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까지 남은 시간 한 시간 사십 분. 우영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갖춰입은 제복의 옷매무새를 다시 한 번 매만졌다. 가슴팍에 주렁주렁 매달린 뱃지들이 서로 부딪히며 쇳소리를 냈다. 어떤 서바이벌은 단체 교복을 입기도 한다던데.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이 언뜻 몰락한 해군처럼 보였다.
离直播还有一小时四十分钟。郑友荣收起手机,再次整理了一下穿戴整齐的制服。胸前挂满的徽章互相碰撞,发出金属声。听说有些生存节目会穿团体校服。这节目确实有些奇怪的地方。镜子里映出的自己看起来像是一个没落的海军。


오늘 생방송에서는 마흔 명의 연습생이 탈락을 한다. 지난 주 방송 끝무렵 깜짝 공개된 중간 발표에서 우영은 무려 6위를 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순위였다. 갑자기 순위가 60계단이나 떨어졌을 리는 없겠지만, 생방송은 처음인지라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백 명 모두에게 할애할 시간 따윈 없다는 듯, 이 프로그램은 정예 인원 선별이 유독 빨랐다. 될 놈들끼리만 싸워라 이거였다.
今天的直播中将有四十名练习生被淘汰。上周节目结束时突然公布的中期排名中,郑友荣竟然排在第六位。这个排名高得令人难以置信。虽然排名不可能突然下降六十位,但因为是第一次直播,难免会紧张。这个节目似乎没有给所有一百人分配时间的打算,精英选拔的速度特别快。意思就是让有希望的人互相竞争。


그러니 이 예상치 못한 최산과의 조합 또한 어찌 보면 신이 주신 기회다. 이쯤에서 우영은 아이돌 서바이벌의 패턴 4번을 상기할 필요가 있었다.
所以,这个意想不到的与崔伞的组合也是上天赐予的机会。在这个时候,友荣需要回想起偶像生存战的模式 4。



•••


4. 모든 패턴을 무력화 하는 것은 단 하나.
4. 使所有模式失效的只有一个。

강력한 비게퍼다. 强烈的比喻。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영이 누구인가. 한평생 데뷔만을 꿈꿔온, 남은 건 눈치와 독기 뿐인 전통파 예비 아이돌이다. 우영은 이 나라 여자들의 니즈를 알았다. 얼굴합 맞는 놈과 붙어만 다녀도 2차까지는 무난히 올라간다는 것 또한 알았다.
再说一遍,友荣是谁?一生只梦想着出道,只剩下眼力和狠劲的传统派预备偶像。友荣知道这个国家的女人们需要什么。他也知道,只要和长得好看的家伙在一起,至少能顺利进入第二轮。


간접키스가 다 뭐야. 데뷔만 시켜주면 진짜 키스도 한다. 이 미친 나라의 여자들과 방송국이 원하는 게 날티좌와 인프피좌의 지속적인 투샷이라면 우영은 얼마든지 산의 황당무계한 말들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间接接吻算什么。只要能让他出道,真的接吻也行。如果这个疯狂国家的女人和电视台想要的是“外向型”和“内向型”的持续同框,那么友荣已经准备好接受伞那些荒唐的言论了。



"데뷔조 커트라인이 00년생이라 어쩔 수가 없네. 아쉽게 됐다, 우영아."
出道组的截止线是 00 年生,没办法。真遗憾,友荣啊。

"……." …….

"…이것도 비즈니스잖아. 이해하지?" …这也是生意。理解吗?



우영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자신을 내쫓던 회사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된 이상 플랜 A, 플랜 T를 모두 제치고 곧장 Z로 간다. 비즈니스, 비즈니스 노래하시던 팀장님이니까 제가 한 번 제대로 비즈니스 보여드릴게요.
郑友荣咬牙切齿地回想起那个毫不留情地把他赶走的公司。既然如此,计划 A 和计划 T 都不管用了,直接跳到 Z。既然您一直在谈论商业,那我就让您见识一下真正的商业。


우영이 아는 비즈니스는 딱 하나였다.
郑友荣知道的商业只有一个。

즈니스 포먼스. 商业同性恋表演。







당신의 해적에게 투표하세요! 请为你的海盗投票!

W. 서파 W. 西帕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춤을 춰도, 유난히 빛나는 애가 있기 마련이다.
即使穿着同样的衣服,跳着同样的舞,总有一个人会特别闪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영에게는 기이할 정도로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소름끼치게 잘생긴 것도 아닌데 길 가다 괜히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한 끗의 무언가가. 춤 출 때도 그랬다. 군무를 춰도 정우영만 유독 눈에 잘 띄고, 사이드에 서도 유난히 시선이 갔다. 그래서였을까? 학창시절, 우영이 없는 자리에서도 같은 반 여자애들은 우영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
不仅是实力,友荣还有一种奇异的吸引人的魅力。虽然不是那种让人起鸡皮疙瘩的帅气,但走在路上总会让人忍不住回头看一眼的那种微妙的东西。跳舞的时候也是这样。即使是群舞,郑友荣也特别显眼,站在边上也特别吸引视线。或许正因为如此?学生时代,即使在没有友荣的场合,同班的女生们也经常谈论友荣。



"아, 난 정우영 진짜 짜증나." “啊,我真的受不了郑友荣。”

"헐 나도." “哇,我也是。”

"나도. 걔 목소리도 크고 맨날 교실 뒤에서 춤이나 추고… 대박 나대. 극혐."
我也是。他声音大,总是在教室后面跳舞……真是太夸张了。极度讨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극혐인 우영의 이야기를 매점 가면서, 문자 하면서, 밥 먹으면서 계속 하게 되는 것이었다. 정우영 싫다던 다섯 명의 여자애들 모두 알고보니 우영을 지독히 짝사랑 중인 사태. 그런 미친 사태가 매일같이 벌어졌다.
但是奇怪的是,尽管如此讨厌友荣的故事,大家还是在去小卖部、发短信、吃饭的时候不断地谈论。五个说讨厌郑友荣的女生,结果发现她们都深深地暗恋着友荣。这样的疯狂情况每天都在发生。


여자애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우영은 밥 먹고 춤만 췄다. 《~과거마저 완벽한 아이돌이 되는 101가지 방법~》 비법서라도 읽은 것마냥 빡세게 살았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비속어 사용은 절대 금물. 성적도 조금은 챙길 것. 교우관계는 반드시 원만하게 유지. 교복 수선은 티 안 날 정도로만, 단체 사진에서는 흑역사 만들지 않게 여러모로 주의. 미래에 만인의 연인이 될 몸이니 함부로 연애 금지….
不管女生们怎么说,友荣还是吃饭跳舞。他就像读了《~成为完美偶像的 101 种方法~》的秘籍一样,过得非常努力。所谓有前途的树从幼苗就能看出来,绝对禁止使用脏话。成绩也要稍微顾及一下。朋友关系必须保持和谐。校服修改要不显眼,集体照中要注意不要留下黑历史。因为将来要成为大众情人,所以禁止随便恋爱……。


그렇게 스무 살 먹도록 고백 한 번 안 해본 정우영이 지금, 살기 위해 플랜 Z를 시도하고 있었다.
就这样,直到二十岁都没有告白过的郑友荣,现在为了生存尝试了 Z 计划。



"너 최산 못 봤어?" “你没看到崔伞吗?”



우영은 마지막 메이크업 수정을 마치고 대기실로 가던 석훈을 붙잡았다.
友荣在完成最后的化妆修饰后,抓住了正要去休息室的石勋。



"어, 형. 안녕하세요. 6위 축하…"
哦,哥。你好。祝贺你获得第六名…

"못 봤냐고, 최산." 你没看到吗,崔伞。



석훈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주간 우영은 딱히 산과 교류한 적이 없었다. 미방분은 말 그대로 미방분이니, 클립 하나가 그렇게까지 흥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을 못한 탓이었다. 게다가 영상이 올라간 시점은 이미 녹화가 한 달 이상 진행된 때가 아니던가. 감 못 잡은 방송국 놈들은 그 사이 우영과 산이 각자의 자리에서 연습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전국의 동인녀들이 천인공노를 할 소식이었다.
石勋的脸上闪过一丝疑惑。这也是理所当然的,因为在过去的几周里,友荣并没有特别和伞有过交流。未播出的部分就是未播出的部分,没有人预料到一个剪辑会如此火爆。而且视频上传的时候,录制已经进行一个多月了。那些没有抓住重点的电视台家伙们在这段时间里让友荣和伞各自在自己的位置上练习。这是全国的同人女们会愤怒的消息。


소속사 등급 평가 무대에서 우영은 A를, 산은 B를 받았다. A반과 B반은 연습실 건물 자체가 달랐다. 건물이 다르다는 것은 쫌쫌따리 쥐어짜낼 떡밥 하나 없음을 의미했다. 애초에 포지션이 달라 같은 등급이 되어봤자 레슨 시간도 겹치지 않았겠지만. 우영의 예상대로라면 지금 PD와 작가진에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을 것이다. 함께 서서 불타는 두 발을 지켜보고 있는 건 우영도 매한가지였고.
在公司等级评估舞台上,郑友荣得了 A,崔伞得了 B。A 班和 B 班的练习室建筑本身就不同。建筑不同意味着没有任何可以挤出来的料。即使他们的等级相同,由于他们的定位不同,课程时间也不会重叠。按照郑友荣的预想,现在 PD 和作家们应该已经焦头烂额了。站在一起看着燃烧的双脚的还有郑友荣。



"산이 형 약국 간다 그랬어요."
“伞哥说他要去药店。”

"약국? 어디 아파? “药店?哪里不舒服吗?”



우영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프면 안 되지. 나랑 어마어마한 비즈니스를 같이 해야하는데. 석훈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友荣皱起了眉头。不能生病啊。我们还要一起做一笔大生意呢。锡勋迅速摇了摇头。



"너무 긴장해서요. 청심환 사먹인다고 작가님이 데려갔어요."
“太紧张了。作家带他去买了镇定药。”



귀까지 빨개졌던 산의 얼굴이 떠올랐다. 걔는 이상한 소리 아무렇지 않게 할 때는 언제고 이상하게 부끄러움도 긴장도 많이 타네. 신경이 쓰였다. 아냐.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우영이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래. 야, 너도 27등인지 72등인지 그거 축하한다. 오늘도 잘 하자. 석훈의 어깨를 두어 번 건성으로 두드려준 뒤 우영은 B반 대기실로 향했다. 어깨에 달린 금속 장식들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想起了脸红到耳朵的伞。他什么时候能那么轻松地说出奇怪的话,又什么时候会那么害羞和紧张呢。真让人担心。不,不需要担心。友荣耸了耸肩。对了,嘿,恭喜你拿了 27 名还是 72 名。今天也要加油。友荣随意拍了拍锡勋的肩膀,然后走向了 B 班的待机室。肩上的金属装饰发出清脆的声音,随着他的步伐摇晃。






우영은 열 개의 대기실에 무단침입 하고도 산을 찾아내지 못했다. 씨발. 도망수를 찾아헤매는 광공의 심정이 이런 건가? 돌덕계 트윗을 과도하게 모니터링 한 우영은 연습생으로서 딱히 할 필요가 없는 몰입까지 하는 중이었다. 많이 아픈가? 아직 안 온 건가? 살짝 신경이 쓰일 무렵, 음료 자판기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郑友荣闯入了十个休息室也没找到崔伞。该死。这就是追捕逃跑者的狂热者的心情吗?过度监视粉丝推特的郑友荣,作为练习生,正在做一些完全不必要的投入。他病得很重吗?还没来吗?就在他稍微有些担心的时候,他在饮料自动售货机前发现了一个熟悉的身影。


세트장과 멀어 인적이 드문 복도 벤치에 산이 기대어 앉아있었다. 다가가도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공상에 사로잡힌 건지 침울한 표정으로 멍 때리는 꼴이 꼭 엄마 잃은 고양이 같았다.
崔伞靠在远离片场、人迹罕至的走廊长椅上。即使有人靠近,他似乎也没有察觉。那副沉思的样子,忧郁的表情,简直像一只失去了妈妈的小猫。



"저기요." “喂。”

"……." …….

"저기요, 성 떼고 산님." 那个,去掉姓的伞先生。



우영이 자판기에서 갓 뽑은 생수를 눈앞에 들이밀자 산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아,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니 긴장해서 약국까지 끌려갔다 왔다는 말이 사실이긴 한 모양이었다. 이거 드세요. 신세 갚는 거예요. 우영의 말에 눈을 두어 번 깜박이더니 생수를 받아든다. 머뭇대는 손과 삐죽 튀어나온 윗 입술. 이렇게까지 지금 심정이 투명하게 다 들여다보이는 애는 처음이다.
友荣把刚从自动售货机里拿出来的矿泉水递到眼前,伞吓了一跳,往后退了一步。啊,你好!看到他打招呼时脸色苍白,看来他紧张得被拖到药店的传言是真的。喝这个吧。算是报恩了。友荣的话让他眨了几下眼睛,然后接过了矿泉水。犹豫的手和微微翘起的上唇。第一次见到这么透明地表现出心情的孩子。


저기 우영씨. 산은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생수병만 만지작거렸다. 도르륵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제가… 죄송해요. 이어지는 목소리가 역시나 예상 외로 차분했다.
那边的友荣先生。伞低着头,只是摆弄着矿泉水瓶。好像能听到脑袋里齿轮转动的声音。我……对不起。接下来的声音依旧出乎意料地平静。



"갑자기요?" “突然吗?”

"그게… 갑자기는 아니고요. 영상 올라온 거요."
“那个…… 不是突然的。是上传的视频。”



최산도 본 모양이었다. 그래. 못 봤을 리가 없었다. 본방보다 더 난리가 났으니까. 산이 웅얼웅얼 열심히 사과를 이어갔다. 제가 봐도 진짜 이상한 애 같더라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래왔어서 몰랐거든요. 근데 댓글 보니까 아무도 안 그런다구… 진짜 죄송해서요. 생수병에 맺힌 물방울이 산의 손을 타고 흘렀다. 저 때문에 괜히 피해보신 건 아닌가 싶고… 이렇게 뒤늦게 영상이 올라갈 줄도 몰랐고요.
崔伞也看到了。对啊,不可能没看到。比直播还要轰动。伞一边嘟囔一边认真道歉。我看了也觉得自己像个怪人。从小到大我一直都是这样,所以没意识到。但是看了评论才知道,原来没有人是这样的……真的很抱歉。矿泉水瓶上的水滴顺着伞的手流了下来。我担心是不是因为我给大家带来了不必要的麻烦……也没想到视频会这么晚才上传。


댓글들이 정확하다. 얘는 진짜 인프피가 맞다. 사교적인 외교관 정우영이 따라갈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이 이 작은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评论是对的。这孩子真的是 INFP。社交型外交官郑友荣也无法跟上他小脑袋里的意识流。



"죄송할 거 하나도 없는데. 순위 봤죠?"
“你没有什么好道歉的。你看排名了吗?”



산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꿈인 줄 알았어요. 갑자기 밝아진 산의 표정에 우영은 웃음이 났다. 그럴 만도 하지. 뮤직에이 최산 연습생, a.k.a 인프피좌는 중간 발표에서 무려 4위를 기록했다. 끝내주는 등급 평가 무대를 해낸 우영보다도 2만 표를 더 받았다. B반 연습생들 중 10위권에 들어간 것은 산이 유일했다. 그 모든 것이 첫만남 클립 영상 하나의 힘이었다.
伞点了点头。是的。我真的吓了一跳。我以为是在做梦。看到伞突然明亮的表情,友荣笑了。那也是应该的。Music A 的练习生崔伞,a.k.a INFP 之王,在中期发表中竟然获得了第 4 名。比友荣那场绝佳的等级评估舞台还多了两万票。在 B 班练习生中,进入前十的只有伞。这一切都是因为初次见面视频片段的力量。



"죄송하면 말 놓으세요, 우리 동갑이기도 하고…"
“如果觉得抱歉的话,就放松点吧,我们也是同龄人……”



지금 그래야 될 타이밍이거든요. 말 놓고 억지로라도 친해져야 될 타이밍. 우영은 뒷말을 꾹 삼켰다. 지금 정우영에게는 최산이 필요했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저희가 그러기를 원하고 있어서요. 좋든 싫든 저랑 같이 플랜 Z를 실행해야 하거든요. 일단은 우영의 계획을 산에게는 비밀로 해야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면 이 순진한 또라이는 저 멀리 도망가버릴지도 모르니까.
现在正是该这么做的时候。该放下礼貌,强行亲近的时候。友荣把后面的话咽了下去。现在郑友荣需要崔伞。因为那些别有用心的人希望我们这样。不管喜欢与否,你都得和我一起执行计划 Z。暂时必须对伞保密友荣的计划。如果他知道发生了什么,这个天真的家伙可能会逃得远远的。


아, 그래도 연습생 선배신데 제가 갑자기 말을 놓으면, 그럼 우영아 하고 불러도 괜찮은가요, 앗 근데 제 나이는 어떻게 아셨어요? 질문 폭격이 이어진다. 우영은 머리가 살짝 지끈거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제 옷을 가리키며 묻는다. 봐요. 저 지금 뭐 입고 있어요. 산이 대답한다. 제복이요. 그럼 너는 뭐 입고 있어요. 제복이요. 네, 그러니까요.
啊,虽然你是练习生前辈,但如果我突然放下礼貌,那叫你友荣啊可以吗?啊,不过你怎么知道我的年龄的?问题接踵而至。友荣感觉头有点隐隐作痛。他指着自己的衣服问。看,我现在穿的是什么。伞回答。制服。那你穿的是什么。制服。对,就是这样。



"저희 지금 선후배 그런 게 아니라서요."
“我们现在不是前后辈的关系。”

"그럼……" 那么……

"그냥 경쟁자거든요. 같은 옷 입고 한 배 탄."
只是竞争对手罢了。穿着同样的衣服,坐在同一条船上。



뭐, 데뷔하면 동료되는 거고. 운 좋으면 친구 되는 거고요. 산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영의 말에는 이상하게 긴장이 풀리는 힘이 있었다. 다 별 거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한, 건성건성 말하는 듯하지만 위로가 되는 한 마디. 그러니까 그냥 산이라고 부를게. 이어진 우영의 말에 산의 표정이 다시 환해진다. …응! 그 모습이 웃겨서 우영은 이번엔 제법 크게 웃음이 났다.
嗯,出道后就会成为同事。如果运气好,还能成为朋友。伞稍微思考了一下,然后点了点头。友荣的话有一种奇怪的力量,让人放松下来。虽然听起来像是随便说说,但却有安慰的效果。那我就叫你伞吧。友荣接着说,伞的表情再次明亮起来。……嗯!看到他的样子,友荣忍不住大笑起来。


그래. 너도 나 우영이라고 불러줘.
好吧。你也叫我友荣吧。

응. 우영아. 嗯。友荣啊。


운 좋으면 친구 된 후, 남들 눈에는 커플 되는 계획을 우영이 세우고 있다는 것을… 산은 꿈에도 모를 것이었다. 지금 이 대화조차 오늘의 계획에 시작이 될 어떤 발돋움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如果运气好的话,成为朋友后,在别人眼里变成情侣的计划是友荣在制定的……伞做梦也不会想到。甚至连现在的这段对话也只是今天计划的一个起点。


생방송까지 30분이 남은 시점이었다. 离直播还有 30 分钟。








프로듀서들의 등장에 예비 해적단이 일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피라미드형 세트장을 앞에 두고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40명 탈락이라니. 같은 줄에 앉은 인원이 전부 탈락하는 일도 가능한 수준이다. 평생 긴장 같은 것 해볼 일 없다 생각했던 우영도 그 생각을 하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制作人们的登场让预备海盗团成员们齐刷刷地坐直了身子。面对充满压迫感的金字塔形舞台,弥漫着一种奇妙的紧张感。40 人淘汰啊。坐在同一排的人全都被淘汰也是有可能的。一直以为自己这辈子都不会紧张的郑友荣,一想到这点也不禁感到一阵寒意。


서바이벌의 묘미는 경쟁이다. 원샷 하나, 노래 한 소절로 치열하게 쫓고 쫓기는 경쟁. 데뷔하고 나면 죽고 못 사는 한 식구지만 그 전까지는 적수였다. 당장 내일 내 옆에 누가 남을지 알 수 없다. 우영은 사방에 놓인 수많은 의자들을 둘러보았다. 피만 튀기지 않았다 뿐이지, 데뷔조 아홉 명 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헝거게임이나 마찬가지다.
生存游戏的妙趣在于竞争。一击即中,一句歌词,都是激烈的追逐和竞争。出道后,大家会成为生死与共的一家人,但在那之前,都是对手。谁能留在我身边,明天就见分晓。友荣环顾四周,望着摆放的众多椅子。虽然没有血腥场面,但直到出道组剩下九人之前,这无异于一场你死我活的饥饿游戏。


소속사 별 연습생 입장 및 등급 평가 무대가 삼주간 방영됐고, 그 동안 시청자 투표가 누적 집계로 진행됐다. 다 합쳐 세 시간이 안 되는 방송으로 60명의 연습생이 줄 세워지고, 끝끝내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끝이었다. 단체 무대 한 번 못 해보고 집에 가게 된다.
所属社别练习生入场及等级评价舞台已经播出了三周,在此期间观众投票以累计统计的方式进行。总共不到三小时的节目中,60 名练习生被排成一列,如果最终名字没有被叫到就结束了。连一次团体舞台都没能上就要回家了。


우영은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아니, 꼭 이겨야만 했다. 다른 연습생들은 여기서 떨어져도 회사로 돌아가면 됐지만, 우영은 갈 곳이 없었으니까. 뒤 돌면 낭떠러지였다. 손 잡아줄 그 누구도 없이.
友荣对这场战斗充满信心。不,他必须赢。其他练习生即使在这里失败了,也可以回公司,但友荣没有地方可去。回头就是悬崖,没有人会伸手帮助他。


두 줄 앞에 앉아 뒤를 돌아보던 석훈과 눈이 마주친다. 석훈이 꾸벅 눈인사를 하고 고개를 돌리다 정우영 옆에 앉은 최산을 발견했다.
坐在前面两排的石勋回头看时,目光与他相遇。石勋点了点头打招呼,然后转过头,发现了坐在郑友荣旁边的崔伞。



"어, 산이 형. 자리가 거기예요?"
“哦,伞哥。你的位置在那里吗?”



제 이름표가 붙은 의자를 찾아 앉은 죄밖에 없었던 산이 어? 하고 당황한 소리를 냈다. 그러게. 여기에 내 이름이… 그러고보니 좌석은 기본적으로 소속사 별로 묶어 배치되는데, 최산만 뮤직에이의 다른 네 명과 동 떨어져 우영 옆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네. 왜 혼자 거기 배치됐지? 당황한 산을 바라보는 석훈의 오묘한 표정을 바라보던 우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왜겠냐. 어? 왜겠냐고.
伞只是找到了贴有自己名字的椅子坐下,发出了“啊?”的惊讶声音。是啊,这里有我的名字……说起来,座位基本上是按所属公司分组安排的,只有崔伞和其他四个 Music A 的成员分开,坐在了友荣旁边。这很奇怪啊,为什么他一个人被安排在那里?看着惊讶的伞,友荣小声嘟囔着,看着石勋那微妙的表情。为什么呢?啊?为什么呢?


이 방송은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했다. 사이사이 멍 때리거나 졸아버리면 여지 없이 클립으로 잘려 여기저기 알뜰히 삽입된다. 미묘한 신경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생방이라고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방송 직전이니 다행이었다. 지금이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너 정말 몰라서 묻냐?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않고 석훈이 빙글빙글 웃었다. 모를 리가 없지. 석훈 정도 되는 짬바로 모를 리가 없었다. 방송국 놈들이 뒤늦게나마 떡상 씨피를 밀어주기 위해 자리 배치로 무리수 둔 것을.
这个节目以恶魔剪辑而闻名。如果在中间发呆或打瞌睡,毫无疑问会被剪辑成片段,插入到各个地方。微妙的神经战更不用说了。即使是直播也不能掉以轻心。幸好这是在直播前。现在必须说清楚。你真的不知道才问的吗?石勋没有回答,只是笑了笑。他不可能不知道。以石勋的经验,他不可能不知道。电视台的人为了推崇 CP,才在座位安排上做了这么大的调整。



"결국 만났네요. 둘이?" "最终见面了呢。你们两个?"

"……." …….

"아까 그렇게 애타게 찾으시더니." 刚才那么着急地找我。



우영이 형이 형 찾는다고 엄청 돌아다녔어요. 우리 대기실 문만 세 번은 열던데? 그 말에 이번에는 우영이 당황을 했다. 산이 정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렇게 급하게 사람을 찾지? 엄청 궁금하더라고요. 무슨 얘기 했어요, 형?
友荣哥说他在找你,四处转了好几圈呢。我们休息室的门都开了三次了吧?听到这话,这次轮到友荣慌了。伞睁大眼睛,像是不敢相信似的,转头看向友荣。到底有什么话要说,急成那样找人?我真的很好奇。哥,你们说了什么?



"아까? 별 얘기 안 했는데, 우리…."
刚才?没说什么特别的,我们……。

"그래요?" 是吗?

"우영아. 나한테 할 말 있었어?"
友荣啊。你有话要对我说吗?



산의 말에 석훈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이제 알겠다. 형들 말 놨구나. 우영은 석훈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발이 아주 장난이 아니다. 순발식 앞두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견제 들어간다 이거지. 00년생들은 이래서 안 된다. 눈에 뵈는 게 없는 놈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최산만 해맑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응. 우리 운 좋으면 친구하기로 했거든. 그치? 사실 그럴 마음 따위 좆도 없는 우영을 옆에 두고 산은 자랑스레 자신의 친구 후보를 선보이는 중이었다.
伞的话让锡勋恍然大悟地发出“啊”的声音。现在明白了,哥们已经放下了。友荣真想狠狠揍锡勋一顿。这挑衅真是不简单。就在比赛前装作什么都不知道,开始牵制了。00 年生的就是这样,眼里什么都不怕。什么都不知道的崔伞还在天真地点头。嗯,我们运气好的话就做朋友了,对吧?其实根本没有那种心思的友荣在旁边,伞正自豪地展示着自己的朋友候选人。



닻을 올려 닻을 올려라- 升起锚,升起锚



지긋지긋한 테마곡이 세트장에 울려퍼진다. 생방송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우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신이시여. 제가 과연 이런 알못 오브 알못을 데리고 오늘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저 정말 데뷔하고 싶거든요? 그런 우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메라 감독은 첫 순위발표식을 앞두고 기도를 올리는 날티좌의 모습을 클로즈업 했다.
恼人的主题曲在片场回荡。这是直播开始的信号。友荣紧闭双眼。上帝啊,我真的能带着这个完全不懂的人成功完成今天的计划吗?我真的很想出道啊!不知是否了解友荣的心情,摄像导演在第一次排名公布前,特写了正在祈祷的伞的样子。








[속보] 날티좌 눈까지 꼬옥 감고 기도 올리는 중
[速报] 伞闭上眼睛祈祷中


동인녀 A씨는 정갈하게 세팅한 책상을 뒤엎어버리고 죄없는 아이패드에 고함을 지르는 중이었다. 어떡하지? 존나 귀엽다. 클립 영상 반응을 모니터링이라도 한 건지 보란듯이 나란히 앉혀둔 것도 대박인데, 생글생글 웃는 산과 달리 우영은 달달 떨고 있는 게 아닌가.
同人女 A 小姐把整齐摆放的书桌掀翻了,对无辜的 iPad 大喊大叫。怎么办?真是太可爱了。是不是在监控剪辑视频的反应呢?把他们并排坐在一起已经很厉害了,和笑眯眯的伞不同,友荣竟然在微微发抖。


해적 세계관_ 기존나쎔 vs 유리멘탈.mp4
海盗世界观_ 现有设定 vs 玻璃心.mp4
진심 반전 ㅋㅋㅋㅋㅋ 누구한테 기도하는 건데
真是反转哈哈哈哈哈,祈祷给谁看呢


이 무슨 날티나는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지? A씨는 태초부터 갭모에라는 것에 환장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근데 그렇게 갭 심한 놈이 심지어 왼쪽이라니… 웬걸? 먹을만 해. 아니? 맛있어.
这张脸看起来这么张扬,态度却完全不是这样?A 某从一开始就对反差萌这种东西着迷。可是,这么反差大的家伙居然还是左位……怎么回事?还挺有意思的。不是吗?很好吃。


이걸 방구석에서 혼자 보고 있어야 한다니 지옥이 따로 없다. 원래 같았으면 트친들과 에어비앤비라도 빌려서 거대 빔 프로젝터로 생방 관람을 했겠지만, 도무지 일정이 맞지 않아 이런 재앙이 생기고 말았다. 시작부터 이렇게 떡밥이 빵빵 터지는데 육성으로 공유할 사람이 없다니. A씨는 트위터에 말보다 빠른 속도로 트윗을 써올렸다.
居然要一个人在家里看这个,简直是地狱。如果是平时,早就和推特好友们租个 Airbnb,用巨大的投影仪一起看直播了,但这次实在是时间对不上,才导致了这种灾难。开头就有这么多爆点,却没有人可以一起分享。A 某以比说话还快的速度在推特上发了推文。


순발식 기대 이상으로 존나 대박인 거
超出预期的爆炸性表现

세트장 스케일 拍摄场地的规模
제복 부내 制服的气派
날퓌 애덜 나란히 앉음 (new!)
孩子们并排坐着(新!)

 ㄴ 에이님 애들 제복 디테일 다른 거 보셨나요?
你看到他们制服的细节了吗?
   ㄴ 헐 저게 뭐예요??? 저 지금 봄 ㅅㅂ
天啊,那是什么???我现在才看到,靠


트친의 말에 화면을 캡쳐해 다시 들여다보니 우영과 산의 제복 디테일이 전혀 달랐다. 좀 더 정형화 된 우영의 제복은 붉은 휘장 아래 수십 개의 금속 뱃지가 매달려 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끝단이 헤지고 군데군데 찢어진 부분이 있다는 것. 그에 반에 산의 제복은 카라가 없고 더블버튼이었다. 잘은 안 보이지만 빛을 반사하는 걸 보니 안쪽에는 가죽 상의도 덧대어 입은 듯하다. 장식은 우영의 것보다 덜했지만, 양 어깨에 술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헤진 곳 하나 없이 말끔하다.
听了推特好友的话,再次截图仔细看了看,发现友荣和伞的制服细节完全不同。友荣的制服更为标准化,红色徽章下挂着几十个金属徽章。特别之处在于,制服的边缘磨损了,还有些地方破了。相比之下,伞的制服没有领子,是双排扣的。虽然看不太清,但反光的地方显示里面似乎还穿了一件皮质上衣。装饰比友荣的少,但两肩上都有流苏。而且没有任何磨损,十分整洁。


미친. 이 제작진 진짜 진심이다.
疯了。这制作组真的是认真的。


씨발 진짜 뭐예요 이거? 저 지금 존나 기절함
他妈的这到底是什么?我现在真的要晕过去了
 ㄴ 코디들 진짜 배운 변태 어떡해요 ;; 
ㄴ 造型师们真是学过变态怎么办 ;;
   ㄴ 핏 다른 것 좀 보세요 포타 설정도 이렇게는 안 함
ㄴ 看看别的设定吧,连波塔都不会这样设定
     ㄴ 뭐라고요? 전투에서 부상당한 반란군 장교랑 정부군으로 1만자 써주신다고요?
ㄴ 你说什么?你要写一万字关于在战斗中受伤的叛军军官和政府军的故事?


진짜 미쳤다. 그냥 같이 앉아있는 것만으로 서사 오천 개가 쏟아져나온다. A씨는 우영과 산이 스쳐지나갈 때마다 본능적으로 초 단위 캡쳐를 찍었다. 느낌이 온다. 된다. 이 주식은 된다.
真是疯了。只是坐在一起就能产生五千个故事。A 某每次看到友荣和伞擦肩而过时,本能地每秒截图。感觉来了。可以的。这只股票可以的。


첫만남에서의 의상을 생각하면 이 얼마나 비약적인 발전인가. 그날의 정우영은 방금까지 폭주라도 뛰고 온 듯한 복장을 하고 한 놈만 걸려라- 하는 카리스마를 중간중간 쏴주지 않았던가. 그에 반해 기본기는 탄탄하지만 아직 특별한 끼는 모르겠다는 심사평에 귀가 축 처졌던 세라복 최산의 모습을 생각하면…… 한껏 제복을 차려입고 영혼이 바뀐 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이 장면이 더 새롭게 느껴졌다.
想想第一次见面时的服装,这真是多么飞跃性的进步啊。那天的郑友荣穿着一副刚刚跑完暴走族的样子,不时地散发出“就等你上钩”的气场。相比之下,虽然基本功扎实但还看不出特别才华的水手服崔伞,听到评审的评价后垂头丧气的样子……现在穿着整齐的制服,表现出仿佛灵魂都变了的态度,这一幕显得更加新鲜。


카메라를 향해 웃던 산이 우영을 콕콕 찌른다. 심란한 표정으로 기도하던 우영이 산을 한 번, 카메라를 한 번 보고는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손을 흔들었다. 산도 우영을 따라하다 소리내어 웃는다.
对着镜头微笑的伞戳了戳友荣。心烦意乱地祈祷的友荣看了伞一眼,又看了看镜头,似乎明白了情况,挥了挥手。伞也跟着友荣的动作笑出了声。


내가 뭘 본 거임 ... 둘이 저번이랑 분위기가 다른데요
我看到了什么……两人的气氛和上次不一样啊
 ㄴ ㅅㅂ 저만 느낀 거 아니죠
ㄴ 我不是一个人感觉到的对吧


동인녀들의 집단적 날조가 풀가동 된다. 내가 뭘 본 거야? 하는 의문은 곧 얘네 뭔가 있다, 는 결론으로 도출되었다. 눈 깜짝할 새에 서른 다섯 개의 시나리오를 쓴 #날퓌_절대같이데뷔해 탐라는 이제 자신들이 보지 못한 몇 주간의 숙소 생활까지 미친듯이 의심 중이었다.
同人女们的集体性捏造开始全力运转。我到底看到了什么?这个疑问很快得出了他们有情况的结论。眨眼间写了三十五个剧本的#날퓌_절대같이데뷔해 探拉现在疯狂地怀疑他们几周没看到的宿舍生活。


둘이 분명 뭔 일 있었다 ;; 
他们俩肯定有事发生 ;;

우리가 모르는 뭔 일이 벌어져도 단단히 벌어졌다
我们不知道的事情肯定发生了

     ㄴ ...했다. ㄴ ...做了。
       ㄴ 뭐를요... 什么...
         ㄴ 최소 키스를 했다.
至少接吻了。


연성러, 팬아터, 움짤계 너 나 할 거 없이 바빠지는 순간이었다.
创作者、粉丝画家、动图账号,无论是谁,都是忙碌的时刻。








손 한 번 흔들고서 최산과 최소 키스 정도는 함께 한 사이가 된 정우영은 벌써 30위까지 채워진 피라미드를 보며 극한의 긴장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옆 자리에 연습생들이 이렇게나 많이 앉아 있는데, 남은 자리는 겨우 서른 개 남짓이라니. 절대 오늘 떨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우영은 자꾸 손에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挥了挥手后,和崔伞至少接过吻的郑友荣此刻正看着已经填满 30 位的金字塔,感到极度紧张。旁边坐着这么多练习生,而剩下的座位却只有三十个左右。尽管他认为自己今天绝对不会被淘汰,但手心还是不断冒出冷汗。



27위 연습생입니다. 我是第 27 位练习生。

27위 연습생은 52만 7382표를 가져간─
第 27 位练习生获得了 527,382 票──



잔인한 순위 발표는 쉴 틈도 없이 이어진다. 진행자 뒤 화면에서 이름이 불린 연습생의 지난 활약상이 VCR로 재생되고 있었다. 벌써 두 번의 뮤직에이 엔터테인먼트가 호명되었다. 우영도 오래 봐온 친구들이었다. 자리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김석훈, 이호진, 그리고 최산. 냉정히 평가하자면 산은 안정권이었고 호진에겐 희망이 없었다. 그리고 중간 평가대로라면 지금쯤 석훈의 이름이 불려야 했다.
残酷的排名公布没有任何休息时间。主持人背后的屏幕上播放着被点名练习生的过去表现视频。已经有两次 Music A 娱乐公司被点名了。友荣也是看了很久的朋友。剩下的孩子们是金锡勋、李浩镇和崔伞。冷静地评价的话,伞是稳妥的,而浩镇没有希望。而按照中间评估,现在应该是锡勋的名字被叫到。


그러나 석훈의 이름은 26위, 25위, 24위가 발표되고도 호명 되지 않았다. 남 처지 걱정할 때가 아닌 우영도 괜히 입가가 떨려왔다. 석훈은 여유를 잃은 지 오래였다. 빳빳하게 굳어 앉아있을 뿐이었다.
然而,锡勋的名字在第 26 位、第 25 位、第 24 位公布时都没有被叫到。友荣也不再担心别人的处境,嘴角不由自主地颤抖起来。锡勋早已失去了从容,只是僵硬地坐在那里。


웃음을 잃은 건 산도 마찬가지였다. 의자가 줄어들수록 사색이 된 산은 손톱 끝이 하얘질 때까지 제 손등을 꾹 짓누르고 있었다. 뮤직에이의 뮤 자만 나와도 기절해버릴 것처럼 입술을 깨문 채로.
失去笑容的伞也是一样。随着椅子越来越少,伞的脸色变得苍白,他紧紧按住自己的手背,直到指甲变白。只要听到 Music A 的“Music”字样,他就像要晕倒一样咬紧了嘴唇。



18위 연습생은─ 第 18 位练习生是─



우영은 다시 세트장을 둘러본다. 생각보다 중간 발표와 결과가 다르다. 일주일간 생겨난 변수는 너무도 많았다. 판은 매일같이 정반대로 뒤집혀왔고, 이건 실력과도 전혀 관계가 없었다. 자신만만했던 어제와 달리 물 속에 갇힌 듯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友荣再次环顾了片场。与预想中的中期报告和结果不同。一个星期内出现了太多的变量。局势每天都在完全相反地翻转,这与实力完全无关。与昨天的自信满满不同,他的胸口像被困在水中一样感到压抑。



뮤직에이─ 音乐 A─



뮤직에이 엔터테인먼트 로고와 함께 카메라 세 대가 각각 석훈과 산, 호진에게로 향한다. 산이 화면에 뜬 제 얼굴을 보고는 놀란 숨을 들이쉬며 반사적으로 우영의 소매 끝을 잡았다. 무의식에서 흘러나온 행동이었다. 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있다. 얘 정말 이러다가 실려나가는 거 아니야? 소매 끝으로도 산이 얼마나 떨고 있는지 느껴져서, 우영은 저도 모르게 반대쪽 손으로 제 소매를 쥔 손을 휙 덮어버렸다.
뮤직에이娱乐公司的标志出现后,三台摄像机分别对准了石勋、伞和浩镇。伞看到屏幕上出现自己的脸时,惊讶地吸了一口气,反射性地抓住了友荣的袖口。这是无意识中流露出的行为。伞的脸色苍白得没有一丝血色。真的不会就这样被抬出去吧?从袖口也能感觉到伞在多么颤抖,友荣不由自主地用另一只手迅速覆盖住了抓着自己袖口的手。



김석훈, 김석훈 연습생입니다. 金锡勋,金锡勋练习生。

선생님을 자처하며 리더로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준 친구죠.
自称老师并作为队长表现出色的朋友。



손이 엄청 차다. 정신이 번쩍 든 우영이 황급히 손을 뗐다. 
手非常冷。精神一振的友荣急忙松开了手。



"어, 어… 미안." 啊,啊… 对不起。



얼굴이 확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미친. 내가 왜 그랬지. 정작 최산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긴 하다만. 일어나 석훈을 안아주고 있는 산을 보며 우영은 후회가 밀려왔다.
感觉脸一下子红了起来。疯了。我为什么要那样做。崔伞好像根本不在意。看着站起来抱住石勋的伞,友荣感到一阵后悔。


플랜 Z는 이런 게 아니다. 비게퍼는 본디 은은한 맛이다. 우영은 너무 과한, 말하자면 티나는 비게퍼에 여자들의 마음이 차게 식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뽀뽀 한 번보다 의미심장한 눈빛 한 번이 더 두고두고 회자되는 게 돌판이다. 그러니 방금 행동은 완전히 에러였다. 혹시나 카메라에라도 잡혔다면 큰일이었다.
计划 Z 不是这样的。微妙的味道才是本质。友荣深知,过于明显的表现会让女生们的心冷却下来。在饭圈里,一次意味深长的眼神比一次亲吻更让人津津乐道。所以刚才的行为完全是个错误。如果被摄像机拍到就糟了。








날퓌판은 그야말로 혼돈과 경악에 휩싸여 있었다. 당연히 그 모든 것이 선명히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에. 내가 지금…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내가 지금… 아니 저기요. A씨는 폰에 119를 눌러두고 갑작스러운 심정지 사태에 대비 중이었다. 지금 순발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쯤되면 순위는 중요하지도 않다.
整个粉丝圈都陷入了混乱和震惊之中。当然,这一切都被清晰地拍摄了下来。我现在……我现在看到了什么。我现在……不,等等。A 某已经在手机上拨了 119,准备应对突发的心脏骤停情况。现在反应速度不是最重要的。到了这个地步,排名已经不重要了。


날퓌 ... 근무 중 동성애 행각 고소합니다
날퓌 ... 근무中同性恋行径告诉합니다

    #그들만의세상 진심 소외감 어쩔 ;; 
    우영이가 산이 낳았나요? 손은 왜 잡아주고 난리 
     ㄴ 극성 인프피 악개 정우영 


얘네 지금 다 알고 저러는 거 아니야? 자연산 은은 호모를 추구하는 트친의 말에 A씨가 발끈한다. 다 아는 애들은 저런 짓 안 한다고요. 덕질 원투데이 하세요? 저거는 진짜 뭣도 모르니까 나오는 찐바이브라고요… 게다가 99년생 동갑 씨피의 조미료 한가득 친 비게퍼 거부할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요.  


탐라를 내려도 내려도 각기 다른 사이즈로 크롭된 같은 영상만이 난무했다. 다 양보해서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손 잡았다고 쳐. 그래 그럴 수 있다 쳐. 근데 얼굴은 왜 붉혀? 어쩌면…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내 날조가 방해되고 있는 거 아니냐고. 건드리면 터질 듯 활화산 같은 심정이 된 A씨는 내가 골라잡은 게 혹여나 알페스가 아니라 찐이면 어쩌나 걱정까지 되기 시작했다. 


날퓌판을 제외한 모든 판이 초상집 분위기가 된 가운데, 진행자는 어느새 순위를 거슬러 올라가 9위 발표만을 앞두고 있었다. 10위부터는 투표 수의 엎치락뒤치락이 심한 편이었다. 중간 발표에서 10위권 안에 안착했던 연습생들이 15위, 17위를 기록한 이례적인 이들도 발생한 터라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9위 연습생은─ 第九名练习生是──



중간 발표에서 9위를 했던 사하라 미디어의 연습생이 클로즈업 된다. 글쎄. 확실히 9위보다는 올랐을 것이다. 저번 주 방송에서 사하라 특집이냐고 할 만큼 등급 평가 분량을 몰아줬으니까. A씨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는다. 그때였다. 



출중한 댄스 실력으로는 

A반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었던 연습생이죠? 



화면에 우영의 얼굴이 잡혔다. 이윽고 2분할이 되며 댄스 포지션인 A반의 다른 연습생의 얼굴도 송출된다. 이게 무슨 시발… 지금 답 다 나온 거 아니냐고. A반의 댄스 포지션 중 따라올 자가 없는 건 정우영 하나였다. 6위에서 9위로 떨어진 건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었지만, 클립 영상이 워낙 흥했던 만큼 올라갈 일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개인연습생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우영 연습생입니다. 



우영의 웃는 얼굴이 잡힌다. 분명 축하할 일인데 A씨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9위면 실수 한 번에 곧바로 데뷔조에서 방출되는 순위다. 탐라에 말줄임표만이 가득했다. 이럴 수는 없어. 당장 떡상시켜. 이건 오백 프로 다른 판의 견제 행위다. 매일 9표를 던질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우영을 떡락시킨 거다. 


우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복 단추를 잠근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산이 덩달아 일어나 우영을 토닥여주었다. 잘했어 잘했어. 입 모양을 보니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잠깐만요... 쟤네 지금 뭐 하는...? 


우영이 산에게 귓속말을 한다.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산이 뜻밖의 말을 들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제발. 제발 공익 목적을 위해 무슨 얘기 했는지 당장 마이크에 대고 말해줘. A씨가 머리를 쥐어뜯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 위에 올라간 우영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시작 전, 눈까지 감고 기도 올리던 모습과는 달리 순위가 떨어진 연습생치고는 여유로운 표정이다. MC가 우영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9위라는 높은 순위를 기록했는데요, 사실 중간 발표보다는 세 단계가 떨어진 순위기도 하거든요. 어때요. 오늘 순위를 예상했나요? 싸이코패스답게 아픈 곳만 콕 집어 잘도 읊어준다. 


아, 예상은 전혀 못했어요. 사실 중간 발표도 너무 높은 순위였어서… 제게 소중한 한 표 던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역시 대형 기획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연습생은 다르다. 가히 교과서다운 우영의 대답에 A씨는 한시름을 놓았다. 



"20대 여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다음 순위가 또 기대가 되는데요." 

"아하하, 네네." 

"올라오기 전에 뮤직에이 최산 연습생과 또 대화를 나누시더라고요?" 



두 분 첫만남 영상이 또 인터넷에 굉장히 화제가 됐단 말이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안 물어볼 수 없겠는데요? A씨는 쥐고 있던 맥주잔도 내려놓고 주먹을 꽉 쥐었다. 싸이코패스 발언은 취소. 취소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진행 잘하는 MC 1위로 선정되셨습니다. 



"아, 네. 산이가 너무 긴장을 해가지고요.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긴장 풀자, 뭐 그런 건가요?" 

"아뇨, 아뇨. 그런 건 아니고…"
“不,不是那样的……”



우영이 세트장 아래를 내려보며 곤란한 듯 웃는다. 진행자 뒷쪽의 화면에 그런 우영을 올려다보는 산의 얼굴이 크게 잡혔다. 



"의자가 몇 개 안 남았잖아요." 

"그쵸." 

"난 너가 1위 할 것 같다고. 왠진 모르겠는데…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그럴 것 같다고." 



그러니까 너무 떨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어요. 우영의 말에 진행자가 미소 짓는다. 정말 빛나는 우정입니다. 몇 주간 많이 친해졌나봐요? 우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종. 정말 특종이다. 59위부터 9위까지 총 50명의 연습생 중 이렇게 대놓고 순위를 예측한 이는 없었다. 그런데 심지어 자기가 1등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연습생을 언급해? 심지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당연한 말을 했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은 저 태도는 또 뭐란 말인가. 실시간 검색어 1-2위를 정우영과 최산이 다투기 시작했다. 실시간 트렌드는 거의 점령 수준이었다. 


A씨는 생각했다. 아저씨. 지금 저게 우정으로 보이세요? 이거는 쌉메이저 씨피가 아니라 그냥… 지독한 염병 커플이잖아. 








"자,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입니다. 다음 순발식 목표 등수를 또 안 물어볼 수 없죠?" 



목표 등수. 우영은 생각한다. 장난하나? 당연히 1위지. 오늘의 순위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생각보다 낮긴 했지만 어느 정도 떨어지리라 예상은 했었으니까. 미방분 영상을 제외하고는 딱히 분량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므로 산이 1위를 하리라 발언한 것 또한 어느 정도 진심이었다. 저번에 보니까 뮤직에이 분량 많더만. 거기서 김석훈이 떡상을 하겠어, 누가 하겠어. 하면 쟤지. 


물이 살짝 빠져 더 연해진 애쉬빛 머리. 오늘도 혼자만 허리를 접어 고정한 제복 바지. 제 발언에 너무 놀라 동그래진 눈. 우영은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플랜 Z를 막무가내로 들이밀기에, 최산이 너무 여전히 세상 물정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우영이 마이크를 든다. 다음 순발식에서는……. 말끝을 흐리자 MC가 다시 한 번 짚어준다. 네, 다음 순발식에서는요? 



"제가… 산이 다음 순위 하고싶습니다." 

"아, 그 말은 2위를 목표로 한다는 건가요?" 

"음, 사실 몇 위여도 상관은 없고요." 



그냥 나란히 앉을 수 있으니까요. 


이 말만은 백 프로 진심이었다. 몇 마디 안 나눠봤지만, 데뷔를 위해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단 1초도 솔직한 순간이 없었지만 여기 올라와보니 알겠다. 오십여 명의 연습생들을 일렬로 앉혀둔 무대 아래를 보니 한눈에 알겠다. 신인개발팀 팀장님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게 된 이유도. 자신이 첫 만남에 왜 그토록 당황을 했었는지도.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의자에 앉아 있어도 유난히 빛나는 애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우영에게는, 최산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