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없는 「단편」입니다. * 这是一篇没有外传的「短篇」。
* 단편이지만 분량이 많이 깁니다. 끊어 읽기보다는 한 번에 읽어 주시기를 바라며, 그러므로 여유 있을 때 읽으시기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7월 26일 전에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
* 虽然是短篇,但内容相当长。希望您能一口气读完,而不是分段阅读,因此建议您在有充足时间的时候阅读。(但如果可能的话,希望您能在 7 月 26 日之前阅读完毕..)
* 전개를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들이 있습니다. 고증 관련해서는 너른 양해를.
* 为了剧情发展,有一些与现实脱节的设定。关于考证方面,请给予宽容理解。
* 글 하단에 음악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글을 마지막까지 읽으신 후에, 재생을 눌러서 들어주세요.
* 文章底部附有音乐。请在读完全文后,点击播放按钮收听。
+ Importance Notice for Foreign Readers.
+ 致国外读者的重要通知。
태국에서 열리는 U-17 아시안컵 축구 청소년 대표 명단 발표가 떴다. 명단에 김도훈은 없었다.
泰国举办的 U-17 亚洲杯足球青少年代表名单公布了。名单中没有金道勋的名字。
“청대 뽑힌 세 명은, 이번 무학기 대회랑 여름 전지훈련은 참가하지 못 한다. 잘 갔다 오라고 다들 축하해주고, 빈 자리 잘 메꾸고, 오늘부터 변경된 포메이션 적응 훈련 들어간다. 알겠나.”
"被选入青队的三个人,这次无学期比赛和夏季集训都不能参加。大家都祝贺他们一路顺风,我们要好好填补空缺,从今天开始进行调整后的阵型适应训练。明白了吗?"
“예 알겠습니다!” "好的,我明白了!"
우렁차게 소리쳤다. 뒷짐 진 손이 떨리는 게 너무 크게 소리를 쳐서인지, 감정을 숨기느라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감독님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야 이 새끼 존나 축하한다, 파주 또 가냐, 존나 부럽다, 다 이기고 와라, 하며 청대 뽑힌 세 명의 뒤통수 벅벅 쓰다듬으면서 다들 거친 축하를 보냈다. 김도훈도 똑같이 했다. 존나게 축하한다, 골 존나 넣고 와라.
大声喊道。不知是因为喊得太大声还是为了掩饰情感,背在身后的手在颤抖。教练一离开,大家就开始粗鲁地祝贺,拍打着三名入选国青队球员的后脑勺,说着"喂,你这混蛋,真他妈的恭喜你","又要去坡州了吗","真他妈的羡慕","全都赢回来"。金道勋也一样,"真他妈的恭喜你,回来的时候多进几个球"。
“시발, 김도훈 괜찮냐.” "妈的,金道勋你没事吧。"
“어쩌라고.” "那又怎样。"
“난 존나 부러운데.” "我他妈的太羡慕了。"
“어쩌라고, 진짜.” "那又怎样,真是的。"
락커룸에서 말 거는 동기한테 짜증 가득 냈다. 내가 괜찮으면 어쩔 거고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야 누가 시발 거렸어. 지나가는 2학년이 으름장 놓길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대답했다. 37기 김도훈, 죄송합니다. 정작 시발 소리 한 동기는 눈치보다 뒤늦게 엉거주춤 따라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따라 외쳤다. 김도훈 너 이번엔 라이트윙 레프트윙 제대로 다 해봐라, 하고 어깨 치는 손에 예, 감사합니다. 외쳤다. 청대 뽑혀 나간 선수들 자리에 김도훈이 들어가니까 기회라면 기회였다. 물론 김도훈은 그 기회가 반갑지 않았다. 빈자리 메꾸는 것따위보단 청대를 더 가고 싶었다.
在更衣室里,他对搭话的同期生满腹怨气。我好不好关你什么事。喂,谁他妈说话了。路过的二年级生摆出威胁的架势,他立即从座位上站起来回答。37 期金道勋,对不起。实际上说脏话的同期生察言观色后姗姗起身,跟着喊道:对不起。金道勋,这次你要好好打右翼和左翼,拍肩的手说道,他大声回应:是,谢谢。被选入青少年国家队的选手们离开后,金道勋顶替了他们的位置,这算是个机会吧。当然,金道勋并不欢迎这个机会。比起填补空缺,他更想去青少年国家队。
김도훈은 달리기가 존나게 빨랐다. 100미터를 11초대에 뛰었다. 물론 축구는 100미터보다 순간 속도가 더 중요했는데 어쨌든 다른 애들보다 50미터도 빨랐으니까 발이 빠른 건 맞았다. 근데 체력이 후달렸다. 김도훈이, 너는 체력 땜에 풀타임 못 드가. 감독님 얘기에 뒷짐지고 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체력 후달리면 키워서 풀타임 뛰면 될 거 아니야. 이 악물고 체력단련실에서 웨이트 치려고 하면 감독님이 말렸다. 나이 먹고 몸 키우면 다 극복 된다, 아직 몸 덜 자랐으니까 벌크업은 하지 마라. 그러면 또 뒷짐지고 예, 해야 했다. 속으로 욕지거리 씹었다. 키는 이미 백팔십 찍었는데 아직도 안 자랐다고 하면 언제까지 기다리란 거야. 몸도 키우지 말라고 하면 나이 먹고 몸 키우면 극복되는 건 어떻게 아는 건데요. 밥먹듯이 청대 뽑혀나가는 애들이라고 몸이 다 큰 것도 아니었다. 걔네도 나랑 동갑인데 왜 걔네는 청대고 나는 아닌데요. 하루가 급했다. 중학교 때까지 공격수만 하다가 중3 때 미드필더로 내려왔다. 막 학기 때 감독님이 수비수로 보내려고 했다가 몸이 작아서 몸빵 안 될 것 같다고 일단 중원에서 더 버텨보자고 해서 그대로 고등학교까지 왔다. 아빠는 더 좋아했다. 해외 진출하기엔 역시 미드필더지, 도훈아! 박수 짝짝 치며 좋아하는 얼굴에 대고 웃지 못 했다. 내가 잘해서 중원 온 게 아니고 공격수에서 밀려서 온 건데. 어떻게든 유럽 리그로 보내고 싶어하는 아빠 앞에 두고 아빠 그거 아니야 하고 짜증이나 냈다.
金道勋的跑步速度快得要命。他能在 11 秒内跑完 100 米。当然,足球比起 100 米冲刺更看重瞬时速度,但无论如何他比其他人快 50 米,所以确实是个脚程快的选手。可惜体力不行。金道勋,你因为体力问题无法打满全场。面对教练的话,他只能背着手说"是"。体力不行的话,长大后再打满全场不就行了吗?咬牙切齿地想去健身房举重时,教练又阻止了。年纪大了,身体长开了就能克服一切,现在身体还没长好,别增肌。这时他又只能背着手说"是"。心里暗骂不已。身高都已经一米八了,还说没长好要等到什么时候。不让增肌,那怎么知道年纪大了增肌就能克服问题呢?像吃饭一样频繁被选入青年队的那些人,身体也不都是完全长开的。他们跟我同岁,为什么他们能进青年队而我不行呢?一天比一天着急。初中一直打前锋,初三时才降到中场。学期快结束时教练想把他调到后卫,但觉得他身材小,可能抗不住身体对抗,就说先在中场再坚持一下,就这样一直到了高中。爸爸反而更高兴了。要出国的话果然还是中场好,道勋啊!看着爸爸拍手叫好的脸,他笑不出来。我不是因为表现好才来中场的,是因为在前锋位置上被挤下来的。面对不管怎样都想把他送到欧洲联赛的爸爸,他忍不住发脾气说爸爸你不懂。
축구는 어릴 때부터 잘했다. 공 갖고 노는 걸 워낙 좋아했는데, 사실 아빠가 더 좋아했다. 어릴 때 기억은 아빠랑 축구공 갖고 놀기, 어릴 때부터 김뫄뫄(옛날에 존나게 유명했던 선수라고 했다) 어린이 축구교실에 아빠 손잡고 다니기. 우리 아들 꼭 맨유의 킴으로 만들 거야. 언제적 맨유야, 아빠. 요즘 리그앙도 돈 많이 줘서 좋긴 하지만, 축구는 역시 프리미어 리그지. 프리미어 리그 입성할 수 있어, 우리 아들! 집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어릴 땐 어디 유럽의 유스 프로그램도 잘만 다녀왔다. 머리 좀 크고 알게 된 건데, 축구를 존나 잘해서 뽑혀 간 건 아니고 집에 돈 많고 부모가 극성이면 갈 수 있는 것들이었다. 중학교 때도 축구부, 고등학교 때도 축구부. 축구 명문으로 유명한 학교로만 진학했다. 김도훈이 그 잘난 축구부 명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아빠가 고생한 것도 안다. 감독이랑 코치한테 얼마나 로비를 해댔는지, 해외 전지훈련마다 그 비용을 얼마나 댔는지. 이 바닥은 다 그러니까. 물론 김도훈이 로비빨로만 간 건 아니다. 축구 잘하긴 한다. 근데 잘하는 애들 중에선 어 김도훈 걔 뭐 쓸만 하지 하는 게 전부라서 문제였다. 저 놈 물건이네, 쟤 이름 뭐냐, 아 쟤가 걔야? 이렇게 언급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축구부 명문 고등학교 입학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지원을 받는 건 학교 축구부였다. 김도훈 개인이 아니라. 잘한다는 놈들 모아놓고 보니 잘하는 놈들은 따로 있었다. 경기 끝나면 매번 수훈선수 인터뷰 하는 애들. 이번에 청대 뽑혀간 애들. 그런 애들 말이다. 존나 축하한다, 하고 애들이랑 같이 뒤통수 박박 쓰다듬어 주긴 했는데, 속은 꼬여서 말이 아니었다. 나도 가고 싶었는데. 아빠는 전화해서는 또 아이고 감독님이 우리 도훈이를 못 알아봤네, 미래의 국대 7번인데 말이야! 하면서 위로해준답시고 큰 소리로 웃었는데 하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미래의 국대 7번, 그런 건 내가 아니라 오늘 청대 뽑혀간 걔네가 되겠지.
从小就擅长足球。特别喜欢玩球,其实爸爸更喜欢。小时候的记忆是和爸爸一起玩足球,从小就和爸爸一起去金某某(据说以前非常有名的球员)儿童足球学校。我一定要把我儿子培养成曼联的金。爸爸,那是多久以前的曼联啊。虽然现在法甲也给很多钱,但足球还是英超最好。我们儿子一定能进入英超!家里给予了全面的支持。小时候还去过欧洲的青训营。长大后才知道,并不是因为足球特别厉害才被选上,而是家里有钱,父母热心就能去的那种。初中时是足球队,高中时也是足球队。只上足球名校。金道勋为了进入那所有名的足球名校,我知道爸爸付出了很多。不知道给教练和主教练做了多少游说工作,每次海外集训都出了多少钱。这个圈子都是这样的。当然,金道勋不是只靠关系进去的。他确实擅长足球。但问题是,在擅长的孩子中,他只能算是"嗯,金道勋那小子还可以"这种程度。应该被人提到"那家伙真厉害,他叫什么名字?哦,原来是他啊?"这样,但事实并非如此。虽然进入了足球名校高中并得到全面支持,但得到支持的是学校足球队,而不是金道勋个人。把所谓的好手们聚在一起后,才发现真正厉害的是另外那些人。每次比赛结束后接受最佳球员采访的那些孩子。这次被选入青年国家队的那些孩子。就是那样的孩子。虽然和其他孩子一起说"真他妈的恭喜",拍着他们的后脑勺,但内心却纠结得不行。我也想去啊。爸爸打电话来说"哎呀,教练没看出我们道勋的实力,明明是未来的国家队 7 号呢!",边说边大声笑着想安慰我,但我一点也高兴不起来。未来的国家队 7 号,那不是我,而是今天被选入青年国家队的那些家伙吧。
샤워 끝내고 다같이 기숙사 들어가는 길에 기분이 뭣 같아서 발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기숙사 들어가봤자 다 같은 얼굴이었다. 같은 방에 이번에 청대 뽑힌 애도 있다. 걔 내일 출발하나. 빨리 짐 싸서 나갔으면 좋겠다. 아까 축하한다고 하면 됐지 방에서 얼굴 보고 또 축하한다고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럴 마음도 안 들었고. 김도훈 어디가냐 소리에 가운데 손가락 뒤로 날려주고 걸었다. 설마 선배들 있는 건 아니겠지. 보면 뭐 어쩌라고. 기분 존나 구린데 선배들이 잡아봤자 더 바닥으로 갈 기분도 없었다.
洗完澡一起回宿舍的路上,心情糟糕透了,于是转身走开了。反正回宿舍后也都是一样的脸。同一个房间里还有这次被选中去青岛的人。他明天出发吗?希望他赶紧收拾行李走人。刚才说了恭喜就够了,没有勇气回到房间再面对面说一次恭喜。也没那个心情。听到金道勋问我去哪,我朝后面竖了个中指继续走。应该不会碰到前辈们吧。就算碰到又能怎样。心情已经糟透了,就算被前辈们抓住也不会更糟了。
대한스포츠과학고등학교는 사립 재단의 체고였다. 빵빵한 재단 덕에 시설 훌륭하고, 좋은 코치들 쓸어담고 좋은 선수들 쓸어와서(축구같이 인맥빨인 데는 로비로 뽑아오는 게 더 컸지만) 종목 별로 인재 육성하는, 뭐 그런 학교였다. 비인기 종목에 지원도 빵빵해서 학교에서 훈련받다가 진천 선수촌으로 소집되어 가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많은 학교였다. 이 얘길 왜 하냐면, 이 학교의 존나게 큰 자랑인 수영장으로 김도훈이 가고 있어서 그렇다.
大韩体育科学高中是一所私立体育高中。得益于雄厚的财团支持,学校设施优良,聘请了优秀的教练,吸引了优秀的运动员(像足球这样靠人脉的项目,更多是通过游说来招募的),是一所培养各个项目人才的学校。学校对非主流项目的支持也很充足,许多非主流项目的运动员在学校接受训练后被征召到镇川运动员村。之所以说这些,是因为金道勋正在前往这所学校引以为傲的超大游泳池。
존나게 큰 자랑답게 수영장이 존나게 컸다. 입학하기 전부터 김도훈은 그 수영장을 가보는 게 꿈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가 유명했다. 실내와 실외 수영장을 한 건물에 담았고, 그 안에 풀만 여러개였다. 실내에는 올림픽 사이즈 풀에 관객석까지 지어놨고 야외에는 적당한 깊이의 50미터 레인 풀에, 5미터 수심 다이빙풀에, 애들 놀다 가라는 거대한 타원형의 놀이 풀까지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들었다. 가본 적은 없고 얘기만 들었다. 체고답게 여러 스포츠에 능한 애들이 모인 곳이니, 야외 풀은 아무나 쓰라고 개방했다고도 들었다. 실내는 수영부 선수들이 훈련하느라 못 들어가지만, 야외 풀은 동아리든 누구든 편하게 쓰면 된다고 분명히 들었는데.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수영장을 입학하고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 왜냐면 축구부 신입생 김도훈은 훈련 때문에 존나 바빴으니까. 청대 소집 축하한다고 처음으로 훈련 일찍 끝난 날이라, 시간이 비었다. 그놈의 청대 소집. 기분이 너무 구려서 학교 안에서 도피할 곳이 필요했다. 교실, 운동장, 기숙사, 체력단련실. 갔던 데만 가니까 아는 얼굴만 만나고 도피랄 것도 없었다. 그래서 가본 적 없는 수영장이 목적지였다. 거대한 수영장 건물 로비를 지나고 나니, 야외 수영장이 바로 나타났다. 이렇게 바로 물이 보일 줄은 몰라서 도훈은 당황했다. 아마도 락커룸은 수영장을 지나서 더 안 쪽에 있는 모양이었는데.
正如它引以为傲的那样,游泳池确实大得惊人。金道勋在入学前就听说过这个游泳池的规模之大,以至于去那里成为了他的梦想。室内和室外游泳池都在同一栋建筑里,里面有好几个池子。据说室内有奥运会规格的泳池,甚至还有观众席;室外有一个 50 米深度适中的泳道,一个 5 米深的跳水池,还有一个巨大的椭圆形娱乐池,似乎是专门为孩子们玩耍而设的。没错,这些都是道听途说。他从未亲眼见过,只是听说而已。据说作为一所体育高中,这里聚集了各种运动能手,室外泳池对所有人开放。虽然室内泳池因为游泳队训练而不对外开放,但他清楚地听说过,无论是社团还是其他人,都可以随意使用室外泳池。尽管入学没多久,但他一直很想去的游泳池却一次都没去成。为什么呢?因为作为足球队的新生,金道勋忙得要命。今天是为了庆祝入选青少年国家队而难得提前结束训练的日子,所以有了空闲时间。那该死的青少年国家队选拔。心情糟糕透了,他需要在学校里找个地方躲起来。教室、操场、宿舍、健身房,都是他经常去的地方,只会遇到熟悉的面孔,根本算不上躲藏。所以,他从未去过的游泳池成了目的地。穿过巨大的游泳池大楼大厅后,室外游泳池立刻映入眼帘。金道勋没想到会这么快就看到水,有些惊讶。看来更衣室应该在穿过游泳池后的更里面。
“......” "......"
처음 와본 곳이라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다. 물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지니까. 야외 수영장이라는 거, 파란 하늘에 파란 물만 봐도 속이 트이니까. 축구부 동기나 같은 반 애들 중에 수영장 가봤다고 말 한 애가 아무도 없어서 말만 아무나 써도 된다고 하고 실상 아무도 안 쓰는 그런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我本来只想来这个第一次来的地方随便看看。看到水心情就会好一点。露天游泳池,蓝天下的蓝色水面,光是看着就让人心旷神怡。足球队的同学和班上的同学中没有一个人说去过游泳池,所以我以为这是个随便谁都可以用,但实际上没人用的地方。但是。
수영장에 누가 있었다. 아니, 얼굴이 안 보이고 물 속에서 움직이는 인영밖에 안 보였는데도 누군지 바로 알았다. 신정환이다. 본 적 없는 사람인데 오감이 먼저 알아챘다.
泳池里有人。不,虽然看不到脸,只能看到水中移动的人影,但我立刻就知道是谁了。是申正焕。虽然从未见过这个人,但我的感官先一步认出了他。
인어다. 인어 같다.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이었다. 김도훈은 말을 잃었다. 물 속에서 유영하는 인어는 신정환이었는데, 물 밖의 김도훈은 마치 자신이 인어공주가 된 것만 같았다. 목소리를 잃은 것처럼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자리에 박혀 서서, 물 속에 있는 그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人鱼。像人鱼一样。那是一种不可思议的动作。金道勋失去了言语。水中游动的人鱼是申正焕,而水外的金道勋却感觉自己仿佛成了小美人鱼。就像失去了声音一样,一句话也说不出来。时间仿佛静止了,他只能站在原地,无限地凝视着水中的他。
촤아-. 唰啊-。
일부러 낸 듯한 물소리와 함께, 물 속에서 하얀 얼굴이 솟아 올랐다. 아, 눈이 마주쳤다.
伴随着似乎是故意发出的水声,一张白皙的脸庞从水中浮现。啊,四目相对了。
“......” "......"
젖은 머리칼, 젖은 얼굴. 한참을 넋놓고 빤히 바라보다 겨우 허리를 접었다.
湿漉漉的头发,湿润的脸庞。他呆呆地盯着看了好一会儿,才终于弯下腰来。
“안녕하십니까.” "你好。"
“수영하러 왔어?” "来游泳了吗?"
축구부 김도훈입니다, 그 소리를 하기도 전에 말허리가 잘렸다. 느릿하게 울리는 낮은 목소리가, 빠릿하게 인사하는 제 말을 잘랐다. 구십도 굽힌 허리를 펴고 눈을 다시 마주쳤다. 네도 아니요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냥 물 보러 왔는데요, 하기엔 저 신정환에게 할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我是足球部的金道勋,还没来得及说完这句话,就被打断了。一个缓慢而低沉的声音,切断了我快速的问候。我直起弯曲 90 度的腰,再次与他对视。我既不能回答是,也不能回答不是。"我只是来看看水",这样的话似乎不适合对申正焕说。
“수영장 왔으면 신발 좀 벗고 올래.”
"来游泳池了就把鞋子脱了吧。"
턱짓으로 가리키는 몸짓에 얼른 운동화를 벗었다. 넵. 몸보다 늦은 대답을 한 뒤에 양말도 벗어버렸다.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홀린 듯이 천천히 물 가까이 걸어갔다.
我按照他下巴示意的动作迅速脱掉了运动鞋。"好的。"我回答得比动作慢了一拍,然后也脱掉了袜子。在他直勾勾的注视下,我仿佛被催眠了一般,缓缓地走向水边。
“죄송해요, 계신 줄 몰랐어요.” "对不起,我不知道您在这里。"
지상 바닥에 팔을 괸 채 쳐다보는 얼굴에 말했다. 정말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왔다. 그 신정환이 있을 거라곤 더더욱 상상도 못 했고.
他双臂撑地,抬头看着对方的脸说道。他真的以为这里一个人都没有才来的。更没想到申正焕会在这里。
“아니야, 여기 우리 학교 학생이면 아무나 와도 되는 곳이야.”
"不是的,这里是我们学校的学生都可以来的地方。"
아무나. 任何人。
“아, 나는 물 좋아해서 맨날 있긴 해.”
"啊,我很喜欢水,所以每天都会接触到。"
느릿하게 말을 덧붙이고는 웃어보인다. 물 좋아해서라는 소개가 새삼스러웠다. 수영부 신정환.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전국민이 아는 존재였다. 햇살 마린보이, 미소년 인어왕자, 대한민국 수영계의 아이돌, 온갖 예쁘고 귀엽고 오글거리는 수식어가 다 붙었다. 한국 주니어 신기록 최다 보유자, 전국체전 고교부 금메달 싹쓸이, 아시안게임 메달 4개, 세계 선수권 대회 화려한 데뷔, 그리고 올 해 파리 올림픽 유력한 단거리 메달 후보. 수영선수 전성기인 20대 초반이 아직 오지 않아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알 수 없는 어마무시한 수영 괴물(좋은 의미로)이라고 불리는 수영 국가대표 신정환.
他慢慢地补充道,然后微笑着。对于喜欢水的介绍突然感到新鲜。游泳队的申正焕。不仅是我们学校,而是全国都知道的存在。阳光海洋男孩、美少年人鱼王子、韩国游泳界的偶像,各种美丽可爱令人心动的修饰语都用上了。韩国青少年纪录最多保持者、全国体育大会高中组金牌包揽、亚运会 4 枚奖牌、世界锦标赛华丽出道,以及今年巴黎奥运会短距离项目有力奖牌候选人。游泳选手黄金时期的 20 岁出头还没到来,不知道还能成长到什么程度的可怕游泳怪物(褒义)、被称为游泳国家代表队的申正焕。
“너 얼굴이 왜 그래.” "你的脸怎么了?"
청대 발표 때문에 구린 기분 그대로 찾은 수영장이라, 아직도 얼굴에 다 드러난 모양이었다. 빤히 올려다보는 얼굴에, 김도훈이 그 앞에 쪼그려앉았다. 그나마 얼굴이 가까워졌다.
因为青黛发布会的缘故,带着糟糕的心情来到游泳池,看来脸上还是一览无余。金道勋蹲在他面前,直直地仰望着他的脸。至少这样脸离得近了些。
“오늘 축구 청대 발표났거든요.” "今天足球队选拔结果出来了。"
“청대? 청소년 대표?” "青代?青少年代表?"
말 속도가 꽤나 느리다. 说话速度相当慢。
“네, 국가대표요.” "是的,我是国家代表。"
이미 국가대표인 형한텐 아무 것도 아닌 그것이요.
对于已经是国家代表的哥哥来说,那根本不算什么。
“근데?” "但是?"
“제가 안 뽑혀서 기분이 좀 안 좋았어요.”
"我因为没被选上,心情有点不好。"
여전히 말간 얼굴로 쳐다본다. 막상 말을 뱉고 나니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너무 쪼잔해 보였다.
他依然用清澈的眼神看着我。话一说出口,我就觉得说这种话的自己显得太小气了。
“너 수영 잘해?” "你游泳游得好吗?"
“네?” "什么?"
“여기 수영하려고 온 거 아니야?”
"你不是来这里游泳的吗?"
그런데 듣고는 전혀 다른 질문을 한다. 저 오늘 청대 안 뽑혀서 기분 구려서 온 거라고 대답했는데요. 그대로 무시당했다. 국대에겐 내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야?
但是听完后却问了一个完全不相关的问题。我回答说今天没被选上青年队所以心情不好才来的。结果被直接无视了。对于国家队来说,我的烦恼根本不算什么吗?
“못 하진 않아요. 형보단 아니겠지만.”
"我不是做不到。虽然可能比不上哥哥。"
“너 잘하냐고만 물었는데.” "我只是问你做得好不好。"
국가대표 수영 선수 앞에서 수영 잘한다고 말하기가 민망해서 덧붙인 말이었는데.
在国家代表游泳选手面前说自己游泳很好感到有些尴尬,所以才补充了这句话。
“네, 저 못 하는 운동 없어요.”
"是的,没有我不会的运动。"
괜히 욱해서 대답했더니 말간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뭐지.
我不经意间生气地回答后,他清澈的脸上绽放出笑容。这是怎么回事。
“악!” "啊!"
발목이 휘어잡히고 그대로 물에 빠졌다.
脚踝被抓住,就这样掉进了水里。
아무나 들어와도 된다고 하는 야외풀 치고는, 깊이가 얕진 않았다. 갑작스런 입수에 바닥에 발 한 번 터치 못 하고 물 위로 둥글게 바로 떠올랐다. 수면 위에서 마주친 하얀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对于一个据说任何人都可以进入的户外游泳池来说,水深并不浅。突然入水后,脚都没能碰到池底就直接浮出了水面。在水面上遇到的那张白皙的脸庞正灿烂地笑着。
“아, 형 뭐예요!” "啊,哥你干嘛呢!"
어푸푸. 물 위로 고개를 빼며 겨우 소리쳤다. 보니까 물 무서워하지는 않네. 저를 두고 하는 감상을 두고 머리를 털었다. 머리를 왜 그렇게 털어, 강아지 같아. 저 이렇게 막 들어와도 돼요? 갈아입을 옷도 없이 물에 빠진 것보다, 신정환이 있는 수영장 물에 이렇게 운동복 차림으로(새 옷이긴 하다) 빠져도 괜찮은지 그게 더 걸렸다. 씻는 거는 직전에 축구부 샤워실에서 씻고 왔으니 그럭저럭 봐줄 것 같았다. 어, 지금까지 여기 온 사람 너밖에 없어서 괜찮아. 머리카락은요? 나도 모자 안 썼잖아. 여기 정수 시설이 머리카락은 알아서 밖으로 치워. 걸려봤자 내 머리카락이랑 네 머리카락이 다야. 얼마나 길다고. 천천히 수영장 시설 설명을 해주는 말에 안심했다.
呼噜呼噜。他勉强把头探出水面,大声喊道。看来他并不怕水嘛。他甩了甩头,对自己的这番感想不以为然。"你干嘛甩头发,像只小狗似的。"申正焕说道。"我这样直接下水没问题吗?"他更担心的是,与其没有换洗的衣服就掉进水里,不如穿着运动服(虽然是新衣服)跳进有申正焕在的游泳池里是否合适。至于洗澡的问题,他刚刚在足球队的淋浴间里冲过澡,应该还过得去。"嗯,到现在为止这里只有你一个人来过,所以没关系。""那头发呢?""我不是也没戴泳帽吗?这里的净化系统会自动把头发清理出去。就算有也只是我的头发和你的头发而已。能有多长啊。"听着对方慢慢解释游泳池的设施,他放下心来。
근데. 지금 내 말 하나도 안 들은 거지.
但是。你现在一句话都没听进去吧。
“형같이 맨날 기록 깨고 메달 따는 사람은 몰라요.”
"像哥哥这样天天打破记录、赢得奖牌的人是不会懂的。"
국대 앞에서 청대 안 됐다고 말한 제가 바보다. 올림픽 성인 무대에 나가는 사람 앞에서, 청소년 대표 그깟게 다 뭐겠어. 기분 나쁘다는 사람 물에 빠뜨리기나 한다. 내가 왜 기분 나쁜지 평생 이해 못 하겠지.
我真是个傻瓜,竟然在国家队面前说青年队不行。在参加奥运会这种成年赛事的人面前,青年代表队算什么呢。说我让人心情不好的人,干脆把他们扔进水里算了。他们这辈子都不会明白我为什么心情不好。
“너 나 알아?” "你认识我吗?"
무해한 눈이 저를 쳐다본다. 无害的眼睛注视着我。
“형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有人不认识道勋哥吗?"
“내가 누군데.” "我是谁啊。"
“3학년 수영부 신정환 선배요. 수영 국가대표요. 차세대 마린보이, 인어왕자, 이번 올림픽 자유형 단거리 대한민국 금메달 유망주, 올림픽 출전 수영 선수 중 유일한 십대, 뭐 제가 어디까지 말씀 드려요?”
"三年级游泳部的申正焕前辈。国家游泳代表队成员。新一代的海洋男孩,人鱼王子,这届奥运会自由泳短距离韩国金牌热门选手,奥运会参赛游泳选手中唯一的十几岁选手,我还需要说到什么程度呢?"
씩씩거리고 읊어대니 그 말을 다 듣고는 또 웃는다.
听着他气呼呼地念叨着,听完后又笑了起来。
“나 그냥 수영 취미인데.” "我只是把游泳当作爱好而已。"
“네?” "什么?"
웃는 얼굴로 엉뚱한 소릴 한다.
笑着说些莫名其妙的话。
김도훈의 황당한 얼굴을 앞에 두고 신정환이 바닥을 짚어서 가볍게 올라갔다. 하얀 몸에서 물이 떨어졌다. 몸이 진짜, 진짜 하얗다. 너른 어깨 끝에는 어깨뼈가 뾰족하게 자리했다.
金道勋一脸惊愕地看着眼前的景象,申正焕轻轻地撑着地板站了起来。白皙的身体上水珠滴落。他的身体真的,真的很白。宽阔的肩膀末端,肩胛骨尖锐地凸显出来。
“갑자기 빠뜨려서 미안.” "抱歉突然把你漏掉了。"
여전히 물 안에서 흠뻑 젖어있는 김도훈을 바라보며,
注视着仍然在水中浑身湿透的金道勋,
“안에 수건 놓고 갈게. 그거 써.”
"我会在里面放条毛巾。用那个吧。"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한 번 넘기더니,
他将湿漉漉的头发往后捋了一下,
“수영할 거면 너도 수영복 갖고 와.”
"如果要游泳的话,你也带上泳衣。"
자기 할 말만 하고는 뒤를 돌았다.
说完自己想说的话就转身离开了。
그게 신정환과의 첫 만남이었다. 那是与申正焕的第一次相遇。
미성년의 바다 未成年的海洋
기숙사 들어가서 잠 안 자고 유튜브로 다 찾아봤다. 신정환 이름 들어간 쇼츠 릴스 종류 별로 다 봤다. 수식어가 화려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가장 높은 건 작년에 있었던 세계 선수권 대회 400미터 계영 은메달 인터뷰였다. 몸 좋은 남자 네 명이 다 벗고 인터뷰해서 눈이 호강한다며 유명했다. 그 중 단연 신정환 선수 미래가 밝네요, 실력도 좋은데 얼굴도 훈훈하네요, 하는 댓글들만 수백 개였고. 실력은 가장 뛰어나면서 같이 한 선수들 치켜세워주고 팀워크 강조하는 신정환 선수 역시 마음씨도 국대감이네요, 하는 댓글엔 어그로 댓글이 만선이었다. 인기 많으니까 착한 척 하는 거임, 요즘은 선수들도 이미지 메이킹 하는 거 모름? 등등. 좋은 인터뷰를 곱게 받아들이지 못 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이미지 메이킹 같진 않았는데. 어제 본 그 사람은 이미지 관리랑은 거리가 멀게 자기 할 말만 했는데.
进入宿舍后,我没有睡觉,而是在 YouTube 上搜索了所有内容。我看了所有包含申正焕名字的短视频和 Reels。形容词都很华丽。YouTube 上点击量最高的是去年世界锦标赛 400 米接力银牌的采访。四个身材好的男子全裸接受采访,因此被称赞为视觉盛宴而出名。其中有数百条评论说申正焕选手前途光明,不仅实力好,长相也很帅气。还有评论说,申正焕选手实力最出色,同时还赞美其他队友并强调团队合作,果然心地也像国家队队长一样好。这条评论下面充满了挑衅性的回复。有人说他是因为受欢迎才假装善良,问现在的运动员难道不知道要塑造形象吗?等等。很多评论无法善意地接受这个好的采访。但这看起来并不像是在塑造形象。昨天见到的那个人,与形象管理相去甚远,只是说了自己想说的话。
기록이 미쳤다. 영법도 특이했다. 스타트가 빠르고 잠영이 길어 단거리에 유리함. 작년 세계 선수권에선 출발 반응 속도로만 1위를 몇 번 할 정도로 세계적인 스타팅 실력 보유. 지금까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단거리 종목 50미터 100미터에서 두각을 선보이는 선수. 그런데 특이하게 200미터 이후부터 가속이 붙어서, 400미터 경기에도 강점. 체력이 좋아 후반부에 갑자기 붙는 가속에 300미터 지나서부터 역전하는 경우가 많음. 보통 잘하는 선수들보다 뒤처진 상태면 앞에서 몰려오는 물살 때문에 역전이 쉽지 않은데 그걸 다 이겨내고 연어처럼 다 거슬러 올라가는 게 특이점. 국내 주니어 신기록은 이미 중학교 때 신정환 이름으로 갈아 끼웠고,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성인 선수들이 세웠던 국내 신기록 다 갈아치우는 중이고, 작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는 한국 신기록은 당연하고 아시아 신기록이랑 세계 주니어 신기록까지 다 세우는‒ 기록 제조기라고 했다. 주종목인 자유형 50미터는 예선에서 한국 신기록 세우고 다음날 결선에서 그걸 또 깨면서 자기 기록을 자기가 깨는 드라마를 보여줬다. 자유형 100미터는 예선 기록이 한국 신기록이면서 세계 주니어 신기록이었다. 신정환이 막내로 들어간 남자 계영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처음으로 세계 선수권 메달도 따냈다. 막내면서 어린 나이답지 않게 4번 영자를 대담하게 해낸다고 했다. 그 세계 선수권 기록은 심지어 아시아 신기록이었다. 그냥 신정환이 최근에 한 경기는 다 한국 신기록이라고 보면 됐다. 기록만으로도 어마무시한데 얼굴까지 잘나서 더 유명해졌다. 인스타 릴스엔 신정환 선수 여자친구 있나요, 야 니 이상형 여깄다, 하는 댓글로 스크롤이 끝이 없었다. 차세대 마린 보이라는 뻔한 수식어부터, 실존하는 인어 왕자, 웃는 얼굴이 빛나는 햇살 마린 보이, 대한민국 수영계의 아이돌, 온갖 수식어를 달고 사는 새 기록을 쓰는 만 17세 수영 선수‒ 신정환으로 김도훈의 알고리즘이 뒤덮였다.
记录疯了。泳姿也很特别。起跑快,潜泳长,有利于短距离。去年世锦赛仅凭出发反应速度就多次排名第一,拥有世界级的起跑实力。在至今为西方选手独占的短距离项目 50 米和 100 米中表现出色。特别的是,从 200 米开始加速,在 400 米比赛中也有优势。体力好,后半程突然加速,常在 300 米后逆转。通常,如果落后于其他优秀选手,由于前方的水流很难逆转,但他能克服这一点,像鲑鱼一样逆流而上,这是他的特点。国内青少年纪录早在初中时就以申正焕的名字刷新了,高中之后开始打破成年选手创下的国内纪录,去年世锦赛不仅打破韩国纪录,还创造了亚洲纪录和世界青少年纪录——被称为纪录制造机。在主项自由泳 50 米中,预赛创韩国新纪录,次日决赛又打破自己的纪录,上演了自己打破自己纪录的戏码。自由泳 100 米预赛成绩既是韩国新纪录又是世界青少年新纪录。申正焕作为最小的队员加入的男子接力队继亚运会金牌后首次在世锦赛上获得奖牌。作为最年轻的队员,他大胆地担任了第四棒。那次世锦赛的成绩甚至是亚洲新纪录。可以说申正焕最近的每场比赛都是韩国新纪录。仅凭记录就已经很惊人了,长相又帅气,更加出名。Instagram 上充满了"申正焕选手有女朋友吗"、"嘿,你的理想型在这里"之类的评论,滚动条似乎永无止境。从下一代"海洋男孩"这种老套的修饰语,到"真实存在的人鱼王子"、"笑容如阳光般闪耀的海洋男孩"、"韩国游泳界的偶像",带着各种修饰语生活的、创造新纪录的 17 岁游泳选手——申正焕占据了金道勋的算法。
“형 저 놀린 거죠.” "哥,你是在逗我吧。"
다음 날 야외 수영장에서 또 만난 신정환에게 물었다. 저녁 개인 운동 시간 끝나고 어제보다 늦은 시간에 갔는데 신정환은 똑같이 있었다. 맨발로 타일바닥을 딛고 서서, 느릿하게 물 속을 돌아다니는 움직임을 쳐다봤다. 취미라니 말도 안 됐다. 누군 죽기살기로 하는데도 청대 안 돼서 질투하고 분노하고 그 화 억누르느라 감정 조절도 엉망인 상태인데. 그런 애 앞에 두고 국대가 취미라고 말한다고.
第二天在室外游泳池又遇到申正焕时,我问他。个人训练时间结束后,我比昨天去得更晚,但申正焕还是和往常一样在那里。我赤脚站在瓷砖地板上,注视着他在水中缓慢游动的身影。说这是兴趣爱好简直荒谬。有些人拼尽全力也无法入选国家队,因此嫉妒、愤怒,努力压抑这些情绪导致情绪管理一团糟。在这样的人面前,说国家队是兴趣爱好。
“수영복 멋있다.” "泳装很帅气。"
아이씨.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물 속에서 빤히 올려다보며 제 허벅지보다 높은 곳에 두는 시선에, 괜히 민망해서 물 속으로 바로 뛰어 들었다.
靠。得到了完全不同的回答。在水中抬头直视着,目光停留在比我大腿还高的地方,莫名感到尴尬,立即跳进了水里。
“너 물 속에서 눈 뜰 수 있구나.”
"你能在水里睁开眼睛啊。"
수영모자도 물안경도 안 가져온 맨 얼굴을 보며 말한다. 어제 만난 신정환이 그러고 있길래, 지금도 그러고 있길래 똑같이 따라했을 뿐인데. 아니 근데. 자꾸 말을 돌린다. 김도훈은 지금 할 말이 있었다.
看着没戴泳帽也没戴泳镜的光秃秃的脸说道。昨天见到申正焕时他就是那样,现在也是那样,所以我只是照着做而已。不过话说回来。他总是转移话题。金道勋现在有话要说。
“취미인데 그렇게 잘 해요? 형 재작년에 아겜 금메달 딴 거 알아요. 작년 세계 선수권에서도 메달 엄청 땄다면서요.”
"爱好而已,怎么能做得这么好?我知道哥哥前年在亚运会上拿了金牌。听说去年在世界锦标赛上也拿了很多奖牌。"
한국 신기록은 다 갈아치우는 중인 어마어마한 신예, 만 17세 신정환 선수. 모든 영상에서 다 그렇게 말해서 대단한 몇 개는 외우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그 동안 딴 메달이 총 몇 갠 지 어디서 무슨 신기록을 세웠는지는 너무 많아서 외울 수 없을 정도였고. 그건 절대, 취미의 영역이 아니다.
正在打破所有韩国纪录的惊人新秀,17 岁的申正焕选手。每个视频都这么说,以至于他的一些惊人成就已经被人们烂熟于心。到目前为止,他获得的奖牌总数和在哪里创造了什么新纪录已经多到无法记住的程度。这绝对不是业余爱好的范畴。
“난 수영 좋아해서 해.” "我喜欢游泳所以才游泳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말한다. 이 형, 대화할 때는 모든 게 느렸다. 물 속에서는 그렇게 빠르면서.
慢慢地闭上眼睛又睁开,说道。这个哥哥,聊天的时候一切都很慢。在水里却那么快。
“좋아해서 잘 하게 된 거지. 태어날 때부터 수영하려고 태어난 건 아니야.”
"我是因为喜欢才变得擅长的。我并不是生来就为了游泳而生的。"
느리게 이어지는 말에 김도훈의 얼굴이 굳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金道勋的脸因缓慢说出的话而僵硬了。这是一个意料之外的回答。
“국가대표도, 대한민국에 매달을 가져다줄 수영선수도, 그런 사명감을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 그걸 내가 꼭 해야 해? 나는 수영이 안 좋아지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어.”
"我既不是国家代表,也不是为韩国赢得奖牌的游泳选手,我不是为了这种使命感而生的。为什么非得我来做这个呢?如果我不再喜欢游泳,随时都可以放弃。"
말간 얼굴로 하는 말이 생각보다 수위가 세다.
他一脸纯真地说着,却比想象中的更加露骨。
“왜 놀라.” "为什么这么惊讶。"
굳은 김도훈의 얼굴 앞에서, 햇살 마린보이, 그 별명처럼 웃었다.
在金道勋严肃的脸前,阳光海洋男孩如他的绰号一般微笑着。
“지금 그만 둔다는 거 아니야. 나 아직 수영 좋아해.”
"我现在不是要放弃。我还是喜欢游泳。"
웃는 얼굴에 대고 김도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상에서 본 신정환은, 태어날 때부터 전국민의 수영 선수로 태어난 것만 같았는데. 인터뷰에서도 국가대표가 되어 영광이고, 메달을 따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는데. 얼떨떨한 저를 두고 신정환은 이내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수면에는 그 나긋한 미소만 남았다.
面对那张笑脸,金道勋无言以对。视频中看到的申正焕,仿佛从出生起就注定是全国人民的游泳选手。在采访中他也说成为国家代表是一种荣耀,能够赢得奖牌感到非常感激。申正焕留下还在发愣的自己,很快又潜入了水中。水面上只留下了他那温柔的微笑。
오랜만에 물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사람 없는 수영장은 처음이라 김도훈은 좀 신이 났다. 어릴 때 유아 스포츠단에서 배운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돌아가며 해보고 있으면 신정환은 옆에서 물에 가만히 떠있거나 잠영을 하거나 했다. 처음엔 수영 국대 앞에서 영법 하는 게 쪽팔릴 것 같았는데 신정환은 신경도 안 썼다. 몰랐는데 야외풀은 중간부터 깊이가 깊어졌다. 레인 끝에서부터 끝까지 열심히 돌고 있는 저를 보고 신정환이 너 발 안 닿아도 안 무서워 해? 물으면 네 저 물 좋아해요 하고 대답했다. 신정환은 그 대답에 웃었다.
金道勋很久没有游泳了,第一次遇到这么空旷的游泳池,感到有些兴奋。他开始轮流尝试小时候在幼儿体育班学到的自由泳、仰泳、蛙泳和蝶泳。在他旁边,申正焕要么静静地漂浮在水面上,要么潜泳。起初,金道勋觉得在游泳国手面前展示泳姿有些尴尬,但申正焕似乎并不在意。金道勋没注意到户外泳池从中间开始变深。当他努力地从泳道的一端游到另一端时,申正焕问他:"你脚够不着底也不害怕吗?"金道勋回答说:"是的,我喜欢水。"申正焕听到这个回答后笑了。
기숙사 점호 시간 맞춰야 해서 같이 물에서 나왔다. 물 속에 있을 땐 몰랐는데 옆에 선 신정환은 김도훈이 아주 살짝 올려다볼 신장이었다. 왜 더 커보였지. 슬쩍 시선을 둔 걸 없던 체 하며 걸었다. 여름이라 습도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물 속에 있다 나오니 오히려 달라붙는 공기가 산뜻했다. 밤하늘엔 물내음이 옅었다.
为了赶上宿舍点名时间,他们一起从水里出来。在水里时没注意到,但站在旁边的申正焕比金道勋稍微高一点点。为什么之前看起来更高呢。他假装没有偷瞄对方,继续走着。虽然夏天湿度正在上升,但从水里出来后,黏在身上的空气反而感觉清爽。夜空中飘散着淡淡的水味。
어… 呃..
나란히 샤워실 들어가는 길에 멈칫했다. 샤워기 앞에 두고 샤워기랑 내외했다. 설마 바로 옆에서 씻을 건가? 그런 생각에 주저하고 있으니 옆에서 신정환이 얼굴을 바짝 들이댄다. 깜짝이야. 김도훈도 따라서 바짝 얼었다.
并排走进浴室时犹豫了一下。站在淋浴头前,和淋浴头面面相觑。难道真要在旁边洗澡吗?正当这样犹豫时,旁边的申正焕突然把脸凑了过来。吓了一跳。金道勋也跟着僵住了。
“샤워실 처음이야?” "第一次来浴室吗?"
묻는 말엔 웃음이 섞였다. 아닌 거 뻔히 알고 하는 말이다. 체고생이 샤워실이 처음일 리가 없다. 수십 명 남자애들 다같이 벗고 벅벅 씻고 나오는 게 익숙한 삶이다. 체력단련실에서는 모두가 상탈하고 무게치면서 근육 자랑한다. 그런데, 앞에 선 물방울 맺힌 하얀 몸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긴 너비 자랑하는 뾰족한 어깨 밑으로는 절대 시선을 내리면 안 될 것처럼, 그렇게 얼은 채 가까워진 얼굴만 겨우 쳐다봤다. 눈만 보고 있는데도 귀가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问话中带着笑意。明知故问罢了。高中生怎么可能第一次进浴室。和几十个男生一起脱光衣服,痛快地洗澡已经是习以为常的事了。在健身房里,大家都光着上身,举重炫耀肌肉。然而,此刻站在面前的这具沾满水珠的白皙身体,他却怎么也无法直视。仿佛不敢将视线往下移过那宽阔尖削的肩膀,他就这样僵在原地,只能勉强抬头看着对方靠近的脸。即便只是对视,他也感觉耳朵在发烫。
“씻을 거 갖고 왔어?” "你带洗漱用品了吗?"
“네? 네!” "什么?好的!"
기합 바짝 들어간 대답에 하얀 얼굴이 웃는다. 김도훈은 여전히 시선을 둘 데를 못 찾았다.
听到这充满干劲的回答,那张白皙的脸庞露出了笑容。金道勋依然不知道该把视线放在哪里。
“알았어. 씻고 나와.” "知道了。洗完就出来。"
그러면서 다른 구역으로 사라졌다. 아. 긴장이 탁 풀렸다. 아까까지 수영복 하나 입고 물에서 같이 떠다녀 놓고, 물에서 나와서 마주 봤다고 이렇게나 긴장했다.
说完,他就消失在另一个区域了。啊,紧张感一下子消失了。刚才还穿着泳装一起在水里漂浮,现在一出水互相对视就这么紧张。
샤워기 틀어두고 물만 계속 맞았다. 삼각 수영복 하나 벗어던지면 되는데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그게 뭐라고 벗질 못 했다. 수십 명 벗고 있는 축구부 샤워실에선 3분컷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씻고 나올 정도로 빠른 김도훈인데. 도저히 다 벗은 몸으로 마주치기 민망해서 한참을 씻었다.
他打开淋浴喷头,只是一直让水冲刷着身体。明明只需要脱掉一件三角泳裤就行了,但在这个空无一人的空间里,却怎么也脱不下来。在有几十个人赤身裸体的足球队淋浴室里,金道勋能在 3 分钟内从头到脚洗得干干净净。但现在,他实在无法接受全身赤裸地面对对方,所以洗了很长时间。
텅 빈 탈의실에서 머리까지 말렸다. 평소 대충 물기만 털고 나오던 축구부 김도훈이 할 행동은 아니었다. 나오면서 탈의실 불도 다 끄고 나왔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제가 마지막일 게 분명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로비에는 넓은 등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게 늦게 나왔는데, 신정환은 물 속에서처럼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넓은 등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있어도 수영 선수 태가 났다.
在空无一人的更衣室里,他把头发也吹干了。这可不像平时只是随便擦擦水就出来的足球队员金道勋会做的事。出来时还把更衣室的灯全都关掉了。他这么做是因为确信自己是泳池里最后一个人。然而在大厅里,一个宽阔的背影正等着他。即使连他自己都觉得出来得太晚了,申正焕却像在水中一样静静地坐着。即便只穿着一件 T 恤,那宽阔的背影也散发着游泳运动员的气质。
옆으로 다가 서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훈을 올려다 본다. 적당히 마른 머리칼은 갈색빛이 돌았다. 하얀 얼굴에 어울리는 색이라 생각했다. 물 밖에서 보는 젖어있지 않은 신정환은 뭐랄까 좀 더, 물 속에서보다는 폭신하면서 건조한 느낌이었다.
靠近他身边时,他慢慢转过头来仰望着金道勋。略显干燥的头发泛着棕色光泽。我觉得这颜色很适合他白皙的脸庞。不在水中的申正焕看起来更加柔软而干爽,与在水里时的感觉不太一样。
“오래 씻네.” "洗得真久啊。"
빤히 바라보며 하는 말에 대답하지 못 했다. 원래 오래 씻는 김도훈이 아니라서 그랬다. 체고 선배에게 예, 예, 하고 절대 법령처럼 해야 하는 그 우렁찬 대답을 하지 못 하고 있는데도 신정환은 별 말이 없었다. 대신 김도훈이 한 쪽 어깨에 걸쳐둔 가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金道勋无法回答那直勾勾盯着他说的话。原本他就不是那种洗澡时间很长的人。虽然他没能像对待最高级前辈那样响亮地回答"是,是",仿佛那是绝对的法令,但申正焕也没说什么。相反,他的目光转向了金道勋单肩挎着的包。
“도훈이구나.” "是道勋啊。"
축구 가방에 자수놓인 이름 세 글자를 읽은 눈치였다. 아. 관등성명 안 했다.
他似乎看到了足球包上绣着的三个字的名字。啊。还没有自我介绍呢。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1학년, 축구부 37기 김도훈입니다.”
"您好,前辈。我是一年级的足球部 37 期成员金道勋。"
“이제 와서 다나까야.” "现在才来,金道勋啊。"
느릿하게 웃으며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1학년따리가 3학년 선배에게 인사도 제대로 안 했는데. 신정환은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았다.
慢慢地笑着,用大手遮住脸。一年级的小屁孩连向三年级前辈打招呼都做不好。申正焕似乎对这种事并不在意。
“너 형 소리 잘하던데.” "你很会叫哥啊。"
그 말이 이상하게. 축구부에서 들었다면 분명한 비아냥이었을 그 말이, 형이라고 계속 불러도 된다는 허락처럼 들렸다. 아직도 아무 대답 못 하고 있는 김도훈을 두고 신정환이 웃으며 작게 덧붙인다. 너 1학년일 것 같았어. 몸이 덜 자란 십대는 한 두 살 차이가 크다. 열일곱에 180을 찍었는데도. 감독님들 말처럼 키가 아니라 몸이 덜 자라서, 3학년 신정환 눈에 아직도 1학년 티가 나는 건가 했다.
那句话听起来很奇怪。如果是在足球队里听到的话,肯定会是嘲讽,但现在却听起来像是允许继续叫他哥哥。看着还没能回答的金道勋,申正焕笑着轻声补充道。我以为你是一年级的。身体还没长开的青少年,一两岁的差距很大。即使已经在十七岁时达到了 180 厘米。就像教练们说的那样,不是身高没长够,而是身体还没发育完全,所以在三年级的申正焕眼里,他还是看起来像个一年级生吗?
“형 근데 인스타는 안 해요?”
"哥,你怎么不玩 Instagram 啊?"
같이 기숙사로 걸어가는 길에 시덥잖은 대화 시도했다. 좀 전에 허락했으니까 냉큼 형 소리 붙이면서. 사실 어제 쇼츠 릴스 다 찾아보다가 신정환 인스타도 들어갔다.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고, 조회수 몇백만짜리 수영 릴스에 태그되어 있어서 눈에 보여서 그랬다. 이 아이디에 태그 걸고 신정환 선수 여자친구 있나요? 하고 물은 댓글 수백개가 떠올랐다. 다들 자기 얼굴 프사 걸고 대단하네. 무심한 감상과 함께 아이디 터치하고 들어간 신정환 인스타는, 프사는 수영장에서 찍은 전신 사진, 팔로워 11만, 사진은‒ 진짜 별 거 없었다. 스무 개도 안 되는 피드엔 뽀글거리는 갈색 털의 강아지 사진만 잔뜩이었다.
一起走回宿舍的路上,我试图进行一些无关紧要的对话。因为刚才得到了允许,所以立即开始称呼他为哥。其实昨天我看完所有的 Shorts 和 Reels 后,还进入了申正焕的 Instagram。并不是特意去找的,只是因为在一个有几百万浏览量的游泳 Reels 中看到他被标记了。我想起了数百条评论,问"在这个账号标记的申正焕选手有女朋友吗?"真是了不起,大家都用自己的脸做头像。带着这种漫不经心的感想,我点进了申正焕的 Instagram。他的头像是在游泳池拍的全身照,有 11 万粉丝,照片嘛——真的没什么特别的。不到二十条的动态里,全是一只毛茸茸的棕色小狗的照片。
“찾아 봤어?” "找过了吗?"
“팔로워만 많고 별 거 없던데요.”
"粉丝数量虽多,但也没什么特别的。"
제 말에 소리 없이 웃는다.
他听了我的话无声地笑了。
“팔로우 안 했지?” "没关注吗?"
당연히 팔로우 안 걸었다는 전제로 말한다. 맞긴 했다. 근데 11만 팔로워 중에 1이 되기 괜히 자존심 상해서 안 했다곤 말 못 했다. 대답 않고 있는데 어차피 안다는 듯이 신정환이 말을 이었다.
当然是以没有关注为前提来说的。确实如此。但是我没法说自己是因为自尊心受挫,不想成为 11 万粉丝中的一员而没有关注。我没有回答,申正焕似乎已经知道了,继续说道。
“잘 했어. 사진은 내가 직접 보여줄게. 우리 딸기 볼래?”
"做得好。照片我会亲自给你看的。我们要去看草莓吗?"
“초코 같이 생겼던데요.” "看起来像巧克力呢。"
“아니야 딸기야.” "不是的,草莓。"
아, 네. 啊,好的。
“......” "......"
핸드폰을 들고 있다가 빤히 김도훈을 쳐다본다. 강아지 사진 보여 준다더니 아직 화면은 그대로다.
拿着手机,直勾勾地盯着金道勋。说是要给我看小狗的照片,但屏幕上还是原来的画面。
“초코 같다.” "像巧克力一样。"
“뭐가요.” "什么事?"
“아니야.” "不是。"
얼굴에 닿았던 시선이 떨어지고 그제야 핸드폰 잠금이 풀렸다. 사진첩 들어가는 손가락을 보다가 도훈이 물었다.
目光从脸上移开,手机屏幕终于解锁了。金道勋看着正要进入相册的手指,问道:
“형 인기 많으면서 인스타는 왜 관리 안 해요.”
"哥哥人气那么高,为什么不管理好 Instagram 呢。"
내가 팔로워 십 만이나 있으면 축구 훈련 시작 끝! 전지훈련 첫날! 이러면서 온갖 셀카 올렸을 건데. 체고생의 일상 릴스도 일주일에 하나씩은 올렸을 거다.
如果我有十万粉丝的话,我肯定会发各种自拍,配上"足球训练开始啦!集训第一天!"这样的文字。我还会每周至少发一个高中生日常生活的短视频。
“넌 관리 해?” "你管理吗?"
“...아니요.” "...不是。"
팔로워 이백따리 계정엔 아직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더 묻지 않고 신정환이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对于只有两百个粉丝的账号,他还不想那样做。申正焕没有再多问,将视线转向前方。
“수영선수 신정환을 보고 싶은 건지 고등학생 신정환을 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서.”
"我不知道是想看游泳选手申正焕,还是想看高中生申正焕。"
느릿한 말이 이어졌다. 缓慢的话语接连而出。
“수영 영상 올리면 셀카 올려달래. 셀카 올렸더니 수영이나 하래. 비공개 돌렸더니 국가대표가 왜 공개 계정이 아니냬. 그래서 다시 공개로 돌렸어.”
"发游泳视频就让我发自拍。发了自拍又让我去游泳。把账号设成私密的,又问我为什么国家代表队的账号不是公开的。所以我又把它改回公开了。"
그리고 작게 웃었다. 然后轻轻地笑了。
“나 셀카 올리는 거 진짜 부끄러웠는데 올려달라고 해서 올린 거였는데 너무하지. 근데 나도 뭘 보여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我真的很害羞发自拍,但因为你们要求我才发的,太过分了。不过我也不知道自己想展示什么。"
민망한 듯 웃는 얼굴은 도훈이 밤새 본 영상에선 보지 못 한 얼굴이었다.
金道勋整晚看的视频里都没有见过这种略显尴尬的笑容。
“그래서 딸기 사진이 많아. 우리 딸기 귀엽지.”
"所以有很多草莓的照片。我们的草莓很可爱吧。"
다시 김도훈을 향한 몸이 핸드폰 화면을 보여준다. 도훈은 그 대신 막 씻고 나와 발갛게 볼이 오른 하얀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미소가 봉긋 올라 있는 신정환 얼굴이 더 딸기 같았다.
身体再次转向金道勋,展示了手机屏幕。道勋却盯着刚洗完澡、脸颊泛红的白皙面庞。申正焕脸上挂着微微上扬的笑容,看起来更像一颗草莓。
체고생은 종목 불문하고 루틴대로 산다. 새벽 6시 반 기상. 아침 7시 단체 운동. 오전엔 교실에서 수업. 점심 먹고 오후 훈련. 그 사이에 아무때나 잠깐 낮잠. 저녁 먹고 체련단련실에서 개인 운동. 기숙사 점호 전까지 개인 자유 시간. 김도훈은 그 때 축구영상 보거나 인스타 둘러보고 그랬다. 챔스나 유로 있을 땐 새벽에 잠 반납하긴 했지만, 보통의 일상은 그랬다. 신정환도 그러고 살 줄 알았는데 개인 시간에도 수영장에 가 있는 게 신기했다. 어지간히 물을 좋아하나 싶었다.
体校生不论项目如何都按照固定的日程生活。早上 6 点半起床。7 点集体锻炼。上午在教室上课。吃完午饭后下午训练。中间随时小憩片刻。晚饭后在体能训练室进行个人锻炼。宿舍点名前是个人自由时间。金道勋那时候会看足球视频或者浏览 Instagram。欧冠或欧洲杯期间会牺牲一些睡眠时间,但通常的日常生活就是这样。他以为申正焕也是这样生活的,但没想到在个人时间也会去游泳池,觉得很神奇。看来他真的很喜欢水。
아침 7시부터 구령 맞춰서 운동장 뛰고 있는데 자꾸 신정환 생각이 났다. 정확히는 제게 해준 말이 맴돌았다. 태어날 때부터 수영하려고 태어난 건 아니야. 나는 수영이 안 좋아지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어. 난 축구가 좋아서 평생 축구만 해왔는데. 아마도 평생 물에서만 살아왔을 그 형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매일 같은 루틴에 처음으로 끼어든 잡생각이었다.
从早上 7 点开始,按着口令在操场上跑步,但脑海里却不断浮现申正焕的身影。准确地说,是他对我说过的话在脑海中回荡。我们生来并非为了游泳而生。如果我不再喜欢游泳,随时可以放弃。我因为喜欢足球,所以一生都在踢足球。可能是因为那个哥哥一生都生活在水中,却说出了这样的话。这是第一次打断我日复一日相同例行公事的杂念。
오전 수업 듣는 교실 안에서도, 오후 훈련 받는 운동장에서도,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即使在上午听课的教室里,即使在下午训练的操场上,那句话也一直萦绕在脑海中。
“김도훈이 정신 똑바로 안 차려!”
"金道勋给我打起精神来!"
“예! 정신 차리겠습니다!” "是的!我会打起精神的!"
다시 이악물고 뛰었다. 평생 한 축구에도 잠시 딴 생각만 해도 바로 티나는데. 어떻게 우리나라 신기록 다 깨고 있는 국가대표가 그런 말을 해. 김도훈은 그 날 하루 종일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他再次咬紧牙关奔跑起来。即使是踢了一辈子的足球,稍微分心一下也会立刻被看出来。一个打破了我们国家所有记录的国家队队员怎么能说出那样的话呢。金道勋那天一整天都无法摆脱这个想法。
“형은 평생 해온 수영을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哥哥怎么能这样说你一辈子都在做的游泳呢?"
그래서 저녁에 수영장에서 신정환에게 또 물었다.
所以晚上在游泳池里我又问了申正焕。
“평생 했다고 취미면 안 돼?”
"做了一辈子就不能算爱好吗?"
“형은 절실한 마음을 몰라요.” "哥哥不知道我迫切的心情。"
“내가?” "我吗?"
하얗고 긴 몸이 배영 자세로 물에 둥둥 떠서 제 얘길 듣는데, 정말로 절실한 마음을 모르게 생겼다. 얼굴만 물 위에 내놓고 선 김도훈이 입을 비죽이며 말을 이었다.
白皙修长的身体以仰泳姿势漂浮在水中听着我说话,看起来似乎不太明白我真挚的心意。金道勋只露出水面的脸,撅着嘴继续说道。
“형은 맨날 국가대표 뽑히잖아요. 저는 국대가 너무 되고 싶어요. 우리 학교에서 이번에 청대 세 명이나 갔어요. 전 살면서 한 번도 안 뽑혔는데요.”
"哥哥你总是被选为国家代表队。我真的很想成为国家队成员。我们学校这次有三个人被选入青年队。我这辈子一次都没被选上过。"
잠시 숨을 골랐다. 稍微喘了口气。
“솔직히 걔네 부러워 죽겠어요.” "说实话,我羡慕死他们了。"
뱉었다. 숨과 같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너무 뻔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무한테도 말 못했던 감정이었다. 물 위에 둥둥 떠서 듣는둥 마는둥 하던 신정환이 갑자기 물 속으로 잠수하더니 도훈의 얼굴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吐露了出来。和呼吸一起,那些无法对任何人诉说的心里话。太过明显,反而更加无法向任何人倾诉的感情。一直漂浮在水面上,似听非听的申正焕突然潜入水中,然后在金道勋的脸前出现。
“청대가 되면 뭘 하고 싶어?”
"青春期的时候你想做什么?"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빤히 쳐다본다. 이제야 진지하게 들어주는 건가.
在近距离内直视着对方的眼睛。现在终于认真地听我说了吗?
“청대부터 시작이에요. 물론 청대 안 돼도 여기서 대학이야 잘 가겠죠. 우리학교에서 고교 리그 우승 스탯 쌓으면 웬만한 데는 다 가요. 그런데 웬만한 데 가는 걸로는 안 돼요. 저 중학교도 명문 나왔단 말이에요. 어차피 여기서 엘리트코스 밟았으면 대학도 탑시드로 가야 완성이에요.”
"从清华大学开始吧。当然,即使不是清华,从这里上大学也不错。如果在我们学校积累高中联赛冠军的成绩,基本上哪里都能去。但是去一般的大学是不行的。我初中也是名校毕业的。既然在这里走的是精英路线,那么大学也必须上顶尖学校才算完美。"
“대학이 꿈이야?” "大学是你的梦想吗?"
“프로 가야죠.” "必须要专业一点。"
“그럼 프로가 꿈이야?” "那么你的梦想是成为专业人士吗?"
꿈이라기엔. 도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말을 멈췄다.
如果说是梦的话。金道勋皱着眉头,暂时停下了话语。
“…사실 진짜 꿈은 따로 있는데요.”
"...其实我真正的梦想是另有其他的。"
“뭔데.” "怎么了。"
아빠가 맨날 노래 부르는 유럽 리그. 영국 프리미어 리그. 근데 이건 쪽팔려서 차마 말 못 하겠다.
爸爸总是唱的欧洲联赛。英格兰超级联赛。但这太尴尬了,我实在说不出口。
“말 안 할래요. 형이 비웃을 것 같아요.”
"我不想说。我觉得哥哥会嘲笑我。"
“나 안 그래.” "我不是那样的。"
“됐어요. 올림픽에서 노는 형이 뭘 알겠어요.”
"算了吧。在奥运会上玩耍的哥哥能懂什么呢。"
그 말을 마치며 입을 꾹 다물었더니 신정환이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감았다 뜬 눈엔 여전히 김도훈이 있었다.
说完这句话后,他紧紧地闭上了嘴,申正焕缓缓地闭上眼睛又睁开。睁开的眼睛里依然有金道勋的身影。
“너는 네 인생에 축구밖에 없어?”
"你的人生除了足球就没有别的了吗?"
“그럼 뭐가 있어요?” "那还有什么呢?"
“내가 물었는데.” "是我问的。"
“……” "……"
“한 번 생각해 봐. 축구 말고도 좋아하는 거 많을걸.”
"想想看。除了足球,你肯定还有很多喜欢的东西。"
근데 잘 모르겠다. 그게 축구만큼 중요한 지는.
但我不太确定。不知道那个是否和足球一样重要。
“형은 있어요?” "哥哥在家吗?"
“어, 나 수영 좋아해.” "哦,我喜欢游泳。"
아 뭐야. 그럼 그렇지. 물에서만 사는 사람이. 가볍게 돌아온 대답에 힘이 빠지려는 차에.
啊,什么啊。果然如此。一个只生活在水里的人。正当我因这轻描淡写的回答而感到泄气时。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전시회도 좋아해. 노래방 가는 것도 좋아해.”
"我喜欢画画,也喜欢看展览。我还喜欢去唱歌。"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低沉的声音继续传来。
“그런데 아무도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보지 않아.”
"但是没有人问我这样的事。"
“……” "……"
“다들 나한테 수영 말고는 보질 않으니까.”
"大家除了看我游泳之外,什么都不看。"
딱히 슬픈 태도가 아니다. 여전히 하얀 얼굴로 도훈의 눈을 보며 느릿한 말투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并不是特别悲伤的态度。他仍然用苍白的脸庞注视着金道勋的眼睛,只是用缓慢的语调继续说着话。
“…그런 거 할 시간도 없잖아요.”
"……我们连做那种事的时间都没有啊。"
“맞아. 주 6일 훈련하면 일요일엔 힘들어서 누워만 있어. 경기 앞두고는 진짜 아무 것도 못 해. 하고 싶은 거 다 참고 살아.”
"没错。一周训练六天,到了周日就累得只能躺着。比赛前更是什么都做不了。所有想做的事都得忍着。"
신정환은 그런 삶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申正焕说这种生活似乎再正常不过了。
“근데 그렇다고 내 인생에서 없어진 건 아니야.”
"但这并不意味着他从我的生活中消失了。"
그 말을 하는 말간 얼굴이, 제게 숙제를 주는 것만 같았다.
说这话时那张清澈的脸庞,就像是在给我布置作业一样。
그 날 기숙사 2층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뒤척였다. 이미 잠든 애들의 숨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김도훈은 뭘 좋아하지. 난 사진 좋아해.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솔직히 맘만 먹으면 인스타 간지나게 꾸밀 수 있는데 유명해지고 팔로워 모이면 하고 싶어서 참는 거야. 디저트도 좋아해. 단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만드는 것도 좋아해. 어릴 땐 엄마랑 같이 마카롱도 티라미수도 만들고 지냈었는데. 중학교 이후로 기숙사니 전지훈련이니 바빠서 엄마랑 디저트 같이 만든 지도 한참 전이 됐다. 나도 노래방 가는 거 좋아해. 혼코노보단 애들이랑 몰려 가서 내 노래 들으라고 자랑하는 걸 더 좋아해. 신정환 그 형도 노래방 가는 거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건 똑같네. 신기하다. 그 형 노래방 안 가게 생겼는데. 정리해본 적 없는 것들을 처음으로 머릿속에 정리해본 밤이었다.
那天晚上,我躺在宿舍的上铺床上辗转反侧了很久。已经入睡的成员们的呼吸声回荡在房间里。金道勋喜欢什么呢?我喜欢照片。无论是拍照还是被拍。说实话,只要我想,我就能把 Instagram 打理得很有格调,但我忍住了,想等到出名了、粉丝多了再做。我也喜欢甜点。喜欢吃甜食。不仅喜欢吃,还喜欢做。小时候经常和妈妈一起做马卡龙和提拉米苏。上了初中后,因为住宿舍和集训,忙得很,和妈妈一起做甜点已经是很久以前的事了。我也喜欢去唱歌。比起一个人去,我更喜欢和大家一起去,炫耀自己的歌声。申正焕哥哥也说喜欢去唱歌,这一点我们倒是一样。真奇怪。那哥哥看起来不像是会去唱歌的人。这是我第一次在脑海中整理这些从未整理过的想法的夜晚。
그리고 다음 날 수영장에 쪼르르 달려가서 다 말했다.
然后第二天他们飞快地跑到游泳池,把一切都说了出来。
“저 사진 좋아해요. 사진 진짜 잘 찍거든요. 찍어주는 것도 찍히는 것도 다 잘해요. 형 솔직히 제가 사진 찍어주면 인스타 피드 지금이랑 완전 다를 걸요.”
"我很喜欢那张照片。我真的很擅长拍照。无论是拍照还是被拍,我都做得很好。老实说,哥,如果让我给你拍照的话,你的 Instagram 动态绝对会和现在完全不一样。"
자랑도 섞었고. 还夹杂着自豪。
“노래방도 좋아해요. 형 노래방 최대 몇시간까지 가능해요? 아, 죄송해요. 사실 전 최대 몇 시간 이런 건 별로고 그냥 좋아해요. 그 날 삘따라 부르다가 말다 그래요.”
"我也喜欢去唱歌房。哥哥你最长能在唱歌房待多久?啊,对不起。其实我并不在意能待多长时间这种事,我就是单纯地喜欢。那天就随心情唱唱,想停就停。"
솔직하게 털어놓고. 坦白说出来吧。
“형. 저 단 거 되게 좋아해요. 엄마랑 디저트도 자주 만들었어요. 형 짤주 알아요? 저 그거 진짜 잘 짜요.”
"哥哥,我特别喜欢甜食。我经常和妈妈一起做甜点。哥哥知道炒年糕吗?我做那个真的很拿手。"
잊고 있던 취미도 자랑했다. 他还炫耀了自己曾经忘记的爱好。
“축구 선수라서 투박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没想到作为足球运动员,你的手居然这么细腻。"
종알종알 떠들어댄 도훈의 이야기를 다 들은 신정환의 반응은 그랬다. 의외라고? 신나서 떠들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기대랑 달라서 김도훈 눈이 동그래졌다. 신정환에게서 어떤 반응을 기대했는지는 자신도 몰랐는데. 지금 이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听完金道勋叽叽喳喳说完的故事后,申正焕的反应就是这样。出乎意料吗?金道勋兴奋地说了一通,但得到的回答与预期不同,他的眼睛瞪得圆圆的。虽然他自己也不知道期待申正焕会有什么样的反应,但他确实没有预料到现在这种反应。
“지금 이 말 듣고 어때?”
"听到这句话你感觉如何?"
얼어버린 김도훈을 앞에 두고, 신정환은 얼굴에 작게 웃음을 피웠다.
面对僵住的金道勋,申正焕脸上露出了一丝微笑。
“축구한다고 단 거 좋아하고 디저트 만드는 거 좋아하지 말란 법도 없는데. 그치.”
"喜欢踢足球也不代表就不能喜欢甜食和制作甜点嘛。对吧。"
그 말에 도훈이 한 번 더 굳었다. 선입견이구나. 형한테 수영 말고 뭘 좋아하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던 것처럼.
听到这句话,道勋又僵住了。这就是偏见啊。就像从来没有人问过哥除了游泳还喜欢什么一样。
“나도 단 거 좋아해.” "我也喜欢甜食。"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저도 모를 다짐을 했다.
看着他灿烂的笑容,我不知不觉地下定了决心。
마침 주말이었다. 주말엔 본가를 다녀올 수 있어서 기숙사는 아침부터 한산했다. 바로 엄마한테 전화했다. 응 도훈아, 아빠가 픽업하러 나갔어. 응, 알아. 엄마한테 할 말 있어서. 뭔데? 엄마 오늘 우리 베이킹하자. 오늘? 갑자기? 응, 나 베이킹하고 싶어졌어. 핸드폰 너머로 웃음소리가 전해졌다. 네가 웬 일이래. 잘 됐다, 전에 하고 남은 거 좀 있어. 너 오기 전에 재료 좀 더 사다 둘게. 응, 이따 봐, 엄마.
正好是周末。周末可以回家,所以宿舍从早上就很安静。我立即给妈妈打了电话。"嗯,道勋啊,爸爸已经出发去接你了。""嗯,我知道。我有话要跟妈妈说。""什么事?""妈妈,今天我们一起做烘焙吧。""今天?怎么突然?""嗯,我突然想做烘焙了。"电话那头传来笑声。"你这是怎么了。正好,之前做剩的材料还有一些。你来之前我再去买点材料。""嗯,待会见,妈妈。"
일요일 저녁에 기숙사 돌아와선 침대에서 또 한참을 뒤척였다. 주말에 엄마랑 쿠키를 구웠다. 오랜만이라고 가장 간단한 걸로 만들었다. 거기에 김도훈은 더 달게 만들고 싶어서 초코칩 잔뜩 넣었다. 엄마는 옛날 생각 난다며 웃었다. 김도훈도 같이 웃었는데 머릿속엔 딴 생각이 더 커서 추억여행은 길게 못 했다. 그렇게 구워낸 쿠키를 포장해서 기숙사에 가져왔다. 내일 저녁에나 줄 수 있는 게 아쉬웠다. 아니, 사실 줄 수 있는 시간이 미뤄진 것 같아서 다행이란 마음도 들었다. 만들면서 계속 먹어보느라 물려서 이젠 맛이 어떤지도 모르겠다. 엄마랑 만들었으니까 맛이 없진 않을 거다. 잔뜩 구워놓고 모양 예쁜 것만 골라내느라 엄마가 누구 줄 거냐고 물어서 기, 기숙사 애들! 하고 외쳤다가 엄마가 몇 백 개 더 구우려고 하는 거 겨우 말렸다. 그냥 같은 방 애들만 줄 거야! 하고 다 부서지고 못생긴 쿠키는 다른 통에 몰아 담았다. 기숙사 오자마자 야 먹어라 하고 던져줬더니 삼십초 만에 동이 났다. 예쁘게 반질거리는 쿠키는 아직 가방에 따로 있었다. 깨지지 않았겠지.
周日晚上回到宿舍后,我在床上辗转反侧了好一阵子。周末和妈妈一起烤了饼干。因为很久没做了,所以选了最简单的配方。金道勋想要更甜一些,就加了很多巧克力豆。妈妈笑着说这让她想起了以前。金道勋也跟着笑了,但脑子里其他想法更多,所以没能长久沉浸在回忆中。就这样烤好的饼干被包装好带回了宿舍。有点遗憾明天晚上才能给他。不,其实能推迟给他的时间,心里也有些庆幸。做的时候一直在尝,现在都吃腻了,已经不知道味道如何了。和妈妈一起做的,应该不会难吃吧。烤了一大堆,挑出形状漂亮的,妈妈问要给谁,我脱口而出"给,给宿舍的朋友们!"结果妈妈差点又要再烤几百个,好不容易才劝住了。"就给同屋的朋友们吧!"我说着,把碎掉和不好看的饼干装进另一个盒子里。一到宿舍就喊"来吃啊"扔给他们,三十秒就被一扫而空。那些漂亮光滑的饼干还单独放在包里。应该没有碎吧。
“형 이거 드세요.” "哥,吃这个吧。"
오다 주웠다, 까진 아니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투로 말했다. 월요일 저녁에, 또 한참을 같이 물에서 놀다가 기숙사 들어가는 길에 가방에서 꺼냈다. 김도훈이 주말 내내 소중하게 품고 있던 쿠키였다.
虽然不是捡来的,但也差不多了。他装作若无其事地说道。周一晚上,他们又在水里玩了好一阵子,回宿舍的路上,他从包里拿出了那个东西。那是金道勋整个周末都珍藏在怀里的饼干。
“아. 이런 거 먹어도 돼요?”
"啊,我可以吃这个吗?"
손 내밀고 나니 이제야 생각났다. 형 혹시 식단 하나.
伸出手后我才想起来。哥,你该不会是在节食吧?
“먹어도 되지. 나 어차피 살 빠지면 안 돼서.”
"吃吧。反正我也不能瘦下来。"
보송한 얼굴로 웃으면서 통을 받아갔다.
面带柔和的笑容接过了桶。
“혹시 기록 나빠질 것 같으면 먹지 마요.”
"如果觉得可能会影响成绩的话,就不要吃了。"
진천에서 고급 식단표로 관리받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갑자기 너무 부끄러워졌다. 신정환이 단 거 좋아한다고 한 말에 혼자 다짐해온 게. 그게 이 형이 나한테 쿠키 구워달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他们可能在镇川接受高级饮食管理呢。突然感到非常尴尬。申正焕说喜欢甜食,我就一个人暗自下定决心。但那并不是哥哥要我给他烤饼干的意思啊。
“이거 하나 먹는다고 기록 안 나빠져. 그리고‒”
"吃一个这个不会让记录变差的。而且——"
신정환은 대수롭지 않게 뚜껑을 열었다.
申正焕漫不经心地打开了盖子。
“나 수영 취미라니까.” "我可是有游泳这个爱好的。"
그 말을 하고는, 김도훈이 고르고 골라서 제일 위에 올려둔 가장 예쁜 모양의 쿠키를 집어들었다. 김도훈이 보는 앞에서 먹어줬다. 초코칩이 와그작. 시원한 입매를 지나, 입안으로 부서지며 들어간다.
说完这句话,金道勋拿起了他精心挑选放在最上面的最漂亮的饼干。他在金道勋的注视下吃了起来。巧克力豆发出咔嚓的声响,经过清爽的唇瓣,碎裂着进入口中。
“네가 만든 거야?” "这是你做的吗?"
“…네.” "……好的。"
“맛있다.” "真好吃。"
쿠키를 먹는 건 신정환인데 김도훈이 침을 삼켰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됐다. 천천히 쿠키 하나를 다 먹은 하얀 얼굴이, 또 웃어 보였다.
申正焕在吃饼干,但金道勋却咽了口唾沫。不知为何,他感到紧张。那张白皙的脸慢慢吃完一块饼干后,又露出了微笑。
“좋아한다더니, 잘 하네.” "说是喜欢,做得倒挺好。"
얼마만에 듣는, 축구 아닌 칭찬이었다.
好久没听到这样的赞美了,不是关于足球的。
“김도훈 이 새끼야! 발만 빠르면 뭐해, 개발인데!”
"金道勋这个混蛋!跑得快有什么用,这是开发啊!"
죄송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개빡쳤다. 패스한 거 못 받아먹은 선배가 더 개발이세요. 오후 연습 경기 때 골 못 넣은 책임을 제가 대신 욕 처먹었다. 청대 뽑혀나간 동기가 지난 번에 개발로 패스했을 땐 저 선배 웃고 넘겼던 거 똑똑히 기억한다. 실력에 따라 같은 행동에도 누구는 웃어주고 누구는 욕먹는 판이 여기였다.
对不起。虽然嘴上这么说,但我真的很生气。没接到传球的前辈才更该被骂。下午的练习赛没进球,结果我替他背了骂名。我清楚地记得,上次被选进青年队的同期传球失误时,这个前辈还一笑而过。在这里,根据实力的不同,同样的行为有人会得到微笑,有人却会挨骂。
체고라고 나이 고만고만한 축구하는 애들 모아놨는데 실력은 고만고만이 아니다. 같은 나이인데 실력은 천지차이였다. 아빠가 새벽마다 보는 유로 2024에선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는 스페인의 만 16세가 날라다니고 있었다. 꼭 수영장에 사는 누구 같았다. 생일 지난 김도훈도 딱 만 16세여서 배 아파서 도저히 유로를 챙겨볼 수가 없었다. 최연소 세계 기록이고 뭐고 당장 대한민국 청대조차 못 뽑혀 나간 건 저 선배나 나나 처지는 똑같은데 시발. 여전히 김도훈은 참을 수가 없었다.
虽说是把年龄相仿的踢足球的孩子们聚在一起,但实力却并不相仿。同样的年龄,实力却天差地别。爸爸每天凌晨看的欧洲杯 2024 上,西班牙那个刚满 16 岁的小将正在刷新最年轻纪录,在球场上飞来飞去。就像某个整天泡在游泳池里的人一样。刚过完生日的金道勋也正好 16 岁,看到这个简直心痛得无法继续关注欧洲杯了。什么最年轻的世界纪录,去他的吧,连韩国青年队都没能入选的处境,不管是那个前辈还是我都是一样的,妈的。金道勋依然无法忍受这种感觉。
신정환은 2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만 15세 나이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따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생일이 느리다고 만 15세였다. 메달 네 개 중에 금메달만 두 개였다. 자유형 50미터 금메달, 남자 400미터 계영 금메달. 100미터 자유형은 은메달, 800미터 계영은 동메달. 그리고 그 네 개 종목은 모두 한국 신기록이었다. 고등학생 신정환 이름에 붙은 신기록이 몇 개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주종목이 아닌 자유형 400미터에서는 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았다. 2년 뒤 올림픽에서는 400미터에서도 메달권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거라며 온 나라가 난리였다. 만 16세 고1 김도훈은 지금 아무것도 아닌데. 어디에도 김도훈 이름 석자 기록 남기고 있지 못 하는데. 신정환은 만 15세 때 아시안게임에서 목에 메달을 네 개나 걸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취미야.
申正焕在两年前的亚运会上,以 15 岁的年龄就获得了金牌、银牌和铜牌。他当时是高中一年级,因为生日较晚所以还是 15 岁。在四枚奖牌中,有两枚是金牌。自由泳 50 米金牌,男子 400 米接力金牌。100 米自由泳是银牌,800 米接力是铜牌。而且这四个项目都创造了韩国新纪录。高中生申正焕名下的新纪录多得数不清。在并非主项的 400 米自由泳中,仅仅进入决赛就受到了赞扬。两年后的奥运会上,人们认为他在 400 米项目中也有足够的实力争夺奖牌,全国为此沸腾。而现在 16 岁高一的金道勋却什么都不是。金道勋的名字没有在任何地方留下记录。申正焕 15 岁时在亚运会上就获得了四枚奖牌。这怎么可能只是个爱好呢。
신정환이 잘못한 게 아닌데 화가 났다. 기록 갈아치우는 기분이 어때요. 간절한 내 앞에서 고작 취미라고 말하는 그 기분이 어때요. 우월감 느껴요? 취미인 주제에 세계 무대에도 서서? 그냥 했는데도 메달 색깔별로 집에 걸어둘 수 있어서? 간절하지 않고 설렁설렁하는데도 태극마크 달고, 전 국민이, 전 세계가 주목해서?
申正焕并没有做错什么,但我还是生气了。打破记录的感觉如何?在渴望的我面前,仅仅说这只是个爱好,那种感觉如何?感到优越吗?明明只是爱好却能站上世界舞台?随随便便就能把各种颜色的奖牌挂满家里?即使不那么渴望,态度随意,却能戴上国家队徽章,受到全国乃至全世界的关注?
“도훈아.” "道勋啊。"
기분 나쁘면 수영장을 안 오면 되는데. 관성처럼 저녁에 찾은 수영장에서 신정환한테 화만 내고 있었다.
心情不好的话就不要来游泳池不就行了。可还是像习惯一样晚上来到游泳池,只是对申正焕发火。
“우울은 수용성이라는데.” "据说忧郁是可以传染的。"
입밖으로 한 마디 안 내고 씩씩대기만 하는 저를 두고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는다. 김도훈이 기분 나쁜 건 알아채놓고, 수영장에 감정을 녹이고 가라는 말만 한다. 저 여유로움이 화가 났다. 절실한 마음을 알기나 할까. 누군가가 너무 부럽고, 질투나서 죽겠는 마음을? 물 몇 방울 튀기지도 않고 고요히 잠수해버리는 하얀 몸을 보다 물 밖으로 나와서 앉았다. 무릎 아래로 찰랑거리는 물을 바라보다, 잠영으로 저 멀리까지 가버린 물 속 그림자를 눈으로 좇았다.
我一言不发,只是气喘吁吁,他也没问发生了什么事。金道勋察觉到我心情不好,只是说让我到游泳池里消解情绪。他那份从容让我生气。他真的能理解我迫切的心情吗?那种对某人羡慕得要死,嫉妒得要命的心情?看着那具白皙的身体悄无声息地潜入水中,连一滴水花都没溅起,我从水里出来坐下。我注视着膝盖以下荡漾的水面,目光追随着那个潜泳到远处的水中身影。
“그렇게 잘하면 기분이 어때요.” "这么厉害的话感觉如何?"
툭. 불퉁한 마음이 입밖으로 터져 나왔다. 듣든지 말든지. 멀리 있는 신정환에게 닿지도 않을 소리였는데 물 속에 있던 신정환은 고개를 들었다.
啪。不悦的心情脱口而出。听不听随他。本以为远处的申正焕听不到的声音,但在水中的申正焕却抬起了头。
“……” "……"
눈이 마주쳤다. 四目相对。
“쉬워서 좋겠어요.” "真好,这很简单。"
한 번 터진 심통은 멈출 줄 몰랐다. 가만히 제 눈을 바라보던 신정환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 아래 고요한 그림자가 가까워졌다.
一旦爆发的怒火就无法停止。静静地注视着自己眼睛的申正焕再次潜入水中。水下寂静的身影渐渐靠近。
“쉬워 보여?” "看起来很容易吗?"
김도훈 발치에서 바로 솟아난 얼굴이 그렇게 물었다. 맘 같아선 존나게 쉬워 보인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지금도 물방울 하나 튀기지 않고 잠영만으로 눈 깜빡할 새에 이 앞까지 왔는데. 이게 쉬운 게 아니면 뭔데.
金道勋脚边突然冒出一张脸,如此问道。他心里很想回答说看起来简直太容易了。现在他只用潜泳,连一滴水都没溅起,眨眼间就游到了这里。如果这都不算容易,那什么才算呢。
“취미라면서요.” "说是爱好呢。"
“그건 좋아한다의 영역이고.” "那是喜欢的范畴。"
“……” "……"
“……” "……"
이어지는 침묵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알았다. 운동 선수에게 쉬운 건 없다. 정상의 자리는 거저 얻지 못 한다. 재능은 거저 얻고 태어날 순 있어도 노력 없이 정상에 오르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신정환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 포기하며 매일 수영만 하고 죽어라 훈련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너무 당연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신정환은 그 모든 걸 소리로 전하지 않았다. 평생 운동만 해온 김도훈이 그걸 모르지 않을 거니까.
接下来的沉默传达出了某种信息。对运动员来说,没有什么是容易的。巅峰的位置不是轻易就能获得的。虽然天赋可能与生俱来,但没有哪个运动员能不付出努力就登上巅峰。申正焕放弃了所有他喜欢的事物,每天只游泳,拼命训练,这些都是不言而喻、不言自明的事实。所以申正焕没有把这一切用言语表达出来。毕竟,一辈子都在运动的金道勋不可能不明白这些。
그래, 김도훈이 속이 뒤집힌 건 그거였다. 똑같이 죽어라 하는데, 누구는 제자리에 있고 누구는 저 멀리까지 훨훨 날아가게 만드는 차이 같은 것, 그걸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대상이 하필 눈 앞에 있었다.
没错,金道勋心里翻江倒海的就是这个。明明都是拼命努力,却有人原地踏步,有人却能一飞冲天,这种差距,让他深刻感受到的对象偏偏就在眼前。
“형은 타고났으니까요.” "哥哥是天生的。"
“타고난 게 어디까지인데?” "天赋到底能有多强?"
바로 돌아오는 질문에 다시 말문이 막혔다. 처음 접한 문장이었다. 운동 선수에게 타고난 신체 조건들, 예를 들면 체격, 체력, 반사 신경 같은‒ 타고난 건 중요했다. 무엇을 타고났는지에 따라 유리한 종목도 달랐다. 하지만 가지고 태어난 몸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김도훈도 몸이 가볍고 발이 빨라서 중원에서 잘 치고 나간다 소리 듣지만, 그렇다고 축구선수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 했다. 당장 김도훈도 매일 스트레스를 받았다. 타고난 게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현실을 마주해야 해서. 아빠 손 잡고 축구 교실 다닐 때는 타고난 김도훈보다 잘하는 또래가 없어서, 미래에 태극마크는 당연히 다는 줄만 알던 시절도 있었다.
面对立即回答的问题,他再次语塞了。这是他第一次遇到这样的说法。对运动员来说,与生俱来的身体条件,比如体格、体力、反应神经之类的天赋确实很重要。根据天赋的不同,适合的项目也会有所不同。但是,用与生俱来的身体能走多远,这是未知的。金道勋虽然因为身体轻盈、脚步快而被称赞在中场能很好地突破,但是作为足球运动员能走多远,谁也说不准。就连金道勋自己每天都感到压力很大。他原本以为自己的天赋相当不错,但现实却并非如此。曾几何时,当他还牵着爸爸的手去上足球课时,同龄人中没有比天赋异禀的金道勋更出色的,那时他还以为将来戴上太极标志是理所当然的事。
“내가 여기까지면?” "我到这里就行了吗?"
말문 막힌 김도훈에게 이어진 질문은 더 당혹스러웠다.
金道勋哑口无言,接踵而来的问题更让他措手不及。
“내려갈 일만 남았을 수도 있어.”
"可能只剩下下坡路了。"
앉은 저를 올려다보는 눈은 평소와 같았다. 그 눈을 왠지 보고 있기 힘들어서, 도훈은 젖은 머리카락에서 하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좇았다. 물방울마저 밑으로 떨어지는 게, 마치 내려가는 길을 가는 것만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坐着的我抬头看着他的眼睛,和平常一样。不知为何,金道勋觉得难以直视那双眼睛,于是他的目光追随着从湿润的头发滑落到苍白脸庞的水滴。连水滴都往下落,仿佛在走下坡路,让他感到莫名的不安。
“나 슬럼프도 부상도 아직 없거든.”
"我还没经历过低谷期或受伤呢。"
신정환은 덧붙이는 말로 김도훈의 시선을 다시 잡아챘다.
申正焕补充道,再次吸引了金道勋的注意力。
“그게 오면 난 극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내 전성기일 거라고 기대하는 2년 뒤 아시안 게임에, 4년 뒤 올림픽에, 그 신정환은 없을 수도 있어.”
"当那一刻来临时,我能否克服它?在人们期待我会达到巅峰的两年后的亚运会,四年后的奥运会上,那个申正焕可能已经不复存在了。"
태연한 얼굴로 잔인한 미래를 가정했다.
面无表情地假设了残酷的未来。
“안 왔다고 하는 전성기가, 사실은 지금일지도 모르지.”
"也许我们以为还没到来的巅峰期,其实就是现在。"
담백하게 끝을 맺는 문장이었다. 얘기를 들은 김도훈만 머릿속이 혼란했다.
这是一个简洁明了的结束语。只有听完这番话的金道勋脑子里一片混乱。
“…형은 그런 생각을 했어요?” "……哥哥你有过这样的想法吗?"
더 내려갈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보다 잘난 애들을 시기하면서, 저 자리를 내가 왜 못 갈까 하고 분해 하면서, 위만 바라보고 살았다. 아빠가 말하는 프리미어 리그, 거기 아무나 가는 거냐고 짜증은 냈지만, 언젠가 그 곳에서 제 이름을 연호하는 7만 관중을 밤마다 상상했다. 김도훈과 신정환이 바라보는 내일의 방향은 전혀 겹치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는 건 김도훈이었는데, 오지 않은 불안을 안고 있는 건 신정환이었다.
我从未想过要往下走。我嫉妒那些比我优秀的人,为什么我不能到达那个位置而感到愤怒,只是一直仰望着上面。虽然我对爸爸说的英超联赛感到烦躁,觉得那不是随便什么人都能去的地方,但每晚我都幻想着有朝一日在那里听到 7 万观众呼喊我的名字。金道勋和申正焕所期望的未来完全不同。做梦的是金道勋,而背负着尚未到来的不安的是申正焕。
“아니, 생각 안 해.” "不,我没想过。"
간결한 대답을 바로 내놓은 신정환은,
申正焕简洁地回答道,
“일어나지도 않은 일 지금 생각해서 뭐해. 지금에 집중하는 거지.”
"想那些还没发生的事有什么用。专注于当下才是正道。"
태평한 얼굴로 또 웃었다. 그건 형이 잘하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에요, 그 말은 속으로 삼켰다. 형은 평생 제 기분 모를 거예요, 했던 김도훈은 절대 저 신정환의 기분을 모를 것 같아서.
他又露出一副平静的笑容。"那是因为哥哥做得很好才能说出这种话",这句话他默默咽了下去。金道勋心想,哥哥一辈子都不会明白我的心情,而他也觉得自己永远无法理解申正焕的感受。
다음 날 저녁 김도훈은 가만히 서서 물에 떠다니는 신정환을 바라봤다. 안 들어오고 뭐해? 도훈을 내버려두던 신정환도 제 앞에까지 와서 물었다. 태연하게 물 속에 들어가서 같이 물 타면서 놀기에는 제가 좀 뻔뻔하단 생각이 들었다. 도훈은 대답 대신 몸을 작게 말아 쭈그려 앉았다. 물 속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하얀 얼굴에 시선을 맞췄다.
第二天晚上,金道勋静静地站着,注视着漂浮在水中的申正焕。"你怎么不进来?"原本不理会道勋的正焕游到他面前问道。道勋觉得若无其事地下水一起玩耍,自己未免有些厚颜无耻。他没有回答,而是蜷缩身体蹲了下来。他的目光与水中仰望着他的白皙面庞相遇。
“사실 형이 좀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说实话,我以为哥哥会比较容易对付。"
어제 신정환한테 털어낸 심통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었다. 신정환이 잘못한 게 아니었는데. 하얀 몸이 천천히 제 앞까지 와서 바닥에 팔을 괸다.
我想向申正焕道歉,为昨天对他发泄的怨气。那不是申正焕的错。白皙的身体慢慢来到我面前,手臂撑在地板上。
“어떤 게.” "什么事。"
“혼자만 잘 하면 되는 거요.”
"只要自己做得好就行了。"
신정환은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그게 말을 계속 하라는 허락같이 느껴져서, 김도훈은 쪼그려 앉은 채 말을 이었다.
申正焕缓缓眨了眨眼睛。金道勋觉得这是让他继续说下去的许可,于是蹲着继续说道。
“팀 군기나, 나랑 안 맞는 선수들이랑도 손발 맞춰 나가기 이런 거 없잖아요, 형은.”
"哥,你们队里没有什么纪律,也不用和不合拍的队员配合,对吧。"
내가 패스 똑바로 했는데 지가 삐끗해서 골 못 받아먹은 걸 내 개발이라고 욕하는, 그런 상황따윈 없을 거다. 혼자만 잘 하면 되는 개인 종목이라 쉽겠다 싶었다. 맨날 선배들에게 비위 맞추는 위계질서 빡센 단체생활도 아마 신정환은 모를 거였다. 내 잘못이 아닌데 내 탓이라고 욕먹는 상황도 없겠지.
我不会遇到那种明明是我传球传得很准却因为他失误没接到球反而骂我是废物的情况。我觉得个人项目只要自己表现好就行,应该会比较轻松。申正焕大概也不会知道那种每天都要讨好前辈、等级制度严格的团体生活。也不会遇到明明不是我的错却要被骂是我的错的情况吧。
“사실 어제 패스 못 했다고 제가 욕 먹었거든요. 패스하는 사람도 볼 차고 골 넣는 사람도 볼 차는데, 볼 컨트롤을 저만 해요? 스트라이커가 골 못 넣은 걸, 내 탓만 하는 게 좀 웃겼어요.”
"说实话,昨天因为没能传球,我被骂了。传球的人也要踢球,进球的人也要踢球,为什么只有我要控球?前锋没进球,却只怪我,我觉得有点好笑。"
가만히 올려다보는 얼굴에, 김도훈은 종알종알 속을 다 털었다.
金道勋对着静静仰望的脸庞,絮絮叨叨地倾诉了内心的一切。
전 잘했는데 팀이 질 때도 너무 많구. 중학교 때는 제가 두 골씩 넣었는데도 진 경기도 많아요. 저 중학교 때까지는 스트라이커였거든요. 골 많이 넣었어요. 근데 제가 잘했는데 다른 선수들 때문에 지는 거 너무 화나요. 수비는 왜 뚫려서. 내가 골 넣었는데 걔네가 뚫려서 골 먹혀서 진 적이 많거든요. 근데 뭐, 지금 우리팀도 저 보고 똑같은 생각할 수도 있겠죠. 수비 잘 했는데 김도훈이 중원에서 뚫려서 망했다.
我踢得很好,但是球队还是经常输。初中的时候,即使我进了两个球,我们也输了很多场比赛。我在初中之前一直是前锋。进了很多球。但是我踢得很好,却因为其他球员而输球,这让我非常生气。为什么防守会被突破呢。我进了球,但他们被突破了,丢了球,我们就输了,这种情况发生过很多次。不过,现在我们队的队友可能也会对我有同样的想法。防守做得很好,但金道勋在中场被突破,搞砸了。
근데 형은 아무도 형 탓 안 할 거니까요. 형 혼자만 믿으면 되잖아요. 몸싸움도 없고. 상대팀 선수한테 몸빵 안 된다고 포지션 애매하다 소리 들을 일도 없고. 사실 저 몸싸움 불리하단 얘기 너무 많이 들어서 좀 짜증난 상태였어요. 저보다 덩치 큰 애가 몸으로 한 번 치면 저 그냥 나가 떨어져요. 그런데도 공은 지켜야 해요. 아, 이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저 발 빨라서 잘 빠져 나와요. 넘어진 적은 거의 없어요. 근데 어쨌든 형은 그럴 일은 없잖아요.
但是哥哥不用担心,没人会责怪你的。你只要相信自己就行了。没有身体对抗,也不会被对方球员说因为不能身体接触而位置模糊。说实话,我听到太多关于我身体对抗不利的话,已经有点烦了。比我块头大的人一推我,我就直接飞出去了。但我还是得保护球。啊,这只是随便说说。我跑得快,所以能很好地摆脱。我几乎没摔倒过。不过无论如何,哥哥你是不会遇到这种情况的。
“솔직히 형이 계영 좋다고 하는 말도 개인 기록 좋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说实话,我觉得哥哥说喜欢蝶泳,也是因为个人成绩好才能说出这种话。"
계영 인터뷰마다 웃고 있던 신정환을 떠올렸다. 수영은 팀 경기인 축구와는 태생부터 다른 종목이다. 잘난 신정환은 그래서 웃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이 또한 신정환의 잘못은 아닌데, 김도훈은 자꾸 뾰족해지는 마음의 화살을 어디로 돌려야 할 지 몰라서, 앞에 있는 하얀 몸에 겨눴다.
桂英回想起在每次采访中都面带微笑的申正焕。游泳从本质上就与足球这样的团队运动不同。优秀的申正焕大概正因如此才能笑得出来吧。虽然这也不是申正焕的错,但金道勋不知道该如何平息内心越来越尖锐的怒火,于是将矛头对准了眼前那具白皙的身体。
과녁이 된 인어는 다 듣고는 웃었다.
成为靶子的人鱼听完后笑了。
“너 생각이 되게 많구나.” "你想得真多啊。"
웃는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엉뚱한 화살촉이 자신을 향했는데도, 신정환은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他静静地俯视着那张笑脸。尽管一支莫名其妙的箭头指向了自己,申正焕却毫无波澜。
“혹시 그거 질문이야? 지금 말한 걸로 기분 풀렸으면 대답 안 할게.”
"那是个问题吗?如果你说完这句话心情就好了的话,我就不回答了。"
정말 제 얘기를 듣는 것이 자기 일이었다는 듯이 굴었다. 김도훈은 나긋한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고요한 여름 밤에 물 일렁이는 소리만 났다. 하얀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他真的表现得好像听我说话是他的工作一样。金道勋的目光没有离开那张温柔的脸庞。宁静的夏夜里只有水波荡漾的声音。他凝视着那张白皙的脸庞许久,终于开口了。
“들을게요.” "我听着呢。"
신정환의 얘기가 궁금했다. 그런데. 我很好奇申正焕的故事。但是。
“너 안 더워? 수영장 왔으면 물 좀 들어와.”
"你不热吗?来游泳池就下水玩玩嘛。"
신정환은 대뜸 그런 말이나 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눈 꿈벅이고 있으니 커다란 손이 또 발목을 잡았다. 제 발목이 한 손에 잡히는 감각이 생경했다.
申正焕突然说出这样的话。面对这意料之外的话语,我眨了眨眼,然后一只大手又抓住了我的脚踝。感受到自己的脚踝被一只手握住的感觉很陌生。
“아, 알았어요. 들어 갈게요!” "啊,知道了。我这就进去!"
처음 만난 날 모양새가 될까봐 얼른 알아서 입수했다. 제가 설 자리를 만들어주듯 신정환이 빠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가까운 거리에 하얀 얼굴이 자리했다. 두 눈을 곧게 맞춰온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김도훈이 잘게 긴장할 때쯤 신정환이 입을 열었다.
为了避免像初次见面那天的样子,我赶紧自觉地入座了。申正焕迅速后退一步,仿佛在为我腾出位置。在近距离内,一张白皙的脸庞映入眼帘。他直直地注视着我的双眼。就在金道勋因那炯炯有神的目光而微微紧张时,申正焕开口了。
“내가 몸싸움이 없는 거 같아?”
"你觉得我不会打架吗?"
나지막한 질문에 김도훈은 가만히 그 질문을 던진 눈동자를 봤다.
听到这个轻声的问题,金道勋静静地注视着提出问题的那双眼睛。
“세계 대회 나가면 내가 몸이 제일 작아.”
"去世界大赛的话,我的身材会是最小的。"
답을 말해주는 신정환의 기준은 세계 무대였다. 사실 그것부터 김도훈은 좀 부러웠다.
申正焕回答问题的标准是世界舞台。事实上,金道勋从一开始就有点羡慕这一点。
“키도 다들 나보다 15센치는 커. 덩치도 큰데 팔도 길어. 터치패드 앞에서 손만 뻗으면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윙스팬은 한 30센치는 차이 나겠지. 그 선수들보다 내가 먼저 터치하려면 눈에 띄게 차이 날 정도로 앞에 있어야 해. 팔 길이 뿐만이 아니야. 그 커다란 선수들 옆에 있으면 물살에 쓸려가. 내가 좀만 뒤처지면 그 물살 저항 다 받거든. 처음부터 치고 나가야 하는 것도 떠내려가지 않으려는 것도 있어.”
"他们的身高都比我高 15 厘米左右。体型也大,手臂也长。在触摸板前只要伸手就能造成不同的结果。臂展差距可能有 30 厘米。要想比那些选手先触摸,我必须明显地站在前面。不仅仅是手臂长度的问题。站在那些高大的选手旁边,会被水流冲走。如果我稍微落后,就会承受所有的水流阻力。从一开始就要冲出去,也是为了不被冲走。"
신정환의 특징인 초반부터 빠른 레이스. 그건 단순한 개인의 영법 스타일일뿐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申正焕的特点是从一开始就进行快速比赛。他说这不仅仅是个人的游泳风格,更是为了生存的策略。
“레인에서 나 혼자 수영하고 있어도, 나는 계속 싸우고 있어. 안 밀리려고.”
"即使我独自在雨中游泳,我也会继续战斗。我不会退缩。"
담백하게 말을 끝낸 신정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申正焕简洁地说完后,轻轻耸了耸肩。
“너보다 힘들단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종목이 다르니까 다른 종류의 싸움을 하고 있단 얘기야.”
"我不是想说我比你更辛苦。只是因为项目不同,我们在进行不同种类的战斗。"
덧붙인 말은 가벼운 투였지만, 김도훈을 한참 어리게 만들었다. 일대일로 비교해서 누가 더 힘느니 경쟁할 게 아니었다. 그게 국내 무대든, 세계 무대든. 알면서도 말로 뱉어버린 김도훈을 한 번 더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虽然附加的话语语气轻松,却让金道勋显得更加年轻稚嫩。一对一比较谁更有实力并不是应该竞争的事情。无论是在国内舞台还是世界舞台上。这番话让金道勋再次意识到,尽管他心里明白,却还是脱口而出了这样的话。
“그리고 나 요즘 개인 기록 되게 좋아지고 있거든.”
"而且我最近的个人记录也在不断提高呢。"
나직한 목소리가 새로운 얘기를 꺼냈다.
低沉的声音开启了一个新话题。
“스타트 빠른 신정환 선수, 300미터까지도 속도 유지하면 400미터까지도 메달권이 될 텐데요. 이것만 개선하면 충분히 노려볼만 합니다. 중계에서 맨날 듣던 말이야.”
"申正焕选手起跑很快,如果能保持速度到 300 米,那么 400 米也有望进入奖牌圈。只要改进这一点就足以有机会争取了。这是我们在转播中经常听到的话。"
김도훈이 밤새 찾아본 영상에서도 들었던 말이다. 100미터까지 미친 듯한 스피드, 그리고 잠잠해지다가 다시 300미터부터 치고 올라오는 스퍼트. 그 특이한 영법에 단거리 유망주가 400미터까지 석권하기를 모두가 기대했다.
金道勋整晚观看的视频中也听到过这样的话。前 100 米疯狂的速度,然后平静下来,再从 300 米开始冲刺。大家都期待这位短距离游泳的有潜力选手能凭借这种独特的泳法征服 400 米比赛。
“그거 집중 훈련했어. 겨울에 호주로 전지훈련 갔는데, 거기 훈련이 너무 고강도라서‒ 맨날 토했어. 토하고 수영하고 토하고 수영하고 그러고 지냈어.”
"我为此进行了集中训练。冬天去澳大利亚集训时,那里的训练强度太高了——每天都在呕吐。就是不停地呕吐、游泳、呕吐、游泳,就这样度过的。"
신정환은 여기서 작게 웃었다. 申正焕在这里轻轻地笑了。
“그래도 그거 덕분에 100미터 이후에도 속도 안 떨어지게 잡혔거든. 턴할 때도 시간 단축 더 했고. 그래서 나 400미터 기록도 지금 되게 좋아.”
"不过多亏了那个,我在 100 米之后也能保持速度不下降。转弯的时候也更加缩短了时间。所以我现在 400 米的成绩也非常好。"
자랑같은 말이 자랑처럼 안 들렸다.
听起来像是在炫耀的话却不像是在炫耀。
“근데 나만 좋아지고 있을까.” "可是只有我一个人在变好吗?"
“……” "……"
그 말에 김도훈은 눈도 깜박이지 못 했다. 담백한 눈동자에, 되려 김도훈의 시선이 매였다.
听到这句话,金道勋连眼睛都不敢眨一下。反而是他的目光被那双清澈的眼睛牢牢吸引住了。
“호주엔 전 세계 선수들이 다 와서 훈련받아. 내가 이번에 처음 받고 토한 그 고강도 훈련은 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받던 것들이었고.”
"全世界的选手都来澳大利亚接受训练。我这次第一次接受并呕吐的那种高强度训练,对那些选手来说从小就在接受了。"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도 제자리에 있지 않는다. 내가 죽어라 노력하는 것처럼 그들도 죽어라 노력하고 있다. 김도훈도 신정환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比我更优秀的人到处都有。而且他们也不会原地踏步。就像我拼命努力一样,他们也在拼命努力。金道勋和申正焕都深知这一点。
“내가 아무리 기록이 좋아지고 있어도, 경기 날 옆 레인 선수가 더 빠르면, 나보다 더 잘 하면, 그 순간에 나는 지는 거야.”
"即使我的记录在不断提高,但如果比赛当天旁边赛道的选手比我更快,比我表现得更好,那一刻我就输了。"
담담하게 이어지는 말에 김도훈은 그저 가만히 듣는 수밖에 없었다.
金道勋只能静静地听着对方平静地继续说下去。
“나도 나만 잘 하고 싶어.”
"我也只想做好我自己。"
신정환은 웃었다. 申正焕笑了。
“그런데 경기는 그렇지 않잖아.” "但是比赛不是这样的啊。"
김도훈은 내가 잘 해도 경기 지는 기분을 형이 아냐고 물었다. 신정환도 자신이 아무리 잘 해도 지는 경기를 매일 해왔다. 차분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김도훈은 끝없이 어려졌다.
金道勋问我是否知道即使自己表现得很好却输掉比赛的感觉。申正焕也说自己无论表现得多好,每天都在打输的比赛。听着这平静讲述的故事,金道勋感到无比沮丧。
“그리고 팀 경기라는 건.” "还有就是团队比赛。"
신정환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음, 하고 소리 내고 말을 멈추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도훈이 너에겐 그게 전부겠지만.
申正焕说完这句话后,停顿了一下,发出一声"嗯",然后停止说话,小声嘀咕道:"对你来说,金道勋就是一切吧。"
“일단 나는 계영 좋아해. 나한테는 유일하거든.”
"我确实喜欢计英。对我来说,他是独一无二的。"
눈을 맞추며 산뜻하게 웃었다. 유일이란 건, 어떤 의미일까.
目光相遇时,他灿烂地笑了。独一无二,究竟是什么意思呢。
“내가 개인 기록이 안 좋았어도 계영을 좋아했을지는, 글쎄. 생각해본 적 없어.”
"即使我个人成绩不好,我是否还会喜欢接力赛,这个嘛,我从未想过。"
정말 생각해본 적 없는 말간 얼굴이라 김도훈도 그냥 그렇구나 했다. 형은 기록 좋으니까 당연히 그러시겠죠, 같은 삐뚜룬 마음도 들지 않았다. 신정환은 원체 생각이 많은 편이 아닌 것 같아서.
金道勋也觉得这是一张他从未想象过的清澈面孔。他没有产生"哥哥成绩好,所以理所当然会这样"之类的扭曲想法。因为申正焕似乎本来就不是个爱多想的人。
“여러 명이 같은 목표로 연습하는 거 난 재미있어. 계영에서 수영 선수들이 합 맞출 수 있는 건 영자 바뀔 때밖에 없어. 들어오는 선수가 터치패드까지 지금 속도에서 안 떨어질 거란 걸 믿으면서 뛰어들어. 개인 기량 빼고는 시간 줄일 수 있는 게 거기밖에 없거든. 그런데 그 찰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실격이야. 그 날 기록이나 순위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아예 실격. 죽어라 했는데 기록조차 안 남겨줘. 나만 믿는 게 아니라 내 앞의 영자, 내 뒤의 영자를 믿고 하는 거야. 어떻게 보면 무섭지.”
"几个人为了同一个目标一起练习,我觉得很有意思。在接力赛中,游泳选手只能在交接棒的时候配合。相信即将入水的选手在现有速度下能够游到触摸板,然后跳入水中。除了个人能力外,只有这个环节能够节省时间。但是,如果这一瞬间稍有差错,就会被取消资格。不仅仅是当天的成绩或排名会改变,而是直接被取消资格。拼尽全力却连成绩都没有留下。这不仅仅是相信自己,还要相信我前面的选手和后面的选手。从某种角度来看,这是很可怕的。"
천천히 전해주는 계영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팀 경기라고 해도 열 한 명이 90분간 만들어가는 축구와는 달랐다. 신정환은 계영 팀 막내면서 4번 영자였다. 앞의 세 명의 선수들이 다 만들어둔 레이스를, 십대 소년이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누구보다 빠른 그 스타트가, 찰나의 차이로 마지막에 모두를 실격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我静静地听着他慢慢讲述接力赛的故事。虽然也是团队比赛,但与十一个人在 90 分钟内创造的足球比赛不同。申正焕是接力队的最小队员,同时也是第四棒选手。前三名选手已经完成了他们的部分,这个十几岁的少年必须为比赛画上完美的句号。他那比任何人都快的起跑,可能会因为一瞬间的差距而导致整个团队在最后被取消资格。
“근데 난 그게 좋아.” "但我喜欢那样。"
그런데 그 두려움을, 신정환은 담백한 얼굴로 좋다고 말한다.
然而,申正焕却面不改色地说这种恐惧很好。
“스타일 다른 선수들하고 맞춰야 하는 거, 계영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네가 대학을 가고 프로를 가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 선수들을 바꿀 기회도 있잖아. 다음 팀에서는 더 잘 맞는 선수들을 만날 수도 있고.”
"虽然需要和风格不同的选手配合,接力赛也是一样的。但是当你上大学或者成为职业选手后,即使不是经常,也会有机会更换队友。在下一支队伍中,你可能会遇到更合拍的选手。"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게 온전히 김도훈만의 선택에 의한 건 아니겠지만, 축구하는 인구는 전세계에 많고 많다. 김도훈이 세계 무대를 기준 삼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선수들을 만나고 팀을 꾸리고 합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상대든 동료든, 함께 할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존재했다. 팀에 안 맞는 선수들하고도 맞춰야 해서 힘들다 소리했던 김도훈에게 신정환이 돌려주는 이야기는,
这话倒也没错。虽然这并非完全出于金道勋的选择,但世界上踢足球的人多得是。即使金道勋不以世界舞台为标准,他也完全可以在一个能够结识其他球员、组建球队、磨合默契的环境中。无论是对手还是队友,改变共事对象的机会随处可见。对于曾经抱怨过"和不适合球队的球员也要磨合很辛苦"的金道勋,申正焕回应道:
“난 대표팀 가면 한 팀밖에 없어.”
"我去国家队的话只有一个队。"
축구하는 김도훈은 알지 못하는 수영 선수 신정환의 이야기였다. 김도훈에겐 전부이고 신정환에게는 유일하단 말의 의미가, 이제야 온전히 와닿았다.
踢足球的金道勋不知道游泳选手申正焕的故事。对金道勋来说是全部,对申正焕来说是唯一,这句话的意义,现在才完全理解。
“대표팀 안 들어가면 계영도 못 해.”
"如果进不了国家队,就不能参加接力赛。"
신정환은 그 말을 끝으로 웃었다. 자신에겐 선택의 기회조차 없다고 말하면서, 김도훈의 탓은 전혀 하지 않은 채로.
申正焕说完这句话后笑了。他说自己连选择的机会都没有,却丝毫没有责怪金道勋。
하잘것없게, 김도훈은 기분이 풀렸다. 어디로 쏠 줄 몰랐던 궤적이 엉망인 감정의 활시위는 내려놓았다. 시샘이 터져서 죽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신정환의 이야기에, 기분이 도리어 나아졌다.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좋았다. 김도훈이 모르는 얘기를 해주는 게 좋았다. 같으면서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란 게 좋았다. 누구를 부러워하기만 하고 비교하면서 질투하기만 한 제 마음을 털어놓은 게 처음이었고, 그걸 들어주는 게 담담한 신정환이라서 다행이었다.
毫无意义地,金道勋的心情好转了。他放下了那张不知道该往哪里射的、轨迹混乱的情感弓弦。原以为会因嫉妒而死,但事实并非如此。听着申正焕讲述完全不同的故事,他的心情反而变好了。谈论其他话题很好。听申正焕讲述金道勋不知道的事情很好。有一个处在相同 yet 不同世界的人很好。这是他第一次倾诉自己只会羡慕别人、比较并嫉妒的心情,而听他倾诉的是平静的申正焕,真是太好了。
매번 불만만 쏟아내는 두 학년 아래의 후배가 밉지도 않은지, 신정환은 로비에 앉아 김도훈을 기다렸다. 너 너무 늦는단 말 한 마디 없이, 김도훈이 곁에 다가서면 빤히 올려다보는 게 다였다. 김도훈은 아직도 샤워실에서의 시간은 줄이지 못 했다. 물 속에서는 괜찮지만 물 밖에서는 하얀 몸을 마주하기가 민망했다.
申正焕坐在大厅里等着金道勋,丝毫不觉得那个总是抱怨不断的小两届后辈讨厌。他没有说一句"你来得太晚了",只是在金道勋走近时抬头直直地看着他。金道勋还是没能缩短在淋浴间的时间。在水里他倒是觉得没什么,但一出水就觉得面对自己白皙的身体有些尴尬。
“이번 여름 엄청 덥다는데.” "听说今年夏天会非常热。"
바깥을 보며 말을 꺼낸 신정환이 김도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申正焕看着外面开口说话,然后把视线转向了金道勋。
“물에 있다 나오니까 개운하지.” "从水里出来感觉真舒畅啊。"
신정환은 온도와 습도를 물었는데 김도훈은 그게 기분으로 들렸다. 물에서 얘기하고 나니까 개운하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글자 대답을 전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고맙단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어쩐지 알맞지 않은 대답 같아서. 여름밤은 물내음이 옅었는데도 곁에선 물내음이 났다.
申正焕问了温度和湿度,但金道勋听起来像是在问心情。从水里出来说话感觉真清爽啊。他点了点头。嗯。只回答了一个字就闭上了嘴。谢谢的话在舌尖打转,但总觉得不太合适。夏夜里水的气息很淡,但身边却传来了水的味道。
그래서 또 사과했다. 잠영하고 있는 물 속 그림자에 대고.
于是他又道歉了。对着水中游泳的影子。
“형, 함부로 말해서 죄송해요.” "哥,对不起我说话太随便了。"
고마운 마음이 더 컸는데. 덕분에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고, 차마 그 말 하기에는 속이 간지러웠다. 그래, 어쩌면 투박할 지도 모르는 축구부 김도훈은 차라리 사과가 나았다. 유유히 제 앞으로 다가온 그림자가 물 위로 하얀 얼굴을 드러냈다.
感激之情更加强烈。虽然心情已经好多了,但要说出那句话还是觉得有些难为情。是啊,也许对于可能有些粗糙的足球队员金道勋来说,道歉反而更合适。悄然靠近的影子在水面上露出了白皙的脸庞。
“어제 말하고 나니까 저 진짜 쪼잔한 애 같더라고요. 덕분에 반성 많이 했어요.”
"昨天说完之后,我觉得自己真像个小气鬼。多亏了你,我反省了很多。"
어떤 감정은 말로 하면 단단해지지만 어떤 감정은 말로 꺼내는 순간 승화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그걸 신정환 덕분에 알았다.
有些感情说出来会变得坚固,而有些感情一旦说出口就会升华消失。这一点多亏了申正焕,我才明白。
“그게 반성할 정도야?” "那算是反省吗?"
“그런 말을 한 제가 너무 구렸거든요.”
"我说那种话真是太糟糕了。"
대답을 듣고는 신정환은 작게 음- 했다. 여전히 김도훈의 사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听到回答后,申正焕轻声嗯了一声。他似乎仍然无法理解金道勋的道歉。
“털어놓을 데가 없어?” "没有可以倾诉的地方吗?"
“이런 얘길 축구부 누구한테 말해요.”
"这种事跟足球队的谁说啊。"
제 말에 신정환은 어깨를 으쓱했다. 알 만하다는 뜻인지, 왜 말 못 하냐는 뜻인지 의도를 읽을 순 없었지만.
听了我的话,申正焕耸了耸肩。我无法确定这是表示理解还是在问为什么不能说,但我无法读懂他的意图。
신정환이 이내 또 물 속으로 사라져 버리길래 김도훈도 같이 잠수했다. 물 속에서 신정환의 잠영을 보는 건 이 시간 나름의 재미였고 특권이었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게 유영하는 하얀 몸은 인어 같아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도훈은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끈하게 일렁이는 부드러운 몸짓을 보고 있으면 신정환을 이루는 모든 게 그래 보였다. 제게 해주던 말도, 말의 내용도, 모든 게 부드럽기만 해서. 모난 제 마음을 깎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보드라움에 자꾸만 어딘가가 간지러워지는 것도 같았다.
申正焕很快又消失在水中,金道勋也跟着潜了下去。在水下观看申正焕游泳是这个时刻独特的乐趣和特权。他那白皙的身体在水底游动,低得几乎触及池底,就像一条美人鱼,仅仅是观看就让道勋感觉置身于另一个世界。看着那流畅优雅的动作,申正焕的一切在道勋眼中都变得如此柔和。他对自己说的话,话语的内容,一切都是那么温柔,仿佛在打磨自己棱角分明的心。而且——那份柔软似乎让他内心某处不断地感到痒痒的。
저를 신경쓰지 않는 신정환을 눈으로 좇다가, 이내 물 위에 떠서 누웠다. 가깝게는 귓가에 찰랑이는 물소리가, 멀게는 풀벌레 소리가, 그리고 더 멀리는 몇 안 되는 별이 도훈을 감쌌다. 그렇게 하염없이 떠있으니, 소리 없이 다가온 신정환이 옆에 서서 제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는 것이다. 시선을 옮겨 저를 보는 하얀 얼굴을 봤다.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저를 보는 시선에, 도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我的目光追随着不在意我的申正焕,随即便躺在了水面上。近处是拍打耳畔的水声,远处是虫鸣声,更远处是寥寥几颗星星环绕着金道勋。就这样漫无目的地漂浮着,不知不觉间申正焕无声地靠近,站在旁边俯视着我的脸。我移开视线,看到那张注视着我的白皙面庞。在他一边将湿漉漉的头发往后捋,一边看着我的目光中,金道勋缓缓开口。
“저는요, 형이 있었으면 했어요. 같이 축구하고 같이 장난치고 새벽에 유로랑 챔스 같이 보고 축구 얘기 같이 하는 그런 형이요. 전 그걸 아빠랑만 해왔는데, 아무래도 아빠랑 하는 거는 좀 달라요. 아빠는 저한테 기대도 크고, 저도 좋은 말만 해야 하거든요.”
"我啊,一直希望有个哥哥。一起踢足球,一起玩闹,凌晨一起看欧洲联赛和欧冠,一起聊足球的那种哥哥。我只能和爸爸做这些,但和爸爸做总是有些不一样。爸爸对我期望很高,我也只能说些好听的话。"
형도 축구를 했으면, 아빠의 기대가 분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프리미어 리그, 내가 아니라 형이 갈 수도 있는 거잖아. 아빠는 누가 가도 행복해 했을 거다. 누구라도 아빠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괜찮을 것 같았다.
我也想过,如果哥哥也踢足球的话,爸爸的期望是不是就不会全都集中在我身上了。英超联赛,也许去的人不是我而是哥哥。无论是谁去,爸爸都会很高兴的。只要有人能让爸爸开心,我觉得那样就很好了。
“축구부에서 힘든 얘기도 형한테는 다 털어놨을 거예요. 선배나 동기들한테 할 수 없는 말까지도요.”
"足球队里的困难事,他肯定都跟哥哥倾诉过了。甚至连对前辈和同期都说不出口的话也会说。"
제 불퉁한 마음이 엉뚱한 데로 터져버린 것도 그것 때문 아닐까 했다. 진작 이런 삐뚜룬 생각을 털어놓고 매만져줄 형제가 있었다면 신정환 앞에서 볼썽사납게 어린 짓은 안 했을 것 같았다.
我想我那烦躁的心情之所以会突然爆发,也许就是因为这个原因吧。如果早些时候有兄弟能让我倾诉这些扭曲的想法,并给予安慰,我就不会在申正焕面前做出那些难看的幼稚行为了。
“같이 축구하는 형이 있으면, 너랑 비교 안 할 자신은 있어?”
"如果有一起踢足球的哥哥,你有信心不会和他比较吗?"
그런데 말간 얼굴의 신정환은 또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然而,面容清秀的申正焕又抛出了一个完全出乎意料的问题。
“…형은 비교한 적 있어요?” "……哥哥有比较过吗?"
“……” "……"
말없이 가만히 제 눈만 보고 있어서, 김도훈은 물 위에 누워 있던 자세를 바로 세웠다. 신정환은 누구와도 자신을 비교하며 살았을 것 같지 않았다. 지금까지 제게 해준 말도, 모든 말이 다 덤덤해서. 현재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수영에만 몰두하는 사람 같아서.
因为他一言不发,只是静静地看着自己的眼睛,金道勋从躺在水面上的姿势直起了身子。申正焕似乎从不会把自己与他人比较。到目前为止,他对自己说的每句话都很平淡。他看起来像是一个只专注于当下,全身心投入自己游泳的人。
“내가 하진 않았어.” "我没有做过。"
잠시간의 정적 끝에 신정환이 대답했다. 제가 던진 물음을 비껴간 듯한 대답에, 덧대어질 말을 기다리며 가만히 눈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아내던 신정환이 이어 가볍게 질문을 던진다.
短暂的沉默过后,申正焕回答了。他的回答似乎避开了我的问题,我静静地注视着他的眼睛,等待着他补充的话语。接收到我的目光,申正焕随即轻轻地抛出了一个问题。
“도훈아 너 박태환 키즈라고 알아?”
"道勋啊,你知道你是朴泰桓的粉丝吗?"
고개를 끄덕였다. 신정환 영상 보면 종종 나왔던 말이다.
点了点头。这是在申正焕的视频中经常出现的话。
“지금 수영 국대들 다 박태환 키즈야. 박태환 선수가 메달 따는 거 보고 수영 등록한 수많은 어린이들이 수영 인구를 폭발적으로 늘렸고, 그 안에서 인재가 육성된 거지.”
"现在的游泳国家队员都是朴泰桓的粉丝。看到朴泰桓选手获得奖牌后,大量儿童报名学习游泳,这使得游泳人口爆炸式增长,从中培养出了人才。"
“그래서 형같은 선수들이 배출되었단 소리예요?”
"所以这就是为什么会出现像哥哥这样的选手吗?"
유튜브에서 들었던 말을 따라했다. 수영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의 결실이라고 했다.
我模仿了在 YouTube 上听到的话。他们说这是韩国游泳荒漠中结出的硕果。
“우리 누나야.” "我们的姐姐啊。"
내가 아니고. 그리고 이어지는 신정환의 말을, 김도훈은 고개도 끄덕이지 못한 채로 들어야 했다. 어디서도, 어느 미디어에서도 전해주지 않은 이야기였다.
不是我。接着申正焕的话,金道勋只能一动不动地听着,连点头都做不到。这是任何地方、任何媒体都没有报道过的故事。
지금 전국체전 배영 중등부 기록 다 우리 누나 이름이야. 누나는 배영 중장거리 선수였어. 우리 집에 수영 메달 처음 가져온 건 내가 아니라 우리 누나야. 중3 때 전국체전에서 한국 신기록도 세웠는데, 그 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그만큼 하진 못 해서 국가대표는 뽑힌 적은 없어.
现在全国体育大会仰泳中学组的记录全都是我姐姐的名字。姐姐是仰泳中长距离选手。我们家第一个拿回游泳奖牌的不是我,而是我姐姐。初三的时候在全国体育大会上还创造了韩国新纪录,但那年的国家队选拔赛上没能发挥出色,所以从未入选过国家队。
그런데 고등학교 가고 나선 계속 순위가 내려갔어. 이유는 알지 못 해. 그냥 기록 단축이 더 안 됐을 뿐이야. 그 사이에 다른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났어. 중학교 때까지도 누나랑 결승에서 만난 적도 없던 선수가 다음 해엔 누나보다 기록이 좋아지고, 누나랑 같이 메달 다투던 선수들은 국가대표 돼서 진천에 들어가고. 그리고 고등부 순위에서 누나 이름은 사라졌어. 누나는 계속 수영만 했을 뿐인데.
但是上了高中之后,排名就一直在下降。原因不清楚。只是成绩没有再提高而已。与此同时,其他新的选手出现了。直到初中时还从未在决赛中遇到过姐姐的选手,第二年就有了比姐姐更好的成绩。曾经和姐姐争夺奖牌的选手们成为了国家队队员,进入了镇川训练基地。然后姐姐的名字就从高中组的排名中消失了。姐姐只是一直在游泳而已。
나는 어릴 때 누나 따라서 수영 시작했어. 처음부터 천재 소리 듣는 앤 아니었고 그냥, 나쁘지 않았어. 그리고 나 원래 장거리 전문인데. (여기서 신정환은 작게 웃었다. 김도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은 단거리에서 금메달 휩쓸고 있는 신정환인데.) 지구력이 좋아서 물에 오래 있었거든. 힘도 잘 안 빠지고. 아마 누나 영향도 있는 것 같아. 누나는 이미 중장거리 메달 따는 선수였는데 어릴 때부터 그런 누나랑 같이 물에서 놀았으니까. 그래서 나도 선수 하게 되면 중장거리 하면 좋겠다 하는 말은 좀 들었어. 근데 어릴 때는 선수 자질 안 보여서 그냥 덕담처럼 하는 말이었고.
我小时候是跟着姐姐开始游泳的。一开始并不是被称为天才的孩子,只是,还不错。而且我原本是专攻长距离的。(这时申正焕轻笑了一下。金道勋睁大了眼睛。现在的申正焕可是在短距离项目中横扫金牌的选手。)因为我耐力好,所以能在水里待很长时间。也不容易疲劳。可能也有姐姐的影响。姐姐那时已经是中长距离项目的获奖选手,从小我就和这样的姐姐一起在水里玩耍。所以如果我成为选手的话,也有人说最好选择中长距离项目。不过小时候并没有表现出选手的潜质,所以那只是像祝福一样随口说说的话。
단거리 선수가 300미터 이후에 가속이 다시 붙는 특이점을 이제야 이해했다. 단거리 선수에게 400미터 메달권을 기대하는 언론도 이해했다. 신정환이 타고난 건 오히려 지구력과 체력이었다.
我现在终于理解了短跑运动员在 300 米后再次加速的特殊之处。我也理解了媒体对短跑运动员在 400 米项目中获得奖牌的期待。申正焕天生就具备耐力和体力。
“나 전국소년체전 중학교 때 처음 나갔는데, 나만 초등부 기록 없었거든. 근데 거기서 쟤 누구야 소리 들었어.”
"我第一次参加全国少年体育大会是在初中时期,只有我没有小学组的记录。但是在那里,我听到有人问'那个人是谁啊'。"
김도훈이 듣고 싶어했던 말이다. 쟤 누구야. 눈이 번쩍 뜨일 기량의 선수를 보면 누구나 뱉게 되는 말이다. 그걸 전국체전 처음 나간 중학생 신정환은 들었다.
这正是金道勋想听到的话。"那家伙是谁啊?"当看到一个技艺高超、令人眼前一亮的选手时,每个人都会不由自主地说出这句话。而第一次参加全国体育大会的初中生申正焕,就听到了这样的评价。
“전국체전 나가는 애들끼린 대충 다 알아. 매년 보니까. 그런데 처음 나타난 애가 예선 다 올라가고 결승 가니까 난리가 났지.”
"参加全国体育大会的孩子们基本上都互相认识。毕竟每年都见面。但是突然出现一个新面孔,一路过关斩将进入决赛,大家都炸锅了。"
김도훈도 전국체전 매년 나가봐서 안다. 전국체전, 전국 축구 리그, 초등부 때부터 매년 나가면 전국에 축구 하는 애들 얼굴이랑 이름은 대충 눈에 익는다. 잘하는 애들은 한 두 번만 마주쳐도 서로 다 안다. 축구 판에는 혜성처럼 나타나는 애는 거의 없었다. 초등부부터 엘리트 코스로 올라온 애들이 대부분이었고, 잘하는 애가 계속 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잘하는 놈 치고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는 상태로 쭉 이어져온 김도훈처럼.
金道勋也每年参加全国体育大会,所以他很了解。全国体育大会、全国足球联赛,从小学开始每年参加的话,全国踢足球的孩子们的脸和名字大概都会眼熟。踢得好的孩子们只要碰面一两次就都认识了。足球圈里几乎没有像彗星一样突然出现的孩子。大多数都是从小学就开始走精英路线的,而且一般来说,踢得好的孩子会一直踢得好。就像金道勋,虽然踢得不错,但也没有特别出众的地方,就这样一直持续下来。
“사실 그 땐 나도 처음이라 난리난 것도 몰랐어. 기록 좋은 건 기분 좋긴 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요란한 건 그냥 원래 분위기가 그런 건 줄 알았어. 그리고 2학년 때부터 금메달 따고, 대회 MVP 받고 그랬는데.”
"说实话,那时我也是第一次,都不知道闹得那么厉害。成绩好当然让人高兴,但人们反应那么热烈,我还以为那就是比赛的常态呢。从高二开始,我就拿金牌、当赛事 MVP 什么的。"
신정환의 주니어 신기록 행진은 그 때부터였다. 그런데 그 전에는 기록도 없던 선수였다고 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모두가 좋아하는 스토리였다.
申正焕的青少年新纪录征程从那时开始。据说在那之前,他还是个没有任何记录的选手。如同彗星般出现的新秀,这是所有人都喜欢的故事。
“그걸 보는 우리 누나 마음이 어땠을까.”
"看到那个,我们姐姐的心情会是怎样呢。"
…! …!
김도훈은 굳었다. 이 이야기는 신정환의 스타 탄생 스토리가 아니었다.
金道勋僵住了。这个故事并不是申正焕的成名之路。
유명하지도 않은 선수가 갑자기 나타나서 순위를 다 뒤집어. 사람들은 그 뒤집은 선수에게 환호하고 관심을 가져. 근데 뒤집은 사람이 있으면 뒤집힌 사람도 있는 거거든. 우리 누나는 뒤집힌 사람인데, 동생은 뒤집는 사람이 됐어.
一个名不见经传的选手突然出现,彻底颠覆了排名。人们为这个颠覆排名的选手欢呼,给予关注。但是,有人翻盘就意味着有人被翻盘。我姐姐是被翻盘的人,而弟弟成了翻盘的人。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결코 잔잔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는 김도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형은 비교한 적 있어요? 내가 하진 않았어. 대답을 비껴간 듯 했던 말은 가장 정확했다. 신정환은 자신이 비교를 하게끔 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거다.
平静延续的故事其实一点也不平静。听着这个故事的金道勋无法说出任何话。哥哥曾经比较过吗?我是没有。这看似回避回答的话却是最准确的。申正焕已经成为了让人不得不拿来比较的对象。
누나 기록이 더 나아지지 않은 게 이유가 없었듯이, 내 기록이 좋아진 것도 이유가 없었어. 당연히 훈련 했지. 하루 종일 물에 있었어. 좋은 코치님 만났고 나한테 맞는 영법 찾은 것도 맞아. 그런데 우리 누나라고 그걸 안 한 건 아니거든. 내가 갑자기 단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갑자기 키가 크고, 키 큰 만큼 기록 단축은 유리해졌고, 골격 잡히면서 힘이 좋아졌고, 그래서 순간 스퍼트 올릴 근력이 생겼고, 입수 타이밍은 원래 빨랐고. 분석하면 이유는 그건데. 그런 것들은 사실 결과론적인 얘기야. 내가 잘하게 되고 나서 분석해보니까 그렇게 됐다 정도지. 우리 누나가 기록 단축이 안 된 이유도 들은 건 많은데, 뭐, 중요하진 않아. 그건 다 결과론적인 얘기니까. 누나는 모든 노력을 다 했어.
姐姐的成绩没有提高是有原因的,我的成绩变好也是有原因的。当然,我进行了训练。整天都泡在水里。遇到了好教练,也找到了适合我的泳姿。但是我姐姐也不是没有这样做。我突然在短距离游泳中脱颖而出——突然长高了,身高增加有利于缩短成绩,骨骼发育后力量变好了,因此产生了瞬间冲刺的力量,入水时机本来就快。分析起来原因就是这些。但这些其实都是事后诸葛亮的说法。是我表现好了之后分析才得出这样的结论。我听说过很多姐姐成绩没有提高的原因,但那都不重要。那些都是事后的分析。姐姐已经尽了全力。
누나는 고등학교 때 수영을 그만 두기로 마음 먹었나봐. 그 시기에 누나가 어떤 얘기들을 들었는지 나는 몰라. 계속 해보란 말도 있었겠지만, 거기까지니까 그만 두라는 말도 많았겠지. 그 때 누나가 어떻게 힘들어했는지도 난 몰라. 너무 어렸거든. 난 그 때 대회도 안 나가던 초등학생이었어. 집안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거 보면 집에서도 힘든 티를 안 냈던 것 같아. 누나는 수영을 아예 그만 두고, 대학도 체대로 안 가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해. 그런데 부모님은 이제 내가 수영할 수 있도록 나한테 지원해주시니까‒ 주말에 집 가면, 좀, 그래. 누난 여전히 나 예뻐하거든. 그런데 누나 수영 지원해주던 부모님이 이제는 똑같이 날 지원해주는 거 보는 누나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누나 안 마주치려고 주말에 나 그냥 기숙사 있을 때도 많아. 우리 진짜 사이 좋은 남매였거든. 어쩌면 누구보다 날 이해해줄 수 있는 내 멘토였을 텐데. 전국체전 수영 금메달 따고, 한국 신기록 가지고 있는 형제면‒ 그런 이상적인 관계가 됐을지도 모르지. 근데 누나랑 난 이제 수영 얘기 안 해.
姐姐似乎在高中时决定放弃游泳。我不知道那时候姐姐听到了什么样的话。可能有人鼓励她继续,但也可能有很多人说到此为止就该放弃了。我也不知道那时候姐姐有多难过。我太小了。那时我还是个连比赛都不参加的小学生。从家里的氛围来看,她在家里似乎也没有表现出很痛苦的样子。姐姐完全放弃了游泳,大学也没有选择体育专业,现在从事其他工作。但是父母现在支持我游泳——周末回家的时候,感觉有点不自在。姐姐还是很疼爱我。但我不知道看到曾经支持她游泳的父母现在同样支持我,姐姐的心情会怎样。所以我经常周末就待在宿舍里,避免和姐姐碰面。我们曾经是关系很好的兄妹。也许她本可以成为最理解我的导师。如果我们兄妹俩都在全国运动会游泳项目上获得金牌,还保持着韩国纪录——我们可能会成为那种理想的关系。但现在我和姐姐不再谈论游泳了。
혼자인 김도훈이 꿈꾸던 같이 축구하는 형제가 얼마나 허망한 꿈같은 이야기인지, 현실의 신정환이 말해주고 있었다.
独自一人的金道勋曾梦想着一起踢足球的兄弟,而现实中的申正焕正在告诉他这是多么虚幻的梦想。
우리 누나는 아직도 수영을 좋아해. 물이 너무 좋대. 그런데 너무 좋아해서, 못 보겠대. 대표팀에 우리 누나랑 같은 선수반이었던 누나들도 있어. 아시안 게임, 세계 선수권, 올림픽. 거기엔 누나를 순위에서 내려오게 한 사람들만 나와. 아직 그걸 지켜볼 정도의 마음은 안 된 것 같아. 그런데 눈 막고 귀 막고 살기에는, 동생이 거기에 있어. 대한민국 수영의 미래? 전국민의 관심? 그건 내가 아니라 누나가 원했던 자린데.
我姐姐还是喜欢游泳。她说她太喜欢水了。但是因为太喜欢了,所以反而看不了。国家队里还有一些和我姐姐曾经是同队的姐姐们。亚运会、世锦赛、奥运会。那里只有让姐姐从排名上下降的人才会出现。看来她的心理还没准备好去面对这些。但是要想完全封闭自己又不行,因为她的弟弟就在那里。韩国游泳的未来?全国人民的关注?那本应该是姐姐想要的位置,而不是我。
“나 메달 딴 아시안 게임이랑 세계 선수권대회도, 누나는 못 봤어. 우리 부모님만 오셨거든.”
"我在亚运会和世界锦标赛上获得奖牌的时候,姐姐都没能来看。只有我父母来了。"
자신의 무대였던 수영장에, 자신만 빼고 모두가 있었을 그 기분을, 도훈은 헤아릴 수 없었다.
道勋无法想象在他曾经的舞台——游泳池里,除了他自己之外所有人都在那里的感觉。
“이번 올림픽은 누나가 볼 수 있을까.”
"这次奥运会姐姐能看到吗。"
전국민이, 전세계가 주목하는 그 무대를, 보지 못 한다. 누구보다 그 무대와, 그 무대에 오르는 신정환과 가까웠을 한 명이. 해일처럼 덮쳐 오는 주제넘는 두려움에 도훈은 입술이 잘게 떨렸다.
全国人民,全世界瞩目的那个舞台,他却看不到。比任何人都更接近那个舞台,更接近登上舞台的申正焕的那个人。面对如海啸般袭来的不恰当的恐惧,金道勋的嘴唇微微颤抖。
“누나가 원했던 길을 내가 대신 가고 있는 거면, 내가 메달을 따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래도 거기까진 안 가는 게 속이 덜 아플까? 이왕 잘 할 거라면 누나가 꿈꿨던 수준만큼, 메달을 따는 게 차라리 누나가 마음이 편할까? 난 잘 모르겠어.”
"如果我是在代替姐姐走她想走的路,那我拿到奖牌会更好吗?还是说不到那个程度反而会让人心里好受些?既然要做得好,那是不是拿到奖牌,达到姐姐梦想的水平,反而会让姐姐更安心?我真的不太清楚。"
여전히 담백한 얼굴이다. 도리어 떨고 있는 도훈이 겨우 침을 삼켰다.
他的脸依然平静。反而是金道勋在颤抖,勉强咽下了口水。
“…형은 대회 때마다 누나 생각을 했어요?”
"……哥哥每次比赛的时候都会想起姐姐吗?"
깊어진 눈동자는 대답을 주지 않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방울 하나 튀기지 않고 사라진 그림자에 도훈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深邃的眼眸没有给出回答,便潜入了水中。金道勋无法将视线从那个没有溅起一滴水花就消失的身影上移开。
“아니, 나 수영할 때 아무 생각 안 해.”
"不,我游泳的时候什么都不想。"
말갛게 웃는 얼굴이 수면 위로 나왔다.
明朗的笑脸浮出水面。
“그래서 좋아하는 만큼 하는 거야. 나중에 언젠가 헤어지게 됐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수영하는 다른 사람을 봐도 미워하지 않도록. 난 수영 정말 좋아해. 좋아서 이만큼 하는 거야.”
"所以要尽情地做自己喜欢的事。这样即使以后分开了也不会后悔。即使看到别人游泳也不会嫉妒。我真的很喜欢游泳。正因为喜欢,所以才会这样努力。"
물방울 어린 하얀 얼굴에, 언젠가 취미라고 말하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신정환이 수영을 좋아하는 건, 결코 가볍지 않고 결코 얕지 않은 마음이었다. 좋아하는 걸 잘하는 것도 행운이었다.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 행운을 누릴 순 없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만큼 잘하고, 그만큼 노력까지 하는‒ 모든 걸 가진 신정환이 전하는 말은, 이제 열아홉 살, 고작 만 17세가 하는 말이라기에는 무게가 짙었다. 나는 아마 저 대단한 신정환의 포지션을 가볼 순 없겠지. 하지만 좋아하는 만큼 쏟아붓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은, 올림픽 나가는 최연소 국대 신정환에게도 청대 못 뽑혀서 학교 운동장이나 뛰는 김도훈에게도, 누구에게나 공평한 말이었다.
水珠点缀的白皙脸庞上,重叠着曾经说过是爱好的那张脸。申正焕对游泳的喜爱,绝非轻浮,也绝非浅薄。能够擅长自己喜欢的事情也是一种幸运。并非所有人都能因为喜欢而享受这种幸运。但是,申正焕不仅擅长自己喜欢的事,还为之付出了同等的努力——拥有这一切的申正焕所说的话,对于一个刚满十九岁、实际年龄才十七岁的人来说,显得格外沉甸甸。我大概永远无法达到那个了不起的申正焕的位置吧。但是,全身心投入自己喜欢的事情并且不要后悔这句话,无论是对即将参加奥运会的最年轻国家队选手申正焕,还是没能入选青年队只能在学校操场跑步的金道勋来说,都是公平的。
문득 궁금해졌다. 신정환에겐 이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을까. 신정환이 이런 감정을 겪는 동안, 들어줄 사람은 있었을까.
突然我变得好奇。申正焕有没有人跟他说过这样的话呢?当申正焕经历这样的情感时,有没有人倾听他的心声呢?
정말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신정환에게 애먼 화풀이를 했는데, 누구에게도 한 적 없는 컴플렉스를 털어놓고, 누구도 듣지 못 했을 신정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누구도 타격받지 않은 채로 마음만 홀가분해졌다. 신정환도 평소처럼 나긋하고 느긋했다. 그래서 김도훈은 매일 저녁 수영장을 갔다. 그 곳에서 신정환이랑 물놀이하면서 보냈다. 말 그대로 물놀이였다. 신정환은 엄청난 기술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그 대단한 입수 스피드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저 물 안에서, 하얀 얼굴로 웃으면서 저랑 시덥잖은 대화를 하는 게 전부였다.
奇怪的是,心情变得轻松了。虽然对申正焕发了无端的脾气,还向他倾诉了从未对任何人说过的自卑感,听到了可能没人听过的申正焕的故事。但谁也没受伤,只是心里变得轻松了。申正焕还是像平常一样温和从容。所以金道勋每天晚上都去游泳池。在那里和申正焕一起玩水。真的就是玩水而已。申正焕既没有展示惊人的技巧,也没有展现那令人惊叹的入水速度。只是在水中,带着白皙的脸庞微笑着,和我进行着无关紧要的对话,仅此而已。
“형은 왜 수영 안 해요?”
"哥哥为什么不游泳呢?"
“나 매일 수영 하는데.” "我每天都游泳。"
“아니, 여기서요.” "不,就在这里。"
저랑 있을 땐 그 대단한 영법을 보여준 적이 없다. 처음 이 수영장에 왔을 때 신정환을 보고 놀란 건 수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유려한 몸짓이 정말 인어 그 자체로 보여서 그랬다. 한국에 전례 없다던 그 엄청난 스피드도, 세계 1위라는 무시무시한 스타트 반응 속도도, 도훈은 본 적이 없었다.
和我在一起的时候,他从未展示过那种出色的泳姿。第一次来到这个游泳池时,让我惊讶的不是申正焕游泳技术有多好,而是他优雅的动作看起来就像真正的人鱼一样。据说在韩国前所未有的那种惊人速度,以及号称世界第一的可怕出发反应速度,金道勋都从未见过。
“너랑 놀고 있잖아.” "我不是正在和你玩吗。"
“그러니까요.” "就是这样。"
국대면 개인 자유시간에도 훈련만 죽어라 할 줄 알았는데, 김도훈과 있는 신정환을 보면 전혀 아니었다. 솔직히 형 같은 사람은 밥 먹고 수영만 하는 줄 알았어요. 작은 소리로 고백하면 나 오늘도 만 미터 수영하고 왔어 하고 웃었다.
我以为国家队即使在个人自由时间也只会拼命训练,但看到和金道勋在一起的申正焕,完全不是这样。老实说,我以为像哥这样的人只会吃饭和游泳。他小声坦白道:"说实话,我今天也游了一万米呢。"然后笑了起来。
“너랑 있으면 수영장이 그냥 놀이터 같아.”
"和你在一起的时候,游泳池就像是个游乐场。"
“어떤 의미예요?” "这是什么意思?"
“너랑 있으면 물에서 기록 신경 안 쓰고 그냥 놀아서 좋아.”
"和你在一起的时候,在水里就不用在意成绩,只是单纯地玩耍,真好。"
“국대가 그렇게 말해도 돼요?” "国家队可以这么说吗?"
“나 너랑 국대로 만난 거 아닌데. 우리 같은 학교잖아.”
"我和你不是在国家队认识的。我们是同校啊。"
신정환은 제 앞에서 이런 말을 종종 하곤 했다.
申正焕经常在我面前说这样的话。
“그리고 네가 오면 물이 따뜻해.”
"然后当你来的时候,水就变暖了。"
“여름이라 더워서 그런 거 아니에요?”
"是不是因为夏天太热了?"
수온은 물에 사는 신정환이 더 잘 알 터였다. 신정환이 매일 훈련하는 실내 수영장에 비하면 야외 풀은 아무래도 바깥 온도 따라 수온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곳일 텐데.
水温这种事,生活在水中的申正焕应该更清楚。相比申正焕每天训练的室内游泳池,户外泳池的水温无疑会随着外界温度的变化而变化。
“아냐, 이거 너 때문인데.” "不是,这都是因为你。"
“사람 온기, 뭐 그런 얘기 하려는 거예요?”
"你是想说人的温暖,或者类似的话题吗?"
제 말에 신정환은 대답없이 웃었다. 오버했나 싶어서 조금 멋쩍어졌다.
听了我的话,申正焕没有回答,只是笑了笑。我觉得自己可能说得有点过了,感到有些尴尬。
“경영하고 싶으면 해볼래?” "想经营的话要不要试试看?"
가벼운 제안이 닿았다. 마치 같은 학교 1학년과 3학년의 수영 시합 같은 거였다. 김도훈은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했다. 언론에서 난리가 난, 대한민국 모두가 주목하는 그 신정환이.
轻轻的提议传来。就像同一所学校的一年级和三年级学生之间的游泳比赛一样。金道勋果断地点了点头。他很好奇。那个在媒体上引起轰动、全韩国都在关注的申正焕。
뭐야. 진짜 말도 안 된다. 옆에서 고래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 아니, 분명히 고래가 아니고 인어였는데. 물살 따위 안 일으키면서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옆을 지나가는 건 처음 봤다.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지나간 흔적조차 안 남았다. 죽어라 팔을 돌리고 죽어라 호흡하는데 이미 옆엔 물살 하나 없는 고요한 물만 남아 있었다.
什么啊。真是不可思议。我还以为是鲸鱼从旁边游过去了呢。不,肯定不是鲸鱼而是人鱼。没有激起任何水花就那样眨眼间从旁边游过去,这还是第一次见到。转瞬即逝,连一丝痕迹都没留下。我拼命地划水,拼命地呼吸,但身边只剩下平静无波的水面。
터치패드에 손도 닿지 못 했다.
手指还没碰到触摸板。
“아, 형 칠 뻔 했잖아요!”
"啊,哥,差点就撞到你了!"
먼저 도착한 신정환이 앞에 서 있어서. 제 손으로 찌를 뻔 했다. 갑자기 나타난 하얀 몸에 놀라서 멈췄더니 터치패드까지 가지도 못한 제 손을 잡았다. 너 어차피 나 못 이겨. 신정환은 개구지게 웃었다.
先到的申正焕站在前面。我差点用手戳到他。突然出现的白皙身体让我吓了一跳,停下来时,他抓住了我还没碰到触摸板的手。"反正你也赢不了我。"申正焕顽皮地笑了。
“국대가 일반인 이겨도 돼요?” "国家队可以打败普通人吗?"
“억울하면 이기지 그랬어.” "不服气的话就应该赢啊。"
시원하게 웃는 얼굴은 새로웠다. 어디서도 하지 못 할 농담을 하는 신정환이. 지는 게 당연했는데 그 말을 하는 신정환이 하나도 밉지 않았다. 정말 저랑 놀아주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爽朗笑容的脸庞是全新的。申正焕说着在其他地方绝对不敢说的玩笑话。明明应该输掉的,但说这话的申正焕一点也不讨厌。因为他脸上真的露出了陪我玩耍的人的表情。
“도훈아, 너 손 진짜 작다.”
"道勋啊,你的手真的好小。"
계속 잡고 있는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말한다. 갑자기 민망해졌다. 하얀 큰 손에 잡힌 제 까만 작은 손을 빤히 보던 신정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他低头凝视着一直握着的手,突然感到尴尬。申正焕盯着被那只白皙的大手握住的自己黝黑的小手,再次开口说道。
“너 다시 자세 잡아 봐.”
"你再摆一下姿势。"
그 말에 바닥에 발을 구르고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양 팔 쭉 앞으로 펴고 몸을 띄웠는데 이번엔 발목이 잡혔다.
听到这话,他跺了跺脚,然后重新走进水里。他把双臂向前伸直,让身体漂浮起来,但这次脚踝却被抓住了。
“발도 작네.” "脚也小啊。"
뭐야 진짜. 몸을 뒤집었다. 신정환이 지금 자유형 자세 봐줄 모양은 아닌 것 같아서. 물 위에 누운 채로 빼꼼한 눈으로 쳐다봤다.
真是的。翻了个身。看样子申正焕现在不太可能帮忙看自由泳姿势了。躺在水面上,用眯缝的眼睛看着他。
“평가하는 거예요?” "是在评价吗?"
“그냥 감상인데.” "只是感想而已。"
“형은 커요?” "哥哥很大吗?"
미묘한 어감에 신정환 입꼬리가 올라간다.
申正焕的嘴角因这微妙的语气而上扬。
“어.” "嗯。"
그리고 잠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물 위에 떠서 옆에 같이 누워 준다. 신정환의 얼굴이 옆에 나란히 떴다. 수면이 귓가에서 찰랑거렸다.
然后他短暂地潜入水中,随即浮出水面,躺在旁边。申正焕的脸也浮在水面上,与他并排。水面在耳边轻轻荡漾。
“손이 크면 물 잡기가 쉬워.”
"手大的人更容易抓住水。"
아까까지 제 손을 잡고 있던 커다란 손을 눈 앞에 보여주고.
把刚才还握着我手的那只大手展示在我眼前。
“발이 크면 오리발 단 것 같아서 유리하고.”
"脚大的话就像戴了鸭蹼一样,会有优势。"
첨벙거리며 발도 보여준다. 시선을 잠시 내렸다가 얼굴을 보니 신정환의 시선은 아직도 제 얼굴에 있었다. 얼굴이 가까웠다. 마주친 시선을 돌릴 타이밍을 놓쳐서 그렇게 눈만 쳐다봤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나. 길어지는 정적에 민망해지려 할 때, 신정환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他还踢踏着水花,露出了脚。当他短暂地低头看了看,再抬头看向对方的脸时,发现申正焕的目光仍然停留在自己脸上。两人的脸靠得很近。错过了移开视线的时机,就这样只是互相对视着。是不是该说点什么呢?就在沉默变得尴尬之际,申正焕潜入了水中。
“뒤에 봐봐.” "看看后面。"
바닥을 딛고 서서 다시 물 위로 얼굴을 내민 신정환이 말했다. 신정환의 작은 버릇이다. 잠수를 좋아한다. 작은 동작에도 꼭 물 아래로 온 몸을 담그고 나오는 걸 좋아했다. 빤히 제 얼굴을 보는 하얀 얼굴을 보다, 김도훈도 따라서 발을 디뎠다.
申正焕站稳脚跟,再次将脸从水面上露出来说道。这是申正焕的一个小习惯。他喜欢潜水。即使是小动作,他也喜欢将整个身体浸入水中再出来。看着那张直直盯着自己的白皙面孔,金道勋也跟着踩了下去。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온 거야, 우리.”
"我们从那里一路走到了这里。"
둘이 경영하겠다고 뛰어내린 스타팅 블록을 가리킨다.
他指着两人为了经营而跳下的起跑台。
“25미터. 길어야 50미터.” "25 米。最多 50 米。"
수영장 규격이다. 这是游泳池的规格。
“지금 어때. 힘들었어?” "现在感觉如何?辛苦了吗?"
둘이 경영한 야외 풀은 기다란 50미터였는데, 어릴 때 다닌 수영장도 50미터 풀이라 도훈도 이 길이가 익숙했다. 제 옆 레인을 차지한 상대가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지. 신정환은 그 50미터를 하루에 백 번 넘게 왕복할 텐데, 힘들다고 말하기엔 당연히 김도훈 자존심이 허락 안 했다.
两人经营的室外游泳池是一个 50 米长的泳池,金道勋小时候去的游泳池也是 50 米长,所以他对这个长度很熟悉。只是他不太习惯占据旁边泳道的对手。申正焕每天要在这 50 米的泳池里来回游上百次,但金道勋的自尊心当然不允许他说这很累。
“축구장 하프라인밖에 안 돼요.”
"只到足球场的中线而已。"
김도훈은 잔디 위에서 하프라인의 몇 배를 뛴다. 이 수영 레인이 아무렇지 않은 거리라고 괜한 오기를 부렸다. 당연히 물 속에서의 속도감은 지상에서의 속도감과 전혀 달랐다. 신정환은 작게 웃었다. 제가 부린 얼척없는 고집을 모를 리가 없었다.
金道勋在草地上跑了好几个半场的距离。他固执地认为这和游泳池里的距离没什么区别。当然,水中的速度感和陆地上的完全不同。申正焕轻轻地笑了。他怎么可能不知道自己那无理取闹的固执呢。
“하프라인이 50미터야?” "半场线是 50 米吗?"
“네. 그 정도 돼요.” "嗯。差不多就是这样。"
“골대 쪽은?” "球门那边呢?"
“68미터요.” "68 米。"
외우고 있다. 자신있게 한 대답에 신정환이 눈을 가만히 맞춰 왔다. 눈동자가 이내 또렷하게 빛났다.
我记住了。申正焕听到这个自信的回答后,静静地与他对视。眼神很快变得明亮而坚定。
“너 그 사각형 안에서만 경기하는 거 알아?”
"你知道你只能在那个方框里比赛吗?"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축구라는 공놀이가, 고작 사각형의 잔디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싸움이란 걸.
这是一个我从未有过的想法。这是一个再明显不过的事实。足球这项运动,不过是在一个方形草地内进行的较量罢了。
“나도 50미터 사각형 안에서만 경기하거든.”
"我也只在 50 米的方形区域内比赛。"
신정환은 저와의 공통점을 찾아주었다. 이 또한 전혀 해보지 못한 생각이었다.
申正焕找到了我们之间的共同点。这也是我从未想过的事情。
“내 기록은 그 네모 안에서만 나와.”
"我的记录只存在于那个方框之中。"
모든 신기록을 다 쓰고 있는 신정환이, 네모난 수영장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正在创造所有新纪录的申正焕,望着方形游泳池的远方说道。
“바다 가고 싶어.” "我想去海边。"
“……” "……"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곳에.”
"不知道哪里是开始,哪里是终点的地方。"
“……” "……"
“내 기록이 없는 곳에.” "在没有我的记录的地方。"
그리고 다시 시선을 맞춰왔다. 然后他们再次对视。
“방학 되면 우리 물놀이 가자.”
"放假的时候我们去玩水吧。"
눈이 반짝였다. 眼睛闪闪发光。
“여기서 노는 것처럼, 그렇게 놀자.”
"就像在这里玩一样,让我们那样玩吧。"
너무 맑은 얼굴이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여름방학에 신정환은 올림픽에 나간다.
他的脸庞如此清澈,我不由自主地点了点头。这个暑假,申正焕要参加奥运会了。
김도훈은 요즘 자꾸 신정환의 몸을 봤다. 신정환이랑 같이 있다 보니, 눈을 둘 데가 신정환 뿐이라서 그랬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金道勋最近总是看到申正焕的身体。因为和申正焕在一起的时候,目光只能落在申正焕身上。他是这么想的。
“형, 수영하면 진짜로 어깨 넓어져요? 형 엄청 하얀 건 실내에만 있어서 하얀 거예요? 머리는 원래 자연 갈색이에요?”
"哥,游泳真的能让肩膀变宽吗?哥的皮肤那么白是因为一直待在室内吗?头发是天生的自然棕色吗?"
물 밖에서 쉬고 있는 신정환 앞에 쪼르르 가서 물었다. 밤인데도 하얀 몸은 어디선가 빛을 받아서 빛났다. 달빛일까. 별빛일까. 물 뚝뚝 흘리고 서있으니 앞에 앉으라고 바닥을 치길래 마주보고 털썩 앉았다. 눈높이가 맞으니 넓은 어깨가 시야에 꽉 찼다.
我蹦蹦跳跳地跑到正在水外休息的申正焕面前问道。尽管是夜晚,他白皙的身体却仿佛从某处接收到光芒,闪闪发亮。是月光吗?还是星光呢?他站在那里,身上的水滴滴答答地往下流。他拍了拍地面,示意我坐在他面前,于是我就噗通一声坐了下来。视线平齐后,他宽阔的肩膀完全占据了我的视野。
“내 몸 관찰했어?” "你观察过我的身体吗?"
눈을 두니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 부끄러워졌다. 말을 안 하고 입 다물고 있으니 대답을 개의치 않은 신정환이 또 질문을 한다.
眼前所见之物尽收眼底。但听到这话却感到羞愧。沉默不语时,申正焕并不在意回答,又问了一个问题。
“도훈아, 넌 축구해서 까만 거야?”
"道勋啊,你是因为踢足球才变黑的吗?"
“탄 것도 맞아요.” "确实是坐上去了。"
처음부터 웃고 있던 얼굴은 제 대답에 또 웃었다.
从一开始就在笑的脸,听到我的回答后又笑了。
“타고난 거야.” "天生的。"
그리고 늦은 대답을 전해줬다. 아, 타고난 거구나. 타고난 것들, 운동을 업으로 삼은 선수라면 그걸 누구보다 더 실감하고 사는데도, 도훈은 당연한 걸 물었다. 신정환에겐 궁금한 게 많아서 그랬다. 김도훈의 까만 피부도 축구 하기 전부터 그랬다. 원래 까만 피부가 더 잘 타서 더 까매진 것 뿐이었다. 아마 신정환의 하얀 피부도 타고난 피부에 실내 수영장이라는 환경이 더해졌을 뿐이겠지. 그런데 그 당연한 얘기를 신정환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다.
然后他给出了迟来的回答。啊,是天生的啊。与生俱来的东西,对于以运动为职业的运动员来说,比任何人都更能切身体会到,但金道勋还是问了这个显而易见的问题。这是因为他对申正焕有很多好奇。金道勋的黑皮肤在踢足球之前就是那样的。原本就黑的皮肤更容易晒黑,所以变得更黑了而已。大概申正焕的白皮肤也是天生的,再加上室内游泳池这样的环境造就的吧。但是,他想用申正焕的声音来听这个显而易见的解释。
“하얀 건 원래 하얘. 머리색도 원래 옅긴 해. 온 몸에 색소가 좀 옅은 것 같아. 아 그런데 수영하면 물에 쓰는 약품 때문에 머리색이 더 빠지는 것도 있어.”
"白色的东西本来就是白的。头发颜色本来就比较浅。全身的色素好像都比较浅。啊,不过游泳的时候,因为水里的化学药品,头发颜色会变得更浅。"
온 몸에 색소가 좀 옅다. 그 말에 김도훈은 또 이유없이 부끄러워졌다.
全身的肤色有点浅。听到这句话,金道勋又莫名其妙地感到害羞了。
“어깨는. 수영 선수들이 어깨가 넓은 건 맞는데, 수영해서 넓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 우리 가족도 다 넓어. 다른 선수들 물어봐도 다 그래.”
"肩膀嘛。游泳运动员的肩膀确实很宽,但我觉得不是因为游泳才变宽的。我们家人的肩膀都很宽。问其他运动员,他们也都是这样。"
수영을 해서 어깨가 넓어지는 게 아니라, 어깨 넓은 체형들이 수영 선수가 되는 거였다. 이 또한 당연했다. 운동 선수라는 게, 타고난 몸이 결정하는 게 너무나 컸다.
并不是游泳使肩膀变宽,而是天生肩宽的人成为了游泳运动员。这也是理所当然的。对于运动员来说,先天的身体条件起着至关重要的作用。
“타고난 몸이 수영에 유리해서 좋겠어요.”
"天生的身材适合游泳真好啊。"
도훈은 너른 어깨를 눈으로 훑었다. 언젠가 심통 가득하게 하던 말이랑은 달랐다. 순수한 감상에 신정환도 작게 웃었다.
金道勋用眼睛扫视着宽阔的肩膀。这与他曾经满怀怨气说过的话不同。申正焕也因这纯粹的感叹而微微一笑。
“나쁜 건 아닌데.” "也不是什么坏事。"
신정환은 늘 제가 타고난 사실은 쉽게 인정했다.
申正焕总是很容易承认自己天生就很优秀。
“전에도 말했지만 나 수영 선수 치고 막 좋은 조건은 아니거든. 어깨 넓고 팔 길고 손 크고 발 크고, 이런 건 유리한 건 맞는데. 그런데 수영하기엔 키도 작은 편이고. 수영에 가장 적합한 체형은 팔 길고 허리 길고 다리 짧은 체형이거든. 그런 걸로 치면 완전히 수영에 유리한 몸은 아니야.”
"我之前也说过,就游泳选手来说,我的条件并不是特别好。肩膀宽、手臂长、手掌大、脚掌大,这些确实是有利条件。但是对游泳来说,我的身高算是偏矮的。最适合游泳的体型是手臂长、腰长、腿短的体型。从这方面来看,我的身体并不是完全适合游泳的。"
신정환은 팔도 다리도 길었다. 저보다 아주 조금 더 큰 키가, 처음 봤을 땐 물 속에서 더 커보였던 게 그 때문인 것도 이젠 알았다. 도훈은 빤히 하얀 얼굴을 뜯어보았다. 하얗고 보송한 얼굴, 저만큼이나 작은 얼굴에 정갈하게 꽉 찬 이목구비. 먼 곳을 가만히 볼 때와 웃을 때 달라지는 분위기라거나, 그런 것들. 수영 선수 얼굴이라기엔, 좀 아까울 정도로‒
申正焕的手臂和腿都很长。现在他明白了,为什么第一次见面时,在水中看起来比自己高出一点的身高会显得更高。道勋仔细打量着那张白皙的脸庞。白净柔软的面容,和自己一样小巧的脸蛋上五官却精致饱满。无论是安静地望向远方时,还是微笑时所散发的不同氛围,诸如此类的特点。作为一名游泳运动员来说,这张脸似乎有些太过惋惜了——
“얼굴 잘생긴 것도 수영이랑 별로 상관 없고.”
"长得帅和游泳能力也没什么关系。"
덧붙이며 신정환은 웃었다. 제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것 같아서 도훈은 숨을 데 없이 민망해졌다. 전국민이 신정환을 알게 된 게,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굴 때문에 더 유명해진 걸 본인도 모를 리가 없겠지만.
申正焕补充道,脸上露出了笑容。金道勋意识到他似乎明白了自己眼神的含义,顿时感到无地自容。全国人民认识申正焕,不仅是因为他的实力,更多是因为他的长相而变得更加有名,这一点他本人肯定也心知肚明吧。
“그래도 난 내 몸이 좋아. 별로 그런 체형 갖고 싶진 않아. 내가 수영만을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
"尽管如此,我还是喜欢我现在的身材。我并不特别想要那种体型。毕竟我不是只为游泳而生的。"
언젠가도 했던 말이다. 我曾经说过的话。
“난 지금 내가 좋아.” "我现在很喜欢我自己。"
환하고 산뜻한 얼굴이 제 눈을 마주했다.
明亮清新的脸庞与我的眼睛对视。
“너도 그렇지?” "你也是这样吗?"
도훈은 대답하지 못 했다. 질문이 정확히 뭐냐고 고쳐 묻지도 못 했다. 네, 저도 그래요. 그 말이 나도 나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지 아니면. 자칫 다른 의미로 전해질까봐. 그런데 그 다른 의미가, 정말 김도훈의 마음과 다르냐 하면 그건 또 모르겠어서. 말을 안 하고 있으니 침묵을 다른 의미로 이해한 건지 다시 묻는다.
金道勋无法回答。他甚至无法开口询问具体是什么问题。是的,我也是。这句话是指我也喜欢自己,还是别的意思?他担心会被误解成其他含义。但是,如果说那个其他含义真的与金道勋的心意不同,他又不太确定。由于他没有说话,对方似乎将沉默理解成了别的意思,于是又问了一遍。
“넌 네 몸이 싫어?” "你讨厌你自己的身体吗?"
“…모르겠어요.” "……我不知道。"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这是一个我从未深入思考过的问题。
“키 큰 건 좋아요. 더 크고 싶기도 해요. 근데 체력도 약하고 몸도 너무 얇대요. 몸싸움에 밀려서 불리하대요. 공격력은 떨어지는데 그래서 수비수로도 못 빼겠대요. 아빠는 날 유럽 보내고 싶어하는데 유럽 가서 몸싸움 하면 나는 날아갈 게 뻔해요. 몸은 성인되고 키우라고 해서 아직 웨이트도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하지 말라고 하니까 나중에 웨이트한다고 몸이 얼마나 커질지 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또 몸키워서 커지면, 무거워져서 속도 느려질까봐도 걱정이에요. 저 발 빠른 게 특기인데, 그것도 없어지면 어떡해요.”
"身高高是很好的。我也想再长高一些。但是体力也很弱,身体也太瘦了。在身体对抗中处于劣势。攻击力也不强,所以也不能作为后卫。爸爸想送我去欧洲,但如果在欧洲进行身体对抗,我肯定会被撞飞。因为说要等到成年后再增重,所以现在还不能好好地进行力量训练。因为被告知不要做,所以我也不知道以后做力量训练身体会长多大。但是如果增重变大了,又担心会变重导致速度变慢。我的特长是脚步快,如果连这个也没有了该怎么办。"
기숙사 2층 침대에서 밤마다 제 머릿속을 굴러다녔던 생각들이다. 나보고 어쩌라고. 답 없는 생각의 타래에, 결론은 항상 그랬다.
这些想法每晚都在宿舍的上下铺床上在我脑海中翻滚。让我怎么办呢。在没有答案的思绪中,结论总是如此。
“그래서, 축구하는 데 유리한 게 아니라서 지금 네 몸이 싫고 그래?”
"所以,你现在讨厌自己的身体是因为它对踢足球不利吗?"
“……” "……"
“난 아닐 것 같은데.” "我觉得不会是我。"
신정환은 축구하는 김도훈의 자리에서 자신의 대답을 내놓았다.
申正焕在金道勋踢足球的位置上给出了自己的回答。
“네 인생에 축구만 있을 건 아니잖아. 만약에 네 지금 얼굴이랑 축구 실력이랑 바꿔준다면 바꿀 거야? 나라면 안 바꿔.”
"你的人生不可能只有足球吧。如果让你用现在的长相换取足球技术,你会换吗?我的话是不会换的。"
“바꾸는 사람 있을 걸요.” "肯定会有人想要交换的。"
“응, 근데 그게 나는 아니란 얘기야.”
"嗯,但那不是在说我。"
“……” "……"
“그리고 아마 너도.” "也许你也是。"
“형이 저라면 왜요?” "哥哥如果是我的话为什么呢?"
“너 잘생겼잖아. 축구 안 하면 이 얼굴이 더 좋을 걸.”
"你长得很帅啊。如果不踢足球的话,这张脸会更好看。"
훅 들어오는 말에 김도훈만 당황했다. 말간 얼굴이 그대로라, 신정환은 이런 말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 같았다.
金道勋是唯一一个被这句突如其来的话吓到的人。申正焕脸上依然平静如常,似乎对这种话毫不在意。
“…축구 안 하면이 전제예요?” "...前提是不踢足球吗?"
“축구 하나에 널 가두고 네 자신을 미워하지 말란 소리야.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别把自己局限在足球上,也别因此讨厌自己。人生的未来是未知的。"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 말이 너무 생소했다. 김도훈은 정말 몰랐다.
人生怎么样还不知道呢。这句话对他来说太陌生了。金道勋真的不知道。
“…생각해 본 적 없어요.” "……我从未想过这个。"
축구 안 하는 김도훈 미래 같은 건.
不踢足球的金道勋这样的未来。
“그럼 이제부터 생각해 봐.” "那么从现在开始好好想想吧。"
또 담백한 얼굴이었다. 又是一张清秀的脸庞。
그 날 밤 기숙사 2층 침대에서, 굴러다니던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엉켜서 답없는 타래는 집어던지고 새로운 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신정환은 자꾸 새로운 숙제를 줬다.
那天晚上,在宿舍的上下铺床上,我重新整理了脑海中纷乱的思绪。我抛开了那些纠结在一起无法解开的线团,开始一点一点地解开新的线团。申正焕总是给我布置新的作业。
다음 날 저녁 수영장에서, 김도훈은 곱게 풀어낸 타래를 전했다.
第二天晚上在游泳池,金道勋传达了他精心编织的故事。
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요, 형. 축구를 할 거면요, 우리 학교에서 우승 스탯 쌓아서 대학 잘 가야 해요. 그냥 우승 스탯이 아니라 제 개인 스탯도 쌓아놔야 하구요. 아 김도훈 걔? 그런 말 들을 정도로요. 좋은 대학 축구부 들어가서도 스탯 잘 쌓으면 프로 리그로 가요. 프로까진 가야죠. 사실 그게 플랜 비였어요. 플랜 에이는요, 중간에 스카우터 눈에 띄어서 유럽 가는 거예요. 그게 베스트예요. 그래서 국대는 무조건 돼야 해요. 태극마크 안 달면 해외 스카우터들이 쳐다보지도 않을 테니까요.
我之前也说过,哥。如果要踢足球的话,我们得在学校里积累冠军数据,这样才能上好大学。不仅仅是冠军数据,我个人的数据也得积累。要达到那种"啊,金道勋那小子?"的程度。进入好大学的足球队后,如果继续积累好数据,就能进入职业联赛。至少得进入职业联赛吧。其实那是 B 计划。A 计划是在中途被星探发现,然后去欧洲。那才是最好的。所以必须进入国家队。如果没有戴上太极标志,海外星探连看都不会看我一眼的。
기다랗게 풀린 타래 안에, 비웃을까봐 말 못 했던 유럽 진출 얘기도 했다. 신정환은 역시 비웃지 않았다.
在漫长的对话中,他也说起了因为害怕被嘲笑而一直没敢提及的进军欧洲的想法。申正焕果然没有嘲笑他。
“그게 네 플랜이야?” "那就是你的计划吗?"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我是这么想的。"
언젠가의 신정환은 그게 네 꿈이냐고 물었었다. 플랜이란 단어가 아니라.
申正焕曾经问过,那是你的梦想吗?而不是用"计划"这个词。
“아빠 플랜이에요. 아빠가 축구 팬이거든요.”
"这是爸爸的计划。爸爸是个足球迷。"
타래의 끝에서, 시작점을 깨달았다. 어린 김도훈이 걷자마자 축구공부터 차게 된 이유. 축구 교실 다니는 게 당연한 매일이었던 이유. 김도훈은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를 잘 했지만, 축구를 하고 싶다고 먼저 말한 적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던 아빠가, 축구공부터 보여 줬으니까.
在线索的尽头,领悟了起点。小金道勋一学会走路就开始踢足球的原因。每天去足球学校仿佛理所当然的原因。金道勋喜欢足球,也擅长足球,但他从未主动说过想踢足球。因为从出生起就在身边的爸爸,首先给他看的就是足球。
“아빠가 제가 축구할 때 진짜 좋아하세요. 행복해 보여요. 저 맨날 픽업해주는 것도 아빠예요. 축구부에 이 정도로 아빠가 지극정성인 애들 없어요. 근데‒”
"爸爸真的很喜欢我踢足球的时候。他看起来很幸福。每天接我的也是爸爸。足球队里没有哪个孩子的爸爸像我爸爸这么尽心尽力的。但是——"
“네 플랜이냐고 물었어.” "我问你这是不是你的计划。"
말허리가 잘렸다. 으레 느긋했던 신정환의 전에 없던 개입에, 김도훈이 입을 다물었다. 잠시 숨을 골랐다.
话说到一半被打断了。面对平时总是从容不迫的申正焕突如其来的插话,金道勋闭上了嘴。他稍稍平复了一下呼吸。
“…아빠예요.” "……是爸爸。"
아빠가 제게 준 정성에 저도 돌려줘야 할 것만 같아서 그랬다. 김도훈도 축구를 좋아하는데, 아빠는 더 좋아하니까.
我觉得应该回报父亲给予我的关爱。金道勋也喜欢足球,但父亲更喜欢。
“저는 그럼 축구를 안 하면 뭘 해야 해요?”
"那我不踢足球的话应该做什么呢?"
혼란스러웠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축구공이 있었다. 그 공을 차고 있으면 잘한다 소리만 들어왔다.
一切都很混乱。我从未想过这种事。从出生起,足球就一直伴随着我。只要踢球,就总能听到别人说我踢得好。
“축구 좋아한다며.” "你不是说你喜欢足球吗。"
“네.” "好的。"
“그럼 축구를 계속 해.” "那就继续踢足球吧。"
단순한 대답을 내놓은 얼굴은 너무 태연하게 맑았다.
说出这简单回答的脸庞显得异常平静而清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요.”
"……怎么能说这么不负责任的话。"
지금 누구 때문에 일생일대의 고민을 맞닥뜨렸는데.
现在因为谁而面临人生最大的烦恼啊。
“내가 무책임해? 왜?” "我不负责任?为什么?"
나직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低沉的声音回来了。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하라는 거야.”
"喜欢什么就尽情地去喜欢吧。"
“……” "……"
“네가 좋아하는 만큼.” "和你喜欢的一样多。"
목에 무언가 차올라서 입을 다물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토해져 나올 것 같았다.
喉咙里有什么东西哽住了,我闭上了嘴。一种难以名状的情感似乎要喷涌而出。
“좋아하는 만큼 미울 순 있는데.”
"可以恨得和喜欢的程度一样深。"
꾹 닫은 입술이 떨리는 걸 다 보면서도, 신정환은 말을 이었다.
尽管看到紧闭的嘴唇在颤抖,申正焕还是继续说道。
“다른 것 때문에 너를 미워하진 마.”
"别因为其他事情而恨你。"
그래. 애증이었다. 아빠도. 축구도. 너무 사랑하지만 그래서 미웠다. 사랑하는 만큼 돌려줄 수 없어서. 사랑하는 만큼 돌려받지 못 해서. 그 날 김도훈은 기숙사 2층 침대에서 펑펑 울었다. 숨죽여 우는 소리를 모두가 모른 체 해주는 사이에서, 한참을 울었다.
是的。这是爱恨交织。对父亲如此,对足球亦然。太爱了,所以也恨。因为无法回报同等的爱。因为无法得到同等的爱。那天,金道勋在宿舍的上铺痛哭不已。在所有人都假装没听到他压抑的哭声时,他哭了很久很久。
퉁퉁 부었던 눈은 저녁 수영장에 갔을 땐 멀쩡히 돌아왔다. 다행이었다. 말없이 레인만 왔다갔다 하는 저를 신정환은 또 내버려두었다. 저녁 하늘이 탁했다.
肿胀的眼睛在傍晚去游泳池时已经恢复正常了。真是太好了。申正焕再次放任我默默地在泳道来回游动。傍晚的天空阴沉沉的。
느린 샤워를 끝내고 로비로 나왔을 땐 빗소리가 났다. 우산 없는데.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었다. 앉아 있는 신정환도 우산이 없는 것 같았다. 이 정도 비에 이 정도 거리면 그냥 기숙사까지 뛰어가도 되는데. 신정환이 가만히 비 내리는 걸 보고만 있길래, 김도훈도 나란히 옆에 앉았다.
洗完慢悠悠的澡出来到大厅时,听到了雨声。没带伞啊。这个想法并不让人在意。坐着的申正焕似乎也没带伞。这种程度的雨,这么点距离,跑回宿舍就行了。但申正焕只是静静地看着下雨,金道勋也就坐到了他旁边。
“올 해는 장마가 이르대.” "今年梅雨季来得早。"
나지막한 말에 따라서 하늘을 봤다. 장마라 할 정도로 빗줄기가 굵진 않았다.
我顺着低声的话语抬头看向天空。雨势还不至于大到可以称之为梅雨季节。
“너 기숙사 늦게 들어가면 선배들한테 안 혼나?”
"你回宿舍晚了不会被前辈骂吗?"
“축구부는 1학년끼리 방 써서 괜찮아요.”
"足球队的一年级生可以一起住一个房间,没问题的。"
“사람이 많아서 그게 되는구나.” "人多力量大啊。"
수영부는 인원이 적어서 기숙사 4인실에 학년이 섞여 있다고 했다. 형은 어차피 3학년이라 눈치 안 보잖아요. 응, 애들이 점호도 알아서 해줘. 하고 웃는데, 3학년이라서가 아니라 신정환이라서 다 해주는 거 아니냐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아무렴 싶었다.
游泳部人数少,所以宿舍四人间里年级是混住的。哥哥反正是三年级,不用在意别人眼色。嗯,孩子们还会自己点名呢。他笑着说,我本想说不是因为你是三年级,而是因为你是申正焕,所以大家才会为你做这些,但最后还是没说出口。我想,随他去吧。
“형 근데 처음에 저 1학년인 거 어떻게 알았어요.”
"哥,不过你一开始是怎么知道我是一年级的?"
학년 얘기를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1학년 축구부 김도훈입니다. 처음 만나고, 하루 뒤에나 했던 뒤늦은 관등성명에 너 1학년일 줄 알았어 하고 작게 중얼거린 신정환이.
聊到年级的时候,突然想起来了。一年级足球队的金道勋。初次见面,一天后才进行的迟来的自我介绍,申正焕小声嘀咕着"我以为你是一年级呢"。
“네가 여기 왔잖아.” "你不是来了吗。"
신정환의 대답은 늘 바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申正焕的回答总是很难立即理解。
“야외 수영장은 우리 학교 전교생에게 개방이야.”
"户外游泳池对我们学校所有学生开放。"
나직하게 덧붙는 말은 김도훈도 아는 사실이다.
金道勋也知道这句轻声附加的话。
“근데 저녁 개인 훈련 끝나면 신정환이 쓰고 있다고 소문 나서, 아무도 안 오기 시작했어.”
"但是有传言说申正焕在晚上个人训练结束后会使用那里,所以渐渐地就没人来了。"
이어지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静静地听着接下来的故事。
“처음에는 그 신정환 구경하러 좀 왔는데.”
"一开始是来看看那个申正焕的。"
‘그’ 신정환. 중학교 때 전국체전에 혜성같이 나타난 수영 유망주. 아시안게임 금메달 두 개나 딴 1학년. 도훈이 모르던 시기에 아마 그렇게 소문났을 그 신정환.
"那个"申正焕。初中时在全国体育大会上如彗星般崛起的游泳新秀。亚运会上夺得两枚金牌的高一新生。在金道勋不知道的那段时间里,大概就是这样声名鹊起的那个申正焕。
“아무도 물에 안 들어오고 서서 보기만 했어. 그러다가 점점 안 오기 시작하더라. 아마 중계 화면에서 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大家都只是站在岸边看着,没人下水。然后慢慢地,人们开始不来了。可能他们只是想看到电视转播中那样的画面吧。"
누구보다 빠른 입수 타이밍. 긴 잠영 거리. 고요하지만 미친 듯한 스피드. 아마 ‘그’ 신정환에게서 보고 싶었을 모습들.
比任何人都更快的入水时机。长距离潜泳。平静却疯狂的速度。这大概是人们想在"那个"申正焕身上看到的表现。
“난 그냥 여기서 떠있기만 했거든.”
"我只是在这里漂浮着而已。"
매일 저녁 김도훈과 물에서 보내는 그 모습처럼.
就像每天晚上和金道勋在水中度过的那个样子。
“여기서는 경영할 생각이 없었어. 나 맨날 훈련에서 백 바퀴 돌고 와. 그렇다고 나 보러 온 애들 보라고 또 자유형만 할 순 없잖아.”
"我本来没打算在这里经营的。我每天在训练中游一百圈。但我也不能只为了让来看我的粉丝们高兴而一直游自由泳啊。"
돌고래쇼도 아니고. 신정환은 그 말을 하며 작게 웃었다.
又不是海豚表演。申正焕说着这句话,轻轻地笑了。
따라 웃지 않은 도훈은 신정환을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수영하러 왔어? 여기 수영하려고 온 거 아니야? 신정환이 처음 나타난 제게 궁금했던 건 정말로 그 뿐이었던 거다. 지금까지 여기 온 사람 너밖에 없어서 괜찮아. 옷 입은 채로 들어와도, 수영모자도 없이 물에 들어와도 되냐는 질문에 가볍게 했던 그 대답이. 혼자 이 곳에 떠 있던 신정환의 지난 몇 년을 다 담은 말이었다는 게.
金道勋没有跟着笑,他回想起第一次见到申正焕的那天。"你是来游泳的吗?不是来这里游泳的吗?"申正焕第一次出现时,他真的只是好奇这个问题而已。"到现在为止,只有你一个人来过这里,所以没关系。"对于穿着衣服进来,没有泳帽就下水的问题,他轻描淡写地回答。这句话包含了申正焕独自在这里漂浮的过去几年。
“그래서 1학년인 줄 알았어. 그런 거 하나도 모르는 얼굴이길래.”
"所以我以为你是一年级的。因为你的表情看起来对这些事情一无所知。"
몰랐다. 몰랐으니까 가능했다. 수영할 거면 수영복 갖고 오란 말에 김도훈은 다음 날부터 냉큼 수영복 챙겨서 찾아왔다. 그게 다였다.
不知道。正因为不知道才有可能。金道勋听到"要游泳就带泳衣来"这句话后,从第二天起就麻利地带上泳衣来了。就是这样。
“넌 진짜 와서 수영하고. 물도 좋아하고.”
"你真的应该来游泳。你也喜欢水。"
천천히, 조용하게, 김도훈에 대한 감상이 이어졌다.
缓缓地,静静地,对金道勋的感想继续着。
“그리고 나한테 뭐 보여달란 얘기도 안 하고.”
"而且也没有要求我给他看什么。"
말에 붙어 있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옅은 웃음을 도훈은 들었다.
道勋听出了话语中那一丝几乎难以察觉的淡淡笑意。
“그래서 너랑 있으면.” "所以和你在一起的时候。"
어두워진 하늘에 더 짙은 눈동자가 눈을 맞춰왔다.
在渐暗的天空下,一双更加深邃的眼眸与之对视。
“나도 그냥 전교생에게 개방된 수영장에 온 이 학교 학생 같아.”
"我也觉得自己就像是这所学校的学生,来到了对全校学生开放的游泳池。"
김도훈이 그렇게 부러워 하는 수영 국가대표 신정환은, 그저 고등학교 3학년 열아홉 신정환이길 바라고 있었다. 빗줄기는 더 굵어지지 않았는데, 김도훈은 신정환 옆에서,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金道勋如此羡慕的游泳国家队选手申正焕,只希望自己能成为一个普通的高三学生,一个十九岁的申正焕。雨势并没有变大,金道勋坐在申正焕身边,在那个位置上已经待了相当长的时间。
“저 다음 주부터 무학기 가요.”
"我从下周开始休学。"
“아. 그거 벌써 하는구나.” "啊。你已经在做那个了啊。"
“네.” "好的。"
6월마다 열리는 고교 축구 대회다. 신정환도 체고 3년 다녔으니 모르진 않았다. 축구부 3학년은 이번 무학기까지 입시에 반영된다. 아마 저랑 같이 가는 3학년 중엔 신정환이랑 같은 반인 선배들도 있을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대답을 한 신정환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 속 그림자가 다시 가까워졌을 때 김도훈이 말했다.
每年 6 月举行的高中足球比赛。申正焕上了三年体育高中,自然不会不知道。足球队三年级学生的成绩会计入这次无学期的入学考试。可能和他一起去的三年级学生中,也会有申正焕同班的学长们。申正焕随意地回答后,又潜入了水中。当水中的影子再次靠近时,金道勋说道。
“형 동기들도 있을 텐데 되게 관심이 없네요.”
"哥哥应该也有同期的朋友,但你看起来一点都不感兴趣呢。"
“내가 더 알아준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我更了解你也不会改变结果。"
신정환다운 대답에 웃었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신정환은 이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섰다.
申正焕式的回答让人忍俊不禁。探出水面的申正焕很快就站到了适当的距离。
“얼마나 해?” "要多久?"
“보름이요.” "十五天。"
“응 그렇구나.” "嗯,原来是这样啊。"
고개만 작게 끄덕인다. 이기고 오라거나, 잘하고 오란 말을 하지 않는다. 청대 뽑혀간 애들 자리 채우느라 김도훈이 레프트윙 라이트윙 자리 죽어라 뛴 거 보여주러 가는 대회였는데.
只是轻轻地点了点头。没有说"去赢回来"或"好好表现"之类的话。这是一场金道勋为了填补被选入青少年队的队员留下的空缺,拼命在左翼和右翼位置上奔跑的比赛。
“형은 계속 학교에 있어요?” "哥哥还在学校吗?"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저녁마다 물장구 치고 있는 게 신기해서 물었다.
奥运会就快到了,我很好奇他每天晚上都在扑腾水,于是就问了问。
“아니. 나도 진천 한 번 다녀와야 해.”
"不是。我也得去一趟镇川。"
국대 신정환은 아마도 밥 먹듯이 갔을 곳.
国家队的申正焕大概就像吃饭一样经常去的地方。
“진천 가면 뭐해요?” "去镇川能做什么?"
“훈련하지. 멘탈 관리도 받고.” "训练吧。也要接受心理辅导。"
본인이 말하면서도 웃겼는지 작게 웃는다. 그걸 듣는 도훈도 좀 어이가 없었다.
他说着说着自己都觉得好笑,轻轻地笑了起来。听到这话的金道勋也觉得有点哭笑不得。
“형이 멘탈 관리할 게 있어요?”
"哥哥有什么需要调节心态的事吗?"
열아홉이면서 신선처럼 구는데. 十九岁却表现得像个神仙。
“나 계영 되게 좋아하거든.” "我真的很喜欢计英。"
안다. 미디어에서 본 신정환도, 직접 만난 신정환도 그 얘기를 계속 해왔으니까. 그 말을 한 신정환은 눈을 곧게 맞춰왔다.
我知道。无论是在媒体上看到的申正焕,还是亲自见到的申正焕,都一直在说这个。说这话时的申正焕直视着我的眼睛。
“근데 우리 계영 팀 형들이 세운 주니어 기록 내가 다 깼어.”
"不过我打破了我们游泳队哥哥们创下的所有青少年记录。"
또 김도훈이 할 말 없어지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고.
金道勋又一次毫不在意地随口说出让人无言以对的话。
“나 형들이랑 되게 친해. 어릴 때 같은 수영장 다닌 형도 있고. 계영 훈련하면 친해질 수밖에 없고.”
"我和哥哥们关系很好。有些哥哥从小就一起在同一个游泳池训练。接力训练的时候自然就变得亲近了。"
“……” "……"
“그런데 모르겠어. 그 형들 기분이 어떨지.”
"但是我不知道。不知道那些哥哥们会有什么感受。"
신기록을 가진 자는 이전의 누군가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게 가족이든, 친한 선배든, 같은 팀이든.
保持纪录的人就是超越了之前的某个人。无论那个人是家人、亲密的前辈还是同队队友。
“그런데 그런 것까지 생각하며 수영하기엔.”
"但是游泳的时候想那么多的话。"
말을 잠깐 쉬더니 가볍게 코를 찡긋한다.
他稍微停顿了一下,然后轻轻地皱了皱鼻子。
“머리를 비워야 수영이 잘 되거든.”
"要把头脑清空才能游得好。"
그러면서 웃어 보인다. 그 얼굴을 보며 김도훈은 쇼츠와 릴스를 뒤덮었던 인터뷰를 떠올렸다. 이 결과를 함께 만들어낸 형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형들이랑 같이 계영 팀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그 영상에 달린 댓글들도. 신정환 선수 얼굴도 마음씨도 국대감이네요. 이미지 관리 오진다. 인기 많으니까 인터뷰 조심하는 거 봐. 도훈은 눈을 깜박였다. 계영 인터뷰에서 신정환이 한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他一边说着一边露出微笑。看着那张脸,金道勋想起了充斥短视频和社交媒体的采访。真的很感谢和我一起创造这个结果的哥哥们。能和哥哥们一起组成接力队,我真的很感激。还有那些视频下面的评论。申正焕选手的颜值和性格都很有国家队的感觉呢。形象管理做得太好了。因为很受欢迎所以在采访时很谨慎啊。道勋眨了眨眼。在接力赛采访中申正焕说的每一句话都是发自内心的。
“형 혹시.” "哥,那个。"
저를 보는 웃는 얼굴이, 웃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看着我的那张笑脸,在我眼里却不像是在笑。
“외로워요?” "你感到孤单吗?"
언젠가의 김도훈은 건방진 소리를 했었다. 팀 경기도 안 하는 신정환 네가 뭘 아냐고. 내가 잘 한다고 경기가 이기는 게 아니고, 내가 못 한다고 경기가 지는 게 아닌, 그런 걸 개인 종목을 하는 네가 알기나 하냐고. 혼자만 잘 하면 되는 거, 편하게 경기해서 좋겠다고.
曾经的金道勋说过一些狂妄的话。说申正焕你连团队比赛都不参加,懂什么。我表现好并不意味着比赛就能赢,我表现差也不意味着比赛就会输,你这个只参加个人项目的人怎么会懂这些。只要自己表现好就行,真羡慕你能轻松地比赛。
“아니.” "不是。"
돌아오는 간결한 대답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김도훈은 여느때처럼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听到简短的回答后,他闭上了嘴。但是金道勋并没有像往常一样点头。
무학기 결승전이었다. 대회 내내 비가 왔다. 올 해는 장마가 빠르다더니, 6월인데 매일 비 맞으면서 공을 찼다. 김도훈 이제 라이트윙 꽤 괜찮다며 무학기 내내 선발 교체 번갈아 쓰던 감독은 결승전에선 도훈을 선발로 썼다. 물 먹은 잔디에 적응을 잘 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这是无学期的决赛。整个比赛期间都在下雨。听说今年梅雨季节来得早,虽然才六月,却每天都在雨中踢球。金道勋现在右翼踢得相当不错,教练在整个无学期间一直让他在首发和替补之间轮换,但在决赛中选择让道勋首发。看来是认为他已经很好地适应了被雨水浸湿的草坪。
“아악-!” "啊啊-!"
오른발을 걷어차는 커다란 발. 비에 젖은 잔디에 미끄러져서 휘청이는데 그 위로 한 번 더 쿵 치는 커다란 몸. 아직 몸 덜 자란 김도훈은 그대로 밀려 넘어졌다. 축축한 잔디 위로 한참을 미끄러졌다. 이건 태클이 아니다. 폭행이다. 저 미친 새끼가.
一只巨大的脚踢向右脚。在雨湿的草地上滑倒踉跄时,一个庞大的身躯又重重地撞了上来。还未长成的金道勋就这样被推倒了。在潮湿的草地上滑行了好一阵子。这不是铲球,这是暴力。那个疯子。
“시발, 야. 눈이 달렸으면 사람이 아니라 공을 차라고, 개새끼야.”
"他妈的,喂。长眼睛是让你踢球的,不是踢人,你这狗崽子。"
벌떡 일어나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야, 김도훈, 야. 주변에서 다급하게 김도훈 팔을 잡아 끌었지만 무시했다. 이 새끼 지금 일부러 친 거다. 중학교 때 키 작고 몸 무겁고 발 느려서 나한테 주전 밀렸던 새끼다. 다른 학교 진학해서 용케 주전 자리 꿰찼나 본데 갑자기 키 커지고 덩치 커졌다고 나한테 몸빵 친 거다.
猛地站起来,把脸凑了过去。"喂,金道勋,喂。"周围的人急忙拉住金道勋的胳膊,但他无视了他们。这家伙现在是故意撞的。初中的时候因为个子矮、身体笨重、脚步慢,被我挤掉了主力位置的家伙。上了不同的高中后,看来他侥幸得到了主力位置,突然长高了、块头变大了,就来对我动手动脚了。
욱해서 소리 지르는 김도훈에 우르르 선수들이 몰려 들었다. 꼴에 같은 팀이라고 상대팀 선수들에게 보호차 둘러싸인 저 새끼는 빙글거리는 웃음만 짓고 있다.
金道勋愤怒地大喊,队员们蜂拥而至。那个混蛋被对方队员保护性地围住,还在那里笑嘻嘻的,真是有够同队的样子。
“아니, 시발, 야. 결승전이면 결승답게 매너 챙기라고. 페어 플레이, 개새꺄.”
"不是,他妈的,喂。既然是决赛就要有决赛的样子,注意点礼仪。公平竞争,狗娘养的。"
삑-. 哔-。
달려온 주심이 가슴팍에서 카드를 꺼낸다. 누가 봐도 저 새끼가 사람 발을 걷어 차고 몸으로 밀어서 넘어뜨렸다. 그런데.
裁判跑过来,从胸前口袋掏出了卡片。任谁看都知道那家伙踢人脚下,用身体推倒了对方。然而。
“아니 시발, 왜 저예요? 저 새끼가 먼저 쳤잖아요!!”
"我靠,为什么是我?那混蛋先动手的好吗!!"
옐로 카드는 제게 향했다. 김도훈 잡아채던 같은 팀 선수들 얼굴에도 황당함이 어렸다. 내가 왜 옐카야, 시발! 저 새끼가 몸빵쳤잖아!! 목에 핏대 선 도훈을 구경하듯 쳐다보는 몸빵 친 새끼 얼굴엔 한 쪽 입꼬리만 당겨 웃는 비열한 웃음이 걸렸다. 거기서 피가 차게 식었다. 이 새끼 주심이랑 무슨 사이야. 로비가 판 치는 축구판에 없는 일도 아니었다.
黄牌朝我挥来。抓住金道勋的队友们脸上也露出了困惑的表情。为什么是我吃黄牌,妈的!明明是那个混蛋撞的我!!脖子上青筋暴起的道勋怒视着那个撞他的混蛋,而那家伙脸上挂着一抹不屑的笑容,嘴角微微上扬。在那一刻,我的血液冷却了。这混蛋和主裁判有什么关系吗?在充斥着暗箱操作的足球界,这种事也不是没有可能。
“김도훈이, 너 당장 들어 와!”
"金道勋,你马上给我进来!"
싸울 의지를 잃어버린 채 굳은 도훈을 감독이 불러 들였다.
监督叫来了失去斗志、僵硬不动的金道勋。
“저 계속 뛸게요! 이대로 못 들어가요!”
"我会继续跑!不能就这样回去!"
“교체하라고, 이 새끼야!!” "换人啊,你这混蛋!!"
허리에 손 짚은 감독의 포효에 도훈이 입을 다물었다. 시발, 진짜. 벤치로 들어가는 길은 집어던질 것도 발로 찰 것도 없는 잔디밭이라 입 안만 씹었다. 얼굴을 때리는 장맛비에 거칠에 얼굴을 쓸었다. 김도훈 이 새꺄, 너 정신 차리고 지혈부터 해. 동기가 커다란 수건 갖고 와서 무릎을 잡았다. 피가 철철 흘러서 정강이까지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아아악! 벤치에 앉아서 뒤늦게 분노를 토했다. 무릎이 아픈 게 아니다.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
金道勋在导演双手叉腰的怒吼声中闭上了嘴。妈的,真是。走向替补席的路上是一片草地,既没有东西可以扔也没有东西可以踢,只能在嘴里咬牙切齿。他用手粗鲁地擦了擦被倾盆大雨打湿的脸。金道勋你这混蛋,快清醒点先止血。队友拿着大毛巾过来抓住了他的膝盖。鲜血汩汩流下,一直流到小腿。啊啊啊!坐在替补席上,他终于爆发出愤怒。不是膝盖疼。他气得快要死了。
도훈과 교체된 선배가 골을 넣었다. 무학기 우승이었다. 김도훈이 옐카 받고 후반에 교체됐어도 학교는 우승이었다. 팀 경기란 게 그랬다. 기분은 뭐같은데 다같이 우승이라 웃고 떠들어야 했다. 아까 그 새끼가 일부러 나 민 거 다 봤으면서. 심판이 어이없게 옐카를 나한테 준 거 다 봤으면서. 더 뛰겠다는데 교체당한 것도 다 봤으면서. 축하 분위기에 김도훈을 위로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金道勋的替补前辈进了球。无学期夺冠了。即使金道勋吃到黄牌并在下半场被换下,学校还是赢得了冠军。团队比赛就是这样。虽然心情糟糕,但因为大家一起夺冠,所以还是得笑着闹着。明明都看到那个混蛋故意推我。明明都看到裁判莫名其妙地给我黄牌。明明都看到我还想继续比赛却被换下。在庆祝的氛围中,没有一个人来安慰金道勋。
학교 도착한 축구부 단체 버스에서 내릴 때 김도훈의 무릎이나마 안부를 챙겼다. 삔 건 아닌데 살갗이 많이 까졌다. 너 그거 조심해라. 시꺼매진다. 선배들이 해주는 말에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 숙였다. 김도훈 이새끼 원래 까매서 티도 안 날걸 하는 말엔 억지로 입꼬리 당겨 웃었다. 하나도 안 웃겼다.
足球队的校车到达学校时,下车时金道勋还是关心了一下自己的膝盖。虽然没有扭伤,但皮肤擦伤得很厉害。"你要小心那个,会变黑的。"前辈们这么说道。"我知道了,谢谢。"他低头回答。对于"金道勋这小子本来就黑,根本看不出来"这样的话,他勉强扯了扯嘴角笑了笑。一点也不好笑。
기분이 너무 더러워서 기숙사 안 들어가고 그대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우산도 없이 장대비 다 맞으면서 갔다. 너 그 꼴로 수영장 오지 마. 축구화에 흙 다 묻어있잖아. 신발 벗어. 수영복은 왜 안 챙겨왔어. 뻔히 따라붙을 느린 잔소리를 예상했다.
心情糟糕透了,没有回宿舍,直接朝游泳池走去。没带伞,任凭大雨淋湿全身。你别穿成那样来游泳池。足球鞋上全是泥。把鞋脱了。为什么没带泳衣啊。我已经预料到会有这些唠叨跟着我。
김도훈은 화가 나면 신정환을 찾았다. 화풀이하려고 가는 건 아니었다. 처음엔 분명히 그랬던 것도 같다. 잘난 신정환에 배알 꼴려서 애먼 데에 분을 토해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신정환의 그 여유로운 태도를 보면,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잠영이나 하고 배영이나 하는 흰 몸을 보면, 신정환이 들려주는 느릿한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화난 건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아졌다. 그래서 수영장으로 갔다. 물 안에 있는 신정환이 필요했다. 그런데. 도착한 수영장은 텅 비어 있었다. 신정환이 그 곳에 없었다.
金道勋生气时就会去找申正焕。他去找他并不是为了发泄怒火。起初可能确实是这样。他曾因为对申正焕的优秀感到不爽而把怒火发泄在无辜的地方。但是,当他看到申正焕那从容不迫的态度,看到他若无其事地潜泳或仰泳的白皙身体,听到申正焕慢悠悠地讲述的故事时,他觉得自己生气的事似乎真的不算什么。所以他去了游泳池。他需要在水中的申正焕。然而,当他到达游泳池时,那里空无一人。申正焕不在那里。
우울은 수용성이라고 했는데. 물 가득 안은 수영장을 앞에 두고 장맛비를 맞는데도 하나도 씻겨가지 않았다.
据说忧郁是可溶解的。但即使面对着满是水的游泳池,淋着梅雨季的雨,却一点也没有被冲刷掉。
수영부 다 어디 갔어? 오전 수업에 같은 반 수영부 애한테 물어봤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였는데. 아니? 우리 계속 학교에서 훈련하는데? 하긴, 얘가 교실에서 김도훈 질문이나 받아주고 있는데 수영부가 단체로 어디 간 건 아닐 거였다. 근데 신정환 선배는 왜 없어. 제일 궁금한 건 그거였는데, 얘한테 그걸 직접 묻긴 싫어서 입을 다물었다.
游泳队都去哪儿了?我在上午的课上问了同班的一个游泳队员。其实我们并不是很熟。"什么?我们一直在学校训练啊?"也是,这家伙还在教室里回答金道勋的问题,游泳队不可能集体去哪儿了。但是为什么申正焕学长不在?这才是我最想知道的,但我不想直接问他,所以闭上了嘴。
핸드폰 켜서 수영 신정환 검색했다. 파리 올림픽 앞두고 수영 국가대표들이 마지막 훈련 일정으로 진천에 소집되었단 기사가 바로 떴다. 일주일 전 기사였다.
打开手机搜索了游泳申正焕。立即弹出了一篇报道,内容是巴黎奥运会前夕,游泳国家队队员们被召集到了镇川进行最后的训练。这是一周前的新闻。
축구부는 무학기 우승이라고 이틀 휴가를 받았다. 오후 훈련 때 적당히 놀고 끝내주기, 저녁 개인 운동 시간은 필참 아니고 자율. 더 널널해진 저녁 시간에 김도훈은 수영장부터 찾았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엔 바닥 때리는 빗소리만 시끄러웠다. 형 진천 한 번 다녀온다고 했구나. 멍청하게 김도훈은 수영장에 신정환이 늘 있을 줄 알았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다녀오는지 묻지도 않았다. 수영 신정환 검색하면 우르르 뜨는 뉴스 기사엔 제가 모르는 신정환만 잔뜩이었다. 수영 대표팀 미디어데이라고 단정하게 앉아서 인터뷰하는 사진도 떴다. 매일 밤 만났던 김도훈은 신정환한테 연락해서 어디 있냐고 물을 수도 없었는데, 기사는 김도훈이 모르는 신정환의 매일을 띄웠다. 전화번호도 카톡도 몰랐다. 일방적으로 아는 인스타는 제 디엠따위 수백개 디엠목록에 처박힐 게 뻔했다. 보낼 생각도 없었다. 그런 게 필요 없었어서 그랬다. 매일 저녁 이 곳에 오면 신정환이 있었어서 그랬다.
足球队因为在无学期获得冠军而获得了两天假期。下午训练时可以适当玩耍后结束,晚上的个人训练时间不是必须参加,而是自愿的。在更加宽松的晚上时间里,金道勋首先去了游泳池。空无一人的游泳池里只有雨点打在池底的声音很吵。哥哥说要去一趟镇川啊。金道勋傻傻地以为申正焕总是在游泳池。他甚至没问申正焕什么时候去什么时候回来。搜索"游泳 申正焕"时蜂拥而出的新闻文章中,全是金道勋不了解的申正焕。还有游泳国家队媒体日上,申正焕端正地坐着接受采访的照片。每晚都见面的金道勋却无法联系申正焕问他在哪里,而新闻文章却展示了金道勋不知道的申正焕的日常。他不知道申正焕的电话号码,也不知道他的 KakaoTalk。他单方面知道的 Instagram 账号,他的私信肯定会被埋没在数百条私信列表中。他也没想过要发送。因为他不需要那些。因为每天晚上来到这里,申正焕都在这里。
신정환이 좋아하는 자세로 물에 둥둥 떠있으면 거센 장맛비가 얼굴을 때렸다. 눈을 감고 그걸 다 맞았다. 비 맞는 건 이제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무도 없는 수영장이란 게, 혼자 이렇게 떠있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申正焕喜欢的姿势漂浮在水中时,猛烈的梅雨季雨点打在脸上。闭上眼睛,任由雨水拍打。现在被雨淋湿已经真的无所谓了。但是空无一人的游泳池,就这样一个人漂浮着,并没有想象中那么好。
신정환은 이 곳에서 매일 나를 기다렸구나. 그걸 처음으로 깨닫는 장마였다.
申正焕每天都在这里等我。这是我第一次在梅雨季节意识到这一点。
텅 빈 수영장에 혼자 있은 지 사흘째였다. 장마는 여전했고, 굵은 빗줄기에 하늘조차 보이지 않게 어두웠다. 김도훈은 우두커니 서서 비를 다 맞았다. 물에 들어가기 싫었다. 물이 너무 차가웠다. 그게 비 때문이 아니란 걸 알았다. 사람이 없는 수영장은 수온이 낮았다.
已经是他独自待在空荡荡的游泳池里的第三天了。梅雨季节依旧持续,大雨倾盆,天空被遮蔽得漆黑一片。金道勋呆呆地站着,任凭雨水淋湿全身。他不想下水。水太冷了。他知道这不是因为下雨的缘故。没有人的游泳池,水温总是很低。
…?!!
갑자기 허리가 잡아채였다. 바닥을 때리는 빗소리에 인기척도 몰랐다. 첨벙. 두 명의 무게에 물이 크게 튀었다. 순식간에 물 속으로 끌려 들어간 김도훈은 제 허리를 단단히 안은 팔을 잡고 물 위로 떠올랐다.
突然腰被抓住了。因为雨声打在地上,没有察觉到有人靠近。哗啦。两个人的重量让水溅起很高。金道勋瞬间被拉入水中,抓住紧紧搂着自己腰的手臂,浮出了水面。
“놀랐잖아요…!” "吓死我了...!"
물 위로 마주 본 하얀 얼굴이 베시시 웃는다.
水面上相对的白皙面庞露出灿烂的笑容。
“진천 다녀온 거예요?” "你去过镇川了吗?"
“응, 오늘 끝났어.” "嗯,今天结束了。"
“학교로 바로 왔어요?” "你直接来学校了吗?"
보통 국대들은 진천 소집되고 오면 집에 들렀다 온다고 들었다. 먼 길 다녀와서 다음 날 휴가를 받기도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신정환은 집을 가지 않았다.
我听说通常国家队队员们在镇川集训结束后会先回家一趟。有时候长途跋涉回来后第二天还会获得休假。但是申正焕并没有回家。
“응, 너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
"嗯,我觉得你可能在这里,所以就直接过来了。"
대답하며 제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준다. 다정한 손길을 멍하니 받았다.
回答的同时,他把自己湿漉漉的头发往后梳理。我茫然地接受了这温柔的触碰。
“나 기다렸어?” "你等我了吗?"
“네.” "好的。"
신정환이 없는 수영장에 매일 왔다.
申正焕不在的游泳池,每天都来。
“…오길 잘했네.” "...来得真是时候。"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젖은 머리 넘겨준다. 얼굴을 때리는 빗방울도 기다란 손가락으로 거둬준다. 그 얼굴에 대고 김도훈은 우다다 말했다. 저요, 무학기 우승했어요. 응 축하해. 근데요 중학교 때 저 싫어하던 애가 저 밀어서 넘어졌거든요. 저보다 작고 느렸던 새낀데 걔 덩치 커졌다고 저한테 허세 부린 거예요. 근데요, 걔가 몸빵친 건데 옐카를 제가 받았어요. 그리고 교체당했는데 저랑 교체된 선배가 들어가서 골 넣었어요. 그게 결승골이요. 저 진짜 기분 별로였거든요. 근데요.
他又一次拨开湿漉漉的头发,用修长的手指拭去打在脸上的雨滴。金道勋对着那张脸一口气说道:"我啊,赢得了无学期冠军。""嗯,恭喜你。""但是呢,初中时讨厌我的那个家伙把我推倒了。那小子以前比我矮小又慢,现在长大了就在我面前耍威风。但是呢,明明是他撞的我,可黄牌却给了我。然后我被换下场了,替换我上场的学长进了球。那就是决胜球。我真的心情很不好。但是呢。"
“응.” "嗯。"
눈을 마주하며 조용히 들어준다. 目光相对,静静地倾听。
“저 진짜 화나서 죽을 것 같았는데.”
"我真的气得要死。"
김도훈도 짙어진 눈동자를 바라봤다. 金道勋也凝视着那双变得深邃的眼眸。
“지금은 괜찮아요.” "现在没事了。"
“거봐, 내가 수용성이라고 했잖아.” "看吧,我说过我很容易接受的。"
아니다. 수용성이라서 물에 들어와서 지워진 게 아니다. 물이 아니라 신정환이었다.
不是的。不是因为水溶性而被水冲掉的。不是水,而是申正焕。
“넘어진 건 괜찮아?” "摔倒了没事吧?"
허리를 끌어안은 팔을 풀지 않은 채,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저를 살피는 눈빛이 다감했다.
他没有松开环抱着我腰部的手臂,用低沉的声音问道。注视着我的眼神充满温柔。
“네. 안 아파요.” "嗯。不疼。"
아직 아물지도 않은 무릎이 물 속에서 쓰린지도 몰랐다. 물이 더이상 차갑지 않았다.
他甚至没有意识到尚未痊愈的膝盖在水中刺痛。水已不再冰冷。
로비에서 기다리는 신정환의 너른 등이 샤워하고 나온 김도훈을 맞이했다. 건물 밖으로 장대비가 바닥을 시끄럽게 때리고 있었다.
申正焕宽阔的背影在大厅里等待着,迎接洗完澡出来的金道勋。大楼外,倾盆大雨正猛烈地拍打着地面。
“비가 엄청 와요, 형.” "雨下得很大,哥。"
“비 와도 수영은 할 수 있어.”
"即使下雨也能游泳。"
비가 와서 내일은 안 온다는 말로 들렸던 걸까.
雨下了,所以明天就不会下了,是这样理解的吗?
“알아요.” "我知道。"
김도훈은 당연히 올 생각이었다.
金道勋当然打算来。
“다이빙풀 가볼래?” "要去跳水池吗?"
눈도 못 뜰 정도로 거센 빗줄기 속에서, 신정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자 따라와 봐, 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5미터 수심의 다이빙풀로 저를 이끌었다. 다이빙풀을 직접 본 것도 이 학교가 처음이었는데 누가 쓰는 걸 본 적도 없었다. 너무 어두운데 괜찮아요? 눈 앞을 가리는 빗줄기에 소리쳐서 물어보면 물 들어가면 안 어두워, 하고 대답했다. 그래, 어두운 건 하늘이지 물이 아니었다.
在几乎睁不开眼的倾盆大雨中,申正焕提出了一个完全出乎意料的建议。他点点头说"跟我来",然后带我来到旁边 5 米深的跳水池。这是我第一次在这所学校里亲眼看到跳水池,也从未见过有人使用过。我大声问道:"太黑了,没问题吗?"雨帘遮挡着视线。他回答说:"进到水里就不黑了。"是啊,黑的是天空,而不是水。
비와서 미끄러우니까 보드는 올라가지 말자. 신정환은 잠시 스프링보드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형 저기서 다이빙 해본 적 있어요? 응, 나 좀 잘하는데. 신정환이 자기 입으로 수영 말고 뭘 더 잘한다고 자랑하는 걸 처음 봤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오늘 못 보여줘서 아쉽네. 하나도 아쉽지 않은 얼굴로.
雨天路滑,我们还是别上跳板了。申正焕看了一会儿跳板,收回目光说道。哥,你在那里跳过水吗?嗯,我还挺擅长的。这是申正焕第一次亲口夸自己除了游泳还擅长别的。他又补充道:今天没法展示给你看,真遗憾。脸上却一点遗憾的表情都没有。
추워? 덜덜 떠는 저를 돌아보며 묻는다. 추워서가 아니라 빗줄기가 너무 거세서 몸을 때리는 것 같아서 그랬다. 괜찮아요, 했는데 안 괜찮은 줄 알았는지 빨리 들어가자, 했다. 신정환이라면 그게 물 들어가면 안 추워, 뜻일 거라서 혼자 작게 웃었다. 너 깊은 물도 안 무섭지? 네. 그럼 먼저 들어가봐. 그 말에 그냥 풍덩 뛰어들었다. 2미터도 안 되는 야외풀이랑은 들어갈 때 느낌부터 달랐다. 바다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물의 압력이 저를 더 밑으로 내려보내는데, 오히려 붕 뜨는 기분이었다. 몸을 감싸는 생경한 감각을 신기해하고 있는 중에 눈 앞에 신정환이 나타났다. 인어 같다. 인어 왕자라는 수식어가 하나도 과하지 않은 우아한 몸짓으로. 새하얀 몸이 고요하게 다가왔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은 채로 수심 어드메에서 떠있는 김도훈에게. 온 몸이 뾰족하고 단단한데, 움직임은 매끄럽고 유연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가까이 온 인어가 손목을 잡았다.
冷吗?他转身看着瑟瑟发抖的我问道。其实不是因为冷,而是雨势太大,感觉像在打我的身体。我说没事,但他似乎觉得我不太好,说快点进去吧。如果是申正焕的话,那大概是指进水里就不冷了的意思,我暗自笑了笑。"你不怕深水吧?""不怕。""那你先进去试试。"听到这话,我就直接跳了进去。感觉和不到 2 米深的室外泳池一进水就不一样。仿佛置身大海。水的压力把我往下压,反而有种飘起来的感觉。正当我惊奇于这种陌生的包裹全身的感觉时,申正焕出现在我眼前。他就像个人鱼。以一种完全配得上"人鱼王子"这个修饰语的优雅姿态。洁白的身体静静地靠近。靠近在水深处漂浮着、脚不着地的金道勋。他全身棱角分明而结实,但动作却流畅而柔软。我呆呆地看着这一幕,靠近的人鱼抓住了我的手腕。
손목이 잡힌 채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유려한 몸짓으로 인어는 수면 위로 저를 올렸다. 하아. 그제야 숨을 뱉었다. 다시 얼굴 위로 장맛비가 쏟아졌다. 도훈아. 낮은 목소리로 저를 부른 신정환이 어깨를 안아 왔다.
手腕被抓住,顺着牵引的方向跟随而去。人鱼以优雅的姿态将自己托出水面。哈啊。这时才吐出一口气。脸上再次倾泻下如同梅雨季节的大雨。道勋啊。申正焕用低沉的声音呼唤着自己,搂住了肩膀。
“숨 참아 봐.” "屏住呼吸试试。"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절 안은 채로 다시 물 속으로 내려갔다. 도훈은 생각할 겨를 없이 신정환 어깨를 끌어 안았다. 꾹 감았던 눈을 뜨자 고요하게 제 얼굴을 보고 있는 신정환이 보였다. 물 속에 있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숨을 참은 티도 없이, 물 속에서 원래 사는 듯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신기하다. 깊은 물 아래의 신정환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신정환이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안은 몸에 힘을 주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갔다. 도훈아.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며 참은 숨을 뱉어냈다. 네, 형.
话音刚落,他就抱着我再次潜入水中。金道勋来不及思考,紧紧搂住了申正焕的肩膀。睁开紧闭的双眼,看到申正焕平静地注视着自己的脸庞。他在水中的样子显得如此自然。没有一丝憋气的迹象,仿佛本就生活在水中的人一般。真是神奇。当金道勋沉浸在欣赏深水中申正焕的面容时,不一会儿,申正焕缓缓眨了眨眼。然后,他收紧了拥抱的力度,再次浮出水面。听到呼唤自己的声音,金道勋吐出了屏住的呼吸。"嗯,哥。"
“비 온 거 느껴졌어?” "你感觉到下雨了吗?"
“토독토독 소리는 들렸어요.” "听到了嗒嗒嗒的声音。"
비가 워낙 굵었다. 수면 가까운 곳에서는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다 들렸다.
雨下得很大。在靠近水面的地方,能听到雨滴落下的声音。
“다시 숨 참아 봐.” "再屏住呼吸试试。"
그 말을 듣자마자 널따란 어깨를 끌어안았다. 당연하게 허리를 꽉 감아 안는 단단한 팔이 느껴졌다. 서로를 안는 힘과 동시에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점점 밑으로 내리는 몸이 무섭지 않았다. 아까는 닿지 않았던 바닥까지 가라앉아, 처음으로 바닥에 발을 대어 봤다. 호흡만으로 여기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 깊이의 물 속 풍경을 본 게 처음이라, 신비한 기분으로 저도 모르게 두리번거리는데, 허리를 끌어 안은 신정환이 제 시선을 잡아챘다. 여전히 고요한 눈으로 김도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听到这句话,我立刻紧紧抱住了那宽阔的肩膀。随即感受到一双有力的手臂紧紧环住了我的腰。我们相拥着,同时再次潜入水下。随着身体逐渐下沉,我却不感到害怕。这次我们沉到了之前没有触及的池底,第一次用脚触碰到了底部。能仅靠呼吸就下潜到这个深度,让我感到很神奇。这是我第一次看到这么深的水下景象,不由自主地四处张望,感觉很神奇。这时,搂着我腰的申正焕捕捉到了我的目光。他依然用平静的眼神注视着金道勋的脸庞。
눈이 마주치자 숨이 모자랐다. 아까보다 더 오래 버틸 각오로 숨을 담고 내려왔는데. 벌써 숨이 찰 타이밍이 아닌데도. 물 속에서 마주한 깊은 눈동자가 숨을 다 가져갔다. 미세한 찌푸림을 알아챈 신정환이 바로 바닥을 차고 물 위로 올라갔다.
四目相对的瞬间,他感到呼吸困难。明明刚才下水时还打算憋气更久的,现在却不是该喘不过气来的时候。但在水中对上那双深邃的眼眸,仿佛夺走了他所有的氧气。申正焕察觉到微微皱眉的表情,立即蹬地浮出了水面。
“이번엔 어땠어.” "这次感觉如何?"
코앞의 얼굴이 제 눈을 빤히 바라본다.
近在咫尺的脸庞直直地盯着我的眼睛。
“…안 들렸어요.” "……我没听见。"
토독토독 그 소리가. 嗒嗒嗒嗒,那个声音。
“물 안에 있으면 비 오는 줄도 몰라.”
"在水里的时候,都不知道外面下雨了。"
“……” "……"
“이미 젖어 있으니까.” "已经湿了。"
수면 위에 마주한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여전히 허리를 안은 손에는 힘이 느껴졌다. 도훈은 뭐라 더 할 대답을 찾지 못 했다.
水面上相对的脸庞太近了。环抱着腰的手依然能感受到力度。金道勋找不到更多的话来回答。
“저 혼자 해볼래요.” "我想自己试试。"
얼굴에 쏟아지는 빗방울을 훔치지도 못한 채, 그 말을 겨우 뱉어내니 그제야 허리에서 손이 풀어졌다. 그대로 숨을 참고 잠수했다. 너무 가까운 신정환 얼굴. 고요한 시선. 허리를 감던 손. 짙은 눈동자. 그런 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서. 물 속으로 도망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정작 물 속에서는 신정환을 따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无法擦去脸上滴落的雨滴,勉强说出那句话后,腰间的手才松开。就这样屏住呼吸潜入水中。申正焕太近的脸庞。平静的目光。环绕腰间的手。深邃的眼眸。不知该如何对这些做出反应。只能逃入水中。尽管明知在水里无法甩开申正焕。
한참을 물 안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떠올랐다. 당연하지만 바닥을 찍지 못 했다. 호흡만으로는 그 곳에 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수면 위로 고개 올리고 보니 신정환은 어느새 풀 바깥에서 바닥 위에 철푸덕 앉아서는 발을 첨벙거리고 있었다.
在水中游了很久后又浮了上来。理所当然地,没能触及到池底。我知道仅凭呼吸是无法到达那个地方的。当我抬头看向水面时,申正焕不知何时已经坐在了泳池外的地上,正在扑腾着双脚。
“잠수 잘 하네.” "潜水技术真不错。"
하얀 몸으로 비를 다 맞으면서 그런 말이나 한다. 빗방울이 어찌나 거센지, 시야가 흐려져서 마치 신정환의 몸이 빛나듯 하얗게 번졌다.
他用洁白的身体淋着雨还说这种话。雨滴如此猛烈,视线变得模糊,仿佛申正焕的身体在发光般白得耀眼。
“진짜 못 하는 거 없구나, 너.”
"你真是无所不能啊。"
처음 만났을 때 제가 했던 말을 다시 해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빗소리가 너무 큰데도, 나지막한 그 말은 선명히 들렸다. 칭찬 같은 그 말에 김도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를 맞고 있는 하얀 몸이 추워 보였다.
重复着我们初次见面时我说过的话,他点了点头。尽管雨声很大,但那低声的话语却清晰可闻。面对这类似赞美的话,金道勋没有回答。他被雨淋湿的白皙身体看起来很冷。
“그렇게 비 맞느니 들어오는 게 더 낫지 않아요?”
"这样淋雨还不如进来不是吗?"
내가 있는 물은 따뜻하다면서요. 발장구 치고 있는 신정환 앞으로 헤엄쳐 가니 말간 얼굴이 김도훈을 맞이해 준다.
我这边的水很暖和哦。申正焕正在踢水玩耍,金道勋朝他游过去,看到他清澈的脸庞迎接着自己。
“물 안에 있으면 비 안 맞는 것 같아?”
"在水里就觉得不会被雨淋到吗?"
다시 물에 들어오라는 말이었는데 되려 제게 묻는다. 김도훈은 잠시 생각했다. 비 맞는 신정환을 물 안으로 부르고 싶었던 제 마음이, 그래서 그랬던 건지.
本来是要他再次进入水中的,却反而问起了自己。金道勋思考了一会儿。是不是因为自己想把淋雨的申正焕叫进水里,所以才那样做的呢。
“여기 있으면 얼굴을 이렇게 때리는데.”
"在这里的话,脸会被这样打。"
“……” "……"
“이미 젖어 있는 곳에선 비는 아무 것도 아니지.”
"对于已经湿透的地方来说,雨根本算不了什么。"
빗물이 흥건한 얼굴을 훔치며 말한다. 제 눈을 맞추며 해준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이게 신정환만의 위로 방식이란 걸 알았다. 비에 미끄러져서 무릎 갈아버린 김도훈을 위로하는. 비 탓을 하지 말고, 비에 젖지 않는 물에 들어와서 다 털어버리고 가라고 하는.
擦拭着被雨水浸湿的脸,他说道。静静地回味着对方注视着自己的眼睛所说的话。他明白这是申正焕独特的安慰方式。安慰因雨滑倒而擦伤膝盖的金道勋。不要怪罪雨水,而是进入不会被雨淋湿的水中,把一切都抛开然后离开。
“바다는 비에 젖지 않아.” "大海不会被雨淋湿。"
그리고 해주는 말이 꽤나 멋져서. 낮은 목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도훈이 젖어버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잠시간의 정적에, 둘 사이에는 빗소리만 가득했다.
然后他说的话相当帅气。道勋静静地听着那低沉的声音,将湿漉漉的头发向后捋去。短暂的沉默中,两人之间只有雨声充斥。
“우리 바다 갈 때.” "我们去海边的时候。"
“……” "……"
“튜브 갖고 가자.” "带上游泳圈吧。"
멋진 말 뒤에 붙는 말이 참 가벼웠다.
帅气的话语之后跟着的话语真是轻飘飘的。
“수영 국대가 무슨 튜브예요.” "游泳国家队哪需要什么游泳圈啊。"
“나도 내 힘 안 쓰고 물에 떠있고 싶어.”
"我也想不用力就能漂浮在水上。"
그 말이 뭐 별 거라고. 굵은 빗방울을 온 얼굴로 맞으며 김도훈이 크게 웃었다. 하늘의 높이도, 물의 깊이도 보이지 않는 밤이었다.
那句话有什么大不了的。金道勋迎着脸上的大雨滴,放声大笑。这是一个看不见天有多高,也看不见水有多深的夜晚。
이제 장마 끝자락이라는데. 아직 빗줄기가 거셌다. 오전 수업을 듣는 교실에서 김도훈은 창밖을 바라봤다. 거친 장맛비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다 튕겨 나왔다. 물이라면 다 안아버릴 텐데. 비를 보며 김도훈은 더 깊은 물을 떠올렸다. 매 해 장마마다 비보다도 더 깊은 곳에 있었을 신정환을.
据说现在已经到了梅雨季的尾声,但雨势依然很大。金道勋坐在上午课的教室里,望着窗外。暴雨从沥青路面上弹起。要是水能包容一切就好了。看着雨,金道勋想起了比雨水更深的地方。每年梅雨季,申正焕总是在比雨水更深的地方。
오후에는 거짓말같이 비가 그쳤다. 축축한 잔디 위에서 뒷짐지고 섰다. 무학기 잘 해냈고, 여름 삿포로 전지훈련 준비한다. 거기 고교팀 두 군데랑 경기할 거니까, 그거 대비해서 포메이션 연습한다. 예, 알겠습니다. 김도훈이는 이번엔 레프트윙으로 연습한다. 예, 알겠습니다. 비 그쳤으니까 몸풀기로 오늘 미니 게임 한 판 뛴다. 예, 알겠습니다. 우렁찬 대답 끝에 아직 물 먹은 잔디 위를 뛰었다. 축구화에 잔디가 패일 때마다 진흙과 빗물이 같이 튀었다. 훈련 끝낸 락커룸에서는 전지훈련 얘기를 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덜 덥나? 중얼거리는 1학년들 말에 선배들이 대답했다. 삿포로는 좀 나아. 작년에도 우리 거기서 했어. 삿포로 축구부 애들은 수준 어떻습니까? 청대 간 걔네들 끼면 우리가 압살인데, 걔네 못 온다니까 해봐야지. 이길 생각으로 가, 임마. 오고가는 대화들에 김도훈은 끼지 않았다.
下午雨停了,就像是谎言一样。站在潮湿的草地上,双手背在身后。无学期顺利完成了,现在准备夏季札幌集训。那里要和两支高中队比赛,所以要为此练习阵型。是的,明白了。金道勋这次要在左翼位置练习。是的,明白了。既然雨停了,今天就先热身玩一场小比赛。是的,明白了。响亮的回答后,他们在还湿漉漉的草地上奔跑。每当足球鞋踩在草地上,泥土和雨水就会一起飞溅。训练结束后,在更衣室里谈论起了集训的事。日本会比韩国凉快些吗?一年级生的嘀咕引来了学长们的回答。札幌会好一些。去年我们也在那里训练过。札幌足球队的水平如何?如果那些去了青大的人也来的话,我们就能碾压他们,但他们来不了,所以还是要试试看。抱着必胜的心态去吧,小子。在这些来来往往的对话中,金道勋并没有参与。
“나 오늘 너 봤어.” "我今天看到你了。"
물 속에서 둥글게 몸 굴리고 있는데 대뜸 신정환이 그랬다.
正当我在水中翻滚时,申正焕突然说道。
“어디서요?” "在哪里?"
“운동장에서. 너 축구하는 거.” "在操场上。你踢足球的样子。"
오후 훈련이다. 바닥에 발 딛고 선 김도훈이 젖은 머리 뒤로 넘겼다. 장마가 끝난 뒤라 밤하늘은 이전보다 푸르스름하게 밝았다.
下午训练时间到了。金道勋站在地上,将湿漉漉的头发往后捋。梅雨季节结束后,夜空比以前更加湛蓝明亮。
“형도 오후에 훈련하지 않아요?” "哥哥下午也不训练吗?"
“나 오늘 휴가였어.” "我今天休假了。"
진천 다녀왔다고 받은 휴가인가 보다.
看来是去了镇川后获得的休假。
“너 공 차면서 말 많더라.”
"你踢球的时候话挺多的嘛。"
“그거 다 커뮤니케이션이에요.” "这都是沟通的问题。"
제 대답에 웃는다. 他听到我的回答后笑了。
“근데 저 형 못 봤는데. 어디서 봤어요?”
"不过我没见过那个哥哥。你在哪里见过他?"
“운동장 옆에 지나가면서.” "经过操场旁边的时候。"
잠깐이라 못 봤나. 김도훈은 제가 신정환을 발견하지 못한 게 의아했다. 어디서도 눈에 띄는 사람인데. 제가 신정환을 못 알아볼 리 없는데.
难道是因为时间太短没看到吗?金道勋觉得自己没发现申正焕很奇怪。那可是个走到哪里都很显眼的人啊。自己不可能认不出申正焕的。
“나 스탠드에도 앉아 있었어.” "我也坐在看台上过。"
“진짜요?” "真的吗?"
눈이 동그래졌다. 전혀 몰랐다. 眼睛瞪大了。完全没想到。
“응. 너 골 넣는 것도 보고 선배들에게 뒤통수 박박 긁히는 것도 다 봤어.”
"嗯。我看到你进球了,也看到你被前辈们狠狠地教训了一顿。"
웃으면서 말한다. 연습 경기에서 도훈은 골을 넣었다. 미니 게임이지만 그건 전반이었다. 뒤통수 긁힌 건 후반 끝나고일 거다. 훈련 다 마치고 나면 선배들은 한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며 유독 김도훈만 뒤통수를 그렇게 쓰다듬어줬다. 신정환은 꽤나 오랫동안 저를 본 것 같았다.
笑着说道。在练习赛中,道勋进了一个球。虽然只是小型比赛,但那是在上半场。后脑勺被抓挠是在下半场结束后的事。训练全部结束后,前辈们说摸起来手感很好,特别喜欢抚摸金道勋的后脑勺。申正焕似乎注视着我很长时间。
“왜 못 봤지.” "为什么没看到呢。"
“너 축구하고 있었잖아.” "你刚才不是在踢足球吗。"
그래도. 尽管如此。
“좋던데. 네가 나 못 봐서.”
"挺好的。因为你看不到我。"
또 예상없는 말을 해주는 하얀 얼굴만 빤히 바라봤다. 신정환은 정말로 좋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他只是呆呆地盯着那张又一次说出意料之外的话的白皙脸庞。申正焕的脸上真的流露出喜悦的神情。
“너 진짜 축구 좋아하더라.” "你真的很喜欢足球啊。"
뭐라 할 말을 찾지 못 했다. 축구를 전혀 모르는 이 형에게 듣는, 너 진짜 축구 좋아하더라, 하는 말이. 제가 몇 번이고 말했던 저 축구 좋아해요, 라는 말을, 타인이 소리로 아니라 직접 본 것만 같아서. 그 유명한 신정환이 홀로 스탠드에 앉아있는 것도 못 알아차릴 정도로 제가 축구에 몰입하고 있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처음이라서. 입술을 달싹이는 김도훈을 그 자리에 둔 채, 신정환은 다시 물 속으로 사라졌다.
我找不到合适的话来回应。从这个对足球一无所知的哥哥口中听到"你真的很喜欢足球啊"这样的话。就好像有人亲眼目睹了我多次说过的"我喜欢足球"这句话,而不仅仅是听到。他是第一个让我意识到,我是如此沉浸在足球中,以至于连那位著名的申正焕独自坐在看台上都没有注意到。金道勋嘴唇微动,而申正焕已经再次消失在水中。
샤워실에선 항상 다른 구역에서 씻어서, 김도훈은 신정환이 샤워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모른다. 운동 선수답게 빠른지, 아니면 평소 행동처럼 느린지. 다만 한참을 씻는 김도훈이 언제 나오더라도 신정환은 늘 로비에 먼저 나와 앉아 있었다.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 그 너른 등을 바라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도훈이 옆에 서니 신정환의 시선이 얼굴에서, 느리게 아래로 내려간다.
金道勋不知道申正焕洗澡需要多长时间,因为他们总是在淋浴间的不同区域洗澡。不知道申正焕是像运动员一样洗得很快,还是像平常行动那样慢悠悠的。只是无论金道勋洗多久,出来时申正焕总是已经先坐在大厅里了。金道勋看着那宽阔的背影,不知道他等了多久,慢慢走近。当金道勋站在旁边时,申正焕的目光从他的脸上缓缓向下移动。
“물에 계속 들어와도 돼? 무릎 흉 지면 어떡해.”
"我可以继续泡在水里吗?如果膝盖留疤怎么办。"
“축구 선수는 흉터도 훈장이에요.” "足球运动员的伤疤就是勋章。"
“네가 좋아서 생긴 흉터 아니잖아. 그런 애한테 훈장 받지 마.”
"这不是因为喜欢你而留下的伤疤。别从那样的人那里领取勋章。"
어쩌다 생긴 흉터인지 기억해주는 게 좋았다.
他喜欢对方记得那道不知何时留下的伤疤。
“저 진짜 괜찮아요.” "我真的没事。"
무릎 흉터 따위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물 속에서 맑은 신정환을 매일 보는 게 더 좋았다. 제 대답에 신정환은 잠시간 시선을 맞추다가,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봤다.
膝盖上的疤痕什么的真的无所谓。每天在水中看到清澈的申正焕更让人开心。听到我的回答,申正焕短暂地与我对视,然后转头望向外面。
“비 이제 안 온다, 도훈아. 장마 끝인가봐.”
"雨好像停了,道勋。梅雨季应该结束了。"
짙은 풀내음이 옅어지고 있었다. 浓郁的草香正在渐渐变淡。
수영부 공개 훈련이었다. 정확히는 수영부가 경영하는 걸 전교생이 구경하는 날이었다. 진천 다녀온 신정환, 곧 있으면 올림픽 나갈 신정환을 위해 관중석이 꽉 찬 환경을 미리 조성해주는 특별 이벤트였다. 진천에서도 없을 대우라며 지나가던 선생님들이 웃는 소릴 들었다.
这是游泳部的公开训练。准确地说,是全校学生观看游泳部比赛的日子。为了刚从镇川回来的申正焕,即将参加奥运会的申正焕,提前营造观众席座无虚席的环境,这是一个特别的活动。路过的老师们笑着说,这种待遇在镇川也是没有的。
실내 수영장은 물 냄새가 가득했다. 닫아둔 창문으로도 햇살이 들어와 반대편 벽에 일렁이는 물 그림자를 만들었다. 와, 우리도 신정환 선배 경기 보는 거야? 대박. 애들이 하는 들뜬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했지만 도훈도 제법 설렜다. 실내 수영장, 올림픽 규격의 레인. 옆에 다른 선수들을 두고 경영하는 신정환은 김도훈도 처음 보는 모습이어서.
室内游泳池充满了水的气味。即使关着窗户,阳光也能透进来,在对面的墙上映出波动的水影。哇,我们也要看申正焕前辈的比赛吗?太棒了。金道勋静静地听着孩子们兴奋的话语。虽然表面上装作不在意,但道勋内心也相当激动。室内游泳池,奥运规格的泳道。在其他选手旁边比赛的申正焕,对金道勋来说也是第一次见到的景象。
1학년은 제일 먼 자리를 받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선수 소개에 들어오는 신정환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신정환이 들어서자 온 실내가 웅성였다. 그 유명한 신정환, 수영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건 아마 대부분이 처음일 것이었다. 김도훈도 처음이었다. 선수 신정환의 모습이. 수영모, 수경. 김도훈 앞에서는 한 번도 쓰지 않은 것들을 하고. 김도훈 앞에서 입었던 수영복과도 전혀 다른 경영용 수영복을 입고. 기다란 팔 한 쪽을 펼쳐서 어깨를 누른다. 반대편 팔도 똑같이 한다. 심호흡을 크게 두 번 한다. 가볍게 목을 왼쪽으로 두 번, 오른쪽으로 세 번 꺾는다. 아. 루틴이다. 영상에서 보던 거랑 똑같아서 바로 알아챘다. 김도훈은 경기 전 루틴을 하는 신정환을 처음 봤다.
一年级的学生虽然被安排在最远的座位,但这并不重要。当申正焕进场做选手介绍时,即使在远处也能一眼认出他。申正焕一出现,整个室内就沸腾了。这位著名的申正焕,大多数人可能是第一次亲眼看到他游泳的样子。对金道勋来说也是第一次。作为选手的申正焕的模样。戴着泳帽和泳镜,这些在金道勋面前从未戴过的东西。穿着与在金道勋面前穿过的泳装完全不同的竞技泳装。他伸展一只修长的手臂,按压肩膀。另一只手臂也做同样的动作。深呼吸两次。轻轻地向左侧两次,向右侧三次扭动脖子。啊,这是例行动作。因为和视频里看到的一模一样,所以立刻就认出来了。金道勋第一次看到申正焕在比赛前的例行动作。
삑. 哔。
출발을 알리는 기계음과 함께 탄성이 터졌다. 와 신정환 존나 빠르다. 군기 잡힌 체고에서 선배 소리 빠진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그럴 정도로 존나 빨랐다. 역시 국대는 다르다. 와 개쩜. 놀라움에 다들 한 마디씩 뱉을 때 김도훈은 오히려 숨을 참았다. 정의할 수 없는 전율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김도훈이 있는지도 모른 채로 수영하고, 터치패드를 찍고, 수모와 수경을 벗어버리며 전광판에 뜬 기록을 확인하는 그 모습이 전부 다. 너무 좋았다. 얼마 전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저를 봤다던 신정환의 말이 떠올랐다. 신정환이 있는지도 몰라서 좋았다고 했던 말. 그 말을 이해했다. 자기 일에 몰두하는 그 모습은 멋있는 것을 넘은, 아름다움이었다. 김도훈은 수백명의 관중 사이에서 자리 하나 지키는 존재로만 있어도 좋았다.
随着出发的机械音响起,欢呼声也随之爆发。哇,申正焕真是太快了。在这个纪律严明的高中里,到处都能听到学长们发出的惊叹声。他确实快得惊人。不愧是国家队选手,就是不一样。哇,太厉害了。当大家都在惊讶地发表着各自的评论时,金道勋反而屏住了呼吸。这是一种难以形容的震撼。而且,申正焕完全不知道金道勋在场,他只是专注地游泳,触碰终点,摘下泳帽和泳镜,然后确认电子记分板上的成绩。这一切都太美好了。金道勋想起了不久前申正焕说在操场上看到自己踢足球的事。申正焕说他喜欢那种不知道自己在场的感觉。现在他理解了那句话。全身心投入自己事业的那个样子,不仅仅是帅气,而是一种美。金道勋觉得,即使只是在数百名观众中占据一个座位,也已经很满足了。
신정환이 물에 둥둥 떠있었다. 또 김도훈이 더 늦었다.
申正焕在水中漂浮着。金道勋又迟到了。
“형 안 올 줄 알았어요.”
"哥,我以为你不会来了。"
“왜.” "为什么。"
“오늘 경영해서 힘들잖아요.” "今天经营很辛苦吧。"
“너도 연습 경기한 날 여기 왔잖아.”
"你不是也在练习比赛那天来过这里吗。"
맞다. 그래서 거짓말이다. 신정환이 오길 바라며 수영장을 찾았고, 신정환이 올 줄 알았다. 혹시라도 안 온다면 경영해서 안 오는 것일 거라고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던 위로였다.
没错。所以这是个谎言。我希望申正焕能来,所以来到了游泳池,我以为申正焕会来。即使他没来,我也在安慰自己,说他可能是因为忙于经营而没来。
“형 진짜 빠르던데요. 저랑 있을 땐 그렇게 빠른지 몰랐어요.”
"哥哥真的很快啊。和我在一起的时候都不知道你这么快。"
제 앞에선 여유롭게 물 안에서 유영하기만 하는 신정환이랑은 달랐다.
和在我面前悠闲地在水中游泳的申正焕不同。
“당연하지. 난 너랑 레이스 안 해.”
"当然了。我不会和你比赛的。"
눈을 빤히 바라본다. 이제 더 이어지는 말이 없어도 저 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나 여기 놀러오는 거야. 여기는 놀이터야. 김도훈에게 같이 경영해보자고 한 날도, 신정환에겐 레이스가 아니었단 것도 알았다. 팔도 안 돌리고 잠영으로만 저를 따돌려놓고, 터치패드 앞을 막아 선 장난이나 쳤었다.
他直视着我的眼睛。即使没有更多的话语,我也明白那双眼睛在说什么。我是来这里玩的。这里是游乐场。我知道,那天对金道勋说一起经营的时候,对申正焕来说并不是比赛。他甚至不用划手臂,只用潜泳就把我甩在后面,还站在触摸板前面捣乱。
“왜 안 들어 와.” "为什么不进来。"
물 속에 있는 신정환을 위에서 빤히 바라보는 김도훈에게 말한다. 바로 입수하는 걸로 도훈은 대답을 대신 했다. 물 아래에서 손목이 잡혔다. 뼈대 얇은 제 손목을,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 살짝만 가볍게 쥔 채로, 신정환은 제 쪽으로 잡아 끌며 물었다.
金道勋从上方凝视着水中的申正焕。他没有回答,而是直接跳入水中。在水下,他的手腕被抓住了。申正焕轻轻地握住他纤细的手腕,没有用任何力气,将他拉向自己,问道。
“너도 좋지?” "你也喜欢吧?"
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요? 김도훈은 정의하지 않아도 대답할 수 있었다. 매미 소리가 귀에 울렸다.
金道勋点了点头。什么事?金道勋不需要解释就能回答。蝉鸣声在耳边回响。
신정환은 그 사이에 올림픽 관련 일정을 한 번 더 다녀왔다. 대표팀 결단식이라고 올림픽 출전하는 전 종목 선수들이 모여서 하는 행사였다. 자랑스러운 3학년 신정환 선배 올림픽 나간다고 교실에서 다같이 생중계 띄워놓고 봤다. 대표팀 모델해도 되겠다. 누가 대표팀 단복 입은 신정환 얼굴 보고 감탄했는데 이미 그렇다고 했다. 김도훈도 몰랐다. 신정환은 그런 건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저 외모에 저 유명세면 당연히 그러겠거니 싶었다. 수영 대표팀 신정환 기사 사진도 쫙 떴다. 김도훈에게 낯선 대표팀 단복입은 신정환의 모습이 중계 영상에만, 기사 사진에만 존재하고 있는데, 도훈은 그걸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申正焕在这期间又一次参加了奥运会相关的日程。这是一个名为代表队结团仪式的活动,所有参加奥运会的项目选手都聚集在一起。教室里的同学们一起观看了直播,为即将参加奥运会的三年级申正焕学长感到自豪。他完全可以当代表队的模特。有人看到穿着代表队制服的申正焕的脸时惊叹不已,但有人说他已经是了。金道勋也不知道这件事。申正焕从未提起过这些。不过,以他的外貌和知名度,这似乎是理所当然的。游泳代表队申正焕的新闻照片也铺天盖地地出现了。对金道勋来说,穿着代表队制服的申正焕的形象只存在于直播视频和新闻照片中,道勋只是默默地看着这一切。他并没有特别不高兴。
있다. 有。
저녁에 찾은 수영장엔 또 신정환이 있었다. 당연히 신정환이 있길 바라며 온 건 맞는데, 도훈은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졌다. 올림픽 행사 다녀온 신정환이 학교에만 있던 저보다 먼저 와 있는 게, 자꾸만 도훈의 마음 속 어딘가를 건드렸다.
晚上来到游泳池时,申正焕又在那里。虽然金道勋确实是希望申正焕在这里,但不知为何,他感到有些泄气。参加完奥运会活动的申正焕比一直待在学校的自己先到这里,这一点不断触动着金道勋内心的某处。
“형.” "哥。"
물 앞에 서서, 들어가지 않은 채 신정환을 불렀다. 크지 않은 목소리에도 멀리 있던 물 속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잠영만으로 고요하게 다가오는 신정환의 그림자를 좇았다. 천천히 수면 위로 보여주는 하얀 얼굴을 눈에 담았다. 물 아래에서와의 속도와는 달리 느릿한 몸짓으로,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긴다. 머리칼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마저 느리게 보였다.
站在水边,没有进去,叫了申正焕的名字。尽管声音不大,远处水中的影子也靠近了。追随着申正焕仅靠潜泳静静接近的身影。慢慢地将浮出水面的白皙面庞映入眼帘。与水下的速度不同,他以缓慢的动作将湿漉漉的头发向后梳理。就连从发丝上滴落的水珠,看起来也是那么缓慢。
“형도 물에 흘려보내야 할 게 있어요?”
"哥哥也有什么需要放到水里漂走的吗?"
물을 좋아한다는 신정환은, 언제나 이 곳에 왔다. 진천을 다녀와도. 대표팀 결단식을 다녀와도. 김도훈이 입학하기 전부터, 홀로 이 곳을 유영했다. 오후 훈련에 물 속에서 만 미터를 돌고 온다는 신정환이, 저녁에 또 다른 물을 찾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신정환은 왜 제게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말을 전해주었을까. 수영할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신정환은, 매일 저녁 물에서 무엇을 비워냈을까.
据说喜欢水的申正焕,总是来这里。即使从镇川回来。即使从国家队解散仪式回来。在金道勋入学之前,他就独自在这里游泳。下午训练时在水中游完一万米的申正焕,晚上又寻找另一片水的原因到底是什么呢。申正焕为什么要告诉我忧郁是可溶于水的呢。说游泳时什么都不想的申正焕,每天晚上在水中究竟清空了什么呢。
“형도 수영이 미웠던 적이 있어요?”
"哥哥也曾经讨厌过秀英吗?"
제 얼굴을 올려다보며 입을 다문 신정환에게 도훈이 이어 물었다. 좋아하니까 미울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고 해서, 내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신정환은 좋아하는 만큼 모든 걸 돌려받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열일곱 김도훈은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건 이미 미워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申正焕抬头看着我的脸,闭上嘴不说话,金道勋接着问道。他说因为喜欢所以也可能会讨厌。即便如此,即便没有得到同等的喜欢回报,也不要讨厌自己。申正焕以为自己是个能得到同等回报的人。然而,十七岁的金道勋现在才明白。那是只有已经尝过讨厌滋味的人才能说出的话。
“아니면 형을 미워한 적은요?” "或者你有没有讨厌过哥哥?"
신정환은 그런 감정따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끝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길은 타고난 재능으로 쉽게 얻는 줄 알았다. 하지만 김도훈에게 보여주던 예사로운 태도는, 좋아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다 못 해 미움의 감정까지 다 겪고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연함이었다. 신정환이 그걸 다 겪을 동안 옆에는 누가 있어줬을까. 매일 밤, 어떤 감정의 신정환이 물을 찾았을까. 그걸 다, 물에 녹여버리면서 혼자 털어내기만 했던 걸까.
申正焕以为自己不会有那种感情。他认为凭借天生的才能就能轻松获得一路攀升的道路。然而,他对金道勋表现出的那种平常态度,其实是一个经历了太过喜欢到甚至尝遍了厌恶情感的人才能拥有的从容。在申正焕经历这一切的时候,谁曾在他身边陪伴呢?每个夜晚,怀着怎样情感的申正焕会去寻找水呢?他是否只是一个人,将这一切都溶解在水中,独自消化掉了呢?
김도훈의 연이은 질문에 신정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面对金道勋接连不断的问题,申正焕没有回答。相反,
“물 좀 들어와.” "进来喝点水吧。"
또 그 말을 했다.
他又说了那句话。
“제가 안 들어가면 물이 차가워요?”
"如果我不进去的话,水会变冷吗?"
“응, 와서 수온 좀 높여줘.”
"嗯,过来把水温调高一点。"
이런 말엔 쉽게 긍정하면서. 도훈은 작게 숨을 뱉었다. 한숨의 끝에는 어떤 감정이 달려있는지 저도 몰랐다. 첨벙. 일부러 얌전하지 않게 들어갔다. 물방울이 크게 튀는데도 신정환은 얼굴을 훔치지 않았다.
对这样的话轻易就表示赞同。金道勋轻轻地呼出一口气。他自己也不知道这声叹息的尾音里带着什么样的情绪。扑通一声。他故意不安分地跳进水里。尽管水花四溅,申正焕也没有擦拭脸庞。
“결단식 다녀왔다면서요.” "听说你参加了结断仪式。"
신정환은 하루짜리 일정은 제게 말하지도 않았다. 대표팀 행사가 있다는 건 교실에서 먼저 알았고, 단복 입은 모습은 기사 사진으로 먼저 접했다. 신정환은 어차피 저녁에는 수영장에서 저를 기다릴 거였으니까. 나직한 목소리가 응, 하고 대답했다.
申正焕连一天的行程都没有告诉我。我是在教室里先得知有国家队活动的消息,他穿着队服的样子也是先从新闻照片上看到的。反正申正焕晚上还是会在游泳池等我。低沉的声音轻轻地应了一声。
“…안 떨려요?” "……你不紧张吗?"
남들이 다 물어봤을, 신정환의 포부나 목표 같은 건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다는 말이 고작 이런 거였다.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전혀 떨고 있지 않은 신정환에게 하기에는. 신정환은 하던대로 하는 거지, 하며 웃었다. 도훈은 그게 거만이나 자신감이 아닌 걸 알았다.
别人都问过的,申正焕的抱负或目标之类的问题,他不想问。所以他说的话只是这样而已。这是个无关紧要的问题。对于完全没有紧张感的申正焕来说。申正焕笑着说,我只是像往常一样做而已。金道勋知道这既不是傲慢也不是自信。
“나 컨디션 되게 좋아. 근데 올림픽 처음이라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주종목 단거리 두 개 말고는 개인 400미터 버리고 계영 두 개 나가기로 했어.”
"我的状态非常好。但是因为这是我第一次参加奥运会,他们告诉我不要勉强,所以除了主项目的两个短距离之外,我决定放弃个人 400 米,只参加两个接力比赛。"
올림픽은 예선과 결승만 있는 아시안 게임이나 세계 선수권이랑 달리, 준결승이 추가되어 절대적인 경기 수가 많았다. 출전 종목이 많으면 하루종일 경기만 하느라 힘이 다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 무대 데뷔하는 어린 신정환은, 컨디션 관리 차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건 모두가 알았다. 그런데. 토하면서까지 400미터 훈련했다는 신정환이, 주종목이 단거리면서 중거리까지 석권하려고 했던 신정환이, 그걸 버리고 계영을 하나 더 선택했다고 했다. 4번 영자로 모든 부담을 이고 자신이 레이스를 끝내야 하는 그 계영을.
奥运会与只有预赛和决赛的亚运会或世界锦标赛不同,还增加了半决赛,因此比赛总数更多。有人说,如果参加的项目太多,可能会整天比赛而耗尽体力。大家都知道,首次登上奥运舞台的年轻选手申正焕需要有所取舍和专注,以便管理好状态。然而,据说申正焕曾训练 400 米到呕吐的程度,他主攻短距离却想要统治中距离,现在却放弃了这些,选择了多参加一个接力项目。而且是那个需要他作为第四棒承担所有压力并完成比赛的接力项目。
“목표가 있으니까 잘 되더라.” "有了目标就能做得更好。"
신정환의 목표는 왜 개인이 아닐까. 훈련 성과를 말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도훈은 자꾸만 무너져 갔다.
申正焕的目标为什么不是个人呢?听着训练成果的汇报,金道勋的内心不断崩溃。
“이번에 진천에서도, 올림픽 버프 받으면 400미터랑 800미터 둘 다 메달 딸 수 있을 것 같단 얘기 많이 하고 왔어. 우리 계영 팀 기록 진짜 좋아졌거든.”
"这次在镇川,大家都说如果能得到奥运会的加成,400 米和 800 米都有可能拿到奖牌。我们接力队的成绩真的进步很多。"
메달이나 기록 얘길 잘 안 하는 신정환이, 기록을 자랑했다.
不怎么谈论奖牌或记录的申正焕,却炫耀起了自己的记录。
“내 개인 기록보다 훨씬.” "比我个人的记录好多了。"
거기까지 들었을 때, 김도훈은 무언가 참을 수가 없었다. 안아주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비도 안 오는데 신정환이 젖어 있었다. 깊어진 눈마저도 젖은 것만 같았다. 아닌 걸 아는데도. 담백한 얼굴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몸이 더 작은 김도훈이 커다란 신정환을 와락 끌어안았다. 품에 안아주고 싶은 얼굴이었다.
听到这里,金道勋再也无法忍耐。他感觉如果不抱住申正焕就无法承受。虽然没有下雨,但申正焕却是湿漉漉的。就连那双深邃的眼睛也仿佛被浸湿了。尽管知道并非如此,但他还是无法抵挡那张清澈的脸庞。身材较小的金道勋猛地将高大的申正焕拥入怀中。那是一张让人想要紧紧抱在怀里的脸。
“팀이 있는 널 부러워 했던 것 같아, 도훈아.”
"我觉得我曾经羡慕过有团队的你,道勋。"
덜덜 떠는 김도훈 품에서, 신정환이 말했다. 여전히 단정한 말투였다. 김도훈은 그게, 힘들었다.
在金道勋颤抖的怀抱中,申正焕开口说道。他的语气依然整洁有序。金道勋觉得这一点很难熬。
“나 다시 대답할래.” "我想重新回答。"
넓은 어깨를 품에 안아도 안아도 품어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신정환은 김도훈에게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지금만큼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더 커지고 싶었다. 신정환의 깊은 물을 모두 끌어 안고 싶었다.
即使拥抱那宽阔的肩膀,也感觉无法完全将其容纳。申正焕曾告诉金道勋要爱惜自己的身体,但此刻他却希望无论用什么方法都能变得更大。他想要完全拥抱申正焕那深邃的内心。
“네가 맞았어.” "你说得对。"
도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道勋紧闭双眼。
“나 외로웠나 봐.” "我大概是寂寞了吧。"
신정환은 담담한데 김도훈이 울 것 같았다. 열아홉의 신정환이 담담해지기까지, 신정환의 곁에는 누가 있어 줬을까. 그 생각만 하면 서러워졌다. 도훈은 하얀 몸을 한 번 더 힘주어 끌어 안았다.
申正焕看起来很平静,但金道勋却感觉自己快要哭了。十九岁的申正焕变得如此平静之前,究竟是谁一直陪在他身边呢?一想到这里,道勋就感到心酸。他再次用力抱紧了申正焕那白皙的身体。
여름 냄새의 물이 일렁였다.
夏日气息的水波荡漾。
여름은 날이 길었는데, 밤이 짧았다. 그래서 여름 날이 적은 것만 같았다. 무언가 끝나가는 것만 같아 이유없이 초조해져서, 자꾸만 튀어나오려는 마음이 있었다. 정의하지 못한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전에 존재부터 드러내려고만 하고 있었다. 하얀 몸, 널따란 어깨, 뾰족한 쇄골, 늘 보던 몸인데 김도훈은 이젠 시선도 못 두고 있었다. 물 안에 있으면 하얀 얼굴이 너무 가까웠고, 물 속으로 잠수하면 하얀 몸이 다 보여서, 차라리 물 밖에 앉아서 발장구나 치는 게 나았다.
夏天白天很长,但夜晚很短。所以感觉夏天的日子似乎很少。仿佛有什么即将结束,无缘无故地变得焦躁不安,心中总有一种想要冲出去的冲动。在给那未能定义的心情贴上标签之前,就想要先暴露它的存在。白皙的身体,宽阔的肩膀,尖尖的锁骨,明明是经常看到的身体,金道勋现在却连目光都无法停留。在水中时,白皙的脸庞太过接近,潜入水中时,白皙的身体又一览无遗,倒不如坐在水外踢踢水更好。
“형 저 내일 전지훈련 가요.”
"哥,我明天要去集训。"
“어디로?” "去哪儿?"
“삿포로요.” "札幌。"
절대 먼저 말하지 않는 신정환을 알았다. 그래서 김도훈이 먼저 말했다.
我知道申正焕绝不会先开口。所以金道勋先说话了。
“공항 가겠네.” "要去机场了。"
“네.” "好的。"
“나도 내일 출발인데. 볼 수도 있겠다.”
"我明天也出发。说不定能见到呢。"
“파리로요?” "去巴黎吗?"
“응.” "嗯。"
그래도 먼저 말하면, 이어 말해준다. 신정환은 내일 올림픽을 향해 파리로 떠난다. 올림픽을 앞둔 사람이, 여전히 태연한 태도로 물에 떠있기만 했다. 김도훈은 그게 좋았다.
即便如此,如果先开口的话,他也会接着说下去。申正焕明天将启程前往巴黎参加奥运会。即将参加奥运会的人,却依然以淡然的态度漂浮在水中。金道勋喜欢他这样。
평소보다 더 오래 씻었다. 하루의 마지막에 느리고 느렸던 김도훈이, 그보다도 더 느리게 씻었다. 다 씻은지 한참 지났는데도, 샤워실에서 물을 계속 맞고만 서있었다. 오늘은, 무엇을 앞둔 마지막일까.
他比平时洗得更久。一天结束时总是慢吞吞的金道勋,今天洗得比平时更慢。明明早就洗完了,却还一直站在淋浴间里任水冲刷着身体。今天,是什么事情来临前的最后一天呢。
로비에 앉아 있는 신정환이 보였다. 매일 저를 기다리던 너른 등이. 가까이 다가가다 도훈은 발길을 멈춰섰다. 축구부 남자애 배려하겠답시고 다른 구역 가서 씻고 나오는 신정환. 단체생활 익숙한 체고 1학년따리가 샤워실에서 이렇게 늦게 나올 리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매일 이 자리에서 저를 기다렸다는 게. 물 안에서만이 아니라, 물 밖에서도 저를 기다려 줬다는 게. 너른 등을 보며 자꾸만 튀어나오려는 마음이 허공을 맴돌았다. 오늘은 무엇의 마지막일까.
申正焕坐在大厅里,那宽阔的背影每天都在等待着自己。道勋走近时突然停下了脚步。为了照顾足球队的男生,申正焕总是去其他区域洗澡后才出来。作为习惯集体生活的体育高中一年级学生,他不可能这么晚才从淋浴间出来,明白这一点的人却每天默默地在这里等待着自己。不仅在水中,在水外也一直等待着自己。看着那宽阔的背影,心中不断涌现的情感在空中盘旋。今天会是什么的终结呢?
기숙사 가는 길을 나란히 걸었다. 말없는 김도훈을 신정환은 내버려두었다. 도훈은 자꾸 무언가 끝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일 삿포로로 가는 김도훈, 내일 파리로 가는 신정환. 국제 무대 화려하게 데뷔할 신정환. 전국민의 찬사를 받을 신정환. 그리고 매일, 학교 수영장에서 저를 기다린 열아홉 신정환. 머리는 혼란했고 마음은 소란했다. 신정환 덕분에 모든 타래를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신정환 때문에 새로운 타래가 엉켰다.
他们并肩走在回宿舍的路上。申正焕没有打扰沉默的金道勋。道勋总觉得有什么要结束了。明天要去札幌的金道勋,明天要去巴黎的申正焕。即将在国际舞台上华丽出道的申正焕。将会受到全国民赞美的申正焕。还有每天在学校游泳池等待自己的十九岁申正焕。脑子一片混乱,心里也很烦躁。本以为因为申正焕解开了所有的纠结,却又因为申正焕而产生了新的纠结。
“형.” "哥。"
기숙사 입구 앞에서 불렀다. 걸어오는 동안 한 마디 하지 않은 제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신정환을, 그렇게 붙들었다.
我在宿舍入口前叫住了他。一路走来我没说一句话,申正焕也没对我说什么,就这样我拦住了他。
“……” "……"
말없이 곧게 닿아오는 시선을 마주했다.
无言地对上了那道笔直投来的目光。
“저는요, 형이 유명하지 않았어도요, 형이 수영을 안 했어도.”
"即使哥哥不出名,即使哥哥不游泳,我也会。"
“……” "……"
저를 보는 신정환은 피부도, 머리색도, 모든 게 밝았는데, 눈동자는 한참 짙었다.
看着我的申正焕,皮肤、发色,一切都很明亮,但眼睛却格外深邃。
“저는 형을…” "我对哥哥……"
“……” "……"
“형을…” "哥哥…"
말이 안 나왔다. 이 타이밍에. 이 시기에. 내일 올림픽으로 출국한다는 국가대표에게 정말이지 쓸데없는 말이었다. 응원의 말도 아닌 내 감정따위. 신정환은 제게 달라 한 적 없는 것이었다. 넘쳐 흘러 터져 나오던 마음이 끝을 맺지 못하고 끊어졌다. 열일곱의 마음은 이랬다. 저도 컨트롤 할 수 없었고 무엇이 맞는지도 몰랐다.
我说不出话来。在这个时机。在这个时期。对明天就要出国参加奥运会的国家代表来说,这真是一句毫无意义的话。不是鼓励的话,而是我自己的感情。申正焕从未向我要求过这些。满溢而出的心情还没来得及表达就被打断了。十七岁的心就是这样。我无法控制,也不知道什么是对的。
“도훈아.” "道勋啊。"
한참 말이 없는 저를 신정환이 불렀다.
申正焕叫住了沉默许久的我。
“……” "……"
“그래도 우리가 만났을까?” "即便如此,我们还会相遇吗?"
신정환이 유명하지 않았어도, 수영을 안 했어도.
即使申正焕不出名,即使他不游泳。
“네.” "好的。"
이 대답은 자신 있었다. 这个回答很有自信。
“제가 안 유명한데도, 형은 제가 축구부인 줄 몰랐는데도, 형은 저를 만났잖아요.”
"虽然我不出名,虽然哥哥不知道我是足球队的,但哥哥还是遇见了我。"
신정환은 그 말에 웃었다. 申正焕听到这句话笑了。
“네가 와준 거잖아.” "你来了啊。"
오히려 그 곳에 있던 건 신정환이었는데.
反而在那里的是申正焕。
터져 나오는 감정은 전하지도 못 했는데. 그렇다고 신정환이 듣고 싶어할 말도 해주지 못 했는데. 그럼에도 신정환은 저를 보고 웃었다. 하얀 얼굴엔 함께 한 여름밤이 피었다. 김도훈은 그 얼굴에서 물내음을 맡았다.
爆发的情感还没来得及传达。也没能说出申正焕想听的话。尽管如此,申正焕还是看着我笑了。白皙的脸上绽放着共度的夏夜。金道勋从那张脸上闻到了水的气息。
신정환 말대로 도훈은 인천공항에서 신정환을 봤다. 정확히는 우르르 모여 한 쪽에서 인원 체크 중인 축구부가, 기자들 앞에 두고 현수막 들고 사진 찍고 인터뷰를 하는 수영 대표팀을 바라봤다.
正如申正焕所说,金道勋在仁川机场看到了申正焕。确切地说,他看到了在一旁聚集在一起清点人数的足球队,以及在记者面前举着横幅拍照和接受采访的游泳代表队。
와 국대 출국한다. 존나 간지난다. 신정환 선배는 저 플래시에도 눈을 안 깜박이네. 저런 인터뷰가 한 두 번이겠냐. 한 두 마디씩 붙는 말을 배경음 삼아 김도훈은 신정환만 눈에 담았다. 기자 응대 끝난 신정환이 이 쪽으로 왔다. 축구부 감독에게 인사드리고 간다고 했다. 어 그래 정환아, 먼 길 간다. 어깨 툭툭 친 감독님은 축구부 향해서 호령했다. 야, 다들 정환이 올림픽 가는데 응원 한 마디 해라. 수십명 축구부 남자애들의 선배님, 금메달 따십시오! 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김도훈은 하지 않았다. 3학년 선배들은 제법 친한 체를 하며 신정환에게 손 인사를 했다. 잘 하고 와라, 임마. 너는 어차피 금메달 따겠지. 이번엔 세계 신기록? 뻔한 응원의 소리를 김도훈은 가만히 보기만 했다. 살풋 웃던 신정환은 감독님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哇,国家队要出国了。太帅了。申正焕前辈在闪光灯下眼睛都不眨一下。这种采访对他来说肯定不是第一次了。金道勋以记者们零星的提问声为背景,眼中只注视着申正焕。应付完记者的申正焕朝这边走来。他说要向足球队教练打个招呼再走。哦,好的正焕,你要远行了。教练拍了拍他的肩膀,然后转向足球队大声喊道:喂,大家都来为正焕参加奥运会加油打气!数十名足球队男生齐声高喊:前辈,一定要拿金牌啊!金道勋没有出声。三年级的学长们装作很熟的样子向申正焕挥手告别。好好表现,小子。反正你肯定能拿金牌。这次要不要创个世界纪录?金道勋静静地看着这些老套的加油声。申正焕微微一笑,又转向教练开口说道。
“감독님, 저 도훈이랑 잠깐 얘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导演,我去和道勋简单聊几句就回来。"
깍듯한 말에 감독님의 의아한 눈이 제게 닿았다. 잇따라서 축구부 수십 개의 눈도 제게 달라붙었다. 그 신정환이 김도훈이랑? 그런 시선따위 개의치 않는 둘은 감독 허락 하에 옆으로 잠시 떨어져 나왔다.
听到这番恭敬的话,教练疑惑的目光落在了我身上。紧接着,足球队几十双眼睛也盯着我。那个申正焕和金道勋?对于这种眼神,两人毫不在意,在教练的允许下暂时走到一旁。
“삿포로 재미있겠다.” "札幌一定很有意思。"
“저도 처음 가봐요.” "我也是第一次去。"
전지훈련을 두고, 이번에도 신정환은 잘 하고 오란 말은 안 한다.
关于集训,这次申正焕也没说要好好完成。
“형.” "哥。"
“……” "……"
“좋아하는 만큼 하고 오세요.” "喜欢多少就做多少吧。"
금메달 같은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잘할 거란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我不想说什么金牌之类的话。我也不想说什么反正你会做得很好之类的话。
“응, 난 수영 좋아하니까.” "嗯,我喜欢游泳。"
돌아오는 대답은 산뜻했다. 回答听起来很清爽。
“도훈아 나 다녀오면.” "道勋啊,我出去一趟就回来。"
“……” "……"
“노래방 가자.” "我们去唱歌吧。"
신정환은 방금 전까지 당찬 얼굴로 기자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선 개인 목표는 기록 단축이고 계영은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놓고 지금은, 딸기같은 얼굴로 고작 노래방 같은 얘길 한다. 물 속이 아니어도 김도훈 앞에서만큼은 국대 신정환이 아니라 열아홉 신정환이 됐다. 김도훈은 역시, 그게 좋았다.
申正焕刚刚还一脸自信地站在记者面前拿着麦克风说,个人目标是缩短记录,接力赛的目标是为韩国赢得第一枚金牌。可现在,他却红着脸只谈些卡拉 OK 之类的话题。即使不在水里,在金道勋面前,他也不再是国家队的申正焕,而是变成了十九岁的申正焕。金道勋果然还是喜欢这样的他。
“튜브 준비해 둘게요.” "我会准备好润滑剂的。"
김도훈이 웃었다. 金道勋笑了。
“응, 쿠키도 준비해 줘. 맛있더라.”
"嗯,也准备些饼干吧。很好吃呢。"
신정환도 웃었다. 申正焕也笑了。
다녀올게. 나직한 목소리를 남기고 이내 뒤돌아가는, 출국장으로 향하는 너른 등을 눈에 담았다.
我去去就回。我将他低沉的声音和转身离去的背影、走向出境大厅的宽阔背影深深印在脑海里。
이제는 김도훈이 신정환을 기다릴 차례였다.
现在轮到金道勋等待申正焕了。
“내일 새벽에 신정환 선배 경기 있더라.”
"明天凌晨申正焕前辈有比赛。"
내일부터 수영 시작이래. 경기 볼 거야? 7시부터 조깅인데 그것보다 빨리 일어나라고? 올림픽 메달 딸 수도 있대잖아. 야 그 선배 나가는 종목이 몇 갠데. 다 챙겨보면 우리 여기서 내내 새벽 기상이야. 그래도 올림픽이잖아. 신정환 선배 존나 잘 할텐데. 아이씨, 궁금하긴 한데. 야. 다수결 정해. 김도훈, 넌 볼 거?
明天开始游泳比赛了。你要看吗?从 7 点开始慢跑,你说要比这更早起床?听说可能会赢得奥运奖牌呢。喂,那个前辈参加的项目有好几个呢。如果都要看的话,我们得一直熬夜起早了。但毕竟是奥运会啊。申正焕前辈肯定会表现得很棒的。靠,我是有点好奇。喂,我们投票决定吧。金道勋,你要看吗?
다들 핸드폰 손에 쥐고 시끄러운 숙소에서, 도훈은 아대까지 착착 챙긴 축구 가방을 어깨에 멨다.
在嘈杂的宿舍里,大家都拿着手机,金道勋则把装得满满当当的足球包背在肩上。
“몸 풀러 가자.” "我们去热身吧。"
김도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金道勋没有回答。
7월의 삿포로는 서늘했다. 청대 뽑혀서 파주 다녀온 애들은 일정이 맞게 됐다고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레프트윙 연습한 김도훈은 다시 중원 뛰는 교체선수 자리로 내려갔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았다. 태극마크 달린 유니폼 기념으로 가져온 걔네 얼굴을 봐도 이제 국대 유니폼 간지난단 말을 웃으면서 해줄 수 있었다.
7 月的札幌凉爽宜人。被选入国家队去坡州的队员们恰好赶上了集训的日程。在左翼位置练习的金道勋又回到了中场替补的位置。不过他并不在意。即使看到那些带着太极标志的纪念球衣,他也能笑着说国家队的球衣很帅气。
날이 좋았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 잔디가 유난히 밝았다. 도훈은 이제 이 녹색의 축구장이 두렵지 않았다. 더 이상 축구가 밉지 않았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다. 마른 몸이 싫지 않았고 아빠랑 축구 얘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축구가 좋으니까. 처음 축구공을 보여준 건 아빠지만 그걸 좋아해서 계속 찬 건 김도훈이었다.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 맞았다. 김도훈은 인정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만큼 표현하기로 했다. 이 네모난 잔디밭에서 좋아하는 만큼 다 쏟아붓고 올 것이다. 그리고, 다 쏟아내서 지칠 때 쯤에. 밉고 추악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 것 같을 때엔. 바다에 가서 안아달라고 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까지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그 바다에. 너비도 깊이도 한계도 없는 바다에 가서.
天气很好。蓝天下的绿草格外明亮。金道勋现在不再害怕这片绿色的足球场了。他不再讨厌足球。也不再羡慕穿着国家队队服的朋友们。他不再讨厌自己瘦弱的身体,也不再觉得和爸爸谈论足球是件令人不安的事。因为他喜欢足球。虽然是爸爸第一次给他看足球,但一直坚持踢下去的是金道勋。他喜欢。他承认自己确实喜欢。所以他决定要尽情表达自己的喜爱。他要在这片方形的草地上倾注所有的热爱。然后,当他倾注一切而感到疲惫的时候,当他可能会感到厌恶、丑陋和羞耻的时候,他会去海边,请求拥抱。去那片看不到起点和终点的海洋。去那片没有宽度、深度和界限的海洋。
축구화 끈을 한 번 더 묶었다. 여름 낮 햇볕이 뜨거웠다.
又系了一次足球鞋的鞋带。夏日的阳光炙热难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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