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산을 처음 만난 건 홀로 중학교 입학식을 치룬 날이었다. 곳곳에서 부모님을 끼고 사진을 찍을 때 정우영은 홀로 덩그러니 입학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텅 빈 가방 그대로 집에 돌아오니 모르는 애가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집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 마치 본인의 집인 것처럼 리모컨을 쥔 채 티비를 보고 있던 얼굴이 정우영을 무심히 훑었다. 벗지 못한 가방을 쥐고 애먼 눈싸움만 했고, 눈이 시려 결국 져버린 후에야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엄마, 얘 누구야?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손가락을 뻗어 가리키며 물었다. 마디가 두터운 손가락 끝에 걸린 얼굴은 눈싸움에서 이겨놓고도 태연한 얼굴을 했다. 그게 괜히 분해서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소파에 툭 던졌다. 괜한 시비였다.
第一次见到崔伞是在独自参加中学入学典礼的那天。其他人都在和父母拍照的时候,郑友荣一个人孤零零地等到入学典礼结束。回到家时,空荡荡的书包还没放下,就看到一个陌生的孩子坐在沙发上看电视。他以为自己走错了家。那个握着遥控器看电视的脸无视地扫了他一眼,仿佛这就是他自己的家一样。郑友荣背着没放下的书包,和他无谓地对视,直到眼睛酸痛才认输,这时才看清了熟悉的脸。妈妈,这是谁啊?虽然知道这样不礼貌,但他还是伸出手指指着问道。那个在对视中获胜的脸依旧泰然自若,这让郑友荣感到莫名的愤怒,于是他把背着的书包重重地扔在了沙发上。这完全是无理取闹。

 

응, 엄마 친구 아들. 정우영은 때 아닌 엄친아의 등장에 괜한 경계심을 키웠다. 정작 정우영의 어머니는 둘을 두고 비교는커녕 친하게 지내라는 빈말 하나 없었는데도 혼자 눈을 밉게 뜬 채 우다다 질문을 쏟았다. 너 공부 잘해? 운동은? 친구 많아? 효도는 하냐? 초면에 묻기에는 실례인 것들이었으나 둘은 개의치 않았다. 별로. 땀 흘리는 거 싫어해. 아니. 글쎄. 정우영은 돌아온 대답을 떠올리며 자신과 비교했다.
嗯,妈妈朋友的儿子。郑友荣因为突然出现的“妈妈朋友的儿子”而无端地提高了警惕。实际上,郑友荣的母亲从未拿他们两个做比较,更没有说过要他们亲近之类的客套话,但郑友荣却独自眯着眼睛,噼里啪啦地问了一堆问题。你学习好吗?运动呢?朋友多吗?孝顺吗?这些问题在初次见面时问有些失礼,但他们并不在意。不怎么样。不喜欢流汗。没有。说不准。郑友荣回想起这些回答,开始和自己比较。

 

나도 공부는 별로. 나도 땀 흘리는 거 싫어. 나도 친구 별로 없는데. 나도 효도는 글쎄…. 그래서 정우영은 최산과 친구가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작 어머니는 둘을 비교할 생각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낸 결론이었다. 얘 정도면 엄마가 귀찮게 굴지는 않겠다. 약삭빠른 생각이었으나 정우영은 퍽 만족스러웠다. 마침 친한 친구들과 똑 떨어져 혼자였던 정우영에게는 찬스였다. 심지어 같은 반이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더니 마침 반의 인원이 적어 같은 반이 됐다.
我也不喜欢学习。我也不喜欢流汗。我也没什么朋友。我也不太孝顺……所以郑友荣和崔伞成了朋友。再说一次,实际上母亲并没有想要比较两人,但这是单方面得出的结论。这个程度的话,妈妈应该不会烦我了。这是个聪明的想法,而郑友荣对此非常满意。正好和亲密的朋友们分开独自一人的郑友荣,这是个机会。甚至想着如果能在同一个班就好了,结果因为班级人数少,真的成了同班。

 

남들은 정우영과 최산을 두고 죽마고우라 불렀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불렸다. 첫째, 정우영은 학교에 친한 친구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최산과 다닐 수밖에 없었다. 둘째, 최산은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왔고, 정우영의 학교로 전학을 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등하교도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끼리 친해 자주 밥을 먹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둘은 내내 곁에 있었고, 실과 바늘처럼 굴었으며, 자연스럽게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엄마 친구의 아들에서 그냥 내 친구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别人都称郑友荣和崔伞为竹马之交。尽管他们认识的时间不长,但就是这么叫了。首先,郑友荣在学校没有亲密的朋友,所以自然而然地和崔伞一起行动。其次,崔伞搬到了同一个公寓,并转学到了郑友荣的学校。因此,他们自然而然地一起上下学。两人的母亲关系很好,经常一起吃饭。从初中一年级开始,两人一直在一起,形影不离,自然而然地考上了同一所高中。从妈妈朋友的儿子变成了自己的朋友,只是一瞬间的事。

 

 

“영아.” “友荣。”

“어엉….” “呃呃……”

“나 남자 좋아해.” “我喜欢男生。”

 

 

최산은 꽤 어처구니없는 타이밍에 커밍아웃을 했다. 막 성인이 되었음을 자축하기 위해 이마에 주민등록증을 떡하니 붙이고 편의점에서 술을 샀던 날이었다. 정우영의 부모님과 최산의 부모님, 그 누구도 음주를 허락하지 않았기에 둘은 피시방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근처 놀이터에 자리를 잡았다. 근처에 새로 생긴 투다리에 가자는 의견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해서, 멍청하게도 1월 1일 그 추운 바람을 견디며 벤치에서 노상을 깠다.
崔伞在一个相当荒唐的时机出柜了。那天是他为了庆祝自己刚刚成年的日子,把身份证贴在额头上去便利店买酒的日子。郑友荣的父母和崔伞的父母都不允许他们喝酒,所以他们找了个借口说要去网吧,实际上是去了附近的游乐场。没有人想到要去附近新开的酒吧,于是他们愚蠢地在 1 月 1 日那天顶着寒冷的风在长椅上喝酒。

 

들뜬 정우영은 여전히 이마에 주민등록증을 찰싹 붙인 채 종이컵에 소주를 따르고 있었다. 나 맥주 좋아해.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우영의 귀는 스스로 말을 자르고 수정했다. 그래, 너는 맥주…. 같이 사온 캔맥주를 챙겨 손톱이 짧은 죽마고우를 위해 대신 캔을 따던 정우영의 손이 별안간 우뚝 멈추었다. 오는 길에 들뜬 걸음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렸던 맥주는 그 찰나에도 푸슈슉,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얀 거품을 토해냈다. 입구는 물론이고, 맥주를 쥐고 있던 손이 젖어감에도 정우영은 손을 뗄 생각을 않았다.
兴奋的郑友荣依然把身份证贴在额头上,往纸杯里倒烧酒。我喜欢啤酒。因为这句话太荒唐,郑友荣自己打断了话并修改道。对,你喜欢啤酒……郑友荣拿起一起买来的罐装啤酒,为指甲短的竹马好友打开罐子时,手突然停住了。路上因为兴奋的步伐而摇晃的啤酒在那一瞬间发出嘶嘶的声音,喷出了白色的泡沫。不仅是入口,连握着啤酒的手都湿了,郑友荣也没有打算松手。

 

뭐…? 넋이 나간 얼굴은 퍽 멍청한 티가 났다. 분명 정우영의 반응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최산은 예의 그 덤덤한 얼굴을 한 채 정우영의 손에 쥐어진 맥주를 앗아갔다. 찰나에 닿은 손에 본인도 모르게 주춤해버린 게 양심에 찔렸다. 정우영은 괜히 맥주에 젖은 손을 탈탈 털며 소주가 담긴 종이컵에 콜라를 냅다 부었다. 비율을 맞추겠답시고 조금 부어둔 소주는 생각도 않은 탓에 그냥 콜라나 다름이 없었다. 정우영은 목이 따가운 줄도 모르고 소주 1, 콜라 9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캔이 토해낸 하얀 거품은 차가운 공기에 닿으며 조금씩 수그러졌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최산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什么…?那副失魂落魄的表情显得非常愚蠢。明明郑友荣的反应是正常的,但崔伞依旧面无表情地从郑友荣手中夺过啤酒。那一瞬间的接触让他不由自主地退缩了一下,心里有些愧疚。郑友荣无奈地甩了甩被啤酒弄湿的手,然后把可乐倒进装有烧酒的纸杯里。为了调整比例,他只倒了一点点烧酒,结果几乎全是可乐。郑友荣不顾喉咙的刺痛,一口气喝下了 1 份烧酒和 9 份可乐。罐子里冒出的白色泡沫在冷空气中逐渐消散,崔伞静静地看着这一幕,再次开口说道。

 

 

“나 남자 좋아한다고.” “我喜欢男生。”

 

 

탕탕탕, 판사봉으로 세 번 두드리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최산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죽마고우인 정우영에게 얘기했다.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을 들은 정우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어쩌라고? 덤덤한 말투와 달리 빈 종이컵에 소주를 따르는 손은 꼴사납게 떨렸다. 나름의 최선이었다. 얼굴과 손이 따로 노는 반응에 최산은 그럴 줄 알았어, 하고 얘기하며 뒤늦게 거품이 가신 맥주를 들이켰다.
砰砰砰,随着法槌敲击三声,故事结束了。崔伞告诉他的青梅竹马郑友荣,他喜欢男人。听到这个突如其来的出柜消息,郑友荣装作若无其事的样子。是吗,原来如此。所以呢?尽管语气平淡,但他倒酒进空纸杯的手却不由自主地颤抖着。这已经是他能做到的最好反应了。看到郑友荣脸上和手上不一致的反应,崔伞说,我就知道会这样,然后喝下了已经消了泡沫的啤酒。

 

열심히 움직이는 목울대를 바라보는 정우영은 심란했다.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는 머리와 달리 가까워진 거리가 신경이 쓰여 죄 없는 신발을 바닥에 벅벅 문질렀다. 그러면서도 뒤로 물러나 피할 생각은 않았다. 꽉 막힌 보수적인 성격인 주제에 죽마고우를 더럽다고 내칠 용기가 없는 탓이었다.
努力活动着喉结的郑友荣感到心烦意乱。脑子里想着“这也是可以的吧…”,但靠近的距离让他在意,不由得用无辜的鞋子在地上使劲摩擦。即便如此,他也没有后退躲避的打算。尽管他性格保守,但他没有勇气把青梅竹马视为肮脏而抛弃。

 

죽마고우가 별안간 동성애자임을 밝혔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정우영은 여전히 최산과 함께 피시방에 갔고, 최산의 맞은편에 앉아 오이를 골라내며 밥을 먹었다. 불편함을 느꼈으나 티는 내지 않았다…, 고. 정우영은 본인 혼자만의 착각을 했다. 정우영만 모르는 불편함을 최산은 잘 알고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티는 내지 않았다. 무언가를 줄 때 주춤하며 손이 닿지 않게끔 거리를 둔다거나, 티비 속 걸그룹을 보며 예전처럼 누가 제일 좋으냐 물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그룹이 나올 때 슬그머니 최산의 눈치를 봤다. 최산은 모르는 척 굴었다. 불편함에 허벅지를 벅벅 문지르는 정우영의 버릇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옆에 앉아 평소처럼 지냈다.
竹马之交突然宣布自己是同性恋后,一切都没有改变。郑友荣依然和崔伞一起去网吧,坐在崔伞对面,挑出黄瓜吃饭。虽然感到不适,但他没有表现出来……,对。郑友荣自以为是地认为自己没有表现出任何不适。其实,只有郑友荣不知道的那份不适,崔伞却很清楚,但他同样没有表现出来。递东西时会犹豫,避免手碰到对方,或者不再像以前那样看着电视里的女团问谁最好看。相反,当男团出现时,他会偷偷看崔伞的反应。崔伞装作不知道。即使知道郑友荣因为不适而不停地搓大腿,他也装作不知道,依旧像平时一样坐在他旁边。

 

정우영님이 xxx님과 함께 있습니다. 郑友荣和 xxx 在一起。

xxx님과 연애 중 xxx님과 연애 중 与 xxx 恋爱中

 

정우영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CC를 했다. 동기들이 농담처럼 정우영과 최산을 보며 너희 사귀냐고 놀려서. 차마 미쳤냐고 버럭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아니라고 어색하게 변명하는 게 불편해서. 호감이 있다며 볼을 붉히던 동기를 꼬셔 연애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대놓고 올린 연애 중 표시에 좋아요가 찍힐 때마다 정우영은 최산의 눈치를 봤다.
郑友荣一进大学就谈了校园情侣。因为同期们总是开玩笑地看着郑友荣和崔伞,问他们是不是在交往。郑友荣既不能大声喊“你疯了吗”,也不能不尴尬地解释说不是,所以他勾搭上了一个对他有好感的同期,开始了恋爱。每当他在 Facebook 上公开恋爱状态并收到点赞时,郑友荣都会偷偷观察崔伞的反应。

 

[치킨 먹자] 오후 8:22
[吃炸鸡吧] 下午 8:22

 

미안, 나 xx이랑 데이트…. 정우영은 최산에게서 온 톡을 곱씹으며 답장을 보냈다. 보내자마자 사라진 숫자에 다시금 양심이 찔렸다. 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탄식에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왜? 하고 물었다. 아냐, 그냥…. 정우영은 하하, 어색하게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여자친구는 정우영의 핸드폰 액정에 놓인 최산의 톡을 보며 불만인 표정을 지었다. 또 걔야? 날이 선 말투는 곧 싸움으로 번질 것을 예고했기에, 정우영은 답장을 확인하지 못한 채 홀드키를 눌러 끄고 눈썹을 늘어트렸다. 미안, 하는 사과가 전부였다.
对不起,我和 xx 约会……郑友荣一边反复咀嚼着崔伞发来的消息,一边回复了短信。刚发出去,消失的数字再次刺痛了他的良心。啊……无意识地叹了口气,旁边的女朋友问道:“怎么了?”“没事,只是……”郑友荣尴尬地扯了扯嘴角,笑了笑。女朋友看着郑友荣手机屏幕上的崔伞的消息,脸上露出了不满的表情。“又是他?”她尖锐的语气预示着即将爆发的争吵,郑友荣还没来得及查看回复,就按下了锁屏键,皱起了眉头。“对不起。”他只能这样道歉。

 

 

“좋아?” “喜欢吗?”

“엉…, 어? 뭐라고?” “嗯…, 啊?什么?”

“연애, 좋냐고.” “恋爱,很好吗?”

 

 

좋지, 그럼…. 당장 어제만 해도 최산을 두고 1순위에 논하며 싸웠지만 정우영은 좋다고 대답했다. 차마 지워내지 못한 눈가의 다크서클은 정우영의 연애가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었지만 최산은 핸드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한 채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영이 연애를 시작한 후로 최산은 정우영의 얼굴을 줄곧 바라보는 일이 없었다. 물론 정우영이 묘하게 불편한 티를 내며 입꼬리를 파들파들 떨어서가 그 이유였다. 안타깝게도 거울 한 번 찾아보지 않은 정우영은 그런 최산을 보며 어라, 얘 연애하나? 하고 생각했다.
好吧,那就……。即使就在昨天还在为崔伞争论谁是第一顺位而争吵,但郑友荣还是回答说好。眼角未能抹去的黑眼圈显示出郑友荣的恋爱并不顺利,但崔伞只是目光固定在手机屏幕上,淡淡地点了点头。自从郑友荣开始恋爱后,崔伞就再也没有一直盯着郑友荣的脸看了。当然,这并不是因为郑友荣表现出微妙的不适,嘴角微微颤抖的缘故。可惜的是,从未照过镜子的郑友荣看到这样的崔伞,心想,咦,这家伙在谈恋爱吗?

 

그래, 오래 가. 최산은 왼쪽 볼에 있던 사탕을 오른쪽 볼로 옮기며 고개를 무심하게 끄덕였다. 정우영은…, 속이 쓰렸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밤마다 여자친구랑 뒤지게 싸우는데, 어? 괜한 억울함에 눈썹이 늘어졌으나 그 잘못이 온전히 최산 때문만은 아니었기에 정우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영의 입꼬리는 다시금 파들파들 떨렸다.
对,走远点。崔伞把左脸颊的糖果移到右脸颊,漫不经心地点了点头。郑友荣……,心里一阵刺痛。我现在每晚都因为谁和女朋友吵得不可开交,嗯?虽然无端的委屈让他的眉毛垂了下来,但因为这并不完全是崔伞的错,郑友荣尴尬地笑了笑,点了点头。郑友荣的嘴角再次微微颤抖。

 

다음날, 정우영은 오전부터 여자친구와 뒤지게 싸웠다. 밤에 최산과 같이 피시방에 갔다가 삼십 분이나 연락을 하지 않은 게 그 이유였다. 아니, 자기야…. 게임 한 판이 30분이었어…. 정우영은 빌빌대며 얘기했지만 여자친구는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친구가 화를 내면 정우영은 태진아에 빙의했다 미안, 미안해. 여자친구와 고작 한 달 사귀면서 한 사과는 태진아가 평생 행사 돌며 부른 노래 가사보다 더 많을 지경이었다. 이럴 거면 그냥 헤어져, 걔랑 사귀라고! 빌빌 기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던 정우영은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전자 말고, 후자가.
第二天,郑友荣从早上开始就和女朋友吵得不可开交。原因是晚上和崔伞一起去了网吧,竟然有三十分钟没有联系她。不是的,亲爱的……一局游戏就要三十分钟啊……郑友荣哀求地解释,但女朋友根本不理解。每当女朋友生气时,郑友荣就像被太珍阿附身了一样,不停地道歉:“对不起,对不起。”和女朋友才交往一个月,他道的歉比太珍阿一生唱的歌还要多。如果这样的话,干脆分手算了,去和她交往吧!郑友荣一边哀求道歉,一边听到这话时,简直不敢相信自己的耳朵。不是前者,而是后者。

 

 

“내가 사랑하는 거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해?”
“你明知道我爱你,为什么还要说那样的话?”

 

 

그래서 정우영은 화를 냈다. 너! 내가 사랑하는 거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해! 억울하다는 듯 조금 커진 목소리에 여자친구는 정우영의 뺨을 때렸다. 한 대도 아니고, 두 대. 처음 한 대를 맞았을 때 여자친구가 고등학교 시절 배구부였다는 사실이 떠올랐으나 꼴에 남자라고 피할 수 없어 결국 한 대를 더 맞았다. 볼이 짝짝이 되지 말라고 한 배려인지, 여자친구는 정우영의 양쪽 뺨을 알차게 때린 뒤 자리를 떴다. 카페 안 사람들은 정우영을 보며 혀를 끌끌 차며 손가락질을 했다. 구석에 나란히 앉은 커플은 귓속말을 하며 킥킥 웃어댔다.
所以郑友荣生气了。你!明知道我爱你!为什么要说那种话!他声音有些大,显得很委屈,女朋友便打了郑友荣的脸。不止一巴掌,而是两巴掌。第一巴掌打过来的时候,他想起女朋友高中时是排球队的,但作为男人,他觉得自己不能躲,结果又挨了一巴掌。也许是为了不让他的脸颊不对称,女朋友用心地打了他两边的脸,然后离开了。咖啡馆里的人们看着郑友荣,咂着舌头指指点点。角落里并排坐着的一对情侣窃窃私语,咯咯笑个不停。

 

따라가야 되는 거 아니야? 카페 안 누군가가 수군대며 얘기했다. 묘하게 큰 목소리는 정우영에게 따라가서 여자친구를 붙잡으라는 듯 굴었으나 정우영은 가만히 앉아 여자친구가 주문하고 입도 안 댄 아이스 초코를 원샷 때렸다. 웩. 너무 달아서 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위에 올라간 크림과 초코시럽을 음푹 떠서 먹고, 빨대를 물고 요란한 소리가 날 때까지 마셨다. 그 덤덤한 모습에 카페 안 사람들이 다시금 수군거렸다.
跟着去不是更好吗?咖啡馆里有人窃窃私语。那奇怪的大嗓门似乎在暗示郑友荣应该跟上去挽留女朋友,但郑友荣只是静静地坐着,一口气喝完了女朋友点的还没碰过的冰巧克力。呃,太甜了,舌头都快麻了。他舀了一大勺上面的奶油和巧克力糖浆吃掉,咬着吸管喝到发出吵闹的声音。咖啡馆里的人们再次窃窃私语起来。

 

여자친구와의 연애가 좋다고 한 게 어제였고, 오래 가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게 어제였다. 우습게도 정우영은 최산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럴 거면 그냥 헤어져, 걔랑 사귀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던 여자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걔랑 사귀라고, 사귀라고, 사귀라고…. 메아리마냥 머릿속에서 웅웅 맴도는 말에 정우영의 입꼬리가 다시금 파들파들 떨렸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정우영은 질색을 하며 본인 몫의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女朋友说恋爱很好是昨天的事,点头说要长久也是昨天的事。可笑的是,郑友荣第一个想到的却是崔伞。要是这样的话,干脆分手吧,去和他交往!他想起了女朋友愤怒地大喊。和他交往,交往,交往……像回声一样在脑海中嗡嗡作响的话让郑友荣的嘴角再次颤抖起来。绝对不行,郑友荣厌恶地想着,一口气喝完了属于自己的美式咖啡。

 

달달한 아이스 초코에 뻣뻣하게 굳었던 혀는 아메리카노에 녹아들었고, 정우영은 본인의 연애가 끝났음을 인정하며 핸드폰을 꺼내 단축번호를 눌렀다. 자연스럽게 뜨는 열한 자리 번호 위에는 최산의 이름이 떴다.
甜甜的冰巧克力让僵硬的舌头在美式咖啡中融化,郑友荣承认自己的恋情已经结束,拿出手机按下了快捷键。自然弹出的十一位号码上显示着崔伞的名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