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의 인생은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정환은 모든 게 적당한 남자애였다. 개뻔한 자기소개서처럼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학생의 본분이라는 성적 나쁘지 않았으며 교우관계 완만했다. 타고난 껍데기가 좋아 연애도 적지 않게 했다. 성정이 상냥하고 다정했던 탓에 주위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든 게 정상 범주였다는 소리다.
申正焕的人生大体上一直呈上升趋势。正焕是个方方面面都恰到好处的男孩。就像陈词滥调的自我介绍一样,他在严厉的父亲和慈爱的母亲的教导下长大。作为学生,他的成绩不错,人际关系也很融洽。天生的好皮相让他谈过不少恋爱。因为性格温和友善,周围人对他的评价也不错。简而言之,他的一切都在正常范围内。

특이점이 하나 있다면, 이십년 넘게 살도록 무성애자인 줄 알았다. 여자를 만나 봐도 여자에겐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먼저 고백한 적도 없었다. 적당히 예쁜 여자애들이 적당한 타이밍에 고백해 오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보이려고 적당한 연애를 해왔다. 그런데 끝은 꼭 너 나 좋아하긴 하니? 같은 신파 대사로 막을 내렸다. 그럴 때마다 정환의 평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如果说有什么特别之处的话,那就是我活了二十多年,一直以为自己是无性恋者。即使和女生约会,也对女生没有兴趣。当然,我也从未主动向谁表白过。当长相还不错的女生在适当的时机向我表白时,为了看起来和其他人一样普通,我也会适当地谈一场恋爱。但结局总是以"你真的喜欢我吗?"这样的俗套台词收场。每当这种情况发生,申正焕的名声就会一落千丈。

남자는 딱 한번 만나 봤다. 오빠나 이름이 아닌 형으로 시작하는 고백은 처음이었다. 발발 떨면서 좋아한다고 말하던 남자애를 거절하지 않았던 건 일종의 호기심이었다. 나 혹시 그런 쪽일 수도 있나? 남들 다 공부하는 고3 때 호기심에서 기인한 동성 연애였다. 걔도 적당히 잘생긴 남자애였다. 동아리 창단하면 회비 나온다길래 친구들과 구실만 맞춘 동아리 후배였다. 데이트라곤 동아리실에서 손잡고 영화 좀 본 게 다였다. 거기서 키스까지 해봤다. 장소가 주는 배덕감이 그득했다. 여자랑은 다르게 투박하고, 딱딱하고, 뭐랄까. 리드하고 싶어했다. 좀 더 열정 넘쳤던 걸로 기억한다. 눈감으면 얼굴은 안 보여도 손에 닿는 것들이 남자랑 키스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별생각 없이 손이 등 뒤로 향했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미안. 하마터면 뺨 맞을 뻔한 일이었다. 걔는 귀끝 잔뜩 붉어진 채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잡고 있던 손은 놓지 않고 엔딩크레딧 올라가도록 끝까지 앉아 있었다.
我只见过那个男人一次。这是第一次有人用"哥"而不是"欧巴"或名字来表白。我没有拒绝那个颤抖着说喜欢我的男孩,这是出于一种好奇心。我可能也是那种人吗?在高三时,当其他人都在学习的时候,我出于好奇尝试了同性恋爱。他也是个长相不错的男孩。他是社团新成立时为了会费而加入的学弟。我们的约会仅限于在社团活动室里牵手看电影。我们甚至在那里接吻了。那个地方给人一种背德感。和女生不同,他显得粗糙、僵硬,怎么说呢。他想要主导。我记得他更加热情。闭上眼睛时,虽然看不到脸,但手触碰到的感觉让我意识到我在和一个男生接吻。我不经意间把手伸向他的背后。那一刻我意识到了不妥。对不起。差点被打了一巴掌。他耳朵尖通红,转移了视线。尽管如此,他还是一直没有松开我的手,直到电影结束字幕滚动完毕。

처음이 어렵지 두번은 쉬웠다. 그래서 정환은 걔랑 틈만 나면 입술부터 부딪치고 봤다. 불장난 같은 거였다. 사춘기 청소년에게 본능 억누르기란 어린애들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터무니없는 거였다. 쌕쌕대며 입술 뗀 후에는 어디 취한 애들처럼 눈 마주치고 앉아 있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던 건 일말의 양심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정신이 퍼뜩 들었다. 갑자기 새삼스럽게 이래도 되나 싶었다. 먼저 한 이별 통보는 처음이었다. 정환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걔는 벼락 맞은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도 헤어지던 순간까지 탓을 하지 않았다. 나는 형 정말 좋아했어. 오히려 산뜻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주라. 그런 줄 알았는데 등 뒤에서 킁 하고 코먹는 소리가 났다. 그때 좀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졸업하고서는 당연히 볼 기회도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대학 와서 사귄 여자 친구들과 키스를 할 때 가끔씩 그 애 생각이 났다.
第一次很难,第二次就容易多了。所以申正焕一有机会就先和他接吻。这就像是玩火。对于青春期的少年来说,压抑本能就像小孩子的棉花糖实验一样荒谬。喘息着分开嘴唇后,他们就像醉酒的人一样对视着坐在那里。没有更进一步是因为还残存一丝良知。但有一天,他突然清醒了。突然觉得这样做是否妥当。这是他第一次主动提出分手。当申正焕说要分手时,那个人脸上露出了震惊的表情。即便如此,直到分手的那一刻他也没有责怪申正焕。"我真的很喜欢你,哥。"反而显得很爽快。"最后抱我一次吧。"本以为是这样,但背后传来了抽鼻子的声音。那时觉得他有点可爱。毕业后自然没有机会也没有理由见面。但在大学里和交往的女朋友接吻时,偶尔会想起那个人。

당연히 첫사랑도 잘 모르겠다. 그런 거 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 같기도 했다. 대학 와서 또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정환이는 연애에 있어서는 무지렁이 같다는 구여친들의 평만 남았다. 아주 가끔 좀 더 날것에 가까웠던 그 키스가 생각난다는 것 빼고는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연애들이었다. 그래서 정환은 캠퍼스에서 그 애를 마주쳤을 때 헛것 보는 줄 알았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얼굴을 직면하고서야 진짜인 줄 알았다. 김도훈 석자 박혀 있던 명찰과 교복은 온데간데 없고 아디다스 셋업 입은 김도훈이 서 있었다. 나 가끔 니 생각 했었는데. 그런 말은 당연히 못 했다. 그런데 또 거짓말처럼 걔가 그랬다. 나 가끔 형 생각 했었는데.
当然,我也不太清楚初恋是什么感觉。这些似乎都是媒体创造出来的幻想。上大学后又谈了几次恋爱,但前女友们只留下了申正焕在恋爱方面像个傻瓜的评价。除了偶尔会想起那些更加原始的吻,那些恋爱并没有什么特别之处。所以当申正焕在校园里遇到他时,还以为自己看到了幻觉。直到那张脸大步走近,他才意识到是真的。金道勋名牌和校服都不见了,站在那里的是穿着阿迪达斯运动套装的金道勋。"我偶尔会想起你。"这样的话当然说不出口。但是,就像说谎一样,他却说了:"我偶尔会想起哥。"

삶은 때때로 제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는다. 특히나 사랑 같은 건 더더욱 그랬다. 줄곧 성적도 친구도 연애도 정상궤도를 돌았던 정환은 그런 걸 너무 늦게 알았다.
生活有时并不如我们所愿。尤其是爱情,更是如此。一直以来学习、友情和恋爱都在正轨上的申正焕,对此认知得太晚了。

정환의 궤도가 정상 범주를 이탈한다. 그 애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正焕的轨道偏离了正常范围。他太想念那个人了。



궤도이탈 轨道偏离



신입생 환영회의 꽃말은 알코올인 게 분명하다. 신입생 환영은 소맥으로 해야지. 막차 걱정하는 신입생들 속도 모르고 고학번이 외쳐댔다. 매년 반복되는 죽어라 술 퍼먹는 자리였다. 정환이 술집으로 들어선 건 이미 술잔이 몇바퀴씩 돌았을 무렵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반가운 인사가 여기저기서 튀었다. 이야, 우리 과 얼굴 왔다. 여학우들 얼굴 핀다, 펴. 과하게 정환을 소개하는 동기의 말에 한층 더 왁자지껄해졌다. 그 분위기 속에서 군기 빠삭하게 든 신입생들만이 안녕하십니까, 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新生欢迎会的花语无疑是酒精。欢迎新生就该用烧酒加啤酒。高年级学生不顾新生们担心末班车的心情,大声嚷嚷着。这是每年都会重复的拼命喝酒的场合。申正焕进入酒馆时,酒杯已经转了好几轮了。一进门,四面八方就传来热情的招呼声。哇,我们系的门面来了。女同学们的脸都亮起来了,亮起来了。同学过分地介绍申正焕,气氛更加热闹起来。在这种氛围中,只有那些规矩严谨的新生尴尬地低头说道:"您好。"

정환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무리에 섞여 있는 도훈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그럴 것이, 도훈은 이미 취한 얼굴로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술을 얻어마시고 있었다. 쟤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아, 도훈이? 벌써 동기가 익숙하게 이름을 불렀다. 올해 우리 과 얼굴이잖냐. 그새 또 헤실헤실 웃으며 술잔을 들이킨다. 몇 잔을 마시고 몇 병을 마셨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갓 스물 된 김도훈은 주량도 몰랐는데 주는 대로 다 받아마셨다. 정환은 아닌 척하면서 그런 걸 다 보고 있었다. 넉살 좋고 인물 좋은 도훈에게 너도 나도 한잔 따라 주고 싶어했다. 원체 성격이 싹싹하기도 했다. 많이 컸네. 인기 많겠다. 그게 짧은 감상이었다. 
正焕还没坐下就和混在人群中的道勋对上了眼。也难怪,道勋已经醉醺醺的,被人拉来拉去敬酒。他好像喝得太多了。啊,道勋?同学们已经熟络地叫起他的名字。他可是今年我们系的门面啊。说着又咧嘴笑着把酒杯一饮而尽。很难估计他到底喝了几杯几瓶。刚满二十岁的金道勋还不知道自己的酒量,别人给多少就喝多少。正焕假装没注意,其实全都看在眼里。长相好又会来事的道勋,大家都争着给他倒酒。本来性格就很讨人喜欢。长大了不少啊。肯定很受欢迎。这就是他短暂的感想。

청춘이 으레 그렇듯 분위기는 식을 줄 몰랐다. 몇명은 이미 옆 테이블에 자빠져 있었다. 과대 머리 짚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정신없는 틈에서도 누가 누구랑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지 다 보였다. 장난기 끝이 없는 선배들 몇몇은 아직도 도훈을 붙들고 잔을 채워 주고 있었다. 그럼 걔는 또 그걸 거절도 못했다. 몇 명이 빠지고 또 다시 채워지고 하는 동안 자리는 섞여 난장판이었다. 어느덧 도훈의 옆엔 정환이 앉아 있었다.
青春就是这样,气氛热烈得无法冷却。几个人已经倒在了隔壁桌上。听到有人扶着头呻吟的声音。即使在这混乱中,也能看清楚谁和谁一起去买冰淇淋。几个爱开玩笑的学长们还在拉着金道勋不停地给他倒酒。而他又无法拒绝。随着人们来来去去,座位变得一片混乱。不知不觉间,申正焕已经坐在了金道勋身边。

“잘생긴 도훈이 한잔 해야지.” "帅气的道勋应该喝一杯。"

“넵.” "好的。"

도훈의 잔은 시간 가도록 빌 줄을 몰랐다. 정환이 과하게 흘러넘친 도훈의 잔을 뺏어든 건 그때였다.
金道勋的酒杯似乎永远都倒不空。就在这时,申正焕抢过了金道勋那杯已经满得溢出来的酒。

“너 취했다. 이제 그만 마셔.”
"你醉了。别再喝了。"

“뭐야. 흑기사야?” "什么啊。是黑骑士吗?"

장난기 섞인 동기의 말에 대충 고개짓하며 한잔 들이켰다. 그때쯤 도훈은 주량을 넘어도 한참 넘어서 있었다. 애초에 스무살짜리가 주량을 제대로 알 리도 없었다.
听着同期玩笑般的话,他随意点了点头,一口喝干了杯中酒。那时候,金道勋已经远远超过了自己的酒量。本来二十岁的小伙子哪里会真正了解自己的酒量呢。

“도훈이가 소원 하나 들어줘야겠네.” "道勋应该要实现一个愿望呢。"

“그러게요.” "是啊。"

“야, 도훈아. 우리 과에서 누가 제일 예쁜 것 같냐.”
"喂,道勋啊。你觉得我们系里谁最漂亮?"

취기 가득한 대화에는 순서도 두서도 없었다. 오빠 진짜 구식이다. 무슨 그런 걸 물어봐요. 주변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자리에 남아 있던 적지 않은 인원이 도훈을 주목했다. 저는요. 음, 저는요... 도훈은 거기다 대고 다 풀린 눈으로 잔 뺏어먹은 정환을 빤히 쳐다보더니 그랬다.
醉意弥漫的对话既无顺序也无条理。"哥哥真是老土啊。怎么会问这种问题。"周围传来一阵嘘声。虽然嘴上这么说,但看起来内心还是很期待的。现场剩下的不少人都把注意力集中在金道勋身上。"我嘛,嗯,我嘛..."金道勋一边说着,一边用迷离的眼神盯着抢走他酒杯的申正焕,然后说道。

“저는 정환 선배요.” "我是正焕前辈。"

와, 도훈이 잘 피해간다. 파하하 하고 주변인들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피해가는 거 아닌데.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정환 귀에나 겨우 들렸다.
哇,道勋躲得真好啊。周围人爆发出哈哈大笑。其实我不是在躲。嘟囔的声音只有正焕勉强听到。

“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我感觉很不舒服,出去透透气就回来。"

도훈이 비틀거리며 자리를 나섰을 때 정환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훈은 암묵적 흡연 구역인 골목 벽에 기대 스르륵 주저앉는 중이었다. 어지간히도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当道勋踉跄着离开座位时,正焕也跟着站了起来。道勋正靠在那条被默认为吸烟区的小巷墙边,慢慢地滑坐下去。看来他喝得真不少。

“담배 피워?” "抽烟吗?"

“아니.” "不是。"

“이리 와. 냄새 배.” "过来。你身上有味道。"

도훈은 정환의 손에 끌려 일어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휘청거렸다. 진짜 신정환이네. 가짜 신정환은 뭔데. 형은 몰라도 돼. 술김을 빌린 제법 자연스러운 재회였다. 영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지 도훈이 벌개진 얼굴로 정환의 품에 쓰러졌다. 뭐야? 분위기 좋다? 그제서야 옆에서 담배 피우고 있던 홍주연이 눈에 들어왔다. 
金道勋被申正焕拉着站起来的时候还是踉跄了好几次。这真是申正焕啊。假的申正焕又是什么呢。哥不用知道。借着酒劲,这是一次相当自然的重逢。金道勋的腿似乎完全使不上力,红着脸倒在了申正焕的怀里。怎么回事?气氛不错啊?这时他才注意到旁边正在抽烟的洪周延。

“웬일이야? 니가 언제부터 후배 챙겼다고.”
"这是怎么了?你什么时候开始照顾后辈了?"

“고등학교 후배야.” "高中学弟。"

“아, 진짜?” "啊,真的吗?"

그제서야 의아한 눈초리를 거둔다. 걔 너 신입생 때 보는 것 같지. 그런가. 웅, 귀엽고 잘생기고. 인기 많겠어. 도훈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어 주연이 하는 말이 한귀로 다 빠져나갔다. 주연이 꽁초 끄고 먼저 들어갈 동안에도 정환은 도훈을 지탱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这时他才收回疑惑的目光。那家伙看起来像你刚入学时的样子。是吗。嗯,又可爱又帅气。肯定很受欢迎吧。全神贯注于金道勋,申惟说的话从一只耳朵进另一只耳朵出。即使在申惟掐灭烟头先进去的时候,申正焕也全心全意地扶着金道勋。

다시 자리에 들어왔을 땐 도훈이 정환의 후배였더라는 주제가 한창이었다. 도훈이 너무 취해서 집에 좀 데려다 줄게. 그래서 오히려 빠져나오기 수월했다. 도훈은 유난히 인사불성이었다. 몇 번 흔들어 깨워도 답이 없으니 정환의 자취방으로 향한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몸은 말랐는데 예전보다 키가 좀 컸다. 건장한 성인 남자를 부축해서 들어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도훈을 겨우 바닥에 눕혔을 때쯤엔 등이 다 젖어 있었다. 
当我再次回到座位时,正讨论到道勋原来是正焕的后辈这个话题。道勋喝得太醉了,我得送他回家。这反而让我更容易脱身。道勋特别醉得不省人事。摇晃他几次想叫醒他都没反应,所以不得不把他带到正焕的出租屋。他身材瘦削,但比以前长高了一些。扶着一个健壮的成年男子进屋可不是件容易的事。好不容易把道勋放到地板上时,我的后背已经全都湿透了。

겉옷 벗겨 주고 보니 바지가 애매했다. 벗겨 주자니 그림이 이상하고 냅두자니 불편해 보였다. 아니, 그래도 남자끼린데. 아니, 그치만 우리는 입술 부비던 사이인데. 정환이 그런 걸 한참 고민하다 버클에 손댔을 때였다. 그 순간 도훈이 눈을 떴다. 잠깐의 정적 뒤에 정환의 손목이 붙들렸다. 꼭 뭐 훔치려다 걸린 사람 같았다. 꽐라 된 줄 알았는데 눈을 똑바로 뜨고 있었다. 정확히는 똑바로 뜨려고 애쓰고 있었다.
脱掉外套后,裤子的问题就变得尴尬起来。脱掉吧,画面看起来怪怪的;不脱吧,又显得不舒服。不过,我们都是男人嘛。但是,我们可是亲过嘴的关系啊。申惟正在为此苦恼时,手已经碰到了皮带扣。就在这时,金道勋睁开了眼睛。短暂的沉默后,申惟的手腕被抓住了。就像个偷东西被当场抓获的人一样。原以为他醉得不省人事,没想到眼睛睁得那么大。准确地说,是在努力睁大眼睛。

“불편해 보여서.” "看起来不太舒服。"

뭐 이렇게까지 싸구려 로맨스 영화 대사 같은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이상한 그림이었다. 도훈이 몸을 일으켜 맹한 얼굴로 입술 부딪쳐 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환은 딱히 피하지 않고 받아줬다. 꼭 그때처럼 투박하고 딱딱한 키스였다. 리드하고 싶어하는 것도 혀에 힘 못 빼는 것도 여전했다. 자연스럽게 그 시절이 재생된다. 정환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도훈이 요령 없이 정환의 입술을 잡아먹을 기세로 쪽쪽 빠는 동안 정환은 눈을 뜨고 열중한 얼굴을 감상했다. 개매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도훈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어떤 얼굴로 집중하는지 궁금했다. 그동안의 연애를 망쳐온 주범이었다. 너 때문에 그동안 내 연애가 다 망했어. 그런 말을 하면 어떤 말을 할지도 궁금했다.
不知道为什么这么像廉价爱情电影里的台词。任谁看都觉得是奇怪的画面。金道勋很快就起身,一脸茫然地撞上了嘴唇。申正焕并没有特意躲开,而是接受了。就像那时一样,是笨拙而生硬的吻。想要主导却又无法放松舌头的样子依然如故。那个时期的记忆自然而然地重现。申正焕微微睁开眼睛。在金道勋毫无章法地吮吸申正焕嘴唇的同时,申正焕睁着眼欣赏着他专注的表情。虽然觉得这样不太礼貌,但奇怪的是,他就是想看金道勋的脸。他好奇金道勋是以什么样的表情在专注。这一直是破坏他之前恋爱的罪魁祸首。如果说"都是因为你,我之前的恋爱都搞砸了",他也很好奇金道勋会说些什么。

입술을 뗐을 때 그제서야 깨달았다. 키스하면서 상대방에 집중하기는 처음이었다.
当我们的嘴唇分开时,我才意识到。这是我第一次在接吻时全神贯注于对方。

“보고 싶었어.” "我想你了。"

술김이었는지 생각할 새도 없이 걔 입에서 그런 말이 따라붙었다. 방금까지 냅다 입술 물고 빨았던 것치고는 너무 순정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대로 품에 파고들길래 멍청하게 굳어 있다가 등을 토닥여 줬다. 헤어지던 날 등 뒤에서 눈물 삼키던 게 문득 생각났다. 이게 참 뭐라 해야 할지. 엑스 보이프렌드와의 재회라고 하기엔 만남이 너무 짧았다. 게다가 그땐 너무 어렸다. 그런 건 연애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교실에 숨어 키스했던 사이가 단순 선후배 사이라고 치기에도 애매했다.
不知是不是酒劲上头,他嘴里突然冒出那样的话。刚刚还在热烈亲吻,这话却显得太纯情了。他自然而然地钻进我怀里,我愣了一下,然后轻拍他的背。突然想起分手那天他在我背后默默吞下眼泪的场景。这该怎么形容呢。说是和前男友重逢,我们在一起的时间又太短暂。而且那时我们都太年轻了,那种关系甚至不能称之为恋爱。但要说我们只是在教室里偷偷接吻的学长学弟关系,又显得太暧昧了。

정환은 여전히 사랑이 뭔지도 몰랐다. 연애 많이 해본 무지렁이였다. 그래도 이런 게 사랑 고백인 건 알았다. 머리가 울린다. 술기운인지 뭔지 모르겠다. 그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정말로.
正焕还是不知道爱情是什么。他是个谈过很多恋爱的笨蛋。尽管如此,他知道这就是表白。他的头嗡嗡作响。不知道是酒精的作用还是什么。这种感觉是第一次。真的。


* * *


정환이 입학하던 해엔 경영대에 유난히 인물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뿐인 정환에게 더 이목이 쏠렸다. 하얗고 말간 얼굴에 백팔십 넘는 키는 사람들 이목 끌기 썩 괜찮은 요소였다. 정환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늘 저쪽에서 먼저 다가왔다. 여자들은 관심이 있어서, 남자들은 덕 볼 것 같아서. 저마다의 이유로 정환을 찾았다. 신입생 땐 거절할 도리가 없으니 신환회나 개총 같은 이름을 달고 술자리에 불과한 자리마다 부어라 마셔라 마셔댔다. 정확히는 모두가 정환의 잔을 채워댔다. 한계 넘어 바람 쐬러 나갈 때마다 옆엔 홍주연이 있었다. 어떤 날은 초코우유를 건네고, 어떤 날은 숙취해소제 같은 걸 나눠주면서.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과대 여자애였다.
正焕入学那年,经营学院特别缺乏出众的人物。因此,作为唯一的正焕更加引人注目。白皙清秀的脸庞加上超过一米八的身高,是吸引人们目光的绝佳条件。即使正焕什么都不做,总是有人主动靠近。女生是出于兴趣,男生则是觉得能沾光。每个人都有自己的理由寻找正焕。作为新生,无法拒绝邀约,所以无论是新生欢迎会还是全体大会,这些不过是借口的酒局,他都被灌得烂醉。准确地说,是所有人都在给正焕倒酒。每次喝得超过极限出去透气时,身边总有洪周妍。有时递来巧克力牛奶,有时分享解酒药之类的东西。她是个性格爽朗的班长女生。

“나 너 좋아하는데. 너 눈치 없단 소리 많이 듣지?”
"我喜欢你。你是不是经常被人说不解风情啊?"

고백은 주연이 먼저 했다. 밤공기가 제법 쌀쌀한 날이었다. 그때도 정환의 손엔 주연이 쥐어준 바나나우유 같은 게 들려 있었다. 그해 경영 첫 CC였다. 주변에서는 둘 다 잘생기고 예뻐서 끼리끼리라고 했다. 주연과의 연애는 순탄했다. 정환은 언제나 여자 친구의 자랑 같은 존재였으므로, 정환이 좀 둔감한 구석이 있어도 몇 번은 넘어가 줬다. 주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환이 먼저 보고 싶다는 말을 안 해도,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도. 심지어는 데이트마저 자기가 먼저 하자고 해도 만날 때면 늘 다정하게 대해 주니까.
告白是珠妍先说的。那天晚上的空气相当寒冷。那时正焕手里还拿着珠妍给他的香蕉牛奶。那年是他们经营系的第一次联谊。周围的人都说他们俩长得帅气漂亮,很般配。和珠妍的恋爱进行得很顺利。正焕一直是女朋友引以为傲的存在,所以即使正焕有些迟钝,她也能原谅他几次。珠妍也差不多。即使正焕不先说想念她,不说爱她,甚至约会也总是她先提出,但每次见面时他都很温柔体贴。

진도도 적당히 뺐다. 그동안의 연애 빅데이터로 인해 정환은 여자들이 언제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말하자면 퀘스트 같은 거였다. 스텝 바이 스텝 밟으면 대체로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그치만 문제는 그거였다. 키스할 때마다 영 집중이 안 됐다. 딴생각이 났다. 주연의 입술은 작고 말랑하고 부드러웠지만, 좀 더 투박하고 어설펐던 어떤 남자애 생각이 났다. 그게 좀 이해가 안 됐다.
金道勋也适度地收敛了一些。由于之前的恋爱大数据,申正焕很清楚女生们什么时候想要什么。可以说这就像是一个任务。只要一步步按部就班地来,通常都不会被拒绝。但问题就在于此。每次接吻时,他都无法集中精神。总是会想到别的事。虽然主演的嘴唇小巧柔软,但他却想起了某个更加粗糙笨拙的男孩。这让他有些不解。

“정환아. 무슨 생각해?” "正焕啊,你在想什么呢?"

“미안.” "对不起。"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또 있었는데. 기시감이 들었다. 정환이 또 그런 잡생각을 하는 동안 주연은 한번 더 기분이 상했다. 정환은 자주 그랬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기를 좋아하는 게 맞긴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옆에서는 그런 속사정도 모르고 다들 부러워했다. 정환이 잘생겼잖아. 정환이 다정하잖아. 그게 문제였다. 모두에게 그런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니까, 정환에게 주연이 하나도 특별하지 않았다.
曾经也说过这样的话。有一种似曾相识的感觉。当申正焕又在胡思乱想的时候,珠妍又一次感到不快。申正焕经常这样。完全不知道他在想什么,也不知道他是否真的喜欢自己。旁人不知道这些内情,都很羡慕。申正焕长得帅啊。申正焕很温柔啊。这就是问题所在。他对所有人都保持着那样的距离。所以,对申正焕来说,珠妍一点也不特别。

“너 나 안 좋아하지?” "你不喜欢我,对吧?"

주연은 그걸 너무 늦게 알았던 거다. 정환은 입을 열지 않았다. 차라리 덜 비참하게 아니라고 해 주길 바랐다. 정환은 마지막까지도 무심했다. 그날 결국 헤어졌다. 주연은 여전히 혼자 한 연애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신정환은 연애에 있어 무지렁이다. 그것도 주연이 만들어낸 지론이었다. 그렇게 헤어졌던 것치고는 그럭저럭 좋은 친구로 남았다. 주연이 성격이 좋았던 탓이다. 너 싸이코패스 그런 거 아닌지 의심해 봐. 심장 빵꾸난 것 같아. 가끔 만취하면 서운했던 걸 늘어놨다. 그럼 또 정환은 그걸 가만히 들어줬다.
珠妍意识到这一点太晚了。正焕没有开口。她宁愿他否认,这样会让她感觉不那么悲惨。直到最后,正焕依然无动于衷。那天,他们最终分手了。珠妍仍然无法摆脱独自一人谈恋爱的想法。申正焕在恋爱方面是个白痴。这也是珠妍得出的结论。尽管分手了,但他们还是成为了还不错的朋友。这要归功于珠妍的好性格。你怀疑自己是不是精神病吗?感觉心脏被戳了个洞。有时喝醉了,她会抱怨曾经的委屈。而正焕总是静静地听着。

정환이 중도 옆 자판기에서 에너지 드링크 뽑고 있을 때 주연은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올해도 너 좋다는 신입생 있으면 내가 말리려고. 장난 반 진심 반 담아 그런 실없는 소리를 했다. 자연스럽게 신입생 얘기가 나왔다. 그때 보니까 도훈이 귀엽던데. 인사도 디게 잘해.
正焕在中庭旁边的自动贩卖机买能量饮料时,周妍在一旁抽着烟。"今年要是又有新生喜欢上你,我可要阻止他们。"她半开玩笑半认真地说着这种无聊的话。话题自然而然地转到了新生身上。"那时候看到道勋挺可爱的。打招呼也很有礼貌。"

“도훈이 귀엽지.” "道勋真可爱。"

“너 그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原来你也会说这种话啊。"

모르는 줄 알았어. 나랑 사귈 때 한번도 그런 말 한 적 없어서. 주연은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적 틈에 주연이 담뱃불을 지져 껐다.
我以为你不知道。我们在一起的时候,你从来没说过这样的话。周妍脸上露出了奇怪的表情。在沉默的间隙中,周妍掐灭了香烟。

“담배 끊어. 몸에 안 좋다.”
"戒烟吧。对身体不好。"

“남이사. 사귈 때나 좀 잘해 주지.”
"南理事,谈恋爱的时候好好对人家啊。"

도훈이 내가 꼬실까? 너 도훈이 스타일 아닐걸. 진짜 재수 없다. 의미없는 대화에 불쑥 도훈이 끼어들었다. 
我要不要去勾引道勋?你不是道勋喜欢的类型。真是倒霉。金道勋突然插入了这场毫无意义的对话。

“안녕하세요.” "你好。"

고개 꾸벅 숙이더니 자판기로 직행했다. 도훈이 안녕. 뭐 마시려고? 저 파워에이드요. 어제도 달려가지고. 도훈이 인기 많네. 누나랑도 한잔 해야지. 그쵸, 시간 나면 불러 주세요.
低头鞠了一躬后直奔自动贩卖机。金道勋,你好。想喝什么?我要喝宝矿力。昨天也跑了很多。金道勋很受欢迎啊。也得和姐姐喝一杯才行。是啊,有空的话请叫我。

“우리 안 그래도 도훈이 얘기 중이었는데.”
"我们正好在说道勋呢。"

“무슨 얘기요?” "什么事?"

정환이가 너 귀엽대. 난 사귈 때도 쟤한테 그런 말 못 들어 봤는데. 주연이 쿨하게 그런 말을 했다. 볼일 다 봤다는 듯이 정환의 어깨를 툭 치고 자리를 영영 벗어날 때까지 둘은 말이 없었다. 한바탕 폭풍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申正焕说你很可爱。我跟他交往的时候都没听他说过这种话。周妍冷静地说道。她拍了拍申正焕的肩膀,仿佛已经完成了自己的任务,然后离开了座位。直到她彻底离开,两人都没有说话。一阵尴尬的沉默笼罩着他们,就像一场风暴刚刚席卷而过。

“사귀었었어?” "以前交往过吗?"

“응.” "嗯。"

“왜 헤어졌어?” "为什么分手了?"

“그냥 어쩌다 보니까.” "就是不知不觉间。"

키스할 때마다 니 생각 나서 쿠사리 먹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每次接吻的时候都会想起你,但我实在无法说出"我被骂了"这样的话。

“지금은?” "现在呢?"

“어?” "咦?"

“여자 친구 있어?” "有女朋友吗?"

“아니, 없어.” "不,没有。"

“그럼 됐어.” "那就行了。"

직전까진 좀 죽상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도훈은 실실 웃고 있었다. 형 나 숙취 싹 사라졌다. 이거 마셔. 방금 뽑은 파워에이드까지 정환의 손에 쥐어줬다. 감정이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구나. 신기하다. 정환은 도훈이 사라지도록 그런 생각을 했다. 신나게 웃던 얼굴을 떠올리면서.
刚才还一副死气沉沉的样子,不知不觉间金道勋已经笑嘻嘻的了。"哥,我的宿醉完全消失了。喝这个吧。"他还把刚刚拿的佳得乐塞到了申正焕手里。情绪全都写在脸上了啊。真神奇。申正焕这样想着,希望金道勋能消失。回想着他刚才开心大笑的样子。


* * *


엠티는 CC가 가장 많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대학 시절 로망이기도 했다. 저마다 설렘에 들떠 있을 때 정환은 감기에 걸려 드러누워 있었다. 가면 어차피 술만 마시게 될 거 좋은 핑계 생긴 셈이었다. 못 갈 것 같다는 말은 과대한테만 했다. 너 안 오면 애들 실망할 텐데. 1학년들이 너 엄청 기다릴 텐데. 그러든지 말든지 약기운이 돌아 다시 잠에 들 것 같았다. 그런데 도훈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 오늘 안 와? 그 메시지에 몸을 일으켰다. 지금 출발하면 늦지는 않겠다. 무슨 바람인지 모르겠다. 기다리는 1학년은 한 명으로 충분했다.
MT 是 CC 最多的环节。对某些人来说,这曾是大学时代的浪漫。当每个人都沉浸在兴奋中时,申正焕却因感冒卧床不起。即使去了也只会喝酒,这倒成了个不错的借口。他只跟班长说了可能去不了。班长说如果你不来,大家会很失望的,大一新生们会特别期待你的到来。不管怎样,药效发作,他感觉自己快要再次睡着了。就在这时,金道勋发来了消息:哥今天不来吗?看到这条消息,他立刻起身。现在出发的话应该不会太晚。不知道是什么风把他吹来的。一个等待的大一新生就足够了。

버스 탑승 직전 마지막 빠따로 등장한 정환은 환영 대신에 꾀병 아니냐는 쿠사리를 먹었다. 과대에게 한방 먹고 다음은 도훈이었다. 왜 왔어? 아프다며?
正焕在上车前最后一刻姗姗来迟,迎接他的不是欢迎,而是被质疑是不是装病。先是被队长数落了一顿,接着轮到道勋。"你怎么来了?不是说生病了吗?"

“오라며.” "过来。"

“진짜 착각 쩐다.” "真是自作多情。"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옆에 앉으라며 툭툭 손짓했다. 정환은 버스가 시끄러운 틈에도 가는 내내 잠만 잤다. 그거 깰새라 도훈이 어깨 빌려주고, 차창 너머 해라도 들 때면 손으로 내내 차양 만들어 줬던 건 정환은 영영 모를 일이었다.
虽然嘴上这么说,但还是用手拍了拍身边的座位示意他坐下。申正焕在整个嘈杂的巴士旅程中都在睡觉。为了不让他醒来,金道勋借出自己的肩膀,当阳光透过车窗照进来时,还用手为他遮挡。这些事情申正焕永远都不会知道。

앞에 일정은 사실상 다 형식에 불과한 짭이고 목적은 다 저녁을 빙자한 술에 있었다. 정환은 그런 게 영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선배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자리에 남아 있었다. 정확히는 또 혼자 남들 두배만큼 얻어마시는 도훈이 신경 쓰였다. 감기약 핑계로 술은 죄다 거절했다. 다들 이미 취기가 오를대로 오른 상태였다. 멀쩡한 상태인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울 지경인데 밤이 다 가도록 들어가 잘 생각을 안 했다. 더 이상 할 만한 술게임도 없었다. 그러자 누가 왕게임을 제안했다. 우우. 진짜 개촌스럽다. 하지만 그런 걸 말릴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앞선 술게임에서 나가떨어진 지 오래였다. 남은 사람들은 그런 걸 가릴 정신이 남아 있지 않았다. 촌스럽달 땐 언제고 대충 종이 찢어 만든 번호표가 이리저리 섞였다. 처음은 별것도 아니었다. 6번 기싱꿍꺼떠 하기. 17번 엉덩이로 이름 쓰기. 12번 가운데에서 춤추기. 야유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다 1번 10번 러브샷 같은 게 나왔을 때야 다들 묘하게 숨을 죽였다.
前面的行程实际上都只是走个形式,真正的目的都在借晚餐之名的酒局上。正焕虽然觉得这种事很无聊,但为了尽到前辈的责任还是留在了座位上。准确地说,他更担心的是又一个人喝了别人两倍酒的道勋。他以感冒药为借口拒绝了所有的酒。大家已经喝得醉醺醺的了。很难找到一个还清醒的人,但即使到了深夜也没人想回去睡觉。已经没有什么可玩的酒游戏了。这时有人提议玩国王游戏。呜呜,真的太土了。但是能阻止这种事的人早就在之前的酒游戏中倒下了。剩下的人已经没有精力去分辨这些了。明明觉得很土,却还是随意撕了纸条做成号码牌混在一起。一开始还好。6 号做剪刀石头布。17 号用屁股写名字。12 号在中间跳舞。嘘声和笑声此起彼伏。但当出现 1 号和 10 号喝交杯酒这种要求时,大家都微妙地屏住了呼吸。

3번 7번 뽀뽀. 3 号和 7 号亲亲。

종이를 펼치던 도훈이 멈칫했다. 
金道勋展开纸张的动作突然停住了。

“어우, 저 7번인데 그냥 술 마실게요.”
"哎呀,我是 7 号,我就直接喝酒吧。"

그러는 도훈도 이미 툭 치면 뻗을 정도로 취해 있었다.
金道勋自己也已经醉得一碰就倒了。

“그만 마셔.” "别再喝了。"

손 뻗어 제지한 건 정환이었다. 물음표 띄운 여러 개의 눈동자가 따라붙었다.
伸手阻止的是正焕。几双带着疑问的眼睛跟着看了过来。

“나 3번인데.” "我是 3 号。"

그래서, 하겠다고? 말 끝나기 무섭게 큰 손으로 도훈의 볼을 감쌌다. 진짜 한다고? 주위에선 경악인지 환호성인지 모를 소음이 들어찼다. 도훈의 눈이 당황스러움으로 번졌다. 입맞춤은 짧았다. 입술과 입술이 잠시 닿았다 떨어진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그만하자, 이제. 정환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대외적으로는 더 수위 높아지기 전에 총대 멘 선배 정도로 보였다. 적당히 일단락될 에피소드였다. 그 자리에서 정신 못 차리는 건 도훈밖에 없었다. 
所以,你真的要做吗?话音刚落,大手就捧住了道勋的脸颊。真的要做吗?周围响起了不知是惊愕还是欢呼的嘈杂声。道勋的眼神中流露出困惑。亲吻很短暂。只是嘴唇轻轻相触又分开而已。尽管如此,四周还是闹翻了天。够了,到此为止吧。正焕喊停了。从外人看来,他就像是在事态更加严重之前挺身而出的前辈。这本该是一个适可而止的小插曲。可在场唯有道勋还没回过神来。

술자리 먼저 이탈한 사람 뒤따라 나가는 게 다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걸 정환은 그때 알았다. 그야 항상 누가 따라오기만 했지, 먼저 따라간 적 없었으니까. 비척비척 멀어지는 도훈의 등을 따라 걸었다. 조금 걷자 어느새 사람들 웅성임은 저편으로 잦아들고 들리는 거라곤 풀벌레 우는 소리와 두 발걸음 소리가 전부였다. 깜깜한 어둠 속에 둘뿐이었다. 먼저 입 열어 발걸음 붙든 건 정환이었다.
申正焕那时才明白,跟随先离开酒局的人离开,都是出于关心。毕竟他一直都是被别人跟随的那个,从未主动跟随过别人。他跟着金道勋蹒跚远去的背影走着。走了一会儿,人群的嘈杂声渐渐远去,只剩下虫鸣声和两人的脚步声。漆黑的夜色中只剩下他们两个。率先开口叫住脚步的是申正焕。

“형 아직 소원 안 말했는데.”
"哥,你还没说你的愿望呢。"

“무슨 소원?” "什么愿望?"

“환영회 때 술 대신 마셔 줬잖아.”
"在欢迎会上不是代替你喝酒了吗。"

아, 무슨 치사하게 그런 걸 기억해. 도훈은 툴툴대면서도 대꾸했다. 소원 뭔데?
啊,真小气,居然还记得这种事。道勋一边抱怨一边回答道。你的愿望是什么?

“키스 한번만 더 해 보자.”
"再亲一次吧。"

“미친놈인가? 형 나 좋아해?” "疯了吗?哥你喜欢我?"

아니. 그렇다고 또 이렇게 단번에 나올 대답인가 싶어 금방 섭섭해했다. 도훈의 얼굴에선 말로 하지 않아도 그런 게 다 보였다.
不是。但是又觉得这样一下子就得到回答,心里有点失落。道勋的脸上虽然没说出口,但这些情绪都清晰可见。

“그땐 술김이었고.” "那时是醉酒的缘故。"

“맨정신에 하면 뭐가 다른데?” "清醒的时候做有什么不同吗?"

“그러니까 뭐가 다른지 한번 보자고.”
"那么让我们来看看有什么不同。"

정환이 제법 뻔뻔하게 요구하니 오히려 말문이 막힌 쪽은 도훈이었다. 술이 다 깨는 기분이었다. 이 형 술도 안 마셨으면서 제정신인가 싶었다.
正焕相当厚脸皮地提出要求,反而让道勋哑口无言。他感觉酒都醒了。他觉得这个哥哥明明没喝酒,却像是失去理智一样。

“난 지금도 술김이야.” "我现在还醉着呢。"

“그럼 넌 그냥 까먹어. 난 아니야.”
"那你就忘了吧。我可不会忘记。"

“사람들 오면 어쩌려고...” "要是有人来了怎么办..."

“안 와.” "不来。"

그러면서도 싫다는 말은 안 했다. 도훈의 상기된 볼은 곧 익을 기세였다. 반은 술기운 때문이고 반은 종잡을 수 없는 정환 때문이었다. 농담 같지 않다는 게 제일 문제였다. 정환이 한발 성큼 다가섰다.
尽管如此,他也没说不喜欢。金道勋的脸颊泛红,看起来马上就要熟透了。一半是因为酒劲,一半是因为难以捉摸的申正焕。最大的问题是,这看起来一点也不像是在开玩笑。申正焕大步向前靠近。

“해도 돼?” "可以吗?"

“...어.” "……啊。"

방금 전처럼 도훈의 뺨을 감싼 정환의 손이 차가웠다. 도훈은 저도 모르게 정환의 티셔츠 끝자락이나 잡았다. 조심스럽게 입술이 뒤엉켰다. 아랫입술을 깨물자 도훈의 입술이 열렸다. 혀가 들어오자 잠시 굳는 게 느껴졌다. 정환은 그 순간에도 눈을 뜨고 있었다. 잔뜩 집중한 도훈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입 안쪽의 여린 살을 건드리면 눈에 띄게 긴장했다. 숨 쉴 틈도 없이 밀어붙이면 벅차서 미간을 구기면서도 밀어내지 않았다. 숨가쁘게 이어지던 호흡을 멈췄을 땐 기가 쪽 빨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就像刚才一样,郑焕捧着道勋脸颊的手很冷。道勋不自觉地抓住了郑焕 T 恤的下摆。两人小心翼翼地吻在了一起。当郑焕轻咬道勋的下唇时,道勋的嘴唇微微张开了。舌头伸进来的那一刻,道勋感到身体有些僵硬。郑焕即使在这时也睁着眼睛。他喜欢看道勋全神贯注的表情。每当触碰到口腔内侧柔软的肉时,道勋就会明显地紧张起来。即使被紧紧压制得喘不过气来,道勋也只是皱着眉头,却没有推开郑焕。当急促的呼吸终于停下时,道勋的脸上一副精疲力尽的表情。

도훈이 쓰러지듯 정환에게 기댔다. 뜨끈한 볼이 정환의 목덜미에 닿았다. 정신이 몽롱했다.
金道勋像要倒下似的靠在申正焕身上。滚烫的脸颊贴在申正焕的脖颈上。意识朦胧不清。

“진짜 싫다.” "真的讨厌。"

“진짜?” "真的吗?"

“당연히 구라지. 나 형 만나려고 이 학교 왔어.”
"当然是骗你的。我来这所学校就是为了见哥哥你。"

“응. 형 너무 미워하지 마.”
"嗯。别太恨哥哥了。"

당연하게도 도훈은 한번도 정환을 미워할 수 없었다. 그 역사에 대해 말하려면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도훈은 운동장에서 공 차는 게 인생 최대의 낙인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흙먼지 나게 뒹굴고 땀 흘리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를 것 없이 방과 후에 공이나 차고 있었다. 친구가 뻥 찬 공이 데굴데굴 굴러 교문 나서던 선배 앞을 가로막았던 것도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当然,道勋从未能够憎恨正焕。要讲述这段历史,就得追溯到高中时期。金道勋是个普通的高中生,在操场上踢球是他人生最大的乐趣。整天在尘土飞扬中打滚,挥汗如雨就是他的全部日常。那天放学后,他也和往常一样在踢球。朋友踢出的一脚远射,球滚到了正要走出校门的学长面前,挡住了去路,这本来也不是什么特别的事。

“공 좀 차주세요!” "踢一下球给我吧!"

“여기.” "给你。"

특별한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냥 뻥 차면 될 텐데. 굳이굳이 허리 숙여 공을 주워줬다. 감사합니다. 지저분한 축구공 아래로 잠깐 손끝이 닿았다 떨어졌다. 명찰에 새겨진 이름이 신정환이었다. 3학년 명찰이었다. 도훈은 맹하게 서서 사라지는 정환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태양 아래 한번도 안 서봤을 것 같다. 축구 같은 거 해봤을까? 야, 김도훈! 공 안 차고 뭐 해! 저쪽에서 소리치는 친구들이 갑자기 다 짜쳐 보였다. 아이씨. 야, 나 먼저 간다! 냅다 축구공 뻥 차 버린 채로 교문 나선 김도훈은 다음날부터 그 선배 동아리 찾기 바빴다.
特别的事情就是从那里开始的。本来只要踢一脚就行了。偏偏要弯腰把球捡起来递给他。谢谢。脏兮兮的足球下面,指尖短暂地触碰又分开。铭牌上刻着的名字是申正焕。是三年级的铭牌。金道勋呆呆地站在那里,久久地望着正焕离去的背影。看起来像是从未在阳光下站过。他会踢足球吗?喂,金道勋!不踢球在干什么!那边朋友们的喊声突然变得讨厌起来。靠。喂,我先走了!金道勋一脚把足球踢飞,走出校门,从第二天开始就忙着寻找那个学长的社团。

아는 친구 동원해 그 선배 찾고 나서는 유레카 외칠 뻔했다. 도훈은 축구부부터 걷어찼다. 어차피 축구는 방과 후에 하면 됐다. 영화에는 쥐뿔 관심도 없으면서 영화감상부를 찾았다. 동아리 부장에게 입부서 제출할 때 정환을 다시 마주쳤다. 똥개처럼 꼬리 흔드는 도훈을 흘긋 쳐다본 정환은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핸드폰이나 하고 있었다. 우리 아무것도 안 하는데. 넵, 저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서요. 사실 다 개구라였다. 도훈은 오 분 이상 자리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문제의 영화감상부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아리였다. 영화 틀어 놓고 각기 자기 할일 했다. 말 섞을 일은 당연히 없었다. 친목도모는커녕 이름을 아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후회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랬다. 영하 10도에 육박하던 날, 가오 챙긴답시고 마이만 떨렁 입고 덜덜 떨며 중앙현관 나서던 도훈의 등을 누군가 툭툭 쳤다. 뒤를 돌아보자 정환이 서 있었다.
动用认识的朋友找到那个学长后,差点就要高呼"尤里卡"了。道勋首先放弃了足球社。反正足球可以在放学后踢。虽然对电影毫无兴趣,他还是去找了电影鉴赏社。向社团部长提交入社申请时,他再次遇到了正焕。正焕瞥了一眼像小狗一样摇尾巴的道勋,似乎毫不在意地玩着手机。我们什么都不做。是的,我也不想做任何事。其实这都是骗人的。道勋坐在椅子上超过五分钟就会坐立不安。问题是这个电影鉴赏社确实是个什么都不做的社团。放着电影,每个人都做自己的事。当然没有交谈的机会。别说促进友谊了,连名字都不知道对方叫什么。老实说,他有点后悔了。但是有一天发生了这样的事。在接近零下 10 度的那天,道勋为了装酷只穿了一件衬衫,哆哆嗦嗦地走出中央大厅时,有人拍了拍他的背。回头一看,正焕站在那里。

“도훈아, 춥다. 이거 가져가.” "道勋啊,天冷了。把这个带上吧。"

무심하게 핫팩을 쥐어 줬다. 漫不经心地递给他一个暖宝宝。

“그러다 감기 걸려.” "这样会感冒的。"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도훈에게 칭칭 감아 줬다.
我解开围在脖子上的围巾,紧紧地围在了道勋(金道勋)的脖子上。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내 이름 아네. 그런데 애초에 남자끼리 누가 그렇게 이름을 부르냐고? 누가 춥다고 목도리를 둘러주냐고? 그때부터였나 보다. 처음엔 단지 친해지고 싶었다. 말하자면 도훈이 어울리던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눈에 띄게 하얗고, 키도 손도 크고, 말투는 느리고도 차분하고, 고작 두 살인데 좀 어른 같고. 동경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환의 여자 친구가 세번쯤 바뀌었을 때 배알이 꼴렸다. 가방 찾으러 왔다가 정환이 동아리실에서 여자 친구랑 키스하는 걸 봤을 때 제일 그랬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남자끼리 해본 스킨십이라곤 축구하다 몸싸움밖에 없었는데 그 형이랑은 좀 닿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떤 동경은 사랑과도 닮아 있는 걸까. 공놀이밖에 모르던 열일곱 김도훈에게 그런 건 너무 어려웠음에도 그런 걸 골몰하느라 밤을 꼴딱 새웠다.
心跳砰砰作响。他知道我的名字。但是,男生之间谁会那样叫对方的名字呢?谁会因为别人冷而给他围上围巾呢?大概就是从那时候开始的吧。起初只是想和他成为朋友。怎么说呢,他给人的感觉和金道勋平常交往的朋友不太一样。他的皮肤白皙得引人注目,个子高,手也大,说话慢条斯理的,虽然只大两岁却给人一种成熟的感觉。我以为那只是崇拜。但当申惟换了大概三次女朋友的时候,我感到非常不爽。有一次我去拿包,看到申惟在社团活动室里和女朋友接吻,那时候我最难受。那是一种难以定义的感觉。男生之间的身体接触除了踢足球时的碰撞外就没有别的了,但我觉得和那个哥哥有一些接触也没关系。某些崇拜是不是和爱情很相似呢?对于只懂得踢球的十七岁的金道勋来说,这些事情太难理解了,但他还是为此彻夜未眠。

고백은 충동과도 같았다. 정환은 거의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도훈은 영영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칠새라 참을 수가 없었다. 고백 비슷한 걸 바들바들 떨면서 한 탓에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났다. 나 학교에 미친 게이 새끼라고 소문나는 거 아니야? 그런 걱정 무색하게 정환은 그래, 그럼 사귀자 했다. 얼빠진 건 도훈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 형의 의도를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어버버하는 사이 도훈은 언젠가 부러워했던 형의 여자 친구들처럼 동아리실에서 입맞추고 있었다. 그때마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告白如同冲动。申正焕即将毕业。金道勋无法忍受错过可能永远不会再来的机会。由于紧张得发抖,他几乎不记得自己说了什么。我不会在学校里被传成疯狂的基佬吧?这种担心显得多余,因为申正焕说,好啊,那就交往吧。金道勋傻眼了。他无法理解这个哥哥的想法。还没反应过来,金道勋就像曾经羡慕的哥哥的女朋友们一样,在社团活动室里亲吻着。每次这样,他都觉得心脏快要爆炸了。

풋사랑의 기억은 강렬하다. 도훈에게는 감정도 행위도 다 그랬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은 남아 있었다. 이제는 제법 성인이 되었는데도 정환은 아무렇지도 않게 도훈을 그 시절로 데려갔다. 그러면 도훈은 정환의 멱살 잡고 흔들며 뭔지는 몰라도 이거 다 책임지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初恋的记忆总是如此强烈。对金道勋来说,无论是情感还是行为都是如此。即使时光流逝,记忆依然存在。如今已经成为了一个成熟的大人,但申正焕却毫不费力地将金道勋带回了那个时期。这时,金道勋就会有一种冲动,想抓住申正焕的衣领摇晃,虽然不知道为什么,但就是想大喊让他为这一切负责。

“형 여자 친구 만들 거야?”
"哥哥要交女朋友吗?"

그치만 도훈은 더 이상 치기뿐인 고등학생이 아니고, 그래서 겨우 그런 거나 물었다. 한참을 기대 있다 정환의 등 뒤에서 웅얼댔다. 네 생각은 어떤데. 형이 연애했음 좋겠어? 도훈은 그제서야 제대로 섰다. 티나게 입술을 씹었다.
但是道勋已经不再是那个冲动的高中生了,所以他只是问了这样的问题。他靠在正焕背后好一会儿,才低声嘟囔道。你怎么想?你希望哥谈恋爱吗?道勋这才站直了身子。明显地咬着嘴唇。

“아니.” "不是。"

그래도 그 말은 똑바로 눈을 쳐다보고 말했다.
尽管如此,他还是直视着对方的眼睛说出了那句话。

“그래. 그럼 안 할게.” "好吧。那我就不做了。"

“진짜?” "真的吗?"

“하지 말라며.” "别这样。"

“내가 언제 또 그렇게 말했어.”
"我什么时候又那么说过。"

그러면서도 입꼬리는 실실 올라갔다. 꼴랑 두 살 차이인데 도훈에게서는 그런 솔직한 감정 표현이 다 보였다.
尽管如此,嘴角还是不自觉地上扬。虽然只差两岁,但金道勋却能如此坦率地表达自己的情感。

“그럼 이제 소원 들어줘.” "那么现在就实现我的愿望吧。"

“내가 왜?” "我为什么?"

“네 부탁 들어줬잖아, 지금.” "我刚刚已经答应你的请求了。"

하. 형 완전 날강도네. 뭔데, 또. 놀리려고 한 말인데 진지하게 받아치니 골려 주고 싶었다.
哈。哥你简直是个强盗。什么啊,又来了。本想开个玩笑,没想到你这么认真地回应,反而让我想逗逗你了。

“들어줄 거야? 들어줄 거면 말하고.”
"你会听我说吗?如果你会听,就告诉我。"

“또 키스 이딴 거면 말하지 말고.”
"如果又是这种敷衍的吻,那就别说了。"

그 대목은 누가 들을새라 조금 소근거렸다. 그런 걸 정환이 귀엽다고 여긴 것을 도훈은 모를 것이다.
那段话他小声嘀咕着,生怕被别人听到。道勋不会知道正焕觉得这样的他很可爱。

“형이랑 또 하고 싶어?” "想再和哥哥做吗?"

“진짜 미쳤구나?” "真的疯了吗?"

찌르면 찌르는 대로 반응이 툭툭 나왔다. 정환은 그런 도훈을 앞에 두고 면역 없이 웃었다.
一戳就有反应,金道勋的反应总是很直接。申正焕面对这样的他,忍不住笑了出来。

“나랑 키스만 하고 싶어하는 줄 알았지.”
"我还以为你只想和我接吻呢。"

“응, 그것도 하면 더 좋고.”
"嗯,如果能做到那样就更好了。"

거기서 도훈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게 웃겨서 정환은 또 웃음이 터졌다.
道勋在那里皱起了眉头。正焕觉得这很好笑,又忍不住笑了出来。

“손잡아도 돼?” "可以牵手吗?"

“원래 그렇게 다 물어봐?” "你平时都这么问东问西的吗?"

슬쩍 본 도훈의 귀끝이 붉었다. 돌아가는 동안 어린애들 장난처럼 손을 잡고 있었다. 누가 먼저 이끈 것도 아니었는데 아쉬워서 괜히 길을 빙빙 돌았다. 형, 나 내일 감기 옮으면 어떡해? 어차피 뽀뽀한 거 다 알잖아. 아, 그러네. 그런데 감기가 뽀뽀로도 옮나? 한번도 그런 적 없었음에도 그게 꼭 지나간 어느날 같았다.
我瞥见金道勋的耳尖泛红。回去的路上,我们像小孩子一样牵着手。谁也没有主动牵,只是舍不得分开,所以故意绕了远路。哥,要是我明天感冒了怎么办?反正你知道我们已经接吻了。啊,是啊。不过接吻也会传染感冒吗?虽然从未发生过这样的事,但总觉得像是某个已经过去的日子。


 * * *


캠퍼스 낭만 개나 준 채로 정신없이 중간고사 치르고 나면 축제의 시작이었다. 그때쯤엔 귀를 닫고 중도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누가 누구랑 사귀었고, 그런데 또 헤어졌고, 사실은 환승한 거고, 누구랑 누구는 동거를 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바람 타고 날아들었다. 그쯤 도훈은 골백번도 넘게 그런 질문을 받아왔다. 도훈이는 연애 안 하니. 얼굴이 아깝다. 다른 과 친구가 너 소개시켜 달라는데, 받을래? 죄다 고개 절레절레 흔들었다.
校园浪漫被抛诸脑后,忙忙碌碌地结束期中考试后,校园节就开始了。那时候,即使你闭上耳朵安静地坐在图书馆里,也能听到谁和谁在交往,谁和谁又分手了,其实是移情别恋了,谁和谁同居了之类的流言蜚语随风飘来。到那时,金道勋已经被问过无数次这样的问题了。道勋你不谈恋爱吗?长得这么帅多可惜啊。其他系的朋友想让我介绍你,要不要认识一下?他每次都摇头拒绝。

원래 몸과 몸이 닿는 일은 사람과 사람을 더욱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정환과 도훈이 가까워진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남들에게 둘러댈 만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 타이틀도 있었다. 시간 나면 밥도 먹고 술도 먹었다. 오늘 뒷풀이 가? 안 가면 형이 밥 사줄게. 애진작 축제 부스에서 손 뗀 정환은 주점 끄트머리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도훈이나 구경하고 있었다.
身体接触原本就能让人与人之间迅速拉近距离。申正焕和金道勋变得亲近并不是什么奇怪的事。他们还有个可以向外人解释的高中学长学弟关系。有空就一起吃饭喝酒。"今天去聚餐吗?不去的话哥请你吃饭。"早就从庆典摊位上脱身的申正焕,正在酒吧角落里看着忙碌的金道勋。

“1학년만 너무 굴리는 거 아니야?”
"是不是太欺负一年级的了?"

“그때가 좋은 거야. 머리띠 귀엽다.”
"那时候真好啊。发带很可爱。"

경영 주점은 무용이나 연영에 비하면 절반짜리 주점이었는데도 사람이 적지 않게 몰렸다. 도훈은 서빙을 담당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도훈이는 꼭 서빙을 해야 한다는 게 주류 의견이었다. 도훈이 롯데월드에서나 할 법한 동물 귀 머리띠 같은 걸 한 채로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은 전을 서빙해도 테이블에선 꺄르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여자 친구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은요? 귀에 딱지 앉게 들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과부하 걸려 서빙이 꼬이기 시작했을 때쯤 도훈이 바쁘게 나르던 막사를 정환의 바지에 엎어버린 것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经营酒吧虽然比舞蹈系或演艺系的酒吧规模小一半,但人气依然不低。金道勋负责服务生的工作。大家一致认为,别的人可以不当服务生,但金道勋必须当。金道勋戴着像在乐天世界才会戴的动物耳朵发箍,端着外焦里嫩的煎饼,每次经过桌边都会引发一阵咯咯笑声。"有女朋友吗?""有喜欢的人吗?"这些问题他听得耳朵都要起茧子了。他忙得晕头转向。就在他因过度劳累而开始搞混服务顺序的时候,他手中忙着端送的米酒一下子倒在了申正焕的裤子上,这一切发生得太快了。

“미안해. 진짜 미안.” "对不起。真的很对不起。"

미안 소리가 열댓번은 더 나왔다. 입에 모터 단 줄 알았다. 도훈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정환은 대충 티슈를 뽑아다 쓱 닦을 뿐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축축한 감촉이 사라질 리 없었다.
对不起的声音至少又重复了十几遍。我还以为他嘴里装了马达呢。在道勋手忙脚乱的时候,正焕只是随意抽出几张纸巾草草擦拭。当然,这样做也不可能消除那种湿漉漉的感觉。

“이리 와 봐.” "过来看看。"

정환의 손목을 끌고 다다른 곳은 신관 뒷편이었다. 준비 부스가 늘어져 있어 한창 축제 진행 중인 지금 이곳엔 사람이 없었다. 아무 플라스틱 의자나 끌고 와서 정환을 앉혔다. 진짜 미안해. 그 앞에 주저앉아 무릎 꿇고 입으로는 쉴새 없이 사과하면서 물티슈로 정환의 바지를 벅벅 닦아냈다. 하필이면 끝단도 아니고 허벅지 부근이었다. 이거 뭐 닦는다고 될 것 같진 않은데. 급한대로 그런 것밖에 해 줄 수가 없었다.
拉着正焕的手腕来到的地方是新馆的后面。准备亭子排成一排,正值节日进行中,这里没有人。随便拖来一把塑料椅子让正焕坐下。真的很抱歉。蹲在他面前跪着,嘴上不停地道歉,同时用湿巾使劲擦拭正焕的裤子。偏偏不是裤脚,而是大腿附近。这样擦好像也不会有什么效果。但在紧急情况下,也只能做到这种程度了。

한참을 씨름하던 도훈은 그때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정환의 얼굴을 쳐다봤다. 여느때와 다를 것 없는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그런데 밑에 사정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그제서야 위치가 미묘했다는 걸 깨달았다. 도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金道勋苦苦挣扎了好一阵子,这时才感觉到有些不对劲。他抬起头看向申正焕的脸。那是一张和平常没什么两样的平静面孔。但下面的情况却完全不是这样。他这才意识到位置有多微妙。金道勋猛地从座位上站了起来。

저편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이 한창이었다. 쿵쿵거리는 것이 음악 소리인지 심장 소리인지 모르겠다. 청춘의 열기가 뜨겁다. 기름에 절어버린 전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도 잘만 팔렸다. 잘생긴 경영 신입 얼굴 보러 왔다는 사람 한트럭이었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도훈은 외부 소음과 모두 차단되는 것을 느낀다. 여기가 어디였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那边正在播放喧闹的音乐。分不清是音乐声还是心跳声在砰砰作响。青春的热情如此炽烈。油腻的煎饼虽然不知道是什么味道,却卖得很好。来看帅气的经营部新人的人多得像一卡车。金道勋觉得这些都有什么用呢。他感到自己与外界的喧嚣完全隔绝。仿佛忘记了这是哪里,自己在做什么,为什么现在在这里,什么都记不起来了。

얼굴이 너무 가깝다고 느꼈을 땐 이미 늦었다. 난데없이 부딪친 입술새로 금세 말캉한 것이 침범했다. 도훈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정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번에는 정말 맨정신이었다. 그게 더 문제였다. 자존심 상하게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겨우 혀끝이나 닿았음에도 온몸에 전기가 통한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맞닿은 하반신은 더 문제였다. 혀가 섞이는 축축한 소리와 함께 끙끙대는 소리가 동반했다. 티셔츠 아래로 정환의 차가운 손이 들어왔을 때야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当他意识到两人的脸靠得太近时,已经来不及了。突如其来的唇瓣相触,柔软的舌头很快侵入了口腔。金道勋像个不知身在何处的人一样,将手臂环绕在申正焕的肩膀上。这次他是完全清醒的,这反而成了更大的问题。尽管有损自尊,但他感觉心脏快要爆炸了。即使只是舌尖相触,全身也像通电一般酥麻。下半身的相贴更是令人难以自持。湿润的舌头交缠发出的声音伴随着呻吟声。当申正焕冰凉的手伸进 T 恤下时,金道勋才突然回过神来。

“여기 학교야.” "这里是学校。"

담담한 척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어색하게 눈을 마주친 채로 숨만 몰아쉬었다. 방금까지 물고 빨았던 입술이 번들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도훈은 뭘 더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할 줄을 몰랐다는 게 문제다.
他装作平静,但声音却在颤抖。两人尴尬地对视着,只是急促地喘息。刚刚被啃咬吮吸过的嘴唇泛着水光。老实说,那时候金道勋想要做更多。但问题是,他不知道该怎么做。

“너무 축축한데.” "太潮湿了。"

“어... 진짜 미안.” "呃...真的很抱歉。"

“갈아입고 올게.” "我去换件衣服就来。"

“아, 형 자취방 학교 근처지.”
"啊,哥的单身公寓在学校附近啊。"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또 입술이 바싹 말랐다. 정환은 도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想到这里,他的嘴唇又变得干燥起来。申正焕直勾勾地盯着金道勋。

“갈래?” "要去吗?"

“지금?” "现在?"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다. 불가항력 같은 거였다. 정환의 뒤를 따르는 내내 세상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였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 이렇게 가도 되나? 나 하나 없다고 부스 안 망하겠지? 사실 그건 다 핑계였다. 딴생각에 손바닥이 축축했다. 머지 않아 정환의 집에 들어섰을 때부터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갈비뼈부터 소름이 끼쳤다. 괜히 온몸이 굳었다. 침만 꼴딱 넘어갔다.
从一开始就没有选择。这就像是不可抗力。跟在申正焕身后的整个过程中,世界仿佛慢动作一般。我无法集中精神。我这样离开真的可以吗?少了我一个,展台应该不会垮掉吧?其实这些都只是借口。胡思乱想中,手心已经湿透了。进入申正焕家门的那一刻起,我就紧张得不得了。从肋骨开始起了一身鸡皮疙瘩。整个身体莫名其妙地僵硬了。只能不停地咽口水。

“도훈아.” "道勋啊。"

이름은 시발점이 됐다. 현관에서 몇 걸음 떼지도 못했다. 입술 부비고 혀 섞이는 과정이 좀 더 신속하고 집요했다. 손끝이 닿는 곳마다 뜨거워졌다.
名字成了起点。他们甚至没能从玄关走出几步。唇齿相依、舌尖交缠的过程变得更加迅速而执着。指尖所触之处无不灼热。

“눈 좀 감으면 안 돼?”
"能不能闭上眼睛?"

“알겠어.” "知道了。"

형 엠티 때도 눈 떴지. 모르는 줄 알았어. 모르면 그래도 돼? 누가 키스를 눈 뜨고 해? 아, 되게 뭐라 하네... 투정은 다시 입술새로 먹혀 들어갔다. 이번에는 정환이 눈을 감는지 감시했다. 그럼 정환은 얌전히 눈을 감았다.
哥,MT 的时候也睁眼了。以为我不知道呢。不知道就行吗?谁会睁着眼睛接吻啊?啊,真是的... 抱怨的话又被吞没在唇间。这次他监视着申正焕是否闭上了眼睛。于是申正焕乖乖地闭上了眼睛。

도훈은 꼭 사춘기 맞이한 남자애 같았다. 몸속 가득 끓어오르는 열기를 주체할 줄 몰라서 활활 타고 있었다. 뇌가 다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은 발 들였을 때부터 어떻게 될지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랬다. 너 남자랑 자봤어? 아니.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동영상 봤어. 대답하는 동안 도훈의 얼굴이 잔뜩 빨개졌다. 이렇게까지 얼굴에 다 보여도 되나. 정환이 얕게 웃었다.
金道勋就像个刚进入青春期的男孩。他无法控制体内沸腾的热情,整个人都在燃烧。感觉大脑都要融化了。其实从一开始他就知道会变成这样。"你和男人做过吗?""没有。""你知道怎么做吗?""看过视频。"回答的时候,金道勋的脸变得通红。这样把一切都写在脸上真的好吗。申正焕轻笑了一声。

“나 지금 괜찮겠냐고 묻는 건데.”
"我是在问你现在还好吗。"

도훈이 티나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더니 눈을 부릅뜨고 그랬다.
金道勋明显地咽了口唾沫。然后瞪大了眼睛。

“형, 근데 왜 내가 아래야?”
"哥,但是为什么我要在下面?"

거기서 정환의 참지 못한 웃음이 터졌다.
申正焕忍不住在那里笑了出来。

“너 뭐 할 줄 아는데.”
"你到底会什么啊。"

“형은 알아?” "哥知道吗?"

“이제 알아가려고 하잖아.” "我们现在正在努力了解彼此,不是吗?"

도훈이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정환이 도훈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잠깐 반항하던 다리는 또 제지당했다. 정환이 닿는 곳마다 열이 올랐다. 이런 건 반칙이었다. 도훈이 입술 깍 깨무는 동안 정환의 시선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처음 겪는 생경한 느낌보다 그걸 견디는 게 어려워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그걸 또 붙들어 막았다. 그렇게 보지 마. 입으로만 응, 하고 대답했다.
金道勋还没来得及说什么,申正焕就把嘴唇埋在了他的脖子上。刚刚还在反抗的腿又被制住了。申正焕触碰的每一处都变得灼热。这样太犯规了。金道勋咬着嘴唇时,申正焕的目光紧紧跟随着。比起第一次经历的陌生感觉,更难以忍受的是他的注视。当金道勋想用手遮住脸时,又被抓住阻止了。别这样看着我。他只能用嘴轻声回应道:"嗯。"

“좋으면 말을 해. 그래야 알아.”
"如果喜欢就说出来。这样我才能知道。"

“형이 뭘 알아.” "哥哥你懂什么。"

도훈의 말이 또 힘없이 먹혀들어간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까맣게 정신이 아득해졌다.
道勋的话又无力地被接受了。什么话也说不出来。意识变得一片漆黑。


* * *


우리 무슨 사이야? 우리 사귀는 거야? 도훈이 그런 걸 열댓번쯤 물었다. 그간 인생 돌아보자면 좋아하지 않아도 연애는 쉬웠다. 어린 날 도훈과의 연애도 그랬듯이 정환은 늘 적당하게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그럴 맘이 안 들었다. 미적지근하게 대답을 미루자 대놓고 뭐 씹은 표정을 했다. 이거 먹버야. 못하는 말이 없네. 맞잖아. 입술 댓발 내민 게 귀여워서 무게 중심 기울이면 그래도 피하지 않았다.
我们是什么关系?我们在交往吗?道勋问了十几次这样的问题。回顾过去的人生,即使不喜欢也能轻松恋爱。就像年少时与道勋的恋爱一样,正焕一直过着适度的生活。但这次不知为何没有那种心情。当他含糊其辞地推迟回答时,道勋露出了明显不悦的表情。这家伙真是。什么话都敢说。不是吗。看着他撅起嘴的可爱模样,正焕倾身靠近,而道勋也没有躲开。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렀다. 도훈은 그때쯤 발전 없는 애매한 관계에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래서 별안간 맥락도 없이 그랬다. 우리 이제 평범한 선후배 하자. 정환의 평은 겨우 그거였다. 국어책 읽는 줄 알았다. 거기서 못 참고 폭발한 도훈이 자리 박차고 나갈 때까지 정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직도 덜 자란 어린애 같은 목소리가 이명처럼 울렸다. 다른 게 아니고 걔한테 상처 준 것 같아 맘에 걸려서. 겨우 너랑 잠이나 자 보려던 게 아니었는데.
时间无意义地流逝。道勋那时已经对这种毫无进展的暧昧关系感到厌烦。所以他突然没来由地说道:"我们以后就做普通的前后辈吧。"正焕的评价仅仅是:"我还以为在读国语课本呢。"直到道勋忍无可忍爆发,起身离开,正焕都无能为力。那个还未完全长大的孩子般的声音像耳鸣一样回响着:"不是别的,只是觉得好像伤害了他,心里过意不去。我本来也不是只想和你上床而已。"

가끔 공부를 하다가도 딴짓을 하다가도 도훈이 떠올랐다. 걔는 까맣고 말랐고 머리통이 작다. 웃을 땐 줄곧 눈이 없어질 만큼 웃는다. 투명하고 솔직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인다. 누군가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 본 게 처음이었다.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떠올려 본 것도 처음이었다. 이런 게 남들이 환상처럼 쫓는 사랑인가 싶었다. 도훈이 보고 싶네. 진짜 연애는 이렇게 시작해야 하는 거구나. 정환은 그제서야 그런 걸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有时候学习的时候,有时候做别的事情的时候,金道勋的身影总会浮现在脑海里。他皮肤黝黑,身材瘦削,头小小的。笑起来的时候,眼睛会眯成一条缝。他为人透明诚实,所思所想都写在脸上。这是我第一次如此深入地思考一个人。也是第一次回想起某个人笑的样子。我想,这大概就是人们梦寐以求的爱情吧。好想见到道勋啊。原来真正的恋爱就该是这样开始的。申正焕这才慢慢意识到这一点。

도훈은 대놓고 정환을 피하고 있었다. 캠퍼스에서 마주칠 기세라도 보이면 일부러 빙 둘러가는 게 보였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했으므로 우연히 마주치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정환은 도훈을 찾아나서기로 맘먹었다. 도훈이 다음 수업 뭔지 아는 사람. 도훈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마주치는 후배마다 붙잡고 대뜸 물어봤다. 정환 선배가 니 찾는다.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니 그 소식이 도훈한테까지 들어갔다는 건 몰랐다.
金道勋明显在躲着申正焕。在校园里,只要看到有可能遇到的迹象,他就故意绕道而行。由于一方单方面的回避,偶遇变得不可能。因此,申正焕下定决心要主动去找金道勋。他抓住每个遇到的学弟,突然询问谁知道金道勋下一节课是什么,谁知道金道勋在哪里。"申正焕学长在找你。"平时不这样的人突然这么做,他不知道这个消息已经传到了金道勋那里。

김도훈 오늘 풀강이라는데요? 기다리지 말래요. 나한테 하는 말이래?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애꿎은 후배를 괴롭혔다. 덕분에 정환은 별 할일도 없이 새삼스럽게 캠퍼스 탐방이나 했다. 종내는 그거였다. 얌전히 기다리자. 도훈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도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나중에는 놓칠새라 정문 앞 벤치에서 대기 탔다. 얼마간 지났나 보다. 저 멀리서 터벅터벅 길쭉한 인영이 걸어온다. 아주 멀었음에도 정환은 그게 도훈인 줄 알았다. 땅 보고 걷던 도훈은 발치 가까워져서야 정환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金道勋今天说是要上一整天的课?让我别等他。是对我说的吗?这个嘛……我不太清楚。他无缘无故地欺负后辈。多亏了他,郑焕无所事事地重新游览了一遍校园。最后还是那样。乖乖地等着吧。就像道勋曾经做的那样。即便如此,心里还是很不安。后来怕错过他,就在正门前的长椅上等着。大概过了一会儿。远处有个高挑的身影慢慢走来。虽然还很远,郑焕却知道那就是道勋。一直低头走路的道勋直到快到脚边才发现郑焕,顿时愣住了。

“왜.” "为什么。"

그래도 개무시는 안 했다. 경계하는 도훈의 얼굴이 잔뜩 상해 있었다. 살도 조금 빠졌다. 그런데 우습게도 정환은 그 얼굴에 잔뜩 입 맞추고 싶었다.
尽管如此,他也没有完全无视。金道勋警惕的脸上满是伤痕。他还瘦了一些。但奇怪的是,申正焕却想在那张脸上狠狠地亲吻。

“우리 이렇게 완전히 신경 끄고 살 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아.”
"我觉得我们之间的关系还没到可以完全不在意对方的地步。"

“형 좀 피곤한 스타일이야. 알아?”
"哥,你看起来有点累啊。知道吗?"

알 턱이 없었다. 정환 인생에서 그런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他完全没想到。正焕这辈子从未听过这样的话。

“형 안 보고 싶었어?” "哥,你不想我吗?"

“별로.” "没什么特别的。"

“난 보고 싶었는데.” "我一直很想见你。"

또 무슨 꿍꿍이야. 피곤해 보이는 도훈을 앞에 두고 눈치도 없이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이제는 확신했다. 무지렁이도 알 수 있었다. 이건 필히 사랑이다.
又在打什么鬼主意。看着疲惫的金道勋,我忍不住想笑,真是不会看眼色。现在我确信了。就连傻瓜也能明白。这绝对是爱情。

“도훈아. 너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道勋啊,你觉得爱情是什么?"

“개소리야, 또...” "又在胡说八道了..."

난 이거 같은데. 我觉得是这个。

“나 너 좋아하나 봐.” "我好像喜欢上你了。"

잠시간 정적이 맴돈다. 내려앉는 공기가 미지근하다. 정환이 도훈을 찾아나섰던 건 아침이었는데 이미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동안 몇 번이나 말을 고르고 골랐다. 정환은 이제서야 알았다. 저를 향한 수많은 고백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에서 거듭되었는지를. 김도훈의 그 시절도 얼마나 고뇌에 가까웠는지를.
一阵短暂的沉默弥漫开来。空气变得温热,缓缓沉降。正焕出门寻找道勋时还是早晨,现在天空已经染上了橘色。这期间,他反复斟酌了无数次该说的话。正焕此刻终于明白了,那些向他告白的人们曾经历过多少次反复思考。金道勋当年的心情也一定充满了纠结。

“연애할래?” "要谈恋爱吗?"

겨우 네 글자 말하는데 심장이 별나게도 뛰었다. 이런 건 정말로 정환 인생에 없었다. 도훈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찰나가 억겁 같다. 그걸 왜 이제 말해. 걔가 툴툴대다가, 이번에는 웃는다. 코먹지도 않고, 등 뒤로 얼굴을 숨기지도 않고. 어김없이 찌르면 찌르는 대로 온몸으로 반응하는 어린애처럼. 정환이 마주보고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仅仅说出四个字,心脏却异常地跳动。这种感觉在申正焕的人生中从未有过。等待金道勋开口的瞬间仿佛漫长如永劫。你为什么现在才说。他先是嘟囔着,随后又笑了起来。既没有用手捂住嘴,也没有把脸藏在背后。就像个孩子一样,毫无保留地用全身反应着每一次触动。申正焕面对着他微笑,张开双臂。

정환의 궤도가 또 한번 정상 범주를 이탈한다. 그 애가 너무 좋았다.
正焕的轨道又一次偏离了正常范围。他太喜欢那个人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