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씨발… 합격 문자를 받고도 공항을 가는 와중에도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다.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냅다 신청해버린 1년 짜리 일본 교환학생을 덜컥 정말 붙어버릴지는 몰랐다. 과 CC를 하는 게 아니었는데… 새내기 때 덜컥 복학생이었던 개쓰레기놈을 만나 내 스무 살 청춘을 바치고 그 개쓰레기놈이 과 선배 언니랑 바람 펴서 헤어졌다. 물론 내가 잘못한 건 없었으나 졸지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버려서 어쩔 수 없이 준비했던 교환학생을 신청했고, 그게 덜컥 붙어버렸고… 쨌든 이게 내 이 오사카행의 전말이다.


기숙사는 어차피 외국인 기숙사 쓰면 한국인들과 주구장창 붙어다닐 게 뻔했기에 이왕 교환학생 지낼 거면 1년 뽕을 뽑아보자 싶어서 학교에서 연계하는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원래 내 계획은… 갸루갸루귀염귀염 일본 언니 혹은 친구와 1년을 보내며 지내는 게 계획이었으나…


“… 하지메 마시떼.”

“안녕하ㅅ, 가 아니라 하지메 마시떼…”







왠 말도 안 되는 오사카 강호동 집에 (사투리로만 봤을 때) 1년이나 지내야하게 될 줄이야.

처음부터 교환학생 라이프가 대차게 꼬였다.



하츠코이

홈스테이



“이게 말이 돼요? 아니 그래도 아무리 전산 상의 오류라도 그렇죠. 21세기에 전산 상의 오류가 난 것도 말이 안 되고, 아니 그걸 다 떠나서 저는 여자고, 이 분은 남자인데.”

“학생, 저희 학교 측에서도 문제를 인지했고, 원래 같은 성별의 학생을 연계해주는 게 원칙인데 알다시피 일본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해야 돼요?”


여기는 오사카 공항 한 켠의 벤치. 옆에 하얗고 마른 남자를 앉혀두고 학교 국제처에 냅다 전화해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따지니 달리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망할 내 등록금 루팡러들.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은… 홈스테이 담당 학생이랑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상황이었다. 메일만 받아서 메일로 약속을 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당연히 이 사람의 성별은 몰랐고. 나도 하마다 아사히라는 이름을 듣고 음, 되게 남자 같은 이름이네. 했지만 요즘 중성적인 이름도 많으니 그러려니 했고, 이 하마다 아사히 군도 별 생각 없이 공항으로 데리러 왔다고 했다. 하마다 아사히 군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고 했고, 공항에 나왔을 때 꽃다발을 든 사람은 저 하얗고 마른 저 남자 하나였고…


“하마다 아사히?…”

“네.”

“남자?”

“여자… 분 이셨나요?”


그제서야 문제를 인지하게 된 것이다. 둘다 당황스러웠지만 난 차분히 국제처에 전화를 걸었고… 국제처에는 이제야 문제를 인지했다고 했으며… 어쩌구저쩌구… 난 당황스러움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으나 남자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눈을 꿈뻑 거렸다. 결국 돌아온 대답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으나 결국 숨겨진 말은 니 알아서 해라.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 이거였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난 눈을 감고 또다시 머리를 쥐어 뜯었다. 내 찬란한 교환학생 라이프가 처음부터 꼬이다니. 한참을 둘다 어색하게 나란히 앉아 그러고 있는데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 일단 저희 집으로 가실래요. 일단 당장 뭐가 해결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돌아오는 말에 결국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실례하겠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뭐 호텔을 예약하고 왔어, 어차피 국제처는 나 몰라라인 것 같고. 그 쪽에서 먼저 괜찮다고 했으면 나도 가도 되는 거 아닌가? 온갖 합리화를 하면서 짐을 챙겨서 일어나는데 남자는 내게 일단 냅다 들고 온 꽃다발을 건넸다.


“일단, … 당황스럽긴 한데.“


환영해요. 앞으로 잘 지내 봐요. 냅다 손에 쥐어진 꽃다발. 남자는 그러고는 표정 변화도 없이 이내 택시를 잡더니 내 캐리어를 파들파들 떨며 트렁크에 넣고 올라탔다. 일이 꼬였으나 품에 있는 꽃다발이 나쁘지는 않았다. 꽃 향기가 택시에 퍼졌다. 공항에서 남자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통성명을 했다. 스물 셋의 하마다 아사히. 오사카 출신. 친한 친구 중에 재일 교포가 있어 한국말을 좀 할 줄 안다고 했다. 1학년 끝나자마자 2년 휴학을 해서 나랑 같은 학년이고. 남자는 그렇게 입을 다시 꾹 닫았다. 소심한 편인가… 내심 이왕 안면 튼 거 이것저것 말하고 싶었는데 말주변이 없는 건지 낯을 가리는 건지 아사히는 아무 말 없이 창 밖만 바라봤다. 난 꽃다발만 만지작댔다.


“저기 아사히 상…”

“그냥 말 편하게 해도 돼요.”

“(제가 불편한데) 그럴까요?…”

“응.”


아 응… 또다시 돌아오는 짧은 대답에 나도 입술을 감쳐물었다. 나 이 사람이랑 어케 1년을 사냐. 나도 결국 말을 하기를 그만두고 이어폰을 꽂고 창 밖을 바라봤다. 여기서 1년이나 살아야 한다니. 설레기도 했으나 걱정이 앞섰다. 벌써 그리워지는 한국 공기에 노래를 틀고 창 밖을 바라보는데 손 위로 하얀 손이 침범했다. … 곤약 젤리?


“이건… 왜?“

”한국인들이 그거 좋아한다길래…“

”그래서요?“

”사왔어.“


주려고. 무뚝뚝하고 차분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거 치고 귀가 조금 새빨겠다. 그게 좀 웃겨서 웃음이 터졌다. 약간 우리나라로 치면 초면에 새콤달콤이나 마이쮸 받은 느낌? 이번에는 다른 느낌으로 입술을 감쳐물었다. 아사히는 또다시 무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봤다. 무표정인 거 치고 목덜미나 귀 끝은 달아올랐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젤리를 입에 넣고 아사히의 손을 한 번 툭 치고 눈을 맞추며 웃었다. 아리가또. 잘 먹을게. 그러자 아사히도 어색하게 웃었다. 웃는 게 꽤 잘생겼군.


하츠코이

홈스테이


하지메 마시떼에… 내가 집에 들어서자 부모님 두 분 다 당황하신 눈치였다. 당연히도 그럴 것이 아들래미 홈스테이 학생이 왠 이웃 나라 다 큰 털 수북한 성인 여자? 이건 나였어도 좀 당황스러울 듯. 그치만 이내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사히가 무어라 설명 하는 걸 뜨문뜨문 알아들었다. 프로그램 측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해결이 안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집에 방도 많고 어쩌구저쩌구… 대충 그런 말이었는데 나는 그냥 짐이나 들고 어색하게 입꼬리를 최대한 정중하게 올리면서 웃었다. 어차피 이미 해결도 안 되고 1년이나 머물러야 하지 않냐며 어머니께서 날 식탁으로 이끄셨다. 밥은 먹었냐길래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에 먹은 삼각김밥이 전부라 고개를 저었더니 아사히가 등짝 한 대를 맞았다. 대충 데리고 오면서 밥 한 끼도 안 맥였냐는 이야기였다. 나는 또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고 결국 초면에 4인 식탁에 부모님과 아사히, 내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꼴이 됐다.


”나이는 아사히보다 2살이 어리다고 했죠?“

”네.“

”당황스러웠겠어요, 갑자기 일이 이렇게 돼서…“

”그래도 아사히도 그렇고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일본어를 되게 잘하네요. 얼마나 배웠어요?”


말 한 마디 없이 묵묵히 밥을 먹는 아사히와 달리 부모님은 따스하게 챙겨주시며 이것저것 나에게 많이 여쭤보셨다. 아직 말하는 건 엄청 익숙치는 않아서 애를 먹었으나 최대한 노력해서 서툰 일본어로 설명을 하니 부모님도 천천히 말을 해주시며 식탁에서 여러 대화가 오갔다. 아사히는 여전히 내 옆에 앉아 아무 말도 없었다. 어색해죽겠네… 친해질 수는 있는 겨? 혼자 생각하며 내오신 커피를 홀짝 거리고 있을 때 청천벽력 같은 말이 들려왔다.


“사실 나랑 남편은 교토 쪽에 회사가 있어서 대체적으로 거기서 지내요. 이 집은 아사히랑 다른 친구 하나가 같이 살고요.“


에? 갑자기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에에?… 해버렸다. 아사히는 갑자기 풉 하며 웃음을 터트렸고 부모님께서는 하하하 웃으시며 내게 과자를 주셨다. 어차피 방은 여러 개고, 지금 아사히가 쓰는 방이 화장실이 딸려있어서 그거 쓸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우리가 요즘 일이 바빠서 잘 못 들리긴 하는데, 자주 들리니까 걱정 말고요. 뒤에 덧붙여서 설명해주시긴 했지만 부모님도 안 계시고 저 로봇 같은 하마다 아사히와 지낼 생각을 하니 좀 기분이 그랬다. 벌써부터 분위기가 숨 막히는 군. 


방 소개 해줄게. 밥을 먹고 나니 부모님도 다시 돌아가시고 나서 어색하게 둘이 소파에서 침묵으로 앉아있다가 정말 할 게 없어서 결국 아사히가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아직 짐을 다 못 옮겼는데 이 방에 화장실이 있으니 여기를 쓰면 된다고 했다. 혼자 여자이니까 불편할 텐데 어쩌구. 잠깐, 그 말은 아까 다른 친구가 또 남자라는 소리고? 그 말은? 왠 이웃 나라 남정네 2명과 한 지붕에서 지내야 한다는 소리고??? 또 표정관리를 못 하고 있으니 아사히는 한 번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침대에 앉았다.


“당황스럽겠다.“

”조금?“

”그래도 편하게 지내.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고.“

”고마워.“


너는? 오빠는? 아사히 상은?… 호칭을 정리할 수가 없어서 결국 앞에 덧붙이지 않고 물었다. 조금 낯 가리는 편이야? 그렇게 물으니 아사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한데 노력해볼게.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방 안에는 각종 엘피와 CD가 가득했다. 그 중에는 케이팝 CD도 있었고. 노래 좋아하나보다. 그렇게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리니 아사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전공은 조소과인데 음악도 하고 있어서. 휴학한 것도 음악 하고 싶어서도 있었고. 다시 나즈막히 돌아오는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반복 되는 정적… 어디서 낯 가리는 편은 아닌데 상대방이 너무 무뚝뚝 그 자체라 결국 나도 입을 닫았다. 바깥에서의 작은 소음만 들려왔다. 어색하게 이불만 만지작 거리고 있던 것도 잠시,

















“아사히!!! 그게 무슨 소리야. 홈스테이 학생이 여자라ㄴ…”


안녕… 하세요? 복도를 누가 쿵쿵쿵하며 달려오는 소리가 난 것도 잠시 방문이 활짝 열리며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등장했다. 그리고 어색하게 나란히 앉아있는 나와 아사히를 보더니 입을 챱. 막고 눈이 댕그래졌다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 참 요란한 첫만남 되시겠다.


하츠코이

홈스테이


나이는 스물 넷. 카네모토 요시노리. 마찬가지로 아사히와 나와 같은 대학. 시각 디자인과. 졸업을 했어야 하지만 재일교포 신분으로 한국 국적이라 잠시 한국으로 군대를 다녀와야 했어서 현재 3학년. 의외로 육군 만기 전역. 한국말 능통. 등등.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알아낸 요시노리의 정보였다. 요시노리도 잔뜩 움츠려든 낯 가리는 모양새였으나 아사히 보다는 꽤 제법 말주변이 좋았다. 그래도 못 하는 일본어를 하고 있는 것보다 익숙한 고향말 듣는 게 좋아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아사히는 잠자코 그동안 듣고만 있었다. 순간 아차 싶어서 일본어로 말하자고 했더니 요시노리가 대신 대답했다. 아사히 한국말 꽤 잘 해. 케이팝 조아하기두 하구, 그리구 내가 많이 알려줬어. 아사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좀 서툴러도 듣는 건 어느정도 이해할 줄 안 댄다. 원래는 한국으로 대학을 오는 게 꿈이었어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었댄다. 그래서 회화는 조금 할 줄 안다고.


“근데 한국으로 대학은 왜?”

“아사히 첫사랑이 한국ㅇ,”

“요시노리, 쓸데 없는 소리 좀 하지마.”


이번에도 내 질문에 요시노리가 대신 대답하던 와중에 아사히가 냅다 요시노리의 입을 막고 눈을 흘겼다. 첫사랑이 한국인? 로봇 치고 꽤나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사유이군. 난 그냥 웃고 있으니 아사히가 요시노리를 한 번 째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요시노리는 입을 꾹 닫고 아사히를 바라보다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 하. 요주. 잊어죠… 어색하게 웃는 웃음소리에 아사히가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요주 아니고 여주야.


”피곤할 텐데 잠깐 누워서 쉬어. 이따가 남은 내 짐은 요시노리랑 내가 옮겨놓을 테니까 걱정 말고. 요시노리 넌 방해하지 말고 좀 나와.“

”왜… 이제 막 재밌어지고 있었는데에.“

”요시노리.“


하잇… 요시노리가 말꼬리를 늘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사히는 작게 웃으며 요시노리를 끌고 나갔고 난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침대에 드러누웠다. 정황 상 요시노리가 이 집에 같이 산다는 그 남자 같고. 그래도 요시노리는 낯을 좀 덜 가리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냅다 달려오면서 소리를 지르던 것도 그렇고… 뭐랄까 아사히는 지브리에 나오는 무뚝뚝한 남주 같고 요시노리는 그냥 애니에 나올 것 같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혼자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짐을 풀었다. 그래도 둘다 한국말도 할 줄 알고 ( 한 명은 진짜 한국인이고 ) 생활이 어렵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또 문득 생각해보니…










하… 이럴 거면 기숙사 들어갈 걸.

또 주구장창 한국어 잘하는 일본인이랑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이랑 한국어만 하겠구만.


하츠코이

홈스테이


짐을 풀고 잠깐 잠에 들었다. 잠깐 잠에 들었는데 왠지 소란스러워 꿈뻑꿈뻑 눈을 떴다. 문을 등지고 누워있었는데 문 밖이 소란스러웠다.


“헉, 잠든 건가?”

“피곤하겠지. 오늘 일이 많았으니까.”

“근데 밥 먹자구 해야하자나.”

“요시 너가 깨워.”

“히쿤… 나 못 해.”

“그럼 나 보고 깨우라고?”

“너가 깨워어.”


보아하니 나한테 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자기들끼리 내가 잠든 것 때문에 누가 깨우냐 가지고 투닥 거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척비척 일어나 하품을 하며 문을 확 열어재끼니 두 남자가 문에 귀를 대고 있었던 건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색한 미소로 날 반겼다. 일… 일어났어? 요시노리가 어딘가 잘못한 고양이 같은 미소로 어색하게 웃었다. 아사히도 엉거주춤하게 서서 내 눈치를 봤다. 무슨 할 말 있어? 무슨 애도 아니고… 스물 셋, 스물 넷끼리 하는 행동이 영락 없는 고딩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대충 스트레칭을 하며 물으니 요시노리가 아사히 눈치를 쓱 보더니 큼큼 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그래도 일본 온 첫 날인데 나가서 밥 먹을래?”

“우리가 사줄게.”


꽁트도 아니고. 요시노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사히가 한 마디를 얹었다. 둘다 대체 왜 내 눈치를 보는 건지. 말을 꺼내놓고 둘다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래. 언제 나갈 거야? 금방 준비할게. 같이 가자고 해놓고 또 내가 대답을 하니 둘다 화들짝 놀라 어어. 준비하면 나와, 거실에서 있을게. 하며 어색하게 사라졌다. 나야 거절할 이유도 없고, 그래도 명색이 첫 날인데 이렇게 방에서 축 내고 싶지는 않았다. 수락할 거라 생각한 게 아닌 건지 내 대답에 둘다 놀란 표정과 함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냥 대충 입고 온 옷을 입고 나가려다 그래도 첫 외출이니 기분을 내고 싶어 캐리어에서 치마도 꺼내 입고 니트에 코트도 걸치고 화장도 했다. 워낙 준비하는 시간이 짧은 편이라 30분도 안 돼서 거실로 향하니 소파에 앉아있던 요시노리와 아사히가 벌떡 일어났다. 둘다 외투를 챙겨입고는 신발장으로 향했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럼 가자!


요시노리의 신난 목소리와 함께 길을 나섰다.

꼬여버린 시작 치고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