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 처음 해봐서." "……我不知道。这是第一次尝试。"



산의 대답은 작고 명료했다. 기대와는 달리 웃어주진 않았고. 괜찮은가보네. 눈물, 멈춘 거 보면. 볼 위를 쓰다듬는 손길에 산이 약하게 몸을 떨었다. 반응이 솔직해 다시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무방비해서 어쩌려고. 큰일 날 애네. 우영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은 약하게 두어 번 더 소리 내어 훌쩍였다.
伞的回答简短而明确。出乎意料的是,他并没有笑。看来你没事了。眼泪,已经停了。伞在被抚摸脸颊时轻轻颤抖了一下。他的反应如此坦率,让人再次觉得危险。这样毫无防备,怎么办呢?真是个麻烦的孩子。不知道伞是否知道友荣的想法,他又轻轻抽泣了几声。



"처음인 건 나도 마찬가진데." “对我来说也是第一次。”

"……."

"그럼 뭐 한 번 더 해보면 알게 되나."
“那再试一次就知道了。”



살짝 몸을 기울이자 산이 눈에 띄게 흠칫하며 뒤로 물러난다. 이미 일어난 일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차보이는 얼굴을 하고.
当他稍微倾斜身体时,伞明显地吓了一跳,向后退了一步。他的脸上露出了一种已经难以应付所发生事情的表情。


더 다가가기라도 하면 열을 이기지 못해 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릴 것처럼 달아오른 표정이 귀여워 우영은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산아. 다시 한 번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산은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쓴다.
如果再靠近一点,仿佛会因为无法承受热度而砰的一声爆炸似的,脸颊通红的表情太可爱了,友荣不由自主地笑了起来。伞啊。还没来得及再叫一声名字,伞就把被子盖到了头顶。


야아. 숨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나도 처음이라니까. 안 믿는 거야, 너 지금? 이불 위를 흔들어봐도 꼼짝 않는 산을 두고 우영은 기가 차 울상을 지었다. 너 그러고 있으면 더워져. 열 엄청 나. 산아. 나 좀 봐봐. 산아아. 아 뽀뽀 안 한다고 진짜.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척 이불을 쓴 채 꼼짝 없이 숨죽인 산을 한참 어르고 달래본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우영은 슬그머니 그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呀。想要躲起来的心情我也一样。我也是第一次啊。你不相信吗,现在?无论怎么摇晃被子上的伞,他都一动不动,友荣无奈地皱起了眉头。你这样会很热的。会发烧的。伞啊。看看我。伞啊啊。啊,我真的不会亲你的。伞装作什么都听不见,躲在被子里一动不动,友荣哄了半天也没用。看来是赢不了他了。友荣悄悄地在他旁边躺了下来。



"…진짜 헷갈리게 안 할게." “…真的不会让你困惑。”



어느새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든 산의 곁에서 우영은 그런 말을 했다.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막 엉망이고 그런데… 적어도 너는 안 헷갈리게 할게. 그러니까 울지마. 내가 잘못했어.
어느새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든伞的旁边,友荣说了那样的话。我也不知道到底是怎么回事……一切都很混乱……但至少我不会让你感到困惑。所以不要哭。是我错了。


그렇게 한참을 더 침대에 누워있던 우영이 숙소 문을 조용히 닫고 다시 연습실로 향할 때까지. 산은 이불을 쓰고 가만히 숨을 골랐다. 혼란과 설렘으로 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인 가슴을 다독이면서. 눈 꼭 감고 쿵쾅대는 심장을 꾹꾹 누르면서.
就这样,友荣在床上躺了好一会儿,直到他轻轻关上宿舍的门,再次前往练习室。伞则躲在被子里,静静地调整呼吸。他一边安抚着因混乱和激动而乱成一团的心,一边紧闭双眼,努力平复那砰砰直跳的心脏。







당신의 해적에게 투표하세요! 为你的海盗投票吧!

W. 서파








남자 놈들 다섯이 사는 숙소 답지 않게 A-2호에는 사소한 규율들이 많았다. 잘 준비를 마친 연습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불은 끄기. 밀봉되지 않은 건 냉장고에 넣지 않기. 2층 침대 사다리에 옷 걸쳐두지 않기. 옷장 아랫 칸에 입었던 옷 던져두지 않기. 다 건우가 세심한 덕이었다. 규율을 정해놓으니 부딪힐 일이 없었다. 카메라가 수시로 설치되었다 빠졌다 해도 갑자기 행동거지를 바꿀 일이 없었다. 원래도 잘하고 있었으니까.
男生们五个人住的宿舍 A-2 号有很多小规矩。只要有一个练习生准备好睡觉,就必须关灯。没有密封的东西不能放进冰箱。不要把衣服挂在双层床的梯子上。不要把穿过的衣服扔在衣柜的下层。这些都是建宇细心的功劳。制定了规矩就不会有冲突。即使摄像机时不时地安装和拆卸,也不会突然改变行为方式。因为本来就做得很好。


우영은 세면대 거울을 밀어 차례로 꽂힌 수건 중 제 것을 골라냈다. 수건을 따로 쓰는 것도  A-2호 연습생들이 의논해 만든 규율 중 하나였다. 짐 둘 곳도 넉넉치 않은데 괜히 빨래 때문에 골치 아픈 일 생기지 않게 하자. A-2호 연습생들은 대체로 유순했고 단체 생활을 잘했다. 그건 독기와는 별개였다.
郑友荣走到洗手台前,从挂着的毛巾中挑出了自己的那条。分开使用毛巾是 A-2 号练习生们商量后制定的规矩之一。因为放东西的地方本来就不多,避免因为洗衣服而引起不必要的麻烦。A-2 号练习生们大多性格温和,擅长集体生活。这与他们的斗志无关。


색도 모양도 다 달랐지만 수건을 구분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일산 동구 체육회니, 남해읍 문화센터 창립 기념식이니 뭐니 글자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정우영 수건은 죄다 남색이었고 최산 수건에선 최산 냄새가 났다. 뭐라 표현하긴 힘들지만 확실히 포근한 향. 집어드는 순간 아 이거 최산 꺼구나 싶은 향. 그 옆에 꽂힌 제 수건을 꺼내든 채로 우영은 수납장 문을 닫았다.
虽然颜色和形状都不同,但区分毛巾并不难。什么一山东区体育会啊,南海邑文化中心成立纪念仪式啊,根本不需要确认文字。郑友荣的毛巾全都是深蓝色的,而崔伞的毛巾则有崔伞的味道。虽然很难形容,但确实是一种温暖的香味。拿起的瞬间就会觉得啊,这是崔伞的。拿着旁边插着的自己的毛巾,友荣关上了储物柜的门。


거울 속 제 얼굴을 노려보던 우영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우영. 너 진짜 미쳤구나. 큰일났어. 언제부터 그렇게 사람 향기에 민감했다고. 황당해 미칠 노릇이었다. 이러다간 곧 여기가 최산이 지나간 자립니다- 하겠어. 향기로 유추컨대 최산은 동쪽으로 갔군요- 이러겠다고.
镜子里盯着自己脸的郑友荣大大地叹了口气。郑友荣,你真是疯了。糟糕了。从什么时候开始对人的气味这么敏感了。简直要疯了。这样下去很快就会变成这里是崔伞经过的地方了——会这样说。根据气味推测,崔伞是往东边去了——会这样说。



"…하 씨발." “…哈,操。”



더 황당한 건 사실 지금도 그 짓이 가능할지 모른단 점이었다.
更荒唐的是,事实上现在也许还能做那件事。


숙소 건물은 조용했다. 다들 막바지 자율 연습에 매진하고 있을 터였다. 이틀 뒤면 팀 미션 곡을 무대에 올려야 했다. 대형 정리는 어느 정도 됐지만 디테일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땀 뻘뻘 흘리며 밤 새워 연습한 우영도 겨우 시간을 내 씻으러 오지 않았던가. 너 나 할 거 없이 밥 먹는 시간도 패스하는 마당에 오후 여가 시간을 즐길 여유가 있는 연습생은 없었다. 아, 최지훈과 최산 빼고는.
宿舍楼很安静。大家都在最后的自由练习中努力。两天后,团队任务曲就要上台了。虽然大致的队形已经整理好了,但要调整细节,时间还是远远不够。郑友荣流着汗熬夜练习,才勉强抽出时间来洗澡。大家都连吃饭的时间都省了,哪里有练习生有时间享受下午的休闲时光。啊,除了崔伞和崔志勋。


우영은 분노가 가득 담긴 손길로 젖은 머리를 털었다. 그놈의 조합 생각을 하니 또 걷잡을 수 없이 속이 답답해져왔다.
友荣愤怒地甩了甩湿漉漉的头发。一想到那个组合,他的心情又变得无比郁闷。



"좋다고 그걸 또…." “喜欢就又……”



그 외출은 일종의 포상 같은 거였다. 이벤트 1위로 뽑힌 두 명에게만 주어지는 포상.
那次外出就像是一种奖励。只给予在活动中获得第一名的两个人的奖励。


팀 미션을 앞두고 열린 최애 조합 이벤트에서 지훈과 산은 득표율 1위를 했다. 2위 조합과 아주 간발의 차였다. 집계를 한 시간만 뒤에 했어도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며 작가들이 웃었다. 의외였다고. 현재 순위 1위, 2위니까 압도적일 줄 알았는데 아주 박빙이었다고.
在团队任务前举行的最爱组合活动中,智勋和伞获得了投票率第一名。与第二名组合的差距非常小。作家们笑着说,如果统计时间晚一个小时,结果可能会不同。他们说这很意外。因为现在排名第一和第二,所以以为会是压倒性的结果,但实际上非常接近。


지훈은 그러게요, 역시 산이가 인기가 많네요- 하며 사람 좋게 웃었다. 미친 놈. 뽑힌 놈의 여유다 이거지. 예의 상으로라도 웃음이 안 나는 건 그 2위 조합의 주인공인 정우영 뿐이었다.
志勋说道:“是啊,果然伞很受欢迎啊。”他笑得很和善。疯子。这就是被选中的人的从容。即使是出于礼貌,唯一笑不出来的就是那个第二名组合的主人公郑友荣。


뭔 이벤트를 어플로 하고 난리냐고. 내가 다시는 그걸로 노래 듣나 봐라. 세상에 스트리밍 어플이 딱 하나 남아도 듣고 싶은 노래 셀프로 녹음해서 듣고 말지. 속으로 유치한 저주만 읊게 되었다. 게다가 상품으로 '반나절 휴가'라니 이게 뭔 상황인 건데. 경연이 이틀 밖에 안 남았는데 웬 휴가. 게다가 이름만 휴가지 누가 봐도 이건 뭐 그냥 데이트였다. 코스가 그게 뭐냐고. 분식집, 오락실, 인생네컷… 죄송하지만 저흰 아이돌 연습생이라 학생 시절에도 그런 데엔 자주 못 가봤는데요. 그리고 걔네 인생네컷 찍을 만큼 친하지도 않거든요?
什么活动要用应用程序来搞,真是乱七八糟。我再也不会用那个听歌了。就算全世界只剩一个流媒体应用,我也宁愿自己录歌听。心里只能默默念着幼稚的诅咒。而且奖品竟然是“半天假期”,这是什么情况。比赛只剩两天了,怎么会有假期。而且这所谓的假期,谁看了都知道其实就是约会。行程是什么啊,小吃店、游戏厅、人生四格…对不起,我们是偶像练习生,学生时代也没怎么去过那种地方。而且我们也没亲密到会一起拍人生四格的地步啊。


안 봐도 뻔했다. 인기 있는 조합을 대놓고 밀어주겠단 거지. 하루종일 밀착 카메라가 따라붙는데 놀아도 노는 기분이겠냐고. 인형을 뽑아도 떡볶이를 먹어도 인생 네컷을 찍어도 그걸 하고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 지켜보는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이 즐거울 것이었다. 제작진 의도야 빤했다. 경연 전에 잠깐 마음 녹일 데이트 브이로그 퍼먹이는 거. 그냥 그 심산 잘 아는 정우영 속만 터지는 거였다.
不用看也知道。制作组就是想推那些受欢迎的组合。整天有跟拍摄像机跟着,玩也玩得不自在。抓娃娃也好,吃炒年糕也好,拍四格人生照也好,开心的不是我们,而是那些不特定的女性观众。制作组的意图很明显,就是在比赛前给我们安排个约会 Vlog,让我们放松一下。只有郑友荣心里清楚他们的打算,感到很无奈。



"반나절이라더니…" “不是说半天吗……”



개뿔. 아주 한나절을 놀고 오는구나 싶었다. 벌써 네 시가 넘었는데. 땀에 절어 잠깐 씻고 온다는 핑계로 숙소에 돌아와봤지만 역시나였다. 온종일 연습에 매진하며 최지훈과 놀러나간 최산 생각 좀 잊어보려 했건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狗屁。感觉他玩了一整天才回来。已经过了四点了。浑身是汗地找了个借口说要洗个澡,回到宿舍,果然不出所料。整天都在努力练习,试图忘记和崔志勋出去玩的崔伞,但心里却怎么也放不下。



"더럽게 안 오네." “真是迟到得离谱。”



말 몇 번 제대로 안 나눠본 놈들 둘이서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길 가다 오뎅 하나 집어들고 애 같이 웃을 최산 생각하니 심기가 다 뒤틀렸다. 오백 원짜리 동전 몇 개 넣고 조이스틱을 흔들다 결국 져서는 울상을 지을 최산. 매운 건 못 먹는다며 떡 하나 먹고는 혀 내밀 최산. 담벼락 위로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손 흔들 최산. 평범한 일상 속의 최산. 그런 모습을 최지훈은 마주했을까?
말 몇 번 제대로 안 나눠본 놈들 둘이서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길 가다 오뎅 하나 집어들고 애 같이 웃을 최산 생각하니 심기가 다 뒤틀렸다. 오백 원짜리 동전 몇 개 넣고 조이스틱을 흔들다 결국 져서는 울상을 지을 최산. 매운 건 못 먹는다며 떡 하나 먹고는 혀 내밀 최산. 담벼락 위로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손 흔들 최산. 평범한 일상 속의 최산. 그런 모습을 최지훈은 마주했을까? 那些没怎么说过话的家伙们一起度过了一天,会是怎样的情景呢?想到崔伞在路上拿着一串鱼糕,像个孩子一样笑着,我的心情就全乱了。崔伞投了几枚五百韩元的硬币,摇着操纵杆,最后输了,露出要哭的表情。崔伞说自己不能吃辣,吃了一块年糕后吐舌头。崔伞对着墙上的猫挥手。平凡日常中的崔伞。崔志勋会遇到这样的崔伞吗?


정작 그런 산을 우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몇 달을 이곳에만 갇혀 있어 잊고 산 거였다. 연습하고 자고 경쟁하고 다시 연습하느라 싹 다 까먹은 거였다. 바깥에선 최산도 그랬을 텐데.
郑友荣从未见过这样的崔伞。几个月来,他一直被困在这里,早已忘记了外面的世界。练习、睡觉、竞争、再练习,他把一切都忘得一干二净。在外面,崔伞可能也是这样。



"나랑 자기가 좀 친해지면 좋을 것 같대."
“他说希望我们能更亲近一些。”

"……."

"순위도 높으니까 너무 경쟁하지 말고 붙어있자고, 그럼 분량도 확보될 거고 도움이 될 거래. 자기가 보장한대."
“顺位也很高,所以不要太竞争,待在一起吧,这样也能确保分量,对我们有帮助。他保证了。”



최지훈 속내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하던 산을 떠올리자 우영은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힘 주어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자 수건이 빠르게 젖어들었다. 드라이기를 꺼내 세기를 최대로 올렸다.
想到崔伞不知内情却说出那样的话,郑友荣又感到一阵怒火。他用力甩掉头发上的水,毛巾很快就湿透了。他拿出吹风机,把风速调到最大。


그래. 이런 생각으로 해이해질 때가 아니었다. 이틀 뒤면 있을 팀 미션. 제일 중요한 건 그거였다. 거센 바람 소리 덕인지 차차 복잡하던 머릿속이 정리되어 갔다.
对。现在不是因为这种想法而松懈的时候。两天后就是团队任务。最重要的就是那个。也许是因为呼啸的风声,逐渐整理了我混乱的思绪。


타이거 무브는 파트 분배도 멤버들의 능력치도 다 완벽하다. 괜히 어벤져스 팀이 아니다. 무대만 잘하면 된다. 무대만. 잡념도 다 씻어내고 정신도 차렸으니 연습실로 돌아가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저녁 먹기 전에는 산도 돌아올 것이다. 저녁 먹기 전에는…
老虎舞的部分分配和成员们的能力都很完美。不是白叫复仇者联盟队的。只要舞台表现好就行了。只要舞台表现好。杂念也都洗去了,精神也振作了,只要回到练习室按原来的方式做就行了。晚饭前伞也会回来的。晚饭前…



바스락- 沙沙-



아무도 없는 숙소 방 안에서 자꾸만 무언가가 바스락대는 듯한 느낌에, 우영은 드라이기의 전원을 껐다. 뭐지. 다들 저녁 먹고 씻는다 그랬는데. 바스락- 그때 또 같은 소리가 들렸다. 우영은 또 카메라라도 설치되나 싶어 대충 바지만 껴입고 욕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在空无一人的宿舍房间里,总感觉有什么东西在沙沙作响,郑友荣关掉了吹风机的电源。什么情况。大家不是说要吃完晚饭再洗澡吗。沙沙——那时又传来了同样的声音。郑友荣以为是不是又装了什么摄像头,随便穿上裤子,猛地推开了浴室的门。


그리고 마주한 건… 양 손목에 간식 봉지를 잔뜩 건 채 저를 보고 선 최산이었다.
然后面对的是……双手腕上挂满了零食袋,正看着我的崔伞。



"……아." “……啊。”



때로는 침묵이 그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법.
有时候,沉默比任何东西都更难以忍受。


생각해보면 그날 이후로도 어색한 순간은 별로 없었다. 숙소 생활이 늘 그러하듯 방 안도 연습실도 늘 연습생들로 북적여서 적당히 인파에 묻혀가면 이둘만 남겨질 일이 없었으니까.
想想看,自那天以后也没有太多尴尬的时刻。就像宿舍生活总是那样,房间和练习室总是挤满了练习生,所以只要适当地融入人群,就不会只剩下他们两个人。


그런데 이렇게나 갑자기, 그냥 평범하게 둘만 남겨진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쫄딱 젖은 채 윗옷은 입지도 않은 꼴로… 이렇게나 나 방금 샤워했어요 광고를 하는 꼴로…
但是这么突然,不只是普通地两个人单独留下来,而是像这样全身湿透,上衣也没穿的样子……就像在说我刚刚洗了澡一样……



"……야아. 너 변태야?" "……呀。你是变态吗?"



겨우 머리를 쥐어짜내 한다는 말이 그 따위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산의 시선이 살짝 아래로 향했다. 하, 얘 좀 봐라.
他绞尽脑汁才说出那种话。伞睁大眼睛,视线微微向下。哈,看看这家伙。



"솔직히 말해봐. 너 기대했지." “老实说吧。你是不是期待了?”

"뭐?" “什么?”

"너 지금 내가 바지 입고 나와서 실망했지."
“你现在是不是因为我穿了裤子出来而失望了。”



산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흠칫했다. 어쭈. 숨은 왜 멈춰. 진짜 기대했어?
伞像是被戳到痛处的人一样猛地一颤。哟。为什么屏住呼吸?真的很期待吗?


그러는 우영도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갑자기 몸에 수건 두르고 쳐다보지 말라고 비명 지를 수도 없고 이걸 어떡해야 돼. 살갗에 닿는 모든 공기가 다 어색했다.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려다보니 또 그날의 온도가 떠올랐다. 연습 내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애썼던 장면들. 그러쥔 손등 위로 흩어지던 뒷머리와 겨우 뱉던 숨의 온도 같은 것들. 뜨겁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저 안에서부터 겨우 새어 나오던 신음 같은 것들이.
连郑友荣的嘴唇也干裂了。突然裹着毛巾大喊“不要看”也不行,这该怎么办呢?所有接触到皮肤的空气都显得很尴尬。他试图用舌头润湿干燥的嘴唇,却又想起了那天的温度。练习时拼命不去想的那些场景。散落在紧握的手背上的后脑勺和勉强吐出的呼吸的温度。越是热烈地深入,越是从内心深处勉强溢出的呻吟声。


멋대로 벗고 나온 건 너잖아. 나도 이 방 쓰거드은. 입술을 죽 내밀고 볼멘 소리를 하는 산을 가만 바라보던 우영이 들고 있던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아니 뭐 남자 놈들끼리 같은 방 쓰면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 아니냐고. 왜 이렇게 못 볼 꼴 보여준 것처럼 쪽팔리냐 이거다. 스텝 분이신가 싶어 바지라도 입었으니 망정이지 벌컥 문부터 열었으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擅自脱光出来的是你吧。我也用这个房间。伞嘟着嘴抱怨着,友荣静静地看着他,把手里的毛巾搭在肩上。不是说男人们一起用同一个房间,每天都会发生这种事吗?为什么要像看到什么不该看的东西一样觉得丢脸呢?幸好以为是工作人员才穿了裤子,要是直接开门进来……简直不敢想象。


산의 손목에 걸려있던 봉지 두어 개를 받아들자 바스락- 하고 젤리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当我接过伞手腕上挂着的几袋东西时,几颗果冻掉到了地上,发出沙沙的声音。



"밥 대신 딸기우유 먹는 애 아니랄까봐 또, 또."
“不是那个用草莓牛奶代替饭吃的孩子吗,又来了,又来了。”



온통 당류 일일권장량을 초과할 불량식품 뿐인 봉지 속 행렬에 우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어디 초등학교 앞 문방구라도 다녀온 거야 뭐야. 아직도 이런 걸 팔아? 마디 굵은 정우영의 손에는 끼워지지도 않을 보석 모양 반지 사탕을 높이 들어보인다.
袋子里全是超过每日糖分摄入量的不良食品,郑友荣叹了口气。什么啊,这是刚从小学门口的文具店回来吗?现在还卖这种东西?他高高举起一枚宝石形状的戒指糖,那根粗壮的手指根本戴不上。



"이건 내 선물?" “这是我的礼物吗?”

"다 같이 먹을 거야. 이따 건우 형이랑 예준이랑 지호 오면…"
“大家一起吃吧。等会儿建宇哥、艺俊和志浩来了……”

"아 섭하네 진짜. 산아. 내가 나갔으면 너 선물만 박스로 사왔을걸."
“啊,真是遗憾。伞啊。如果我出去了,我会给你买一整箱的礼物。”



냉장고 위에 간식거리를 내려놓자 산이 다가와 제 손에 있던 것들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많이도 사왔다 진짜. 너 어지간히 재미있었나보네. 고개를 돌리니 언제부터 그랬는지 입술 꾹 다문 산의 얼굴이 또 새빨개져 있었다.
把零食放在冰箱上后,伞走过来开始把我手里的东西放上去。你买了这么多,看来你玩得很开心啊。我转过头,发现伞的脸又红得像苹果,不知道他什么时候开始这样了。


괜히 헛기침 몇 번 하고 서랍장 제일 위에 놓인 티셔츠를 입었다. 아직 물기가 남은 어깨를 손으로 벅벅 문지른다. 짐짓 태연한 척 하고는 있지만 제 얼굴도 불타는 고구마처럼 붉어진 게 뻔히 느껴졌다. 미치겠다. 분위기 이거 왜 이래. 그때 오른쪽 눈 위로 앞메리에서 흘러내린 물방울 하나가 톡-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한 쪽 눈을 감는 순간, 산이 물어온다.
他故意清了几次嗓子,然后穿上了放在抽屉最上面的 T 恤。他用手使劲擦了擦还带着水汽的肩膀。虽然假装镇定,但他明显感觉到自己的脸像烧红的红薯一样红了起来。真是要疯了。这气氛怎么回事。就在那时,一滴从刘海上滑落的水滴滴在了他的右眼上。在他反射性地闭上一只眼睛的瞬间,伞问道。



"…뭐 사왔을 건데?" “……你买了什么?”

"어?" “啊?”

"만약에 너 나갔으면 내 선물, 뭐 사왔을 건데?"
“如果你出去了,你会给我带什么礼物回来?”



어… 선물… 그니까. 말을 이어야 하는데 머리가 멍했다. 눈을 비비고 다시 산을 바라보는데도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아니 근데 얘 원래 이렇게 가깝게 서있었나? 우영은 또 저도 모르게 입술로 시선을 옮긴다. 그만 생각하려 해도 도무지 멈춰지지가 않는다. 생애 처음으로 저질렀던 타인과의 접촉은 생각보다 더 여운이 짙어서, 좀처럼 저 멀리 떨궈지지가 않았다.
呃……礼物……那个。话要接下去,但脑子一片空白。揉了揉眼睛,再次看向伞,还是没有任何想法。不对,他平时站得这么近吗?友荣不自觉地又把视线移到了他的嘴唇上。即使想停止思考,也完全停不下来。人生中第一次与他人的接触,比想象中留下了更深的余韵,怎么也无法抛到脑后。


그냥 미친 척하고 확 부딪혀버릴까. 저번처럼 일단 물어버릴까. 침 넘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이미 태연한 척은 글렀다고 생각했다.
就装作疯了,直接撞上去吧。像上次那样,先咬一口吧。吞咽口水的声音太大了,已经觉得装作若无其事是不可能的了。



"몰라. 너 필요한 게 너무 많아보여서 뭐부터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어."
“我不知道。你需要的东西看起来太多了,我都不知道该从哪里开始说起。”

"생각 안 해봤지?" “没想过吧?”

"아니거든." “不是。”



진심이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양말이었고. 목이 좀 긴 양말. 
真心的。最先想到的是袜子。长筒袜。


맨날 복숭아뼈 훤히 드러내놓고 다니는 게 신경 쓰여서. 산이 가진 양말은 죄다 유치하기 그지 없는 색에 목이 짧았는데 그마저도 살짝 말려내려가서 뭘 입어도 발목이 훤히 드러났다. 아니면 약국에 파는 젤리 뭐 그런 거. 그니까 먹을 거면 좀 영양소 있는 걸 먹자는 거지. 먹어봤자 살로도 안 갈 것 같은 불량 사탕이나 맨날 입에서 굴리니까 이렇게 말라서….
总是露出脚踝让我很在意。伞的袜子全都是幼稚得不行的颜色,而且袜筒很短,即使这样也会稍微卷下来,不管穿什么,脚踝都露得一清二楚。要不就是药店卖的果冻之类的东西。我的意思是,如果要吃的话,吃点有营养的东西吧。总是吃那些看起来不会长肉的劣质糖果,难怪这么瘦……


한 팔로 끌어안아도 넉넉히 안길 것 같은 산의 허리를 보다 우영은 또 악마와의 사투를 벌였다. 아니 나 진짜 왜 이래. 어디 가서도 인내로는 진 적이 없었는데, 왜 얘 앞에만 서면 라면 물 끓는 것도 못 기다리는 참을성 제로의 인간이 되는지 모를 일이었다. 가오 다 빠지게. 키스 처음 해봤다고 광고하는 것처럼.
用一只手臂就能轻松抱住的伞的腰,友荣再次与心中的恶魔展开了斗争。真是的,我到底怎么了?无论在哪里,我从未在耐心上输过,但为什么一站在他面前,我就变成了连等泡面水烧开都等不了的零耐心人呢?真是丢脸。就像在广告自己是第一次接吻一样。



"우영아, 있잖아." "友荣啊,你知道吗。"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그 입술이 열린다.
那双一直盯着的嘴唇张开了。



"…응." “…嗯。”

"사실 나 너 주려고 산 거 있어."
"其实我有买东西要给你。"



산이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들었다. 어색하게 내미는 손 위에 작은 키링이 올라가 있었다. 대체 무슨 동물을 모티프로 디자인 된 건지 알 수도 없는 까만 캐릭터 열쇠고리. 보통 이런 캐릭터는 귀엽게 생기지 않았나. 얘는 어딜 봐도 귀엽진 않았다. 세모꼴로 뜬 눈에 반항심이 가득하고 눈 밑에는 점 하나가 콕 찍혀있다. 불퉁한 부리를 가만히 바라보다 우영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伞从口袋里拿出了一样东西。尴尬地伸出手,上面放着一个小钥匙扣。那是一个黑色的角色钥匙扣,根本看不出是以什么动物为原型设计的。通常这种角色应该是可爱的吧,但这个怎么看都不可爱。三角形的眼睛里充满了反抗的情绪,眼睛下面还有一个小点。友荣盯着那张不高兴的嘴喙看了一会儿,露出了惊讶的表情。



"이게… 이게 펭귄이야 뭐야. 오리야?"
“这……这是企鹅吗?是鸭子吗?”



산이 알 수 없는 얼굴을 하더니 결국은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머쓱해진 우영이 되는 대로 덧붙였다. 아니면 정체불명의 가상 동물? …뭐가 됐건 진짜 말 안 듣게 생겼는데. 그 말에 산은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伞露出一副难以捉摸的表情,最终还是忍不住大笑了起来。感到尴尬的友荣随便补充道:“要不就是某种不明身份的虚拟动物?……不管是什么,看起来都很不听话。”听到这话,伞笑得更大声了。



"이거 너 닮아서 산 건데."
“这是因为像你才买的。”



가까스로 웃음을 그친 산의 손끝에서 정체불명의 키링이 달랑였다.
伞勉强止住笑容,手指尖挂着一个不明来历的钥匙扣。



"진짜 말 안 듣게 생겼지."
“真的看起来就不听话。”

"…야아." “…呀啊。”

"보자마자 너무 너 같아서 그냥 데리고 와버렸어."
“看到的瞬间觉得太像你了,所以就直接带回来了。”



대체 이런 건 어디서 파는 거야. 무게감 없는 볼체인에 손가락을 건 우영이 키링을 눈앞으로 가져와본다. 
这种东西到底在哪里买的啊。郑友荣把手指挂在没有重量的球链上,把钥匙扣拿到眼前。



"삼백안에 눈 밑 점만 있으면 다 나야? 하나도 안 닮았거든."
“三白眼和眼下的痣就都是我吗?一点都不像。”

"똑같이 생겼는데." “长得一模一样。”



얼씨구. 어째 오늘따라 한 마디를 안 진다.
哎呀。今天怎么一句话都不让人说。



"산아. 넌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거를 사냐."
“伞啊。你多大了还买这种东西。”

"그럼 줘. 내가 하고 다닐래."
“那就给我吧。我想戴着它。”

"됐거든." “算了。”

"이름도 지어줄 건데. 우엉이라고." “我还会给你取名字。叫你友荣。”



눈을 흘기자 산이 장난스럽게 웃는다. 아니면 우동이. 그게 더 별로거든. 유치해서 말이 안 나왔다. 맨날 긴장해서 얼어있거나 울기 직전인 얼굴만 보다가 이런 대화를 하니 좀 웃기기도 했다.
当他翻了个白眼时,伞顽皮地笑了。或者是友荣。这更糟糕。因为太幼稚了,我说不出话来。总是看到他紧张得僵硬或快要哭的脸,现在进行这样的对话有点好笑。


우영은 아무리 살펴봐도 저를 닮긴 커녕 호감조차 가지 않는 조막만한 키링을 들고 이리저리 좁은 방안을 돌아다녔다. 옷장에 걸린 청바지를 꺼내 벨트 고리에 키링을 걸어보았다. 주머니 위에 매달린 못난이 펭귄을 보니 웃음이 났다. 이러면 어때. 제일 잘 보이지. 녹화 갈 때도 제일 자주 입는 바지니까 별 거에 다 삐지는 최산이 또 삐질 일은 없겠지 싶었다.
郑友荣拿着一个小小的钥匙扣在狭窄的房间里来回走动,无论怎么看,这个钥匙扣都不像他,甚至连一点好感都没有。他从衣柜里拿出一条牛仔裤,把钥匙扣挂在腰带环上。看到口袋上挂着的丑陋企鹅,他忍不住笑了。这样怎么样?最显眼了。因为这是他录影时最常穿的裤子,所以总是因为小事生气的崔伞应该不会再生气了吧。



"응. 진짜 귀여워." “嗯,真的很可爱。”



저를 보고 하는 말도 아닌데 우영은 또 괜히 가슴이 덜컹였다. 아무리 봐도 이게 귀엽진 않거든? 불만 가득한 우영의 얼굴 앞에 산이 제 가방을 들이민다. 분신처럼 들고다니던 힙색 옆에 우영이 받은 것과 똑같이 생긴 열쇠고리가 달려 있었다.
虽然不是对我说的,但友荣的心还是猛地一跳。怎么看这都不可爱,对吧?满脸不满的友荣面前,伞把他的包递了过来。伞的腰包上挂着一个和友荣收到的一模一样的钥匙扣。


…이건 또 무슨 상황인데. ……这又是什么情况。



"사실 내 것도 같이 샀어. 속았지."
“其实我也买了我的。你被骗了。”

"……."

"이미 달았으니까 이제 절대 빼는 일 없기."
“已经戴上了,所以绝对不能再摘掉。”



사춘기의 눈빛을 한 정체불명의 오리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다, 둘. 하나는 최산의 가방에. 또 하나는 정우영의 바지춤에.
青春期的眼神,一个不明身份的鸭子,不止一个,而是两个。一个在崔伞的包里,另一个在郑友荣的裤腰里。


그니까 이거 지금 커플템 뭐 그런 거야?
所以这现在是情侣物品什么的吗?

나 지금… 당한 거야? 我现在……被欺负了吗?


얼 빠진 표정을 한 우영의 얼굴이 산의 가방에 달린 그것과 더할 나위없이 닮아있었다.
呆滞表情的友荣脸上,和伞包上挂的那个东西一模一样。









대박 나 아까 밥 먹으러 갔다가 걔네 봄
大事了,我刚才去吃饭的时候看到他们了

최지훈이랑 최산 그 해적 어쩌고
崔志勋和崔伞那个海盗什么的

문방구 앞에서 뽑기 뽑고 있었음ㅋㅋㅋㅋㅋ
在文具店前抽奖哈哈哈哈哈

얘네 어디 갇혀서 합숙한다 그러지 않았어?
他们不是说被关在某个地方一起生活吗?

따로 뭐 찍나봐 안 믿을까봐 사진 몰래 찍었는데
单独拍了什么,怕你不信,我偷偷拍了照片

스텝 너무 많아서 쫄렸어 그리고 개잘생김
工作人员太多了,我有点紧张,而且他真的太帅了



목격담이 떴다. 뜬금 없는 시간대에 뜬금 없는 장소에서, 원치 않는 조합으로.
目击传闻出现了。在一个毫无预兆的时间和毫无预兆的地点,以一个不想要的组合。


아무 생각 없이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돌아온 A씨는 트위터를 켜자마자 숨을 멈추고 말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동료의 말에도 그냥 사색이 된 채 화장실로 뛰쳐오고 말았다.
A씨和同事们吃完午饭回来后,毫无预兆地打开了推特,瞬间屏住了呼吸。“发生什么事了吗?”同事问道,但 A씨只是脸色苍白地跑向了洗手间。



오늘 저희 동네에 지훈이랑 산이 왔었대요
今天我们小区来了志勋和伞

떡볶이 먹고 짧게 뭐 찍고 갔다는데
吃了炒年糕,拍了点什么就走了

아마 저번에 그 조합 이벤트 일등한 것 같은!
可能是上次那个组合活动中得第一名的!

덕계못이지만 친구가 사진 찍어줌...♥ 虽然我不是很会拍照,但朋友帮我拍了这张...♥

#최지훈 #최산 #해적단_트친소 #崔志勋 #崔伞 #海盗团_推特介绍


제복도 연습복도 아닌 사복을 입은 산이 떡볶이를 먹고 있는 사진. 그러니까 무려 폰카로 직접 찍은 사진. 집에도 안 보내고 영어마을에 가둬놔서 사이버 가수는 아닌지 의심하던 찰나에 이렇게나 생생하게 생활감이 느껴지는 사진.
穿着便服而不是制服或练习服的伞正在吃炒年糕的照片。也就是说,这是一张用手机直接拍的照片。在怀疑他是不是被关在英语村里不让回家,甚至怀疑他是不是网络歌手的时候,这张充满生活气息的照片出现了。


씨발. 이건 며칠을 앓아도 계속 귀여울 떡밥인 동시에… 날퓌러들의 패배를 알리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다.
操。这不仅是几天都能让人觉得可爱的料,同时也是宣告右位们失败的信号弹。


일주일간 열린 최애 조합 이벤트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혈투. 실제의 피만 안 튀겼지 이건 그냥 전쟁 그 자체였다. 방송에 오 분도 안 나올 게 뻔한 그 놈의 단독 컨텐츠를 놓고 극악무도한 팬덤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
一周开放的最爱组合活动可以用一个词来总结。血战。虽然没有真正的血溅出来,但这简直就是一场战争。为了那显然不会在节目中出现五分钟的独家内容,粉丝群体之间展开了残酷的斗争。


그냥 팬덤 싸움이기만 하면 다행이지. 이건 분량 싸움인 동시에 사랑 싸움이었다. 두 남자의 사랑의 막대기를 이어주기 위해 혈안이 된 수만 명의 여자들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든 것이다. A씨만 해도 그랬다. 사돈의 팔촌의 개인정보를 팔아 아이디를 생성한 것은 물론 직장 동료들에게 스트리밍 이용권을 하나하나 선물해가면서 1일 1회 투표권을 받아냈다. 경연 투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했다.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불려온 쥰퓌 지지자들은 모금까지 벌이고 있었으니까.
只要是粉丝之间的争斗就好了。这不仅是篇幅之争,更是爱之争。成千上万的女孩们为了连接两位男士的爱情之棒,不顾一切地冲了进来。就连 A 小姐也是如此。她不仅卖掉了远房亲戚的个人信息来创建账号,还一一送给同事们流媒体使用权,以换取每天一次的投票权。虽然这不是竞演投票,但必须做到这一点。因为以惊人速度扩展势力的俊菲支持者们甚至开始筹款了。


문방구에서 뽑기... 文具店的抽奖...
분식집에서 떡볶이 사먹기 在小吃店买辣炒年糕吃
돌담에서 사진 찍기.. 在石墙上拍照..
오락실에 게임하기..... 在游戏厅玩游戏.....

코스가... 이렇단 말은 없었잖아... 课程... 没说是这样的啊...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제발
再给我一次机会,拜托

 ㄴ 아 그니까요 ㅅㅂ 데이트 좀 해본 놈인가
ㄴ 啊 对啊 这家伙是不是谈过恋爱

     코스 진짜 청게 그 자체...
科斯真的是青蛙本蛙...

     박탈감 오져요 그저 눈물만이
진짜 미치겠다... 真是要疯了...
울고 싶은 와중에 사니가 너무 예뻐
在想哭的时候,伞真的好漂亮


그런데도 목격담은 최지훈과 뜬 걸 보면…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A씨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졌다. 이 무지막지한 떡밥을 적진에 내어주고 말았다. 분명 투표 마감 직전에 확인했을 땐 막상막하였는데. 회사 앞 카페 사장님이라도 꼬셔서 가입시켜야 했다. 동료가 다 뭐야 상사와 거래처 부장님께라도 투표를 구걸했어야 했다.
然而,看到目击证词中提到崔伞和崔钟浩在一起……现在不得不承认了。A 某紧闭双眼。输了。把这个巨大的糖果拱手让给了对方。明明在投票截止前确认时还是势均力敌的。应该去说服公司前面的咖啡店老板加入。别说同事了,甚至应该向上司和客户经理乞求投票。


A씨는 새로고침 할수록 늘어나는 온갖 목격담 속에서 주먹을 쥐고 눈물을 삼켰다. 오점 하나 없던 동인녀 인생에… 이렇게 자존심 구길 순 없는 거야. 씨발. 진짜 이럴 순 없는 거야.


하지만 포기하긴 이르다. 但是放弃还为时过早。

온 세상이 다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即使整个世界都崩塌了,也会有一线生机。


데뷔만 시키면 돼... 이거 장기전이라고
只要让他们出道就行了……这是一场持久战。

크오만 안 되면 돼 그냥 무조건 데뷔 시켜야 돼
只要不是克奥曼就行,无论如何都必须让他们出道

 ㄴ #이게맞다 #这才对
     오늘부터 견제표 지리게 가는 거여요
从今天开始,我们要全力以赴

당장 연합 맺어 当场结盟

야구팬 트로트팬 너 나 할 거 없이 다 품앗이 땡겨
棒球迷,Trot 迷,不管你我,大家都互相帮助


프로필에 #쥰퓌 를 새겨넣은 여자들이 아주 신이 나서 나댈 것만 생각하면 가슴에 피눈물이 흘렀지만 괜찮다.
想到那些在个人资料上刻上#쥰퓌的女人们会兴奋地炫耀,我的心里就像流着血泪,但没关系。


진짜는 된다. 真的会实现。

진짜니까 된다. 因为是真的,所以可以。


A씨는 마음 속으로 자기 암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A씨在心里开始为自己鼓掌。








속 타는 건 산을 눈앞에 둔 우영도 마찬가지였다.
眼前的伞让友荣心急如焚。


꼬치꼬치 캐묻자니 너무 속 보여서. 너 없는 동안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다고 솔직하게 말할 순 없어서. 나 지금 질투해. 여섯 글자 이마에 써붙이는 꼴 같아서. 그래서 우영은 그냥 산의 옆에 앉아 가만히 눈치나 살피고 있었다. 폭발하려는 본능을 겨우 겨우 억누르며.
因为问得太多会显得太明显。因为不能坦率地说你不在的时候我什么都做不了。因为我现在在嫉妒。因为感觉像是把这六个字贴在额头上。所以友荣只是坐在伞旁边,默默地观察着。勉强压抑住即将爆发的本能。


궁금했다. 온종일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딜 갔는지도 알았고 뭘 했는지도 알았지만 산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몰랐으니까. 몇 달을 숙소와 연습실만 오가다가 간만에 마주한 바깥 세상은 어땠는지 듣고 싶었다. 평화로웠는지, 달라진 건 없었는지, 그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하고 이곳에 내몰린 게 서럽진 않았는지.
好奇。整天是什么感觉。虽然知道去了哪里,也知道做了什么,但不知道伞在想什么。几个月来只是在宿舍和练习室之间来回,难得见到外面的世界,想听听他的感受。是否平静,有没有什么变化,放弃一切来到这里是否感到委屈。


최지훈은 잘 웃고 여유 있고 낯 가리지 않는 성격이니까, 분명 산에게도 잘 맞춰주었을 것이다. 이런 미친 프로그램에서 1위씩이나 한 애가 어찌 굴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분량은 다 뽑되 친해지고 싶다며 부담스럽게 굴진 않았겠지. 같이 있으면 편안했을 것이다. 거리감 느껴질 정도로 잘생겼는데 행동은 또 은근 친근한 애. 그게 걔 셀링 포인트였으니까.
崔志勋性格开朗,随和,不怕生,所以肯定也能很好地适应伞。在这种疯狂的节目中获得第一名的孩子,他的表现不看也能猜到。他肯定会尽量多出镜,但不会让人感到负担,反而会想要亲近他。和他在一起会很舒服。他长得帅到让人觉得有距离感,但行为却又很亲近。这就是他的卖点。


산의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우영은 말없이 발장난만 쳤다. 이제 어느 정도 머리도 말랐겠다 연습실로 돌아가자고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데. 입이 안 떨어졌다. 시간을 무한히 늘린다고 능사가 아닌 건 알았지만.
伞的床边并排坐着,友荣默默地玩弄着脚。他知道现在头发也差不多干了,该回练习室了。不能一直这样下去。但他就是开不了口。他知道无限拖延时间不是办法。



"우영아, 우리 저번에 사진 찍었었잖아. 기억 나지."
“友荣啊,我们上次拍过照片的。记得吧。”



적막을 깨고 산이 말을 걸어왔다. 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허설을 가던 중에 붙잡혀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즉석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작가의 안내에 맞춰 정신없이 줄을 서고 서른 번의 플래시가 터졌었다. 
寂静被伞打破了,他开口说话。友荣点了点头。曾经在去彩排的路上被抓住,像闪电一样迅速拍了几张即兴照片。在摄影师的指导下,他们匆忙排队,闪光灯闪了三十次。



"나 그거 딱 한 장만 찍어주셔서 엄청 서운했거든. 근데 오늘은 여러 장 찍었어."
“你只给我拍了一张照片,我真的很失望。不过今天拍了很多张。”



산은 가방을 열어 겹쳐진 사진 여러 장을 꺼내들었다. 작은 폴라로이드 안에 산이 담은 풍경들이 가득했다. 작가님이 필름 남는다고 몇 장은 내가 찍어도 된대서… 하늘도 찍고 고양이도 찍었어. 이거 봐봐. 우리 펭귄 만큼 귀엽지.
伞打开包,拿出几张叠在一起的照片。小小的拍立得里装满了伞拍的风景。作家说胶卷剩下的几张可以让我拍……我拍了天空和猫。你看这个。是不是和我们的企鹅一样可爱。



"혹시 마음에 드는 거 있어?"
“有喜欢的吗?”



우영은 사진을 받아 한 장씩 넘겨보았다. 잘 찍진 못했어도 산이 무엇에 집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얜 작고 귀여운 거 참 좋아한다. 지나가는 고양이란 고양이는 다 찍고 전봇대 아래 작은 돌 같은 것도 찍어놨다. 화분도 찍고 발자국도 찍고 담벼락의 낙서도 찍어놨다. 웃으며 사진을 넘기던 우영은 마지막 두 장을 보고 손을 멈추었다.
友荣接过照片,一张一张地翻看着。虽然拍得不是很好,但他能看出伞在专注什么。这个家伙真是喜欢小而可爱的东西。路过的每只猫他都拍了,还有电线杆下的小石头也拍了。花盆也拍了,脚印也拍了,墙上的涂鸦也拍了。友荣笑着翻看照片,但看到最后两张时,他的手停住了。


돌담 앞에 선 지훈과 산이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站在石墙前的智勋和伞对着镜头灿烂地笑着。


그 사진 한 장이 뭐라고. 우영은 난데없이 한 대 맞은 사람처럼 울화가 치밀었다. 너 나 좋아한다며. 나한테 가봐야 해서 걔랑 말할 시간도 없다며. 유치한 생각이 이어졌다. 굳은 우영의 얼굴을 살피던 산이 살짝 머뭇거리며 덧붙인다. 지훈이랑 같이 찍은 것도 딱 한 장만 있으면 충분하대서….
那张照片到底有什么特别的。郑友荣突然感到一阵愤怒,就像被人打了一拳一样。你不是说你喜欢我吗?你不是说你要来找我,连和他讲话的时间都没有吗?幼稚的想法接踵而至。观察着郑友荣僵硬的脸,崔伞稍微犹豫了一下,补充道:“只要和志勋一起拍一张就够了……”



"…난 이거 제일 마음에 들어."
“…我最喜欢这个。”



우영은 그 옆에 있던 산의 독사진을 가리켰다.
友荣指着旁边伞的独照。


산은 조금 곤란한 얼굴로 이거 좀 바보같이 나왔는데… 하며 말끝을 흐렸다. 나 이거 갖고 싶어. 나 주라. 웃음기 하나 없는 우영의 말에 산은 결국 제 사진을 골라내 우영에게 내민다. 표정 이상하다고 빼둔 거란 말이야. 우영이 어깨를 한 번 으쓱 했다. 상관없어.
伞有些为难地说:“这张照片有点傻……” 话音未落。 “我想要这个。给我吧。” 没有一丝笑意的友荣说道。伞最终挑出自己的照片递给友荣。“我说了这张表情很奇怪。”友荣耸了耸肩。“没关系。”


연습 가방의 주머니를 열어 폴라로이드를 넣었다. 메쉬 소재의 앞주머니는 안에 든 물건이 훤히 보여서, 잘게 난 구멍 사이로 어색하게 웃고 있는 산의 형체가 어렴풋 비쳤다.
他打开练习包的口袋,把拍立得照片放了进去。网状材质的前口袋可以清楚地看到里面的东西,通过细小的孔洞,隐约可以看到伞尴尬的笑容。


묘하게 굳어버린 공기에 살금살금 눈치를 보던 산이 조용히 폴라로이드를 각 맞춰 정리한다. 적막이 이어졌다.
在微妙地凝固的空气中,悄悄察言观色的伞静静地整理着拍立得照片。寂静持续着。



"…화났어?" “…生气了吗?”



제 말에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보이는 우영의 얼굴을 보고도 산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看到友荣听到我的话后摇头否认,伞依然无法放松表情。


혼란했다. 애초에 욕실 문을 열고 나온 우영과 마주한 직후부터 머릿속이 왕창 엉켜버렸다. 우영을 마주하지 않은 순간에도 그 일만 떠올리면 자꾸만 얼굴이 붉어져서 큰일이었는데, 심지어 입을 맞추었던 그 공간에 우영과 단둘이 앉아 있게 된 것이었다. 방금 씻고 나온 우영과.
混乱了。从一开始打开浴室门出来遇到友荣的那一刻起,脑子就完全乱成一团。即使没有面对友荣,只要一想到那件事,脸就会不由自主地红起来,真是糟糕透了。更糟糕的是,现在和刚刚洗完澡出来的友荣两个人单独坐在那个接吻的地方。



간접키스는 절대 안 되고, 진짜 키스는 괜찮아?
间接接吻绝对不行,真正的接吻可以吗?



조금만 여백이 생겨도 그날의 습도가 산의 일상으로 침투하곤 했었다. 연습을 하다가도 심장이 덜컥이고 온몸에 열이 올라 조퇴를 권유받기도 했다. 한바탕 몸살이 났던 탓에 안 그래도 걱정 뿐인 팀원들에게도 민폐가 될 것 같아서, 적어도 우영을 마주하지 않은 순간에는 어떻게든 우영과의 일을 잊어보려 얼마나 애썼던가. 
只要有一点空隙,那天的湿度就会渗透到伞的日常生活中。即使在练习时,心脏也会突然一跳,全身发热,甚至被建议早退。因为一场大病,本来就已经让队友们担心不已,伞觉得自己可能会给他们带来更多麻烦。所以,至少在没有面对友荣的时刻,伞尽力想忘记和友荣之间的事情。


하지만 다 소용 없지. 그 날 제 침으로 번들대던 우영의 입술을 바라보다 무슨 대답을 했더라. 산은 눈을 꼭 감았다. 문득 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온갖 생각들이 밀려드는 와중에 눈앞의 우영도 너무 종잡을 수가 없어서.
但是这一切都没有用。那天看着被我唾液弄得闪闪发光的友荣的嘴唇,我到底回答了什么呢。伞紧紧闭上了眼睛。突然觉得有些失落。在各种思绪涌上心头的同时,眼前的友荣也让人捉摸不透。


우영은 항상 저를 보며 알다가도 모르겠다 말했지만 산의 생각은 달랐다. 정말로 속을 알 수 없는 건 있잖아, 우영아 너인 것 같아. 감정을 숨기는 법에 서투른 나랑은 다르게 너는 프로라서. 네가 하는 모든 말이 난 나는 헷갈려.
友荣总是看着我说搞不懂,但伞的想法不同。真正让人捉摸不透的,其实是你,友荣啊。和不擅长隐藏情感的我不同,你是个高手。你说的每一句话都让我困惑。



더 미안할 일 안 만들게. …헷갈리게도 안 하고. 알았지? 
不会再让你感到抱歉了……也不会再让你困惑了。知道吗?



그 말이 생각과 정반대의 의미였을까봐 겁이 났다. 우영이 저를 좋아한다고 멋대로 착각해버렸던 때처럼, 이번에도 저 좋을 대로 생각해버린 걸까봐.
那句话的意思会不会和我想的完全相反,我感到害怕。就像之前误以为友荣喜欢我一样,这次也会不会是我自作多情了。


나는 너랑 같은 열쇠고리를 걸고 다니는 사이가 되고 싶은데. 내가 본 세상을 나눠주고 싶은데. …넌 내가 더는 착각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걸까봐.
我想和你挂着同样的钥匙扣。我想分享我看到的世界。……你是不是在小心翼翼地避免让我产生误会。



"우영아. 나 좋아해?" "友荣啊,你喜欢我吗?"



쥐고 있던 사진들의 모서리를 문지르며 묻는다. 겨우 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他一边摩挲着手中照片的边角,一边问道。好不容易挤出的声音在颤抖。



"나 좋아하는 게 아니면 왜 이런 걸로 서운해 해."
“如果你不喜欢我,为什么会因为这种事感到难过。”

"…내가 언제," “……我什么时候,”

"헷갈리게 안 한다더니 아직도 너 자꾸 헷갈리게만 하고 있잖아."
“你不是说不会让我困惑吗?可你现在还是一直让我困惑。”



눈도 잘 안 마주치려 그러고 표정도 안 좋고. 뭐가 뭔지 너무 어려워. 고개를 푹 숙이자 끝까지 올려 채운 아우터의 지퍼가 코 끝에 닿았다. 금속의 온도가 생각보다 차갑다. 우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산아. 저를 부르는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眼神也不太对视,表情也不好。到底是怎么回事,真是太难了。低下头,拉链拉到顶的外套碰到了鼻尖。金属的温度比想象中更冷。听到友荣轻轻叹了一口气。伞啊。叫我的声音没有一丝动摇。



"너 바보야?" “你是傻子吗?”



얼굴 절반을 감싸고 있던 집업 카라 사이로 우영의 손이 들어온다. 조심스럽게 산의 볼을 감싸쥔 우영이 제 쪽으로 시선을 향하게 한다.
脸颊一半被夹克领子遮住,友荣的手从中伸了进来。友荣小心翼翼地捧住伞的脸颊,让他的视线转向自己。



"나 헷갈리게 안 했는데." “我没有让你困惑。”

"……."

"너 보면 자꾸 이러고 싶어져서 그런 건데."
“看到你就总是想这样做。”



반사적으로 들이쉰 숨을 미처 내뱉기도 전에, 우영이 두 손으로 산의 볼을 감싸쥔 채 입술을 부딪혀 온다. 촉. 짧게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묘했다. 하. 눈을 내리깔고 산의 입술을 한 번 흘긴 우영이 다시 두어 번 더 입술을 붙여왔다. 촉, 촉. 꼭 감았던 눈을 뜨니 어째 우영의 얼굴이 더 빨개져있었다.
反射性地吸了一口气,还没来得及呼出,友荣就用双手捧住伞的脸颊,吻了上去。啵。短暂的碰触声很奇妙。哈。低下眼睛瞥了一眼伞的嘴唇后,友荣又吻了两三次。啵,啵。紧闭的眼睛睁开后,友荣的脸似乎更红了。



"아, 진짜 나도 내가…." “啊,真是的,我自己也……”

"……."

"언제는 아니랬다가 갑자기 그런 짓이나 하고 갑자기 또 이러고. 하… 네가 나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어. …갑자기 말 바꾸는 것도 미안한데. 키스하고 이러면 진짜 밝히는 개변태새끼 같긴 한데, 모르겠어 나도."
“有时候说不是,突然又做那种事,然后又突然这样。哈……我不知道你会怎么想我。……突然改变主意也很抱歉。接吻什么的,真的像个变态,但我也不知道。”



답답한 듯 티셔츠를 잡아내리는 우영의 목이 붉었다. 한참 눈썹 위를 엄지로 쓸던 우영은 잠시 침묵한다. 목울대가 눈에 띄게 일렁였다. 침 삼키는 소리마저 크게 울릴 정도로 고요한 방. 
答应似的,郑友荣抓着 T 恤的脖子变红了。郑友荣用拇指抚摸着眉毛上方,沉默了一会儿。喉结明显地上下移动。安静的房间里,连吞咽口水的声音都显得格外响亮。



"그냥… 그냥 네가 이렇게 만들었어."
“只是……只是你让我变成这样的。”

"…우영아." “…友荣啊。”

"응. 나 너 좋아해, 산아." “嗯。我喜欢你,伞。”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산은 숨만 겨우 겨우 쉬고 있었다. 심장 뛰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릴 수도 있구나. 두 명 분의 심장 박동이 고요한 방 안을 채워나간다. 제 몸과 한 뼘도 안 떨어진 곳에서 작은 가슴팍이 빠르게 오르내리는 것이 보였다. 우영은 살짝 내려간 산의 지퍼를 다시 잡고 올려주었다.
伞不知道自己在想什么,只能勉强呼吸。原来心跳声可以这么大声。两个人的心跳声填满了寂静的房间。他看到离自己不到一寸的地方,小小的胸膛快速地起伏着。友荣轻轻地拉上了伞稍微拉下的拉链。



"그리고 어. 나 질투해." “还有,嗯。我嫉妒了。”

"……."

"존나 유치해가지구 엄청 질투해. 그러니까 최지훈은 꼭 최지훈이라고 불러. 지훈이라고 하지 말구."
“真是幼稚得要命,非常嫉妒。所以一定要叫崔志勋,不能叫志勋。”



카라를 잡고 휙 위로 올리자 집업 위로 겨우 눈만 나온 산이 눈썹을 휜다. 그게 얄미워 엄지로 산의 눈썹 끝을 문질렀다. 너 이렇게 무방비해서 어쩔래. 아무 때나 입술 부딪히고 달려들어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한테나 잘 웃어주고 찍자는 대로 다 사진 찍어주고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진짜 어쩔래. 확인도 제대로 안 해보고 막… 좋아한다 그러고.
抓住拉链猛地往上一拉,拉链上方只露出眼睛的伞挑了挑眉毛。因为他那副样子太可恶了,我用拇指揉了揉伞的眉毛。你这样毫无防备怎么办啊。随时随地都能碰到嘴唇,扑上来也不说什么。对谁都笑得那么灿烂,别人让拍照就拍照,完全不知道这个世界有多危险。你真的怎么办啊。连确认都不仔细看就随便说……喜欢。


이 동그란 눈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았다가는 지난 번처럼 이성을 잃고 말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얘를 산 채로 잡아먹어버릴지도 몰랐다. 나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우영은 몇 번이고 생각했다. 고백하자마자 브레이크도 안 밟고 핸들 뽑는 미친 놈 되기 싫으면 두 눈 똑바로 떠야 한다고.
再多看一眼那圆圆的眼睛,就会像上次一样失去理智。这次真的可能会把他活生生地吃掉。我自己也不知道会做出什么事,所以必须保持清醒。郑友荣一遍又一遍地想着。如果不想在告白后变成一个不踩刹车、直接拔方向盘的疯子,就必须睁大眼睛。


그때였다. 산이 침대를 짚고 있던 손을 들어 우영의 어깨를 붙잡은 건.
就在那时,伞抬起了撑在床上的手,抓住了友荣的肩膀。


고개를 들어 집업에 파묻혀 있던 얼굴을 쭉 빼낸 산은 망설임도 없이 우영의 앞으로 다가왔다. 놀랄 새도 없이 다시 우영의 입술 위로 산의 입술이 겹쳐진다. 쵹. 진득하게 맞물렸다 떨어지는 입술이 좀 전보다 젖어있었다. 산이 코 끝으로 우영의 콧등을 한 번 톡 친다.
抬起头从连帽衫里探出脸的伞毫不犹豫地走向友荣。还没来得及惊讶,伞的嘴唇再次覆盖在友荣的嘴唇上。啵。湿润的嘴唇比刚才更加黏腻地分开了。伞用鼻尖轻轻碰了一下友荣的鼻梁。



"…자꾸 이러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我也一样,总是想这样。”



나직한 산의 말을 끝으로, 우영은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끊기는 것을 느꼈다.
随着伞低声的话语结束,友荣感觉到自己勉强维持的理智瞬间崩溃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