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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정신력을 올려야 이 미친 중세 시대에 적응을 하든가 할 텐데.

중세인 평균 정신력은 30 정도다.

이 정도면 부패하는 시체를 보면 며칠 동안 속이 안 좋은 정도로 끝난다.

하지만 나약한 현대인인 나라면?

‘트라우마 바로 생기지….’

중세인답게 시체를 드물지 않게 봤던 파비오의 기억도, 나에겐 텍스트로만 출력되는 제3자의 경험이다.

지금 내가 시체를 본다면 바로 토하면서 쓰러질 거다.

“이 정도면 예선 탈락해야 하는 수준인데.”

역천의 천문대나 아더갓의 계약 같은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이 광기의 다크렐름에서 일반인으로 버틸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무엇보다 저 물음표 트레잇….”


[???]

: 숨겨진 트레잇. 효과는 알 수 없다.


상세보기를 눌러도 이따위로 나오는 수상쩍은 이 트레잇의 정체는 뻔했다.

다크렐름에 떨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봤던 문장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마더 에일루시아’가 당신에게 숨겨진 트레잇을 부여합니다, 라는 시스템 메시지.

마더갓이 나에게 ‘찾아오겠다’라든가 ‘기다려라’ 같은 말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추적 기능이 있는 트레잇일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로 뜨는 건 아직 활성화가 안 되어서 그런 거겠지.

“…….”

나는 내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16명의 아더갓 중 16위인 해페니시스의 예비 계약자.

스테이터스는 평균 이하.

자산도 인맥도 없고 못 배워 먹은 무지렁이 농노 출신.

절대 못 강해지는 쓰레기 같은 트레잇 보유.

그런데 1위 아더갓인 마더 에일루시아에게 찍힌 상태다.

“완전 망했네?”

게임이었으면 이번 판은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각이었다.

나는 아파 오려는 머리를 부여잡고 끙 소리를 냈다.

마더 에일루시아는 날 찾아서 뭘 할 생각인 걸까?

경쟁자 제거?

‘마더 에일루시아는 그때 내가 누구를 선택했는지는 몰랐어.’

차라리 알았다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나라면 해페니시스의 사도를 굳이 경쟁자로 여기지 않을 테니까.

마더갓도 내가 해페니시스의 계약자라는 걸 알았다면 나 따위한테 클리어 포인트를 소모하며 트레잇을 박아 넣는 건 낭비라고 생각해서 무시했을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나는 모든 것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세 치 혀의 기적]을 노려보았다.

저 트레잇만 아니었어도 마더갓이 급발진하지 않았을 텐데.


[세 치 혀의 기적]

: 그 어떤 이적의 힘도 없이 말만으로 ‘아더갓’을 홀린 자. 별하늘이 주목하고 있다.

* SYSTEM이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상세 정보를 보니 더 열받았다.

“경의를 표하기는 무슨! 엿 먹이고 싶은 거겠지!”

‘별하늘이 주목하고 있다.’

이 귀속 트레잇에 마더갓의 어그로가 끌린 이유는 바로 저 문구 때문인 게 틀림없었다.

“시스템 새끼가 저 트레잇을 주지만 않았어도!”

에일루시아가 나한테 낙인 같은 걸 찍어 두진 않았을 텐데!

빌어먹을 시스템!

그 순간 내 말을 듣고 있었다는 걸 티 내기라도 하는 듯 시스템이 알림창을 띄웠다.


[SYSTEM: ‘별하늘’이 주는 트레잇은 SYSTEM이 임의로 부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네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추가적인 알림창은 뜨지 않았다.

“저기요?”

“듣고 있는 거 다 알거든?”

“잠깐 우리 얘기 좀 할까?”

“시스템 씨?”

나는 시스템 새꺄, 야, 시발 놈아, 저기요, 시스템 님 등 가능한 모든 호칭으로 불러 보았지만 시스템에게선 응답이 없었다.

“시발 시스템 새끼! 대답 좀 하라고!”

한참 쌩쑈를 하던 나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시발 저 트레잇이 진짜 원흉이었다.

별하늘의 주목이 뭔지는 몰라도 아더갓에게 엄청난 어그로를 끄는 효과가 있다는 건 짐작이 간다.

그런데 이 트레잇에 그런 개같은 어그로 효과를 상쇄할 좋은 효과는 전혀 안 붙어 있었다.

내가 아무 말이나 지껄여도 사람들이 홀랑 넘어가는 효과도 없고, 매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좋은 점은 없고 나쁜 점만 있는 페널티 트레잇인 모양이다.

“얼른 지우든가 해야지….”

트레잇을 지우는 방법이 뭐가 있더라.

내가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는 순간 줄곧 묵묵부답이던 시스템이 다시 알림창을 띄웠다.


[SYSTEM: ‘별하늘’이 한번 부여한 트레잇은 ‘별하늘’조차 박탈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나는 얼굴을 구겼다.

아니, 그보다 시스템 새끼 너 왜 아까는 대답 안 했으면서 지금은 대답하냐?

“뭐 이딴 쓰레기 같은 트레잇이 다 있어?”

내가 중얼거림에 시스템창이 새로운 알림창을 띄웠다.


[SYSTEM: ‘별자국’은 대단한 업적을 이룬 자만이 지닐 수 있는 트레잇입니다. 보유하는 것만으로 ‘격’이 상승합니다.]


“…격이 뭔데.”


[SYSTEM: 충분한 ‘격’을 쌓은 존재는 필멸자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신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가? 그래서 이미 신인 아더갓조차 새로운 별자국에는 예민한 거고?”

시스템창은 침묵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 남의 별자국을 차지할 방법이 있나?”

이번엔 대답이 출력되었다.


[SYSTEM: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SYSTEM: 첫 번째는 완전한 합일입니다. A가 B를 흡수하여 합일을 이루면 B의 업적은 모두 ‘A의 화신’이었던 B가 이룬 일이 되어 A의 업적으로 변합니다.]


화신….

약간 힌두교 생각나네.

힌두교에서는 완전히 다른 신들을 가지고 이것도 비슈누의 ‘아바타’라고 그러잖아.

힌두교에선 부처도 비슈누의 아바타로 본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보다 흡수라는 건 사실상 잡아먹힌다는 이야기 아닌가?

특히 마더 에일루시아가 하는 ‘흡수’는….

‘와드득 까드득 냠냠 쩝쩝이겠지.’

나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두 번째 방법은?”


[SYSTEM: 두 번째는 하위 신으로 삼는 것입니다. 상위 신은 하위 신이 쌓은 별자국과 거기서 비롯하는 권능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SYSTEM: ‘본질’의 기원이 다를수록 첫 번째 방법은 위험성이 커집니다.]


시스템의 말을 듣자 약간의 희망이 보였다.

‘마더 에일루시아의 본질은 진화와 돌연변이였지.’

세 치 혀의 기적의 본질이 뭔진 몰라도 ‘진화’하고는 거의 아무 공통점도 없어 보인다.

‘위험해질지도 모르니까 웬만해서는 나를 먹진 않고 회유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시스템은 내가 희망을 갖게 두지 않았다.


[SYSTEM: 하지만 격이 너무 차이 날 경우, 첫 번째 방법에 위험은 거의 없는 수준이 됩니다.]


“…….”

시스템 새끼 진짜로 내가 절망하는 거 보려고 대답해 주는 거 아냐?

알려 주는 사실이 하나같이 거지 같은 것들뿐인데?

나는 미간의 주름을 펴려는 걸 포기했다.

어쨌든 시스템이 준 정보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지금 ‘격’은 지금 나한테는 분수에 안 맞는 짐인데, 버릴 수가 없는 상황인 거지.’

그러면 이제 생각할 만한 방법은 세 개 정도다.

1. 마더갓에게 잡히기 전에 죽는다.

쫓기다가 잡아먹히느니 그냥 자살하는 방법이다.

마더 에일루시아는 갓 죽은 시체에서만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시체를 되살리는 ‘삿된 자’도 육체와 관련된 트레잇이 아니면 보존하지 못한다.

그러니 일찍 죽어 버리면 이용당할 일도 없다.

혹시 모르니 시체가 남지 않도록 뒤처리를 부탁해 두고 자살하는 게 좋겠지.

물론 최후의 최후에서나 시도할 방법이다.

이런 빌어먹을 중세랜드에서 농노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라고 해도 죽는 건 무섭거든.

2. 격을 더 쌓아서 마더갓의 하위 신이 된다.

잡아먹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만 격을 쌓아도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마더 에일루시아의 본질과 크게 다른 격을 쌓는다면 나를 먹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아질 거다.

문제는 나는 격이 뭐고 어떻게 쌓는지 전혀 모른다는 거다.

‘업적’으로 분류되는 것들을 해내면 격으로 쳐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지금 내 상황에서는 업적작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3. 질서 교단에 귀의한다.

질서와 단죄의 신, 로클렘의 편에 붙는 것이다.

컨클루드는 아더갓끼리 싸우는 게임이 아니다.

아더갓이 질서 교단의 눈을 피해 살아남는 게임이다.

아더갓이 외우주에서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곤 하지만 영향력이 없는 이상 다크렐름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실질적으로 다크렐름을 지배하고 있는 질서 교단은 다크렐름에 한정한다면 아직 계약도 못 한 아더갓들과는 비교도 못 할 만큼 강력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마더갓이 다른 14명의 후보를 제치고 자신의 사도와 계약하는 것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겨우 게임이 시작하는 지점에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질서 교단은 게임 내내 바짝 숨통을 조여 오는 무시무시한 숙적이지.

조금만 어긋나면, 언제나 질서 교단 쪽이 승리한다.

‘게임 클리어 생각만 없으면 질서 교단이 정말 든든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3번뿐이다.

‘내가 질서 교단에 정보를 조금만 풀어도 3개월 컷 가능할 거 같은데.’

지금 해페니시스의 예비 사도로 와 있지만 사실 나는 ‘마더갓’을 제일 많이 플레이한 사람이다.

계약 직후, 어머니교가 질서 교단을 피해서 어디로 숨을지 완전히 꿰고 있다는 뜻이다.

그 정보만 알려 줘도 질서 교단은 이단들을 바퀴알 하나 남기지 않고 박멸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간 나도 죽겠지만.’

아더갓은 금기 중의 금기로,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단죄의 대상이다.

내가 예비 계약자였단 걸 들키게 된다면 결과는 화형뿐이다.

내 덕분에 다른 아더갓 예비 계약자들을 다 잡았고, 내 공로가 크다는 걸 모두가 인정하게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질서 교단은 나에게 감사할수록 더더욱 성심성의껏 나를 불태울 것이기 때문이다.

‘…정화를 해 줘야 지옥에 안 떨어진다는 이유로 말이지.’

그렇게 화형시킨 후 사후 성인으로 추대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화형은 시킬 것이다.

사람을 태워서 죄를 없던 것으로 하다니.

소름 끼치게 미개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개입하는 건 포기하고 그냥 질서 교단 근처에 있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생각해 보면 귀의한다고 해도 굳이 성직자가 될 필요는 없다.

예배당 청소부나 세탁부 같은 거면 충분하다.

성물과 성기사들의 근처에 있으면 이단 놈들은 감히 가까이 올 생각을 못 할 테니까.

‘오히려 너무 고위 성직자들을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해.’

고위 성직자들은 ‘로클렘’과 인간 사이의 중간 다리 같은 존재다.

그러니 로클렘은 고위 성직자를 통해 나에게서 뭔가 읽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 띄지 않고, 별거 아니지만 늘 예배당 근처에 있는 일을 찾아야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출력하기 위한 키워드를 생각해 냈다.

‘질서 교단… 질서 교단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사제님. 교회. 예배당….’


[개척지에는 ‘사제님’이 계시지 않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종지기 안토니오를 찾아가야 한다.]


내레이션 창이 떠올랐다.

‘종지기 안토니오?’


[‘종지기 안토니오’는 올해로 예순셋이다. 그 아래로는 딸만 둘이 있다. 내가 사제님, 하고 불렀을 때 안토니오 자신은 사제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내가 봐 온 그 어떤 사제님들보다도 더 독실하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일을 보조해 줄 사람 한 명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하고 계신다. 종을 치는 시간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종?’


[…“질서의 신께선 시간 엄수를 교리로 삼으셨으나 이를 지키기 위해선 먼저 시간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쳐야 했다. 그 일은 질서의 신을 모시는 종복들이 맡았다. 그들은 이제 ‘종’지기라고 불린다.”]

[“‘종’소리가 들리는 곳은 모두 질서와 단죄의 신께서 굽어살피는 곳이다.” 예배 시간마다 듣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헤러틱 슬레이어를 할 때 종탑이 엄청 많았지.’


[개척지에 가장 먼저 세워지는 것은 ‘종탑’이다. 나도 종탑을 세우는 데 참여해야 했다. 축성받은 종을 싣고 오던 행렬에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의 군마는 털이 검고 이마에만 흰 무늬가 있었는데 짐말보다 두 배는 먹어 치웠다. 그 여물은 내가 준비했다.]


‘아니, 갑자기 말 TMI라니.’

그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묘사해 주면 안 되나.

하지만 갑옷, 기사, 검 같은 키워드를 떠올려도 출력되는 내레이션은 없었다. 괜히 여물 만드는 법에 대한 정보만 얻었다.

‘하긴 농노한테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하겠지.’

나는 일단 안토니오를 찾아가기로 했다.

‘질서 교단 특채 같은 거 없냐고 물어봐야지.’

갓겜하다 갓됨 갓뎀! 7화

꿀푸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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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여물은 내가 준비했다!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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