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공략필승법 3 征服中国人的制胜法则 3



드디어 됐습니다! 됐다고요!  终于成功了!真的成功了!

뭐가 됐냐면 바로바로... 结果就是...

김도훈 연애 운세 레알 좆됐다고요.
金道勋的恋爱运势真的糟糕透了。

고개를 푹 숙인 도훈이 소주잔에 술 가득 담아 가글을 하는 동안 앞에서는 광란의 찌라시 생성이 이어진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난다며 단톡에 도통 얼굴을 비추지 않던 김도훈이 오래간만에 참석 의사를 내비친 자리였다. 진정한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 간을 충분히 알코올에 절여줘야 한다는 이유로 월화수목금토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잔을 부딪히는 또래의 남자아이들에게 김도훈은 '그렇게 문란하게 살고 싶니?' 하고 답장 하나하고 말았었던가. 그 후로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김도훈의 얼굴, 존나 죽상이었던 탓에 오늘 이 자리는 갑작스러운 청문회가 됐다.
金道勋低着头,往烧酒杯里倒满酒,漱口般喝着,而面前则继续上演着疯狂的八卦生成大会。这是高中毕业后,声称要去寻找真爱而一直不在群聊里露面的金道勋,时隔许久表示要参加的聚会。对于那些以"在真正开始大学生活之前,必须用酒精充分浸泡肝脏"为由,周一到周日天天不落下地碰杯的同龄男生们,金道勋曾经只回复了一句"你们想过得那么放荡吗?"就再也没说什么。时隔多年再次见到金道勋的脸,因为他一副生无可恋的表情,今天这场聚会突然变成了一场听证会。


"야 도훈아. 새로운 사람은 널렸고 너 정도면 존나 가능성 있다. 지금이라도 소개해줄까?"
"喂,道勋啊。新的对象多的是,你这样的条件绝对有很大机会。要不要我现在就给你介绍一个?"

"새로운 사람이 아니고 개 쩌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我们需要的不是新人,而是超厉害的人..."

"혹시 그 관심 있다던 사람이랑 잘 안 됐어?"
"是不是和你说过感兴趣的那个人没成?"

"야... 잘 됐으면 내가 이 황금 같은 주말에 너네랑 똥술 마시고 있겠냐?"
"喂...如果一切顺利的话,我怎么可能在这宝贵的周末和你们喝这种烂酒呢?"

"똥 술이라니? 그래도 한 병이 오천 원인데."
"狗屎酒?就算是这样,一瓶也要五千韩元呢。"


말의 핀트를 잡지 못하는 대화에서 흥미를 잃은 채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도훈이 미동 없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홀드 버튼을 누르고 테이블 위로 엎어진다. 존나 취하고 싶다아... 주량도 유전이라는 말이 맞는 건지 김도훈 몸 자체가 알코올에 특화된 모양이었다. 얼마 마시지도 않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김도훈 위로하겠다는 취지의 흑역사를 늘어놓는 친구들과 달리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멀쩡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술은 술이라고 살짝 어질어질한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정신 잃을 정도는 아니고, 날 화끈하게 개 무시하는 신정환한테 취중진담 건넬 정도로 앞 뒤 못 재는 것도 아니었다. 그게 못내 억울해서.
金道勋低着头,对无法抓住重点的对话失去了兴趣,他盯着毫无动静的手机屏幕,随后按下锁屏键,将手机扣在桌子上。好想喝醉啊...看来酒量也是遗传这话没错,金道勋的身体似乎天生就适合酒精。与那些喝没多少就脸红,然后开始讲述想安慰金道勋的黑历史的朋友们不同,他脸色丝毫不变,依然清醒。虽然酒毕竟是酒,感觉有点晕乎乎的,但还不至于失去意识,也不会像个傻子一样对那个彻底无视我的申正焕说醉话。这让他觉得很不甘心。


"야 소주 하나 더 시키자."
"嘿,再来一瓶烧酒吧。"

"우리 자리 옮길 건데? 한국대 근처에 괜찮은 중국집 있길래 미리 예약해 뒀어."
"我们要换个地方吗?韩国大学附近有家不错的中餐馆,我已经提前预订了。"

"... 중국집은 안 돼." "...不能去中餐馆。"


신정환 떠오른단 말이야... 아니 야 근데 내가 아무리 전화해도 안 받는 거 말이 돼? 감히 내 전화를 씹어허... 갑자기 입술 쭉 내밀고 흐어엉하고 우는 소리 내던 도훈이 건조하던 눈가를 거세게 문질렀다. 또래 친구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것은 남녀노소 다 공감할 것이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김도훈은 해맑은 얼굴로 등수 씹어먹는 일을 즐겼기에 모든 일에 있어서 압도적인 1위의 이미지를 늘상 영위해 왔었다. 승부욕도 강하고 해내고자 하는 의욕도 강한데 그걸 뒷받침해주는 타고난 신체 능력과 욕심들이 김도훈의 모든 학창 시절을 통틀어 '00고 훈남'하면 떠오르는 남자로 만들었고 말이다. 
申正焕突然出现在脑海里……不对,但是我怎么打电话他都不接,这合理吗?竟敢无视我的电话……金道勋突然撅起嘴唇,发出"呜呜"的哭声,用力揉搓着干涩的眼角。不想在同龄朋友面前表现出软弱的一面,这是不分男女老少都能理解的。特别是金道勋,他一向以阳光的面孔享受着碾压他人成绩的乐趣,在所有事情上都保持着压倒性第一的形象。他不仅好胜心强,做事的热情也很高,再加上与生俱来的身体素质和野心支撑着这一切,使得金道勋在整个学生时代都是提到"某高中的帅哥"就会让人想起的那个男生。

아니 김도훈 너 씨발 티야? 그건 학창시절 단골 질문이었다.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친구의 말에 '네가 병신 같은 짓을 했겠지.' 하고 매점 차카니 뜯어먹었던 일화는 그의 친구들이라면 술자리에서 꼭 꺼내는 사골 소재였다. 그 말에 상처받은 김도훈 친구 1은 사실 그때 김도훈이 애들 몰래 꽁쳐둔 젤리 한 봉지를 건네며 "야 걔보다 예쁜 애 소개시켜줄게." 라는 위로를 전했다고 쉴드를 치느라 바빴다. 본인은 그런 허구 사실에 극구 해명을 안 하는 탓이었다. 사실 8대 8 축구 반대항에서 꼭 이기고 싶었던 김도훈이 공격수 하나 더 채워 넣으려고 수를 쓴 것도 모르고 쉴드 치느라 친구 1만 똥 빠지게 움직였다.
金道勋你他妈是不是傻?这是他学生时代常被问到的问题。有一次,朋友说和女朋友分手了,他一边撕开便利店的巧克力棒一边说:"肯定是你干了什么蠢事吧。"这个故事成了他朋友们聚会时必讲的老掉牙的话题。为了替金道勋辩护,朋友 1 忙着解释说,其实当时金道勋偷偷拿出藏起来的一包糖果,安慰道:"嘿,我给你介绍个比她更漂亮的。"而金道勋本人对这种虚构的事实极力不予澄清。实际上,金道勋只是为了在 8 对 8 的足球对抗赛中取胜,想多加一个前锋,朋友 1 却不知情,只顾着替他辩护,累得要死。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再来一瓶烧酒。"


그래서인지 김도훈은 더더욱 얘네 앞에서 눈물 글썽글썽 매달고 보고 싶어어... 하는 꼴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김도훈이 짝사랑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단톡방을 3일째 불태웠던 전적이 있었던 탓이 컸다. 김도훈이 짝사랑하는 그 여신님은 도대체 누구실까? ...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아이돌 연습생 뺨친다던 수진이에게 이별을 선물했던 김도훈이 누구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한 달 내내 쫓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은 그들의 사이에서 자주 회고되고는 했는데, 그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줄 사람이 술자리에 참석하지를 않으니 늘 미궁 속에 빠져 들고 말았다.
所以金道勋更不想在他们面前露出泪眼朦胧、想念得不得了的样子。最初,仅仅是金道勋单恋这一事实就已经让群聊炸了整整三天,这是主要原因。金道勋单恋的那位女神到底是谁呢?...高中时期,金道勋甚至给了被称为不输偶像练习生的秀珍一份分手礼物,而现在他竟然真心喜欢上某个人,整整一个月都在追求,这个消息经常被他们回顾。但是能详细解释这个故事的人从不参加酒局,所以这始终是个谜。

근데 그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장본인이 술자리에 참석을 했다네. 오자마자 죽상으로 시킨 술 연속으로 밀어 넣더니 한 병 더 시키자네.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2차 약속을 중국집으로 정하자마자 '그건 안 돼...' 하고는 눈가의 살이 다 까질 정도로 세게 비벼대네... 야 김도훈 진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기는 했나 보다. 말없이 시선을 공유하는 인원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이러하다. 얼마나 예쁜지 사진 한 번만 보고 싶지 않냐? 그래도 한 달 넘게 쫓아다녔으면 연락이라도 주고받지 않았을까? ... 그러면 쟤 폰 뺏어봐.
但是能讲述那个故事的当事人也参加了这次酒局。一来就面无表情地连续灌下点的酒,然后又要了一瓶。问他详细情况也不说话,一听说二次聚会要去中餐馆就说"那不行...",然后用力揉眼睛揉得眼角都快破皮了...喂,金道勋,看来你真是遇到了个不好对付的对手啊。在场的人默默对视,脑海中共同浮现的想法是:她到底有多漂亮,能不能看一眼照片啊?追了一个多月,难道连联系方式都没有交换吗?...那就把他的手机抢过来看看吧。

신정환 생각을 하자마자 눈가가 뜨거워지는 바람에 그 모습을 감추려고 손을 들었던 김도훈은 속수무책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뺏겼다. 그마저도 눈을 가리고 있느라 가져가는 현장을 시선에 담지도 못했다. 그냥 치밀어 오른 감정을 가라앉히다가 어수선해진 테이블 분위기를 살피려 고개를 들었을 때 마주해버린 것이다. 소위 절친이라고 부르는 새끼들이 제 핸드폰을 뒤져서 이미 망한 짝사랑에 기름을 부으려고 하는 꼴을 말이다. 
金道勋刚想到申正焕,眼眶就开始发热,他抬手想要掩饰这副模样,却毫无防备地被人夺走了放在桌上的手机。由于他正用手遮住眼睛,甚至没能看到手机被拿走的场景。他只是试图平息涌上心头的情绪,当他抬头想要查看桌上变得混乱的气氛时,却撞见了这一幕。那些所谓的好兄弟们正在翻看他的手机,试图给他那已经失败的单恋火上浇油。


"카톡부터 존나 뒤져봐." "先把 KakaoTalk 聊天记录彻底翻个底朝天。"

"요즘 누가 카톡으로 연락하냐? 개소리고 그냥 인스타 디엠으로 들어가."
"现在谁还用 KakaoTalk 联系啊?胡说八道,直接用 Instagram 私信就行了。"

"아무것도 없는데? 설마 번호도 못 딴 거 아님?"
"什么都没有吗?该不会连号码都没搞到吧?"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김도훈이 찍고 싶은 찰나를 놓치기 싫다는 이유로 설정 해두지 않은 잠금 비밀번호가 이런 상황을 초래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냅다 손을 뻗어서 내놓으라고 휘저어봐도 덩치가 산만한 새끼들의 가드를 뚫기는커녕 튕겨져 나오는 통에 제대로 화도 못 냈다. 아군일 때는 저리 든든한 덩치가 없는데 적이 되니 존나 싫다... 허우적대던 김도훈이 굵직한 목소리로 카톡이고 디엠이고 외쳐대는 애새끼들의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안도를 혀를 끌끌 차며 바닥이 보이는 소주병을 들어 입에 털어냈다. 우리 형은 씹꼰대 틀딱이라서 그딴 거 안 해 개새끼들아...
喜欢拍照的金道勋没想到,为了不错过想拍的瞬间而没有设置锁屏密码,竟会导致这样的情况。他伸手想要抢回手机,但却无法突破那些身材魁梧如伞的家伙们的防守,反而被弹了回来,连生气的机会都没有。当他们是自己人的时候,怎么就没有这么强壮的身材,现在成了敌人反而让人讨厌得要死...金道勋挣扎着,听着那些小崽子们用粗犷的声音大喊着要看 KakaoTalk 和私信,他暗自松了口气,一边咂舌一边拿起见底的烧酒瓶,将剩下的酒一饮而尽。我们哥哥是个老顽固,不会玩那些东西的,你们这群混蛋...


"야 전화 목록에 이 사람은 뭔데?"
"喂,你手机联系人里这个人是谁啊?"

"신정환 형? 최근 통화 목록에 왜 이 사람밖에 없네. 여자 이름 같지는 않은데? 누구냐?"
"申正焕哥?最近的通话记录里怎么只有这个人。看起来不像是女生的名字啊?是谁啊?"

"신정환? 어디서 들어봤는데..." "申正焕?我好像在哪里听过这个名字..."

"재수 겨우 면한 새끼가 뭘 알아!"
"刚刚逃过一劫的小子懂什么!"

"아니 분명 안다니까... 신정환... 정환..."
"不是,我真的知道... 申正焕... 正焕..."


김도훈 핸드폰 뒤지다가 기어코 통화 목록을 연 이들이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반복되는 한 남자의 이름을 보며 의문을 표한다. 여자 이름 같지는 않은데? 이러네. 당연하지 씨발 남자니까. 심지어 전화를 받지 않고 죄다 거절 아니면 부재중으로 들어간 이력을 보고서도 이렇다 할 의심도 하지 않았다. 김도훈이 짝사랑 종료 선언을 해서 쌩 까는 건 이유가 된다 쳐도 신정환이 쌩 까는 건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싸가지인지 밤새 고민을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에 오기로 더 전화를 걸었지만 영원히 무시를 당하는 중이었고 말이다. 어이없어... 물론 신정환이 전화를 받으면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金道勋翻看手机,终于打开了通话记录。他们不断下滑屏幕,看到反复出现的一个男人的名字时表示疑惑。这不像是女生的名字吧?当然不像,因为他就是个男的。即使看到所有的通话记录都显示未接或拒接,他们也没有产生任何怀疑。虽然金道勋宣布结束单相思而不接电话还说得过去,但申正焕为什么也不接电话,这种无礼的行为到底从何而来,即使整晚思考也完全无法理解。出于这种不甘心,他更加频繁地拨打电话,但一直被无视。真是难以置信...当然,即使申正焕接了电话,他也不知道该说什么。

대부분의 사람들은 틀에 박힌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고는 한다. 김도훈도 신정환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러했다. 심지어 아주 잠깐 만난 짱깨집 딸배한테 반했다는 것을 외면하기 위해 들어오는 고백들은 거의 거절하지 않고 모두 다 받아들이는 바람에 별명이 우리 집에 스쳐가는 남의 집 남자였을 때도 있었다.
大多数人都会毫不在意地说出一些陈词滥调。金道勋在遇到申正焕之前也确实如此。甚至为了逃避自己对一个只见过一面的中国餐馆老板女儿一见钟情的事实,他几乎接受了所有向他表白的人,以至于有段时间他的绰号是"我家里来来往往的别人家的男人"。

축구고 농구고 야구고... 공으로 하는 건 다 좋아해서 발발 뛰어다니던 김도훈은 남자 고등학생이라면 흔히 경험한다던 몽정도 쉽게 이룬 적이 없었다더라. 애초에 꿈을 꿀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남을 때까지 방치하지 않아 씻고 나면 일사천리로 고투더베드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런 김도훈은 자신의 첫 몽정의 대상이 신정환이었던 것을 자각한 순간 인정했다. 이것은 아주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구나. 얼굴, 그 얼굴이 감정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고 그려내는 것으로도 2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게 김도훈의 순정을 증명한다.
金道勋喜欢所有用球的运动,无论是足球、篮球还是棒球...他总是精力充沛地四处奔跑,以至于他从未像其他男高中生那样经历过普遍的梦遗。这是因为他从不让自己有多余的体力去做梦,洗完澡后就直接上床睡觉了。然而,当金道勋意识到自己第一次梦遗的对象是申正焕时,他承认了这一点。他明白这不是一种常见的情感,但也不是可以轻易忽视的。仅仅是想象和描绘那张脸,那张随着情绪变化的脸,就让两年时光飞逝而过,这证明了金道勋的纯情。

열려 있다고 자부하는 김도훈도 받아들이기에 시간이 필요했던 성 정체성을 친구들에게 강제로 납득시킬 자신이 없어서 신정환에 대한 사소한 정보도 쉽게 털어놓지 않았다. 어차피 그 형이랑 나랑 뭐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말을 꺼내서 무엇하리. 물론 그러한 기회나 순간이 주어진다면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인 논리 상 현재 신정환과 김도훈 사이에 무언가가 생길만한 건덕지는 1도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멀쩡한 김도훈의 현실 자각은 이런 때에도 발휘되었다는 것이다. 그냥 할 수 있는 말은 '좋은 사람이야.' 정도...
即使是自认为思想开放的金道勋,也需要时间来接受自己的性取向。他不敢强迫朋友们理解这一点,所以连关于申正焕的一些小细节都不愿轻易透露。反正他和那个哥哥之间也没什么特别的关系,何必多嘴呢。当然,如果真的有机会或时机的话,他也不会拒绝。但从现实逻辑来看,申正焕和金道勋之间目前根本没有任何可能发展成什么的迹象,这时金道勋清醒的现实认知就体现出来了。他能说的也就只有"他是个好人"这种程度的话而已...


"와 내가 이걸 까먹었다고? 정환이 형을?"
"哇,我怎么会忘记这个呢?正焕哥?"

"너 신정환 알아?" "你认识申正焕吗?"

"내가 어떻게 몰라. 나를 한국대에 입학시켜주신 일등 공신 선생님인데."
"我怎么会不知道呢。您可是帮我进入韩国大学的头号功臣老师啊。"


그 말을 꺼낸 준영이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어 무언가를 바삐 찾는 시늉을 했고, 친구들이 멈칫하는 사이 제 핸드폰을 아주 빠르게 되찾아 온 김도훈은 어차피 다른 세계의 동명이인일 것이라 생각하고는 새로운 술병을 들어 술잔에 채워 넣었다. 8등급 안준영의 어머니가 발품 팔아서 과외 자리 만들어 냈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과외 어플에서 유명한 한국대 입학률 100%를 자랑하는 일타강사, 이상한 호구 쌤. 
说完这句话,俊英从裤子口袋里掏出手机,装作在急忙寻找什么。趁朋友们愣神的功夫,金道勋迅速拿回了自己的手机。他想着反正只是另一个世界的同名人而已,便拿起新的酒瓶给酒杯倒满。他似乎记得曾听说过 8 级安俊英的母亲四处奔波为儿子找到了家教的工作。那是在家教 app 上以韩国大学 100%录取率而闻名的一位王牌讲师,人称奇怪的冤大头老师。

한국대 입학 슬로건은 구라가 아닌지 학원보다 빡센 진도와 숙제량, 스파르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무섭다던 안준영이 쏟아내던 경험담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에너지 음료 쪽쪽 빨았던 지난 날들... 그래서 그런지 불안하지가 않았다. 김도훈이 아는 신정환은 학구열이 높다기보다는 멍청... 한 편에 가까웠으며 누군가를 가르치고 살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신문에 적힌 십자말풀이도 겨우 해내는 신정환은 8등급 준영이를 한국대에 입학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열렬한 짝사랑을 받고 있는 그 신정환과 준영이의 정환쌤은 다른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건데...
韩国大学的入学口号不是骗人的吧?比补习班还要紧凑的进度和大量的作业,安俊英曾经说过那里比斯巴达还要可怕,他倾诉的经历我当时左耳进右耳出,只顾着猛灌能量饮料...也许正因如此,我现在并不感到不安。金道勋所认识的申正焕与其说是学习热情高,不如说更接近于傻乎乎的,他也不是那种会热衷于教导别人的人。连报纸上的填字游戏都勉强才能完成的申正焕,是不可能让 8 级的俊英考上韩国大学的。所以我确信,那个正在接受热烈单恋的申正焕和俊英的"正焕老师"一定是两个不同的人...


"형님. 지금 바쁘세요? 통화 가능하세요?"
"哥哥,你现在忙吗?可以通话吗?"

- 어어. 괜찮아... 준영이 잘 지냈어?
- 嗯嗯。没事的... 俊英最近过得好吗?


근데 안준영이 들고 있는 핸드폰 스피커에서 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저런 목소리를 가진 정환은 아마 지구상에 단 하나뿐일 것이다. 나른하고 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느릿하게 퍼지는 숨소리 같은 것을 못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김도훈이 최근 짝사랑 종료 선언을 하기 전까지 매일 듣던 목소리였으니까. 입가에 소주잔을 가져다 대고 있는 김도훈이 저 홀로 그대로 멈춰라 찍고 있는 줄도 모르는 준영은 남자의 나른한 대답을 캐치하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但是安俊英手机扬声器里传出的熟悉声音让人感到困惑。拥有这种声音的正焕在这个世界上恐怕只有一个。那慵懒而低沉的声音,以及缓慢扩散的呼吸声,实在是无法不被认出。毕竟这是金道勋在最近宣布结束单相思之前每天都会听到的声音。金道勋正把烧酒杯举到嘴边,而不知道自己正被拍摄的俊英捕捉到了男子慵懒的回答,继续着对话。


"주무시고 있었던 건 아니죠? 목소리가 약간 잠기신 것 같아서요. 나중에 연락 드릴까요?"
"您不是正在睡觉吧?您的声音听起来有点沙哑。要不我待会再联系您?"

- 아니야. 지금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술 좀 마셨어. 근데 갑자기 왜 전화했어? 설마 재수?
- 不是的。刚刚和好久不见的朋友们见面...喝了点酒。但是你怎么突然打电话来了?该不会是重考吧?


미치신 거 아니야? 김도훈 머릿속에 입력된 신정환 정보가 싹 다 리뉴얼됐다. 한 달 쫓아다니면서 착실하게 입력했던 관찰 일지의 대부분이 수정 중 표식이 달린다. 인생 왜 사는지 모를 정도로 손 놓고 살던 꼴초 딸배 새끼가 어떻게 8등급을 한국대에 입학시키는 일타 강사일 수가 있지. 실제로 사람이 없는 중국집 홀에서 신문 하나 들고 골똘히 고민하던 신정환을 들여다본 김도훈은 헛웃음을 흘린 전적이 있었다. 신문 한 켠에 위치한 십자말풀이 한 칸을 채워 넣지 못해서 연필 들고 이마에 주름 채워 넣고 있는 나의 귀엽고 멍청한 아기 딸배... 의 모습이 싹 다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金道勋疯了吗?他脑海中关于申正焕的信息全部更新了。一个月来跟踪观察所得的大部分记录都被标上了"修改中"的标记。那个不知人生为何而活、无所事事的烟鬼酒鬼怎么可能是能把 8 级生送进韩国大学的一流讲师呢?金道勋曾经在一家空无一人的中餐厅大厅里,看到申正焕拿着一份报纸深思熟虑的样子,不禁失笑。那时他看到的是我可爱又傻乎乎的小酒鬼,为了填不出报纸一角的填字游戏,手持铅笔皱着眉头的模样...这一切在此刻都彻底粉碎了。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도훈은 틈만 나면 홀에서 빗자루질하며 마감하는 신정환 팔 붙잡고 "형! 나랑 술 마시자. 나랑 진대하자!" 하고 질질 늘어지고는 했는데, 신정환은 그럴 때마다 거절했었다. 자기는 술을 먹으면 몸에서 알코올을 거부하는 어쩌고 물질을 생성하는데 그게 과해지면 호흡 곤란이 온다고... 지금 생각해 보니 읊었던 단어들이 신정환의 평소 이미지하고는 달랐다는 것을 의심 삼았어야 하는데 신정환은 분위기 바꾸기의 신이라서 김도훈 정신을 쏙 빼놓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게 문제였다.
不仅如此。金道勋一有空就会在大厅里拖着扫帚做收尾工作的申正焕的胳膊,说:"哥!跟我喝酒吧。跟我来场真心话大冒险吧!"然后缠着不放,但申正焕每次都会拒绝。他说自己喝酒时身体会产生一种排斥酒精的什么物质,如果过度的话会导致呼吸困难...现在回想起来,他说的那些词和申正焕平时的形象很不符,应该引起怀疑的,但问题在于申正焕是个善于转移话题的高手,非常清楚如何让金道勋晕头转向。


'도훈아 근데 진대가 뭐야?' "道勋啊,不过什么是'진대'啊?"

'아 형 진짜... 진지한 대화 몰라요?'
"啊哥,真是的...不懂得认真谈话吗?"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말을 줄여대? 이것도 약간 그런 건가? 엠제트?'
"现在的孩子们为什么总是这样缩写词?这个也算是那种吗?MZ?"

'... 형 혹시 엠지 말하는 거예요?'
"...哥,你是在说 MG 吗?"

'... 못 들은 걸로 할게,'
"……就当我没听见吧,"

'아... 진짜 할아버지 가라고!' "啊...真的让爷爷走吧!"


그러고는 한참 동안 마감하느라 간판 불도 꺼져 있는 중국집 홀을 뛰어다니던 김도훈과 신정환. 김도훈은 사실 신정환이 자신을 잡아도 이렇다 할 잡도리 안 할 것에 확신을 하고 있어서 설렁설렁 뛰었는데 신정환은 진심 모드 100을 켜고 빗자루를 휘두르며 달려왔다. '형한테 할아버지? 요즘 형이 너무 풀어줬지.' 서로의 속도에 있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탓에 빠르게 달려온 신정환 가슴팍에 김도훈이 폭 소리 내며 등 부딪힌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고, 숨을 고르는 신정환의 소리가 오롯이 김도훈 귓가에 스며들었던 것은 그 순간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김도훈의 의도적인 머뭇거림이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然后,金道勋和申正焕在已经关掉招牌灯的中餐厅大厅里跑来跑去,忙着收尾工作。金道勋其实确信即使申正焕抓住自己也不会真的惩罚他,所以跑得漫不经心,但申正焕却开启了百分百认真模式,挥舞着扫帚追了过来。"叫哥哥爷爷?最近哥哥是不是太纵容你了。"由于双方在速度上没有达成共识,申正焕快速冲过来,金道勋发出"砰"的一声撞在他胸口上是很自然的结果。申正焕调整呼吸的声音完全渗入金道勋的耳畔,这一刻的持续是金道勋有意的迟疑所创造的瞬间,他希望这一刻能够延续下去。

보통 같은 성별인 사람과 찝찝한 몸이 맞닿으면 벌레라도 붙은 것 마냥 질색하며 몸을 떼어냈던 김도훈과, 그냥 김도훈이라면 질색하고 스킨쉽을 피했던 신정환이 암묵적으로 피하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김도훈은 그냥 신정환이 자신을 먼저 밀어내지 않으니까, 근데 귀에 들리는 신정환의 숨소리가 불규칙하고 등에 맞닿는 신정환 가슴팍이 온통 뜨겁고 벅찬 게 너무 좋아서...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한참을 뜯고 조각해서 기억 속에 박았다. 마지못해 밀려나기 전까지 말이다. 
通常,当同性之间身体接触时,金道勋会像被虫子碰到一样厌恶地躲开,而申正焕也会避免与金道勋有任何肢体接触。但这一刻,他们默契地没有回避。金道勋只是因为申正焕没有先推开他,而且耳边传来的申正焕不规律的呼吸声,以及贴在背上的申正焕滚烫而激动的胸膛,让他感到无比美好...为了长久地记住这一刻,他仔细地将每个细节刻画在记忆中。直到最后不得不被推开为止。

그런 사고 같은 순간마저 청춘의 포장지에 담아 기억하는 김도훈은 신정환이 뱉어낸 충격적인 진실에 어버버. 
金道勋即便是这样的事故瞬间也会包裹在青春的包装纸里珍藏,但此刻却被申正焕吐露的震惊真相弄得不知所措。

한 번에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그 사실들의 몸집이 너무 거대했다. 술 먹자는 김도훈의 말을 거절하려고 백분토론을 벌이다가 중국집 내부에서 추격전까지 찍었던 신정환이... 사실 동네 중국집에서 츄리닝 입고 하루하루 허송세월을 보내는 백수 인생이 아니라, 애새끼 하나 사람 만들어서 대학 보내주는 것으로 유명하던 그 일타 강사였다고.
一时间难以理解和接受这些事实,因为它们太过庞大复杂。那个为了拒绝金道勋喝酒的提议而展开长时间辩论,甚至在中餐馆内上演追逐戏的申正焕...原来并不是在街边中餐馆穿着运动服度日的无业游民,而是以培养一个孩子成才并送他上大学而闻名的那位一击必中的名师。

신정환이 꾸며냈던 모든 이미지들에 진저리가 났다. 사람 겉면만 보고 판단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적어도 한 달이나 얼굴 맞대고 사적인 이야기... 물론 김도훈만 주절주절 떠들어대고 신정환은 담배 피우며 맞장구 쳐주는 것이 다인 대화였지만 그 정도로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사람 도리 아닌가? 적어도 김도훈 앞에서 멍청한 척 연기하면 안 됐던 거라고. 김도훈이 어쭙잖게 '형은 그것도 몰라? 내가 해줄게.' 하고 선심 쓰게 하면 안 됐던 거라고. 왜 씨발 왜... 내 앞에서 개 주접을 떨어가지고 사람 병신을 만들어... 하필이면 형 얼굴에 정신 못 차리는 내 앞에 왜 고꾸라져 있어 가지고...
申正焕编造的所有形象都让人感到厌恶。虽然说不应该只看人的表面来判断,但至少相处了一个月,面对面聊私事...当然,主要是金道勋在喋喋不休地说,而申正焕只是抽着烟附和。即便如此,相处了这么长时间,作为一个人难道不应该诚实相待吗?至少在金道勋面前不该装傻充愣。不该让金道勋自以为是地说"哥连这个都不知道吗?我来帮你。"为什么,他妈的为什么...在我面前装疯卖傻,把人当傻子耍...偏偏在我这个对哥的脸无法自拔的人面前,为什么要这样倒下去...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신정환이 꾸며댔던 거짓말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申正焕面无表情,他编造的谎言如同全景画一般在脑海中闪过。


'형은 그런 거 머리 아파서 싫어. 도훈이는 공부 잘해서 좋겠다.'
"哥哥讨厌那些让人头疼的事。道勋真好,学习那么棒。"

'그러게 나중에 뭐 하고 살지... 그냥 짱깨 장사할까.'
"那么以后做什么谋生呢...要不就做个中餐馆老板吧。"

'도훈아. 십자 말풀이 저것 좀 도와줘. 형 하다가 머리에 쥐 났어...'
"道勋啊,帮我看看那个填字游戏吧。哥哥做到头都大了..."


이딴 말들은 왜 했냐고. 사실은 3등급 김도훈도 수능 대박 터져서 한국대 겨우 턱걸이했던 건데, 한국대 입학률 100% 슬로건 걸고 과외 장사했던 신정환이면 김도훈이 나대는 꼴 보면서 웃음 참았을 거 아니냐는 말이다. 답답하고 어리숙하고 멍청한 신정환의 본모습은 존나 약은 거였다. 김도훈이 형 좋아 형 내가 다 해줄게. 하는 그 마음의 본질을 못 알아 들었던 게 아니고 그냥 다 알면서 모르는 척을 했던 것이라고. 와 존나 비상 개 꼴 받는데?
为什么要说这种话呢。事实上,3 等级的金道勋也是靠着高考大爆发才勉强挤进了韩国大学,而申正焕可是打着"韩国大学 100%录取率"的口号做家教生意的人,看到金道勋这样显摆,肯定忍不住想笑吧。那个令人窒息、天真又愚蠢的申正焕其实是装出来的。金道勋说"哥,我喜欢你,我会为你做一切",申正焕不是没听懂这话的本质,而是明明都懂却假装不知道。哇,这也太让人火大了吧?


"야! 니 지금 술 먹고 있냐?"
"喂!你现在在喝酒吗?"

- ... 뭐야? - ... 什么啊?

"뭐긴 뭐야. 내 전화는 존나 씹더니 안준영 전화는 바로 받네? 전화기가 사람 차별도 해주네. 최신 폰 존나 좋다?"
"什么啊。我的电话你他妈的不接,安俊英的电话你倒是马上接了?手机还会区别对待人啊。最新款手机真他妈好用是吧?"

- 너 도훈이야? - 你是道勋吗?

"맞으면 어쩌시려고요." "如果是真的你打算怎么办。"

- 야 너... 일단 주인 돌려줘.
- 喂,你...先把主人还回来。


낯설었다. 김도훈이 알고 있는 신정환은 제 아비가 운영하는 업장 앞에서 의자 끌어다 놓고 담배 뻑뻑 피우는 개 꼴통이었고 사자성어를 헷갈려서 신문에 가끔 보이는 가로세로 단어 퍼즐을 엉망으로 완성했으며 요즘 문화에는 영 가까워질 생각이 없는 꼰대 새끼였는데... 안준영 전화로 소통하는 신정환은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단정하고 딱딱했다. 김도훈한테는 늘 한 켠을 열어 놓고 퉁명스럽지만 다정하게 반응해 주던 사람 신정환이 아니었다. 규격화된 로봇 신정환은 거북했고 불편했으며... 좆같았다.
这感觉很陌生。金道勋所认识的申正焕是个在他父亲经营的店铺前拖张椅子坐着猛抽烟的混蛋,是个常把成语搞混,把报纸上偶尔出现的填字游戏弄得一塌糊涂的家伙,是个对当今文化毫无兴趣的老顽固。但是,在与安俊英通电话时的申正焕却像是重生了一般,变得整洁而严肃。这不是那个总是为金道勋留有一席之地,虽然态度生硬但却温柔以待的申正焕。这个标准化的机器人申正焕让人感到别扭、不自在,简直糟透了。


"와... 형 진심 개 같은 거 알지..."
"哇...哥,你真的知道自己很混蛋吧..."

- 내일 후회하지 말고 일단 준영이한테 폰 돌려줘... 형이 네 폰으로 다시 전화할게.
- 先把手机还给俊英吧,别等到明天再后悔...哥哥会用你的手机再给你打电话的。

"걸었을 때 받았으면 좀 좋냐? 하면 뒤져. 진짜 구라 아니고 나 연장 들고 중국집 부시러 간다."
"走路的时候接到电话会好一点吗?那你就死定了。我真不是开玩笑,我要拿着工具去砸烂中餐馆。"


당사자의 의사는 필요 없다는 듯 빨간색 종료 버튼을 연타한 도훈이 준영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마지막에 빡친 감정 주체하지 못하고 말을 쏟아낸 탓에 어두운 피부색 위로 붉은 홍조가 올라온 얼굴로 평소 하지 않던 욕설을 연달아 뱉어내던 도훈이 징징 울리는 제 핸드폰을 가방 속에 거칠게 밀어 넣었다. 진짜 개새끼이... 챙겨 온 가방을 대충 챙긴 도훈이 자리를 뜨기 전, 말을 아끼면서 저들끼리 시선을 교류하던 친구들을 살피며 씩씩대다가 입을 열었다. 야. 너네도 짱개집 불매해라. 사람이 한식을 처 먹고 살아야지 뭔 중국집이야. 씨발...
金道勋似乎不在乎当事人的意愿,连续按下红色的结束通话按钮,然后把手机递给了俊英。由于最后无法控制愤怒的情绪而脱口而出,平时不说的脏话接连不断地从他嘴里冒出来,深色皮肤上泛起红晕。金道勋粗暴地把还在嗡嗡作响的手机塞进了包里。真是个王八蛋...他草草收拾了带来的包,在离开座位之前,一边喘着粗气一边观察着朋友们相互交换眼神却不说话的样子,然后开口说道:"喂,你们也抵制那家中国餐馆吧。人应该吃韩餐过日子,什么中国餐馆啊。妈的..."


"야 준영아. 김도훈 뭐라는 거냐?"
"喂,俊英啊。金道勋说什么了?"

"내가 어떻게 알아... 어, 정환이 형한테 다시 전화와서 금방 받고 올게."
"我怎么知道啊... 呃,我再给正焕哥打个电话,很快就回来。"

"야 김도훈 어디가! 2차 가자며!"
"喂金道勋,你去哪儿啊!不是说要去第二摊吗!"

"잡지 마. 쟤 존나 빡돈 거 안 보여? 저렇게 욕하는 거 3반이 반대항에서 태클 걸었을 때 빼고 처음 봄."
"别拦他。你没看到他气得要死吗?除了 3 班在对抗赛中挑衅时,我还从没见过他这样骂人。"




- 하면 뒤져.  - 做了就死定了。

- 진짜 구라 아니고 나 연장 들고 중국집 부시러 간다.
- 我真不是在骗你,我要拿着扳手去砸中餐馆了。

"여보세요? ... 도훈아. 김도훈!" "喂?... 道勋啊。金道勋!"


흔치 않게 정환이 큰 소리를 내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자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귀찮고 따분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신정환에게서 발견된 인간적인 면모를 놓칠 하이에나들이 아니었다. 뭔데 야 누군데. 저마다 오른 취기를 뒤로 하고 오랜만에 발견한 먹잇감의 상태를 체크한다. 음 지금 신정환 술 얼마나 들어갔냐? 진실의 신정환 나오는 상태냐? ...
罕见地,正焕大声喊出某人的名字,引起了酒桌上所有人的注意。这群豺狼可不会错过在一直保持着厌烦和无聊表情的申正焕身上发现的人性化一面。怎么了,是谁啊?每个人都顾不上自己的醉意,开始检查这难得发现的猎物的状态。嗯,申正焕现在喝了多少酒?是不是到了吐露真相的状态了?...

진실의 신정환의 전설은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김도훈에게 스물이 있다면 신정환에게도 스물이 있었을 터, 가히 말하자면 그의 스물은 아마 억눌렸던 자아의 해방 시기라 부르는 것이 걸맞을 테다. 의사니 검사니 판사니... 사짜 직업 부모 잘 만나 등 따숩고 배 불리 자란 친구들 사이에서 마음만은 풍족하게 길러주신 홀아비 위해서 이 악물고 펜 잡았었다. 남들 다 간다는 노래방이니 분식집이니 저에게는 모두 사치였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갈 시간 줄여서 단어장 달달 외우는 삶이 어울렸다. 
申正焕的真实传奇要追溯到很久以前。如果金道勋有二十岁,那申正焕也有他的二十岁,可以说,他的二十岁或许应该被称为被压抑的自我的解放时期。医生、检察官、法官……在那些出身好家庭、衣食无忧的朋友中间,为了那位虽然只能在精神上给予丰富滋养的鳏夫父亲,他咬紧牙关握紧了笔。别人都去的 KTV 和小吃店对他来说都是奢侈,休息时间缩短上厕所的时间来背单词的生活才适合他。

그마저도 하교를 하면 바로 홀 서빙을 하기 위해 교복 셔츠까지 걷어 올려야 해서 흘러가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게 무서웠던 과거였다. 신정환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기 전에 깨달은 것은 어찌 살고 무슨 직업을 갖든 저마다의 후회는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중국집에 와서 짬뽕 하나 소주 한 병 시키는 아저씨들의 푸념이 증거였다.
那时候,一放学就得卷起校服衬衫去餐厅当服务生,害怕浪费流逝的时间,这是过去的事了。申正焕在学会与同龄人相处之前就明白了一个道理:无论过什么样的生活,从事什么样的职业,每个人都会有自己的遗憾。那些来中餐馆点一碗炒码面和一瓶烧酒的大叔们的牢骚就是证明。

그러니 일단 되는 대로 머릿속에 글자 채워 넣고 닥치는 대로 다 외우는 게 안전빵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허리 휘면서 고등학교까지 보내준 아비 노후는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그의 아빠가 '정환아. 이제 나 말고 너를 위해 살아라. 아빠는 더 이상 너 걱정 안 한다.' 하고 손을 떼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게 효자인 줄로만 알았다. 새파랗게 어린 자식이 코피 흘려가며 따온 입학 증서가 그리 무겁게 느껴질 수가 없다는 남성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신정환은 그마저도 거절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위해 살라는 말도 어렵고, 아빠의 걱정이 없는 삶도 어려웠던 스물은... 모든 것이 어려웠다.
所以最安全的方法就是尽可能地往脑子里塞满文字,然后不管三七二十一全都背下来。至少要以这种想法来承担起父亲弯腰劳累把自己送到高中毕业的养老责任。直到上大学时,他父亲对他说:"正焕啊,从现在开始为自己而活吧。爸爸不再为你操心了。"在那之前,他一直以为这样做才是孝顺。他无法理解父亲说的"年轻的孩子流着鼻血换来的入学证书是如此沉重"这句话,但申正焕还是没能拒绝。对于二十岁的他来说,为自己而活很难,没有父亲操心的生活也很难...一切都很难。

입학과 동시에 풀어진 것은 고의였다. 타고난 천성이 느긋하던 것은 되찾은 여유로 증명했지만 반복됐던 학습은 지겹게 들러붙었다. 그래서 남들이 학점을 위해 공부할 때 연애를 했고, 술 마실 때는 담배를 배웠다. 더 막 나갈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 배우고자 눈을 빛냈고, 그 끝은 (전) 여친의 현 남친에게 시비 걸리는 것으로 완성했다. 가만히 있던 신정환이 자기 여자 넘봤다며 선빵치길래 체급 차이 기꺼이 무시하고 똑같이 들이박았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은 안타까운 사실. 구린 소문 따라붙는 건 예상했지만 경영 신정환이 호빠 선수 출신이라는 헛소문과 더불어 매일 같이 들리는 중국집이 선수 출신들 위장 취업 시켜주는 가게라고 소문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나는 괜찮은데 우리 아빠는 건들지 말지...
入学的同时放纵自己是故意的。天生悠闲的性格通过重获的自由得到了证明,但重复的学习却让人厌烦。所以当别人为了学分而学习时,他谈恋爱;当别人喝酒时,他学会了抽烟。只要有更出格的事情可做,他就会兴致勃勃地去学,最后以挑衅(前)女友的现任男友而告终。一直沉默的申正焕以"觊觎他的女人"为由先出手,尽管体重级别差距明显,他还是毫不犹豫地以同样的方式还击,但可惜实力不足。虽然预料到会有不好的传言,但完全没想到会有经营系的申正焕是牛郎出身的谣言,以及每天光顾的中餐馆是安置牛郎出身者就业的店铺这样的传闻。我倒是无所谓,但别惹我爸爸...

경영 전공책이 왜 이렇게 두껍냐는 소문까지 났던 초판 인쇄본까지 구해 들고 도서관으로 직행했던 신정환은 그걸 냅다 휘둘렀다. 어디에? 호빠 소문낸 새끼 대가리에. '야 내가 호빠에서 선수 뛰는 거 봤다는 게 너야?' 질문했으면 대답을 듣는 게 올바른 순서인데 어떻게 된건지 신정환은 걔 입술 열리는 거 기다리지 않고 풀 스윙 꽂았다. 정수리에서 피가 흐르는지 충격으로 애가 쓰러졌는지 알 바 아니였고 받아야 할 건 하나였다. 사과해 우리 아빠한테.
申正焕带着那本据说厚得离谱的经营学教科书的初版印刷本直奔图书馆,然后他毫不犹豫地挥舞起来。挥向哪里?那个散布他在牛郎店工作谣言的混蛋的脑袋。"喂,是你说看到我在牛郎店当红牌的吗?"按理说问完应该等对方回答,但不知怎么回事,申正焕没等那家伙张嘴就给了他一记全力挥击。他才不管对方头顶是否流血,是否被打晕在地。他只在乎一件事:向我爸道歉。

경영 두부 닮은 걔가 동기 머리에 전공책 박았다는 썰이 일파만파 퍼졌을 때쯤 신정환은 지팔지꼰을 상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응 내 팔짜 내가 꼬았고 앞으로도 풀 생각 없으니까 좆대로 살아라. 합의니 선처니 운운하는 동기 얼굴에 인프피 자아 싹 숨긴 정환이 가운뎃손가락 치켜들었던 것은 그의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 충동적으로 벌인 일. 그대로 짐 싸들고 휴학계부터 제출한 뒤 군대도 지원했다.
当那个长得像经营系豆腐的家伙把专业课本砸在同学头上的传闻四处传开时,申正焕终于深刻理解了"自己造的孽自己受"这句话。是啊,我自己把自己的命运搞砸了,以后也不打算改变,所以你们爱怎么活就怎么活吧。面对那些谈什么和解、宽大处理的同学,正焕隐藏起自己的 INFP 性格,竖起了中指。这是他人生中第一次也是最后一次冲动行事。之后他直接收拾行李,先递交了休学申请,然后还主动申请了入伍。

 나름 규격 정해져 있고 선이 명확한 곳이 맞는 건지 말뚝 박으라는 제의도 틈틈이 받았지만... 뭐랄까, 신정환 인생에 굳은 살이랑 맷집만 존나 늘고 알맹이가 사라진 기분이었달까. 정신은 차렸는데 제일 중요한 의지가 소멸된 신체는 기동력을 찬찬히 잃어갔다. 입대할 때 총명하던 눈빛 다 어디 갔대? 완전 개 동태눈이네 이거...
虽然时不时收到一些建议,说这里有明确的规矩和界限,让我安定下来,但是... 怎么说呢,感觉申正焕的人生只是增加了厚茧和耐力,却失去了内在的精华。虽然清醒了过来,但最重要的意志消失了,身体也慢慢失去了行动力。入伍时那双聪明的眼睛都去哪儿了?现在完全是一副死鱼眼啊...

- 내일 신병장님 전역이지 않습니까?
- 明天申正焕上士不是退伍了吗?

- 축하 선물로 다구리 준비했습니다!
- 我们准备了群殴作为庆祝礼物!

처 맞고 심한 구타당하는 와중에도 눈물 대신 웃음이 픽픽 샜다. 군대가 체질이라고 생각했지만서도 길었던 십팔 개월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은 후련함이 한몫했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사회에 발 들이면 뭐부터 해야 되는 걸까... 일찍이 철이 들어 남들 안 하는 산전수전 다 겪었던 스물 세살은 도태될 틈도 없이 이 악물며 살아온 결과를 되짚었다. 군화가 허벅지에 박히고 팔꿈치가 옆구리에 박히는 와중에도 내일 제 발로 걸어 나갈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숨을 쉬어야 할지... 그것만 떠올렸다.
即使在被殴打和遭受严重暴力的过程中,他的脸上也不是泪水而是时不时流露出笑容。虽然他一直认为自己适合军队生活,但长达十八个月的服役终于结束的如释重负感也起了作用。话说回来,踏入社会后应该先做什么呢...年仅二十三岁就早早懂事,经历了常人未经历的风风雨雨的他,回顾着自己咬紧牙关奋斗至今的成果,没有丝毫落后的余地。即使在军靴踢打大腿、手肘撞击肋部的过程中,他脑海中想的只有明天自己将以什么样的身份在社会上呼吸...只有这个念头在他脑海中盘旋。

"아빠. 저 나왔어요." "爸爸,我出门了。"

- 정환아 얼른 와서 배달 좀 도와라.
- 正焕啊,快来帮忙送外卖。

그게 신정환 중국집 알바 일대기가 쓰인 첫 장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인생이 남들 입에 올라 어떤 형태로 방아를 찧든지 신경 안 쓰기로 마음먹는 것이 우선이었다. 각 잡힌 형태의 군복과 멀끔한 전투화를 신은 신정환은 2년 전에 사용하던 아이폰 6s 들고선 빠르지만 갈아타는 지하철 대신 2시간은 족히 걸리는 버스에 올라탔고, 가는 동안 복잡한 생각들을 잔인하게 찢어 죽이느라 바빴다. 바쁘게 호흡하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꼬리 치는 삶은 이제 그만두겠다는 각오와 함께 말이다. 
这就是申正焕在中餐馆打工的人生历程的第一页。首要任务是下定决心不去在意别人对自己日复一日谋生方式的评头论足。身着笔挺的军装,脚踩锃亮的作战靴的申正焕,手持两年前用过的 iPhone 6s,没有选择快速但需要换乘的地铁,而是乘上了需要足足两个小时的公交车。在路上,他忙着无情地撕碎那些复杂的思绪。他下定决心,要结束那种为了忙碌地呼吸和生存而拼命摇尾乞怜的生活。

호구를 의미하는 세 가지 조건은 무엇일까... 전직 호구 입장이었던 아버지가 증인 하시길 첫째는 웃음이요 둘째는 헤픈 것이고 셋째는 가능이라 하더라. 조건 따지지 않고 뭐든 다 오케이 때리며 웃어주는 태도를 몸에 집어넣느라 좀이 쑤셨다. 날을 세우고 사방에서 들어오는 칼날을 쳐내느라 세워뒀던 촉이 무뎌지자 주변에서도 반응했다. '정환이 안 바쁘면 아줌마네 야채 옮기는 것 좀 도와줄래?' 츄리닝 입고 슬리퍼 직직 끌며 검은색 하이바 휘휘 돌리는 꼴초 신정환은 동네의 보안관 역할을 충실히 해내느라 하루하루 분주했다.
什么是成为冤大头的三个条件呢...作为前冤大头的父亲作证说,第一是笑容,第二是轻浮,第三是可能。为了把不问条件就对什么都说好并报以微笑的态度融入身体,我可是费了不少劲。当我放下戒备,磨钝了为了抵挡四面八方而来的刀刃而竖起的触角时,周围的人也有了反应。"正焕啊,如果不忙的话,能帮阿姨搬一下蔬菜吗?"穿着运动服,拖着拖鞋,挥舞着黑色高尔夫球杆的烟鬼申正焕,为了尽职尽责地扮演好社区保安的角色,每天都忙得不可开交。

우리 천재 아들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팔자에도 없던 보안관 노릇을 다 하냐? 불길이 용솟음치는 화구에 대고 웍을 바쁘게 움직이던 남자가 이쑤시개 하나 질겅질겅 물어뜯으며 공책 위로 볼펜 똥을 휙휙 감아 돌리는 정환에게 물었다. 자수성가한 검판의 하나 안 부러울 정도로 정환을 자랑스레 여겼던 남자는 갑작스러운 정환의 행보에도 크게 무어라 한 적이 없었지만, 그것도 한 두 해가 지나가자 겸연쩍은 의심 하나 정도는 싹이 텄던 터라... 아무렇지 않게 물어도 평소 한 적 없던 물음은 상황에 따라 쉽게 티가 나고 만다.
我们天才儿子怎么突然起了当保安的念头?这可不是他的命啊。一个男人一边在熊熊燃烧的灶台前忙着翻炒锅里的菜,一边嚼着牙签,问正在笔记本上转着圆珠笔的申正焕。这个男人一直以申正焕为傲,觉得他不比那些白手起家的大老板差。即使面对申正焕突如其来的决定,他也从未多说什么。但是,随着时间的推移,他心里也不免滋生出一丝尴尬的疑虑。即便他试图装作若无其事地发问,但这种平时从未问过的问题,还是很容易在特定情况下暴露出来。

"아빠 내가 쪽팔리지는 않지?" "爸爸,我不会让你丢脸的,对吧?"

"내가 아들을 왜 쪽팔려하겠어." "我为什么要觉得儿子丢脸呢。"

"아직은 쪽팔리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금 더 이렇게 살 생각이라서."
"我希望你还不觉得尴尬...因为我打算继续这样生活一段时间。"

무음으로 해둔 정환의 핸드폰 알림이 화면을 밝게 깨우며 빛을 낸다. 고전설화 같은 방문 과외 대신 쌍방 합의를 통해 어플로 진행하는 과외에 제자가 5명이나 있는 정환은 다 낡아 노랗게 변색된 노트 위로 수학 공식을 바쁘게 써 내려갔다. 고작 하루에 3만 원 플러스 알파해서 한 달에 꼬박 백만 원 벌 수 있는 중국집 배달 알바로 메이커 츄리닝을 깔 별로 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집 앞에 가득 쌓인 쇼핑몰 비닐들을 챙기는 신정환 등짝 위로 굳은살 가득 박힌 사랑의 매가 닿는 것은 거의 인사치레와 같은 것이었고, 그때마다 신정환은 똑같은 대답을 뱉었다.
申正焕静音的手机屏幕亮起,显示有新的通知。申正焕不再像古老传说中那样上门家教,而是通过双方同意的应用程序进行教学,现在有 5 名学生。他在已经泛黄的旧笔记本上快速写下数学公式。仅靠每天 3 万韩元加一点额外收入的中餐外卖兼职,一个月勉强赚到一百万韩元,根本不可能买得起名牌运动服。每当申正焕收拾堆积在家门口的购物袋时,背上满是老茧的"爱的鞭子"落下,这几乎成了一种问候。而每次申正焕都会给出同样的回答。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카드 긁는 거라니까 그러네?'
"你就是因为有什么可以依靠的地方,才敢刷卡的吧?"

'짱깨집 배달이나 하는 놈이 무슨 돈이 있어서 자꾸 옷을 사?'
"一个送中餐外卖的家伙哪来的钱老是买衣服?"

'다른 일도 이것저것 하고 있거든요?'
"我也在做各种各样的其他事情呢?"

'사는 옷도 그 꼬라지가 그게, 네가 백수야? 그지야? 맨날 그딴 것만 입고 다니게?'
"你穿的衣服也是那副德行,你是无业游民吗?乞丐吗?天天就穿那种东西到处跑?"

애정이 동반된 온갖 비난과 멸시가 정환을 향해 꽂혔지만 단 한 번도 과외 알바를 한다고 터놓은 적은 없었다. 다들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이고 싶어서, 어떻게든 정상인으로 보이고 싶어서 용을 쓴다는데 신정환만 모난 돌처럼 비정상을 추구했기에. 그게 정신을 차린 신정환의 첫 번째 목표였으니 말이다. 일차원적으로 사회에서 용인하지 못하는 놀고먹는 백수를 추구미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 돈 벌기 위해서 과외 알바한다는 사실은 신정환에게 있어 결코 들켜서는 안 되는 극비 사실이 아닐 수가 없었다. 
尽管申正焕遭受了各种带有爱意的指责和蔑视,但他从未透露过自己做家教兼职的事。大家都想被视为社会的一份子,想方设法让自己看起来像个正常人,而申正焕却像个棱角分明的石头一样追求不正常。这就是清醒后的申正焕的第一个目标。他之所以将社会无法接受的游手好闲的无业游民作为追求的对象,也是出于这个原因。因此,为了赚钱而做家教兼职这个事实,对申正焕来说绝对是一个绝不能被发现的绝密。

과외생과의 만남은 절대 불가. 번호는 까고 전화도 가능하지만 직접적으로 얼굴을 비추게 되는 상황은 절대 싫어. 신정환이 과외 프로필에 자신을 소개할 때 경력이고 학벌이고 다 좆까라하면서 최상단에 적어두는 문구였다. 일단 그것만 오케이 하면 밑에 적어둔 추가 요구 사항은 개 껌이나 다름이 없어서... 특히나 신정환은 과외 어플에서 모두나 적어두는 '연락 불가능한 시간'이라는 것의 개념이 없는 호구쌤이었다. 새벽 오케이 아침 오케이 저녁 오케이 언제든 연락만 해 모르는 문제 풀이는 2분이면 상세히 설명 가능 < 이게 신정환 셀링 포인트였다.
绝对不允许与家教学生见面。可以交换电话号码并通话,但绝对不喜欢直接露面的情况。申正焕在家教简介中介绍自己时,把这句话写在最上面,对于学历和经历都不屑一顾。只要同意这一点,下面列出的其他要求就不值一提...特别是申正焕在家教应用中是个没有"不可联系时间"概念的老好人老师。凌晨可以,早上可以,晚上可以,随时联系都行,不懂的问题 2 分钟内就能详细解释 < 这就是申正焕的卖点。

모의고사 6등급도 인서울을 보내주는 일타강사 호구. 이것은 온라인에서 신정환을 설명하는 고 3들의 설명이 맞다. 그러니까 오프라인에서의 신정환을 모르는 온라인 한정 유료 구독자들이 하는 말... 제대로 된 과외를 하면 돈을 쏠쏠히 모을 정도로 실력이 좋은데 왜 온라인에서 다 퍼주면서 장사를 하냐는 리뷰도 달렸었다. 하루는 신정환, 그러니까 과외 어플 '딸기오빠'의 학벌이 조작이라는 말도 나왔었는데... 그건 하루종일 핸드폰 하는 미디어 도파민 중독인 신정환이 1분 만에 본인 등판을 하며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模拟考试 6 级也能送进首尔大学的一流讲师傻瓜。这是网上高三学生对申正焕的描述,确实没错。也就是说,这是那些不了解线下申正焕的仅限网上付费订阅者所说的话...还有人留言说,如果好好做家教的话,他的实力足以赚到不少钱,为什么要在网上全部免费分享呢?有一天甚至有人说家教应用"草莓欧巴"上申正焕的学历是造假的...不过这个谣言很快就被整天玩手机、沉迷媒体多巴胺的申正焕亲自出面一分钟内澄清了。


Q. <종합> 카테고리 '딸기오빠' 진짜 H대생 맞나요? 어플 측에서 검수한 내용인가요?
Q. <综合> "草莓欧巴"类别的人真的是 H 大学的学生吗?这是应用程序方面审核过的内容吗?

아무래도 본인이 적어둔 학력과 과외 이력, H대생이라는 말과 다르게 24시간 상시 연락 가능하다는 내용이 의심스럽습니다. 강의 시간과 개인 여가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딸기오빠' 선생님의 학력 위조가 의심되어 문의합니다.
这个人写的学历、补习经历以及说自己是 H 大学生,但却声称 24 小时都可以联系,这一点让人感到可疑。考虑到没有顾及上课时间和个人休闲时间,我怀疑"草莓欧巴"老师可能伪造了学历,所以来询问一下。

A. 적어주신 내용에 답변을 드립니다.
A. 我会回答您所写的内容。

<종합> 카테고리의 '딸기오빠' 선생님께서 등록하신 경력 및 학력 사항은 모두 어플에서 검수가 완료된 내용입니다. 또한 들어온 문의 건에 관련되어 '딸기오빠' 선생님의 입장 내용을 간략하게 전달드립니다.
ㄴ <综合>类别中"草莓欧巴"老师登记的经历和学历信息均已在应用程序中完成审核。此外,关于收到的咨询事项,我们简要传达"草莓欧巴"老师的立场内容。

<딸기오빠> 선생님: 저는 그냥 시간이 많고 돈이 벌고 싶어서 24시간 채팅을 열어둔 게 답니다. 무료 바이럴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과외 상담이 많이 왔어요. 
<草莓欧巴>老师:我的回答是,我只是因为有很多时间,想赚钱,所以才开启了 24 小时聊天。谢谢你们免费帮我做了病毒式营销。多亏了你们,我收到了很多辅导咨询。


그러니까 신정환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인간관계에서 본인이 온라인 한정 과외 선생님 '딸기오빠' 임을 밝힐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특히나 얼굴 맞댄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김도훈에게는 더더욱 그랬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작년 과외생 안준영의 등장 하나로 최근 가장 신경을 쓰던 김도훈과의 관계가 이리 처참히 무너질 수 있다니... 끊긴 전화기의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환이 일단 겉옷을 챙겨 들고 술자리를 박차는 것은 정해진 코딩대로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안준영한테 이름 까지 말 걸. 후회했다.
所以申正焕没有必要也没有理由在线下的人际关系中透露自己是网上兼职家教"草莓欧巴"的身份。尤其是对于认识还不到半年的金道勋更是如此。然而,仅仅因为去年的学生安俊英突然出现,就让他最近最在意的与金道勋的关系如此惨烈地崩塌...呆呆地盯着已经挂断的手机屏幕,正焕拿起外套离开酒局的动作就像按照预设的程序行动一样。真后悔告诉了安俊英自己的名字。

사실은 애매하고 가늠을 할 수 없는 관계라는 건 신정환한테 너무 어렵고 무거운 것이라서 방어기제처럼 거부가 튀어나가는 거다. 가정이라거나 떠보는 거라거나... 정환은 이제 갓 성인이 된 김도훈의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부풀어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확실하게 밀어내주는 것이 둘 사이에서 그나마 어른인 신정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이었다. 애매모호한 관계에 확실하다 못해 칼같이 끊어내는 선 하나를 삐딱하게 그어주기.
事实上,对申正焕来说,模糊不清且难以衡量的关系是太过困难和沉重的,以至于他像防御机制一样本能地拒绝。假设或试探...正焕知道刚刚成年的金道勋的情感容易波动和膨胀。因此,作为两人中相对成熟的那个,申正焕能做的唯一最好的事就是更加坚决地推开他。在这种模糊的关系中,斜斜地画上一条清晰到近乎锋利的界限。

오토바이 뒤에 도훈을 태웠던 것은 처음이라서 뒤에서 들리던 킁킁 거리는 소리가 단지 찬 바람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인 줄 알았었다. 집 앞에 데려다 주기 위해 잠깐 세워뒀던 오토바이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던 김도훈의 행동은 그날따라 뭔가 이상했고, 뒤를 돌아 걸어가는 등이 축 쳐져 보이는 것은 확실히 의심쩍은 변화였음에도 안일하게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그러니까 중국집에 도착해서 마트 봉지를 건네고 뒤를 돈 신정환의 등을 본 정환의 아버지가 '등에 그 이상한 자국들은 다 뭐냐?' 하고 묻지 않았다면 아마도 김도훈의 그 비밀 작전이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因为这是第一次让道勋坐在摩托车后座,所以我以为从后面传来的吸鼻子的声音只是因为冷风造成的自然反应。为了送他回家,我短暂地停下摩托车,但金道勋却没有要下车的意思,那天他的行为有些异常。当我看到他转身离开时,他的背影显得有些萎靡不振,这确实是一个可疑的变化,但我还是轻率地挥手告别了。如果不是申正焕到达中餐馆后,把超市的塑料袋递给正焕的父亲,而他父亲没有问"你背上那些奇怪的痕迹是怎么回事?",也许金道勋的那个秘密计划就成功了。

무슨 흔적인가 싶어서 겉옷을 벗어 보니 비밀이라기엔 명확하게 흔적들을 남겨뒀더라. 정확하게 눈을 뜻하는 커다란 흔적 두 개, 콧구멍으로 보이는 작은 구멍 두 개. 김도훈 얼굴 그대로 찍힌 것 같은 좁은 면적의 흔적 위로 한참 동안 손을 뻗고 망설였다. 그 위를 하염없이 떠돌다가 힘 없이 떨군 손가락 위로 느껴지는 축축한 느낌이 났고, 차가운 온도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얼마 되지 않은 티가 팍팍 나는 터라 자연스레 한숨이 차올랐다. 내가 뭐라고 네가 질질 짜... 무슨 포인트에서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맺혔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신정환에게 분명히 유해한 의미가 분명했다.
脱下外套一看,发现留下的痕迹明显得不能称之为秘密。两个明显代表眼睛的大痕迹,两个看起来像鼻孔的小洞。在这个仿佛印着金道勋脸庞的狭小区域上,我犹豫了很久才伸出手。手指在上面漫无目的地游走,最后无力地垂下,感受到了湿润的触感。从冰凉的温度来看,显然是不久前留下的痕迹,不禁让我叹了口气。我算什么,让你哭成这样...不知道在什么时候那双大眼睛里盈满了泪水,但这对申正焕来说显然意味着不好的事情。

그래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씹었다. 중국집 앞에 하염없이 찾아오던 김도훈도 눈치가 꽤나 빠른 스무 살이라서 점점 걸음을 줄이더라. 일방적으로 연을 끊겠다고 통보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신정환의 태도에 빡이 칠만큼 쳤을 테다. 특히나 불처럼 끓어오르는 성격을 갖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아온 듯한 김도훈에게 신정환의 태도는 더더욱 커다란 발화제와 같았을지도 몰랐다. 온라인 과외 수강생 매칭 알림보다 김도훈 문자 한 통의 알림이 더 기다려졌음에도 답장하지 못하던 신정환이 본래 의도했던 목표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찝찝해하던 시점이었다.
所以即使打电话也不接,发短信也被无视。经常来中餐馆门口找他的金道勋也是个挺机灵的二十岁小伙,渐渐地减少了来访的次数。对于申正焕单方面切断联系的态度,他可能气得要命。尤其是对于似乎一直以来都像火一样热情,想做什么就做什么的金道勋来说,申正焕的态度可能更像是一剂强力的催化剂。尽管申正焕比起在线家教学生匹配的通知,更期待收到金道勋的一条短信,却还是无法回复。即便达成了最初的目标,申正焕仍然感到心里不踏实。


형 요즘 왜 제 전화 씹어요?
哥,你最近为什么不接我的电话?

이거 일부러 무시하는 거죠 这是故意无视的吧

아예 답장도 안 한다고? 읽음 표시 다 떴는데?
你是说他根本就不回复吗?已经显示已读了啊?

개호구꼰대새끼야 傻瓜老顽固

와 이래도 답을 안 하네
哇,这样他还是不回答啊


그 문자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던 김도훈 목소리를 다시 마주한 곳이 작년에 과외하던 안준영의 뜬끔없는 연락이라는 점이 못내 억울하다는 거다. 내가 어떻게 끊고 무시했는데... 당황과 황당 그리고 두려움과 복잡한 감정들이 한 솥에 섞여 먹으면 바로 즉사에 이르는 독약을 만들어냈다. 직접 제조하고 정성스레 끓인 독약을 건네는 김도훈 목소리는 살벌했고, 뱉는 문장들의 호흡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분노는 한계치를 돌파한 폭주 상태로 보였다. 일단 남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 자동 녹음이 되는 경우 흔적이 남을 수도 있으니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한 말에 버튼이 눌렸는지 숨소리가 거칠어진 것이 느껴졌다.
那条短信是最后一次联系后,再次听到金道勋声音的地方竟然是去年辅导过的安俊英突如其来的联系,这让他感到十分不甘。我明明已经断绝联系并无视了...惊愕、震惊、恐惧和复杂的情绪混合在一起,仿佛煮成了一锅喝下去就会立即毙命的毒药。金道勋亲自调制并精心熬制的毒药声音听起来凶狠无比,句子间隙中渗透的愤怒似乎已经突破极限,进入失控状态。当他说用别人的手机通话可能会自动录音留下痕迹,让对方把手机还给主人时,听到对方的呼吸声变得急促,似乎按下了什么按钮。

물론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주지는 않았다고 쳐도 그게 이렇게 화를 낼만한 일이야? 단순하게 살자는 모토를 닮아 점점 단세포가 증식이 되버린 건지 정환은 김도훈의 감정 변화에 탑승하기가 어려웠다. 오토바이 겨우 몰고 있는 신정환에게는 KTX의 속도로 달리는 김도훈이 버거웠던 것이다. 자기 할 말만 쏟아내더니 끊어버리는 김도훈은 했던 말을 지키는 것처럼 반복되는 다이얼 소리에도 한 번을 응답하지 않았다. 벌떡 일어선 정환이 안주나 소주잔을 헤집으며 자신의 짐을 챙긴 뒤 술집에서 나오는 동안에도 김도훈은 결코 대답하지 않았다.
即便没有好好解释原因,这也值得发这么大火吗?不知是不是因为越来越像"简单生活"这个座右铭而变得越来越单细胞了,申正焕很难跟上金道勋情绪的变化。对于刚刚学会骑摩托车的申正焕来说,以 KTX 高铁速度奔驰的金道勋实在是太快了。金道勋说完自己想说的话就挂断了电话,似乎是在履行自己说过的话,即使听到反复的拨号声也一次都没有接听。申正焕猛地站起来,一边收拾自己的东西一边翻动着下酒菜和烧酒杯,在他离开酒馆的整个过程中,金道勋始终没有回应。

담배 존나 말린다 진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호흡하기가 어려워질 정도로 뛰었다. 이 추운 날 구슬 같은 땀이 턱 끝에 맺혀 뚝뚝 떨어지는데 좁은 동네가 왜 이리 넓은지 김도훈 집까지는 한참 남은 시점이었다. 역시 젊은 게 좋은 거다. 그날 김도훈은 문자하고 20분도 안 되어서 자기 집에서 마트까지 달려온 것 같은데 비슷한 거리와 시간에도 신정환은 겨우 반이었다. 하... 다 모르겠고 도훈아 전화 좀 받아라...
烟真他妈的呛人啊,说真的...我跑得上气不接下气,呼吸都变得困难了。在这么冷的天气里,豆大的汗珠凝结在下巴上,一滴滴往下掉。这狭窄的小区怎么突然变得这么大,离金道勋家还有好长一段路呢。果然年轻就是好啊。那天金道勋好像在收到短信后不到 20 分钟就从家里跑到超市了,而申正焕用差不多的时间和距离才跑了一半。唉...管他呢,道勋啊,快接电话啊...

잠시 숨을 고르겠다는 이유로 흙바닥 위 돌계단에 대충 걸터앉은 정환이 벗은 재킷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을 쓰윽 훔쳤다. 허억허억 튀어나오는 숨소리는 디폴트 배경음악이라고 치고, 쉴 새 없이 걸어대는 전화에 의해 들리는 대기음은 포인트 같은 거였고... 막상 김도훈이 전화를 받는다고 할 말이 장황히 있는 것도 아니었고, 씩씩대며 열받은 걔를 직접 만난다고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할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김도훈 빡치게 만든 게 신정환인데 뭘 어쩌겠냐고. 생각해 보니 웃긴 건...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고 한 게 언제라고 김도훈이 찡찡대는 전화 한 통에 안절부절하는 제 모습이 분명했다. 
正焕以需要稍作休息为由,随意坐在土地上的石阶上,用脱下的夹克擦拭着不断滴落的汗水。粗重的喘息声仿佛成了背景音乐,而不停打来的电话里传出的等待音则像是点缀。即便金道勋真的接了电话,他也没有什么特别要说的,就算直接见到那个气呼呼的他,也不会有什么特别的行动。毕竟最初惹恼金道勋的人是申正焕,他又能怎么办呢。仔细想想,好笑的是...明明说要划清界限,却因为金道勋一通撒娇的电话就坐立不安,这样的自己真是太明显了。

"확실하게 끊어내지 못해서 쩔쩔매는 거지..."
"因为无法彻底断绝关系而手足无措..."

은근하고 의연하게 긋는 선은 애매한 여지만 남기기에 충분하다. 불편하니 끊어내라고 하면 칼 같이 끊어내는 것은 신정환의 특기와 같은 것이지만 김도훈에게 무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속에서 은연중에 기어 나온 자의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내가 어떻게 너를 울려... 와 같은 결의 진심, 내가 어떻게 너한테 상처를 줘. 분명하게 말을 하자면 신정환은 김도훈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좋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쪽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含蓄而从容地划出的线条足以留下模糊的余地。如果说不舒服就果断切断是申正焕的特长,那么对金道勋举起钝刀则是内心不自觉冒出的独断行为。"我怎么能让你哭..."这样的决心和真心,我怎么能伤害你。说得明白点,申正焕并不是讨厌金道勋。反而说喜欢更合适。那为什么呢?


전화하지마 别打电话

찾지도 말라고 내가 중국집에 연장들고 간다고 했지
我说过我要带着工具去中餐馆,你别来找我

내가 너 찾아다니는 거 어떻게 알았어
你怎么知道我一直在找你?

왜 대답 안해? 네 말대로 읽음 표시 다 뜨는데
为什么不回答?就像你说的,已读标记都显示了

형 보고 있어? 哥,你在看吗?

그러고 앉아있으면 불쌍하다고 용서할 줄 알았냐?
你以为就这样坐着我就会可怜你然后原谅你吗?

형한테 말이 너무 짧다 对哥哥说话太简短了


천천히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모래알을 세고 있던 시선을 들어 올리자 익숙한 운동화가 시야에 자리한다. 김도훈 신발끈 풀렸다. 사실 도훈을 마주하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또 열받는다고 입술을 물어뜯은 것은 아닌지 얼굴부터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첫 순간부터 마주해 버린 운동화 끈이 검고 더러운 것이 시선을 잡아챘다. 얼마나 밟히고 뒹굴었는지 늘 하얗기만 하던 운동화 끈이 거의 걸레짝이 됐다. 이러고 얼마나 걸어 다녔길래 이래...
听到缓缓靠近的脚步声,原本正在数沙粒的视线抬起,熟悉的运动鞋映入眼帘。金道勋,你的鞋带松了。其实本想先看看道勋的脸,确认他是否因为生气而咬着嘴唇,但从一开始就映入眼帘的黑色脏兮兮的鞋带吸引了注意力。不知道被踩踏和滚动了多少次,原本洁白的鞋带几乎变成了抹布。这样子走了多久才会变成这样...

다른 말이나 행동이 존재하지 않던 두 사람의 거리감이 좁혀진 것은 정환이 뻗은 손 때문이었다. 단번에 잡은 신발끈을 힘주어 잡아당기자 당황한 도훈이 발을 뒤로 물리며 뒷걸음질 쳤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도훈의 하체가 이리저리 방황하는 동안 정환이 단정하게 끈의 열을 맞추어 정돈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에 매듭을 둘러 바른 모양으로 운동화 끈에 리본을 매달고는 반대편 줄도 손에 넣는다.
两人之间的距离缩短了,这是因为正焕伸出了手。他一把抓住鞋带用力拉扯,惊慌失措的道勋向后退了几步。当道勋的下半身不稳地摇晃时,正焕整齐地调整了鞋带的排列。然后,他用手指打了个结,在运动鞋的鞋带上系了一个漂亮的蝴蝶结,接着又抓住了另一边的鞋带。


"도훈아... 너는 키가 큰데 발이 작아서 운동화 끈이라도 단단하게 조이고 다녀야 돼."
"道勋啊...你个子高但脚小,所以运动鞋的鞋带要系得紧一点才行。"

"..."

"안 그러면 쉽게 넘어지고... 쉽게 다치고 그러잖아."
"不然的话很容易摔倒...很容易受伤的。"

"야 신정환." "喂,申正焕。"

"다 됐다, 한동안은 안 풀릴 거야."
"都搞定了,一段时间内他们是解不开的。"


야. 너 형이 반말은 오늘만 봐준다? ... 형이 군대에서 신발끈 절대 안 풀리게 묶는 법 배워왔거든. 사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절대 안 풀리는 신발끈 방법 그거 다 구라야, 형이 알고 있는 게 찐이고. 신정환은 김도훈의 나이키 신발 위로 예쁘게 모양을 잡은 리본의 둥근 테를 두어 번 건드리며 작게 속삭였다. 다음에는 형이 못 묶어주니까 도훈이가 잘 묶고 다녀야 해. 알겠지? 
喂。你知道哥哥只允许你今天用平语吗?...哥哥在军队里学会了一种绝对不会松开的鞋带系法。其实网上流传的那些所谓永不松开的鞋带方法都是骗人的,只有哥哥知道的才是真的。申正焕轻轻触碰了几下金道勋耐克鞋上漂亮系好的蝴蝶结圆环,小声耳语道。下次哥哥就不能帮你系了,道勋要自己好好系好鞋带。明白了吗?


"... 왜?" "……为什么?"

"뭐가 왜야. 너는 발이 작은데 키가 커서 잘 넘어질 수밖에 없다니까... 그러니까,"
"怎么了?你脚小个子高,容易摔倒也是没办法的事... 所以说,"

"왜 못 묶어주냐고. 형이 왜 다음에는 안 묶어주냐고."
"为什么不能帮我扎头发呢。哥哥为什么下次不帮我扎头发呢。"


아차 싶었던 거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올린 정환이 어둑한 밤거리에 유일한 가로등 빛조차 등지고 있던 도훈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잘 보이지 않는 표정 변화조차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가까워져 버린 거리에서 정환이 말을 잃은 것은 단지 도훈이 대화의 맥을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고, 김도훈이 우는 건 실제로 처음 보는 거라서. 상상했던 것처럼 넋을 놓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대놓고 엉엉 울며 속상함을 토로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표정이라 더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감정을 쏟는 것보다 참아내는 표정이 더 아파보일 수도 있는 거구나. 도훈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这才恍然大悟。申正焕抬起头,将金道勋的脸庞映入眼帘。他背对着昏暗夜色中唯一的路灯,表情难以捉摸。两人之间的距离近得足以察觉到细微的表情变化,但申正焕之所以失语,并非仅仅因为金道勋准确地抓住了对话的要点。不是这样的,而是因为这是他第一次亲眼目睹金道勋哭泣。这与他想象中失魂落魄地流泪或是放声大哭诉说委屈的场景完全不同,反而更让人感到惊愕。或许,比起宣泄情感,强忍着的表情反而更令人心痛。望着金道勋的表情,申正焕不禁这样想道。

얼굴에 피가 몰려서 붉어진 낯이 군데군데 균열이 가있었다. 도훈이 생각하거나 고민할 때 생기는 미간의 주름이 깊게 파이고 힘이 들어간 두 눈은 크게 개방이 되어 있느라 충혈이 되어 있다. 울지 않기 위해 고전하는 태도가 유독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은, 이를 악물고 있느라 턱과 볼 중간에 힘이 단단하게 들어간 근육 같은 것이 움찔대며 진동할 때. 김도훈은 신정환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는데 신정환은 그 진득한 눈빛을 바라보며 멍청히 숨만 내쉬고 있었다. 보글보글 거리면서 올라가는 내 숨들이 네 눈에 닿았으면 좋겠어. 따끔한 방울들이 터진다는 핑계로라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말이야.
脸上血液涌动,泛红的面庞上布满了裂痕。金道勋思考或烦恼时眉间出现的皱纹深深凹陷,用力睁大的双眼因充血而通红。为了不哭而挣扎的态度尤其明显的部分是,因咬紧牙关而在下巴和脸颊之间形成的肌肉紧绷,不时抽动颤抖。金道勋在申正焕面前不想哭,正竭尽全力与之抗争,而申正焕只是呆呆地看着那双深邃的眼睛,不停地呼气。我希望我沸腾的呼吸能触及你的眼睛,让你以刺痛的水滴破裂为借口,能够安心地闭上眼睛。

천천히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편 후 몸을 들어 올린 정환이 멀뚱히 서있던 도훈과 시선을 맞추었다. 어느새 맞물렸던 시선이 동등하게 같은 높이에서 얽혔을 때 순간 변하는 감정이라는 것은 아주 가볍고 단순하다. 그 분위기라거나 감정이라거나... 모른다면 병신이라는 분위기를 애써 모면하는 것이 힘들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정환의 시선을 하나 놓치지 않고 눈에 담은 김도훈은 입술 한 번 들썩이지 않고 뚫어져라 바라봤다.
慢慢直起弯曲的腰,抬起身子的正焕与呆呆站着的道勋对视。不知不觉间,视线在同等高度交汇的那一刻,瞬间变化的情感是如此轻微而简单。那种氛围,那种感觉...如果装作不知道,就很难避免被当成傻瓜。金道勋一丝不苟地将正焕不安定的目光尽收眼底,嘴唇纹丝不动,目不转睛地盯着他。


"... 이런 건 스스로 해야지. 내가 네 진짜 형도 아닌데 신발끈 묶어주고 그러는 거... 이상하게 봐."
"...这种事你得自己做。我又不是你亲哥,给你系鞋带什么的...会被人看着奇怪的。"

"사람들 다 볼 때 머리 쓰다듬고 그런 건 괜찮다고 했잖아. 다른 사람 시선 같은 거 형은 신경 안 쓴다며."
"你不是说过在别人面前摸头什么的都没关系吗?哥不是说不在乎别人的眼光吗?"

"도훈아. 지금 너 표정 웃겨. 울고 싶은 애 같아."
"道勋啊,你现在的表情真好笑。像是个想哭的孩子。"

"어. 나 지금 형 때문에 존나 불행해서 질질 짜고 싶어."
"嗯。我现在因为哥哥你而非常不幸,想要嚎啕大哭。"

"... 옛날에 울리는 사람 말고 웃겨주는 사람 만나라는 말이 있었는데... 애초에 너랑 내가 안 지 이제 겨우 두 달인데 이런 대화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以前有句话说要找一个让你笑的人,而不是让你哭的人...说起来,我们认识才刚刚两个月,能有这样的对话也挺好笑的..."

"형은 알고 지낸 시간 그딴 게 중요해? 내가 형이 날 울리든 웃기든 알빠 아니라는 건 신경도 안 쓰여?"
"哥,你认为我们认识的时间长短很重要吗?你根本不在乎我是否会因你而哭泣或欢笑,这点你难道不关心吗?"

"너는 형이 왜... 이러는지 몰라서 그래."
"你不明白哥哥为什么...会这样做。"

"어! 씨발 하나도 모르겠다고! 나는 형을 하나도 모르겠는데, 자꾸 형만 화내고 짜증 내고 도망가고 숨어 버리고, 근데 내가 알던 신정환조차 진짜 신정환이 아니라는데, 난 진짜 형이 너무 어렵다고... 세상에서 제일!"
"哎呀!他妈的我一点都不明白!我完全不了解哥,哥总是生气、发脾气、逃跑、躲起来,而且我认识的申正焕甚至不是真正的申正焕,我真的觉得哥太难懂了...世界上最难懂的!"


신정환은 인생에서 악을 쓰느라 눈에 눈물이 고이는 사람들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택한 훈련소에서 '훈련생들 정신 안 차립니까악!' 하며 소리를 지르느라 핏대를 세웠던 교관들. 그들은 칼칼한 모랫바람을 정통으로 마시면서도 뱃속에서부터 소리를 끌어올려 뱉어내느라 눈이 촉촉해지는 것도 신경 안 쓰고 입을 벌려댔었다. 그런 정환이 별종 중에 별종들을 다 만나보면서도 도훈을 처음 보는 유형이라 정의했냐면,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화가 나도 주변 시선 신경 쓰느라 데시벨을 조절하고는 했으니까. 훈련소라거나 군대 같은 특이한 장소가 아니라면 그럴 일이 없으니까... 근데 김도훈은 달랐다.
申正焕在人生中只见过一次因为大声喊叫而眼含泪水的人。那是在他因对社会的不信任和厌恶而选择的训练所里,教官们为了喊出"训练生们还不打起精神来!"而青筋暴起。即使吸入刺鼻的沙尘,他们也毫不在意眼睛湿润,张大嘴巴从腹部发声。正焕见过各种各样的怪人,却将金道勋定义为前所未见的类型,因为通常人们即使再生气,也会顾及周围的目光而控制音量。除非是在训练所或军队这样特殊的地方,否则不会发生这种事...但金道勋却不一样。

말을 하다가 울컥거리며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뱉어내는 통에 문장의 중간중간들이 온통 잘리고 불규칙하게 이어졌다. 정환은 자신의 모든 말이 김도훈에게 있어서 친절하지 못한 설명일 것임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털어놓기에는 가벼운 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 될 것이 분명해서 뱉어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울긋불긋 올라온 혈관들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얇은 피부 아래로 팽팽히 피가 돌고 있는 듯 숨을 격하게 뱉어낸 도훈이 정환을 빤히 노려보며 침묵했다. 숨소리와 더불어 빠르게 오르내리는 흉통의 박자감이 평소보다 과하게 빨라서 과호흡이 걱정될 정도였다. 내가 제일 어렵다는 도훈이 너는 어쩌면 나보다 더 복잡한 존재잖니.
说话时情绪激动,无法控制涌上来的感觉,以至于句子中间断断续续,不规则地连接在一起。正焕意识到自己所说的一切对金道勋来说可能都是不够友善的解释。尽管如此,他还是不敢把所有事情都说出来,因为这显然会成为对这个年轻人来说太过沉重的负担。道勋剧烈地喘着气,透过薄薄的皮肤可以清晰地看到血管凸起,血液似乎在皮下急速流动。他瞪着正焕,沉默不语。伴随着呼吸声,胸腔快速起伏的节奏比平时更快,让人担心会出现过度换气的情况。我最难懂的道勋啊,你或许比我更复杂。


"도훈아... 네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이, 네가 생각하는 내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道勋啊...我不知道你眼中的我是什么样子,你心里的我是怎样的..."

"..."

"네 생각보다 형은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네가... 그러니까 형은 네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서..."
"比你想象的,哥哥并不是个好人。所以你...我是说,哥哥希望你能遇到一个更好的人..."

"형. 내가 형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죠."
"哥哥。你一直都知道我喜欢你,对吧。"


기어코 툭 떨어지는 굵은 눈물 방울이 그토록 무거워 보인 적이 없었다. 타인의 눈물이라거나 미디어에서 방송되는 슬픔에 공감하여 가슴이 찌릿한 감정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근데 아주 잠깐 교류했던 네가 참고 있던 숨을 뱉으며 떨어뜨린 눈물이 뭐라고 나한테 이렇게 무거워. 메말라있던 피부 위로 길을 내며 빠르게 떨어지는 것들을 향해 가까워지고 싶어서 움찔대는 손을 꾹 눌러 내린 채 숨을 고르는 건 정환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앞에 서있는 도훈의 표정이 매초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위로와 같은 한 마디를 하지 못하는 건 비겁하다고 욕을 먹을 지라도 말이다.
从未见过如此沉重的泪珠。也从未因他人的眼泪或媒体播放的悲伤而感同身受,心中刺痛。但是,与你短暂交流时,你屏住呼吸后落下的泪水,为何对我来说如此沉重?对于干燥的皮肤上迅速滑落的泪痕,申正焕想要靠近,却强忍住蠢蠢欲动的手,调整呼吸,这是他能做到的最大程度的体贴。即使可能会被骂懦弱,他也无法对站在面前表情瞬息万变的金道勋说出一句安慰的话。


"알고 있었어." "我早就知道了。"

"그럼... 형은 대답해 줄 생각이 없는 것도 맞죠."
"那么...哥哥也是不打算回答我的,对吧。"

"대답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 이건..."
"这不是回答与否的问题,这是..."

"근데 좋아하잖아요." "但是你喜欢的,不是吗?"


나 좋아하잖아요. 퇴근 시간에 멋대로 찾아가서 연장 근무 시키고 그래도 짜증 한 번 안 냈잖아요. 귀찮게 문자하고 전화해도 다 받아주고, 내가 갖고 싶다던 인형도 뽑아주고, 내 머리도 쓰다듬고, 오토바이 뒷자리에도 태워줬잖아요. 그럼 형도 나 좋아한 거 맞잖아요... 아니에요? 갈수록 작아지는 도훈의 목소리가 끝에 가서는 거의 사라졌다. 정환의 눈을 피한다거나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들에서 어린 티가 묻어 있었다. 스스로 몇 백번 생각하며 고르고 골랐을 이유들을 나열함에도 자신이 없어지는 모습 같은 거 말이다. 
你不是喜欢我吗?下班时间擅自找你,让你加班,你也没有发过一次脾气。即使我烦人地发短信打电话,你也都接了。我说想要的玩偶,你也帮我夹到了。你还摸了我的头,让我坐在摩托车后座。那么哥哥你也是喜欢我的,对吧...不是吗?金道勋的声音越来越小,到最后几乎消失了。他努力不让自己避开申正焕的眼睛或表现出动摇,但在这些细微之处还是流露出了稚嫩。就像是自己思考了几百遍精心挑选的理由,在列举时却变得没有自信的样子。

형도 나 좋아한 거 맞잖아요... 아니에요? 그 말이 유난히 쓸쓸하게 들렸던 것은 아마 신정환의 눈빛에 묻어있는 온전한 애정 때문일 것이다. 입만 열리면 하고 싶은 반론이 줄을 세울 정도로 많았다. 김도훈보다 일찍 태어나서 배운 것도 많고 겪은 일도 많은 신정환은 이런 상황들이 어떤 결론을 내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끝이 뻔한 관계에서 상처받고 싶지 않은 것은 어느 누구나 같다. 도훈아 네가 말한 건 사실 다 쓸데없는 이유들이야.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은 적이 한 순간도 없었으니까... 정환이 숨을 고르며 생각나지 않는 전 애인들과의 이별들을 모두 줄을 세워 가장 간결한 이유들을 묶어 조합한다.
哥哥也是喜欢我的,对吧...不是吗?那句话听起来格外孤寂,大概是因为申正焕眼神中流露出的纯粹爱意。一开口就有无数想要反驳的话排着队等着说出口。比金道勋早出生、学到更多、经历更多的申正焕非常清楚这种情况会有什么样的结局。在一段结局显而易见的关系中,谁都不想受伤。道勋啊,你说的那些其实都是无关紧要的理由。你可能不知道,但我从未有一刻不喜欢你...正焕深吸一口气,将那些已经记不清的前任们的分手理由一一列举,挑选出最简洁的理由组合在一起。


"도훈아. 형은 너를 싫어한 적이 없어."
"道勋啊。哥从来没有讨厌过你。"

"그럼 좋아한 적은요?" "那么,你喜欢过吗?"

"나는 가벼운 게 싫어. 그런 감정들이 무섭거든. 불 타오른 게 언제라고 금방 식어버리잖아. 나는 주면 다 주는 사람인데 너는 그런 마음이 아니니까. 잠깐 좋다는 마음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는 게 보이니까..."
"我讨厌轻浮。那种感情让我害怕。刚刚燃起的火焰很快就会熄灭。我是个付出全部的人,而你并不是这样的心态。我看得出你只是一时兴起,像飞蛾扑火一样冲过来..."

"... 형 저 장난 아니에요, 잠깐 지나갈 마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누가 좋아서 울어본 것도 짜증내본 적도 다 처음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내 사랑도... 형한테 맞는 사랑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 돼요?"
"...哥,我不是在开玩笑,我从来没想过这只是一时的心血来潮。我第一次因为喜欢一个人而哭泣,也第一次因为喜欢一个人而生气...所以,你能不能也认为我的爱...是适合哥的爱呢?"

"도훈아... 형은 싸구려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道勋啊...哥哥已经受够了那些廉价的拉面。"

"형..." "哥哥..."


술 너무 많이 마시고 다니지 마. 다음에는 숙취 해소제 스스로 잘 챙기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정환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숙취 해소제를 꺼내서 도훈의 힘 빠진 손 위로 올려 쥐여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창들끼리 죽자고 퍼마실 것이 분명해서 사두었던 숙취해소제였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다 기억할 건데 네가 기억 못 하고 또 연락하면... 그럼 나도 많이 힘들 것 같으니까 꼭 잘 챙겨 먹고 오늘 일, 이거 다 기억해야 해 도훈아.
别喝太多酒。下次要自己好好准备解酒药。金道勋退后一步,从裤子口袋里掏出解酒药,放在申正焕无力的手上。这是为了和久未见面的同学聚会时肯定会喝得烂醉而准备的解酒药。明天早上醒来后,我会记得所有的事,但如果你什么都不记得又联系我的话...那我也会很难过的,所以一定要好好吃药,道勋啊,今天发生的事,你都要记住。

본인의 의지가 없는 손에 억지로 들려주는 행위라서 병 하나 쥐여주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차가운 손 위로 미지근해진 병을 천천히 쥐여주며 손금부터 손바닥, 손끝을 찬찬히 매만지며 일부러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았다. 자칫하면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 미래가 보여서 더더욱 단단하게 움켜쥔다는 핑계의 방패 뒤에 숨어서 말이다. 
因为是强行塞进没有自主意识的手里,所以光是让他握住一个瓶子就花了不少时间。慢慢地将已经变温的瓶子放在冰冷的手上,从掌纹到手掌再到指尖,仔细地抚摸着,故意抓住流逝的时间。因为看到了稍有不慎就会倒在地上的未来,所以更加用力地握紧,躲在这个借口的盾牌后面。


"꽉 잡아. 떨어져서 깨지면 속상하잖아."
"紧紧抓住。掉下去摔碎了会很难过的。"


자신이 한 말처럼 다시는 걱정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없는 사이가 될 테니까 아마 이것이 사심을 담아 닿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 것이었다. 넋을 놓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훈의 표정을 뜯어보는 동안 무턱대고 볼을 쓰다듬을 뻔한 충동이 고개를 든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형은 이미 네가 많이 좋아서 끝이 두려워. 그래서 그래. 여전히 젖은 시선으로 자신의 행동을 따라 움직이는 도훈과 눈을 잠시 맞춘 채 숨을 뱉어냈다. 무언가 할 말이 가득 차 답답해보이는 표정이 어쩐지 상처를 받은 것만 같이 느껴지는 게 속상했다.
正如他所说的那样,他们将成为一种无法再用"担心"这个词来包装的关系,所以这可能是他最后一次能够带着私心触碰对方的时刻。在仔细观察着金道勋那副失神的表情时,他不止一次地产生了想要不由分说地抚摸对方脸颊的冲动,这让他更加毛骨悚然。哥哥已经很喜欢你了,所以害怕结局。就是这样。他与金道勋短暂对视,金道勋仍然用湿润的眼神跟随着他的动作,他缓缓呼出一口气。看着金道勋那副似乎有很多话要说却又憋得难受的表情,他感到有些难过,因为这表情让他觉得金道勋好像受伤了一样。

병이 깨지면 몇 번이고 다시 사서 쥐여주면 되지만 지금처럼 깨진 네 마음은 아무리 고치고 덧대어도 처음과 같지는 않을 테니까. 도훈아 형이 깨줄 테니까 너는 그 틈새로 좋아한다는 마음을 흘려내. 그렇게 쏟아내서 아예 담은 적 없던 것처럼 잘 살아. 형도 그럴게.
瓶子碎了可以再买一个给你,但像现在这样破碎的你的心,无论怎么修补都不会和原来一样了。道勋啊,哥哥会帮你打碎它的,你就从那些裂缝中倾泻出你的喜欢之情吧。就这样全部倒空,然后像从未装过那样好好地活下去。哥哥也会这样的。


"갈게. 너도 얼른 집으로 들어가."
"我走了。你也赶快回家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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