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보낸 19년. 최산은 초중고 내내 똑같은 친구들과 급식 먹고 공 차고 쭈쭈바 빨며 지냈다. 한 다리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남해 리그. 동네가 전부 한 가족인 것처럼 따스해서 슈퍼 한번 다녀오려면 길에서 대여섯 번은 붙잡혔지. 볼 때마다 키가 자라 있는 것 같다며 쓰다듬당하고, 누나랑 나눠 먹으라고 까까 받고. 남해초등학교 전교회장 출신 최산은 그렇게 열아홉까지 따뜻한 울타리 내에서 방목됐다. 나란히 졸업하고 다시 나란히 입학하는 동창들 덕에 새로운 친구 사귈 일은 전무했고 언제나 익숙한 사람들 틈에서 맘껏 예쁨 받았으니까.
在南海度过的 19 年。崔伞从小学到高中一直和同样的朋友们一起吃学校的饭、踢球、吃冰棍。南海联赛里没有不认识的人。小镇就像一个大家庭一样温暖,所以每次去超市的路上都会被人拦住五六次。每次见到他都说他长高了,摸摸他的头,还会给他零食让他和姐姐一起吃。南海小学的全校会长出身的崔伞就这样在温暖的围栏内被放养到了十九岁。因为和他一起毕业、又一起入学的同学们,他几乎没有机会结交新朋友,总是在熟悉的人群中尽情地被宠爱。


그러나 스무살이 되어 서울로 상경한 최산 군은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전혀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하필이면 오티 이틀 남기고 독감에 걸린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개파 당일에 갑자기 일이 생겨 남해로 내려갔던 것? 친구 사귀기에 있어 가장 빅 이벤트인 오티와 개파를 불참한 죄로 산은 어떤 무리에도 소속되지 못 했다. 코찔찔이 어린애들도 아니고 개성 강한 스무살 새내기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然而,二十岁来到首尔的崔伞,遇到了与之前完全不同的世界。是因为在迎新会前两天得了流感吗?还是因为迎新会当天突然有事去了南海?由于错过了交朋友的最重要活动——迎新会和开学典礼,伞没能融入任何一个群体。毕竟,向个性鲜明的二十岁新生们主动搭话并不是一件容易的事。


그렇게 ‘상처받은 아기고양이’라는 별명이 붙은 줄도 모르고 검은 오오라를 내뿜으며 혼자 다니던 산에게 우영의 등장이란. 알을 깨고 나온 아기새가 처음으로 마주한 존재를 어미새라고 인식하듯이 산은 무조건적으로 우영을 따르게 됐다. 그렇게만 흘러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서로의 베스트프렌드가 되어 하하호호 웃으며 엔딩 났으면 꽉 닫힌 완벽한 결말이었을 텐데. 그치만 세상일은 언제나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가사 그대로 흘러간다.
就这样,崔伞在不知不觉中得到了“受伤的小猫”这个绰号,独自一人散发着黑色的气场。而郑友荣的出现,就像刚破壳而出的雏鸟第一次见到的存在被认作母鸟一样,崔伞无条件地开始跟随郑友荣。如果事情就这样发展下去,那该有多好啊。如果他们成为彼此最好的朋友,哈哈大笑地迎来结局,那将是一个完美无缺的结局。然而,世事总是如同歌词所说的那样,“如果生活太容易就没意思了,宾果”,事情总是这样发展。


산은 우영이 정말로 좋았다. 먼저 다가와 준 게 고마웠고, 공통 관심사를 찾고야 말겠다며 끊임없이 질문 던지는 패기가 귀여웠고, 맨날 컵반 먹는다니까 자취방에 초대해 집밥 만들어 먹인 게 감동이었고, 어디를 가든 누구와 있든 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시선이 간지러웠다.
崔伞真的很喜欢郑友荣。首先,他很感激友荣主动接近他,友荣不断地问问题,想要找到共同的兴趣,这种热情让他觉得很可爱。友荣听说他每天都吃杯饭,便邀请他到自己的住处,亲手做家常饭给他吃,这让他非常感动。不管他们去哪里,和谁在一起,友荣总是忙着关注他,这让他心里痒痒的。


그런 너를 좋아하게 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
喜欢上那样的你是理所当然的事。


로맨스의 필수 요소라는 디나이얼을 모르는 순진한 남자주인공. 시청자들이 시시하다고 평가해도 할 말 없었다. 그치만 숨겨지지가 않는걸. 우영과 함께 있을 때 퐁퐁 솟아나는 이 마음들은 너무도 정직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분홍색의 마음들. 거품처럼 자꾸만 불어나서 점점 잠겨가는데도 전혀 숨 막히지가 않았다.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파묻히고 싶었어. 
浪漫的必备要素是对否认一无所知的天真男主角。即使观众们评价无聊,也无话可说。但是无法隐藏的心情。和友荣在一起时,心中不断涌现的这些情感非常诚实地指向一个方向。无法忽视的粉红色心情。像泡沫一样不断膨胀,虽然逐渐被淹没,但一点也不觉得窒息。反而觉得像是被温暖地包裹着,更想沉浸其中。


네, 그렇습니다. 是的,没错。

모두들 눈치채셨겠지만 지금은 드라마 하이라이트 부분에 해당하는 남자주인공 최산 군의 나레이션 타임이었습니다.
大家可能已经注意到了,现在是电视剧高潮部分,男主角崔伞的旁白时间。




산은 일주일에 세 번씩 정기적으로 같은 꿈을 꾼다. 꿈의 내용은 아주 단조롭고도 식상하며 등장인물 또한 매번 같았다. 최산과 정우영 단 두 사람. 그 외의 등장인물은 단 한 명도 허락되지 않는다. 꿈속에서 산은 언제나 세트장 중앙에 서있다.
崔伞每周三次定期做同样的梦。梦的内容非常单调乏味,出现的人物也每次都一样。只有崔伞和郑友荣两个人。除此之外,任何其他人物都不被允许出现在梦中。在梦里,崔伞总是站在片场的中央。


S#24. 공원 (저녁) S#24. 公园 (晚上)
우영과 산이 공원을 걷고 있다.
우영和伞在公园散步。

콧노래를 부르는 우영과 달리 안절부절못하는 산.
与哼着小曲的友荣不同,坐立不安的伞。

산은 결심한 듯이 자리에 멈춰서고 우영은 그런 산을 돌아본다.
崔伞像是下定了决心般停下脚步,郑友荣回头看向这样的崔伞。


      산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崔伞:我有话要对你说。


깜빡거리는 가로등. 闪烁的路灯。
산이 우영을 바라보며 심호흡한다. 崔伞深吸一口气,望着郑友荣。

      산        우영아 실은 내가 너를......
산        友荣啊,其实我......


세트장을 감도는 말랑말랑한 긴장감. 이 장면을 목격하는 모든 사람이 ‘이거 고백 장면이네!’할 만큼 뻔한 구도. 그러나 산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매번 대사를 놓친다. 마음속으로 수백번 되새긴 대사가 순식간에 백지가 되어버린 탓이다. 아무 말도 못 하는 산을 기다리던 우영은 결국 실망한 듯 뒤돌아서고 산은 언제나 홀로 남는다. 꿈은 매번 이런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片场弥漫着柔和的紧张感。所有目睹这一幕的人都觉得“这就是告白场景啊!”的明显构图。然而,崔伞在关键场景中每次都忘记台词。心里反复默念了数百遍的台词瞬间变成了空白。等待着一句话也说不出的崔伞的郑友荣最终失望地转过身去,而崔伞总是独自一人留下。梦每次都是这样结束的。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꿈. 산은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매번 고백 엔딩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왜지? 왜 자꾸 목이 꽉 막힌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거야? 꿈에서 깨어난 뒤 산은 언제나 절망한다. 현실에서는 고사하고 꿈에서조차 전해지지 못하는 마음이 서러워서.
同样的梦境一遍又一遍地重复。崔伞每次都试图通过告白来结束这个令人厌倦的循环,但每次都失败了。为什么呢?为什么总是像喉咙被堵住了一样,什么话都说不出来?从梦中醒来后,崔伞总是感到绝望。因为即使在梦里,他的心意也无法传达,这让他感到无比悲伤。


이번에도 역시나 입도 뻥끗하지 못한 채 꿈에서 빠져나온 산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왜 천장이 낯설면서도 익숙할까.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산이 바닥에서 새근새근 잠든 우영을 발견한다. 아…… 우영이네 집이구나. 잠만 근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이번에도 역시나 입도 뻥끗하지 못한 채 꿈에서 빠져나온崔伞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왜 천장이 낯설면서도 익숙할까.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崔伞바닥에서 새근새근 잠든郑友荣을 발견한다. 아……郑友荣이네 집이구나. 잠만 근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우영의 자취방에서 눈을 떴다는 것은 아주 불길한 징조. 산은 다급하게 지나간 테이크들을 되감기 시작했다. 
在友荣的单身公寓醒来是一个非常不祥的预兆。崔伞急忙开始回放过去的片段。


저에게 거리라도 두는 것처럼 어색하게 구는 우영이 미워 너무 울적했고, 하필이면 그때 미디어에서 보고 배운 혼술이 떠올랐고, 무작정 편의점으로 가 소주 세 병과 매운새우깡을 계산했고, 옆에서 잔소리할 사람이 없다 보니 맛도 없는 술을 무작정 죽죽 들이켰다. 이후의 기억은 아무리 되감아 봤자 헛돌기만 하는 게…… 이게 말로만 듣던 블랙아웃? 나 필름 끊긴 거야?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뚝 끊기면 어떡하자는 건데. 답답함에 머리카락을 쥐어 뜯던 산이 스쳐 지나가는 대사를 포착한다.
对我保持距离似的,表现得很尴尬的友荣让我感到非常沮丧,偏偏那时候我想起了从媒体上学到的独自喝酒,于是我径直去了便利店,买了三瓶烧酒和一包辣味虾条。因为身边没有人唠叨,我就毫无节制地喝下了那些难喝的酒。之后的记忆无论怎么回想都只是空转……这就是所谓的断片吗?我真的断片了吗?在最重要的部分突然断片,这可怎么办。感到郁闷的崔伞抓着头发,捕捉到了掠过的台词。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으면 그냥 말로 해 주라아.
如果我做错了什么,请直接告诉我。

너 자꾸 그러면 나 너무 속상해.
你老是这样的话,我会很难过的。


동시에 지원되는 자료 화면. 정우영 어깨에 매달려서 부비적대고 있는 저 만취 상태의 슬라임이…… 설마 진짜진짜로 나인 거지?
同时支持的资料画面。挂在郑友荣肩上蹭来蹭去的那个醉醺醺的软泥怪……难道真的真的是我吗?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영이 너인 거 알잖아…
我最喜欢的人是友荣,你知道的…


그리고 마지막 라스트 펀치. 然后最后一击。


산은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다급하게 우영의 집을 나섰다. 까맣게 깜빡거리는 기억 속 유일하게 선명한 대사가 ‘나 설마 정우영한테 취중 고백 했나?’라는 의심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일요일 새벽 여섯 시. 고요하다 못해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는 대학 원룸촌. 산은 어깨를 오들오들 떨며 기숙사로 향했다. 새벽 추위 때문은 아니고…… 애매하게 날아가 버린 기억에 대한 공포심이 원인이었다.
伞急匆匆地离开了友荣的家,仿佛没有时间可以再耽搁了。在那模糊不清的记忆中,唯一清晰的台词是“我难道对郑友荣酒后告白了吗?”这引发了他的怀疑。星期天凌晨六点,大学单间宿舍区静得连一只蚂蚁都看不到。伞耸着肩膀,瑟瑟发抖地朝宿舍走去。并不是因为凌晨的寒冷……而是对那模糊不清的记忆感到恐惧。


이 공포심은 최산의 회피 성향을 깨우는 불쏘시개가 되었고 최산은 정우영의 모든 연락을 피하기에 이르는데요.
这种恐惧感成为了崔伞逃避倾向的催化剂,崔伞开始避开郑友荣的所有联系。



드라마는 감독의 제작 의도와 다르게 추격 스릴러로 장르가 변질되고 맙니다.
电视剧的类型与导演的制作意图不同,变成了追逐惊悚片。





섹텐네버라이 C

정우영 최산 郑友荣 崔伞





샤샤샥. 쇼쇼쇽. 크아 효과음이라도 장착한 듯 재빠르게 몸을 숨긴 산이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스캔한다. 없지? 확실하게 없지? 지나갈 경로를 미리 탐색한 후에야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특수요원도 아니고 일개 대학생 주제에 이리 치밀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지치지도 않고 징징 울리는 핸드폰 진동의 주인공. 부재중 17통에도 굴하지 않는 미친놈.
沙沙沙。咻咻咻。仿佛装上了音效一般,崔伞迅速地藏起了身子,用充满警惕的眼神扫视着周围。没有吧?确定没有吧?在预先探查了要经过的路线后,他才迈步走向教室。并不是特工,只是一个普通的大学生,却如此谨慎地行动,原因只有一个。那就是不停地震动着的手机,来电未接 17 通也不放弃的疯子。


정우영

[나 구질구질하게 만들지 마라 산아]
[不要让我变得这么狼狈,伞啊]


미리보기로 카톡 내용을 확인한 산이 혀를 깨물었다. 우영을 피해다닌 지 일주일. 처음 이틀은 자체공강으로 위기 상황을 모면했지만 이는 학점을 생각할 때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강의실로 향한 산은 고전적이고도 비겁한 방법을 사용하고 만다. 그냥 무작정 쌩깠다는 뜻이다.
崔伞通过预览查看了 KakaoTalk 的内容,咬了咬舌头。已经躲着郑友荣一周了。最初的两天,他通过自我放假来避免危机,但考虑到学分,这并不是一个理想的方法。最终,崔伞含着泪走向了教室,并使用了古老而卑鄙的方法。意思就是他直接无视了郑友荣。


강의 시작 직전에서야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간 산은 구석 맨 뒷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다섯 줄 앞에 자리한 정우영. 꿋꿋하게 가방으로 옆자리 맡아 놓은 걸 보고 있으려니 다시금 속이 답답해진다. 교수의 재미없는 강의를 들으며 우영의 등만 한참 쳐다봤다. 반질반질한 뒤통수. 쓰다듬고 싶다가도 한 대 세게 퍽 치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 근데 뒤에 앉으니까 맘 놓고 훔쳐볼 수 있어서 좋네. 그러다가도 우영이 잠깐 뒤돌아보는 사이 쳐다본 적 없다는 듯 시선을 갈무리했다. 쳐다본 거 안 들켰겠지……?
강의 시작 직전에서야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간 산은 구석 맨 뒷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다섯 줄 앞에 자리한 정우영. 꿋꿋하게 가방으로 옆자리 맡아 놓은 걸 보고 있으려니 다시금 속이 답답해진다. 교수의 재미없는 강의를 들으며 우영의 등만 한참 쳐다봤다. 반질반질한 뒤통수. 쓰다듬고 싶다가도 한 대 세게 퍽 치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 근데 뒤에 앉으니까 맘 놓고 훔쳐볼 수 있어서 좋네. 그러다가도 우영이 잠깐 뒤돌아보는 사이 쳐다본 적 없다는 듯 시선을 갈무리했다. 쳐다본 거 안 들켰겠지……? 上课前一刻才推开教室门走进来的崔伞径直走向角落的最后一排座位。而坐在前面五排的郑友荣,坚定地用书包占了旁边的座位,看着这一幕,崔伞再次感到心里堵得慌。听着教授无聊的讲课,崔伞一直盯着友荣的背影。那光滑的后脑勺,既想抚摸又想狠狠地拍一下,这种心情到底是怎么回事呢?不过坐在后面可以放心地偷看,真不错。可是每当友荣稍微回头的时候,崔伞就假装没看过一样收回视线。应该没被发现吧……?


최산은 지금 흔들다리 위에 서 있다. 한 발짝 내딛기도 전에 마구 흔들리는 다리에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우두커니 멈춰버린 것. 다리 너머에 그 애가 있을지 없을지는 직접 가 봐야 아는 건데.
崔伞现在站在摇晃的桥上。还没迈出一步,桥就开始剧烈摇晃,他吓得停了下来。桥的另一端是否有那个人,只有亲自过去看看才知道。


투명한 마음을 맘껏 내놓고 다니는 주제에 상대의 마음은 엿볼 줄 모르는 것도 다 미숙한 스물이라 그런 걸까? 산은 우영의 마음을 정의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걔는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착하니까. 나 말고 모든 사람한테 그러니까.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한 다정을 나눠준다고 해서 내가 걔의 유일한 무엇이 되는 건 아니니까. 착각으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너랑 멀어지고 싶지 않아.
透明的心肠随意展露,却看不透对方的心思,这也是因为不成熟的二十岁吗?崔伞觉得定义郑友荣的心意太难了。因为他对谁都很温柔善良。对所有人都是这样。即使他对我特别温柔,也不代表我就是他唯一的什么。我不想因为误会而破坏我们的关系。我不想和你疏远。


그러니까 우리 잠시만 떨어져 있자. 내가 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所以我们暂时分开吧。让我整理一下对你的感情。






혹시 이 세상에 너무 심심해서 죽은 사람도 있을까? 희귀한 사망 사례로 어딘가엔 존재할지도 모르잖아. 
或许这个世界上有因为太无聊而死去的人吗?作为罕见的死亡案例,可能在某个地方存在吧。


우영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기숙사에 수감되길 택한 산이 침대를 구른다. 학기 초에 자발적으로 처박혀 있을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강제로 갇혀 있으려니까 무지 답답했다. 그치만 학교 근처 돌아다녔다가 혹시라도 마주치면? 에타에 인문관 추격전으로 박제될지도 몰라……
为了不与友荣碰面,崔伞选择被关在宿舍里。他在床上翻来覆去。学期初自愿待在这里时没什么特别的感觉,但现在被迫困在这里,感觉非常压抑。可是如果在学校附近转悠时碰巧遇见了他呢?可能会在论坛上被人记录成文学院的追逐战……


오른쪽으로 세 번 굴렀다가 다시 왼쪽으로 두 번 구르고. 같이 이불로 김밥말이 할 누구가 없다는 게 이토록 허전하다니. 최산이 정우영의 빈자리를 실감하는 순간은 대개 이랬다. 너무 심심한데 놀 사람이 없을 때. 편의점 가는데 전화 걸 곳이 없을 때. 보고 싶은 영화 생겨도 보자고 할 사람이 없을 때. 정우영 한 명 쏙 빠진 게 뭐라고 일상이 온통 무채색으로 변했다.
右边滚三次,再向左滚两次。没有人和我一起用被子卷成“紫菜包饭”,竟然如此空虚。崔伞最能感受到郑友荣不在的时刻,通常就是这样。太无聊却没有人陪的时候。去便利店却没有人可以打电话的时候。想看电影却没有人可以一起看的时候。郑友荣一个人不在,竟然让整个日常生活都变得毫无色彩。


그때 도어락 소리와 함께 기숙사 문이 열렸다. C 편에서야 등장하는 기숙사 룸메라니. 원래 드라마 조연이라는 게 다 그렇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산이 대충 손을 흔들었다.
那时,随着门锁的声音,宿舍的门开了。居然是 C 篇才登场的宿舍室友。原本电视剧的配角就是这样的。崔伞从床上坐起来,随便挥了挥手。


“사니 하잉.” “伞尼嗨。”

“형이 이 시간에 기숙사는 왜?”
“哥,你这个时间为什么在宿舍?”

“약속 빠꾸 나서. 친구 여친한테 차여서 무릎 꿇으러 가야 된대. 싸나이가 무릎이 쉬워서 되나. 졸라 되지. 미련 없이 보내줌.”
“约定取消了。朋友被女朋友甩了,说要去下跪。男人的膝盖能轻易弯下吗?当然可以。毫不留恋地送走了。”

“…… 그렇구나.” “…… 是这样啊。”


산의 기숙사 룸메 K는 이번 학기에 복학한 경영학도로 꽤 생겨먹은 이목구비와 백칠십 후반이라는 작지 않은 키, 타고난 쾌활함과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유머 감각을 장착한 교내 셀럽이었다. 그 덕에 기숙사에 붙어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최근 산이 매일 우영의 자취방에 놀러 다니며 얼굴 볼 일이 더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아주아주아주 간만에 시간이 맞아 이른 저녁부터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山的宿舍室友 K 是这个学期复学的经营学学生,拥有相当出众的五官和一米七八左右的身高,天生的开朗性格和适度的幽默感,使他成为校内的名人。因此,他在宿舍待的时间并不多,最近山每天都去友荣的单身公寓玩,见面的机会更少了。就在这时,终于在很久很久之后,时间对上了,从傍晚开始见面了。


눈치 빠른 K는 죽상으로 기숙사에 처박혀 있는 산에게 무슨 고민이 있음을 직감했다. 산아, 형 약속 취소돼서 넘 슬포. 형이랑 단둘이 술 한번만 마셔 주면 안 될까. 뻔한 레퍼토리로 새내기를 꾀어낸 K는 옆구리에 최산을 낀 채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야 된다는 머글 네온사인 감성의 멘트를 던지며.
눈睛敏锐的 K 直觉地感受到崔伞在宿舍里闷闷不乐。伞啊,哥的约会取消了,真难过。能不能陪哥喝一杯?K 用老套的借口哄骗了新生,带着崔伞一起去了烤肉店。还说着“心情不好时就要去吃肉”的俗语。


근데 하필이면 많고 많은 고깃집 중에서도 우영과 왔던 곳일 건 뭐람. 산은 익숙한 간판과 테이블을 보며 그날을 떠올린다. 대뜸 옆자리 꿰차고 앉더니 친구들이랑 싸웠다고 털어놓던 걔. 필기하라고 노트 찢어 줬더니 나에 대해 공부하겠다며 질문 쏟아내고. 자연스럽게 같이 점심 먹고. 피시방 가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삼쏘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可是为什么偏偏在这么多烤肉店中,选择了和友荣来过的这家呢?崔伞看着熟悉的招牌和桌子,回想起那天的情景。突然坐在旁边的位置上,告诉我他和朋友吵架了。我撕了笔记本给他让他记笔记,他却说要学习关于我的事情,问了我一大堆问题。然后我们自然而然地一起吃了午饭,去了网吧。最后还一起去吃了三层肉。现在回想起来,真是不可思议地自然融入了我的生活。某一天,突然之间。


시련이라도 당한 것처럼 우수에 찬 눈으로 고기를 바라보는 새내기. K는 단박에 연애 문제인 걸 직감한다. 으이구 뻔해. 이미 수많은 연애 데이터베이스를 적립해 둔 K에게 이 정도는 껌이었다. 하지만 최산 같은 부류는 찌른다고 바로 속마음을 내뱉지 않으니까. K는 빠르게 두뇌를 회전시킨다. 어떻게 서두를 꺼내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떠오르는 며칠 전 에타 글. 너희는 친구한테 섹텐 느껴본적 있음? 보자마자 어떤 미친 새끼가 삽질을 현란하게 한다고 생각해서 댓글까지 달았었다. 근데 하필이면 지금 그게 딱 떠올랐고.
试图像遭遇了什么磨难一样,用充满忧郁的眼神看着肉的新生。K 立刻直觉到这是恋爱问题。哎呀,真是显而易见。对于已经积累了无数恋爱数据库的 K 来说,这种程度的小事简直是小菜一碟。然而,像崔伞这种类型的人,就算被戳到痛处也不会轻易吐露心声。K 迅速地转动脑筋,思考着该如何开口。正在苦思冥想时,突然想起几天前在论坛上看到的一篇帖子。你们有没有对朋友产生过性吸引?当时一看到就觉得哪个疯子在胡闹,还特地留言评论了。结果偏偏现在就想起了这件事。


“야 산아.” “呀,伞啊。”

“네.” “是的。”

“니는 친구 사이에 섹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냐?”
“你觉得朋友之间可以感受到性张力吗?”


다소 자극적인 단어 선정 탓일까. 상추 위에 차분히 고기를 쌓던 산이 의뭉스러운 눈길로 K를 바라본다. 부디 개변태라도 본듯한 그 눈빛을 거둬주겠니 산아…
也许是因为选择了有些刺激性的词语吧。正在生菜上平静地堆放肉片的崔伞用疑惑的眼神看着 K。崔伞啊,能不能收回你那仿佛看到了变态的眼神…


“아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산이 너는 친구 사이에 그런 거 느껴본 적 없어?”
“不是。你先别误会,听我说完。崔伞,你难道从来没有在朋友之间有过那种感觉吗?”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데…”
“没怎么想过……”

“그럼 지금 생각해 봐.” “那就现在想想吧。”


우물거리던 쌈을 꼭꼭 씹어 삼킨 산이 머리를 굴린다. 섹텐? 그것도 친구 사이에? 아직 섹슈얼적인 경험 자체가 전무한 산에게는 다소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런 아슬아슬한 텐션을 경험한 적이 아직 없…
崔伞咀嚼着嘴里的包饭,努力思考着。性张力?还是在朋友之间?对于还没有任何性经验的崔伞来说,这是一个相当困难的问题。他还从未经历过那种紧张的氛围…


지가 않네. 不行。

생각해 보니까…… 있긴 하네.
想起来了……确实有。


순식간에 화면 필터가 뒤바뀌고 드라마는 과거 회상에 돌입한다. 남자주인공의 기억 속 한 장면을 브라운관으로 끄집어낸 것이다. 
瞬间画面滤镜转换,电视剧进入了回忆场景。男主角记忆中的一个片段被呈现在屏幕上。


실은 말이야. 걔에 대한 마음을 도저히 참기가 힘들었던 어떤 날에. 짝사랑에 대한 고충을 핑계로 조금은 비겁해졌던 어떤 순간이 있었거든.
其实啊。有一天,我实在无法忍受对他的感情。于是,在某个瞬间,我以暗恋的苦衷为借口,变得有些卑鄙。



◃◃

그니까 아주 드물게도 정우영 혼자 취하고 최산은 맨정신으로 멀쩡했던 어느 날.
所以在某一天,郑友荣非常罕见地独自喝醉了,而崔伞却清醒得很。


“많이 졸려?” “很困吗?”

“… 조금?” “… 一点?”

“아까 내가 흔들어서 어지럽지… 택시 올 때까지 내 어깨 기대 있을래?”
“刚才我摇晃你让你头晕了吧……要不要靠在我肩膀上等出租车来?”


우영을 업고 자취방까지 가겠다던 포부는 중간도 가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린 덕에 처음보다 메롱 상태가 된 우영을 벤치에 앉히고 카택을 호출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택시 부를걸. 산의 어깨에 기댄 우영이 고개조차 지탱하지 못하고 픽픽 쓰러진다. 얘 진짜 어떡해. 걱정으로 울상이 된 산이 우영의 어깨를 감싸 끌어당겼다. 어깨와 목덜미 사이에 기댈 수 있도록 옆으로 딱 붙자 제자리를 찾은 듯 파고든다. 맨 살갗에 닿는 뜨거운 숨. 해가 져서 쌀쌀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산은 불가마에 갇힌 기분을 체험한다. 쫌… 덥네……?
把友荣背到租房的豪言壮语还没走到一半就结束了。因为这边摇晃那边摇晃的,友荣比刚开始还要糟糕的状态被安置在长椅上,然后叫了出租车。早知道会这样,一开始就叫出租车了。靠在伞的肩膀上的友荣连头都支撑不住,直直地倒下去。真是拿他怎么办。担心得快要哭出来的伞把友荣的肩膀搂过来。紧紧地靠在一起,让他可以靠在肩膀和脖子之间的空隙里,友荣像是找到了自己的位置一样,紧紧地贴了上来。热乎乎的呼吸直接接触到裸露的皮肤。虽然太阳已经下山,天气有些凉意,但伞却体验到了被困在蒸汽房里的感觉。有点……热呢……?


술 취한 대학생들 죄다 집에 갈 시간이라 그런가. 택시는 오지 않고 우영의 숨결은 점차 규칙적으로 변해간다. 우영아 자? …… 대답 없는 우영의 뒷머리를 슥슥 쓰다듬은 산이 핸드폰을 꺼내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 과정에서 몸을 뒤척이자 우영이 산의 손목을 붙든다.
酒醉的大学生们都该回家了吧。出租车迟迟不来,友荣的呼吸渐渐变得规律起来。友荣啊,睡着了吗?……没有回答的友荣,伞轻轻抚摸着他的后脑勺,然后伸手去掏口袋里的手机。在这个过程中,友荣抓住了伞的手腕。


“뭐야. 깼어?” “什么呀,醒了?”


물어봤자 돌아오는 건 숨소리뿐. 막차마저 끊겨 고요한 거리는 마치 우주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좋아하는 애와 단둘이 말이야. 돌연 우영의 숨이 의식되기 시작하자 산의 얼굴은 급속도로 빨개지고 만다. 이렇게까지 가까이 붙어있는 건 처음이기도 하고…… 맞닿은 어깨나 목덜미에 닿는 숨 같은 게 너무 뜨거워서. 내 손목을 붙든 걔의 온도가 나한테 화상을 입히는 것만 같아서.
问了也只会得到呼吸声作为回应。连末班车都停了,寂静的街道仿佛置身于宇宙之中。而且还是和喜欢的人单独在一起。突然意识到友荣的呼吸声,伞的脸迅速变红了。这么近距离地靠在一起还是第一次……肩膀相触或者脖颈上感受到的呼吸都太热了。抓住我手腕的他的温度仿佛要把我烫伤。


속된 말로 이때 조금은 꼴렸던 게 맞다. 술 취해서 늘어진 친구를 상대로 잠시 몹쓸 생각을 했던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우영을 좋아한다는 것은 진작에 깨달았지만 이렇게 짙고 원색적인 마음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만지고 싶어. 만져 줬으면 좋겠어. 짝사랑 상대를 향한 맹목적인 갈망. 산은 이를 ‘못된 마음’이라 치부하며 밀어내려 했지만 차마 우영과 떨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닿아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이렇게 무방비한 너를 지킬 수 있다는 게 기뻐서.
俗话说,这时候有点兴奋是对的。不能否认的是,我对醉倒的朋友一时产生了不好的想法。虽然早就意识到自己喜欢友荣,但这样浓烈而原始的情感还是第一次感受到。好想触碰你。希望你能触碰我。对单恋对象的盲目渴望。崔伞把这称为“坏心思”并试图推开,但他实在不想离开友荣。仅仅是触碰到你就已经很开心了。能够保护这样毫无防备的你,感到很高兴。


이날을 계기로 산의 플라토닉한 짝사랑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우영과 장난스러운 스킨십을 할 때마다 그때의 못된 마음이 자꾸 치솟았으니까. 타인과의 신체 접촉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우영은 시시때때로 산에게 손을 뻗었다. 졸고 있으면 귀에 바람을 불고 필기에 열중하면 허벅지를 주물렀다. 동시에 속삭이는 말. 너 평생 하체 운동은 하지 마라. 진짜 미친 새낀가…… 우영을 좋아하면서 가장 열 받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이때를 고를 것이다.
这一天,崔伞的柏拉图式单恋终于画上了句号。每当和郑友荣开玩笑似的亲密接触时,那时的坏心情总是不断涌上心头。对与他人身体接触并不排斥的郑友荣,总是时不时地伸手去触碰崔伞。他打瞌睡时,郑友荣会对着他的耳朵吹气;当他专注于记笔记时,郑友荣会捏他的腿。同时还会低声说:“你这辈子都别练下半身了。”真是个疯子……如果要选出喜欢郑友荣时最让人火大的瞬间,崔伞一定会选这一刻。


사실 우영 때문에 열 받은(중의적인 의미) 순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낮잠 자다 깼더니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키스라도 할까 봐 쫄았더니 ‘자다 깬 얼굴 진짜 못생겼다’며 십오 분을 비웃었던 날. 같이 랜디스 줄 서서 도넛 털어 왔던 날도 그래. 왜 너는 다 묻히고 먹냐고 입술 닦아 주고. 남의 입술을 왜 만져? 한두 번 털어 주면 되지 왜 계속 만지작거리는데. 아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其实因为友荣而生气的(双关的意思)瞬间多得数不清。午睡醒来时,他盯着我看,我还以为他要亲我,结果他嘲笑了我十五分钟,说“刚睡醒的脸真丑”。还有一起排队买兰迪斯甜甜圈的那天也是。为什么你吃东西总是弄得满嘴都是,还帮我擦嘴唇。为什么要碰别人的嘴唇?擦一次就够了,为什么一直摸来摸去。啊,这家伙真是疯了。


사실 가장 화나는 지점은 그거다. 우영의 이런 장난에 매번 꼴리는 자신.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런 순간이 꽤나 잦았다. 산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나 생각보다 정우영을 성적으로 좋아하나……?
其实最让人生气的地方是这个。每次都被友荣这样的玩笑撩拨到的自己。因为从来没有深思过,所以不知道这种时刻竟然如此频繁。伞陷入了新的烦恼。我是不是比想象中更喜欢郑友荣……?



“생각 끝났어?” “想好了吗?”


배경은 다시 연기 가득한 고깃집으로 돌아오고 산은 현실로 툭 던져졌다. 
背景又回到了烟雾弥漫的烤肉店,崔伞被猛地拉回了现实。


“생각해 봤는데…” “我想了想…”

“봤는데?” “看到了?”

“있는 것 같기도 하고……” “好像有……”

“뭐야. 진짜 있어? 너도?” “什么?真的有吗?你也有?”

“왜요? 형도 그런 적 있어요?”
“为什么?哥哥也有过这样的经历吗?”

“아니. 나는 말고.” “不是。我不是。”

“그럼 누군데요?” “那是谁呢?”

“있어. 나도 모르는 사람.” “有。我也不认识的人。”

“뭐야…” “什么啊…”


이때부터 테이블의 대화 주제는 오롯이 연애로 채워졌다. K는 입대 전 뜨겁게 사랑했던 무용과 전여친 이야기를 풀었다. 가장 순수하고 어렸던 시절에 만나서 못 해준 게 너무 많다는…… 당장 멜론 발라드 차트만 가도 수두루빽빽 채워진 미련 절절 열애사. 산은 대충 흘려들으며 술잔이나 받았다. 그때 K가 묻는다. 산이 너는? 네? 너는 좋아하는 사람 없냐고. 있어요. 엉, 알아. 어떻게 알아요? 졸라 티나는데 어떻게 모르냐?
从那时起,桌上的话题就完全被恋爱填满了。K 开始讲述他入伍前热烈爱过的舞蹈系前女友的故事。最纯真、最年轻的时候相遇,有太多没能为她做的事……只要去看看 Melon 抒情榜单,就能看到满满的遗憾和热恋故事。崔伞只是随便听听,接过酒杯。这时 K 问道,崔伞,你呢?什么?你没有喜欢的人吗?有啊。嗯,我知道。你怎么知道的?这么明显,怎么会不知道呢?


“걔는 너 싫대?” “他说他不喜欢你?”

“걔도 저 좋아해요. 친구로 좋아하는 게 문제지만……”
“他也喜欢我。问题是他只是把我当朋友……”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那你怎么知道的。”


형 말 잘 들어라 산아. 인생 선배, 아니, 연애 선배로서 조언해 주는 거야. 지루한 설교가 이어지던 것도 잠시. 친형이라 생각하고 전부 털어놓으라는 말에 마음이 술렁인다. 낯선 타지로 상경해 홀로 기숙사에 살며 짝사랑으로 밥조차 잘 먹지 못하는 스무살에게 ‘친형처럼 생각해’라는 말은 너무도 강력한 한방이었으니까. 이미 알딸딸하게 취기까지 오른 상태에서 입을 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형 말 잘 들어라 산아. 인생 선배, 아니, 연애 선배로서 조언해 주는 거야.” 지루한 설교가 이어지던 것도 잠시. “친형이라 생각하고 전부 털어놓으라”는 말에 마음이 술렁인다. 낯선 타지로 상경해 홀로 기숙사에 살며 짝사랑으로 밥조차 잘 먹지 못하는 스무살에게 ‘친형처럼 생각해’라는 말은 너무도 강력한 한방이었으니까. 이미 알딸딸하게 취기까지 오른 상태에서 입을 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우영과의 첫 만남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상황을 속속들이 털어놓은 산이 K의 표정을 살핀다. 왜 이렇게 살벌하게 쳐다보지.
从与友荣的第一次见面到现在的所有情况,伞都一五一十地告诉了 K。他为什么这样凶狠地看着我。


“산아, 너 진지하게 바보야? 학생 때 연애해본 적 없어?”
“伞啊,你认真的吗?学生时代没有谈过恋爱吗?”

“초등학생 때……” “在小学的时候……”

“그건 연애 아니야.” “那不是恋爱。”


구운 김치와 마늘로 혼합된 한숨을 내뱉은 K가 산을 차분히 타이르기 시작했다. 산아. 친동생에게 이런 단어 쓰고 싶지 않은데 너도 그 친구도 진지하게 연애 등신이니? 걔도 너 좋아하는 거 백퍼야. 이거 지나가는 연애고자모쏠이 봐도 쌍방이라고. 그 사람한테 몰매 맞지나 않으면 다행. 애초에 친구도 졸라 많은 애가 너한테 왜 먼저 말 걸고 친해졌겠니. 동기들이랑 싸웠다는 것도 딱 들으면 구라잖아. 야야야, 심지어 술자리에 너 데려갔다매. 싸운 적도 없던 거지. 너 지금 걔랑 그러고 노는 걸 특별한 우정쯤으로 치부하는 거야? 진심으로 돌았니? 미쳤구나. 지금 당장 달려가서 키스해 그냥. 존나 멋있게 남자주인공처럼 딱.
K 叹了口气,混合着烤泡菜和大蒜的味道,开始平静地劝说崔伞。伞啊,我不想对亲弟弟用这种词,但你和那朋友真的是在认真谈恋爱吗?他百分百也喜欢你。就算是个路过的恋爱白痴也能看出来你们是双向的。要不是他没被人打过就算幸运了。最初他朋友那么多,为什么会先跟你说话并且变得亲近呢?说是和同学吵架了,一听就是假的。喂喂喂,甚至还带你去喝酒了吧。根本就没吵过架。你现在把和他玩的这些事当作特别的友情吗?你真的是疯了吗?你疯了。现在马上跑过去亲他,就像个帅气的男主角一样。






술자리가 끝나고 홀로 남은 산이 편의점에서 생수와 컨디션을 결제한다. 여친에게 무릎 꿇으러 갔다던 친구가 기어코 최종으로 차였다는 소식을 들은 K가 이별주를 말아 주러 떠났기 때문이다. 산은 컨디션을 마시며 고민한다. 정우영 집으로 갈까 말까.
酒局结束后,独自留下的崔伞在便利店结账买了矿泉水和解酒饮料。因为听说那个去向女友下跪的朋友最终还是被甩了,K 去陪他喝离别酒了。崔伞一边喝着解酒饮料一边思考,要不要去郑友荣家。


고백할까 말까. 告白还是不告白。


산은 여전히 확신이 없다. 형은 일만퍼센트 확률로 쌍방이라 주장했지만. 우영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이 자신과 같은 목적지일 것이라 자신하지 않는다. 그건 걔의 마음이니까.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너무 확실한걸. 나는 우리를 평범한 친구 사이로 묶고 싶지 않아. 우리는 특별해. 설령 이 모든 게 나의 착각이라고 해도 이건 정우영 니 잘못이야. 니 과실 백이야. 널 좋아하게 만든 니가 잘못했어. 그니까 달려가서 말할래. 나는 너를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할래.
伞仍然不确定。虽然哥哥一万分肯定这是双向的,但他不确定友荣的心是否指向与自己相同的目的地。那是他的心思嘛。然而,我的心已经非常确定了。我不想把我们仅仅当作普通朋友。我们是特别的。即使这一切都是我的错觉,这也是郑友荣你的错。都是你的过错。是你让我喜欢上你的。所以我要跑过去告诉你。我真的喜欢你。


편의점을 나선 산은 더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머뭇거리지 않는 발걸음. 가야 할 목적지가 너무도 뚜렷했으니까. 지금 당장 정우영을 봐야겠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리조또가 되든 일단 키스는 해보자고. 서툴지언정 맘먹은 일에 실행력 하나는 끝내주는 스물이었다.
走出便利店的崔伞不再犹豫。他的步伐坚定,因为他要去的目的地非常明确。现在他必须见到郑友荣。不管结果如何,不管是好是坏,先试着亲吻吧。虽然笨拙,但他已经下定决心要去做,这就是二十岁的执行力。


근데 하필이면요. 可是偏偏是这样。

짝사랑 상대에게 고백하러 가는 길인 남자주인공의 소매를 붙드는 여자주인공이 이 타이밍에 등장한다면요.
如果在男主角去向暗恋对象告白的路上,女主角在这个时候出现并拉住他的袖子。


두 드라마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순간. 산의 낯빛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우리 여기서 다 만나네. 신기하다 그치 산아. 방실방실 웃는 얼굴의 A가 눈을 맞춰온다. 어 그러게. 반갑다아. 어색하게 마주 웃은 산이 슬며시 발걸음을 떼려고 할 때.
两部电视剧的世界观碰撞的瞬间。崔伞的脸色因困惑而变得尴尬。我们在这里都见面了。很神奇吧,伞啊。A 带着灿烂的笑容对上了他的眼睛。哦,是啊。很高兴见到你。崔伞尴尬地笑着,正准备悄悄离开。


“나랑 잠깐 얘기 좀 할래?”
“能和我聊一会儿吗?”


강제로 다른 고백 씬에 출연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被迫出演了另一个告白场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