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준비 끝 (2)
第 62 話 準備完成(2)
“드디어 연락 주셨네요. 기대해도 될까요?”
「終於聯絡我了呢。可以期待一下嗎?」
석하얀이 눈을 빛내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오늘도 피서지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롱원피스 차림이었다. 귀에는 커다란 파인애플 모양 귀걸이가 달랑거리고 있었다.
石夏妍眼睛閃閃發光,坐在對面的椅子上。今天她依舊穿著宛如避暑勝地才會見到的華麗長洋裝。耳朵上掛著一對大大的鳳梨造型耳環,隨著動作輕輕晃動著。
“우선 이것부터 보시죠.” 「先從這個開始看吧。」
일본 던전의 자료가 담긴 태블릿을 내밀었다. 하얀 손가락이 두어 번 태블릿 위를 스치고, 그녀의 두 눈이 점점 커진다.
她遞出裝有日本地城資料的平板電腦。潔白的手指在平板上輕輕滑動了兩三次,她的雙眼逐漸睜大。
“이건…….” 「這是……」
석하얀의 손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시선이 바쁘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석하얀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길게 심호흡하고는 입을 연다.
石夏然的手指動作變快了。上下來回的視線忙碌不已。不過沒過多久,石夏然將手中拿著的平板放在桌上。深深吸了一口氣,然後開口說。
“확실하게 조사한 자료, 맞으시죠?”
「這是確實調查過的資料,對吧?」
“맞습니다. 장담하지요.” 「沒錯。我敢保證。」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이렇게나 많은 자료라니……. 게다가 확실하게 체계를 잡고 정리까지 하셨네요.”
「這麼短的時間內竟然收集了這麼多資料……而且還確實地整理得井井有條呢。」
“보충할 부분은 없습니까?” 「有什麼需要補充的部分嗎?」
“그걸 제게 물으시면 안 되죠. 전 아직 국내 던전도 몇 조사하지 못했는걸요. 헌터협회가 아직 협조적이지 않거든요. 물론 아직 뭐 하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허락해 주는 게 이상하긴 하겠지만요. 그래서 연구실을 차리려 한 거예요.”
「這個不應該問我吧。我國內的地城還沒調查多少呢。獵人協會還不太配合。當然,還沒準備好的人就被允許這樣做確實有點奇怪。所以我才想成立研究室。」
“참, 혹시 연구실 문제로 해연 길드에서 연락하진 않았습니까?”
「對了,關於研究室的事,有沒有收到海燕公會的聯絡?」
석하얀이 고개를 끄덕였다. 石夏妍點了點頭。
“삼촌이 도움 줄 의향 있다고 말해 왔어요. 하지만 어느 한 길드에 소속되는 건 내키지 않더라고요. 던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너무 영리적으로 이용되는 건 바라지 않거든요. 물론 해연 길드가 그럴 거라는 건 아니지만 던전 정보는 누구든 자유롭게, 최소한 대등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叔叔說他願意幫忙。不過我不太想隸屬於某個公會。因為我不希望對地城的研究成果被過度商業化利用。當然,我並不是說海淵公會會這樣,但我希望地城的資訊能夠自由流通,至少能以公平的代價被使用。」
“정말 훌륭한 마음가짐이시군요. 저도 그에 동감합니다. 하지만 쓸 만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석하얀 씨로서는 지켜내기 힘드실 겁니다.”
「真是令人敬佩的心態。我也同感。不過如果真的有價值的成果出現,石夏妍小姐恐怕很難守住這樣的理想。」
내 말에 석하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聽我這麼說,石夏妍微微皺起了眉頭。
“그건, 그렇겠죠. 역시 해연 길드와 협력하는 편이 좋을까요?”
「那是,應該是吧。果然還是和海淵公會合作比較好嗎?」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제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那倒也不錯,但我想提出一個建議。」
“한유진 씨가요?” 「是韓有珍小姐嗎?」
“네. 몬스터 사육 시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是的。你知道我們正在建造怪物飼育設施吧?」
“물론이죠. 오면서 공사 중인 것도 봤어요. 아, 혹시!”
「當然了。我來的路上也看到了正在施工的地方。啊,對了!」
탕, 하고 석하얀의 손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砰,石夏白的手重重地拍在桌子上。
“뉴스에서 봤어요! 지금 들어서는 몬스터 사육 시설과 그 옆의 빌딩은 향후 5년간 다섯 길드의 보호를 받게 된다지요? 혹시 제 연구실 자리 내어주시게요?”
「我在新聞上看到的!現在進去的怪物飼育設施和旁邊的建築,未來五年會受到五個公會的保護,對吧?能不能讓我用一下我的研究室位置?」
눈치 빠르네. 길게 설명할 필요 없겠다.
真是眼尖。不用多說了。
“네. 맞습니다. 적어도 5년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요. A급 헌터가 상주하며 유사시 바로 옆의 해연 길드로부터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是的,沒錯。至少能保證五年的安全。A 級獵人常駐,遇到緊急狀況還能立刻從隔壁的海淵公會獲得支援。」
물론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이걸로는 부족할 것이다.
當然,一旦研究結果開始出來,這樣還是不夠的。
‘역시 S급 헌터가 필요하겠지.’
「果然還是需要 S 級獵人啊。」
리에트 남매가 진짜 딱인데. 아니면 동생이라도. 길드 소속도 아니고 능력도 뛰어나고. 일단 맞팔은 해 놓았다. 서로 댓글 좀 달면서 보여 주기용 친분 쌓은 뒤에 본격적으로 연락할 생각이었다.
麗艾特兄妹真的是最合適的。或者至少是妹妹。既不是公會成員,能力又出眾。先互相關注了。打算先透過留言建立點表面上的交情,之後再正式聯絡。
‘제일 좋은 건 최상급 몬스터지만.’
「最好的當然是頂級怪物。」
마수는 사람에 비해 회유당하거나 배신할 가능성이 훨씬 낮았다. 던전 공략하느라 자리 비울 일도 없고. 문제는 현재로서는 S급 헌터보다 최상급 몬스터 새끼 구하기가 더 힘들다는 거지만. 아직 딱 두 마리뿐이었다. 피스와 배 타고 오는 중인 한 마리였다.
魔獸相比人類,被收買或背叛的可能性要低得多。也不會因為攻略地城而離開崗位。問題是,目前來說,比起 S 級獵人,找到頂級怪物幼崽更困難。現在只有兩隻而已。其中一隻正和 Peace 一起坐船過來。
S급 던전 공략이 가능한 길드에서 힘들게 구한 새끼 몬스터를 내어주려 하지도 않을 테고. 정 안 되면 내 보호용으로 줄 예정이라는 녀석이라도 붙여 줄까. 나야 뭐 앞으로 주위에 애들 득시글거리게 될 테니.
S 級地城攻略的公會絕對不會輕易交出辛苦取得的小怪物。要是不行的話,就給你一隻說是用來保護我的傢伙吧。反正以後我身邊肯定會有一堆小傢伙圍著。
아직은 해연뿐이지만 여기저기서 새끼 몬스터들이 들어오게 되면 걔들 생각해서라도 길드들이 알아서 더 철저히 보호해 줄 것이다. 애들 두고 이런 말하기 뭣하지만, 일종의 인질이 되는 셈이었다. 아니, 몬스터질?
雖然現在只有海妍,但如果陸續有小怪獸們進來,公會們為了牠們也會自動更加嚴密地保護。雖然帶著孩子說這種話有點不好意思,但這算是一種人質吧。不,應該說是怪獸質?
“무엇보다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길드들이 알아서 찾아올 장소입니다. 상대적으로 자료가 부족한 상급 던전을 주로 공략하는 헌터들이 말입니다. 그것도 을의 입장으로 방문하는 것이니만큼 정보를 얻어내기도 어렵지 않겠죠. 이 부분의 협조도 물론 해드릴 생각입니다. 뿐만 아니라 던전 연구 결과를 가장 필요로 하게 될 상급 헌터들인만큼 석하얀 씨께서 따로 연줄을 엮어 놓으실 수도 있을 것이고요. 하시기에 따라 제 도움 없이도 연구실이 얼마든지 커질 수 있을 겁니다.”
「這裡不僅是國內,甚至是世界知名公會都會主動前來的地方。主要是那些相對資料不足、專攻高級地城的獵人們。況且他們是以乙方身份來訪,想要獲取情報也不會太困難吧。這部分的協助我當然也會提供。不僅如此,因為高級獵人們最需要地城研究成果,石夏白先生也可能會特別牽線搭橋。說不定不靠我,研究室也能隨著情況不斷擴大。」
연구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독립적인 거대 기관도 충분히 될 수 있었다.
不只是研究室,甚至完全可以成為獨立的龐大機構。
“아…….” 「啊......」
석하얀이 얼어붙었다. 石夏妍僵住了。
“어, 그런가요? 그렇겠네요?” 「喔,是這樣嗎?應該是吧?」
“일단 S급 헌터라면 모두 한 번 이상은 찾아오게 될 테니까요. 특히 최상급 몬스터를 맡겨야 한다면 불안해서라도 직접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畢竟身為 S 級獵人,大家至少都會來一次以上。尤其是如果要交付最頂級的怪物,哪怕再不安也一定會親自來的。」
아니면 최소 A급 헌터라도 여럿 딸려 보내겠지.
不然至少也會派幾個 A 級獵人隨行吧。
“저기, 저는, 솔직히 그런 것까지는 어려워서요.”
「那個,我說實話,那種事情我真的有點困難。」
석하얀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石夏妍遲疑地說道。
“조부님께서 인맥이 무척이나 좋으신 편이라 학위 따면서도 아쉬운 소리 할 일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연구회 발표 같은 게 아니라 결과물 가지고 흥정 조율하는 건 좀…. 연구실에서 석 달 열흘 두문불출하는 건 잘하지만요.”
「祖父的人脈非常好,所以在取得學位的過程中幾乎沒有什麼遺憾的事。所以不只是單純的研究會發表,而是拿著成果去談判協調,這方面就有點……不過在實驗室裡閉門不出三個月零十天倒是沒問題。」
“저한테는 제안 잘 하셨잖아요?”
「你不是很會向我提建議嗎?」
“아이, 그건 제안이라기보단 들이받기였죠. 또 한유진 씨를 같은 연구 종사자 정도로 생각했고요.”
「哎,那倒不如說是硬碰硬了。而且還把韓有真小姐當成同樣的研究工作者。」
하긴 무작정 같이 연구해요! 협력해요! 소리쳤었지.
說到底,我們當時也只是盲目地喊著「一起研究吧!合作吧!」罷了。
“걱정 마세요. 애초에 석하얀 씨 혼자 다 맡을 순 없고, 그래서도 안 되죠.”
「別擔心。一開始就不可能讓石夏妍一個人全包,也不應該這樣。」
자잘한 일까지 다 하기엔 석하얀이 아깝지. 또 관련 협상 같은 거야 전문가가 맡아 줘야 할 테고.
連瑣碎的事情都讓石夏妍做太可惜了。而且像是相關的協商這種事,還是應該交給專家來處理。
“연구실을 혼자 운영하실 것도 아니시잖아요.”
「您又不是要自己一個人經營研究室。」
“네, 네! 그럼요. 참, 이것 좀 보실래요?”
「是,是的!當然了。對了,您要不要看看這個?」
석하얀이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어 보였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석하얀과 외국인으로 보이는 다섯 남녀. 그녀 또래부터 중년, 노년까지 다양한 나잇대에 인종이었다.
石夏妍拿出自己的手機給大家看。螢幕上顯示著一張照片。照片中有石夏妍和五位看起來是外國人的男女,年齡從她這個年紀到中年、老年不等,種族也各異。
“D메이트예요. 올해로 2년 차인 던전과 각성자 연구모임이랍니다.”
「這是 D Mate。今年是地下城與覺醒者研究會的第二年。」
“연구모임이요?” 「研究小組?」
“네. 물론 한유진 씨가 제공해 주기로 한 자료 이야기는 아직 안 했어요. 괜찮으시면 제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될까요? 다들 좋아할 거예요.”
「是的。當然還沒提到韓有珍小姐答應提供的資料。如果可以的話,我可以帶我的朋友們一起來嗎?大家一定會很喜歡的。」
그녀의 말에 사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머리칼이 희끗한 노인과 중년 여자는 낯이 익었다. 석하얀과 함께 던전 펄슨즈에 속해 있던 연구원이었다. 석하얀과 함께 대표로 몇 번 TV에도 나와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聽了她的話,我仔細端詳了照片。那位頭髮花白的老人和中年女子看起來很熟悉。她們是曾經和石夏妍一起隸屬於 Dungeon Persons 的研究員。她們幾次以代表身份和石夏妍一起上過電視,模糊地記得。
“석하얀 씨께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환영하겠습니다.”
「只要是石夏妍小姐信得過的人,我都歡迎。」
“쪼끔 부담되는 말씀이시네요.” 「這話說得有點讓人感到壓力呢。」
“부담이라니요. 애초에 석하얀 씨의 연구실이잖습니까.”
「哪裡有什麼負擔。這本來就是石夏妍小姐的研究室啊。」
“그래도 도와주시는 부분이 너무 많으니까, 제가 마음대로 굴 수는 없죠. 참, 요기 요 제이든이요. 얜 던전보다 각성자에 더 관심이 많아서 상급 헌터들이 자주 찾아 주는 곳이라면 돈 내고서라도 붙어 있으려고 할걸요? 이야기 들으면 이박삼일은 잠 못 자고 지저스를 찾을 거예요.”
「不過因為幫忙的部分太多了,我也不能隨便行事。對了,這位是 Jayden。他對覺醒者比地城更感興趣,如果是高級獵人常來的地方,他大概會花錢待在那裡吧?聽說他會連續三天三夜不睡覺地找 Jesus。」
그 밖의 모임 사람들을 소개해 주는 석하얀의 얼굴이 빛나는 듯 환했다. 목소리 또한 노래하듯 명랑했다. 상당히 사이좋은 팀인 모양이었다.
介紹其他聚會成員時,石夏妍的臉上彷彿綻放出光芒,明亮而燦爛。她的聲音也如歌般歡快。看來這是一支相當和睦的團隊。
‘적당히 뒷받침만 해주면 알아서 잘할 거 같네.’
「只要適度地支援一下,應該就能自己做好了。」
연구 모임이 있었다니. 하긴 던전에 열정적으로 관심 많고 능력도 되는 사람이 그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을 리 없지.
原來有研究小組啊。說起來,對地城充滿熱情又有能力的人,這段時間不可能什麼都沒做。
“태블릿은 일단 가지고 가세요.”
「平板先帶走吧。」
“그래도 될까요? 자료 유출될까 걱정 안 되세요?”
「真的可以嗎?您不擔心資料會外洩嗎?」
“어차피 일본의 일부 던전일 뿐인걸요. 그리고 던전 생성 법칙보다는 다른 것을 먼저 연구하셨으면 합니다. 마나 포화도 같은 거요.”
「反正也只是日本的一部分地城而已。而且我希望您先研究其他東西,而不是地城生成法則。像是魔力飽和度之類的。」
“하지만 생성 법칙이 제일 급하지 않을까요?”
「可是生成法則不是最急迫的嗎?」
“그렇긴 한데, 당분간만요. 따로 확인해 봐야 할 게 있거든요.”
「雖然是這樣,但也只能暫時。因為還有些事情需要另外確認。」
리에트 건도 있고, 원래 미래와는 던전 생성 법칙이 달라져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며칠 뒤 시스템분들 만나면 확인해 봐야지.
還有 Riet Gun,原本未來的地城生成法則可能已經改變了。幾天後見到系統人員時得確認一下。
이번에는 제대로, 속 시원하게 다 알려 주면 좋겠다.
這次希望能好好地、痛快地全部告訴我。
* * *
집으로 돌아오자 초조하게 거실을 맴돌고 있는 명우가 보였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빙글빙글 도는 게 무슨 탑돌이라도 하는 것 같다.
回到家時,看見明宇焦躁地在客廳裡徘徊。圍著桌子轉來轉去,彷彿在繞塔一樣。
[날붙이 10,000개 날 갈기(진행도 9,839/10,000)]
[磨刀片 10,000 片(進度 9,839/10,000)]
이제 이백 개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늘로 끝이네.
現在連兩百個都不到了。今天就結束了。
“그렇게 긴장돼?” 「那麼緊張嗎?」
명우가 걸음을 뚝 멈추었다. 어젯밤 잠도 설쳤는지 흰자위에 핏발이 섰다.
明宇突然停下腳步。昨晚似乎沒睡好,眼白泛著血絲。
“…너무 빨리 한 거 같아. 너무 빨리 대충해서 D급 이하 이상한 거 나오면 어쩌지.”
「……好像做得太快了。做得太草率,如果出現 D 級以下的奇怪東西怎麼辦。」
“그럴 일 없어.” 「不會有那種事的。」
딱 잘라 말하며 피스를 꺼내고 방으로 가 삐약이도 데리고 왔다. 삐약이는 머리 위로 올린 뒤 피스를 안아 들었다. 둘 다 달라붙어 있으려고 해서 곤란하다니까. 그나마 삐약이는 마석 병 주면 한두 시간 정도는 얌전히 떨어져 있는데 피스 얘는 그런 것도 없고. 다 커서도 안아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乾脆地說完,拿出 Peace,然後進房間把啾啾也帶了過來。把啾啾抱到頭頂上,再抱起 Peace。兩個都黏著不放,真讓人為難。啾啾還好,只要給牠魔石瓶,能乖乖分開一兩個小時,但 Peace 完全沒有這種情況。長大了也不會一直要人抱吧。
“그렇지만… 쓸모없는 게 나오면, 역시 실망하겠지……?”
「可是……如果出現沒用的東西,果然還是會失望吧……?」
“설사 그렇다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
「即使是那樣,也別太失望。」
당연히 SS급 스킬 나오겠지만 만에 하나 시스템 오류라도 생겨 망한다 해도, 그래도 유명우가 대단한 놈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방향만 잘 잡으면 당장에라도 성공해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니까.
當然會出現 SS 級技能,但即使萬一系統出錯而失敗,著名宇依然是個了不起的人物這一事實不會改變。只要方向掌握得當,他立刻就能成功,過上風光的生活。
“아니, 나 말고 너 말이야…….”
「不是我,是你啊……。」
명우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나?
明宇帶著憂鬱的表情說道。嗯?我?
“내가? 아니, 난 실망할 일 없는데.”
「我嗎?不,我沒有什麼好失望的。」
내 말에 우울한 얼굴이 죽을상으로 진화해 버렸다.
我這話一說,他那憂鬱的臉立刻變成了死相。
“기대 자체를, 안 해서……?”
「連期待本身都沒有……?」
“아니, 아니. 기대를 안 하는 건 아니야. 당연히 하지. 아무런 기대가 없었으면 이렇게 마지막 날 기다려서 같이 가려 하지도 않았을 걸? 다만 명우 넌 지금 이대로도 나한테는 충분히 대단해서, 스킬을 아예 못 얻는다고 해도 실망할 일이 전혀 없어. 나만이 아니라 예림이도 툭하면 냉장고 털러 오잖아.”
「不,不是的。我不是不抱期待。當然會期待。如果一點期待都沒有,我也不會在最後一天等著,想要一起去吧?只是明宇,你現在這樣對我來說已經足夠厲害了,就算完全得不到技能,也一點都不會讓我失望。不只是我,藝琳也常常來我家冰箱翻東西呢。」
하루는 나 붙잡고 명우 오빠 요리 잘한다는 소문 절대로 내면 안 돼요.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하잖아요, 를 시작으로 음식 감상평을 한 시간 넘게 늘어놓았었다. 왜 명우가 아니라 나한테 감상 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有一天,她抓著我說:「絕對不能讓別人知道明宇哥哥廚藝很好。我們連吃的都不夠了。」接著開始講了一個多小時的食物感想。我不知道為什麼她不是跟明宇說,而是跟我分享。
“솔직히 헌터 말고 요식업으로 나가도 대박 날걸? 본격적인 식당은 바쁘고 힘들 테니까 카페 같은 것도 괜찮고. 음료는 알바 쓰고 그냥 과자든 케이크든 적당히 뭘 만들어 팔든 간에 줄을 서다 못해 프랜차이즈도 줄줄이 낼 수 있을 거야.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리 내줄 수 있어.”
「說實話,不是當獵人,改做餐飲業也一定會大賣吧?正式的餐廳會很忙很累,所以像咖啡廳那種也不錯。飲料可以請兼職幫忙,隨便做點餅乾或蛋糕什麼的賣,肯定會排隊排到爆,甚至可以連鎖開分店。如果你願意,我隨時可以給你位置。」
명우가 바빠지면 내가 슬퍼지니 제대로 된 식당 내는 건 반대지만. 틀림없이 미어터지겠지.
明宇一忙起來我就難過,所以我反對開正經餐廳。但肯定會擠得水洩不通吧。
“…말은 고맙지만 그런 건 별로 하고 싶지 않아.”
「……謝謝你的好意,但那種事我不太想做。」
“그래?” 「是嗎?」
의외네. …설마 요리하는 거 안 좋아하나.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意外呢。……難道不喜歡做菜嗎?完全沒有那種跡象啊。
“진정하고 일단 내려가자. 끝은 봐야지.”
「冷靜點,先下去吧。總得看到結局。」
“응.” 「嗯。」
현관으로 걸어가던 명우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正當明宇走向玄關時,忽然停下腳步,回頭看著我。
“결과가 어떻든 정말로 고마워. 진심이야. 그러니 유진이 네가 실망하지 않는다면 나도 괜찮아.”
「不管結果如何,真的非常感謝你。這是發自內心的感謝。所以,只要你不失望,我也沒關係。」
“실망 안 한다니까.” 「我說我不會失望了。」
재차 말해 주자 명우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再三保證後,明宇的表情明顯變得更加開朗。
* * *
명우와 함께 장비 관리팀으로 내려갔다. 물론 A급 헌터도 동행했고, 그리고 삐약이랑 어쩌다 보니까 피스도 안아 든 채였다. 얘가 품에서 내려가려 하질 않아서. 최근에 연속으로 던전 돌고 이래저래 바빠 신경을 못 쓴 탓인가, 간만에 고집을 부려 그냥 데리고 오고 말았다.
我和明宇一起下到裝備管理組。當然,A 級獵人也同行了,然後不知怎麼的,連啾啾和 Peace 也被抱在懷裡。牠不肯從懷裡下來。最近連續跑了幾次地城,忙得沒時間照顧牠,可能是因為這樣,牠難得耍起脾氣,我就這麼帶著牠來了。
덕분에 장비 관리팀 사람들의 시선이 묘해지긴 했지만 뭐. 삐약이를 머리가 아니라 어깨 위에 올릴 걸 그랬나. 하지만 어깨에선 균형을 잘 못 잡아서.
多虧了這樣,裝備管理組的人看我的眼神變得有些微妙。不過也沒關係。或許應該把啾啾放在肩膀上,而不是頭上才對。但牠在肩膀上又無法很好地保持平衡。
그간 명우가 써온 세공실은 처음 왔을 때에 비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 큰 선반이 두 개 들어와 정돈도 깔끔해졌고 조명도 더 밝은 것으로 교체되었다. 그라인더 앞의 의자도 전의 것보다 편하고 좋아 보였다.
這段時間明宇使用的雕刻室與剛來時相比有了很大的變化。新添了兩個大型置物架,整齊許多,燈光也換成了更明亮的燈具。磨床前的椅子看起來比以前的更舒適、更好用。
“사람들이 신경 좀 써 줬나 봐?”
「看來有人開始關心了嗎?」
명우가 쑥스러운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明宇害羞地抓了抓後腦勺。
“응. 열심히 한다고. 하루는 민석이 아저씨가 칼 가는 거 지켜보더니 생각 있으면 관리팀에 들어오라고 하셨어. 근력 딸리는 건 장비 차면 된다면서.”
「嗯。我會努力的。有一天民錫叔叔看我磨刀,說如果有興趣就加入管理團隊。他說肌力不足的話,穿上裝備就行了。」
그걸 봤으면 당연한 반응이지. 보는 사람이 홀릴 정도로 멋있었으니까.
既然看到了,那反應當然是理所當然的。因為帥到讓人看了都著迷。
“역시 너, 대단한 거 맞다니까.”
「果然你,真的是了不起。」
어색하나마 미소 짓는 게 이제 긴장은 확실히 던 모양이었다.
雖然有些尷尬地笑了笑,但看得出緊張感確實已經放下了。
유명우가 그라인더 앞에 익숙한 태도로 자리를 잡았다. 구석으로 밀려난 원래 쓰던 의자를 가지고 와 나도 자리에 앉았다. 전원이 켜지고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柳明宇以熟練的姿態坐到了磨床前。他拿來了原本被推到角落的椅子,我也坐了下來。電源一開,機器開始運轉,
- 삐약! - 啾啾!
삐약이가 놀랐는지 파닥거리다가 내 무릎 위, 피스 위로 굴러떨어졌다. 잠깐 뒤집어졌다가 몸을 일으켜 기계를 향해 뛰어가려는 걸 얼른 붙잡았다. 놀란 게 아니라 그라인더 돌아가는 게 신기했던 건가.
小雞似乎嚇了一跳,拍打著翅膀,結果滾落到我膝蓋上、Peace 身上。牠翻了個身,正要站起來跑向機器,我趕緊抓住牠。牠不是害怕,而是對磨床轉動感到好奇嗎。
“얌전히 있어.” 「乖乖待著。」
그사이 명우는 능숙하게 칼을 갈아내고 있었다. 여전히 정확하고, 빠르고, 끊김 없는 동작이 유려하다.
這期間明宇熟練地磨著刀。動作依舊精準、迅速且連貫流暢。
[날붙이 10,000개 날 갈기(진행도 9,843/10,000)]
【磨刀片 10,000 片(進度 9,843/10,000)】
켜 놓은 상태창의 숫자 또한 쉼 없이 올라갔다. 피스는 별 관심 없어 보였지만 삐약이는 부리를 딱 벌린 채 칼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뭘 알고 구경하는 걸까. 모르고 봐도 눈을 홀리는 광경이긴 했지만.
開啟著的狀態欄數字也不停地上升著。Peace 似乎沒什麼興趣,但 Ppiyak 卻張大嘴巴,目不轉睛地看著磨刀的樣子。牠是懂得在看嗎?即使不懂,也是一幕令人目眩神迷的景象。
지루하다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숫자는 9천 9백을 돌파했다. 구백십, 이십, 삼십.
還沒來得及感覺無聊,數字就突破了九千九百。九百一十、二十、三十。
평소에는 사오십 개쯤 갈면 쉬었다 한다더니 오늘은 한순간도 손을 멈추지 않는다. 저러다 또 몸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마지막이니까 괜찮겠지.
平時聽說做個四五十個就會休息,今天卻一刻也不停手。雖然擔心他會不會又因此身體不適,但畢竟是最後一次,應該沒問題吧。
그리고 드디어, 終於,
챙그랑. 叮噹。
만 개째의 칼이 바닥에 쌓인 칼 위로 떨어져내렸다.
第萬把刀劍落在堆滿刀劍的地板上。
(진행도 10,000/10,000) (進度 10,000/10,000)
상태창의 조건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나는 움직임을 멈춘 유명우를 바라보았다. 겉보기로는 아무 변화가 없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허공에 못 박혀 있었다. 내가 볼 수 없는 메시지창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狀態欄的條件模糊地消失了。我望著停下動作的柳明宇。表面上看起來沒有任何變化,但他的目光卻凝視著虛空,彷彿在看著我無法看到的訊息視窗。
성공했을까. 제대로 떴을까. 成功了嗎。真的出名了嗎。
혹시나 싶은 불안감이 이제야 들었다.
直到現在才感到一絲不安。
“…명우야?” 「…… 明宇啊?」
뭐라고 말 좀 해주라. 그때 후욱, 하고 거친 숨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뚝 떨어졌다. 기계는 완전히 멈추었고, 바닥에 흩어진 칼날이 조용히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請說點什麼。那時傳來「呼」的一聲粗重喘息。粗大的淚珠沿著臉頰滑落,啪嗒一聲掉下。機器完全停止了,散落在地上的刀刃靜靜地反射著光芒。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靜靜地等待著。不需要等太久。
드르륵, 의자가 뒤로 밀려나고 유명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돌아보는 얼굴은 눈물기 하나 없이 마냥 환하다.
喀嚓,椅子向後滑開,有名宇從座位上站了起來。他轉頭看向我,臉上沒有一絲淚光,只有滿滿的明朗。
자신만만했다. 充滿自信。
“유진아.” 「유진啊。」
“응.” 「嗯。」
녀석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내 목소리가 오히려 더 흔들렸다.
那傢伙的聲音很平靜。反而是我的聲音更加顫抖。
“나 SS급 스킬 나왔다.”
「我出了 SS 級技能。」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얼굴 위로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그럴 줄 알고 있었는데도 까맣게 몰랐던 것처럼 웃음이 나왔다. 기쁨을 꾸밀 필요 없이 진짜로 기뻐졌다.
聽到那句話的瞬間,我臉上自然地綻放出笑容。雖然早有預感,但還是忍不住笑得像完全不知道一樣。喜悅不需掩飾,是真心感到開心。
“축하해.” 「恭喜你。」
긴말하진 않았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녀석도 웃었다.
沒多說什麼。彷彿那樣就足夠了,他也笑了。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