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보인다.  所知即所见。


문득 떠오른 말과 함께 정환은 혀로 입안을 살살 훑었다. 왜 이말이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실은 알 것 같기도. 도훈을 보고 있노라면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라는 건 이런거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흠. 그렇담 신정환은 무얼 알고 무얼 보게 됐나. 정환은 혀로 느리게 볼사탕을 굴리며 신정환이 알고 보게 된 것들을 복기해보았다.
随着突然浮现的话语,正焕用舌头轻轻舔舐着口腔内壁。他不知道为什么会想到这句话。不,其实好像又知道。看着道勋的时候,他能切实感受到"看到的程度取决于了解的程度"这句话的含义。嗯。那么申正焕究竟了解了什么,看到了什么呢?正焕慢慢地用舌头滚动着口中的糖果,回想着申正焕所了解和看到的一切。


정환의 볼사탕이 굴러가는 동안 도훈의 새까만 눈동자도 정환의 볼사탕을 쫓아 같이 굴렀다.
正焕的棒棒糖滚落的同时,道勋漆黑的眼睛也跟着棒棒糖一起转动。


아무래도 신정환이 알고 보게 된 것은, 뭐.
不管怎么说,申正焕最终还是知道了。

별 것 아닌 듯 싶기도 해서.
似乎也没什么大不了的。

그래서 그냥 툭,  所以就这样脱口而出,




“도훈아. 너 귀가 빨갛다.”  "道勋啊,你的耳朵红了。"




한마디나 던져보았다. 조금 전 정환의 손이 닿았었던 귓바퀴를 향해 턱짓하자 깜깜한 밤에도 다 보이게 빨개진 귀 끝을 만지작거리며 그 애는 아 그래? 그랬다. 왜 그러지. 추운가봐. 대수롭지 않게 군다.
我随口说了一句。朝着刚才正焕的手碰过的耳廓点了点头,他就在漆黑的夜里摸着明显变红的耳尖,说道:"啊,是吗?"为什么会这样呢。可能是冷吧。他表现得很平常。



아직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不知道是还不知道还是假装不知道。


정환은 그냥 어깨나 으쓱하면서 패딩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아직 모르는건지 아님 모르는척 하는건지 둘 중 뭐여도 신정환에겐 별 상관 없지 않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正焕只是耸了耸肩,把手塞进羽绒服的口袋里。不管是真的不知道还是假装不知道,对申正焕来说都无所谓。他就这么想着,不再多想。








우리의 시제  我们的时态

신정환 김도훈  申正焕 金道勋





신정환이랑 김도훈은 아주 시시하게 정의내려지는 사이다. 형친구. 친구동생. 시시하지만 그랬다. 신정환과 김도훈은 뭐 그렇게 복잡할 것 없는 관계였고 이 둘을 ‘관계’라고 부를만큼의 특이점이 있는가를 묻는 편이 더 합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둘 사이에는 뭐가 없었다. 신정환은 김도훈에게 형 친구였고 김도훈은 신정환에게 친구 동생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申正焕和金道勋之间的关系可以被简单地定义。哥哥的朋友。朋友的弟弟。虽然简单,但就是这样。申正焕和金道勋之间的关系并不复杂,甚至可以说,称他们之间有"关系"都显得有些牵强。申正焕对金道勋来说是哥哥的朋友,而金道勋对申正焕来说是朋友的弟弟。仅此而已。


신정환이 고등학교 일학년때 김도준을 만남. 김도준은 김도훈의 친형임.
申正焕在高中一年级时遇见了金道俊。金道俊是金道勋的亲哥哥。

이게 정말로 다였다.  这就是全部了。


세상의 아주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아주 우연하게 김도준과 신정환은 친구가 되었다. 별다른 인과관계나 드라마틱한 계기 같은 것은 없었다. 다 우연이었다. 둘은 자리가 가까웠고 적당히 말이 통했다. 둘 다 축구를 잘했고 음악 듣는 취향 비슷했고 게임 좀 했다. 같이 게임 동아리도 들었다. 결정적으로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그러다보니까 집 오가면서 놀았다. 신정환은 위로 누나가 둘인데 김도준은 밑으로 남동생이 하나. 어디가실? 당빠 김도준네ㅇㅋ. 자연스럽게 김도훈이랑도 친해졌다. 깨벗고 같이 놀아도 아무 상관없는 남동생 존나개꿀. 심부름도 시켜먹고 편했다.
就像世界上很多事情一样,金道勋和申正焕成为朋友纯属偶然。没有什么特别的因果关系或戏剧性的契机。一切都是巧合。两人座位很近,沟通起来也很顺畅。他们都擅长足球,音乐品味相似,还都喜欢玩游戏。他们一起加入了游戏社团。最关键的是,他们住在同一个公寓。因此,他们经常在彼此家中玩耍。申正焕有两个姐姐,而金道勋有一个弟弟。"你要去哪儿?""去金道勋家,OK?"就这样,他们自然而然地也和金道勋成为了好朋友。有个可以毫无顾忌一起玩的弟弟简直太棒了。还可以差遣他做事,很方便。


그러다 도훈이 같은 고등학교 왔을 땐 동아리 부원 하나라도 더 늘리게 살살 꼬셔서 게임동아리도 들게 했다. 열다섯 좆중딩 시절부터 봤던 김도훈이 좆고딩 돼서 신정환이랑 같은 교복입고 같이 등교하게 됐어도 그대로였다.
后来当道勋来到同一所高中时,他软磨硬泡地诱惑他加入游戏社团,想多增加一个社团成员。从十五岁初中屌丝时期就认识的金道勋,即使成为高中屌丝和申正焕穿着同样的校服一起上学,也依然如故。


신정환이랑 김도훈은 여전했다. 신정환은 김도훈 형의 친구였고 김도훈은 신정환 친구의 동생이었다. 어쩜 이게 전부긴 했다. 김도훈이 좆고딩이 됐어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신정환은 고삼이 되었고 그러다 신정환이 수능 백일을 남겼을 무렵 정환은 이름 모를 낯선이에게 명함을 받았다. 캐스팅 매니저라고 했다. 사기꾼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길래 별 생각 없이 보러 갔다가 덜컥 합격을 했다.
申正焕和金道勋依然如故。申正焕是金道勋哥哥的朋友,而金道勋是申正焕朋友的弟弟。或许这就是他们之间的全部关系了。即使金道勋成为了高中生,也没有太大的变化。申正焕升入了高三,在他距离高考还有一百天的时候,正焕从一个陌生人那里收到了一张名片。对方自称是选角经理。起初以为是骗子,但事实并非如此。对方邀请他去参加镜头测试,他没多想就去了,结果一下子就通过了。



그때는 몰랐지만 그게 아마도 신정환과 김도훈 사이의 첫번째 지각변동이었던 것 같다.
那时还不知道,但那可能是申正焕和金道勋之间的第一次地壳变动。



연습생이 되었다. 연습생 생활은 생각보다 빡셌다. 아니 존나 빡셌다. 할 게 존나 많았다. 연습생이 되면서부터는 전이랑 생활하는 게 판이하게 달라졌다. 생활 뿐만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我成为了练习生。练习生的生活比想象中更加艰苦。不,简直是他妈的艰苦。要做的事情多得要命。自从成为练习生以后,我的生活与以前完全不同了。不仅是生活方式,连眼中所看到的世界也开始变得不一样了。


이상하게 거슬리는 게 생겼는데,  奇怪地出现了一些令人不快的事,




“야 도훈아.”  "喂,道勋啊。"




그 중 하나가 김도훈이었다.  其中一个就是金道勋。



문득 거슬린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뭐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주 짧은 찰나였고, 스치듯 짧았다. 아니면 너무 사소하거나.
突然间,我不太清楚是什么触发了这种不快的感觉。那是一个非常短暂的瞬间,转瞬即逝。或许是太微不足道了。


부자연스럽게 어긋나는 눈이나 멀찍이 떨어지는 손끝. 크흠 어색한 헛기침 같은 것들. 뭐가 됐든 비언어적 신호였다. 정환이 대단하게 기민해서 눈치를 챘던 것이 아니고 김도훈이 너무 티가 났다. 정작 김도훈만 몰랐다.
不自然地错开的眼神或是远远分开的指尖。咳咳,尴尬的假咳嗽之类的。无论是什么,都是非语言信号。不是因为正焕特别敏锐才察觉到的,而是金道勋表现得太明显了。反倒是金道勋自己不知道。



김도훈 하는 짓이 너무 거슬려 이름을 불러 눈을 마주치거나 그 자리에 붙들어 놓아도 막상 그 다음의 말이 마땅치 않았다. 너 뭐하는거야. 하면 왜? 되물었다. 그럼 할 말이 없었다. 분명 너무 티가 났는데 진짜 티가 났는데, 티를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서 그냥 티만 나는 게 문제였다.
金道勋的行为让人很不爽,即使叫他的名字对视或把他留在原地,也不知道接下来该说什么。如果问他"你在干什么?",他会反问"怎么了?"。这样就无话可说了。明明表现得太明显了,真的太明显了,但问题是他并不是故意表现出来的,只是不经意间流露出来了。


아 존나 거슬려. 진짜 존나 신경쓰였다. 근데 뭐라고 말을 못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눈썹 앞머리만 벅벅 긁적이기. 그리곤 한숨 짧게 한 번 쉬고선 넌 좀… 아냐, 됐어. 그랬다. 연생이라고 존나 꼬라지부리는 성질머리 좆창난 형친구가 됐다. 데뷔하면 인성 씹창났다는 소리 나와도 할 말 없겠네 싶었다.
啊真他妈烦人。真的非常让人在意。但是又不知道该说什么。能做的就只有挠挠眉毛和刘海。然后轻轻叹了口气说你有点...算了,没事。就这样变成了一个比同龄人还要暴躁、脾气糟糕的哥们。想着如果出道后被说人品差劲,也无话可说吧。









그러다 졸업식이 가까워지면서는 조금 더 확실해졌다.
随着毕业典礼的临近,这种感觉变得更加确定了。


그 무렵의 신정환이 혀로 입안의 살을 굴리며 복기한 것들은,
那时的申正焕用舌头舔舐着口腔内壁,回想起了这些事情,


1. 김도훈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1. 金道勋似乎喜欢男人。

2. 신정환은 남자다.  2. 申正焕是男人。

3. 김도훈은 신정환을 좋아하는 것 같다.
3. 金道勋似乎喜欢申正焕。


는 가설의 문장들이었는데 정환의 입안에서 굴러가던 볼사탕들은 정환의 손가락이 도훈의 말랑말랑한 볼을 아무 이유없이 쿡쿡 찌르거나 괜히 불러놓고 정색빨면서 그 애가 쩔쩔매는 표정을 구경하는 식의 장난을 칠 때마다 점점 그 형체가 단단해져갔다.
这些都是假设的句子,但每当正焕的手指无缘无故地戳着道勋柔软的脸颊,或是故意叫他过来然后板着脸看他手足无措的表情时,正焕口中滚动的糖果就变得越来越坚硬。



‘것 같다’는 가설들이 ‘한다’는 확신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김도훈은 여전히 모르는 것 같기는 했다. 김도훈만 몰랐다. 뭐 김도훈이 알든 모르든 신정환이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지가 나중에 알게 되겠지.
即便那些"好像是"的假设变成了"确实是"的确信,金道勋似乎仍然不知情。只有金道勋不知道。不过,金道勋知不知道并不是申正焕该关心的事。他迟早会自己知道的。


그런데도 괜히 건드려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어서 틈만 나면 괜히 툭툭.
但还是忍不住想去触碰,一有机会就不由自主地轻轻碰一下。


그래도 정당방위 아닌가 생각했다.  我还是觉得这算是正当防卫吧。

뭐 아니면 어쩔건데.  那又怎么样。


흠.  嗯。

좀 짜증나는 것 같기도.  好像有点烦人。


그러니까 애초에.  所以从一开始就。

좋아하질 말든가.  别喜欢我。

좋아하면 티를 내질 말든가.  喜欢就别表现得那么明显嘛。

최소한 들키질 말든가.  至少别被发现。

나더러 뭐 어쩌라고.  让我怎么办呢。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는 척 할 거라고 생각하는건지. 그러다가 더 나중엔 일부러 저러나? 싶기도 했다. 일부러 저러는거면 진짜 앙큼한건데 그래도 나름 김도훈을 알고 지낸 세월이 좀 있어서 설마 일부러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존나 앙큼한 새끼는 아니지 않나. 뭐지? 나 김도훈 편드는건가, 그지랄 하다가 발목이 밖으로 꺾일 뻔했다. 존나 어이없네. 
不知道他是以为我不知道还是以为我会装作不知道。后来我甚至想,他是不是故意这样的?如果是故意的话那可真够狡猾的,但我和金道勋相识也有些年头了,所以觉得他应该不至于故意这样吧。他应该不是那么狡猾的家伙吧。等等,我这是在为金道勋说话吗?就在我胡思乱想的时候,差点把脚踝扭到外侧。真他妈荒唐。









해가 바뀌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신정환이 없는 고등학교에서 김도훈은 2학년이 되었다. 신정환은 그대로 연습생이었다. 김도준은 재수생활을 끝내고 대학생이 되었다.
时光流转,新的一年到来。一切并没有太大变化。在申正焕不在的高中里,金道勋升入了二年级。申正焕依然是练习生。金道准结束了复读生活,成为了大学生。


신정환과 김도훈은 다시 만났다. 재회는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휴가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던 신정환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학원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타있던 김도훈과 마주쳤다. 그새 키가 더 컸는지 눈높이가 얼추 맞았다. 키 컸어? 물었더니 몰라? 했다. 니가 모르면 누가 알아? 몰라. 샐샐 웃는다.
申正焕和金道勋再次相遇了。重逢是在一个偶然的机会。假期结束后,申正焕回宿舍时乘电梯,遇到了正要去学院的金道勋。不知不觉间他好像又长高了,两人的视线几乎平齐。"你长高了?"申正焕问道。"你不知道吗?"金道勋回答。"如果你不知道,谁会知道呢?""不知道。"金道勋轻笑着说。


형 뭐 타구 가? 나 지하철. 으응. 글쿠나. 거진 일년만이라 좀 어색한가 싶었는데 그럴 새 없이 뭘 이것저것 잘 물어봤다. 묻는 말에 대답하고 김도훈 리액션 구경하다가 좀 웃고. 그러다가 혼자 헛짓한다고 넘어지려는 김도훈을 좀 잡아주다보니까 김도훈이 지하철역까지 같이 걸어가주고 있었다.
哥你坐什么去?我坐地铁。嗯嗯。是吗。虽然觉得快一年没见可能会有点尴尬,但还没来得及感到尴尬就问了这问那的。回答他的问题,看着金道勋的反应,不禁笑了笑。然后看到金道勋自己胡闹差点摔倒,我扶了他一把,结果他就陪我一起走到了地铁站。




“역까지 같이 가주게?”  "要一起去车站吗?"

“응.”  "嗯。"




스윗하네…  真甜蜜啊..

중얼거렸더니 뭐 웃긴 말이라고 하하 웃다가 또 휘청. 이번엔 진짜 좀 크게 넘어질 뻔해서 놀랐다. 꽤 세게 잡아주다보니까 그만 당기는 꼴이 되었다. 얼굴이 너무 코앞이었다. 불타는 고구마처럼 시뻘겋게 익은 김도훈 얼굴이 정환의 눈에 다 보였다.
他嘟囔了几句,好像说了什么有趣的话,哈哈大笑起来,然后又踉跄了一下。这次差点真的摔倒,把他吓了一跳。因为抓得太用力,反而把对方拉得更近了。两人的脸靠得太近了。申正焕的眼中映出了金道勋的脸,红得像烤熟的红薯一样。


김도훈의 치명적인 문제점 한가지를 꼽으라면 그건 아마도 불필요할 정도로 모든 걸 숨김없이 얼굴에 다 드러내 버린다는 것이라서. 낭패의 기색이나 당황스러움까지도 모조리 싹 다 드러나버린 얼굴을 마주한 정환은 정말로 좀 난감해졌다. 애매하게 팔뚝을 놔주고서는 괜히 입술에 힘만 줬다 풀었다가 했다.
金道勋最致命的问题之一就是他会不必要地把所有情绪都毫无保留地写在脸上。面对着完全暴露出窘迫和困惑的表情的道勋,正焕真的有点不知所措。他尴尬地松开了抓着道勋手臂的手,无意识地抿了抿嘴唇。



다음의 장면은 김도훈과 신정환 둘에게 각각의 왜곡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接下来的场景在金道勋和申正焕的记忆中各自产生了扭曲,


한가지 확실한 건 김도훈과 신정환이 그 장면을 기점으로 하나의 ‘공통된 사실’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有一件事是确定的,那就是金道勋和申正焕从那一刻起开始分享了一个"共同的事实"。



공유되고 있는 무엇  正在被分享的某物

김도훈 신정환  金道勋 申正焕

1 : 1



그리고 둘의 마지막 대화 내용은 이러했다.
然后,两人最后的对话内容是这样的。




“나 데뷔조 됐어.”  "我进入出道组了。"




이건 당연히 신정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고, 김도훈은 대답했다.
这句话显然是从申正焕口中说出的,金道勋回答道。




“그래? 잘됐다.”  "是吗?那太好了。"




축하해.  恭喜。


당연히 존나 하나도 안 축하한다는 얼굴이었다. 그으래? 자알됐다. 처럼 들렸다. 그렇다고 야 이 씨발새끼야, 뭐 이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지만…… 좀 빡친 것 같기는 했고 ‘빡침’보다는 조금 더 설명하기 어려운 얼굴 같아보였다.
他的表情显然一点也不祝贺。听起来像是在说"哦,是吗?我懂了。"虽然看起来他并不想说"喂,你这个混蛋"之类的话……但他似乎有点生气,不过比起"生气",他的表情更像是一种难以描述的复杂情绪。


아무튼 그렇게 말한 김도훈은 앞에 서있는 신정환의 어깨를 밀치고 그대로 지나쳐 걸어갔다. 애새, 아니 애다운 태도였다. 신정환은 눈썹 앞머리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김도훈이 처음 신경쓰였던 때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 같았다.
总之,金道勋说完这番话后,推开了站在面前的申正焕的肩膀,径直走了过去。这是小孩子,不,是孩子气的态度。申正焕站在原地,长时间摆弄着眉毛前端。他感觉自己比第一次注意到金道勋时更在意他了。


진짜 존나 신경쓰이게 하네. 씨발. 짜증났다.
真他妈烦人。操。真让人火大。











나 데뷔조 됐어?  我成为出道组成员了吗?

지 데뷔조 됐다고?  他们成为出道组了吗?

근데?  但是?

근데 어쩌라고 씨발.  但是他妈的能怎么办。



곱씹을 수록 좆같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그게 신정환 식의 대답이구나. 신정환은 원래 그런 인간이었다.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신정환에게는 병이 있었다. 좆같은 고질병. 나쁜 말이든 좋은 말이든 직접화법으로 말하면 죽는 병이었다. 그게 신정환이었다. 뭐든 직접적으로 말하면 죽는 병에 걸린 인간.
越是细想越觉得是个糟糕的回答,但随着时间的推移,我自然而然地明白了。这就是申正焕式的回答。申正焕本来就是那样的人。我一直都知道,申正焕有一种病。一种该死的顽疾。无论是好话还是坏话,只要直接说出口就会要他的命。这就是申正焕。一个患有"直言就会死"的病的人。


그럼 그것도 일종의 거절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니 속이 아주… 그지같았다. 짜증나. 애초에 뭘 해보자고 한 적도 없다. 고백? 개좆같은 소리. 그딴 것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다. 근데 거절이 가당키나 한건가? 짜증나. 존나 짜증났다. 신정환을 생각할 때마다 짜증이 덧붙었다. 생각을 안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신정환에 대한 감정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조차도 몰랐는데 이렇게 되어 있었다. 첫사랑이니 뭐니 그런 거창한 이름 같은 것 신정환에겐 아까웠다. 과오나 실수같은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마저도 붙여주기 싫었다. 역시 생각을 안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那么这也算是一种拒绝吧。这么想着,心里真是...糟透了。真烦人。从一开始就没想过要做什么。表白?狗屁。从没做过那种事,也没想过要做。但被拒绝合理吗?真烦人。烦死了。每次想到申正焕就更加烦躁。唯一的办法就是不去想。不知道对申正焕的感情怎么会变成这样,但事实就是如此。初恋什么的,这种华丽的名字对申正焕来说太浪费了。我觉得过错或失误这样的名字更适合。不,连这个都不想给他。果然不去想才是最好的办法。



김도훈의 시간이 무던히 지났다. 그러는 동안 신정환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데뷔를 안했다.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까놓고 말해서 신정환이 존나 잘나가는 일군 아이돌이 되기를 바랐다고 하면 개뻥이지만 그렇다고 데뷔 못하길 바랐던 적은 없었다. 그냥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싫었다. 데뷔를 하든 말든.
金道勋的时光悄然流逝。在这期间,申正焕杳无音讯。他没有出道。不知是不想出道还是无法出道。老实说,如果说希望申正焕成为一个超级成功的一线偶像,那绝对是在扯淡,但也从未希望他无法出道。只是不想关心这件事本身。不管他出不出道。


너무 잘나가서 멜론 탑백 차트 1위찍고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 되고 백화점 1층에 신정환이 전면 도배되고 버정에 와꾸 턱턱 발려있고 지하철 타러가면 눈 돌리는 곳마다 신정환이 깔려있기를 바라진 않았다. 그건 상상만 해도 솔직히 존나 배아팠다. 근데 그렇다고 너무 좆망돌 돼서 아줌마 아저씨 속상해하시고 걱정하시고 누나들 마음 상해하고 그러는 것도 싫었다. 그냥 적당히 먹고 살길 바랐는데 적당히 잘은 고사하고 도훈이 졸업할 때까지 데뷔 소식도 없던 신정환은 거짓말처럼 도훈이 졸업하던 날 데뷔를 했다.
我并不希望他太过成功,以至于登上 Melon 排行榜榜首,成为奢侈品牌代言人,百货商场一楼到处都是申正焕的海报,公交站牌上贴满他的脸,坐地铁时无论看向哪里都能看到申正焕。老实说,光是想象这种场景就让我嫉妒得要命。但我也不希望他成为彻底失败的偶像,让阿姨叔叔们伤心担忧,姐姐们难过。我只是希望他能过得去,但别说是适度成功了,直到金道勋毕业,申正焕连出道的消息都没有。然而就像是个谎言一样,申正焕在金道勋毕业的那天出道了。




“안녕.”  "你好。"

“…어.”  "……啊。"




오늘 데뷔한 아이돌을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자만추할 확률을 구하시오(주관식 100점).
请计算刚出道的偶像在吃完晚饭回家路上自我陶醉的概率(主观题,满分 100 分)。


이런 식으로 마주칠 줄은 몰랐다. 신정환 가족들이 아직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걸 간과했다. 바로 앞의 문장에서도 신정환 가족 얘기를 떠들어놓고서.
没想到会以这种方式相遇。我忽视了申正焕一家人还住在同一栋公寓的事实。明明在前一句话里还在谈论申正焕的家人。


안녕 인사한 신정환은 뒷목을 다덮은 머리카락만 머쓱하게 만지작거렸다. 원래 신정환이라면 절대 할 일 없는 스타일이었다. 신정환은 반곱슬이라 조금만 땀에 젖으면 머리카락이 금방 구불구불 개지랄이 났다. 근데 병지한다고 뒷머리를 저렇게 처덮어놨으니…… 볼 만 하겠네. 그동안 농구하는 신정환 축구하는 신정환 좀 훔쳐봤던 김도훈은 그런 걸 다 알았다. 쯧. 벌써부터 상상력이 한참 멀리까지 앞서나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뒷머리를 머쓱하게 매만지던 신정환이 김도훈 혀차는 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들어 김도훈을 봤다.
申正焕打了个招呼后,只是尴尬地摸了摸盖住后颈的头发。这对原本的申正焕来说是绝对不会做的事。申正焕的头发是微卷的,只要稍微出点汗,头发就会立刻变得乱糟糟的。但是因为说要剪头发,所以把后面的头发弄成那样……应该挺好看的吧。一直偷偷观察打篮球的申正焕和踢足球的申正焕的金道勋对这些都了如指掌。啧。不知不觉中,他的想象力已经飞到了很远的地方,不自觉地咂了咂舌。正尴尬地抚摸着后脑勺的申正焕听到金道勋咂舌的声音,慢慢抬起眼睛看向了金道勋。


뭘 봐. 괜히 뜨끔해서 입만 달싹였다. 도훈의 입모양을 읽어낸 신정환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이번에 그 움직임을 읽어낸 것은 도훈이었다. 슬몃 눈을 피했다. 씨발. 나 지금 왜 쫄았지? 꼴에 형 친구라고. 사춘기 시절 본능적으로 학습된 것은 때와 시를 가리지 않고 ‘본능적’으로 작동되곤 한다. 아직 인간 덜 된 금수새끼들이란 이래서 무서운 법이다. 같은 것 달린 남자들한테 아랫도리 세우는 쪽이라 더 한가? 착실하게 동족혐오하며 도훈은 헛생각했다.
看什么看。金道勋心虚地动了动嘴唇。申正焕读懂了金道勋的唇语,眉毛微微抽动。这次,金道勋捕捉到了这个动作。他悄悄地避开了目光。妈的。我现在怎么这么怂?好歹也是哥们的朋友。青春期时本能学会的东西,不分时间场合地"本能"地发挥作用。这就是为什么那些还没完全长大的畜生小子们如此可怕。对着同为男性的人勃起,是不是更糟?金道勋一边认真地进行着同族厌恶,一边胡思乱想。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헤어질 줄 알았는데 아들 친구라고 집까지 같이 올라가 신정환이 싸인한 앨범까지 나눠줬다. 부모님이야 몰라도 김도훈은 솔직히 별 필요도 없고 한 공간에 있고 싶은 생각도 그닥 없고 준비해 온 것도 아닌 것 같길래 난 필요 없다고 됐다고 한마디 하자마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래서 가만 입 닥쳤다. 정작 친구인 형새끼는 하필 군대가고 필요할 때 없었다.
本以为只是简单地打个招呼就分开了,但因为是儿子的朋友,所以一起上楼到家里,还分发了申正焕签名的专辑。虽然父母可能不知道,但金道勋老实说既不怎么需要,也不太想和他待在同一个空间,而且看起来也不像是准备好了的样子,所以我一说不需要,气氛立刻变得尴尬起来。于是我就闭上了嘴。偏偏在这种需要他的时候,作为朋友的哥哥却去当兵了。




둘이 얘기 좀 하라는데 얘기는 무슨 얘기?
他们说让我们两个谈谈,可是谈什么呢?

방 안에서 김도훈이랑 신정환이 할 얘기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房间里金道勋和申正焕根本没什么好说的。


형 친구, 친구 동생.  哥哥的朋友,朋友的弟弟。

가끔 보면 엄마들이란 상상력이 지나치게 납작해서 문제다.
有时候看来,妈妈们的想象力过于平淡,这就是问题所在。


형 친구, 친구 동생.  哥哥的朋友,朋友的弟弟。

시커먼 사내새끼들 둘이 방에서 뭘 하라는 건지.
两个黑乎乎的小子在房间里能干什么呢。


우리 별로 안친한데.  我们关系不是很好。

망고 딸기 샤인머스캣 오렌지 같은 것들이랑 포크 두개 올려진 핑크색 접시 사이에 놔두고 신정환이랑 이름도 모르는 남자애들 얼굴 잔뜩 박힌 앨범이나 멀뚱히 들여다보고 앉아있는 것도 길어야 오분이면 끝이었다.
把芒果、草莓、阳光玫瑰葡萄、橙子之类的水果和两把叉子放在粉色盘子中间,然后呆呆地盯着申正焕和一些不知名男孩的脸贴满的专辑,这样坐着最多也就五分钟就结束了。




“안 가?”  "不走吗?"

“가야지.”  "该走了。"

“빨리 가.”  "快点走。"

“어.”  "嗯。"




대답만 하고 미동도 않는다.  只是回答,却一动不动。


씨발. 빨리 간대매…… 도훈은 발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아까 전에 몇번이나 휘리릭 넘겨본 앨범 자켓만 다시 존나게 넘겨봤다. 김도훈이 앨범 자켓만 존나게 넘겨볼 때 신정환은 앨범 자켓만 존나게 넘겨보는 김도훈 옆태만 존나게 뜯어봤다. 멤버가 다섯이다. 형은 어딨어? 뻔히 보이는데 물었다. 여기. 신정환이 긴 손가락으로 콕 짚어줬다. 누가 나이 제일 많아? 나. 그럼 형이 리더야? 어. 좀 길게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 이 인간은 길게 말하면 죽는 병에 걸렸다. 직접화법으로 말하면 죽는 병, 길게 말하면 죽는 병. 병이 두개나 됐다. 장수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무병장수는 글렀네. 그런 생각이나 했다.
妈的。说是马上就到…… 道勋只是动了动脚趾。他又一次快速翻看了几遍刚才已经翻过无数次的专辑封面。当金道勋疯狂地翻看专辑封面时,申正焕则疯狂地盯着疯狂翻看专辑封面的金道勋的侧脸。成员有五个。哥哥在哪里?明明看得见却还是问了。在这里。申正焕用修长的手指点了点。谁年纪最大?我。那哥哥是队长吗?嗯。说长点会怎么样吗。这家伙好像得了说长句子就会死的病。用直接引语说话会死,说长句子会死。病就有两种了。也许能长寿,但无病长寿是不可能了。他就是这么想的。



앨범을 다 봤다. 안 가? 다시 물었더니 수능은 잘 봤냐는 질문이 왔다. 선질문이라고 한다는 게 참. 오랜만에 만나서 물어본다는 질문 꼬락서니가 차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형은 나한테 물어볼 게 겨우 그거냐? 생각한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답을 했더니 도훈을 빤히 돌아보는 얼굴에 좀 빡친 기색이 스몄다. 또 다시 그놈의 ‘본능’이 고개를 빳빳이 든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일 때랑 스물 두살이 된 신정환은 조금 다른 듯도 하고.
我看完了专辑。不去吗?再次问道,却收到了"高考考得怎么样"的问题。说是先问一下,真是的。好久不见,问的问题就这样。不禁叹了口气。哥哥就只有这个要问我吗?我的回答明显表露出了这种想法,金道勋直直地看着我的脸上,流露出些许恼火的神色。那该死的"本能"又一次抬起了头。十七岁、十八岁、十九岁的申正焕和二十二岁的申正焕似乎有些不同了。




“도훈아.”  "道勋啊。"

“어.”  "嗯。"




너 아까부터 좀.  你从刚才开始就有点...


거기까지만 말하는데도 뭔 뜻인지 대충은 알아먹을 수 있었다. 싸가지없게 굴지 말라는 뜻이었다.
即使只说到这里,我也大概能明白是什么意思。意思是不要无礼。


근데 알아먹은 척 하기가 싫었다. 형이 뭔데? 신정환 니가 뭔데. 군기 잡혀주기 싫었다. 왜 뻗대느냐고 하면 할 말 없었지만 역공 먹이려면 얼마든 먹일 수 있었다. 니가 뭔데 나 군기잡느냐고 얼마든지 물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냥, 형 빨리 가. 모르는 척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신정환이 일어선 김도훈의 손목을 잡았다.
但我不想假装听懂了。你算什么哥哥?申正焕你算什么东西。我不想被管教。如果问我为什么这么傲慢,我确实无话可说,但如果要反击的话,我随时可以反击。我的意思是,我可以随时问你凭什么管教我。所以我就只是说,哥快走吧。我装作不知道,从座位上站了起来。但申正焕抓住了站起来的金道勋的手腕。


턱. 우악스레 잡는 게 아니라 탁, 쥐었다. 그리고는 쥔 손에 힘을 살짝 주었다.
下巴。不是粗暴地抓住,而是轻轻地握住。然后,他稍微加重了握住的力道。



왜이래?  怎么了?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아랫배가 간질거린다. 
瞬间起了一身鸡皮疙瘩。下腹部有些发痒。

신정환은 한참을 뚫어져라 보더니 말했다.
申正焕盯着看了好一会儿,然后说道。




“도훈아 너. 너무 남의 시선 신경 안 쓰는 거 아냐?”
"道勋啊,你是不是太不在意别人的目光了?"




뭔소리야?  你在说什么?


신정환은 종종 이딴 식으로 말했다. 화법이 아주 좆같았다. 지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했다. 수능출제위원도 아니면서 함축적 의미를 존나게 퍼담으셨다. 직독직해 전문 김도훈은 짜증이 치민다. 신정환이 하는 말 따위에 시간 들이고 공들여 해석하기 싫었다. 내가 왜 형이 하는 말을 해석까지 해야 돼. 내가 왜 신정환한테 신경을 써야 돼. 뻗대고 서있는데 순간 손목 뼈를 기다란 엄지손가락이 살살 훑는 게 느껴졌다. 다 가라앉았던 소름이 다시 훅 끼쳤다.
申正焕经常这样说话。他的说话方式真他妈的糟糕。但还是能让人听懂。他不是高考出题委员,却总是塞满了隐晦的意思。擅长直译的金道勋感到非常恼火。他不想花时间和精力去解读申正焕说的话。为什么我要去解读哥哥说的话?为什么我要在意申正焕?正当他僵直地站着时,突然感觉到一个修长的拇指轻轻抚过他的手腕骨。原本平息的鸡皮疙瘩又猛地冒了出来。



너보다 키도 작아보이던데, 걔.  那家伙看起来比你还矮呢。

남친이야?  男朋友吗?



미친.  疯了。

너무 놀라 몸이 굳는다. 언제 봤어? 형 숙소 들어갔었잖아. 놀라 물었더니 어깨만 으쓱. 눈도 피하지 않고 있었다. 신정환은 입 벌릴 줄 모르는 사람처럼 있었으면서 입 열고 말했다.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무슨 소리야 휴가 받으면 왔었잖아. 하면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러다가 침묵 끝에 다시……
太过惊讶以至于身体僵硬。什么时候看到的?哥不是进了宿舍吗。我惊讶地问道,他只是耸了耸肩。他甚至没有回避我的目光。申正焕像是不知道该如何开口的人一样沉默了一会儿,然后才开口说话。用缓慢而低沉的声音。"你在说什么啊,不是放假的时候来过吗。"他几乎是用耳语的方式说道。然后在沉默之后又……



남친이야?  男朋友吗?

물었다.  问道。




“뭔 상관인데?”  "关你什么事?"




그러자마자 훈계질 하는 눈빛이 돌아왔다. 어쩌자는 건지 알 수가 없는데 자꾸만 솜털이 쭈뼛쭈뼛 서고 뱃속이 간지러웠다. 언제 봤을까. 어디서 봤을까. 순간 손목뼈를 훑던 손길이 멈추고 신정환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려는 것 같기도 하고.
话音刚落,一道责备的眼神就投了过来。不知道他想怎么样,但我的汗毛一直竖着,肚子里也痒痒的。什么时候见过呢?在哪里见过呢?突然,抚摸手腕骨的手停了下来,申正焕慢慢地从座位上站了起来。好像要离开的样子。


알 듯 모를 듯 헷갈리게 구는 태도가 짜증났다.
似懂非懂的暧昧态度让人感到恼火。


좀처럼 지입으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신정환이 좆같았다.
申正焕那副什么都不肯亲口说的样子真他妈让人火大。


신정환은 늘 이딴 식이었다. 함축적 의미만 퍼담는 신정환이랑은 다르게 그게 뭐든 확실한 게 좋은 스무살의 김도훈은 아무래도 좀 빡쳤다. 그래서 신정환의 옷자락을 어설프게 멱살잡듯 잡아 쥐고 충동적으로 입술을 맞댔다. 입술만 맞대놓고 차마 혀까지는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손이 비게 된 신정환이 볼을 잡아 눌러 입을 벌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입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申正焕总是这样。与只会含沙射影的申正焕不同,二十岁的金道勋更喜欢确切的东西,所以他有点恼火。于是他笨拙地抓住申正焕的衣襟,像是揪住衣领一样,冲动地吻了上去。他只是嘴唇相贴,还没来得及用舌头,手突然空出来的申正焕就捧住他的脸颊,迫使他张开嘴。然后就这样长驱直入。


망고 딸기 샤인머스캣 오렌지 같은 것들이 아까보다 절반 정도 줄어있고 포크 두개가 멋대로 올라간 핑크색 접시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던 사내새끼들 둘이 입술을 물고 혀를 빨았다. 
芒果、草莓、阳光玫瑰葡萄、橙子等水果比之前减少了一半左右,两个男人坐在中间放着两把叉子的粉色盘子两侧,咬着对方的嘴唇吮吸着舌头。



김도훈의 졸업이었고  这是金道勋的毕业典礼

신정환의 데뷔였고  申正焕的出道日

김도훈의 스물이었고  金道勋的二十岁

신정환의 스물둘이었다.  申正焕的二十二岁。









신정환의 데뷔는 그럭저럭이었다. 아주 잘되지도 않았고 엄청 망하지도 않았고 그냥 그럭저럭이었다. 이 세상엔 아이돌이 너무 많았다.
申正焕的出道可以说是平平无奇。既没有大获成功,也没有彻底失败,就是普普通通。这个世界上偶像实在是太多了。


김도훈은 김도훈 나름대로 바쁘게 살았다. 오티가고 대학 생활하고 엠티가고 과제하고 중간고사보고 기말고사 봤다. 그 사이에 신정환이 부른 노래같은 건 굳이 찾아듣지 않았다. 원래가 김도훈은 아이돌 취향이 아니었다. 김도훈은 멜론 같은 음악스밍 어플들 쓰지도 않았지만 쓴다해도 아이돌은 안들었다. 국내 음악에선 딘이나 크러쉬 들었고 아니면 차라리 저스틴 비버나 해리스타일스 찰리푸스 트로이시반을 들었다. 남돌 들으라면 음… 정국? 솔직히 말하면 애초에 아티스트로 검색해 듣지도 않았다. 이러나 저러나 김도훈은 아이돌 안들었다. 과실에서 야작할 때 플리로 돌리는 [K-POP 노동요 PLAYLIST] 에는 개씹명곡만 출입가능이라 신정환은 애시당초 자격박탈이었다.
金道勋过着属于自己的忙碌生活。他参加新生训练营,体验大学生活,参加系里的 MT 活动,完成作业,参加期中考试和期末考试。在这期间,他并没有特意去听申正焕唱的歌。本来金道勋就不喜欢偶像。金道勋甚至不用 Melon 这类音乐流媒体应用,即使用也不会听偶像的歌。在国内音乐中,他听 Dean 或 Crush,要么就干脆听贾斯汀·比伯、哈里·斯泰尔斯、查理·普斯或特洛耶·希文。如果要他听男团的话,嗯...郑号锡?老实说,他从一开始就不会按艺人名字搜索来听歌。总之,金道勋不听偶像的歌。在系里通宵赶作业时播放的[K-POP 劳动歌曲播放列表]只允许超级名曲入选,申正焕从一开始就被取消资格了。


신정환 노래도 안듣는 김도훈이 신정환을 유투브에서 찾아보거나 위버스에 가입하거나… 아무튼간에 신정환 덕질같은 것을 할리가. 그런 것 전혀 안했다. 신정환이 데뷔해서 뭘 하는지도 잘 몰랐다. 알 게 뭐야. 와꾸 대문짝만하게 박아놓은 입덕직캠 같은게 어디 뜨거나 말거나 김도훈이 알바 아니었다. 김도훈 유투브 알고리즘엔 출입못했다.
申正焕的歌金道勋都不听,他怎么可能会在 YouTube 上搜索申正焕或者加入 Weverse 呢...总之,他不可能会做粉申正焕这样的事。他完全没有这么做过。他甚至不太清楚申正焕出道后在做什么。他干嘛要知道啊。那些把脸拍得巨大无比的入坑直拍视频在哪里火不火,跟金道勋又有什么关系。这些东西根本进不了金道勋的 YouTube 算法。


김도훈한테 신정환은 갓기남돌 따위가 아니라 김도훈이랑 김도훈 방에서 입술 부비고 혀 섞은 형 친구일 뿐이라 도훈은 신정환 생각같은 것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하지 않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뜻대로 안된다는 이치를 너무 일찌감치 알아버린 것만 같았다.
对金道勋来说,申正焕不是什么刚出道的偶像,而只是和金道勋在金道勋房间里摩擦嘴唇、交缠舌头的哥哥的朋友。所以道勋既不想去想申正焕的事,也不想去刻意不想。他似乎太早就明白了,即使想要做些什么,也不一定能如愿以偿的道理。



김도훈에게 신정환은 어둑한 학교의 운동장 같았고 반쯤 먹다 남긴 과일접시 같았고 자취방 현관문 앞 센서등 같았다. 한결같고 애매하고 느닷없었다. 거기 그렇게 덩그러니 남아있거나 맥없이 말라비틀어지거나 갑자기 나타나도 왜? 따져묻는 것이 무의미했다.
对金道勋来说,申正焕就像是昏暗校园里的操场,像是吃了一半剩下的水果盘,像是单身公寓门前的感应灯。始终如一,模棱两可,却又突如其来。就那样孤零零地留在那里,或是无精打采地枯萎,又或是突然出现,为什么?追问这些都毫无意义。




“뭐야?”  "什么啊?"




물었더니 넌 이 시간까지 뭐하다 이제 들어오냐고 되묻는다. 여기 이렇게 무방비상태로 학교 앞 자취방 건물 삼층 계단에 남산만한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있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을 안했다고? 이 신새벽에?
我问你,你反问我这么晚了在干什么才回来。这里,一个像南山一样高大的男人就这样毫无防备地蜷缩在学校前面的自住房三楼楼梯上,难道没有人觉得奇怪吗?在这大清早的时候?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일들이 이렇게나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 현주소에 뇌가리가 다 저릿했다.
难以置信。这样的事情竟然如此堂而皇之地发生在韩国,让人脑袋发麻。



신정환이 김도훈의 현생 안으로 침투하는 것은 다 너무 쉬웠다. 데뷔 일년차 아이돌의 첫휴가, 연생시절 보내고 사생활 관리하면서 데뷔하느라 남은 친구가 별로 없는 신정환, 부모님 맞벌이하시고 누나들 대학생활에 취준하느라 텅 빈 본가, 신정환의 몇 안되는 친구인 김도훈의 형, 불쌍한 척 얌전떠는 신정환, 지동생이 한때는 신정환 좋아했던 줄도 모르고 좀 친했다는 기억 하나로 동생 자취방 주소나 줄줄 나불거리는 씹쓰레기 김도준…… 아다리가 착착이었다. 아 됐다. 차라리 그동안 신정환이랑 친하다고 아가리 털었던 김도훈에게 죄를 묻고 싶었다. 이지랄 난 걸 보면 도훈도 정상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심신미약이 의심되기는 했다.
申正焕渗透进金道勋的现实生活实在太容易了。作为出道一年的偶像的第一个假期,申正焕在练习生时期就开始管理私生活为出道做准备,所以剩下的朋友不多。父母双职工,姐姐们忙于大学生活和求职准备,老家空空如也。金道勋的哥哥是申正焕为数不多的朋友,申正焕装作可怜巴巴的样子。金道俊这个人渣,完全不知道自己的弟弟曾经喜欢过申正焕,仅凭一段模糊的友好回忆就把弟弟的出租屋地址滔滔不绝地说了出来……一切都完美契合。啊,搞定了。反倒想追究一下之前一直吹嘘和申正焕关系很好的金道勋的罪责。看到这种混乱的情况,道勋肯定也不正常。不管怎样,都让人怀疑他是否精神正常。




신정환은 일주일 남짓한 휴가동안 도훈의 자취방에 있었다.
申正焕在为期一周左右的假期里一直待在金道勋的单身公寓里。


그동안 도훈은 몇 번 폭발했다. 신정환은 생각보다 사람을 번거롭게 했고 존나 신경쓰이게 했다. 제발 집에 가면 안되냐고 화내고 사정하고 애원했다. 그런 김도훈에게 신정환은 그새 허연 살이 다 드러나게 시원해진 뒷목이나 만지작거리면서,
这段时间里,金道勋爆发了好几次。申正焕比想象中更让人烦恼,让人无比在意。金道勋愤怒地恳求,哀求申正焕能不能回家。面对这样的金道勋,申正焕只是摸着自己凉爽的后颈,露出一片白皙的肌肤。




“도훈아 너 좀.”  "道勋啊,你这家伙。"




되게 뭐라고 한다.  他说得很厉害。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대놓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중얼거리는 투였다. 그래놓고 앞에 도훈아, 는 왜 붙이는데 씨발. 차라리 걍 닥치라고 하든가. 듣는 사람 개불편하게 하는 말투. 근데 그것보다도 그 표정이 진짜. 말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带着失落的表情说道。并不是直接说不要这么做,而是自言自语的语气。可是为什么还要在前面加上"道勋啊"呢,真他妈的。不如直接让我闭嘴算了。这种说话方式让听的人很不舒服。但比起这个,他的那个表情才是真的...无法用言语形容。


그런 신정환의 얼굴은 처음이라 도훈은 병신같이 아… 입만 벙끗거리다가 근데 형 머리 잘랐어? 처물어봤다. 씨발 진짜 존나 병신같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신정환은 꼴에 감성챙긴답시고 김도훈이 좁아터진 자취방에 구겨넣어둔 빈백에 몸을 반 접은채로 앉아있다가 어? 아 어. 대답하면서 괜스레 ‘머쓱’ 따위로 변질된 듯한 손길로 목을 쓸었다. 분명 좀 전까지는 ‘머쓱’한 손길이 아니었는데. 존나 멕이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몰랐구나.
申正焕脸上的表情是金道勋第一次见到的,他像个傻子一样只能张着嘴,然后问道:"哥,你剪头发了吗?"他觉得自己蠢得要命,忍不住苦笑。申正焕装作一副感性的样子,半蜷缩着坐在金道勋狭小的单身公寓里那个皱巴巴的豆袋沙发上,回答道:"嗯?啊,是的。"说着,他用一种突然变得"尴尬"的手势摸了摸脖子。明明刚才那手势还不是"尴尬"的。他肯定是在故意装傻。然后他又补充道:"你没注意到啊。"


썅. 존나 멕이는건데 개병신같은 김도훈은 그걸 또 처먹는다. 속절없이 죄인이 된 기분으로 도훈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마음 한구석이 쿡쿡 쑤셨다. 어쩐지 억울했다. 몇년 전에 사람 마음 모르는 척 쑤셔박았던 건 너잖아 개새끼야. 그러면서도 그런 말도 못했다.
妈的。明明是在骂人,但那个傻逼金道勋却还是把它吞下去了。道勋无可奈何地感到自己成了罪人,只能不停地咬着嘴唇。心里的某个角落隐隐作痛。莫名地感到委屈。几年前装作不懂人心,硬是往里捅的不就是你吗,狗崽子。尽管如此,他还是说不出这样的话。


으음 몰랐는데 나 혹시 병신인가? 병신 맞았다. 숫제 병신같이 굴어본 적 없는 김도훈은 갑자기 병신이 됐다. 그래서 머리 자른 것 못알아본 게 그렇게 미안하고 뼈갈아 일하다가 휴가 일주일 그것 좀 못참아준 게 그렇게나 미안해 꼬리 추욱 내리고 사과했다. 미안. 기말이라 좀 예민했나봐. 겨우 덧붙인 말에 신정환은 어 아냐 내가 미안하다. 대답했다. 공기가 어색했다.
嗯,我不知道,我是不是傻瓜?确实是傻瓜。从未像傻瓜一样行事的金道勋突然变成了傻瓜。所以他为没有注意到剪头发而感到非常抱歉,为不能忍受辛苦工作后的一周假期而感到非常抱歉,垂头丧气地道歉。对不起。可能是因为期末考试有点敏感。他勉强补充道。申正焕回答说,哦,不,是我该道歉。气氛变得尴尬起来。



신정환이 있는 동안 신경이 하도 쓰여서 공부가 손에 안잡혔다. 시험은 당연히 망쳤다. 신경쓰인다 탓도 못하고 완전히 조졌다. 다행인 건 신정환이 시험 도중에 들이닥쳤다는 사실이었다. 그러고도 그냥 일상 자체에 집중이 하나도 안돼서 인스타나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도 핸드폰이나 하고 자빠진 주제에,
申正焕在的时候,我太过担心以至于无法专心学习。考试自然是搞砸了。也不能怪他让我分心,完全是我自己的问题。幸运的是申正焕是在考试中途闯进来的。即便如此,我还是无法集中精力于日常生活,只顾着刷 Instagram,而他也只是躺在那里玩手机,真是讽刺。




“공부는 안해?”  "不学习吗?"




했다. 나 시험 끝났거든? 하고 싶은 걸 겨우 참고 형은 형 할거나 해. 한마디 겨우 했다. 도훈의 말에 신정환은 나 할 거 없는데… 시무룩한 척 대꾸했다. 뻔뻔했다. 연기가 수준급이셨다.
说完了。我考试结束了,你知道吗?勉强忍住想做的事,只说了一句"哥你做你的吧"。金道勋听后,申正焕装作闷闷不乐地回答:"我没什么事做……"他真是厚颜无耻。演技简直一流。


한번 개병신 됐으면 됐지 두번 개병신 되기는 싫은 김도훈은 안넘어갔다. 아이돌인데 왜 할 게 없냐고 했더니 아이돌이라 할 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정환 씹덕질 같은 건 안해도 인스타하면 아이돌들 챌린지하고 이것저것 뭐 많이 하는 것 정도는 김도훈도 안다. 아이돌들 막 챌린지도 하고 바쁘던데? 했더니 휴가라니까. 한다. 그럼 팬들하고 소통이라도 해. 요즘은 소통 중요하다며, 했더니 지금 여기서 라이브 켜? 되물었다. 화장실가서 하든가 아님 밖에 나가서 해. 해놓고 좀 너무한가 생각했는데 바로 속 다 읽혔다. 그래서 얼른 화제 돌렸다. 
金道勋不想再次犯傻,所以没有上当。当他问为什么作为偶像没事可做时,得到的回答是正因为是偶像才没事可做。金道勋知道,即使不像申正焕那样痴迷追星,偶像们在 Instagram 上也会参与各种挑战和活动。他说偶像们不是很忙吗,还要参加各种挑战?对方回答说现在是休假。金道勋说,那就和粉丝互动吧,现在互动很重要。对方反问,现在要在这里开直播吗?金道勋说,要么去洗手间,要么出去做。说完他觉得自己可能有点过分,但对方立刻看穿了他的心思。于是他赶紧转移了话题。




아님 형은 뭐 그거 안해? 카톡 같은 거.
要不然哥你不用那个吗?像是 KakaoTalk 之类的。

야 도훈아.  喂,道勋啊。

응?  嗯?

너 설마 버블 말하는거야?  你该不会是在说泡泡吧?

아 그게 버블이야? 그건가봐.  啊,那是 Bubble 吗?看来是的。

와 너 나한테 진짜 관심 없구나……
哇,你对我真的一点兴趣都没有啊……

(내가 있어야 되냐?)  (我有必要在场吗?)

우리 그거 안해.  我们不做那个。

응?  嗯?

우리 버블 안한다고.  我们不玩 Bubble(粉丝互动平台)。

어?  咦?

우리 위버스 해.  我们一起用 Weverse 吧。

……헐(아씨발좆됐다) 아 형 진짜 미안해. 내가 아이돌을 잘 몰라 미안해… 형 화났어? 아 혀엉……
……我去(妈的完蛋了)啊哥真的对不起。我对偶像不太了解真的很抱歉……哥生气了吗?啊哥哥……




버블 말하려다가 신정환네는 버블이 아니라 위버스로 소통한다는 것도 모르고 위버스가 뭔지도 모르고 아이돌 문화 아무 것도 모르는 김도훈은 진땀만 뻘뻘 흘렸다. 신정환이 진짜 빡쳐보였다. 김도훈이 신정환의 아이돌 생활에 관심 가져야 할 명분 따위 없음에도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다. 지 나름대로는 존나 열심히 살았을텐데, 그따위 생각이 들어버렸다. 도훈은 사리분별이 안됐다. 형 형 혀엉… 진짜 미안해. 미안할 때면 무조건 애교부터 떨고 보는 게 타고난 습성이라 그 와중에도 어색한 분위기고 뭐고 좁아터진 자취방에서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앉았던 거리를 그새 좁혀 신정환이 일주일 가까이 차지하고 누운 빈백에 들러붙어 치댔다. 이건 완전한 본능이었다. 타고나길 개 같은 김도훈의 본능.
金道勋正准备说 Bubble 的时候,才意识到自己不仅不知道申正焕他们是通过 Weverse 而不是 Bubble 来沟通的,甚至连 Weverse 是什么都不知道,对偶像文化一无所知的他只能满头大汗。申正焕看起来真的很生气。金道勋没有想到,尽管他没有理由去关心申正焕的偶像生活,但他还是这么做了。他本以为自己已经很努力地生活了,却突然有了这种想法。道勋失去了判断力。哥哥哥哥哥...真的很抱歉。一到道歉就本能地撒娇是他与生俱来的习惯,即使在这种尴尬的氛围中,他也缩短了原本在狭小的单身公寓里刻意保持的距离,贴近了申正焕近一周来一直占据的懒人沙发。这完全是出于本能,是与生俱来的像狗一样的金道勋的本能。



이런 김도훈을 볼때면 신정환은 문득 궁금한 것이다. 이게 김도훈의 본능이라는 걸 알아버려서 더 그랬다.
每当看到这样的金道勋时,申正焕总会突然感到好奇。因为他已经知道这是金道勋的本能,所以更是如此。


신정환을 좋아하는 걸 숨기지 못해 그대로 드러나던 열일곱 김도훈의 마음이라는 것은 얼마만큼의 진심이었고, 신정환을 좋아하는 걸 마지못해 인정하던 열여덟 김도훈의 마음이라는 것은 또 얼마만큼의 진심이었고, 그래놓고 신정환보다도 반뼘은 작아보이던 놈이랑 입술을 부비던 열아홉 김도훈은 또 얼마만큼의 진심이었는지.
十七岁的金道勋无法掩饰对申正焕的喜爱,那份心意有多少真挚;十八岁的金道勋勉强承认喜欢申正焕,那份心意又有多少真挚;而十九岁的金道勋却与比申正焕还矮半个头的家伙亲吻,这又有多少真挚。


그럼 열아홉 김도훈은 그때도 이렇게 어깨를 툭툭 부딪히고 애굣살을 잔뜩 접어가며 웃다가,
那么十九岁的金道勋当时也是这样肩膀轻轻碰撞,眼角堆满笑纹,开怀大笑着,




“…형?”  "……哥?"




눈이 좀 진득하게 부딪히면 기가막히게 바뀌는 분위기를 읽고 그랬을까. 
当四目相对时,气氛会发生惊人的变化,他是否察觉到了这一点呢。


이런게 못내 불쾌했다. 김도훈이 신정환을 좋아하는 걸 알아버리기 전까지의 신정환은 어땠나. 김도훈이 신경쓰이기 전까지의 신정환은 남자애랑 키스 같은 것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 남자애들 입술은 여자애들에 비하면 덜 촉촉해서 좀 더 오래 빨아줘야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는 걸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这种事让他感到很不快。在知道金道勋喜欢申正焕之前,申正焕是什么样的呢?在金道勋引起他注意之前,申正焕从未想象过和男生接吻之类的事。所以他也不需要知道,相比女生的嘴唇,男生的嘴唇不那么湿润,需要多吸吮一会儿才能变得湿润柔软。


그런데 김도훈이 신정환을 좋아한다는 걸 굳이 알고 난 신정환에게는 김도훈 입술을 공들여 촉촉하고 부드럽게 빨 시간이 모자랐고 김도훈은 그걸 기다려주지 않는다.
然而,对于已经知道金道勋喜欢自己的申正焕来说,他没有足够的时间来细细品味金道勋的嘴唇,而金道勋也不会等他。


니가 날 좋아하면 다야? 너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잖아 도훈아. 정환은 혼자 안달내는 일이 버거웠다. 씨발 도훈아. 니가 먼저 좋아해놓고. 너는 내가 없어도 되면 나는 어떡하라고.
你喜欢我就够了吗?你不会等我的,道勋。正焕独自一人难以忍受。该死的道勋。明明是你先喜欢上的。如果你没有我也可以,那我该怎么办。



너는 매번 모르고,  你每次都不知道,

너는 매번 늦고,  你每次都迟到,

그래놓고 너는 또 너무 성급하잖아.
话虽如此,你又太急躁了。



잔뜩 축축하고 부드러워진 아랫입술을 녹진하게 자꾸 물었다. 이미 몸은 빈백에서 내려온지 오래였다. 반쯤 올라타 입 안을 파고들어 이리저리 훑고 마시는 동안 브라끈따위가 없어 걸리는 것도 없는 판판한 맨등을 손으로 자꾸 쓸어올렸다. 버거워하는게 느껴지는데 그냥 버거워하도록 놔두었다. 좀 더 버거워했으면 싶은지도 몰랐다.
他反复咬着已经湿润柔软的下唇。身体早已离开了懒人沙发。他半骑在对方身上,舌头深入口腔,来回舔舐吮吸,同时手不断抚摸着光滑平坦的裸背,没有胸罩带的阻碍。他能感觉到对方有些吃力,但他任由对方继续这样。或许他还希望对方更加吃力一些。





그러다가 신정환이 또 입을 꾹 다문채로 도훈의 가슴팍에 이마를 쿡 부딪혔다. 뭐 어쩌라고 씨발. 도훈은 퉁퉁 부어오른 입술을 손등으로 꾹 누르며 신정환 머리를 쥐어 뜯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일단 신정환을 안아주었다.
就在这时,申正焕又紧闭着嘴,用额头轻轻撞了一下金道勋的胸口。他妈的,这是要我怎么办。金道勋用手背用力按着肿胀的嘴唇,心里想着要狠狠揪住申正焕的头发……但最终还是先抱住了申正焕。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지. 매번 이런식이었지만 이번에도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숨 고르고 있는데 신정환이 물었다.
这到底是在干什么啊。虽然每次都是这样,但这次还是搞不懂。正当我深呼吸调整呼吸时,申正焕问道。




“어제 걔는 누구야?”  "昨天那个人是谁?"




화법 한번 좆같다. 어제 걔가 누군데 씨발.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누구. 물었더니 도훈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웅얼거리는데 몸이 짓눌려서 존나 무거웠다. 뭐 별 것도 없이 그냥 말라빠져가지곤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형 좀 내려오면 안 돼? 나 무거워. 말해봐도 못들은 체 한다. 입술이 쇄골로 옮겨가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说话方式真他妈的糟糕。昨天那家伙是谁啊,操。好不容易忍住了想那样回答的冲动,问了句"谁啊"。金道勋把脸埋在我胸口,含糊不清地说着话,身体压得我喘不过气来,真他妈的重。不知道为什么,明明瘦得要命,却这么重。"哥,能不能下来啊?我被压得喘不过气了。"我说了,他却装作没听见。我感觉他的嘴唇似乎移到了我的锁骨上。



새벽에.  在黎明时分。

새벽에?  凌晨吗?

너랑 가로등에서 담배.  和你在路灯下抽烟。

응?  嗯?

너 인스타에 맨날 댓글 다는 걔.
那个总是在你 Instagram 下面留言的人。








신정환이 자취방에 눌러붙어 있던 게 5일째 되던 날 종강총회인데 늦는다고 말을 해야되나 고민하다가 굳이? 싶어 말을 안했다. 딱히 말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시험 망친것도 니 탓이다 화를 못냈는데 이걸 말해야되는 이유가 뭔데. 어쩌면 화풀이인지도. 상관 없었다.
申正焕在自己的出租屋里窝了五天,今天是期末聚会,他犹豫着要不要说自己会迟到,但想了想觉得没必要,就没说。他根本没有任何理由非得说出来。考试考砸了也是你的错,我都没法生气,为什么要说这个呢。也许这是在发泄吧。不过无所谓了。


도훈은 원래 과 행사는 안빼고 다 참석했다. 낯은 많이 가려도 사람은 좋아했고 예대 특성상 과 행사가 많았다. 어릴 적부터 어지간하면 그런 자리 빼는 것 아니다 배워와서 몸이 너무 아프거나 엄청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면 마지막 자리까지 꼬박꼬박 지켰다. 게다가 집에 신정환까지 있으니 좀처럼 집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金道勋原本从不缺席系里的活动。虽然他有些腼腆,但他喜欢与人相处,而且艺术系的特点就是系里活动很多。从小他就被教导除非万不得已,不要缺席这种场合,所以除非身体非常不适或有特别重要的事情,他都会坚持参加到最后。再加上家里还有申正焕,他就更不想回家了。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신정환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마음이 조금 싱숭생숭했다. 싱숭생숭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신정환이 너무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을 뿐이다.
我以为已经全都忘记了,但再次看到申正焕的脸时,心里还是有点忐忑不安。用"忐忑不安"这个词并不足以形容。只是因为申正焕看起来太过若无其事,所以我也装作若无其事罢了。


그래서 일부러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리 지켰다. 남은 개미친새끼들 뒷처리까지 도맡았다. 과대인 윤혁이 고맙다고 끌레도르까지 하사하길래 얻어먹었다. 그러고도 들어가기 싫어 담배까지 한참 나눠피웠다.
所以我特意坚守到最后的最后。甚至包揽了剩下的那些疯子的后续处理。班长尹赫感激地请我吃了克莱德甜点,我就接受了。即便如此还是不想回去,就一起分享了很长时间的香烟。



아 도훈이 이 씹새 진짜. 니 형한테 혼날래?
啊,道勋这个混蛋真是的。你想被哥哥教训吗?

아 혀어엉.  啊 好累啊。

뭔 일 있냐고.  怎么了?

아니라고오.  不是啦。



신정환이 자고 있을 걸 다 아는데 그 자는 얼굴마저 보기가 싫고 다 짜증나서 들어간다는 조윤혁 바짓가랑이 붙들고 아 혀엉혀엉 딱 한대만 응? 응? 애교떨며 줄담배 존나 피웠다. 사실 담배 체질 아니라 네개 넘어가면서부턴 좀 빡세서 윤혁이 불을 안붙여줬다. 쌍욕 존나 퍼먹고 마빡 처맞고 겨우 겨우 쉬어가며 좀 더 태우다가 들어온건데.
申正焕明明知道他在睡觉,但还是因为讨厌看到他那张睡脸而心烦意乱地想进去。赵允赫抓住他的裤腿,撒娇地说:"啊,哥哥,哥哥,就抽一根嘛?好不好?"然后疯狂地抽起烟来。其实他并不适合抽烟,抽到第四根的时候就有点受不了了,允赫就不再给他点火。他骂了一通脏话,挨了一记爆栗,好不容易才喘口气,又多抽了几口才进来的。



신정환이 그걸 봤을 줄은 몰랐다. 설마 안들어온다고 잠 안자고 기다렸을리가. 게다가 도훈은 김도훈 인스타를 신정환이 들여다보고 있을 줄은 더 몰랐다. 신정환이 조윤혁을 ‘너 인스타에 맨날 댓글다는 애’로 명명하는 상상 따위? 도훈은 해본 적 없었다.
申正焕看到那个的时候,他没想到。怎么可能不睡觉等着他不回来呢。更别说金道勋根本没想到申正焕会盯着金道勋的 Instagram 看。申正焕把赵允赫称为"总在 Instagram 上留言的那个人"?金道勋从未想象过这种事。


조윤혁이랑은 입학해서부터 친했다. 관심사가 비슷하니까 금방 친해졌다. 윤혁은 옷에도 관심 많고 사진도 잘 찍었다. 인스타 팔로워 좀 되는 조윤혁이 힙스타 깔 뒤지는 김도훈을 못알아봤을 리 없었다. 사실 김도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트릿으로 푹 절여놓은 게 조윤혁이었다. 조윤혁은 원래 적당히 캐주얼하게 입고 다녔던 김도훈을 이른바 ‘발굴’했다고 주장했다. 
赵允赫和他从入学开始就很要好。因为兴趣相似,所以很快就成为了朋友。允赫对衣服很感兴趣,也擅长拍照。Instagram 上有不少粉丝的赵允赫不可能认不出时尚潮人金道勋。事实上,是赵允赫把金道勋从头到脚都打造成了街头风格。赵允赫声称自己"发掘"了原本只是穿得随意的金道勋。


조윤혁은 김도훈을 처음 봤을 때 모델과 신입생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학교에 있지도 않은 모델과 창설해가면서 김도훈 데리고 다녔다. 이유는,
赵允赫说他第一次见到金道勋时,以为他是模特和新生。他带着金道勋到处走,仿佛在学校里创立一个不存在的模特社团。原因是,



도훈이 데리고 다니면 간지나잖아. 귀엽고.
金道勋带着他到处走的话会很有范儿。而且很可爱。



데리고 다니면 간지 뒤짐.  带着他们到处走简直帅爆了。

귀여움.  可爱。


솔직히 그만한 이유 없긴 했다.
老实说,并没有什么特别的理由。

반은 진심이고 반은 농담인 조윤혁은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인간이기는 해서 도훈도 그냥 신기한 형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다녔다. 전공 수업 같이 듣고 야작 같이 했다. 가끔은 술도 먹었다. 밥도 당연히 먹었다.
赵允赫这个人一半是认真的一半是开玩笑的,根本不知道他在想什么,所以金道勋也只是把他当成一个神奇的哥哥,和他一起行动。他们一起上专业课,一起熬夜做作业。偶尔也一起喝酒。当然也一起吃饭。


스트릿의 세계로 김도훈을 인도한 조윤혁은 본인의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걸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맨날 김도훈 인스타에
引领金道勋进入街舞世界的赵允赫非常喜欢确认自己的眼光没有错。所以他每天都会



패피 ㅋㅋ   时尚达人 哈哈

ㅅㅂ형너무힙해요  西八哥太酷了



이지랄 하면서 댓글달고 김도훈 인스타 스토리 공유하고 지 인스타 스토리에 김도훈 태그하고 지 인스타에 김도훈 태그하고 김도훈 사진 존나 찍어서 올렸다. 김도훈도 비슷비슷했다. 그러고도 툭하면 야 도훈아 형이 니 일빠따로 하트 갈겼다 형 인스타에 빨리 하트 눌러라ㅡㅡㅋ 남고딩 말투 박다가도 야작 하다말고 갑자기 정신 처나간 새끼처럼 어깨 아아앙 떨면서 또후낭 형지굼 자퇴하러가꼬에욤♡ 애교 떨었고 그러면 김도훈도 우우웅오또케욤멀리눙못나가욤♥ 손가락 깨물고 윙크 날려줬다. 그 시즌에는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一边骂骂咧咧地发表评论,一边分享金道勋的 Instagram 故事,在自己的 Instagram 故事里给金道勋打标签,在自己的 Instagram 上给金道勋打标签,还疯狂拍摄金道勋的照片并上传。金道勋也差不多如此。即便如此,动不动就说"呀,道勋啊,哥第一个给你点赞了,快去哥的 Instagram 上点赞啊ㅡㅡㅋ",用高中男生的语气说话,然后突然像个失了智的家伙一样,边抖肩边撒娇说"道勋哥哥,我现在要去退学了♡"。这时金道勋也会回应"呜呜呜怎么办呢不能走太远呢♥",还会咬手指眨眼。那段时间大家都不太正常。


일학년이긴 한데 군대도 갔다왔고 원체 특이한데다가 성격 좋고 궂은 일 도맡아 하는 형이라 과에서 조윤혁 싫어하는 애들이 별로 없었다. 가끔씩 사람을 개짜증나게 하긴 했지만 단점 없는 사람 없다고 어쨌든 도훈도 윤혁과는 친했다. 뭣보다 조윤혁은 김도훈이 게이인 것도 알았고…… 아무튼 그랬다. 근데 신정환이 새벽에 김도훈이랑 조윤혁이랑 담배 피운 것도 알고 조윤혁이 김도훈 인스타에 맨날 댓글 달고 좋아요 박는 것도 안댄다.
虽然是大一新生,但他已经服完兵役回来了,而且性格独特又好,总是主动承担艰难的工作,所以系里几乎没有人不喜欢赵允赫。虽然他有时会惹人生气,但没有人是完美的,总之金道勋和允赫关系也很好。最重要的是,赵允赫知道金道勋是同性恋……反正就是这样。但是申正焕知道金道勋和赵允赫凌晨一起抽烟的事,也知道赵允赫总是在金道勋的 Instagram 上留言点赞。


신정환이 도대체 어디부터 얼만큼을 알고 보고 있는 건지 감이 안와 어벙벙한 상태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니 덩달아 몸 일으켜 세운 신정환이랑 또 한참을 눈만 마주보고 있었다. 아. 숨막혀. 도훈은 몸 일으켜 세운 것을 후회했다. 이 모든 순간이 다 후회였다.
申正焕到底从哪里开始知道多少,看到了多少,金道勋完全摸不着头脑。他茫然地猛地站起身来,申正焕也跟着站了起来,两人又对视了好一会儿。啊,窒息。道勋后悔自己站起来了。这一切都让他后悔不已。



짜증나.  真烦人。

역시 신정환 생각 같은 것 하면 안됐다.
果然不该想申正焕这样的事。


그동안 신정환 생각 안하고 산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있었을리가.
我以为这段时间我没有想过申正焕。怎么可能呢。

계단 앞에 앉아있던 신정환을 돌려보냈어야 했는데. 그럴 수 있었을리가.
我应该把坐在楼梯前的申正焕打发走的。但那怎么可能呢。

이미 너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온 신정환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申正焕已经像潮水一般涌入,让人无法承受。


슬금슬금 몸을 뒤로 물리는데 좁아터진 자취방이라 등 뒤가 벽이었다. 신정환은 더 다가오지도 않고 뒤로 물러나지도 않고 그냥 그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있기만 했다.
悄悄地往后退,但因为狭小的单身公寓,背后就是墙壁。申正焕既没有再靠近,也没有后退,就那样静静地站在原地不动。




“걔도 남친이야?”  "他也是男朋友吗?"




신정환이 물었다.  申正焕问道。


신정환은 조금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눈썹 앞머리를 만지며 기다린다. 
申正焕带着略显疲惫的表情,抚弄着眉毛前的头发,等待着。


도훈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매번 도훈의 몫이었던 것 같은데.
金道勋什么也没说。似乎每次都是金道勋无法忍受沉默。


못참고 정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忍不住了,正焕先开口了。




“도훈아 너는 좀.”  "道勋啊,你真是的。"




참을성이 없는 것 같아.  似乎没有耐心。


그러는 신정환이 할 말은 아니었다.
申正焕这么说也没资格。









사실 도훈은 신정환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걸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난처럼 물었다. 그리고 물어보자마자 후회했다.
事实上,金道勋有件事想问申正焕,但他无法开口。所以他装作开玩笑地问了出来。但问完之后他就后悔了。



형 혹시 나 좋아해? 나랑 사귀고 싶어?
哥,你是不是喜欢我?想和我交往吗?

나 연애금지 조항 있는데. 3년인가 그럴걸.
我有恋爱禁止条款。好像是三年吧。

와 무슨… 요즘 세상에도 그딴 게 있어?
哇,什么啊... 现在这个时代还有那种东西吗?

넌 나랑 사귀고 싶은거야?  你是想和我交往吗?

누가 그렇대? 그냥 연애금지 조항이 말같지도 않다는 거지. 그리고 나 형이랑 사귀고 싶은 생각 없거든?
谁说的?只是觉得恋爱禁止条款根本不合理。而且我也没想过要和哥哥谈恋爱好吗?

그으래……  就是这样……



한 번 저러고 말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후회했다. 지는 여친 사귄적 없나 틈만 나면 남의 면전에 핸드폰 들이밀면서 인스타 화면 보여줬다. 얜 누구야? 친해보이던데. 볼 쿡쿡 찔러댔다.
我以为他只会那样做一次就算了,结果不是,所以后悔了。他好像从没交过女朋友,一有空就把手机凑到别人面前,展示 Instagram 的画面。"这是谁啊?看起来很亲密啊。"他一边说一边戳着我的脸颊。



아 왜 자꾸 찔러.  啊,为什么一直戳我。

그래서 도훈이는 어떤 애들이랑 사귀고 싶은건데.
所以道勋想和什么样的人交往呢?

?

윤혁이?  允赫吗?

윤혁이 형 형보다 형이거든?  允赫哥比哥哥更像哥哥,对吧?

그럼 혁…, 아이디가 왜이래 얘는.
那么赫…,这家伙的 ID 怎么这样。



희멀건 얼굴에 피곤하다 티 팍팍 내면서 미간 문지르는 신정환 보고 있노라면 도훈은 그냥 어이가 없었다. 설마 질투해? 물었더니 해줘? 이지랄하길래 의욕이 완전히 상실돼서 그냥 관두자 싶었다. 대화가 안통했다. 신정환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건 아마 그때였었나. 잘 모르겠다. 애초에 신정환을 이해한 적이 있기는 했었는지.
看着申正焕苍白的脸上明显流露出疲惫之色,一边揉着眉心,金道勋感到无语。当他问"难道你在吃醋吗?"时,申正焕却回答"要我吃给你看吗?"这种无理取闹的态度让金道勋完全失去了兴致,只想就此作罢。他们之间的对话根本无法沟通。也许就是在那时,金道勋决定放弃去理解申正焕。他不太确定。说到底,他曾经真正理解过申正焕吗?










김도훈이 신정환에게 지쳤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김도훈에게 키스하고 김도훈이랑 섹스하는 신정환의 눈에 대고 형 나 사랑해? 묻고 싶어하는 게 너무 빤히 보였다. 그러면서도 신정환이 절대 확답하지 않겠구나 확신한다는 것도 빤히 보였다. 
金道勋曾经以为申正焕会对他感到厌倦。不厌倦才是奇怪的。申正焕亲吻金道勋、和金道勋做爱时,眼神中明显流露出想问"哥,你爱我吗?"的渴望。但同时,也很明显能看出申正焕绝不会给出明确的答案。


어느 날에는 김도훈이 자취방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른 것을 물었다.
有一天,金道勋没有给他开门。然后他问了另一个问题。




“형은 대체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야?”
"哥哥到底想和我做什么?"




나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你让我怎么办呢。


물어보는 게 맞나.  问这个对吗。

김도훈은 사실 묻고 있지 않았다.
金道勋其实并没有在问。

그냥 말하고 있었다.  只是在说话而已。

신정환 너 진짜 개새끼야.  申正焕你真是个混蛋。


언제는 그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신정환을 보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랐으면서. 누가 볼까봐 깜짝 놀라 손목을 움켜쥐고 좁아터진 자취방 안으로 욱여넣었으면서. 그랬으면서 김도훈은 그 계단에 신정환을 그렇게 앉혀두었다. 센서등이 켜지지 않았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김도훈이 사는 자취방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 방음이 개좆같았다. 숨소리처럼 옅은 그 애 울음소리가 현관문 틈으로 새어나왔다.
曾经只是看到申正焕蜷缩在那个楼梯上就吓得魂飞魄散。担心被人看到,惊慌失措地抓住他的手腕,把他塞进狭小的单身公寓里。可现在,金道勋却把申正焕就那样放在楼梯上。感应灯没有亮。门没有打开。金道勋住的单身公寓在一栋破旧的建筑里,隔音效果糟糕透顶。他那微弱如呼吸般的啜泣声从门缝中渗了出来。


한참만에야 다시 센서등에 불이 들어왔다. 아마 수업에 가려는 것 같았다. 정환은 정환을 지나쳐가려는 도훈의 손목을 언젠가처럼 탁, 쥐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过了好一会儿,感应灯才再次亮起。看样子他是要去上课了。申正焕像以前那样,一把抓住了金道勋想要从他身边经过的手腕。然后开口说道。




“모르겠어.”  "我不知道。"




김도훈의 말에 대한 대답이었을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신정환은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형도 알지. 형 진짜 개새끼야. 그렇게 말하면서 정환을 자취방으로 끌고 들어와 현관에 밀쳐놓고 입술을 빨아당기는 도훈의 날개죽지를 매만지다가 문득, 니가 나보다 나를 먼저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这或许是对金道勋话语的回应。也许是吧。申正焕真的不知道。哥也知道的。哥真是个混蛋。一边这么说着,一边把正焕拉进自己的出租屋,将他推到玄关,吮吸着他的嘴唇,抚摸着道勋的肩胛骨时,突然,他好像产生了一个想法:你是不是比我更早地理解了我自己?











신정환과 김도훈의 관계는 그 이후로도 엉망진창의 궤도를 걸었다. 신정환은 또 그렇게 지멋대로 나타나 도훈의 현실을 난도질하고 들쑤시고 휘저은 다음 다시 지 현실을 살러 사라졌다. 도훈은 아이돌 신정환의 안티가 되지 않기 위해 존나 애쓰며 살았다. 다행히도 김도훈은 트위터나 커뮤따위 하지 않고 오로지 인스타만을 하는 갓반인이었다. 김도훈 인생의 유일한 다행 같았다.
申正焕和金道勋的关系在那之后也继续走上了一条混乱的轨道。申正焕总是这样任性地出现,将道勋的现实生活搅得天翻地覆,然后又消失回到自己的现实中。道勋为了不成为偶像申正焕的黑粉,拼命地努力生活着。幸运的是,金道勋是个只用 Instagram 而不玩推特或其他社区的半神人。这似乎是金道勋人生中唯一值得庆幸的事。



아이돌 신정환과 형친구 신정환, 아니 그냥 신정환. 뭐가 됐든 아이돌 신정환과 김도훈이 아는 신정환을 분리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반 정도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偶像申正焕和哥哥的朋友申正焕,不,就是申正焕。无论如何,偶像申正焕和金道勋都努力将他们认识的申正焕区分开来。他们半成功半失败。



인스타 알림은 진작 꺼두었다. 팝업알림만 꺼놨는데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안되니까 인스타충인 친구들이 지랄발광을 했다. 씹새야 연락 좀 보라고 지랄들을 했는데 무시깠다. 더 지랄발광이 나는 쪽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프사도 없는 노픽계정 하나가 미친새끼처럼 알림으로 염병을 떨었다. 차단도 못박았다. 차단하면 카톡으로 지랄을 떨었다.
我早就关掉了 Instagram 的通知。即使只关闭了弹出通知,但因为无法实时查看,我那些 Instagram 瘾君子朋友们就发疯似的抓狂。那些混蛋叫我看看消息,大发脾气,但我无视了他们。有个更让人抓狂的家伙,我实在没办法。一个连头像都没有的小号疯狂地发送通知骚扰我。我甚至不能把他拉黑,因为一旦拉黑,他就会在 KakaoTalk 上继续发疯。


회사폰이라 . 아니면 (이름없음) 이지랄로 뜨는 싹바가지 주제에 카톡도 존나 싸가지 없이 왔다. 지 팬들한테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꼬박꼬박 띄어쓰기에 존댓말 하면서 도훈에게만 싸가지 없이 굴었다. 이딴 것도 예외라고 기뻐해야 하나? 하다가 김도훈 생각하는 꼬라지가 존나 가스라이팅 당하는 개씹하남자적 모먼트라 셀프로 뺨 때리고 정신차렸다. 김도훈이랑 신정환은 아무 사이도 아닌데 가스라이팅이라는 워딩도 퍽 우습게 느껴졌다.
因为是公司手机。不然就是以"(无名)"这种破烂名字出现的家伙,连发个 KakaoTalk 消息都这么没礼貌。对自己的粉丝倒是"大家好"、"您好"地用敬语加空格,只对金道勋没大没小。这种特殊对待也该高兴吗?想着想着,意识到自己思考金道勋的样子简直就像个被精神操控的可怜男人,赶紧自己打了自己一巴掌清醒过来。金道勋和申正焕根本什么关系都不是,用"精神操控"这个词也觉得挺可笑的。


차단박으면 지랄나는 노픽계정 주인은 가끔씩 알 수 없는 물건들을 들고올 때도 있었다. 
被屏蔽后就会发疯的无头像账号主人有时也会带来一些不明物品。




“이건 뭐야?”  "这是什么?"

“키링.”  "钥匙链。"

“…누가 키링인 거 몰라?”  "……谁不知道是钥匙链啊?"




말 진짜 짜증나게 한다 형은. 홍콩인지 어딘지 뮤비 촬영하러 갔다 왔다는 얘기는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신정환은 원래 자기 얘길 잘 안했고 도훈도 묻지를 않았다. 신정환은 이제 데뷔한지 삼년차가 됐다.
哥哥真的让人很烦躁。我好像隐约听说他去香港还是哪里拍摄音乐视频回来了。申正焕本来就不怎么说自己的事,金道勋也不问。申正焕现在已经出道三年了。


키링인 거 모르냐는 말에는 대답도 안하고 지가 저번에 일본 출장갔다가(출장이 아니라 촬영이라니까 도훈아) 사다준 베이프 가방에 꾸역꾸역 걸어준 다음 침대 위에 풀썩 엎어졌다. 침대를 성역처럼 여긴 나머지 옷 안갈아입고는 절대 침대 위에 안 올라가는 도훈이 아 미친, 비명처럼 소리내는 걸 보고 그제야 푸슬푸슬 웃었다. 일부러 이러지? 했더니 아니라는 말도 안하고 웃기만 한다. 아 신정환… 실시간으로 김도훈 야마 터지는 소리에 신정화안? 하면서 말꼬리를 잡아 올려 되묻기나 했다.
对于"你不知道这是钥匙扣吗"的问话,他没有回答,只是勉强地把它挂在了上次他去日本出差(不是出差是拍摄,道勋啊)时给我带回来的 Bape 包上,然后重重地趴在了床上。道勋平时把床当成圣地,不换衣服绝对不会上床,这次却发出了"啊,疯了"的尖叫声。看到这一幕,我才慢慢地笑了起来。"你是故意的吗?"我问道,但他既不否认,也只是笑。啊,申正焕...听到金道勋实时爆发的声音,我反问道:"申正焕?"故意拉长了尾音。



이쯤되니 서로가 의욕을 조금씩은 상실하게 되었다. 도훈은 신정환을 일으켜 세울 의욕을, 신정환은 저 말뽄새 시정해줄 의욕을 일정부분 상실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 둘은 별 말 없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到了这个地步,双方都多少失去了一些动力。金道勋失去了扶起申正焕的动力,申正焕也失去了纠正对方说话方式的动力,这是事实。于是两人默默地各自回到自己的位置。


얼마 전 도훈이 새로 산 바디워시 향 풀풀 풍기면서 씻고 나와 익숙하게 옷을 꺼내입은 정환은 바닥에 앉아 스터디 과제 중인 도훈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그리고는 눈길도 주지 않는 도훈의 얼굴을 심드렁하게 올려다보다가 기다란 종아리를 살살 훑었다. 종아리를 살살 훑다가 발목을 쥐었다가 이내 커다란 손이 익숙하게 반바지 안을 파고들었다.
不久前,正焕洗完澡后散发着道勋新买的沐浴露的香味,熟练地穿上衣服,然后坐在地板上,把头枕在正在做功课的道勋的大腿上。他漫不经心地抬头看着道勋那不给他一个眼神的脸,轻轻抚摸着他修长的小腿。从轻抚小腿到握住脚踝,很快那只大手就熟练地伸进了短裤里。


나 이거 오늘 자정까지 끝내야 돼. 응. 형 휴가야. 나 이거 끝내야 된다고. 응. 휴가라고. 끝내야 된다고. 응. 휴가 일주일이야. 아 이럴거면 옷은 왜 입었어? 니가 입고 하는 거 좋아하잖아.
我必须在今天午夜前完成这个。嗯。哥哥在度假。我说我必须完成这个。嗯。是度假。我必须完成。嗯。度假一周。啊,既然这样你为什么还穿着衣服?你不是喜欢穿着衣服做吗。




“바디워시 왜 바꿨어?”  "为什么换了沐浴露?"

“다 써서.”  "都写完了。"

“음.”  "嗯。"




갈비뼈를 하나하나 타고서 입술을 묻다말고 뜬금 없는 것을 물었다. 당연히 다 썼으니까 바꿨지. 그러더니 이번엔 느닷없이 쇄골 한가운데 폭 패인부분을 흠뻑 빨아마신다. 그리고는 웅얼웅얼. 도훈아 너는 좀. 그 다음 말이 안들렸다. 간지러워서 몸을 비트는 도훈의 살에 대고, 눈치없는 척 구는건지 눈치가 없는건지 모르겠다고 살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他沿着肋骨一根根地亲吻,突然问了一个不相干的问题。当然都用完了所以换了。然后他又突然在锁骨中间凹陷的地方用力吮吸。接着含糊不清地说道:道勋啊,你有点...后面的话听不清了。道勋因为痒而扭动身体,他却装作不懂或是真的不懂,一边轻咬着道勋的肉一边嘟囔着。


신정환이 제일 좋아하는 향이다. 복숭아 냄새, 그거. 김도훈이 좋아하는 복숭아. 과일 중에서도 니가 제일 좋아하는거라 나도 어디가면 과일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콕 찝어 말하고 다니는 거 그거. 맨날 인터넷 뒤져서 자취방까지 꼬박꼬박 배송시켜주는 건데 잠깐 신경 못쓴 사이에 바디워시를 둔탱이처럼 홀라당 다른 걸로 사다놨다. 덕분에 살냄새 제일 많이 고이는 쇄골에서 흔한 쟈스민 냄새 같은 것이 났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어떤 바디워시를 써도 도훈의 살에선 도훈의 살냄새가 나기는 했다. 코를 파묻고 킁킁. 이거 되게 변태 같고 좀 이상해.
申正焕最喜欢的香味。桃子的味道,就是那个。金道勋喜欢的桃子。在所有水果中你最喜欢的,所以我也到处跟人说在所有水果中我最喜欢的就是那个。每天都在网上搜索然后定期送到你的单身公寓,但在我一时疏忽的时候,像个笨蛋一样买了完全不同的沐浴露。结果在最容易积聚体味的锁骨处散发出普通的茉莉花香…… 其实也不坏。事实上,无论用什么沐浴露,道勋的皮肤总是散发着道勋特有的体香。把鼻子埋进去嗅嗅。这样好变态,有点奇怪。








알겠는 것들이나 모르겠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를 관둔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 다음의 이야기나 이 이전의 이야기나 사이의 이야기를 거듭 생각하고 끼워넣었다가 모조리 지워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 관두고나니 지금만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맞다. 신정환과 김도훈의 이야기는 현재 시제로만 기록되는 것이 맞았다. 그것만이 옳았다. 실상 모든 이야기는 다 틀렸으나 그럼에도 적히고 읽히는 그 순간 만큼은 옳아야했다.
我早就不再去思考那些我明白或不明白的事情了。这就是为什么我反复思考、插入、然后彻底删除了这个故事的前因后果和中间过程。放下一切后,我只讲述当下。没错,申正焕和金道勋的故事只应该用现在时来记录。这才是正确的。事实上,所有的故事都是错的,但在被写下和被阅读的那一刻,它们必须是对的。




고장난 녹음기처럼 처음의 문장을 반복한다.
像坏掉的录音机一样重复最初的句子。


알겠는 것들이나 모르겠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를 관둔지는 꽤 오래되었다. 전에는 도훈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도훈을 하나도 모르게 되었다. 지금의 김도훈은 신정환에겐 까무잡잡하고 적당히 부들부들하고 좀 마르고 맹맹하고 쟈스민 향이 얼핏 나는, 따끈한 것. 이걸 달다고 표현하는 건 전부 거짓말이거나 가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한번쯤 다시 맛보고 싶은 건 분명해서. 정환은 입술을 핥고 하악각을 따라 내려갔던 것을 옮겨 간지럽다고 얼굴을 비트는 걸 붙들고서는 봉긋 올라온 애굣살을 깨물듯이 베어물었다.
我已经很久不去思考那些我知道或不知道的事情了。以前我以为我非常了解道勋,但不知从什么时候开始,我对道勋一无所知了。现在的金道勋对申正焕来说,是肤色微黑、恰到好处的结实、有点瘦、味道淡淡的、隐约带有茉莉花香的温暖存在。我认为把这形容为甜蜜都是谎言或虚假的。尽管如此,我还是很想再尝一次。正焕舔了舔嘴唇,顺着下颌线往下移动,抓住因痒痒而扭动的脸,然后像咬一口鼓起的婴儿肥一样咬了下去。


탱글한 애굣살. 웃을 때만 생기는 흉터같은 자국이라 좋아한다. ‘웃는다’는 말이랑 ‘흉터자국’이라는 말은 안어울릴 수도 있지만 나는 너한테 평생 안 지워지고 오래 남는 게 좋으니까. 신정환은 욕심 없는 척 착하게 굴고 싶은 마음 같은 것 없었다. 나는 오래, 기왕이면 영원히. 그런 게 좋았다. 지금의 순간이 지나면 김도훈에게 기록되지 못할 신정환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는 신정환은 진득하게 살을 빨아당겨 맛보았다.
饱满的婴儿肥。我喜欢那只在笑的时候才出现的像疤痕一样的印记。"笑"和"疤痕"这两个词可能不太搭配,但我喜欢在你身上留下永远不会消失的东西。申正焕并不想假装没有欲望,装作善良。我喜欢长久,最好是永远。这样的东西很好。申正焕知道,一旦这一刻过去,金道勋就不会记住他,但他绝不会说出这样的话,只是慢慢地吮吸着肉体,品尝着。



아흐, 형 뭐하냐고오. 아주 약하게 우는 소릴 낸다. 어지간하면 참는 도훈은 집요하게 구는 것에 유독 약했다. 등허리의 척추뼈까지 쓸던 정환은 못이기는 척 집요하게 살을 빨던 것을 관두었다. 그리고는 당장 신정환 이마빡을 후려치고 싶은 걸 참는 중인 도훈의 아랫입술을 축축하게 빨고 이마저도 도저히 못견디겠는 도훈이 다리로 허리를 감싸안자마자 해? 하고 물었다. 짜증이 존나 나는 김도훈은 결국 목을 뒤로 살짝 젖혀가며 아 진짜, 웃었다. 그 바람에 애굣살이 또 잔뜩 올라온다. 정환은 잔뜩 올라온 그 애 애굣살을 한입 가득 머금었다. 조심조심 입 안 가득 베어문 살덩이에서는 아무맛 나지 않는다. 맹맹하고 따끈했다.
啊,哥在干什么啊。他发出了微弱的哭泣声。平时能忍耐的金道勋对于这种纠缠特别没辙。申正焕原本一直舔舐到脊椎骨,现在假装败下阵来,停止了执着地吮吸皮肤。然后他湿润地吮吸着金道勋的下唇,金道勋此时正忍着想立即打申正焕脑门的冲动。当金道勋实在忍不住用腿缠住他的腰时,申正焕问道:"要做吗?"极度烦躁的金道勋最终微微后仰着脖子,笑着说:"啊,真是的。"这下反而让他的喉结更加突出。申正焕一口含住了那凸起的喉结。小心翼翼地含在嘴里的肉块没有任何味道,只是淡淡的温热。




“도훈아.”  "道勋啊。"

“응?”  "嗯?"




눈이 마주친다.  四目相对。


정환은 순간,  正焕一瞬间,

마주친 그 애 눈에다 대고 고백하고 싶었다.
我想对上那个人的眼睛,向他告白。


도훈아. 아무래도 나는 너를.  道勋啊。无论如何,我对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