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와 사랑을 하고자 했다. 머지않은 날에 단둘이 살 작은 집을 구하고, 벽이 없는 장소에서 서로의 시간을 오래도록 나누고자 했다. 그러나 너의 마음은 달랐던지라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용한 것들뿐이었다.
我曾想与你相爱。不久的将来,我们会找到一个小房子一起生活,在没有墙壁的地方长久地分享彼此的时光。然而,你的心意不同,我们能分享的只有无用的东西。
나는 너를 그대라고 불렀다. 남들 다 부르는 그런 흔한 이름은 싫었고, 나만 부르는 애칭은 우리 사이에 너무 달콤했다. 지나친 단맛은 결국 화를 부르니 나는 너를 그대라고 부르기로 했다. 장난스레 그대라고 부른 그 날 너는 지나치게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대답이 결국 화를 불렀다. 난 그날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
我称你为“那位”。我不喜欢别人都叫的那种普通名字,而只有我叫的昵称对我们来说又太甜了。过分的甜味最终会招来祸端,所以我决定称你为“那位”。那天我开玩笑地叫你“那位”,你却笑得异常灿烂地回应了。那回应最终招来了祸端。那天我爱上了你。
사랑한다. 나는 그 단어를 가족 외의 사람에게 쓸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게 같은 성을 가진 남자일 줄도 몰랐다. 편협하게 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난 언젠가 낮은 소파에서 어느 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 일요일 낮을 보낼 줄 알았다. 그 무릎에 타투를 새기는 일 따윈 내겐 예정에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게 영원한 우정을 다짐하는 말임을 알고 나는 타투를 새기며 그 위에 내 다짐을 덧새겼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이 타투를 꺼내보이지 않겠다고. 절대로, 너에게만큼은 내 마음을 꺼내보이지 않겠다고.
爱。我从未想过会把这个词用在家人以外的人身上。更没想到那个人会是一个和我同性的男人。尽管我下定决心不再狭隘地生活,但我一直以为自己会在某个女人的膝盖上躺着度过周日的下午。我从未计划过在那膝盖上纹身。知道那是永恒友谊的誓言后,我在纹身时加上了自己的决心。绝对不会,向任何人展示这个纹身。绝对不会,向你展示我的心。
넌 다정했고, 그랬기에 딱 그만큼의 깊이로 내게 잔인했다. 다정하면 다정할수록 그 마음이 날 좀먹었다. 애인과 함께 하는 데이트에서 내 생각이 났다며 인형을 뽑아오더니, 술자리에서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애인과 통화를 나눴다. 심지어 다른 친구와 나만큼 붙어있는 모습조차도 내겐 잔인했다. 나에게만 다정하길. 나만 그대에게 특별하길.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나를 평범함 그 아래로 취급해주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나는 너의 다정함을 즐겼다. 잠깐 맛보는 특별함은 나를 점점 중독시켜갔다. 다정함 그 이상을 바라게 되었다.
你很温柔,正因为如此,你对我也同样残忍。你越温柔,那份心意就越侵蚀我。你说在和恋人约会时想起了我,给我抓了个娃娃,但在酒席上却连看都不看我一眼,只顾和恋人通话。甚至和其他朋友亲密的样子对我来说也是一种残忍。我希望你只对我温柔,希望我对你来说是特别的。如果做不到的话,我宁愿你把我当成普通人,甚至更低。然而,我还是享受你的温柔。短暂的特别感让我逐渐上瘾,开始渴望更多的温柔。
산아. 伞啊。
그 음절.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이 들은 그 단어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 몸이 붕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 성을 붙이지 말라고 투덜댄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던 그 음절. 변함없는 높낮이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좋았다. 숱하게 흘려보냈던 모든 순간이 특별해졌다. 그대가 나에게 특별했으니까. 혀끝이 나를 의미하는 음절을 말하고 손끝이 더듬더듬 나를 찾는 것이 좋았다. 바라게 되었다. 그 음절에 내가 담는 만큼의 특별한 감정이 담기길.
那音节。出生以来听得最多的那个词,在某一瞬间变得特别。感觉身体像要飘起来的那一刻。从抱怨不要加姓氏的那一刻起,那音节从未改变。我喜欢用不变的音调呼唤我的声音。所有曾经被忽略的瞬间都变得特别了。因为你对我来说是特别的。我喜欢舌尖说出代表我的音节,手指摸索着寻找我的感觉。我开始渴望,希望那个音节里能包含我对它的特殊情感。
그러질 말았어야 했다. 혀끝을 스치면 사라지는 그 무용한 목소리를 좋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不该这样的。不该喜欢上那种在舌尖掠过就消失的无用声音。
어디부터가 문제였을까. 돌아보면 매 순간이 의심스럽다. 네 탓일지, 내 탓일지. 나에게 다정하지 말았어야지, 우정을 착각하지 말았어야지. 이름을 불러주지 말았어야지, 찰나를 영원처럼 느끼지 말았어야지. 그래도 돌릴 수만 있다면 무릎 위, 허벅지의 아래 그 애매한 경계에 너와의 우정을 맹세했던 글귀를 적은 날일 것이다. 어쩌면 그 위치가 우리의 우정에 가장 적절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살결 위에 또렷이 새겨진 우정, 그러나 적당한 길이의 바지만 입으면 가려지는 위치. 애써 새긴 글귀를 왜 가리느냐고 묻기도 했었다. 싫어서. 천 하나에 가려지는 그 우정에 나의 마음이 가려져 버리는 것이 싫어서.
哪里开始出了问题呢?回头看,每一刻都充满了疑问。是你的错,还是我的错?我不应该对你那么温柔,不应该误解我们的友情。不应该叫你的名字,不应该把瞬间当作永恒。即便如此,如果能回到过去,那一定是我们在膝盖上方、大腿下方那个模糊的界限上誓言友情的那一天。也许那个位置对我们的友情来说是最合适的。清晰地刻在肌肤上的友情,但只要穿上适当长度的裤子就能遮住的位置。你曾经问我,为什么要遮住那费尽心思刻下的文字。因为我讨厌。讨厌那被一块布遮住的友情,也讨厌我的心意被遮住。
“산아, 내가 티를 너무 안 내나?”
“伞啊,我是不是表现得太不明显了?”
“응?” “嗯?”
“나 지금 거절하고 있잖아.” “我现在正在拒绝。”
“……뭘?” “……什么?”
“알잖아. 어지간히 하자.” “你知道的。适可而止吧。”
그대. 넌 내 마음을 알고도 물었지. 날 허공에 붕 띄웠던 그 음절로 날 부르며 말했다. 그만하길 종용하며 날 다시 가라앉혔다.
那个人。你明明知道我的心意却还要问。用那个曾经把我抛向空中的音节叫着我,说着让我停下的话,又把我重新沉入谷底。
즐기듯 웃음기를 띠고. 带着笑意,像是在享受。