뭐라고, 저 하루 만난 애가 뭐라고 급속도로 친해지며 졸지엔 허리까지 한 손에 붙잡힌 상태가 됐다. 덜컹덜컹 소리를 내는 보조 바퀴가 너무 창피해 떼자고 사정을 했고, 그것까지 예상했는지 우영은 육각 렌치로 익숙하게 보조 바퀴를 풀어냈다. 덕분에 유연성은 좋지만 균형감각이 영 떨어지는 산은 몇 번이고 넘어져 맨바닥에 무릎을 찧었다. 기우뚱 쓰러지는 것을 반사력 좋게 잡아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우영은 쓰러지는 산을 모두 받아내지는 못했다. 오기가 생겨 울긋불긋 변해버린 얼굴로 산이 다시 안장에 올라앉았다.
于是今天就这样了。郑友荣轻轻碰了一下他的脸颊,那天才见了一面的孩子,怎么就这么快亲近起来了,结果一只手就抓住了他的腰。因为觉得辅助轮发出的咯噔咯噔声太丢人了,他恳求把它们拆掉,似乎早就预料到了这一点,友荣熟练地用六角扳手拆掉了辅助轮。多亏了这个,虽然伞的柔韧性很好,但平衡感却很差,摔了好几次,膝盖磕在了地上。反应灵敏地接住摇摇欲坠的伞也就一两次,友荣并不能每次都接住摔倒的伞。伞带着因为倔强而变得红彤彤的脸,再次坐上了车座。

 

“산아, 이제 나는 핸들에서 손을 뗄 거야. 뒤에서 잡아주다가 네가 놓으라면 놓을게. 놓으라고 한 다음에 페달을 더 세게 밟아 봐.”
“伞啊,现在我要把手从把手上拿开了。我会在后面扶着你,你说放手我就放手。你说放手之后,再用力踩踏板试试看。”

“아니, 놓지 말아 봐. 나 진짜 무섭단 말이야. 무릎도 너무 아파. 잡고 있어 줘.”
“不要放开我。我真的很害怕。我的膝盖也很疼。请抓住我。”

 

우영이 입술이 꿈틀거리는 얼굴로 산을 빤히 보았다. 우영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友荣用嘴唇微微颤动的表情盯着伞看。友荣点了点头表示明白。

 

“그럼 보조바퀴 한쪽만 달자. 내가 오른쪽에서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가 봐.”
“那就只装一个辅助轮吧。你就想象我在右边扶着你,试试看。”

 

우영은 오른쪽에 다시 보조 바퀴를 달아주었다. 그러다 무슨 노래를 흥얼거린다.
友荣又在右边装上了辅助轮。然后他开始哼起了某首歌。

 

바람이 불어서 눈을 감았더니 내게로 달려오네 가을이
风吹过来,我闭上眼睛,秋天向我奔来

젖은 머리로 넌 어디를 다니나 코끝엔 익숙한 그대 머리 향기
湿漉漉的头发,你要去哪里?鼻尖上是熟悉的你的发香

 

“무슨 노래야?” “什么歌?”

“안 알려줘.” “不告诉你。”

“그대, 오늘 나한테 좀 너무해.”
“你今天对我有点过分了。”

 

산이 노랫말을 따라 하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우영이 또 혼자 막 웃는다.
伞跟着歌词嘟囔着。这时友荣又一个人笑了起来。

 

“그래, 그대. 이번에 성공하면 좀 부드럽게 굴어주지.”
“对啊,你。如果这次成功了,就对我温柔点吧。”

“좋았어.” “太好了。”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 뒤에서 잡고 있다가 손 뗄게. 기억해, 한쪽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고 가는 거야. 뒤돌아봐도 있을게.”
“受伤是最重要的。我会在后面抓住你,然后放手。记住,想象我在你的一边走。即使回头看,我也会在。”

 

산이 한쪽 페달에 발을 올리고 제법 결연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섰다. 오색빛깔 술이 달린 자전거가 종을 띠롱띠롱 울리며 지나가길래 잠시 기다려주는 사이에도 표정이 제법 매서웠다. 아마 저 여자애가 봤으면 울었을 테다. 우영은 산의 손잡이를 같이 잡아주며 산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이 너무 매정하게 굴었나, 잠깐 되돌아본다.
伞一只脚踩在踏板上,脸上带着相当坚定的表情,望向前方。五彩缤纷的流苏挂在自行车上,铃铛叮铃叮铃地响着经过,伞的表情在等待的片刻间依然相当严肃。要是那个女孩看见了,肯定会哭的。友荣握住伞的车把,看着伞的脸,心里想着。然后,他回想了一下,今天自己是不是太冷酷了。

 

“한 바퀴 돌고 돌아오면 삼겹살 쏘지.”
“转一圈回来请你吃五花肉。”

“오늘 성화 형이 지평선으로 오랬잖아.”
“今天星化哥说要去地平线。”

“맞다. 그럼 내일 쏘겠네.” “对了。那明天就会发射了。”

“삼겹살 말고 아까 그 노래 제목 알려줘.”
“三层肉先不说,刚才那首歌的名字告诉我。”

 

산이 번뜩 생각난 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 매섭던 눈이 동그랗게 뜨인 것이 꼭 고양이 같다. 우영은 다시 입술을 꿈틀거리며 그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伞突然像是想到了什么似的抬起了头。他那原本锐利的眼睛睁得圆圆的,像只猫一样。友荣再次抿了抿嘴唇,看着那双眼睛,然后点了点头。

 

“약속한 거야, 그대.” “约定好了,亲爱的。”

 

산이 페달을 밟고 두어 바퀴를 굴렀다. 흔들거리는 뒷바퀴를 자전거의 중심을 잘 잡아주며 몇 걸음 같이 뛰어주던 우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떼어냈다. 산이 페달을 세게 밟으며 멀리 앞질러 갔다. 그 자리에 흘린 듯이 산의 체취가 남았다. 사진까지 찍어 보내줬던 그 바디워시 냄새. 그때 따라 구매해 자신의 몸에서도 나고 있는 그 향기. 꼭 가을 날씨 같은 향기. 우영은 그 자리에 서서 낙엽을 밟으며 멀어져 가는 산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봤다.
伞踩了几下脚踏板,骑了几圈。友荣小心翼翼地松开了手,之前他一直在旁边跑着,帮伞稳住摇晃的后轮。伞用力踩着脚踏板,迅速向前冲去。伞的气息仿佛留在了原地。那是他曾拍照发给友荣的沐浴露的味道。友荣也买了同款沐浴露,现在自己的身上也散发着那种香气。那是一种像秋天一样的香气。友荣站在原地,踩着落叶,静静地看着伞渐行渐远的背影。

 

난생처음으로 자전거를 탄 산은 보조 바퀴의 존재도 잊고 신이 나 있었다. 살결에 맞닿는 햇살과 스치는 바람이 적당한 온도를 품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길게 펼쳐진 낙엽길을 밟으니 마른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산은 그 기분을 만끽하며 우영이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디서 들어본 노래란 말이지. 가사가 익숙한데 그다음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멈춰 섰다. 노랫말이 기억이 났다.
人生中第一次骑自行车的伞,甚至忘记了辅助轮的存在,兴奋不已。阳光洒在皮肤上,微风拂过,温度适宜,让人心情愉悦。踩在长长的落叶路上,干枯的落叶发出沙沙的声音。伞享受着这种感觉,哼唱着友荣曾经唱过的歌。那是一首听过的歌,歌词很熟悉,但接下来的部分怎么也想不起来。然后他慢慢停了下来,歌词终于想起来了。

 

그대의 손 따뜻했던 그 온도와 그대의 얼굴
你温暖的手和你的脸庞

단숨에 또 나를 헝클어버린 내 가을이
一瞬间又把我弄得一团糟的我的秋天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낙엽을 토독 토독 쓸어 모으는 가을바람이었다. 뒤쪽에서 산의 체취와 똑같은 향기가 났다. 약속대로 뒤를 돌아보니 우영이 서서 산을 보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선 우영에게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몰고 온 냄새였다. 그와 함께 굴러온 낙엽이 발치에 걸리고, 우영의 조금 긴 머리가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那一刻,风吹了起来。那是秋风,轻轻地扫起落叶。从后面传来了和伞身上一模一样的香气。按照约定回头一看,友荣站在那里看着伞。那是从不远处站着的友荣那里吹来的风带来的气味。随风滚来的落叶堆积在脚边,友荣稍长的头发在风中轻轻飘动。

 

내 마음은 그대 곁에 가 누웠네 살며시
我的心悄悄地躺在你身边

 

그 순간부터 우영이 산에게 가을이 되었다. 찰나처럼 지나가지만 일 년 내내 기다리고야 마는 그런 찰나의 가을바람. 순식간에 낙엽을 쓸고 지나가는 그 바람처럼 제 마음이 이렇게 낙엽처럼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버릴 줄은 몰랐다. 아마 머지않은 날에 되새겨본다면 정우영을 사랑하게 된 날은 이 순간이 될 것이다. 그가 나의 틈새 속 계절처럼 피어난 순간. 낙엽이 바람에 토독 토독,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둥둥 뜬다. 제 마음처럼.
从那一刻起,友荣对伞来说就像秋天。虽然像瞬间一样短暂,但却是一年四季都在等待的那种瞬间的秋风。就像那一阵瞬间扫过落叶的风一样,我的心也没想到会像落叶一样瞬间被染成红色。也许不久的将来,当我回想起来,爱上郑友荣的那一天就是这一刻。他像我心中的季节一样绽放的瞬间。落叶在风中沙沙作响,发出悦耳的声音,像我的心一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