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을 하는데 | 여준아, 그... 민욱 선배님 어디 앉히지? 검지로 입술 두드리며 고민하던 성민이 급하게 여준에게 물었다. 어색하고 뻘쭘한 표정으로 서서 앉을 자리 둘러보던 민욱은 역시, 괜히 여준의 페이스에 휘말려서 뒤풀이에 잘못 왔다는 생각이나 했다. 보통 4인 테이블 하나에 학생회 하나, 신입생 하나는 기본으로 깔고 나머지 두 자리는 재학생으로 채우는데. 여준이 성민의 질문을 듣고 빠르게 테이블을 스캔
바지는 왜...벗기는 거지?
전민욱 잡기 시작 | 민욱이네랑 여준이네는 엄마들끼리 친해서 교류가 꽤 있는 편이었다. 민욱과 여준은 무려 여섯 살 차이라서, 여준 모가 엄마 인생 선배인 민욱 모한테 학습지는 어디가 좋고, 학원은 어디가 좋은지 물어보는 사이일 듯. 게다가 여준 모는 워킹맘이라 아직 초등학생인 여준을 혼자 두기가 좀 그래서 민욱이 좀 일찍 끝나고 오는 날이면 그 집에 맡겼다가 퇴근 때 데려오곤 했다. 민욱은 열아홉이었는데, 대학
감정이 동해서 | 민욱은 이불 다 차고 자는 여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여준과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회비도 안 내고 간 뒤풀이 술에 꼴아서 아이스크림 산다고 진상짓 제대로 한 것부터, 신세 한탄도 아니고 장여준 붙잡고 우하준 이름 부르며 질질 짰던 것까지. 아, 진짜 최악이다. 나이 먹고 나잇값도 못하는 선배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민욱은 그래서 용케 그런 제 모습 보고도 도망 안 가고
여눅 | “잘 안 드시네.” 너 같으면 회가 지금 입으로 넘어가겠냐. 장여준은 속으로만 생각한다. 평범한 B급 헌터 장여준은 지금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국회의원과 독대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고급 일식집 룸에서. 사시미 세트 A도 B도 아닌 C 깔아놓고. 장여준은 눈앞에 놓인 참치 도로를 바라본다. 선명한 선분홍빛에 뒷목이 서늘하다. 한 접시에 얼만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맛이 없나. 좋아하는
똥차 가고 벤츠 온다. 누군가는 그렇게 주장한다. 여준은 지금 딱 똥차 들이박고 그 벤츠가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다못해 네이버 지식인에 Q. 제가 지금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의 애인이 너무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저어떡하면좋죠? ㅠㅠ 하고 질문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A. 작성자님, 힘드시겠지만 하루빨리 마음 정리 하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다른 좋은 인
여눅 | 첫눈에 반했으니까, 라고 했다. 그 인간이. 일주일 전 한 국회의원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고백-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위화감이 들지만 명백히 사실이긴 하다-으로 인해 장여준의 심신이 빠르게 피폐해지고 있었다. 말뿐이었으면 정말 좋았겠으나 전 의원님이 안타깝게도 쇼앤프루브에 소질이 있었다. 카톡. 카톡카톡. 국회의원은 일이 없는 걸까. 연락이 계속 온다. 장여준은 다크서클 내려앉은
공 하나 추가 | 성민은 민욱의 입술 진득하게 물다 울리는 진동에 잠깐 입술 떼고 핸드폰 확인했다. CYE 그룹 장 회장 아들이자, 이번 벨드에 최종 투자하기로 결정한 CYE 그룹 투자 계열사 대표 장여준의 전화였다. 성민은 운이 좋다는 듯 민욱을 흘겨보고 전화부터 받았다. 네, 대표님. 결정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여준의 목소리가 성민의 핸드폰 타고 흘러 민욱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은설의 이야기 |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껏 빼입은 은설의 두 눈은 열의로 가득 차 있다. 찰랑거리는 머리칼에는 넘실대는 기대감이, 핸드백을 쥔 손에는 감출 수 없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약속한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한 은설은 화장실에 들렀다. 거울과 마주 서서 어른스러우면서도 능숙해 보이는 웃음을 짓고, 동시에 순진한 느낌이 배어 나오도록 귀엽게 광대를 올려 보였다. 오늘을 위해 혼자서 몇 번이고 연습했
If you feel this way, You fell for me |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 데." 민욱이 여준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그의 말에 여준이 아이스크림을 쥔 손을 보고 있던 시선을 그를 향해 돌렸다. 그의 귀가 빨갛게 달아 올라와 있었다. 여준은 자연스레 반응하고자, 괜히 평온한 척 해 보였다. 하지만 여준의 눈동자는 자꾸만 흔들렸다. 그의 감정은 그의 행동을 보자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소중히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렸으니 말이었
여눅 | 청담동?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장여준은 경황도 없이 겉옷을 챙기고 현관을 연다. 걷는다. 뛴다. 달린다. 미친 사람처럼. 이유는? 그 국회의원이 장여준이란 인간에게 소중한 존재라서? 설마. 다만 여준은 옛날 생각을 하였다. 고등학생 시절 생각을 하였다. 하필이면 세계 최초의 게이트가 대한민국 서울에 열렸던 날을 떠올렸다. 여느 날과 같이 야자 끝나고 밤늦게 하교하던 날, 유난히 지하철이 제시
Why do I feel away. | 민욱은 편의점 벤치에 있었다. 핸드폰을 보며 여준과의 대화를 곱씹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여준을 기다리고 있는 민욱의 아름다웠다. 달빛에 비춰지는 민욱의 모습이 월하미인이 따로 없었다. 민욱의 설부화용은 여준의 마음을 녹이기에 딱이었다. "민욱이 형." 민욱을 부르는 목소리에 민욱이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나는 쪽을 여준이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준에
눅젤 여눅 | 나는 밤이 싫다. 유난히 추운 밤 공기, 잠에 들기전에 나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생각들, 밤이 되면 어두컴컴해져 앞이 보이지 않는 밤길, 내가 밤을 싫어해서 그런지 밤을 닮은 그 아이도 싫었다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아이를 처음 만난 날은 유난히 별이 많던 밤이었다. 그날도 나는 온갖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뭐라도 먹을 겸 편의점에 들렀고 퀭한 눈으로 멍을 때리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