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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예쁘고 알바생이 맛있어요

커피가 예쁘고 알바생이 맛있어요 01

본 포타는 100% 허구입니다.






서울 강남의 펜트하우스

아침 8시가 되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한 여자가 침대에서 뒤척이며 눈을 뜬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버튼 중에 하나를 누르니 자동으로 암막 커튼이 걷히고 부스스하게 일어난 여자는 잠시의 뒤척거림도 없이 일어나 침대맡에 놓인 물 한잔을 거침없이 들이킨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어 메일함과 메시지들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사장님"


씻고 나오는 여자에게 이 집에서 일하는 것 같은 여자가 사장님이라고 하며 안부 인사를 건넨다.


"예"


그 여자는 짤막한 대답만 남기고 12첩 반상이 놓여있는 식탁에 익숙하게 앉아 아이패드로 영어신문을 보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된장찌개를 한 숟갈 먹더니 인상을 찌푸리고 부엌에서 정리를 하고 있던 여자에게 말했다.


"여사님, 오늘 찌개가 좀 짜네요"

"네? 아,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신경 써주세요"

"예"


그래도 밥 한 그릇을 야무지게 비운 여자가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를 하고 나오자 칼같이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님 저 도착했어요!"

"알았어"


무뚝뚝하게 전화를 끊은 여자가 양치를 마치고 얼굴을 정리한 후 익숙하게 옷장 안에 있는 여러 개의 수트들 중 회색 수트를 골라 침대에 내려놓고 흰색 셔츠들 중에 하나를 골라 맨 위 단추만 빼고 전부 채웠다.

익숙하게 수트까지 전부 갖춰 입은 여자는 집에서 나가 펜트하우스 전용 현관 앞에 대기 중이던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오셨어요?"

"응, 오늘 스케줄은?"


올라탄 마이바흐엔 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그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오전 회의 후에 오후에 부회장님, 회장님과 골프 약속이 있으십니다"

"하... 노인네들은 둘이 좀 놀라 그래"


여자는 머리가 지끈거렸는지 인상을 썼고 비서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사장님 안 가시면 제가 두 분한테 혼나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리고 도착한 곳은 동네의 아담한 카페였다.


"뭐야, 왜 여기로 왔어 나 폴바셋 룽고 아니면 안 먹는 거 몰라?"

"아니 사장님, 맨날 가던 폴바셋이 어제 오후부터 리모델링 한다고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 저를 믿어보세요 여기 커피 괜찮아요"


인상을 제대로 쓰고 있던 여자는 비서가 내리는걸 지켜보기만 할 뿐 따라 내리지 않았다.

여자가 내리는걸 한참을 기다리던 비서가 창문을 똑똑 두드렸고 여자 쪽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


"왜"

"아니, 안 내리세요? 메뉴 보셔야죠"

"나? 그냥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여자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하자 비서가 안된다고 강경하게 내리라고 말했다.


"처음 오신 가게니까 메뉴를 보셔야죠. 안 돼요 얼른 내리세요"

"아 진짜!"


여자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차에서 내렸고 비서를 따라서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운터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이 예쁜 여자가 여자를 보고 웃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자는 그 자리에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귀에서 이상한 종소리가 천사들과 함께 합창을 시작했고 눈은 그 여자에게 고정되어 움직일 줄 몰랐다. 

사람에게서 후광이 느껴진다는 게 이런 것일까, 여자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었다.


"...장님? 저기요? 안유진!!!!!"


유진이라 불린 그 여자는 옆에서 들린 비서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괜히 그 여자에게 성질냈다.


"아! 귀 안 막혔어!"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안 하시고, 뭐 드실 건데요"


카운터의 여자는 포스기 앞에서 미소를 띈 채 둘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아이스아메리카노요, 사장님은요?"

"어? 어, 응 나도"

".....차가운 거 안 드시잖아요"

"아니 그냥 그걸로 줘"


유진의 개인카드를 건네받아 주문을 마친 비서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덕분에 카페 안은 커피 내리는 소리만이 적막을 뚫고 울렸다.


"저......"


앉아서 커피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유진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카운터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직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덕분에 유진의 심장이 또 제 맘대로 요동치고 뛰었고, 귀 옆에선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 저... 여기 사장님이세요?"

"네? 아니요 저는 알바예요"


말을 마친 알바는 자못 이 사람 뭐지? 하는 얼굴을 하더니 다시 커피를 만들러 뒤돌아갔다.

아, 유진은 입에서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놀라서 입이라도 때리고 싶었다. 

아유 이 병신아, 뒤돌아서 본인의 입을 조용히 때리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비서가 들어와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


"사장님 뭐 하세요?"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커피 두 개가 카운터 위에 올려지고, 비서는 미련 없이 커피를 들고 인사를 한 뒤 카페를 나섰다. 유진도 알바생에게 가볍게 묵례를 하고 비서를 따라나섰다.


"야 김지원, 일할 때는 내 이름 맘대로 부르지 말랬지"

"아니, 사장님이 아무리 불러도 뭔 생각을 하는지 내 말을 듣지를 않잖아요, 그리고 아까는 왜 혼자 입을 때리고 있었어요? 엇! 우리 사장님 드디어 그동안 싸가지없이 말을 뱉은 것에 대한 회계를 하시는 건가요!!"


지원은 유진에게 커피를 하나 건네고 운전석에 타며 랩을 하듯 쏟아냈다. 평소 같으면 엄청 잔소리를 했을 유진인데 어쩐지 또 멍때리는 얼굴로 커피만 쪼옥 빨아먹고 있길래 지원이 다그치며 물었다.


"사장님! 커피 맛있죠? 어때요?"


하지만 여전히 유진은 또 묵묵부답


"아!! 안유진!! 커피 어떠냐고!!!"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유진이 지원을 보고 말했다.


"어? 어, 커피가 예뻐"

"....뭔 소리야 저 언니 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안 깼나"








안유진 35세 

현 대한민국 재계 1위 대한그룹의 외동딸

미국 팬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까지 전공하고 5년 전에 계열사 중의 하나인 대한백화점의 사장으로 부임했다.

탁월한 경영실력으로 면세점과 쇼핑몰, 아울렛 사업을 공격적으로 늘려가면서 사장 취임 3년 만에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녀도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연애


유진의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모두 젊은 나이에 반쪽을 만나셔서 빠르게 결혼을 하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셨는데 유진은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아, 물론 연애를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다.

자기 좋다고 하는 여자들 중에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사귀곤 했는데, 그 또한 절대 석 달을 넘기지 못했다. 

이유는 유진이 금방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먼저 쟁취하지 않으면 흥미가 떨어지는 승부사 성격을 갖고 있었던 탓에 긴 연애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누구를 배려하고 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미련 없이 이별 통보를 하는 탓에 욕도 꽤 먹었었다.



그리고 그 아래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여자는 김지원이라고 유진의 사촌 동생이었다. 유진보다 8살 어리고, 옆에서 비서만 하고 있어서 능력 없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회사 직급으로 따지면 상무였다.

물론 처음부터 비서로 입사를 한 건 아니었다.

워낙 까다로운 유진이 비서를 한 달도 못돼서 전부 갈아치웠기 때문에 부회장인 유진의 어머니가 당시 과장이던 지원을 고속 승진시켜주는 조건으로 유진의 옆에 붙여놓았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자주 보고 큰 사이고, 친하기도 해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한달만에 그만두던 비서 자리가, 지원이 간 뒤로는 조용히 잘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유진은 쟤를 왜 내 옆에 붙여놓냐! 이런 식이었지만 지원은 유진이 옆에서 뭐라고 잔소리를 해도 꿈쩍하지 않고 본인의 일을 잘 수행했다. 





회사로 들어온 유진은 오전 회의에 참석했다. 

가장 상석에 앉아 앞에서 PPT를 발표하는 직원을 처음에는 잘 보고 있는 듯하더니, 유진 앞에 놓인 패드에 아까 그 알바생의 얼굴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봤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이내 패드 안에 있던 알바생이 유진을 보고 윙크까지 했다.


"으, 으악!"


갑자기 비명을 지른 유진 때문에 회의실이 고요해졌고, 모든 시선이 유진에게 향했다. 지원이 얼른 뛰어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유진은 손에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시 재개된 회의도 듣는 둥 마는 둥, 다음 회의 때 최종안을 확정하자고 말을 남긴 유진은 모두가 나간 텅 빈 회의실에서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아 힘을 쭉 빼고 늘어졌다. 


"하아... 나 왜 이래"


지원이 회의실로 들어와 점심 안 드실 거냐고 물었고 유진은 생각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바로 날아오는 지원의 잔소리


"또 점심 거르시고 저녁에 술만 드시려고 하시죠, 간암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세요? 간암은 초기에 알지도 못해요, 귀찮다고 건강검진도 자꾸 거르시면서 식사도 안 하시면 어떡해요? 진짜 부회장님께 다 이를 거예요"

"아아아!!! 알았어!!먹어!! 먹는다고!!!!"


지원의 잔소리에 귀를 막고 있던 유진이 먹는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국밥집으로 향했다. 깨끗하게 순대국밥 한 그릇을 먹어 치운 유진은 한숨을 쉬며 차에 올라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차는 부드럽게 라운딩 장소로 향했다.


한시간 반 정도 달렸을까, 도착한 아난티 클럽은 회장인 할머니가 통으로 예약을 하셨는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한숨을 푹푹 쉬던 유진은 자신을 알아보고 달려오는 직원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탈의실에 가서 골프바지와 티로 갈아입고 나와 기다리고 있던 캐디의 카트에 올라탔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익숙한 얼굴의 캐디가 유진에게 인사를 건넸고, 유진은 아, 예 하고 짧게 대답만 남긴 채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회장님께서는 벌써 한 바퀴 도시고 쉬고 계십니다"

"네..."


캐디가 도착했다며 내려 준 곳엔 다행히 할머니와 어머니, 뒤를 따르는 두 명의 캐디만 있었다. 두 분은 커다란 파라솔 아래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비지니스가 이루어지는 자리면 부담스러울까 봐 걱정했던 유진은 한시름 놓고 다가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저 왔습니다"

"어! 왔어? 우리 손녀"

"왔니, 밥은 먹었고?"

"예"


유진도 파라솔 아래에 자리 잡고 앉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엄마가 이끌어가던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유진도 대충 받아쳐 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고, 할머니는 앞에서 둘의 대화를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이제 백화점 계열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그러게요"


할머니가 만족한 듯 웃었고, 유진도 왔으니 한 바퀴만 더 돌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티샷을 마친 엄마가 유진을 보고 물었다. 


"아직 만나는 사람은 없고?"

"엄마... 제발"


라운딩을 걸어가며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유진은 곧 죽어도 이 라운딩을 70타수 아래로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네 나이 벌써 35이야, 우린 정략결혼 같은 거 안 시키는 거 알지? 그 말은 평생 솔로로 늙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라는 거야"


엄마의 놀리는 듯한 말에 유진은 부아가 치밂과 동시에 아침에 봤던 그 카페 알바생이 또 생각났다. 이름이라도, 나아가 번호라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런 거에 영 재주가 없던 유진은 머리만 긁적이고 돌아섰어야 했다. 

내일도 가야지, 가서 이름이라도 물어봐야지


"딸, 딸? 유진아"


딴 생각을 하느라 엄마의 말을 듣지 못한 유진이 자신의 드라이버 차례임을 깨달았고, 정교하고 세밀하게 마무리하며 후다닥 온 신경을 집중해서 69타수로 라운딩을 끝내버렸다. 

유진은 도망치듯 클럽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물론 엄마랑 할머니는 유진의 뒤통수에 대고 다음엔 꼭 만나는 사람 데리고 오라며 장난을 치기 바빴지만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온 유진은 오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샤워가운을 입고 나와 안줏거리가 없는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집안일 해주시는 여사님도 퇴근하셔서 집에는 먹을게 없었다. 

그렇다고 배달은 자극적인 음식 투성이라 입에 맞지 않은 유진은 결국 오직 안주 목적으로 사놓았던 꽁떼치즈를 꺼냈다.

썰기도 귀찮은데, 하더니 찬장에 있는 치즈 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눈앞에 있는 과일칼로 대충 썰어 접시에 덜었다.


그리고 유진이 집안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와인 냉장고와 위스키 거치대 앞으로 갔다.


"오늘은 뭘 마셔볼까..."


결국 유진이 고민하다 집어 든 아이는 어제도 마셨던 달모어 25년이었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마셔보고 반해서 면세점에서 볼 때마다 쟁여놓는 아이였다.


위스키잔에 얼음 없이 샷으로 따라놓고 향기를 느끼고 내려놓은 유진의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오전 카페 알바생이 생각났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위스키 잔을 들고 치즈를 한손에 들고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 앉은 유진은 치즈를 먹고 양쪽 팔을 쫙 펴서 소파에 올렸다.


괜히 심란해져 샷을 털어 넣고 다시 한잔을 따랐고, 망설이지 않고 또 원샷했다. 

연거푸 넉 잔을 샷으로 마신 유진은 정신이 몽롱해지며 구름 위에 앉아있는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소파에 잠깐 눕더니 눈만 끔뻑끔뻑

옆에 있던 물을 원샷하고 화장실로 가서 양치도 마친 유진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또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루틴으로 행동하며 밖으로 나온 유진은 주차되어있던 차에 올라탔다.


"잘 잤어요?"

"응 잘 잤지, 그... 저 오늘도 어제 그 카페로 가는 거야?"

"원하시면요? 어때요 커피 괜찮았죠?"


지원의 물음에 유진은 진짜 커피가 맛있었다며 어서 가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김없이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린 지원은 당연한 듯이 혼자 카페로 들어가려고 했고 그때 차에서 내린 유진을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


"오늘은 안 내리셔도 되는데?"

"다, 다른 커피 마셔 보고 싶어서"


유진 답지 않게 말을 더듬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 지원은 뭐, 알겠다며 먼저 카페로 들어갔고 유진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변함없이 그 알바생이 일어나 웃으며 맞이했고, 지원은 아아를, 유진은 한참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돌체 라떼를 주문했다.


"저, 저는 돌체라떼요"

"돌체 라떼?? 사장님 단 거 안 드시잖아요"


지원의 말에 포스기에 주문을 입력하던 알바생이 다시 둘을 바라봤고 당황한 유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야! 나 나름 좋아해!"

"....그래요 그럼 뭐"


지원이 계산을 한 후 둘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기다렸고, 유진은 커피 만드는 알바생의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원의 눈치를 힐끔 보며 물었다.


"너 오늘은 화장실 안 가?"

"네? 갑자기요?"

"아니 뭐... 화장실은 거의 비슷한 시간에 항상 가니까..."


오늘 유진이 진짜 이상하다고 느낀 지원은 무슨 소리 하시냐고 대꾸도 하지 않고 오늘 스케줄을 정리하느라 바빴고 유진은 한숨만 푹 쉬며 완성된 커피를 들고나오는 알바생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원이 얼른 커피를 받아서 들고 문으로 나갔고 유진은 머뭇거리다가 알바생을 다시 불렀다.


"저기요"

"네?"


그때 밖에서 유진을 기다리던 지원이 뭐하냐고 다시 가게로 들어왔고 유진은 아니에요 한마디만 한 채 얼른 가게를 나와야 했다.


"오늘 진짜 이상하네 왜 그러세요?"

"지원아"


유진이 김비서가 아닌 이름을 부르자 흠칫 놀란 지원이 실눈을 뜨고 물었다.


"언니 무슨 일 있구나"

".....너 여자친구랑 사귄지 몇 년 됐다고 했지?"

"나? 3년 좀 넘었지?"


지원은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던 일본인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했고, 덕분에 여자친구는 한국에 완전 자리 잡고 일자리를 구했다.


"언니 관심 가는 사람 생겼... 어 설마?"


뭔가를 눈치챈 것 같은 지원이 깨달은 표정을 짓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언니 설마 이 카페 알바생분?"

"......시끄러워 일단 가자"


어울리지않게 얼굴이 붉어진 유진이 얼른 가자며 차에 먼저 올라탔고 놀릴 거리가 생겨서 기분 좋아진 지원도 운전석에 올라탔다.

부드럽게 운전하던 지원이 룸미러로 유진을 보며 물었다.


"언니 어떻게 내가 알아봐 줘?"

"아냐, 그러지 마"


오, 이 언니가 무슨 일이지

그런데 쓰는 시간도 아깝다고 그냥 전부 뒷조사로 알아봐달라고 했을 것 같은데 처음으로 자기가 먼저 다가가고 싶은 여자가 생긴 모양이다.


"네가 알아봐 준 내용으로 내가 다가갔다가 실수하면 기분 나빠할 거 아냐,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우리 언니 인생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여자 만났는데 걱정이네"


지원의 말에 유진은 인상 쓰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고 핀잔을 줬다.


"예, 예 그럼요"


그러고 또 한참 동안 정적, 다시 유진이 짧게 한마디 붙였다.


"행여나 엄마나 할머니한테 말하면 넌 진짜 그날부로 해고야"

"해고한다는 말 백번 천번 들어서 하나도 안 무섭거든? 그리고 내가 그 정도로 눈치 없지는 않아요, 회장님이나 부회장님 아시면 좋을 게 없는데 내가 왜 말해"


맞다. 엄마나 할머니가 유진이 관심 가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득달같이 달려와 그 여자에 대해 꼬치꼬치 케물을 것이다.

어쩌면 카페로 가서 알바생 본인을 귀찮게 할지도 모른다. 아예 카페를 높은 가격에 매입해서 사장으로 앉혀준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휴, 절대 안 돼"


유진은 처음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의외로 맛있어서 놀랐다. 어쩌면 그 알바생이 만들어줘서 평소 싫어하던 달디단 커피도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그날 오후는 오랜만에 유진의 일정이 텅 비어있었다. 일찌감치 재킷을 입고 사장실은 나온 유진은 지원에게 가서 차키를 받아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향한 곳은 당연히 그 카페였다.


괜히 긴장해서 그런 건지, 오랜만에 하는 평행주차라 그랬는지, 주차만 한세월 걸린 유진은 심호흡을 한번하고 카페의 문을 열었다.


안에선 그 알바생이 책 같은 걸 보고 있다가 유진이 들어오는 종소리에 고개를 들어 어서 오세요 하고 밝게 인사를 건넸다.


"또 오셨네요?"


유진을 알아보고 밝게 웃어주는데 바보같이 또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여자에게 단단히 꿰인 것 같았다.


"아, 네, 저... 음...."


카운터로 다가가 이번엔 다른걸 마셔보려던 유진은 결국 고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알바생은 웃으며 유진에게 말했다.


"괜찮으시면 제가 추천해드려도 될까요?"

"느, 네? 네! 좋아요"


갑자기 웃으며 말을 거는 바람에 유진은 바보같이 대답을 해버렸지만 알바생은 그대로 밝게 웃으며 메뉴판을 돌아보더니 말했다.


"음, 진한 거 좋아하시면 에스프레소 콘파냐도 맛있고요, 라떼류 좋아하시면 아인슈페너도 추천해 드려요"


멍하게 듣고 있던 유진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두 개 다 주세요"

"아 한 분 더 오시기로 했나 보네요?"


두 잔 다 달라는 유진의 말에 알바생은 당연히 한명이 더 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이건 유진의 습관이었다.

남아도는 돈 아껴서 뭐하나, 펑펑 쓰면 자영업자들에게 도움도 되고 나라에도 도움 되는 거잖아? 하는 마인드로 고르기 어려운 쇼핑을 할 때면 그냥 다 달라고 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네?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주세요, 남으면 싸가죠 뭐"


알바생은 잠시 갸웃 하는 것 같았지만 뭐 가끔 커피 두잔 드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결제를 마친 뒤 빠르게 커피 제조에 들어갔다.


유진은 주방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그런 알바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쩜 뒷모습도 예쁘네


"커피 나왔습니다"


얼른 커피를 받아 자리로 돌아온 유진은 일단 작은 에스프레소부터 마셔보았다. 오, 씁쓸한 에스프레소와 크림의 조화가 맛이 좋았다. 

작은 잔이니 원샷으로 다 마시고 다시 옆에 있는 아인슈페너를 쳐다보던 유진에게 알바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커피 진짜 좋아하시나 봐요"

"네? 아, 네!! 네 좋아해요"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알바생의 눈을 마주 보고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꼭 고백을 하는 느낌이라 유진은 마른침만 삼켰고, 알바생이 웃으며 다 마신 에스프레소 잔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천천히 드시고 가세요"


그리고 유진은 무슨 용기였는지 돌아서는 알바생의 뒤에 대고 더듬거리며 물었다.


"저, 저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네?"


돌아본 알바생이 고개를 갸웃 하며 유진을 바라봤고, 유진의 입은 바싹 타들어 갔다. 이윽고 활짝 웃더니 자신의 이름을 말해줬다.



"장원영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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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싶은 걸 씀

3개의 댓글

deana526
내가 보고싶은 걸 씀
에서 고정함

❤️❤️❤️❤️너무좋아요

내가 보고싶은 걸 씀
에서 고정함

재밌습니다아😍

내가 보고싶은 걸 씀
에서 고정함

음 클리셰 너무너무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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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ime

윶녕

계간 윶녕 2023 여름호: Passionate Love에 제출했던 '원 모어 타임'을 수정 후 백업한 포스트입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흑역사쯤으로 여기고 있는 글이지만 뒤늦게나마 만회해 보려고 합니다. 큰 의미를 두고 쓴 글은 아니니 가볍게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날이었다. 요란하게 울려 대며 단잠을 깨우는 소리의 정체가 평소와 같은 알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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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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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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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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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바라기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